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예쁜 새 애인 루스 클리그먼
1956년 모마는 ‘진전하는 작품들 Works in Progress’이라는 명제로 당대 작가들을 위한 개인전을 연속적으로 열기로 했다.
잭슨 폴록이 첫 번째 예술가로 결정됐다.
원래 관장 앤드류 릿치는 드 쿠닝을 첫번째 예술가로 결정했는데 알프레드 바가 반대하면서 “폴록이 먼저 전람회를 가질 만한 예술가”라고 주장하여 결정을 번복했다.
1955년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최된 ‘새로운 십 년 The New Decade’이란 명제의 그룹전에도 폴록의 그림을 세 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 전시회 카탈로그에는 폴록이 “한스 호프만과 함께 한때 작업한 적이 있었다”고 적혀 있었는데 폴록은 이것을 보고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으며, 책임자 존 바우어는 폴록에게 서둘러 사과의 편지를 발송하여 그의 화를 가라앉혔다.
이 시기에 리는 폴록과 인연이 다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누가 언제 먼저 떠나느냐는 것만이 문제가 되었다.
리는 완강해졌고 그럴수록 폴록은 불안정해졌다.
폴록은 어느 날 리를 구타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폴록이 리를 떠나겠다고 말하면 리는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겠다고 위협했다.
리는 자신이 폴록을 떠날 생각을 하면서도 폴록이 자기를 버리겠다고 말하면 참을 수가 없었는데 그거야말로 여자들의 기막힌 이기심이 아니겠는가.
폴록이 “내가 너를 죽이겠다”고 소리치면 리는 “죽여라 죽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잘생긴 매력적인 젊은 여인이 나타났다.
폴록이 어찌 그녀를 마다하겠는가. 게다가 여자가 먼저 집요하게 사랑해오는데 무슨 방패로 그 파도를 막는단 말인가.
폴록이 자신보다 열아홉 살이나 어린 스물다섯 살의 루스 클리그먼을 사랑한 것은 그녀의 피부가 사기로 만든 인형처럼 매끄러웠고 젖가슴이 컸으며 감각적인 입술을 가진 데다가 유혹적인 목소리로 정감 있게 말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분은 왜 루스같이 생긴 여자가 폴록 같은 중늙은이를 좋아할 수 있었느냐를 궁금해 할 것이다.
그녀의 말로는 단순히 자신이 젊은 화가로서 ‘위대한 예술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데, 여러분은 그녀의 말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못할 것 같아서 필자는 이제 그녀의 내력을 소개한다.
루스 클리그먼도 리 크래스너와 마찬가지로 학대가 곧 사랑인 줄 아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열여덟 살 때 아내로 맞이했다가 곧 버렸다. 어머니인 메리 클리그먼은 쌍둥이 딸 루스와 아이리스를 가난 속에서 길렀다.
“어머니가 울었고 내가 울었으며 아이리스가 울었고 우리 모두는 함께 울었다. 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그저 울었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공포를 대신했다”고 적었다.
루스가 도피할 수 있었던 곳은 극장뿐이었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는 그녀가 도피하기에 화려하고 안성마춤인 곳이었다.
이렇듯 루스는 어려서부터 예술과 남자에게 도피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일곱 살 때 베토벤에 관한 드로잉을 보았는데 “베토벤의 눈은 야성적이었으며 앞이마가 나와 있고 에너지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난 예술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천재의 아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능하면 둘 모두를 욕망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루스는 열 살 때 홀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가서 현대조각의 선구자 로댕의 조각들과 베르미어의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학교에서 그녀는 리와 마찬가지로 남학생들에게 두려움을 느꼈으며, 역시 리처럼 가출하여 도시로 나가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루스는 맨해턴 7애비뉴에 있는 옷 도매상에서 모델로 돈을 벌었다.
그녀는 시가를 항상 입에 물고 다니던 사장에게서 “루스는 세련되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루스는 늙은 남자들과 성관계가 많았지만 그녀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는 마음속 멀리에 두고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위대한 프랑스 시인들인 보들레르, 아폴리네르, 그리고 랭보였다.
스무 살 때 그녀는 나이 많은 유부남을 만났다.
그는 그녀에게 돈을 잘 썼고 루스는 그를 “나의 부자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들은 리무진을 타고 경마장에 갔고, 코파카바나와 21클럽에도 갔다.
그녀는 그때 예술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그를 이용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울기도 했고 술도 마셨다. 그가 나를 버릇없게 만들었다”고 루스는 술회했다.
하지만 환상의 세계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스물두 살 때 정신질환을 일으켰고, 부자 아버지와는 헤어져야 했다.
그녀는 뉴스쿨에 입학하여 회화를 수학하기 시작했다.
시다에서 폴록을 만났던 오드리 플랙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미술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또 그녀는 영화에 관한 잡지들을 구독했으며, 미장원에 가서 몇 시간을 소비했고, 거울 앞에서 포즈 취하기를 좋아했다.
나중에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루스는 프랙에게 중요한 화가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프랙은 폴록, 드 쿠닝, 그리고 프란츠 클라인을 거명했는데, 루스는 그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루스는 세 사람의 이름을 모두 적은 후 “누가 가장 훌륭하냐?”고 물었고 프랙은 폴록이라고 대답했다.
프랙의 대답은 폴록의 운명을 바꾸어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만일 그때 그녀가 ‘드 쿠닝’이라고 대답했더라면 드 쿠닝의 운명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보고 필자는 혼자 웃었다.
플랙은 시다에 루스와 함께 가는 것은 거절하면서 그곳의 약도를 그려주었다.
거기서 예술가들이 하는 짓들에 실망이 컸기 때문이었다.
루스는 처음으로 시다에 갔던 날 폴록을 만났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술집에 자주 왔으며 항상 핑크 드레스를 입고 폴록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녀는 재니스 화랑에 가서 폴록의 그림들을 보고는 “에너지가 내게로 쏟아지는 것만 같았으며 그것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쩌면 이스트 햄프턴에 있는 술집에 가서도 폴록의 눈길을 받으려고 시도했었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에름나무 술집의 리스가 지난 여름에 그녀를 몇 번이나 보았던 적이 있다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로저 윌콕스는 바닷가에서 루스가 쌍둥이 자매 아이리스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면서 “똑같이 생긴 쌍둥이, 마치 초현실주의의 사건과도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