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역사
양식의 역사를 넓은 의미의 미술사라 한다면 형식의 역사는 이와 유사하지만 좁은 의미의 미술사라 할 수 있다.
형식이라는 말의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개념이 또한 다양하게 전개된다.
형식form은 라틴어 포르마forma에서 유래했는데 포르마는 그리스어에서 왔고, 원래의 뜻은 모르페와 에이도스이다.
모르페는 시각적 형식들에 사용된 말이고 에이도스는 개념적 형식들에 사용된 말이었다.
타타르키비츠는 형식에 대한 반대말들, 즉 내용, 소재, 요소, 제재 등이 있어 형식의 뜻이 다양함을 지적했다.
내용이 반대말일 경우 형식은 외관 혹은 외적 양식을 의미하지만 소재가 반대말일 경우에는 형식은 형체로 간주되며, 요소가 반대말일 경우 형식은 각 부분들의 배열 혹은 배치에 상당하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63)
타타르키비츠는 형식을 말의 뜻에 따라 최소한 다섯 가지로 구분했는데 편의상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64)
1 부분들을 배열한다는 의미로서의 형식
2 감각에 작용하는 형식
3 대상의 윤곽으로서의 형식
4 대상의 개념적 본질로서의 형식
5 대상에 대한 정신의 기여로서의 형식
그는 1, 2, 3을 미학의 고안물로 보았고, 4와 5를 철학에서 미학으로 유입된 것으로 간주했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5의 개념으로서 칸트가 창안한 역사관이다.
선천적 형식으로서의 이 개념은 앞서 설명한 양식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형식은 예술가의 주관에 의해 미술품에 부과되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형식이 주관적이라서 보편성과 필연성을 지닌다.
칸트의 선천적 형식이 플라톤의 이데아를 정신의 형식으로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테아에테투스 Theaetetus』를 참고하면 증명된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저서는 이데아가 세상을 이룬다는 존재론적 개념으로 일관한다.
초기 르네상스 사상가이면서 플라톤의 추종자 니콜라우스Nicholas de Cusa(1401-64)는 1565년에 “형식은 인간적 예술을 통해서만 생겨난다. … 예술가는 자연 대상의 형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예술의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들 뿐이다. … 가시적인 모든 형식은 마음에 존재하고 있는 참되고 비가시적인 형식의 닮은꼴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는데 칸트의 이론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이라는 인식론에서 지식의 선천적 형식을 발견했으나 미학에서는 선천적 형식을 찾지 않았는데 힐데브란트가 형식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뵐플린과 리글이 증명했다.
뵐플린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트로의 전이에 따른 형식의 양자택일적 본질을, 선적인 것에서 조형적인 것으로, 닫힌 형식에서 열린 형식으로 설명했으며, 리글은 시각형식과 촉각형식 사이의 예술의 파동에 대해 탐구했다.
뵐플린과 리글의 선례를 따라 보링거는 추상형식과 감정이입을 형식에 대비시켰다.
이들 모두 칸트가 창안한 선천적 형식을 다원적인 형태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