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부터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손장섭 개인전과 더불어서 신간 '자연과 삶 손장섭'이 그날 소개됩니다. 다음은 손장섭 화가의 부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손장섭은 작년에 이중섭 상을 수상하신 분으로 그림을 그린 지 43년이나 되는 분입니다. 11월 5일 오후 5시 금호미술관에 오시면 작품과 그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참석해야겠지요. 제목은 '자연의 기운에 흥을 돋구는 화가, 손장섭' 자연은 숨을 쉰다. 고래로 현인들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살아왔다. 자연의 숨결에 자신의 호흡을 맞추면 평온해지는데 절로 생기는 자연과의 이런 일체감은 인위적 자만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자연은 보호되어야 하고 우리 모두의 영원한 고향인 것이다. 우리는 산과 들, 바다로 가야 한다. 가다가 이름 모를 들꽃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하늘을 우러러 아주 먼 곳을 응시해야 한다. 바다로 가서 지면 아래 펼쳐진 창공을 바라보면서 수면 위에 넘실대는 태양을 가슴에 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숨결을 느껴야 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손장섭의 신작 풍경화 한 점 한 점에서는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가 자연의 기운에 흥을 돋구었기 때문이다. 산의 자태에 위엄이 있고 들은 자연의 피부처럼 느껴지며 이름 모를 들꽃이 그의 장단에 맞춰 자연의 비밀을 속삭이는 것 같다. 신비로운 시각에 일어나 그는 수면 위에 넘실대는 태양을 가슴에 품었다. 자연에 더 가까이 귀를 기울이려고 험준한 길을 오르다가 떨어져 자연에 두려움이 생겼는데 이 또한 자연에 대한 마땅한 인간의 태도이다. 결국 그는 정상에 다달아 자연의 호흡을 우뚝우뚝 솟은 비봉과 오봉의 붓자락으로 장단을 맞추었다. 거친 호흡은 수채물감을 물에 타지 않은 채 칼로 각지고 거친 채색이 되게 표현했다. 들에서의 들릴 듯 말 듯 여린 소리는 짧은 여운같은 색으로, 바람에 실려오는 떨림은 붓을 길게 끌어 채색했다. 그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에는 신명이 나서 거친 붓자국으로 신기를 표현했는데 하늘을 진한 파란색으로 쓱쓱 문지르다 만 것과 적송에 느닷없이 흰색을 칠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손장섭이 자주 오르는 산은 북한산이다. 산이 우리 가까이서 병풍을 친 나라는 드물다. 아니 산을 이렇게 가까이 하는 민족도 드물다. 외국을 두루 다녀본 사람이라면 북한산이 얼마나 고마운 산인지 알 것이다. 자연을 바로 이웃에 두고 사는 나라가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다. 전철종점에서 버스종점에서 곧바로 산으로 갈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산에 오르는 멋을 아는 화가가 손장섭이다. 신작들 가운데 북한산을 주제로 한 것이 가장 많다. 빼어난 비봉과 오봉의 모습을 우리 눈 가까이 옮겨 놓았다. 북한산의 기운이 비봉으로 오봉으로 고저장단을 이루는 것을 화면의 오선지에 멜로디로 흥을 돋군 것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병등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땅히 자연의 병풍이 되어 경관으로 굽이굽이 펼쳐져야 할 금병산이 파괴에 의해 일그러진 것을 보고 그는 병풍의 병산이 아니라 병이 든 병산이라고 한탄하며 화면으로 남겨 자연에 대한 인간의 모진 행위에 반성을 촉구한다. 이밖에도 자연을 파괴한 장면을 기록처럼 남긴 작품이 있는데 육십을 넘은 나이지만 아직 불의와 부조리에 반발하는 젊은 혈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