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자책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책하다.
어제는 몇 사람이 방문했다.
학회를 마치고 왔는데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 예술철학 전공 등 자기 분야에 책을 낸 사람들이다.
맥주로 시작해서 위스키를 마셨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일어서고 문학평론하는 사람만 남아 술을 계속 마셨다.
내가 위스키를 다섯 잔 마실 수 있다는 걸 어제 알았다.
문학평론가는 아마 열 다섯 잔을 마셨을 것이다.
마지막 잔을 기울이고 자기도 집에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선생님, 죄송합니다"를 연거퍼 말해 취했구나 했다.
현관을 나서서도 또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걸 보고 많이 취했구나 했다.
아내의 일 년 후배이기도 해서 함께 가서 택시에 태우고 오라고 했다.
늘어진 그릇들을 설겆이 하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모두 열었다.
몸이 끈끈해서 샤워를 하고 누우니 바람이 조금 있어 쾌적한 잠을 자겠구나 싶었다.
자다가 온몸에 땀이 나서 리빙룸으로 나오니 발 아래가 뜨겁다.
온집안이 온기로 가득 찬 것이다.
샤워를 한 후 스위치를 내리지 않았더니 온방이 된 것이다.
우리집은 목욕물로 켜놓고 그냥 두면 나중에 자동으로 온방이 된다.
가끔 목욕하고 끄는 걸 잊었다가 바닥이 미지근할 걸 알고 가서 끌 때가 종종 있다.
온방이 어찌나 잘되는지 겨울에도 잘 때는 꺼야 한다.
그 정도로 방구석구석까지 온기가 꽉 찬다.
거의 사우나 수준이니 잠을 잘 수 없었던 건 당연하다.
기왕 깬김에 책이나 본다고 책상에 두어 시간 앉았지만 집안은 여전히 덥고 바닥의 온기도 쉬 식지 않는다.
스위치를 끄는 걸 깜빡한 것은 자책할 일도 아닌 줄 알면서도 깜빡한 것에 대해 그렇게 자책해본 것은 오늘 새벽 처음이다.
새벽까지 온기에 시달리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두어 시간 후에 깼다.
쾌적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여간 아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