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미술의 온상 카타콤

 
초기 기독교 미술품이 대부분 현존하지 않으므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독교 미술이 진전되어 왔는지 알 수 없지만 로마의 지하묘지 카타콤에 많은 벽화가 남아 있다.
지하묘지는 로마시 외곽에 있는데 로마법에는 시신을 시 밖에 안장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묘지는 처음에는 동일한 깊이로 터널식으로 파서 만들어졌지만 면적이 충분하지 않게 되자 아래로 연결해 9m에서 15m까지 깊게 파서 터널을 연결시켰다.
그러니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터널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묘지가 되는 것이다.
시신은 상자에 넣어 벽안에 매장하고 석판이나 벽돌로 덮었고 글을 새겨넣기도 했다.
글은 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적혀 있는데 크리스천들의 국적이 여러 나라였음을 말해준다.
부자들은 방을 따로 만들어 벽을 그림으로 장식했다.
사람들은 매년 터널을 따라 친분이 있는 묘지를 찾아 가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로마 시 주위에서 발견된 카타콤은 45개인데 1950년에 새로 발견된 것도 있으며 앞으로 더 발견될 수도 있다.
특히 로마로 통하는 대로 압비아via Appia로 근처에는 무려 15개가 밀집되어 있다.
카타콤은 로마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지하에 바위를 뚫고 묘실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하는 장례법은 고대 여러 나라에서도 행해졌다.
나폴리Naples와 시라큐스Syracuse 그리고 동로마에도 카타콤은 있었으므로 카타콤을 로마인의 특이한 묘지형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몰타 섬이나 소아시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도 고대 카타콤이 발견된다.
하지만 로마에서처럼 무더기로 발견된 곳은 없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고고학자 데 로시De Rossi는 평생 카타콤을 연구했고 오늘날까지 그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로마 외곽에 카타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크리스천이 순교자들을 카타콤에 안장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기독교가 박해를 받게 되자 순교자들의 수가 늘어났고 따라서 카타콤의 규모를 확장할 수밖에 없었다.
성 칼리스토 카타콤의 길이는 무려 20km에 달한다.

카타콤은 크리스천의 전용 묘역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크리스천이 사용했다.
230년과 310년 사이에 로마교회의 주교(교황)들 가운데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카타콤에 묻혔다.
이는 카타콤이 로마의 초대 교회 크리스천들의 보편적 장례지였음을 말해준다.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 카타콤은 더욱 더 크리스천의 묘지로 확고해졌으며 규모도 커졌다.
교황은 카타콤 안에 예배당을 만들기도 했는데 300년대 후반에 도미틸라Domitilla 카타콤에 만든 지하 예배당은 길이가 31m에 폭이 17m나 되었다.
이것은 순교자 에리무스와 아키레우스를 기념하기 위한 예배당이었다.
500년 이후로는 카타콤은 거의 매장지로 사용되지 않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카타콤이 지하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16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우연히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로마의 카타콤은 200년경에 만들어졌는데 250년경 이전에는 그곳에 벽화를 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카타콤에 시신을 묻지 않게 된 것은 5세기 초였으며 교회는 크리스천의 유골을 보관하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카타콤의 벽화를 보면 예술가의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전통적인 상징을 사용해서 그린 것들이다.
크리스천들의 벽화는 서양미술사에 새 장을 열었지만 시각적인 구성법은 당시 알려진 로마인과 그리스인의 방법들과 다르지 않았다.
기본 주제는 낙원을 꿈 꾸는 구원으로 한결 같았지만 종교가 달랐으므로 이방인과 크리스천의 상징의 의미는 달랐다.
구원이란 주검에서 벗어나 영생하는 걸 의미했다.

카타콤에는 물고기가 장식되어 있는데 물고기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물고기는 기원전 597년 유대인이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시절부터 이스라엘 민족이 고대해온 메시아(그리스도와 같은 말로 유대어이다)를 상징한다.
크리스천은 물고기를 상형문자처럼 사용했는데 물고기는 그리스어로 이크투스Ichtus로서 '예수Jesus 그리스도Christus, 하나님의Dei Deus 아들Filius 구세주Salvator'의 머리글자들이다.
물고기를 상징물로 사용할 때는 독립적으로 한 마리를 사용하지만 십자가를 곁들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는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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