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의 ‘사랑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미술문화) 중에서


고갱은 1889년 가을 <감람산의 그리스도 Le Christ au Jardin des Olivers>를 그렸는데, 부패한 세상과 그가 상상한 초월적인 세상을 대비시킨 작품이다.
이는 고갱의 신학적 구성으로 누가복음에서 그리스도가 체포되기 전 제자들을 뒤로 하고 홀로 감람산에서 고뇌하는 장면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
중앙의 나무를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세계와 부패한 세계를 양분시켰다.
특기할 점은 파란색과 갈색을 주로 사용하여 그리스도의 머리와 수염을 아주 밝은 붉은색으로 두드러지게 한 것이다.
고갱은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나타낼 때 붉은색을 사용했다.

고갱은 훗날 평론가에게 “자화상을 그렸다”고 했는데, 자신을 그리스도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시기에 그는 경제적으로 미학적으로 고통스러웠으며 자신이 가난과 빚, 그리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들에 의해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적었는데, 그리스도의 형상은 그 자신의 고통스럽고 고뇌하는 형상이다.
1889년의 전시회에서 한 점도 팔지 못하고 아를을 떠난 뒤 오직 한 점을 925프랑에 팔았을 뿐이었으므로 그는 좌절과 불안 속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1889년 11월 8일 반 고흐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 작품에 관해 언급하면서 스케치와 함께 근래 나무를 깎아 제작한 <사랑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Be in Love and You Will Be Happy>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감람산에 있는 그리스도일세.
빛나는 하늘은 푸른빛이 감도는 파란색이고, 나무는 모두 기울고 심홍색이며, 땅은 보라색이고, 그리스도의 모습은 밝은 붉은색 머리와 진한 호아토색으로 되어 있네.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오래 가지고 있으려 하네.

반 고흐는 편지를 받고 두 점이 어울린다고 했고, 테오는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고갱은 반 고흐에게 “금년에 나는 전례가 없는 노력을 다 쏟았네”라고 적었는데, 특별히 <사랑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의 완성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 작품은 물질과 정신의 문제를 놓고 고투한 끝에 얻어낸 성과물이었다.
그는 <파도 속에서>와 <삶과 죽음>을 통해 이런 문제에 집착해왔다.
<사랑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에는 이런 문제 외에도 그의 성적 욕구가 분출되었다.
그는 반 고흐에게 이 나무 릴리프에서 힘과 조화를 모두 나타냈으며 여태까지 제작한 것들 가운데 최고라고 자신하면서 “매우 부조리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구스타프 쿠르베 양식의 몹시 슬퍼하는 여인의 누드가 상단 왼편 성서 시대 바빌론의 도시와 아래 상상의 꽃과 여우 사이에 있다고 했다.
바빌론 도시란 음란을 상징하고 여우는 “인디언들 가운데 심술궂은 숙명적 동물”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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