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것이 흙손일까?


화분을 갈 것이 몇 개 있어 동네 앞 만물점에 갔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흙손'을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미쟁이들이 시멘트를 고르게 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
그게 아니라 화분을 갈려고 한다고 설명하니 내가 원하는 조그만 삽을 가져다 주었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하니 흙을 다듬는 것도 아닌데 미쟁이가 사용하는 것을 왜 흙손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암만 생각해도 적절하지 않은 명칭 같다.

다들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는 요즘 신화와 서양역사를 새삼스럽게 혼자 공부하며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제우스 신이 너무 바람둥이라서 제우스의 아들들이 너무 많아 머릿속에 기억해서 정리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바람둥이는 제우스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신들의 취향이라서 이놈도 저놈도 같은 아비의 자식들이라 인명을 구별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제우스를 왕으로 그 밖의 신들을 제후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지요?
아폴로도로스,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그리고 저명한 저자의 서양고대사를 열심히 읽으면서 가을을 보람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십수년 미술 관련 서적만 읽다보니 지성의 절름발이가 된 것 같아 집필을 당분간 접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독서를 시작한 것입니다.

동생의 아내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빼앗기고 아가맘논과 아킬레우스가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하여 트로이를 쳐들어가는 영화를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아폴로도로스와 호메로스에 의하면 그 영화도 신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수를 빼앗긴 복수를 하는 데 우선 2년이 걸려 원정을 시작했고, 더 웃기는 건 트로이인 줄 알고 엉뚱한 곳으로 쳐들어가 많은 인명을 잃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트로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쳐들어간 것이지요.
그때만 해도 터키로 가는 길이 알려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원전 1250년경의 이야깁니다.
영화에서는 목마를 이용해 단번에 트로이를 함락하지만 10년이 걸린 끈질긴 싸움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역시 고전을 읽은 재미입니다.

EBS에서 사마천의 '사기' 강의를 들으며 춘추전국시대에 이 나라가 십만 대군을 끌고 원정에 나가고 저나라도 십만 대군을 이끌고 원정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건 뻥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청나라 초기에 중국 인구가 1억 명이었다는데, 그것도 한참 전인 춘추전국시대에 예사로 한 지역에서 십만, 혹은 수십만의 병사를 이끌고 싸웠다니 엉뚱하지 않습니까?
중국이나 그리스나 그때만해도 숫자 개념이 없어 그렇게 황당한 숫자를 나열한 것입니다.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치는 데 1013척의 함선을 동원했다는 것도 뻥이지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무엇이 뻥인지 가려내는 것도 재미랍니다.
그러나보니 어디까지가 진정한 역사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MBC의 수목 드라마 광개토대왕에 관한 드라마를 재미 있게 보는데, 100퍼센트 뻥 아닙니까?
뻥을 재미 있게 감상하는 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러다가 역사의 실체가 모두 사라질까 염려됩니다.
요즘 사람들은 역사의 참 모습을 원하지 않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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