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잭슨! 잭슨!”
김광우의 <폴록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잠에서 깨자 폴록은 두 여자에게 차에 타라고 말하면서 집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에디스는 여전히 승차를 거부했다.
“그녀는 죽을까봐 겁이 나 불안해서 울고 있었던 거예요”라고 루스가 나중에 말했다.
에디스는 그 차를 타면 저승으로 갈 것임을 예감했던 것 같은데 왜 앙탈을 부려서라도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 못했을까.
“그녀를 이 차에 타게 해!”라고 폴록은 루스에게 명령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데도 안 간다”고 소리쳤다.
그녀는 에디스를 달래 차에 타라고 종용했다.
에디스는 “하지만 루스, 잭슨은 취해 있어. 난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탈 수가 없어”라고 말했으며, 루스는 “아냐, 취한 게 아냐. 그는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집에 갈 수 있어. 약속하마. 이리로 와! 자, 타라니까!”라고 그녀의 등을 밀었다.
에디스가 뒷좌석에 타자마자 화가 난 폴록은 올드스 모빌의 액셀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마지막 주행을 시작했다.
에디스는 반동으로 뒤로 넘어졌고 차는 로케트처럼 달렸다.
에디스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몇 분 만에 차는 집으로 향하는 파이어플레이스 로드에 미끄러지듯이 이르렀다.
에디스는 “차 세워요. 난 내리겠어요!”라고 비명을 질렀는데 그 차는 이제 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저승을 향해 달리고 있었으므로 누구도 세울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비명은 폴록이 더욱 세게 액셀레이터를 밟게 했다.
루스는 뒤를 보면서 “에디스, 흥분하지 마. 괜찮다니까”라고 그녀를 달랬지만 차가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감에 젖어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루스에게는 차가 하늘을 날 듯이만 느껴졌다.
에디스는 울면서 “난 내리겠어! 난 내리겠어! 차 세워줘요!”라고 소리치며 일어서려고 시도했지만 바람의 저항에 못 이겨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왼쪽으로 약간 돌아가는 커브 길이 앞에 보였다.
폴록은 여기서는 으례 속력을 줄였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도로 커브에는 요철을 만들어 차의 속력을 줄이도록 경고하고 있었는데 속도를 줄이지 않을 경우에는 타이어가 튀어 오르게 되어 있었다.
폴록의 차는 무거운 체중으로 그것들을 치고 도로 중앙에 있는 크라운을 넘어가 앞바퀴가 그것에 닿았으며, 길 건너편으로 쏠리다가 다시 크라운을 쳤다.
차는 계속해서 춤을 추듯이 도로의 가장자리를 이리 치고 저리 치면서 시속 육칠십 마일로 질주했다.
에디스는 뒷좌석에서 머리를 아래로 처박고 운명을 기다리고만 있었고 루스는 앞좌석에 앉아 ‘이것이구나! 이제 일이 벌어졌구나! 나는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체념하고 있었다.
옆을 보니 폴록은 얼어붙은 듯이 앉아 있었다.
차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6미터를 더 나가다가 뒤집어졌다.
차가 뒤집어지면서 에디스는 차에 깔렸다.
폴록과 루스는 앞좌석에서 튕겨져나와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떨어졌다.
루스만이 안전하게 떨어져서 살아남았다.
다음날 아침 아홉 시 파리에 있는 폴 젠킨스의 아파트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때 리는 방 건너편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그린버그의 전화를 받은 젠킨스가 리에게로 가서 소식을 전하려는데 리는 벌써 알고 있었다.
그 소식은 다른 사람을 통해 벌써 대서양을 건너 리에게 전해졌던 것이다.
“잭슨이 죽었어”라고 리가 먼저 젠킨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리는 비명을 질렀는데 그것은 원시적이고 가슴을 찌르는 비명으로서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의 비명소리와도 같았다.
젠킨스는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리는 자신의 몸을 벽으로 내던졌고 젠킨스는 “그녀가 자신을 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으며, 순간적으로 리가 발코니에서 떨어져 폴록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냐, 잭슨!”, “잭슨! 잭슨! 잭슨!”이라고 소리치면서 그가 죽음으로부터 살아오기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리는 폭포와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계속 “잭슨, 잭슨, 잭슨”이라고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