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숫자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만 이름이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숫자다.
어디를 가든 주민등록 번호를 묻든가, 구좌번호를 묻던가, 등록번호를 묻는다.
그런 데 가서 이름을 말하면 웃기게 된다.
그곳 사람들은 우리의 이름을 알고자 하지 않는다.
번호를 대라고 한다.
그 번호에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자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인지 아닌지,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 거래가 어떤지, 언제 등록했는지 등을 알고자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주민등록 번호로 바꾸겠다고 법원에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름보다는 번호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앞으로 뉴스도 번호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면,
845번이 모는 버스가 중앙차선을 넘어온 727번의 택시를 피하려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버스에 탔던 779번과 943번이 크게 다치고, 628번과 19번은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또는
224번이 930번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930번의 아들인 388번을 부정입학시켰다.

오늘 사우나-불가마에 갔다.
구두를 넣고 88번의 번호를 뽑아 카운터에 그 번호를 주니 새로운 번호 327번을 준다. 옷을 넣는 장의 번호이다.
사우나를 마치고 카운터에서 먹을 것을 주문하니 식당에서 133번 하고 부른다.
내가 주문한 바지락된장찌게가 다 되었으니 가져가라는 것이다.
327번의 팔찌를 찬 나는 나의 133번 찌게를 가져와 먹었다.
327번늘 돌려주고 88번을 받아 신발장을 열고 내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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