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폴록, 사랑의 불장난



순서대로 루스는 잭슨 폴록의 집으로 이사했다.
그녀는 핑크 드레스를 가방에서 꺼내어 정돈했다.
그녀는 부엌에 가서 구리로 된 집기들이 있는 것을 보았고, 많은 화초들을 보았으며, 벽에는 폴록의 대단한 그림들이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이십일 년 동안 중산층 가정에서 살면서 구질구질한 아파트를 자매와 함께 썼는데 이제 새 환경은 새롭기만 했다”고 그녀는 적었다.
그녀는 폴록이 유명한 화가들인 뉴먼과 로드코에게 전화를 걸고 또 그들이 그에게 전화를 거는 것에 흥분할 정도로 만족했다.

폴록은 루스에게 친구들을 소개했고, 그녀는 저녁을 지었으며, 두 사람은 극장에 갔고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이 침실로 갈 때면 폴록은 만취해 인사불성이 되었거나 엉엉 울고 있었다.
폴록은 그녀에게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는 먼 곳으로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잭슨이 울면서 감성을 모두 드러낼 때면 그가 아름답게 보였어요”라고 그녀가 회상했다.

그러나 신혼은 짧고 여자는 예외없이 달콤한 신혼생활 끝에 매력을 상실하고는 왈가닥이 되는 게 보통이다.
그녀는 리가 되어버렸다.
파티에 가려고 그녀는 몇 시간 동안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폴록으로부터 안 가겠다는 말을 들었으며, 폴록을 나무라며 파티에 가도록 강요하자 파티 도중에 폴록이 그녀를 끌어냈다.
폴록은 리를 대하듯이 그녀를 대했으며, 그녀를 ‘하얀 고양이 새끼’라고 불렀다.

폴록은 그녀가 너무 화려한 의상을 걸친다고 투덜거렸고, 화장이 진하다고 소리를 질렀으며, 그녀가 재즈를 듣고 있으면 “난 그런 음악이 싫다!”고 소리를 쳤다.
두 사람이 바닷가에 가게 되면 폴록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자고 말했고, 그녀는 반항했으며, 폴록은 그녀를 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친구들이 있는 데서도 잘 다투었다.
루스가 리의 화실로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폴록은 “웬 빌어먹을 화가가 되려고 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는 술을 자주 마시면서 일찌감치 잠에 떨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관계가 순풍을 타기는 그른 것 같았다.
폴록은 모든 여자들에게 리를 대하듯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리는 한 사람뿐 모든 여자가 다 폴록의 투정을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폴록을 다루는 데는 폴록에게 어울리는 방법이 따로 있었는데 리만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루스가 스프링스로 이사온 지 일 주일 후 폴록은 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로 장미 한 다발을 보냈다.
리는 세느 강과 루브르 박물관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홀로 있는 것이 싫어서 자주 외출했다.
그녀는 박물관과 레프트 뱅크 화랑에 가서는 그곳에 있는 그림들이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다고 나중에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리는 공원과 정원들을 산책했고, 싸구려 상점을 둘러보았으며, 밤에는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었다.

리는 파리에서 베티 파슨즈와 벤 헬러를 만났는데 헬러는 근래에 그가 구입한 그림 <울림 Echo>의 금액을 그때 리에게 지불했다.
리는 또 헬렌 프랭큰텔러, 미셸 타피에, 김펠 부부, 존 그래엄 등을 만났다.
리는 그들에게 폴록에 관한 말을 별로 하지 않았으나 그들을 만나자 폴록이 더욱 생각났다.

7월 22일 리는 폴록에게 엽서를 보내면서 김펠이 자신을 초대한 것과 페기를 만나러 갈 것임을 적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가 알리고 싶었던 것은 장미꽃을 잘 받았다는 것과 그녀가 폴록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 또 폴록도 자신이 보고 싶은가를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리는 엽서에서 “장미는 짙은 붉은색인데 … 당신이 글을 써서 보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하면서 엽서 끝에 “사랑하는 리로부터”라고 적고 마지막으로 엽서 아래에 “어떻게 지내세요?”하고 물었다.

그 엽서를 읽고 루스는 당연히 무엇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그녀는 “처음부터 악마 같은 게임이었다”고 기술했다.
그녀는 폴록의 곁에 붙어 있는 것은 자신이지만 리의 귀신이 아직도 이 집에 남아 있으며 그 귀신이 여전히 폴록을 쥐고 있음을 알고서 어떤 날은 우울했고 어떤 날은 두렵기조차 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있을 때 폴록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때로는 자신을 부재하듯 취급하는 것에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니콜라스 카론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에 그가 자신을 그냥 차에 남겨두었다면서 “왜 나를 적대시하는 것이냐?”고 따졌더니 폴록은 그녀에게 “넌 정신병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괴롭힌 것은 폴록의 친구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였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녀를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리의 편에 섰다. 폴 브라크는 그 점에 대해 “리에 대한 아내들의 단결”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폴록이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꼴불견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잭슨의 친구들은 분명히 나를 아무 것도 아닌 듯이 취급했다”고 그녀는 투덜거렸다.

스프링스에 집을 세 얻어 여름을 지내고 있던 그린버그와 그의 새 아내 제니가 폴록과 루스를 초대했다.
제니도 재혼한 처지이지만 그녀는 그린버그의 친구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재혼했으므로 루스와는 달랐다.
제니는 노골적으로 루스를 냉대했으며 폴록도 그녀를 마치 가구처럼 취급했다.

그녀를 더욱 괴롭힌 것은 그린버그의 태도였다.
그린버그는 폴록에게 그녀에 관한 계획을 물었는데 루스는 “그린버그는 우리를 죄인처럼 다루었다”고 투덜거렸다.
나중에 그녀가 화가 나서 폴록에게 왜 그린버그와 대화할 때에 리를 변호했느냐고 따지자 폴록은 “그것은 아주 미묘하다”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쯤 되면 감각이 예민한 여러분은 벌써 두 사람이 곧 헤어지겠구나 하고 판단할 것이다.

루스는 그외에도 폴록의 예고할 수 없는 괴팍한 언행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가 사소한 일에도 흥분해서 화를 낼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폴록은 그녀가 하는 모든 것들에 화가 나는지 그녀가 커다란 로스트 구이를 식탁에 차려놓으면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폴록의 그러한 투정은 리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루스는 자존심을 몹시 상했다.
그녀는 리가 유럽에서 돌아오는 날 이 집을 집주인에게 내주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폴록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지루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그가 하루에 맥주를 한 상자나 마시는 것도 참기가 어려웠다.
파티에서 폴록이 루스에게 “시팔년!”이라고 말하자 파티의 분위기가 한동안 어색해졌는데 그녀가 “허풍떨지 마라!”고 대꾸하자 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지고 말았다.
그린버그는 그녀가 근래에 그린 그림들을 보고 “매우 형편없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그녀가 폴록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폴록보다 더욱 술을 마셨는데, 그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자 루스는 찬장에 있는 컵들을 벽에 던지기 시작했다.
찬장에는 컵이 남아 있지 않았다. 폴록이 그녀의 뺨을 한 대 갈기자 그녀는 폴록의 발아래 미끄러졌는데 “그 모습은 부서진 인형 같았다”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이 말했다.
폴록이 그녀를 때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루스는 술집에서 테리 리스에게 폴록이 자신을 아주 과격하게 때렸다고 털어놓았다.
리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 집에 방이 하나 있으니 내게 와서 지내도록 해라. 바보처럼 네가 그렇게 당할 필요가 뭐 있냐?”고 충고했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아예 스프링스를 떠났다.
그때가 8월 2일이었는데 그녀가 폴록과 함께 지낸 기간은 겨우 삼 주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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