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나무인간>
나무인간은 은유적인 보스의 상상물이지만 사실주의 방법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나무인간을 자연을 배경으로 구성했다.
달걀처럼 생긴 나무인간의 몸통은 썩어가는 나무가지로 지탱되고 나무가지 아래에는 사람이 구두를 신고 있는 것처럼 배를 타고 있다.
하반신은 사라진 몸통 속에는 술집이 있으며 터키의 국기를 밖에 내걸었다.
나무인간의 머리 위 큰 냄비에는 커다란 물주전자가 있고 물주전자 안으로부터 사다리가 위로 솟아 있으며 그걸 사람이 타고 올라가 있다.
나무인간은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고 머리 위에 올려진 원반에는 악마와 저주받은 자들이 백파이프 주변을 걸어가고 있다.
비극적인 나무인간에 대한 의미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것을 통해서 보스의 상상력이 매우 넓었음을 알 수 있다.
하단 오른쪽 새의 머리를 한 괴물은 주전자를 쓰고 있어 코믹하기까지 하다.
이 괴물은 저주받은 자를 통채로 삼키고 먹은 것을 투명한 변기에 배설한다.
배설된 영혼은 변기를 뚫고 아래 깊은 구덩이로 떨어진다.
이와 유사한 괴물이 『툰데일의 지옥 환영』에 등장하며 동일한 방법으로 음탕한 성직자의 영혼을 소화시킨다.
구덩이 속에 이미 여러 영혼들이 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보스는 당대의 부패를 지옥으로 묘사하면서 지옥이 따로 존재한다 보지 않았다.
스페인 작가 프란치스코 고메즈 데 퀘베도Francisco Gomez de Quevedo(1580~1645)는 보스가 지옥을 방문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지옥의 악마들이 보스에게 자신들을 꿈 속의 허구적 존재들로 묘사한 데 대해서 불평하자,
보스는 자기가 악마들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적었다.
보스가 악마들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면 이는 당대의 이단자 탄압 조건에 해당한다.
그의 신앙은 매우 진보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색욕에 대한 벌은 하단 오른쪽에 잘 나타나 있다.
문서를 무릎에 놓고 호색적인 암퇘지에게 서명을 강요당하는 남자가 색욕에 대한 벌을 받고 있다.
암퇘지가 수녀의 모자를 쓰고 있어 벌 받는 사람은 수녀에게 못된 짓을 한 수도사였을 것이다.
옆에는 무장을 하고 잉크병을 주둥아리로 늘어뜨린 괴물이 있다.
류트와 하프 아래서 합창하는 자들도 색욕에 대한 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나무인간 머리 위 백파이프는 술집을 빈번히 드나들며 음란한 노래로 사람들을 욕정에 빠뜨린 떠돌이 악사에 대한 질타로 보여진다.
백파이프는 에로틱한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브란트가 ‘저능아의 악기 instrument of dunces’라고 부른 백파이프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류트의 동그란 구멍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며 남자가 류트를 켜는 것은 성교를 의미한다.
중세 도덕주의자들은 색욕을 ‘육신의 음악 music of the flesh’이라고 불렀다.
보스의 <지옥>에서는 악기가 영원한 고통을 가하는 고문도구가 된다.
<지상 쾌락의 동산>은 보스의 걸작이다.
복합적인 중세의 사고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교훈적인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했다.
근대의 물결이 이탈리아에서 일고 있었지만 북유럽은 아직 중세에 속했다.
근대가 도래할 것을 감지한 지식인들에게 종교적인 불안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불안한 심리를 보스가 파노라마로 펼친 것이다.
이 작품과 <건초 수레>는 세쪽 제단화의 형식으로 제작되었지만 주제의 격렬함으로 봐서 형식만을 따른 것이지 교회나 수도원을 장식할 목적으로 제작한 건 아니다.
이 작품은 걸작으로 꼽혔으며 보스 생전에도 여러 점으로 모사되었다.
원작에 대한 모사품이 1530년대에 이미 다양한 종류로 있었음이 현존하는 것들로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태피스트리로도 제작되었다.
당시 태피스트리는 매우 발달되어 있었으며 궁정에서도 유명한 작품을 재현하여 장식으로 사용했다.
보스의 작품이 처음 태피스트리로 제작된 건 1542년 파리에서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Francois I를 위해서였다.
늙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프랑스로 오게 해서 타계할 때가지 보살펴준 프랑수아 1세는 예술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1560년대에 이미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 <건초 수레>, <지상 쾌락의 동산> 등이 태피스트리로 재현되었으며 태피스트리를 주로 생산한 곳은 브뤼셀과 안트베르펜이었다.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먼저 모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