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이나 욕구를 통제하면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아동 미술치료 Child Art Therapy』, 주디스 아론 루빈(2010, 출판사 知와 사랑) 중에서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지나치게 활동적인 아동에게는 솔직하고 자유롭게 창조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내면의 충동이나 욕구를 통제하면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 아이는 혼돈에 사로잡히거나,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놓아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술을 통해 상징적으로 놓아버리는 경험을 하고 나면 아이는 어느새 훌쩍 성장한다.
퇴행과 공격성은 누구에게든 다루기 힘든 주제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공상 못지않게 공격성을 두려워한다.
정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공격적 행동이나 불결함을 마주하게 되면 아무리 전문적인 임상 수련을 받은 사람이라 해도 때로 공포나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분석이나 상담을 통해 스스로의 두려운 감정과 욕구를 솔직히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스스로의 내면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아이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 내면의 파괴적인 기질과 가장 추악한 환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타인의 자유를 촉진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충동은 계획된 행동이 아닌 계획된 틀에 의해서 발생하므로 아이들을 위한 적절한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적 보호 장치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전하게 마음을 비울 수 있게 해준다.
환경적 보호 장치를 만들 때 유의해야 할 핵심은 한계를 설정하고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한계가 없다면 규제되지 않은 무의식의 분출로 겁을 먹거나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미술치료사들은 때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한 틀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아이들의 활동을 통제하려 들기도 한다.
치료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통제보다 더 좋지 못한 행동은 특정 활동을 아예 금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가는 섣부르게 아이의 세상을 제한하고 옥죄어 아이에게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런 치료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허용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 미술치료』의 저자 주디스 아론 루빈은 자유/질서 방정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심리적 변수가 미술치료사의 심리상태라고 말한다.
치료사가 신뢰를 주는 태도로 대하는지 불신감을 주는 태도로 대하는지, 긍정적 기대를 갖고 상대를 대하는지 부정적 기대를 갖고 대하는지, 상대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는 성격인지 반대로 상대와 거리를 두는 성향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성장을 돕고 싶다면, 그 아이를 한 인간으로서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 내면에 오나성된 인간으로 성장하고 질서를 찾으려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아이에게 잠재력을 스스로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스스로 선택하고, 독립심을 발휘하고,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미술이라는 상징적 수단을 통해 아이들을 치료할 때는 시간, 공간, 자아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설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술 그 자체는 일종의 보호막이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
아이들은 미술을 통해 안전하게 자기 자신을 시험해보도, 모험심을 발휘해 자신들의 환상을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은 심리적인 보호벽이 있는 환경에서만 마음 놓고 내면의 불균형, 긴장 등을 표출할 수 있다.
미술은 그런 보호벽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아이들은 미술이나 놀이를 통해 불가능한 내면의 바람을 이룰 수 있다.
미술이나 놀이는 직접적인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부정적인 충동이나 긍정적인 희망을 상징적으로 충족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은 미술치료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도구와 재료를 능숙하게 다룸으로써 현실세계를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미술치료는 과거의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trauma를 상징적으로 불러내 안전한 상태에서 몇 번이고 재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은 상징적인 트라우마를 안전하게 통제하며 다룸으로써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자신감은 현실세계로 이어진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유롭고 안정적인 신체적, 심리적 환경을 제공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의 보호 하에서만 아이들은 마음 놓고 스스로의 질서와 통제를 찾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이해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며, 거울로 비춰줄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은 아이들이 감정과 환상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표현에 민감하고 명료하게 대답해주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자신들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납득하고 머릿속을 정화할 수 있다.
따라서 미술치료사는 아이들이 마음껏 움직이고, 사고하며, 공상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고, 통제하며, 강요하는 틀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속복과 다름없다.
그러한 구속복은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테두리를 미리 그어놓은 그림, 단계별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교구에서부터 ‘옳은’ 방식에 대해 이미 정해놓은 규칙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구속은 실로 다양하다.
미술치료에 단 한 가지의 옳은 방식이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미술치료의 기본 바탕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물론 미술치료사는 아이들이 치료 도구를 파괴하거나 위험한 미술 재료를 먹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이 아직 미숙하다고 해서 수채화 물감만을 사용하고 템페라 물감은 만질 수 없도록 제한하기까지 할 권리는 그들에게 없다.
인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능력이 제한되므로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만큼은 감독과 제한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