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라파엘전파를 주도한 인물은 화가로서 활약하기보다는 시인으로 각광을 받은 로제티였다.
그는 기관지를 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그래서 <기원 The Germ>이 탄생했다.
<기원>은 그 자체로 대단치 않은 것이지만 자의식이 강한 전위미술가들 그룹의 첫 번째 정기간행물이란 점에서 그리고 뒤를 이어서 출현한 이런 종류의 간행물들의 일반적 본보기, 즉 초반의 엄청난 열의, 훌륭한 기사거리의 부족, 인쇄업자들과의 갈등, 판매부진, 단명 등과 같은 선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회화가 주요업무가 아니었던 울너, 스티븐스, 윌리엄 마이클 로제티는 기관지에 대한 로제티의 취지를 후원했다.
기관지는 구성원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매체이자 아카데미와 같이 기존에 설립된 체제에 내재하는 제약을 전혀 받을 필요가 없는 매체였다.
울너의 친구로서 유능하지만 거의 무명이었던 시인 코번트리 팻모어Coventry Patmore(1823-96)가 여기에 동참했고, 그 밖에도 크리스티나 로제티, 포드 매독스 브라운, 윌리엄 벨 스콧William Bell Scott(1811-90), 월터 하우얼 데버럴Walter Howell Deverell(1827-54), 윌리엄 케이브 토머스William Cave Thomas(1820-84) 등이 참여했다.
로제티의 친구 벨 스콧은 1846년부터 1863년까지 뉴캐슬Newcastle의 공립미술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라파엘전파의 구성원들은 65개나 되는 기관지 명칭을 목록으로 만들고 그것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기원’을 선택했다.


팻모어는 1854년에 장편시 <집안의 천사 The Angel in the House>를 출간했는데,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1819-1901)이 통치(1837-1901)하던 영국 역사상 가장 번영의 시기에 여성에 대한 당대의 보편적인 개념을 정의한 것으로 희생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꼽았다.
팻모어는 시에서 가정은 최고의 안식처요, 여성은 가정을 편안한 휴식처로 만드는 존재이며, 또한 여성은 지상에 내려온 천상의 안내자로 묘사했다.
‘집안의 천사’라는 용어는 당대에는 인기가 높았으나 그 뒤 수동적이고 나약한 여성이란 부정적 의미로 정의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빅토리아 시대의 경직되고 가부장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비판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중요한 여류시인들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티나 조지나 로제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1830-94)는 오빠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스케치에서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지만 매력적이다.
그녀는 콜린스의 약혼녀였으나 콜린스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뒤 종교적 갈등으로 파혼했다.
평생 독신으로 산 크리스티나는 때때로 세속적인 열정의 요구와 거룩한 신앙 사이에 붙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는데, 이런 분열이 크리스티나의 시의 중심을 이루었으며, 그녀는 자연으로부터 정신적 영향을 받는 ‘종교적 광인’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녀가 1862년에 발표한 <도깨비 시장 Goblin Market>과 그 밖의 시들은 라파엘전파의 첫 번째 문학적 성공으로 기록되었다.
크리스티나는 1872년 오빠 로제티의 건강악화로 인한 신경질적이고 격정적인 성격에 의해 물리적 고통을 받았고, 1882년 오빠가 타계한 뒤 그녀의 인생 마지막 12년은 평온한 삶이었다.


<기원>의 창간호는 1850년 1월에 발행되었고, 표지에 헌트의 에칭작품과 기관지 발행이 의도하는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던 윌리엄 마이클 로제티의 모호하고 나약한 시가 실렸다.
제2호는 다음 달에 발행되었으며 로제티의 시 <은총 받은 처녀 The Blessed Damozel>가 실린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기원>은 판매가 부진하여 <미술과 시 Art and Poetry>라는 새로운 명칭과 <자연에 대한 사고 Being Thoughts towards Nature>라는 부제가 붙은 제4호 이후에는 계속 발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기관지의 보급이 한정되었지만 기관지를 발행하는 일은 라파엘전파의 활동영역을 확장시켜주고, 로제티가 시인으로서 경력을 시작한 곳이라는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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