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코 모리Mariko Mori(1967~)
도쿄 태생의 모리는 1986~88년 분카 패션 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1988~89년 런던의 비암쇼 미술학교, 1989~92년 첼시 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면서 패션모델과 디자이너 일을 병행했다.
1998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미술과 공공’ 전시회를 시작으로 2002년 프라다 재단의 후원으로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정토 Pure Land’ 전시회까지 수차례의 개인전과 순회전을 가졌다.
1996년 <마지막 출발 Last Departure>(아트 350) 퍼포먼스를 찍은 시바크롬 사진에는 미래세계 속의 만화주인공 같은 의상을 한 모리가 있다.
배경은 알루미늄, 나무, 회색빛 알루미늄을 사용하여 가상의 미래세계가 설치되어 있다.
모리는 자신이 출현한 작품을 몇 겹의 층으로 구성하여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사진으로 인화한 후 음악을 바탕에 깐 비디오로 제작하며 마지막으로 삼차원의 영상으로 만든다.
모리는 자신을 예술작품으로 만들며 음악과 패션세계에 출현한 스타로 스스로를 찬양한다.
그녀는 스타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고 있다.
퍼포먼스를 마치면 모리는 자신의 의상을 최소한 25년 이상 볼 수 없도록 커다란 플렉시스글래스 캡슐 속에 넣고 봉한다.
모리는 현실에 스스로를 조각품으로 등장하여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에 또 다른 유토피아heterotophia가 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만화 같은 의상을 하고 상점 앞에 서서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함을 몸소 시위한다.
1994년 작품 <나와 함께 놀아요>(현대 324)는 게임 화면에서 나온 여전사의 모습으로 상점 앞에 자신을 조각품처럼 세웠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서 장난이란 느낌을 준다.
모리는 인공 바닷가에 푸른 비늘 의상을 한 인어의 모습으로 나타나 옆으로 길게 누웠다.
<사랑의 엔트로피 Entropy of Love>(아이콘 111)라고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높이 305cm에 가로 120cm의 사진 다섯 장을 2cm 간격으로 유리와 패널에 병렬시킨 것으로 사진에서의 인어 모습으로 출현한 것은 성gender의 문제를 제기한 당대 일본의 대중적 우상이면서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보그cyborg를 패러디한 것이다.
사이보그는 우주 공간처럼 특수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게 신체기관의 일부가 기계로 대치된 인간이나 생물체를 말한다.
극락세계를 연출한 1996~98년의 작품 <정토 Pure Land>(현대 325)와 1997년 작품 <열반 Nirvana>(현대 326)은 가상현실이다.
모리는 가상현실에 가상의 인물로 등장한다.
<정토>에는 중생에게 복과 덕을 내리는 여신 깃쇼텐吉祥天이 연꽃 위에 떠 있고 여신으로 출현한 모리는 피안을 바라보고 있다.
여신의 주변에는 요정들이 구름을 타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 낙원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모리와 컴퓨터그래픽 로봇들이 사해를 배경으로 합성된 사진이다.
이 장면은 이승을 초월한 낙원이란 느낌보다는 낯익은 디지털 기호들이 등장하는 최면 공간이다.
<열반> 또한 해탈을 체험하기 위한 가상현실이다.
<정토>와 <열반>이 가상 최면의 공간인데 반해 1999년 작품 <꿈의 사원 Dream Temple>(나우 305)은 현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최면 공간이다.
이 사원은 소금으로 만든 흰색 선禪 정원을 지나 도달하게 되는 호류지의 유메도노텐을 모델로 만든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사원이다.
관람자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유리로 된 사원의 공간 속에 들어가 우주와 생명의 현상을 보여주는 삼차원 영상을 보고 향내가 풍기는 가운데 음악을 들으며 4분 44초 동안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것은 미래의 사원으로 가상현실을 경험한 현대인에게 적합한 사원이다.
이와 유사한 사원은 앞서 1998년의 작품 <쿠마노 Kumano>(나우 306)에서 나타났다.
다섯 장의 사진을 연결시키고 이미지들을 삽입한 것으로 높이 305cm 가로가 610cm이다.
<열렬한 욕망 Burning Desire>(나우 307) 또한 같은 크기의 합성 사진으로 현실에서의 해탈 체험을 염원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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