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와 눈이 달린 숲의 도시 스헤르토겐보스
 

  불가사의한 개성을 지닌 인물로 알려진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는 네덜란드의 스헤르토겐보스 's-Hertogenbosch에서 1450년경에 태어났고
그곳에서 주로 활약하다 1516년에 세상을 떠났다.
보스란 성은 '공작의 숲 the forest(bos) of the duke(hertog)'이란 뜻을 지닌 도시의 명칭 스헤르토겐보스에서 유래했으며
도시명에 겐gen이란 말은 '눈 eyes(ogen)'이란 뜻이다.

보스의 작품 중에 <숲에 귀가 있고 들에는 눈이 있다 The Forests Have Ears and the Fields Have Eyes>라는 제목이 있는데,
일곱 그루의 나무에 두 개의 커다란 귀가 달려 있으며 들에는 일곱 개의 눈이 있는 그림이다.
네덜란드 풍속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매우 낯설게 보여진다.
네덜란드인은 아무도 없는 숲에서 하는 말이라도 누군가가 듣고 인적 없는 들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누군가가 지켜보기 때문에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에서 이런 속담이 유행했으며 보스가 이를 시각화한 것이다.
속담은 앞으로 살펴볼 보스의 작품뿐 아니라 특히 브뢰겔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도시명에 눈이란 뜻이 담겨 있듯이 스헤르토겐보스는 속담과 관련이 있고,
보스는 자신의 고향 도시가 "귀와 눈이 달린 숲 oor-ogen-bos"임을 그림으로 상징했다.

반 세기가량 후인 1546년, 네덜란드의 무명작가가 제작한 목판화 <숲에 귀가 있고/들에는 눈이 있어/모든 걸 듣고, 모든 걸 보지만 아무 말 하지 않는다 The Wood Has Ears/The Field Has Eyes/Hear All, See All, Say Nowt>에서도 숲에 귀와 눈이 널려 있음을 볼 수 있으며,
왼편 남자의 머리 위 상자에는 교훈이 네덜란드어로 적혀 있다.

"Dat Velt heft ogen Wolt heft oren/Ick wil sien, swijghen ende hooren
숲에 귀가 있고/들에는 눈이 있어/모든 걸 듣고, 모든 걸 보지만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이 말을 영어로 바꾸면 "The field has eyes, the wood has ears/I want to hear all, see all, say nowt"가 된다.
이 목판화는 보스의 그림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아 그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귀와 눈이 그려져 있어 속담이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스헤르토겐보스 시악대 음악가들이 1530년경에 두른 것으로 추정되는 완장에 "하트-눈-숲 s-hart-ogen-bossche"이라고 적혀 있다.
초록색 벨벳에 은색의 글이 부착되었고 붉은색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했다.
16세기 중반 스헤르토겐보스에서 제작된 방패에도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오겐ogen은 눈이란 뜻이며 보스bos는 숲이란 뜻이므로 스헤르토겐보스는 "하트-눈-숲"이란 뜻이 된다.
구이도 디 사비노Guido di Savino가 안트베르펜에서 1535~40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타일에도 눈이 그려져 있어 매사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이 널리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얀 반 암스테르담Jan van Amsterdam이 1534~35년에 은으로 제작한 스헤르토겐보스의 봉인을 보면
공작이 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어 이 도시가 당시 숲으로 우거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스의 드로잉에는 들과 숲을 배경으로 중앙에 죽은 나무가 있고 나무 속에 올빼미와 여우가 각기 둥지를 튼 장면이 보인다.
소생이 불가능한 고목에는 잎이 모두 떨어졌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으며
세 마리의 새가 앉아 있다.
드로잉 맨 위에는 보스가 적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글이 적혀 있다.

“현존하는 진부한 표현inventis을 늘 사용하는 협소한 생각을 가진 자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못함numquam inveniendis을 충고한다.”

보스의 충고는 자신을 비평하는 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 위해 적은 것으로 짐작된다.
보스란 성에는 "숲에 귀가 있고 들에는 눈이 있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잘 보고 들어라'
혹은 '침묵을 지켜라'라는 의미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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