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과학과 미켈란젤로의 영혼 2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음은 Booksetong 1월호에 실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과학과 미켈란젤로의 영혼>에 관한 서양미술사학자 노성두 씨의 서평입니다.
노성두 씨는 제목을 '황금빛 광채를 닦아낸 르네상스의 맨얼굴'이라고 붙였습니다.
내 책에 호평해주신 노성두 씨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예술가의 경쟁, 또는 라이벌 예술가들의 생산적인 긴장 관계에 관한 기록은 미술의 역사에 차고 넘칠 정도로 풍부하다.
오만 가지 흥미진진한 일화의 가지가 시대와 역사를 넘어 조형예술의 모든 장르마다 뻗어 있어서, 무성한 숲 그늘이 가히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정이 그런데도 이런 노다지 주제가 좀처럼 다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그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과학과 미켈란젤로의 영혼>은 바로 수천 년 동안 미술의 역사가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다.
지금까지, 유명 작가의 모노그래피나 '명화 감상 100장면' 같은 식의 뻔한 책들이 코흘리개 미술 왕초보들을 겨냥한 수박 겉핥기 기획이라면,
이 책은 그야말로 잘 드는 칼로 수박을 턱 쪼개서 시원한 과육을 한 입 버석 씹어먹는 본격 미술사를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에 쪼잔한 기획들이 싹 자취를 감추고, 좀 성숙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글쓴이는 하인리히 뵐플린이 일찍이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이라고 이름붙인 이탈리아 미술의 최고봉 가운데 맏형뻘 되는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를 한 코에 엮어서 비교한다.
칸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괴테와 단테 또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묶어서 한 입에 땡치려는 심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작품, 또는 두 작가를 묶어서 나란히 비교하는 비교 시각의 방법론은 서양미술사에서 하인리히 뵐플린이 처음 소개한 것이다.
가령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피렌체의 산토 스피리토 교회와 바로크의 얼굴마담 격인 로마의 산타 사비나 교회의 건축 조형적 해결을 비교하면 어떤 것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여간 신통하지 않다.
글쓴이는 짖궂은 친구들이 아무리 장난을 걸어도 결코 한 눈을 팔지 않는 모범생처럼 뵐플린의 방법론을 방점 하나 빠드리지 않고 충실하게 따른다.

건축, 조각, 회화의 다방면에 걸쳐 두 거장이 두루 남긴 작품들의 비교는 물론이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집안 내력과 어린 시절, 도제시절에 구박받던 일, 예술적 창의와 자연에 대한 입장, 미술 이론과 사상에 이르기까지 마치 르네상스의 두 천재에 홀딱 반한 양다리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혹시 전생에 풍산개가 아니었을까 의심스럽다.

경쟁하는 예술가의 소재를 지교 시각의 방법론에 섞었을 때 나타나는 화학 작용이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지니는지 불안한 사람은 이 책을 넘길 자격이 없다.
적어도 3도 화상은 각오해야 한다.
내상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어서, 미술사학의 웬만한 초절정 내공이 아니라면 골치 아픈 논의들은 접어두고 그냥 책에 실린 그림만 감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은 그림들이 꽤 근사하다.
지구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관련 이미지 자료는 거의 망라한 것 같다.
글쓴이의 수고도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다 퍼 줄게" 식의 막무가내 철학을 한사코 고집하는 출판사의 후덕한 엉덩이 뒷심도 부럽기만 하다.

르네상스는 서양미술의 황금기로 일컬어진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는 모두 신성한 예술가의 칭호를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황금빛 광채를 닦아낸 맨얼굴 그대로의 르네상스와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은 더없이 성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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