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여자미술학교
동경여자미술학교는 관립으로 1901년에 설립되었다.
해방 전 우리나라 여성이 이 학교에서 졸업했거나 졸업하지는 않았더라도 일정 기간 재학한 수는 132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서양화가로 네 번째 동경에 유학한 나혜석이 이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학교는 알려졌지만 그 밖에 그곳으로 진학한 여류화가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숙종, 백남순(1904~94), 천경자, 박내현, 월북한 정온녀와 리혜경 등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남학생들이 진학한 동경미술학교와 제국미술학교에 비해 수적으로 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백 명 이상의 유학생들이 이 학교에서 저수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선전에서 동양화, 서양화, 자수에서 입선한 여성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이었다.
자수 전공자들은 교육에 힘썼는데 전국 각지의 여학교에서 자수와 미술과목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해방 후에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미술대학의 자수과 창립 등 여성 미술교육에 이바지했다.
정온녀는 해방 후 1949년에 동화화랑에서 7월 16일~22일에 열린 ‘여류화가 5인전’에 출품했는데, 이 전람회에 이현옥, 배정례, 박내현, 천경자 등이 참여했고 서양화가로는 정온녀가 유일했다.
그녀는 8점을 출품하여 가장 많이 소개했다. <두 명의 나부>는 해방 후의 작품으로 이 시기의 양식으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단발머리의 두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을 연필로 외곽 형태뿐 아니라 명암가지 그려놓고 나무 바탕의 색으로 인체의 주조색을 이루게 했다.
인체는 엷은 색으로 칠해 담채화 같은 느낌이 나게 했으며 유채를 드로잉하듯 사용한 부분 보인다.
여인들의 시선 방향이나 얼굴 표정 그리고 팔을 벌린 자세와 위치를 볼 때 실제 모델 앞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누드 크로키를 해두었던 것을 재구성했거나 상상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서양화를 소개한 초기 화가들은 동경 유학파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의 작품이 대부분 현존하지 않아 그들의 활약상은 물론 서양 양식에 대한 이해와 어떤 방법으로 양식에 변화를 주었는지 밝혀내기가 어렵다.
동경의 여러 전람회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무슨 작품을 출품했는지도 알 수 없다.
몇몇 화가들의 기록과 주변 사람들의 부정확할 수 있는 증언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일본에서 발간된 미술잡지들이 있어 그것들을 통해 우리나라 화가들의 활약상과 소수이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을 알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나라 화가들이 가장 많이 동경으로 유학을 떠난 건 1930년대였다.
1930년대의 동경 유학생의 증가는 서양화에 대한 인식이 10년 만에 크게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또한 이들의 활약에 따라서 우리나라 화단의 구성과 변화가 예고되었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가 1922년 개최되었을 때 서양화부에는 한 사람이 두 점까지 모두 114점이 응모되었고 79점이 입선되었는데 입선자 57명 가운데 우리나라 화가는 고희동, 정규익, 나혜석 3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10년 후 1932년에 개최된 제11회 선전의 경우 입선자 137명 중 우리나라 화가의 수가 무려 86명으로 늘었다.
입선하지 못한 화가와 선전을 배척한 화가들까지 합한다면 10년 전에 비해 서양화에 대한 인기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우리나라 화가들의 활약상을 둘로 분류하면 제전과 문전(혹은 관전)에 주로 출품한 동경미술학교가 추구한 인상주의 양식을 받아들인 김인승, 심형구, 이봉상, 김재선 등이 있고, 이들과는 달리 인상주의 이후의 유럽 양식들을 받아들인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1916~2002), 문학수 등은 관전을 외면하고 자유미술가협회, 미술문화협회, 백만회白蠻會 등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다.
관전의 심사제도에 불만을 품고 ‘반관전 反官展’의 기치를 높이 들고 출범한 단체가 1914년에 시작된 이과전二科展이다.
이과전은 관전이 열리는 가을에 우에노上野에서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관전에 대항하는 재야세력의 구심점이 되었다.
이과전은 인상주의의 양식에서 벗어나 후기인상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 새로운 유럽 양식들을 받아들인 진취적인 화가들을 배출했는데, 이과전에 출품한 화가들로 구본웅, 김환기, 이쾌대, 김종찬, 박상옥(1915~68), 최재덕(19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