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대중적인 이미지의 천국은 육체적 욕정의 산물


연못 주변의 말 탄 한 떼의 남자들은 결혼식과 다산의 의식과 관련 있다.
승마자들은 시계 방향으로 돌게 되고 그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결혼과 다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보스는 이런 관념적인 상징성을 뒤집고 죄, 열정, 세속적인 것, 특별히 탐욕의 표상으로 사용했다.
둥근 연못은 여인들의 힘을 은유한 것으로 그들의 주위에 남자들이 있음을 의미한다.
16세기 사랑을 주제로 한 시에 여인들의 주위를 남자들이 맴돈다는 말이 보통이었다.
이런 형태를 15세기와 16세기에 ‘모리스 댄스’(네덜란드어로는 moreskendans)라고 불렀는데,
모리스는 ‘무어인의 Moorish’이란 뜻이며 이 말에는 애욕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연못에서 미역을 감으며 남자들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은 당시의 도덕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배경의 유기적·인위적 구조물들은 자연에 대한 관념의 상징물들로 왼쪽 날개의 구조물과도 관련이 있다.
보스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구조물이 발견된다.
반은 자연적이고 반은 인위적인 구조물은 자연의 성별 특징을 나타낸다.
자연의 성별 경향을 보스는 악과 관련지었거나 적어도 위험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는 인간을 자연의 힘에 의해 복종을 강요당하는 존재로 보았다.
구조물을 흰색, 핑크색, 그리고 파란색으로 칠했는데, 겐트 소재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 Ghent Altarpiece>에서의 천국을 상기시키며 중세 화가들의 천국 묘사에도 이런 형태가 발견된다.
분수와 네 줄기 강 또한 천국의 근본 특징이다.
보스가 묘사한 천국은 그러므로 성적 타락과 위험이 내포된 곳으로 오른쪽 날개의 지옥으로 연결된다.
타락한 천국에 대한 관념은 중세 은유문학에서 사랑을 주제로 자주 등장했다.
올바른 천국과 타락한 천국의 차이는 탐욕이다.
섹스를 원하는 욕정이 천국을 타락한 곳으로 변질시킨다.
성적 욕정에 의한 타락한 천국은 최후의 심판 때에 저주를 면할 수 없다.
보스가 나타내려고 한 건 최후의 심판의 대상이 되는 타락한 천국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천국을 묘사하면서 이를 최후의 심판과 연관지으려고 했다.
독일 인문학자 하인리흐 베벨Heinrich Bebel은 1509년 『비너스의 승리 Triumphus Veneris』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를 보였는데, 보스가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지성인들은 대중적인 이미지의 천국이 육체적 욕정의 산물임을 지적했다.
보스와 베벨 모두 인간의 내적 욕정이 도덕보다 강하게 나타날 때, 섹스가 결혼의 신성함을 무너뜨릴 때 인간은 파멸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들이 물에 있고 물고기들은 마른 땅 위에 있다.
보스의 자연에서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이 하나가 된다.
거대한 과일은 인간과 동물 모두의 먹이가 되고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는 젊음과 생성만이 있을 뿐 죽음은 부재한다.
개인은 없고 모두 인형처럼 생긴 모습에 인종의 구별만 있을 뿐이며 우리는 이들이 어떤 인종인지 알 수 없지만 벌거벗은 이들의 몸이 영혼을 의미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들의 모든 행위는 어린아이들의 행위처럼 순진해보인다.
지상에서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는 유토피아적 환영으로 보인다.
왼쪽 하단 코너의 다섯 사람은 지상의 모든 인종을 상징한다.
백인이 오른손을 높이 들고 왼쪽 날개 패널화를 가리키면서 “이곳으로부터 우리가 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올빼미를 가로막고 있는 사람은 밤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걸 의미하며,
그 아래 투명한 막으로 된 풍선 안에는 한쌍의 남녀가 사랑을 나누고 있고,
풍선 아래 식물의 형상을 한 원형 안에 있는 남자는 둥근 구멍으로 연결된 투명한 시린더에 앉아 있는 쥐를 응시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 시린더는 이 그림에서 여러 개 등장하며, 보스는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는 유리 시린더를 사용하여 창조의 법칙을 깨드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자연을 모방함으로써 신성한 창조를 모독하는 인류의 죄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연의 번성은 실험실에서 연금술사가 원소들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키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 먹고 처음으로 지은 죄는 색욕이다.
자손을 얻기 위한 섹스가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섹스를 하면서 인간은 타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 당시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색욕이 생기자 남자와 여지의 관계가 문란해졌고 따라서 시기와 질투가 생겨 죄가 더욱 커졌다.
이런 사고는 16세기 초 인간의 타락을 아담과 이브의 색욕적 장면으로 묘사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생명의 샘’이 있지만 인간은 어리석어서 그것에 등을 돌리고 육욕을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상 쾌락의 동산>은 오른쪽 날개에 묘사된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이것은 보스가 묘사한 가장 강렬한 지옥의 장면이다.
어둠 속에서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불길은 물을 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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