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묵시록
보스는 묵시록적 장면들을 주로 그렸다.
1508년경 혹은 이후에 그린 것들로 보이는 <홍수 Flood>와 <화재의 참화 Devastation by Fire>는 양식이 상이하여 학자들 사이에 문제작으로 거론된다.
둘 다 종말론적인 지옥의 장면이다.
두 점 모두 세로로 기다란 직사각형의 그림들로 앞과 뒤 양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 세쪽 제단화의 부분으로 추정된다.
중앙 패널은 현존하지 않는다.
보이만스 반 부닝겐 뮤지엄Boijmans Van Beuningen Museum이 1981년 이것들을 보수했는데, 두 점 모두 한쪽 끝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채 있어 이 부분이 중앙 패널에 접속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들이 보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가장 성숙한 회화로 본다.
<홍수>에서 보스는 배가 아라라트 산Mount Ararat 정상에 정박되어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노아의 방주에는 네 쌍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이들은 창세기 7장 13절이 말하는 600살의 노아와 아내, 그리고 세 아들 셈, 함, 야벳과 그들의 아내들이다.
하나님은 인간으로는 이들 여덟 명만 홍수의 재앙 속에서 살아 남게 했다.
동물은 암수 한쌍씩 방주에 실어 씨가 마르지 않도록 했다.
노아의 이야기는 크리스천에게 익히 알려진 이야기로 12세기 베네치아 성 마가 교회에는 모자이크로 장식되었다.
성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렇게 야훼께서는 사람을 비롯하여 모든 짐승들, 길짐승과 새에 이르기까지 땅 위에서 살던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셨다.
이렇게 땅에 있던 것이 다 쓸려 갔지만, 노아와 함게 배에 있던 사람과 짐승만은 살아 남았다.
물은 백오십 일 동안이나 땅 위에 괴어 있었다.(창세기 7:23~4)
홍수의 재앙으로 노아의 가족만 살아 남고 인류가 전멸했다는 이야기는 곧 인류 가운데 흠이 없던 혹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의로운 인간은 노아뿐이라는 것이다.
홍수의 재앙은 시작일 뿐 또다른 재앙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그 날이 언제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예수가 말했다.
노아 때의 일을 생각해 보아라.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도 바로 그럴 것이다.
홍수 이전의 사람들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도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다가 홍수를 만나 모두 휩쓸려 갔다.
그들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홍수를 만났는데,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도 그러할 것이다.(마태복음 24:37~39)
다음의 재앙은 <화재의 참화>다.
베드로가 말했다.
그들은 아득한 옛날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늘과 땅이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땅이 물에서 나왔고 또 물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물에 잠겨서 옛날의 세계는 멸망해 버렸습니다.
사실 하늘과 땅은 지금도 하나님의 같은 말씀에 의해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은 하나님을 배반하는 자들이 멸망당할 심판의 날까지만 보존되었다가 불에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베드로후서 3:5~7)
처음에는 물의 재앙이 있었지만 이제는 불의 재앙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예언은 요한묵시록에 자세히 적혀 있다.
보스는 성서를 근거로 미래에 일어날 재앙을 <화재의 참화 Devastation by Fire>로 묘사한 것이 네쪽 패널화의 세 번째 그림이다.
그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오렌지색과 황색 그리고 차거운 느낌을 주는 회색-파란색을 주로 사용했다.
중앙 왼편에 사람들이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며 성서의 구절을 상기시킨다.
그러자 세상의 왕들과 고관들과 장성들과 부자들과 세력자들과 모든 노예와 자유인들이 동굴과 산의 바위 틈에 숨어서 산과 바다를 향하여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서 옥좌에 앉으신 분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숨겨다오.
그리고 어린 양의 진노를 면하게 해다오. 그들의 큰 진노의 날이 닥쳐왔다. 누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고 부르짖었습니다.(요한묵시록 6:15~17)
보스는 <화재의 참화> 패널 뒷면 상단에 마귀들이 거주하는 화재가 난 건물을 빠져나오는 흰옷의 놀라움을 표하는 여인을 묘사하고 무릎을 꿇은 사람이 이를 바라보도록 했다.
하단에는 땅에 넘어진 남자의 모습이 보이며 그는 갈고리 모양의 기다란 발톱을 한 마귀가 말을 갈취하자 낙마한 것으로 보인다.
<홍수> 패널 뒷면 상단에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남자가 마귀들에 의해 뭇매를 맞고 있으며 하단에는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 받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배경에는 천사가 헐벗은 남자에게 겉옷을 주고 있어 성서의 구절을 상기하게 한다.
그들은 흰 두루마기 한 벌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처럼 죽임을 당하기로 되어 있는 동료 종들과 형제들이 다 죽어서 그 수가 찰 때까지 잠시 쉬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요한묵시록 6:11)
흰 두루마기는 구원을 상징한다.
이 두 패널은 한쌍을 이루며 구약과 신약을 연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