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렘 드 쿠닝의 고치고 또 고친 <여인> 

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윌렘 드 쿠닝은 무nothing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에서 출발점을 찾았다.
대가들의 그림들에서 그리고 상업용 포스터에서조차도 이미지를 빌려올 수 있었고 담배 광고에 나오는 여인의 립스틱 바른 입술도 빌려왔는데 이런 이미지들을 고치고 또 고쳐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될 때까지 고쳤다.
그는 1950년부터 <여인 I Woman I>을 출발로 계속해서 여인의 이미지들을 자신의 특허와도 같은 주제로 삼았다.
그는 1950년 6월부터 <여인 I>을 최소한 50번이나 고치고 또 고쳤다.
그가 더이상 고칠 수 없었던 것은 그 그림이 트럭에 실려 화랑으로 운반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여인에 대한 주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화물감보다는 잘 흐르는 아크릴릭을 선호했으며 유화물감에 물이나 솔벤트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마르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폴록과 완전추상을 추구한 친구 화가들은 그가 인물을 그림으로써 추상표현주의를 버리고 신인간주의를 조장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여인>에 관해 드 쿠닝의 아내 일레인은 “그가 그린 흉포한 여인은 그와 동거중인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 살 때부터 그에게 생긴 이미지였다”고 말해 드 쿠닝이 어머니를 그림에서 사나운 여인으로 묘사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여인>은 네덜란드 여인이라기보다는 미국 여인처럼 보인다.
여인이 신고 있는 구두, 드레스, 립스틱, 메니큐어를 칠한 손톱들이 미국 여인임을 시사한다.

평론가 토마스 헤스는 <여인>에 관해 이렇게 적었다.

“시끄러운 파티에서 소녀처럼 … 그저 앉아 있거나 그냥 그곳에 있거나 또는 웃는 모습인데 이는 미국에서 흔한 일이다.”

드 쿠닝은 “나는 단지 내 생각대로 그렸을 뿐이다”라고 했는데 <여인>은 일레인의 말대로 그의 무의식 세계에 있던 어머니의 이미지가 돌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드 쿠닝은 아내 일레인과 처제를 모델로 그리거나 신문·잡지에 소개된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그는 운동경기에서 응원하는 소녀들이 점프로 몸을 허공에 띄우는 모습을 이그러진 형태로 그리기도 했다.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두텁게 바르면서 평평하고 넓게 칠했는데 이는 러시아 화가 샤임 수틴Chaim Soutine의 영향이었다.
그는 1950년에 모마에서 수틴의 그림을 보고 감동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수틴을 선택할 것이며 … 늘 그의 모든 그림에 매료되었다.
수틴은 그림의 표면을 재료처럼 그리며 물질처럼 보이게 구성한다.
그의 그림에는 피부 같고 변모하는 것들이 있다.”

그가 “수틴의 모든 그림”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여인 Woman in a Red Dress>도 포함되었을 것이며 따라서 드 쿠닝이 그린 여인의 초상화에는 수틴의 화법이 다분히 응용되었을 것이다.
그는 다양한 색을 사용했는데 색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긴 것은 아이스크림을 파는 하워드 존스 레스토랑에 갔을 때였다.
그는 스물여덟 가지나 되는 아이스크림이 물감처럼 보였다고 했다.


드 쿠닝은 1963년 BBC에 방영할 목적으로 대비드 실베스터David Sylvester가 제안한 인터뷰에 응하면서 말했다.

일부 예술가와 평론가들이 내가 <여인>을 그렸다고 공격하지만 이는 그들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완전추상 화가가 전혀 아닌 것 같다.
오늘날 일부 예술가들은 인물화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인물화’라는 말이 웃기는 징조의 뜻이 되고 있다.
네가 붓으로 색을 찍어 어떤 사람의 코를 그린다면 생각해 봐라 이는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웃기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이미지같은 걸 물감으로 그린다는 건 웃기는 일이 되는 건 인물화를 그려야 하느냐 안 그려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물화를 안 그리는 건 더 웃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욕망을 따라야 한다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여인>은 모든 시대에 그려진 여인과 관련이 있고 난 아마 그런 데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난 과거와 같은 식으로 여인을 그릴 수는 없었다.
내가 생각한 건 말할 가치도 없는 선, 색, 형상들에 대한 구성, 배열, 관련성, 명암을 제거하는 가운데 그려야 하겠다는 것이다.
난 여인의 모습을 캔버스 중앙에 그렸는데 약간 옆으로 그려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난 두 눈, 코, 입 그리고 목이 있는 여인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부학적 구조를 생각하니 거의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점차 버리게 되었다.
난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았으며 이제 생각해보니 멋진 아이디어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예술가들이 특별히 멋진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마티스의 <붉은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Woman in a Red Blouse>을 생각해 봐라.
그게 어디 멋진 아이디어냐!
또는 입체주의자들의 그림을 생각해 봐라.
이제와서 생각하면 한 오브제를 많은 각도에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냐.
구성주의자들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웃긴다.
그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가진 것이 좋았던 건 그런 그림들이 그들을 대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상·비너스·누드로서의 여인은 그려지고 또 그려져왔다.
렘브란트는 주름이 있는 늙은 남자를 그리기를 원했고 그 늙은이가 그에게는 그림이었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유로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꽉 쥐기를 원한다.
몬드리안을 보자.
그는 대단한 예술가이지만 그의 아이디어들과 순수 조형적인 신조형주의에 관한 이론을 보면 일종의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몬드리안은 미래의 인생과 미래의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난 미래의 도시를 보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난 현재 살아 있는 데에 완전히 만족스럽기 만하다.


내용은 플래쉬 라잇에 직면하듯 흘끗 보는 어떤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용은 매우 엷은, 엷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인의 모습을 그릴 때 나는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을 생각했는데 거트루드 스타인의 저서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날 어떻게 좋아하죠?”라고 묻는 그 여인을 생각했다.
난 이런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그림이 어떻게 달라질런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자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은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나는 특별한 느낌을 나타내려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와서 그림들을 보니 요란스럽고 사나워보인다.
그림이 우상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탁 그리고 무엇보다도 들떠 떠들어대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그런 식으로 인생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그리는 걸 알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입을 많이 잘라냈다.
첫째, 나는 모든 여인에게서 입이 나타나야 만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건 동음이어의 익살 같았을 것이다.
아마 그건 성적이었을 것이다.
여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난 입 부분을 많이 잘라내면서 입이 있어야 할 곳에 입을 그렸다.
입은 항상 아주 아름답게 그려졌고 내가 그리려는 대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왜 입을 그런 식으로 그렸는지는 모르겠다.
메소포타미아의 우상들처럼 늘 뻗뻗하게 선 채로 자연의 힘에 놀라워하여 사람들과의 문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입을 드러내고 히죽 웃는 그런 여인을 내가 생각했을런지 모른다.

난 의식적으로 웃는 입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손이라던가 제스처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알지 못했고 여러 번 실패했다.
어떤 식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니까 나중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림이 완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성공할 것이란 자세로 그렸으며 그것이 그저 환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어떻게 훌륭한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난 훌륭한 그림 만들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제 이건 정말로 훌륭한 그림이다” 혹은 “완전한 작품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난 훌륭한 그림 만들기에 관해 전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그건 내 성질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완전함이란 생각으로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관해서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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