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고 이해되지 않으며 어떤 때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미술품이란 말이 생기기 아주 오래 전에는 장인들이 인공물을 만들었지요.
인공물artifact이라는 말에 아트art란 단어가 포함되었듯이 장인들이 만든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미술품들이었습니다.

르네상스에 와서야 미술이란 개념이 생겼어요.
장인의 인공물과 전문 화가 조각가 건축가의 새로운 창작물을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요즘에는 장인의 인공물과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구분이 다시 불분명해졌지만 말입니다.
이는 소위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색으로 다른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미술 혹은 미술품이란 개념이 생기자 곧 이즘ism이란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난 이즘을 유행이란 말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유행을 일으킨 사람과 유행을 따랐던 동시대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행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이 일반이었습니다.
한 유행이 지나고나면 다른 유행이 생겨나고 이런 반복이 계속되니까 학자들은 유행을 구분하기 위해 이즘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장인들은 전적으로 기술에 의존해서 인공물을 만들었으니까 누가 더 기술을 발휘해서 만들었는지 한눈으로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술품은 기술만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표현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명료하고 그 표현이 단순하며 명백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들이 복잡한 생각을 불충분하게 표현한다든가, 아직은 성숙해지지 않은 생각을 성급하게 표현한다든가, 게중에는 별것도 아닌 생각을 마치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양 과장하는 방법으로 표현할 때는 작품이 복잡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옷이나 구두처럼 유행의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미술품에도 유행의 기간이 짧아지면서 이즘이 양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세기를 '이즘의 세기'라고도 하는데 아주 많은 유행이 생겨났지요.
이즘은 곧 양식style을 말합니다.
이즘 혹은 양식으로서가 아니면 역사를 정리할 수 없어 이즘이란 말이 사전에 정의로 적혀질 정도가 된 것입니다.

작가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진 것도 유행 혹은 이즘이 양산된 원인이 됩니다.
교육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작품이 난해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속임수를 쓰는 작가들 때문에 예술이 혼탁해졌습니다.
속임수인지를 아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왜 작품을 제작한 것입니까?" 하고 물으면 알 수 있습니다.
장황한 말로 얼버무린다든가, 납득할 수 없는 말로 우긴다든가, 시각예술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속임수를 쓰는 사람입니다.

물론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된 것이 작가의 속임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작가나 우리나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의할 수 없는 불확정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혼돈과 변화무쌍한 사고 그리고 지성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는 시대에 살다보니 이런 시대정신이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 불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평론가(그분의 이름은 다른 기회에 언급하겠습니다)도 요즘 작품들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럴 경우 나 자신에 대한 무지보다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불가지하게 표현했기 때문인 탓으로 돌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무지해서 그랬다는 반성도 할 때가 있습니다.

Jee에게


앞으로 어떤 이즘이 나오겠느냐고 물었는데 나도 궁금합니다.
이즘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유행에 대한 또 다른 적절한 말이 없어 다시금 유행할 시대정신이 무엇이며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지는 학자들의 숙제가 될 것입니다.
우선은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전 유행에 대한 또 다른 유행을 한정해서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지하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르네상스로부터 1960년대 팝아트 이전까지 약 600년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보고 그 패러다임이 더이상 우리에게 규범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종료된 것을 선언하는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유행은 아직 말하기 이릅니다.
좀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선각자에 의해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되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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