<워홀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워홀은 경쟁심이 대단했으므로
이반은 그날 오후 워홀의 화실을 방문하여 그림을 직접 보기로 약속했다.
집에 돌아온 워홀은 널려 있는 상업용 그림들을 치우느라 바빴는데 이반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이 상업미술가라는 사실을 알렸다가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대로 오후 늦게 이반이 워홀의 화실을 방문했다.
그는 15분 동안 워홀의 그림을 둘러보더니 “이 그림들은 퉁명스럽고 직선적이며 어떤 결론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것들은 추상표현주의 그림들과 비슷하고 결론이 없는 그림들이다”라고 말하고는 웃으면서 “내가 건방지게 말하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반은 이때 워홀의 비개성적인 그림들을 보고 그것이 미래의 미국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워홀은 경쟁심이 대단했으므로 최근 예술가들의 동향에 관해 궁금한 점을 이반에게 물으면서 특히 리히텐슈타인에 관해 물었다.
워홀이 리히텐슈타인에게 특히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리히텐슈타인처럼 카스텔리 화랑에서 전람회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반은 “리히텐슈타인이 어느 날 그림을 몇 점 들고 화랑으로 왔는데 아주 부끄러워했다.
난 그의 그림을 본 후 두 점을 두고 가라고 하면서 카스텔리가 오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하면서 리히텐슈타인은 현재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둥 그에 관해 아는 대로 말해주었다.
이반은 1959년부터 카스텔리 화랑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전에는 마사 잭슨 밑에서 일했다.
마사 잭슨은 자신이 타고 간 뚜껑이 위로 열리는 신형 올드스모빌 스포츠카를 폴록의 그림 두 점과 맞바꾼 열정적인 중개상이었다.
1956년 여름 음주한 폴록은 이 자동차를 타고 저승까지 가버렸다.
이반이 잭슨 밑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일레나 소나벤드가 잭슨의 화랑에 왔다가 이반을 보더니 그에게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이반, 당신은 이런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예요. 지금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하러 가는 길인데 함께 가지 않겠어요?”라고 속삭였다.
그날 이후 이반은 소나벤드의 소개로 카스텔리 화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소나벤드는 이혼한 카스텔리의 새 아내가 되었다.
재미난 것은 카스텔리의 친구가 나중에 소나벤드를 카스텔리로부터 빼앗아 아내로 삼았다는 점이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유럽에서 화랑을 경영한 적이 카스텔리는 뉴욕으로 와서도 화랑을 운영했다.
하지만 그는 늙었으므로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행위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해 젊은 조수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행위에 관심이 많았던 이반이 조언자로서 그를 도왔다.
이반은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1960년대에 소설을 다섯 편이나 썼다.
현재 이반은 소호의 레오 카스텔리 화랑 건너편에서 오케이 해리스(O. K. Harris)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뉴욕에서는 그의 화랑만이 유일하게 화랑 내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표지를 붙여놓아 필자를 포함해 금연 풍토에 주눅 들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이반은 워홀과 많은 대화를 나눈 뒤 화실을 떠나면서 워홀에게 작은 만화그림 〈작은 낸시〉를 포장해 카스텔리 화랑으로 보내라고 말했다.
이제 워홀의 친구가 되어 그를 돕기로 약속한 이반은 카스텔리에게 워홀의 작품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어느 날 카스텔리를 대동하고 워홀의 화실에 나타났다.
카스텔리는 화실 안을 죽 둘러보다가 벽에 걸려 있는 〈딕 트레이시〉(그림 67)와 〈성형수술〉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으며,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리히텐슈타인의 만화그림에는 익살이 있는 반면 워홀의 그림에는 익살이 없고 오히려 관람하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으며 그것은 궤변과도 같았다.
카스텔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음, 불행하게도 시기가 안 좋군. 난 이제 막 리히텐슈타인을 화랑에 전속시켰는데 당신과 그의 그림을 함께 소개한다면 두 사람이 충돌하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스텔리는 그날 워홀의 그림 한 점을 사면서 친구의 화랑에서 전람회를 주선해보겠다고 말한 후 차를 타고 가버렸다.
카스텔리가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없는 궤변을 워홀의 그림에서 발견한 것은 뒤샹의 의도와도 같은 것으로 워홀의 작품에는 아이러니와 함께 미학적 등급에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