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표현주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에서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은 마송과는 다른 오토마티즘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들 중 몇몇은 꿈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이는 기계적인 오토마티즘에 반대되는 심리적 오토마티즘의 한 종류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달리는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 이론을 받아들여 보다 긍정적인 방법으로 변형시켰으며 이를 ‘편집증적 비평 방법’이라고 명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예술가는 편집증 증상의 일종인 망상을 개발해야 하며 동시에 이성과 의지의 조절이 의도적으로 중지되었음을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미술이나 시의 창작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되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종 라파엘 전파와 연결되는 섬세한 회화 기법을 사용하여 환각적 현실감을 창출했는데, 이것은 때때로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불렸으며, 그가 묘사한 비현실적인 꿈의 공간, 이미지의 기이하고 환각적인 측면과 대조를 이루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때대로 엄격한 오토마티즘 방법보다는 우연을 이용하여 최초의 이미지를 얻는 방법으로 데칼코마니, 푸마주, 프로타주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오토마티즘 회화에 사용된 데칼코마니decalcomanie는 1936년경 오스카르 도밍게스Oscar Dominguez(1906~58)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뒤에 막스 에른스트에 의해 유화에 적용되었다. 테네리페 태생의 스페인 화가이며 조각가 도밍게스는 1934년에 파리에 정착했고, 브르통과 엘뤼아르를 만났으며,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하여 1945년까지 몸담았다. 처음에는 달리의 화풍을 본떠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으나 1935년경부터 오토마티즘 기법을 채택했다. 그는 흰색의 얇은 종이 위에 넓은 붓으로 물감을 바른 다음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른 종이로 덮고 가볍게 문질러 물감이 아무렇게나 우연적으로 흐르도록 했다. 그 결과로 얻어진 작품에 호나상의 동굴, 밀림, 또는 바다 속의 생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브르통이 격찬한 이 기법의 핵심은 미리 주제나 형태를 구상하지 않고 그림을 만드는 데 있다. 도밍게스는 자신이 고안한 데칼코마니 오토마티즘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초현실주의 잡지 <미노토르 Minotaure>에 소개했다.
푸마주fumage는 1930년대 말 오스트리아계 멕시코 화가 볼프강 팔렌Wolfgang Paalen(1907~59)이 도입한 오토마티즘 기법으로 파렌은 종이 밑에 촛불을 대고 움직여 그을린 자국으로 기이하고 꿈과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 이는 무의식에 의한 자유로운 형상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초현실주의의 우연에 관한 이론의 좋은 예이다. 유화에 적용된 이 방법은 매우 유연한 리듬의 오토마티즘적인 붓질을 가능하게 했다. 팔렌은 1932~35년에 추상-창조 그룹의 회원으로 활동했고, 1936~40년에는 초현실주의 그룹에 가담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푸마주 기법을 ‘암울한 왕자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그림 속에 유성과 같은 줄무늬를 그려넣었으며 훗날 이를 숨겨진 신의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이 개발한 오토마티즘 기법 중 하나인 프로타주frottage는 원칙적으로 놋쇠 기념패를 탁본하는 과정과 유사한 방법이며 이를 막스 에른스트가 고안했다. 에른스트는 1925년 8월 10일 숙소의 마룻바닥을 보다가 마루의 광택에 비치는 나무결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생겨나는 불규칙한 패턴을 좇다가 이것을 종이 위에 옮겼다. 그는 이를 <자연사 Histoire naturelle>(1926)에서 밝혔다. 이후 나뭇잎의 잎맥, 마포의 결, 현대 회화의 붓자국 등으로 동일한 작업을 했으며 이런 우연적인 패턴을 회화 디자인의 기초로 이용했다. 이 방법은 나중에 유화에도 사용되었고 초현실주의자들은 이 방법을 잠재의식의 접근하기 위한 기법으로 채택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오토마티즘에 대한 관심은 추상 표현주의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추상 표현주의 예술가 몇몇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욱 진전시켰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일단 이미지가 오토마티즘적이거나 우연한 방법으로 형성되고 나면 그것을 완전히 의식적인 목적으로 신중하게 이용했지만, 폴록과 같은 액션 페인팅 화가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전체 창조 과정에 오토마티즘이 속속들이 배어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