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폴록, “리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잭슨 폴록이 혼자가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바닷가를 어슬렁거렸고, 차를 타고 아무 곳이고 낯익은 집 앞에 가서도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잭슨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최악의 시간들이었다. 난 그가 그처럼 우울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카론이 말했다. 폴록은 밤에 아무에게라도 전화를 걸어서는 몇 시간씩 말하려고 했다.
루스가 떠난 후 폴록은 그의 화실 주변을 배회하는 길 잃은 개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그 개를 화실에 들여놓았는데 그 개도 사라져버렸다. 오후에 폴록이 몽탁 바닷가를 산책할 때 그는 그 개가 차에 치여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개를 차에 싣고 동물병원으로 가서 카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잭슨은 아주 아름다운 개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그 개가 살아난다면 기르지 않겠느냐고 물었으며, 난 그에게 그러마고 대답했다”고 카론이 말했다. 이틀 후 폴록이 카론의 집을 방문했는데 그가 걷는 모습은 죽은 사람과도 같았다. 그는 카론에게 “개가 죽었어. 난 집에 가야겠다”고 말했는데 잭슨은 알지도 못하는 개의 죽음을 대단히 슬퍼하면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고 카론은 전한다.
폴록은 자신이 정작 잃어버린 것은 리이며 리에게 잘못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늦어 있었다. 루스가 떠나고 카론이 폴록을 위로하려고 방문했을 때 폴록은 자신과 루스의 관계는 “개똥같았다”고 말하면서 “나는 리에게 잘못을 저질렀다. 리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폴록은 유럽으로 가서 그녀와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려고 파리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운명의 시나리오에는 극적인 어긋남이 있게 마련이어서, 그때 리는 남프랑스로 떠나고 없었다. 리는 미디에 있는 김펠 부부의 집에서 일 주일간 머물면서 세잔느의 전람회와 반 고흐가 마지막으로 그린 풍경화를 관람하고 베니스에 있는 페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페기는 리를 초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베니스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달라는 청도 거절했다. 리는 파리로 돌아와 폴 젠킨스의 아파트에서 머물면서 호텔을 예약하려고 했다.
이 시기에 폴록은 그린버그의 별장으로 갔다. 그곳에 있던 낸시 스미스의 말에 의하면 폴록은 대단히 우울해 보였다. 그녀가 “잭슨,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그는 “리가 항상 내 손톱을 깎아주었는데 그녀가 가버렸다”고 말했다. 폴록이 그렇게 우울해 보였던 것은 그의 손톱 때문이었다. 그는 스스로 손톱을 깎을 줄 몰랐고 그에게는 리가 필요했다. 그녀는 폴록에게 “그 손톱이 너를 괴롭힌다면 내가 깎아주마”라고 말하고 그의 손톱을 깎아주었다. 그때 폴록은 울고 있었다.
폴록은 부엌으로 가서 스틸이 전에 그에게 보냈던 편지를 꺼냈다. 그 편지는 그가 너무 감동해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이따금 꺼내어 읽는 것이었다. 지난 해 재니스 화랑에서의 전람회에 폴록은 스틸을 초대하지 않았는데 스틸은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는 폴록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었다. 그후 그는 그의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백번도 더 읽었으리라.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자네는 자네의 전람회를 부끄러워하는가?
아니면 사람들이 자네를 통해 예술가도 한 인간에 불과하다고 경멸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는가?
그것은 대단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나?”
폴록은 카론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와달라고 졸랐다. 카론의 눈에는 그가 아주 황폐해 보였다.
“잭슨은 스틸의 편지를 읽고서는 아주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틸의 편지는 그의 심장을 뚫었고 … 난 그가 그렇게 울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카론이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