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의 글
상징주의 화가 폴 고갱은 말년에 많은 산문을 썼다.
더러는 반항적인 태도로 썼지만 그의 지성의 깊이와 인생관을 파악하기에 적절한 산문도 있다.
산문 하나를 소개한다.
인생이란, 사람이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것에 따라서,
아니, 최소한 그 사람이 가진 의지만큼만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 생각된다.
미덕, 선, 악 따위는 말뿐이다.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깊이 캐묻고 부서뜨려서 어떤 건물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것들을 실행할 방법을 모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창조주의 손에 일신을 맡기는 것,
그것은 소멸되는 것이며 죽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그에 대치한 마니교도 포르투나투스(530~600, 이탈리아 시인으로 주교였다)는
둘 다 옳고 또한 둘 다 그르다.
거기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의 힘과 악의 힘.
그것들 손에 일신을 맡긴다는 건,
중대하기는 하지만,
역시 무가치한 일이다.
회피일 뿐이다.
누구도 선하지 않으며 누구도 악하지 않다.
존재 방식은 다르더라도 모두가 같다.
지도자의 모사꾼들이 그 반대의 말을 했는지 어떤지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의 생애는 하잘것없이 짧더라도 위대한 일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참여하는 공동의 일에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과 문학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사상은 작품을 위해서만 눈을 갖고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신경을 쓰면 작품은 짜부러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