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 유행한 유형과 상통한 보스의 양식
게르트겐과 동시대의 인물인 보스는 플랑드르파와 네덜란드파 양파 모두에 속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화가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으므로 고립되어 있었고
따라서 독자성은 주제에서뿐만 아니라 양식에서도 두드러진다.
그가 1470년경부터 1485년까지 제작한 초기 작품들은 네덜란드 회화의 큰 틀에서 보면 사본장식화에 가깝다.
초기 작품들의 특징은 단순한 구성에 전통의 유형을 따른 것으로 <동방박사의 경배>, <이 사람을 보라>, <십자가를 운반하는 그리스도>, <기증자가 있는 십자가 처형>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십자가 처형 장면을 몇 점 그렸지만 성자를 모델로 그렸으며 성녀를 모델로 그린 적은 단 한 번 뿐이다.
<십자가에 처형당한 순교자 Crucified Martyr>가 그것인데 의뢰를 받아 그린 것이다.
보스는 여자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으므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 여자들은 지옥과 유혹의 장면에 등장하는 창녀, 뚜쟁이, 더러운 여자, 심술궂은 노파, 요부 등이다.
그가 그린 십자가에 처형당한 성녀가 역사적으로 누구를 가리킨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초기 양식의 예로 브뤼셀 소재 <기증자가 있는 십자가 처형 Crucifixion with Donor>과 마드리드 프라도 뮤지엄과 미국 필라델피아 뮤지엄에 각각 소장되어 있는 두 유형의 <동방박사의 경배>가 있다.
그는 갖가지 주제를 다뤄 네덜란드 회화에 공헌했지만 작품의 반 이상이 기독교를 주제로 삼았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의 종교화는 대부분 관례를 따른 것들로 수세대에 걸쳐 북유럽에 유행한 유형과 상통한다.
1477년경 혹은 그 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브뤼셀 소재 <기증자가 있는 십자가 처형>을 예로 들면
디리크 보우츠와 추종자들 제라르 다비트Gerard David와 퀸텐 메치즈Quinten Metsys(마사이스Massys라고도 한다)를 포함한 그 밖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반 에이크의 작품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도 보스의 특징은 발견되는데,
전통적으로 원경에 묘사되던 이스라엘의 이국적 풍경을 회색과 연보라의 대기에 싸인 네덜란드의 도시 특히 스헤르토겐보스로 보이는 장면으로 변형시킨 점이 그러하다.
기증자는 베드로 앞 십자가 아래에서 동정녀와 요한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