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호의 『필법기 筆法記』
신神: 신적인 화가를 말하는데 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도 대자연의 변화를 따름으로써 자연스럽게 형상을 성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묘妙: 놀라운 화가 혹은 경이로운 화가를 말하는데 이는 그의 사상으로 천지만물의 본성을 꿰뚫어 봄으로써 모티프의 진리에 따라 사물들이 그의 붓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람을 말한다.
기技: 슬기로운 화가를 말하는데 이는 모티프의 진리에 일치하지 않는 대강의 윤곽들을 그리는 사람을 말한다. 즉 그가 그린 사물들에는 이치가 없고 유사성도 없다.
교巧: 숙련된 화가를 말하는데 이는 단지 자연의 모방자로서 오로지 위대한 원리들에 부합하는 미의 흔적들을 잘라내어 조합한다.
이런 분류는 형호荊浩의 유명한 논집인 『필법기 筆法記』에 설명되어 있다.
형호의 분류는 당대 말기에 씌여진 『당조명화록 唐朝名畵錄』에 있는 주경현朱景玄의 분류 및 1005년에 출간된 『익주명화록 益州名畵錄』에 있는 황휴복黃休復의 분류와 같은 이전의 분류방식을 수정한 것이다.
이들 초기 주장은 724-777년에 쓰여진 『서단 書斷』 속에 있는 장회관張懷瓘의 서예작품에 대한 분류에 기초하고 있다.
장회관은 화가들을 신·묘·능能의 세 등급으로 구분했다.
주경현은 이에 덧붙여 네 번째 범위로 자발적이거나 충동적인 것, 즉 일逸이라는 제4의 범위를 설정했다.
그렇지만 일逸格이 등급상 어디에 속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주경현은 그것이 뛰어난 것으로서 또한 저급한 것으로서의 성격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반면에 황휴복은 일격을 등급 중에서 첫 번째로 두었으며 형호는 일逸을 기奇로 대체한다.
오스발드 시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경현과 황휴복에 의해 제시된 이론체계의 틀을 수정한 이러한 분류는 실로 그 나름의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왜냐하면 자발적으로 충동적인 화가(逸)를 신적인 화가(神)로부터 구별해내는 것은 슬기로운 화가(奇)를 숙련된 화가로부터 구별해내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The Chinese on the Art of Painting』, New York: Schocken Books, 1963, pp. 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