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미학 연구
엘리엇 도이치 지음, 민주식 엮음 / 미술문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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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도이치는 『비교미학 연구』(미술문화)에서


우리는 여기서 잠시 동·서양인의 관점에서 미학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도를 18세기의 사람들에게서 기대할 수는 없었겠지만 미학의 위기를 이런 관점에서 다시 고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엘리엇 도이치Eliot Deutsch는 『비교미학 연구 Studies in Comparative Aesthetics』(1975)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10)
미학이론은 종종 허세를 부려왔다.
미학이론은 항상 뚜렷하게 표방하지는 않았더라도 암시적으로 그 자체의 역사적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미술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모든 미술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거창한 이론들 즉 의사전달, 표현, 모방, 계시 등과 같은 이론들은 문화 다원적 관점에서 볼 때나 심지어 역사적인 문화 내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어떤 특정한 종류의 예술과 한정된 미적 경험에만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도이치는 미적 경험의 주관성과 객관성의 문제, 미의 본성과 미적 경험의 관련성, 비교비평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세 가지를 논했는데 마지막 논제는 구체적인 예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뢰겔Pieter Bruegel(혹은 Brueghel)(1525경-69)의 작품과 13세기 중국 화가 마원馬遠의 작품을 비교·분석하여 전통적인 중국 비평가의 미에 대한 개념과 서양인의 개념이 왜 다른지를 기술했다.
그는 브뢰겔의 작품에 대한 오토 베네쉬Otto Benesch의 찬사를 예로 들었다.11)
대자연의 혼을 이렇듯 놀랍게 파악함에 있어 브뤼겔을 능가하는 예술가는 없다. … 피터 브뢰겔은 회화작품과 소묘작품에서 위대한 우주의 법칙에 이바지하는 형식과 형태를 가진 무한자로서의 우주의 관념을 명확하게 정복했다.
브뢰겔의 작품에 나타난 형상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정된 물체와 대기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 사람은 레오 포퍼Leo Popper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기는 물체를 세계에 대해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며 … 그러면서 다시 물체를 아주 깊숙이 세계와 하나로 결합시킨다.
하지만 이 물체들이 대기를 제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바로 그 힘으로 물체들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먹고 먹히면서 서로를 소화시키고는 다시 먹고 함으로써 마침내 이 물체들은 모두 서로 간에 친화력을 가진 하나의 재료처럼 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꽃은 물의 어떤 면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가 서로의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브뢰겔 회화의 원재료Urstoff는 이렇게 탄생했다.
매우 동질적이고 온전히 사물들로 만들어져 있으면서도 결국에는 화가 자신을 만들어낸 재료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12)
도이치는 10세기 중국 산수화가 형호荊浩가 화가들을 네 부류도 구분하기 위해 전통을 따라 미적 가치를 신神, 묘妙, 기技, 교巧로 나눈 등급을 적용하면서13) 중국학자 형호가 브뢰겔에 대한 베네쉬의 평가를 인정한다면 그는 브뢰겔을 첫 번째 혹은 최고의 범주에 두지 않고 두 번째 범주에 두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이는 동·서양인의 미적 기준이 상이함을 의미하며, 또한 미학이 상이한 전통과 문화에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도이치는 상이한 전통과 문화에서의 상이한 미적 기준을 비교비평이란 말로 표현하면서 상이한 문화에서 나온 미술품과 그 문화 자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어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가 『도상학 연구 Studies in Iconology: Humanistic Themes in the Art of the Renaissance』(1939)에서 제시한 세 가지의 “의미층”, 즉 1차적 혹은 자연적 주제, 2차적 혹은 인습적인 주제, 본질적 의미 혹은 내용14)은 모든 종류의 예술적 의미들을 완전히 규명하지는 못한다면서 자신이 정립한 네 가지의 “의미층” 혹은 “미적 관여의 차원”이 보다 효과적임을 주장했다.15)
자신이 제시하는 네 가지의 “의미층”을 알면 다른 문화에서 나온 미술품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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