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미학적 원리를 따른다.


작품의 성격과 중요성을 감안하거나 저술을 통한 이론과 바우하우스에서의 교육이 미친 영향을 살펴볼 때 칸딘스키는 20세기 전반기의 비재현적 추상 미술의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는 사물의 특징을 재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으며 실제 모습에 상관하지 않은 채 물감이 지닌 본래의 표현적 속성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둔 선구자였다.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색채의 감정적 연상 작용에 민감했으며 그 공감적 효과를 심도 있게 발전시켰다.
자신을 깊이 감동시킨 색채를 회화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논리적 사고가 아닌 갑자기 떠오르는 일종의 직관을 통해 미술과 자연은 각각의 원리와 목적이 다른 분리된 두 세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근거로 미술의 자율성에 관한 믿음, 즉 미술작품은 외적 세계와의 어떤 유사성이 아니라 본래의 미학적 원리에 의해 지속되거나 존재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칸딘스키가 1925년에 그린 <노랑 빨강 파랑>은 불균형한 두 개의 무게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푸른색은 대기로서 푸른 하늘의 가벼움을 표현한 것이며 노랑과 빨강을 주조로 한 바탕 위에 직선, 곡선, 원 등이 여러 형태들로 배치되었다.
이런 형태와 색채의 교감에 대해 그는 7월 중순 최종적으로 정리한 <점 선 면: 회화의 기초적 요소들의 분석 Punkt und Linie zu Flache: Beitrag zur Analyse der malerischen Elemente>에서 상세하게 서술했다.
1914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한 이 책에서 그는 ‘순수한’ 예술가는 ‘내적이며 본질적인’ 느낌만을 표현해야 하며 피상적이고 우연적인 것을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고를 가진 예술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좀더 정제된 감정”을 표현하게 되며, “오직 미술만이 지닐 수 있고 미술만이 적절한 표현수단으로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본질”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이런 독특한 표현방식이 모든 시대의 미술을 통합할 수 있는 공통요소를 구축한다고 보았다.
예술가는 완전히 표현적인 구성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다루는 도구를 잘 알아야 한다는 신념을 근거로 점, 선, 면 등과 같은 회화적 요소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새로운 유형의 회화 공간을 발전시켰는데 그것은 더 이상 회화의 면으로 제한된 전통 원근법 공간에 기초하지 않으며 사방이 무제한적이고 심원한 우주 공간 속의 우주인처럼 관람자를 회화로 끌어들이는 완전한 공간이다.
그는 재현적 표현을 버리고 기하적 원근법을 없애며 색채와 형태의 한층 심오한 감각적 특성을 명확하게 다룸으로써 자신의 회화 공간을 창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