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뺨을 때린 택시기사


며칠 전 강남에서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까만 벤츠 500을 타본 건 처음이다.
역시 나의 소나타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았다.
술도 한 잔 했고 해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택시를 타면 기사의 모습을 살피는 것이 버릇이다.
집에 안녕히 가기 위해서는 기사의 상태를 파악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가다 기사가 뭐라고 혼잣말을 하길래 통화를 하는 중인가 해서 살피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혹시 정신나간 놈의 차를 타고 가는 것 아닌가 해서 그 놈을 유심히 살폈다.
강북 하이웨이에 들어서고 얼마 안 되어 그 놈이 자신의 뺨을 철석 때린다.
깜짝 놀랐다.
이거 사고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 놈이 창문을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찬바람을 쏘더니 창문을 닫는다.
그 놈의 성질을 모르니 공연히 왜 그러느냐고 묻다가 무슨 소리를 할지 몰라 가만히 동태를 살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 놈이 머리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깜빡 존 것이다.
그제서야 그 놈의 증세가 무엇인지 파악되었다.
안전히 귀가하기 위해 나는 그 놈에게 말을 걸었다.
"졸린 모양인데, 창문을 열고 운전하세요."
"창문을 열면 추워요."
"나는 괜찮으니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우세요."
"괜찮습니다."
아니 그 놈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놈이 졸지 않도록 이런저런 말을 계속해서 시켰다.
"피곤한 모양이지요?"
"지난 3일 동안 잔 잠을 다 합해도 10시간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이런 놈이 있나!
"그래가지고 어떻게 운전합니까?"
"괜찮습니다."
그 놈이 괜찮다고만 말한다!
그 놈이 말했다.
"아까 9시에 잠이 들었는데, 누가 깨워서 두 시간만에 일어났어요."
"날 내려주고 집으로 가서 잠을 자도록 하세요."
"집이 멀어서 갈 수 없습니다."
도대체 그 놈하고 대화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출구가 곧 나올 터이니 오른쪽으로 가세요?"
"나가는 곳이 어딘지 압니다."
그러고보니 출구가 나오려면 아직은 멀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이다.
그러나 그 놈이 출구를 지나칠 것만 같아 미리 말해둔 것이다.
다행히도 그 놈이 출구로 나왔다.
이제 그 놈이 다른 차를 받아도 내가 다칠 것 같지는 않아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그 차를 오래 타고 있는 것도 마음이 안 편하고, 조금 걷다 집으로 가려고 집에서 멀찌감치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휴, 집에 무사히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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