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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철학과 심리학뿐 아니라
역사, 종교, 문학, 그리고 사회학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들을 통털어서 소위 말하는 문명사를 알아야 합니다.
서양에는 대학 교양과목으로 문명사가 있어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이들 분야를 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동양 문명사라는 과목이 있어 철학, 심리학을 포함하여 역사, 종교, 문학, 그리고 사회학도 대충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미술의 경우 예술가에게도 미학과 미술사 전공자에게도 미술사를 필히 공부해야 합니다.
미술사를 단지 양식의 역사로만 보는 건 매우 단순한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이후 프랑스, 에스파냐,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의 군주제 하에서의 국가들의 화단의 양식 경향은 궁정과 귀족들의 컬렉션에 따라 정해졌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궁정과 귀족 컬렉터들이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거의 소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프랑스 화가들에게 벨라스케스는 무명 화가나 다름 없었고, 따라서 에스파냐와 이탈리아에 비해 벨라스케스 양식이 주는 영향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프랑스 궁정에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소장되고서야
프랑스 화가들은 그의 양식을 모방하면서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들라크루아, 마네, 드가 등이 벨라스케스의 양식으로 인해 크게 진일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의 예로 보더라도
정치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서 미술사의 진행이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혹은 근대로 이어지는 과도기에서 제작된 소위 말하는 지옥도를 예를 들면,
종교혁명을 알지 못하면 왜 수많은 지옥도가 나와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교화시키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종교혁명을 알려면 바티칸의 교황의 세력과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술사는 당대의 정치, 종교, 사회 등의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즉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당대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미켈란젤로의 형이상학적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시 유행했던 신플라톤주의와 종교혁명을 알아야 합니다.
미켈란젤로 자신은 철학자였습니다.
철학과 미술과의 관계는 매우 밀접합니다.
미와 모방에 대한 관점이 바로 철학에서 비롯했기 때문이지요.
심리학은 작품에 나타난 인물과 인물 사이의 긴장감 외에도 색상에 대한 느낌 선에 대한 감정이입 등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색의 심리학 혹은 선의 심리학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예를 들면 검정색은 죽은 색이라고도 말하는데, 검정색을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로드코 스틸이란 화가인데 그는 색을 평편하게 넓게 칠한 화가로 그에게 색에 대한 이해는 곧 작품에 대한 이해와 직결됩니다.
색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고려해서 그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멕시코에서 스페인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말하는 민중미술이 성행한 적이 있는데, 군부독재라는 정치적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런 작품들은 이해가 안 됩니다.
스페인 동란을 모르면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이해할 수 없으며 멕시코의 동란을 모르면 리베라를 포함한 벽화화가들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나라 화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역사도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미술사를 공부한다는 데는 문명에 끼친 모든 영향을 두루 알아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과거 미술사를 공부한 사람들이 이런 문명사에 대한 공부가 없다보니 모든 작품을 양식적으로만 이해했을 뿐 작품이 제작된 동기와 결과에 대해서는 무지했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지요.
모쪼록 미술사에 대한 공부가 폭넓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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