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탐욕'


보스는 <일곱 가지 죽을 죄와 네 종말이 있는 테이블 커버> 가운데 하나의 모티프 세속적인 소유에 대한 욕망, 즉 ‘탐욕 Avarice’을 집중적으로 묘사했다.
미덕과 악덕에 대한 옛 교훈서에서처럼 탐욕에 부수되는 죄는 주변 인물상에서 구체화된다.
로렌트 갈루스Laurent Gallus는 1279년에 출간한 『왕의 꿈 King’s Dream』에서 탐욕이 불화, 폭력, 심지어 살인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가 건초 수레 앞 넓은 공간에 묘사되어 있다.
황제와 고위 성직자는 이런 소동과 동떨어져 만족해 하는 모습으로 수레를 따르고 있는데, 그들은 건초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만의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탐욕은 또한 사람들을 사기와 기만으로 이끈다.
왼편 하단 높은 모자를 쓰고 아이와 함께 있는 남자는 드길비유의 『인생의 순례』에서 탐욕의 보호를 받는 자와 같이 가짜 걸인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면 <마술사>에 등장하는 이리저리 떠도는 야바이꾼일 것이다.
그 옆에 두 여자가 서 있으며 오른편 집시가 여인의 손금을 봐주는 동안 여인의 자식이 어머니의 드레스를 잡아당기고 있다.
하단 중앙의 돌팔이 의사는 테이블에 목록과 약병을 전시하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그는 여자 환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그가 허리에 찬 건초로 채워진 지갑은 부정하게 취한 이윤을 시사한다.
그 옆 수녀는 악마가 들고 있는 백파이프를 함께 갖고 놀자고 보채는데, 백파이프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
그녀 뒤로 수녀들이 커다란 푸대에 건초를 넣고 있으며 수도사가 의자에 앉아 작업을 감독하고 있다.
수도사의 탐욕은 뚱뚱한 허리에서 알 수 있다.
이들 위 화면 중앙에는 사람을 바닥에 눕히고 칼로 살인하는 장면과 주먹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있다.
건초더미 위에는 덤불이 자라고 덤불 속에서 입을 맞추며 색욕을 즐기는 한쌍이 있고 그들의 행위를 덤불 속에 몸을 숨긴 채 몰래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덤불 앞에는 화려한 의상을 하고 악보를 따라 류트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젊은이들이 앉아 있다.
이들 양편에는 동일한 사실주의 방법으로 묘사된 천사와 악마가 대칭을 이룬다.
왼편 천사는 무릎을 땅에 대고 경건한 자세로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있으며 오른편 파란색의 마귀는 플루트-낙수 송풍기flute-snout(또는 trompe)를 불고 있는데,
trompen이란 동사는 ‘속이다’라는 뜻이며 이 악기를 부는 사람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특히 젊은이들이 유혹에 빠진다.
음악가 마귀는 파란색인데 이 색은 신앙이 깊은 체 하는 것과 속임수 또는 교활함을 상징하며 브뢰겔의 속담 패널화 <파란 외투 Blue Cloak>는 교활함을 상징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음악가 마귀 위 나뭇가지 위에 올빼미가 앉아 있고 올빼미는 주변의 새들을 유혹한다.
가지에는 새 잡는 끈끈이birdlime가 발라져 있어 새가 가지에 앉게 되면 잡히고 만다.
이는 유혹을 표현한 것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는 열쇄가 된다.
올빼미가 작은 새들을 유혹하여 잡는 것은 종종 사랑과 관능과 관련이 있으며 이 작품에서는 이런 의미로 사용되었다.
건초 위 한쌍의 남녀는 부패한 인간상을 상징한다.
마귀는 종종 들새 사냥꾼fowler에 비유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 그러하며 속임수는 건초이다.
건초는 16세기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반적인 모티프로 사용되었으며 기본적인 의미는 ‘하찮음 insignificance’ 그리고 ’평범한 것 triviality‘이지만, 종교적·도덕적 전통에서 건초는 덧없고 무상하다는 의미로 ’속세적인 것들 worldly things‘을 상징했다.
문학에서도 건초는 세속적인 것들 혹은 세속적인 행위를 상징했다.
인간은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육체적 쾌락을 누리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한줌의 건초를 움켜쥐려고 한다고 종교와 문학에서 비유적으로 어리석음으로 묘사했다.
이에 대한 인간이 치러야 할 댓가는 엄청난데 영원히 저주를 받게 되는 것이다.
색욕은 죽을 죄에 속하고 과도하게 음악을 즐기는 것도 죄가 되는데, 음악에 취하면 올바른 것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초 수레 자체가 은유적인 기능을 의미한다.
16세기에 건초는 거짓과 기만을 의미했으며 “건초 수레를 몬다”는 말은 속이거나 조롱한다는 뜻이다.
1563년의 카니발에서 건초 수레에 탄 악마를 ‘기만’으로 불렀고 프라도 소재 작품에서 수레 위에서 연주하는 악사 마귀가 전통적으로 위선을 나타내는 색인 푸른색으로 칠해진 걸 보면 보스가 건초더미에 내포시킨 의미는 분명해진다.
건초는 사탄과 그의 무리가 인간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데 사용하는 미끼인 것이다.
왼쪽 날개 <천국>에는 원죄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또한 반역한 천사들이 추방되고 있다.
루시퍼가 하늘에서 추방되면서 지상에는 악마가 존재하게 되었다.
루시퍼는 지상에 죄와 죽음을 가져 왔다.
사탄이 된 루시퍼는 뱀의 꼬리를 하고 나무 위에 올라 앉아 아담과 이브에게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따 먹으라고 종용한다.
보스는 루시퍼를 여성으로 묘사했다.
보스보다 나이가 많은 휴고 반 데르 고스는 <인간의 몰락 Fall of Man>에서 사탄을 금발에 뱀의 꼬리를 한 소녀로 묘사했다.
날개 <지옥>에는 기중기로 상판을 들어올리고 흰 모자를 쓴 사람이 벽돌을 쌓아 탑을 완성시키는 장면이 보인다.
중세의 지옥도에서는 악마들이 포획물을 획득하는 데 정신이 팔려 탑을 건축할 여유가 없지만 보스 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악마들에게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성 그레고리는 지상에서 자선이나 적선행위를 할 때마다 황금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게 되며 이는 선한 자의 영혼을 받아들이기 위한 천국의 집이라고 했다.
보스는 그레고리가 말한 집과 반대되는 탐욕으로 지어지는 지옥의 집을 묘사하려고 한 것 같다.
1605년 호세 데 시구엔자Jose de Siguenza(1544년경~1606)는 <건초 수레>에 관해 기술하는 가운데 탑은 지옥에 떨어진 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며 돌은 “저주받은 비참한 자의 영혼”이라고 했다.
탑 아래에서는 지옥에 떨어진 자들에 대한 고문이 벌어진다.
소 등에 올라 앉은 자를 마귀들이 괴롭히고 있다.
벌거벗은 몸으로 창에 찔린 자는 보스가 『툰데일의 지옥 환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툰데일은 지옥을 여행하는 중 이웃의 소를 훔친 벌로 소를 끌고 좁은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는 다리 위에서 교회를 약탈하고 성물 절도죄를 지은 자들을 만났는데, 보스 그림에서 이 인물이 성찬배를 쥐고 있어 툰데일 이야기와 일치함을 본다.
하단 오른쪽에는 사냥개에 공격을 받는 저주받은 영혼이 있다.
앞서 본 대로 14세기 『알렉산더의 로맨스 Romance of Alexander』에는 토끼가 인간을 사냥하여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이야기가 삽화와 함께 있다.
이런 우화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스 작품에는 우화도 많이 응용되었으며 우화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퍽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두꺼비에게 성기를 물린 채 누워 있는 누드 남자는 호색가였던 것 같다.
화면 하단에는 탐욕의 죄를 범한 자가 물고기 모양의 괴물에게 상응하는 벌을 받고 있다.
바로 위 왼편에는 사냥꾼차림의 악마가 뿔나팔을 불고 있으며 사냥감의 인간은 토끼처럼 내장이 제거된 채 막대기에 거꾸로 매달린 포획물이 되었다.
사냥개들은 사냥꾼보다 앞서 달려가 다리 아래의 남자를 공격한다.
이 장면이 무엇에 대한 벌인지 알 수 없지만 중세 문학에는 지옥개가 등장한다.
14세기 영국 필사본에는 사탄이 영혼의 사냥꾼으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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