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에카르트




조선 미의 특징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Andreas Eckardt(1884~1971)는 마흔을 넘긴 나이인 1929년에 『조선 미술사 Geschichte der Koreanische Kunst』를 출간했다.
이 분야 최초의 책이 독일인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그는 조선의 조각, 회화, 도자기, 범종, 탑 등에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찬사를 보냈으며, “조선의 탑은 단순하며 소박하고 과장이 없다 The Korean pagoda is simple and primitive-sober”는 말로 조선 미를 표현했다.
조선인에게는 “예술에 대한 타고난 민족적 재능과 미적 심미안”이 있다고 칭찬하면서 그는 적었다.

“중국의 과장되고 이따금 왜곡된 모형이라든가, 일본의 너무도 감상적이며 판에 박은 듯한 모형과는 달리 조선은 극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니 차라리 가장 고전적인 예술작품을 당당히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는 책 말미에 미술품에 나타난 평온함과 중용中庸을 들어 그 특징이 그리스 고전주의 미술품에서 발견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찬탄했다.


“조선 미술의 고유한 특성은 이러하다.
품위와 장대함을 함께 갖춘 어떤 진지함, 이념의 숨결들의 현현顯現, 고전적이고 완벽하게 설계된 선線의 작품, 단순하고 겸양스럽고 절제된 형形의 해석, 그리고 이 같은 평온함과 중용은 그리스의 고전주의 미술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에카르트는 1909년에 조선에 입국하여 20년 동안 체류하면서 1920년대 말에는 경성제대에서 동양문화를 강의했다.
그가 1931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 대학에 제출한 것은 ‘한국의 교육제도 Das Schulwesen in Korea’였다.
그의 주저 『조선 미술사』가 출간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는 조선 미술사 연구의 태동기로서 오세창의 『근역서화징』(1928)이 정리되었고, 일본인 관학파인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의 『조선 미술사』(1932)가 출간되었다.
에카르트가 『조선 미술사』를 쓰기 위해 참조한 문헌들은 유럽 미술사학의 전통을 기초로 한 중국학 연구자들의 저서였다.
연구자들 중 하나인 오토 큄멜Otto Kummel(1874~1952)의 경우 중국 미술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고대 문양사에 치중했는데, 당시 풍미했던 유럽 사조를 따른 것이다.
큄멜이 학술잡지 『동아시아지 Ostasiatische Zeitschrift』의 주간으로 있을 당시인 1912~33년에 에카르트가 그 잡지에 두 번이나 기고한 것으로 보아 그가 큄멜의 영향으로 그와 학문적 연구에 공통적인 방법론을 공유한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 미술사』를 집필하면서 에카르트는 회화, 조각, 공예 등의 장르를 분절적으로 이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특성을 살피면서 예술의 바탕을 이루는 삶의 구조부터 분석하여 “조선 민족에 있어서는 통일적인 삶의 이해가 자기의 위치를 확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규정한 후 “궁전이나 커다란 공공건물, 의식 장소, 분묘 따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작은 대상과 집안의 치장에 이르기까지” 이들 예술의 전체를 연결하는 통일적인 고리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모든 예술 분야를 포괄하는 하나의 통일된 양식을 조선인도 동아시아인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조선 미술의 특징으로 꼽은 것은 자연감, 고전성, 소박성, 단순성 등이다.
그는 특히 도자기에서 이런 특징을 발견했는데 “조선 도자기의 가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처럼 채색과 형태에서 과장하여 꾸미지 않고, 오히려 이런 제한 속에서 유약을 경이롭게도 부드럽게 발색시키며 형태를 놀랍도록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상대적인 특징을 강조하면서 결국 도자기에서도 ‘평상시의 단순성 die gewohnte Einfachheit’과 조용함, 균제, 조화에 대한 자연감 등이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가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은 것은 단순성이었다. 이런 단순성을 그는 건축물의 구조적 요소, 탑과 조각 등에서도 발견했다.


그의 오류는 조선 말기의 화가 장승업을 초기의 화가로 다룬 것, 조선 화가를 소개하면서 정삼품正三品을 화가의 이름 혹은 호로 본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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