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아르누보>





아르누보의 또 다른 중심지인 빈과 글래스고에서는 형태와 장식에서 기하학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곳에서는 파리와 낭시의 전형적인 아르누보에서 보이는 채찍선과 자연주의 조각과는 반대의 양상을 보여주었으므로 장식이 후퇴하는 듯 보였다.
요제프 호프만과 찰스 레니 매킨토시의 작품에 나타나는 기하는 장식이 배제되고 실용성만 고려되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시작으로 간주되었지만, 이들의 기하가 단지 기능적인 것만은 아니라 장식적 근원을 암시하는 정교함과 우아함을 갖추었음을 오토 바그너가 디자인한 <디 자이트> 신문사 배송국에서 볼 수 있다.
빈과 글래스고에서 제작된 작품들에 나타난 유사성으로 인해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가가 의문시되어왔다.

19세기의 산업혁명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에서도 공적 미술 취미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취미의 저하에 대한 반동으로 영국의 미술공예운동에 힘입어 빈 공방Wiener Werkstaette이 창설되고 기능주의의 최초 옹호자들 가운데 하나인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1870-1933)의 운동이 일어났다.
20세기 초 근대건축 개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로스는 브르노 태생으로 드레스덴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1893-96년 미국에 체류하면서 철골구조와 그 기능을 직접 표현함으로써 차단되지 않은 넓은 공간, 풍부한 채광을 실현한 루이스 헨리 설리번의 이론과 아카데미즘에 얽매이지 않고 금속을 건축재로 사용한 초기 시카고파에 자극을 받고, 귀국해서는 아르누보의 장식과 빈 분리파의 탐미적 경향을 비판했다.
그는 유명 일간지 <신자유 신문 Neue Freie Presse>에 전시에 관한 글을 연속적으로 기고하면서 현대 디자인에 내재된 철학은 모든 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형세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설리번과 오토 바그너로부터 유래한 실체의 개념을 배척하고 요소간의 상호작용이라는 견지에서 대상을 기능적으로 파악하는 기능주의Functionalism의 이론을 극단적으로 전개한 로스는 아르누보의 지나친 장식이 퇴락한 문화의 상징이며, 장식을 배제한 아름다움은 명석한 사고와 고도의 문명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20세기 초 10년 동안 로스의 작업은 빈에서 영향력을 거의 갖지 못했으나 1차 세계대전 직후 빈에 잠시 체류했던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1883-1969)가 영향을 받았다.
건축을 사회적 요구와 공업기술을 밀접하게 연관시키는 데 기여한 그로피우스는 바이마르에 소재한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Bauhaus의 교장으로 재직(1919-28)했다.
그로피우스는 미술학교와 공예학교를 병합하여 1919년에 바우하우스를 설립했다.
바우하우스는 독일어로 ‘집을 짓는다’라는 독일어 Hausbau를 도치시킨 것이다.
주된 이념은 건축을 주축으로 삼고 미술과 기술을 종합하는 것이었다.

장식이 원시인과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야만적 현상이며, 불필요한 장식의 거부가 문명사회의 징표라고 로스가 역설했더라도 빈의 아르누보는 기능주의의 전조이기보다는 국제적 근대성에 대한 감각과 빈의 유구한 고전미술의 전통이 결합된 양식으로 보아야 한다.
세기말 빈의 문화적 보수주의는 동시대인들에게조차 전설적인 것이었다.
1900년경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부상한 빈은 전등, 철도교통망 그리고 1900년경에 등장한 자동차 문화와 같은 근대의 모든 특징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빈은 틀에 박힌 예측 가능성과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로 특징지어졌다.
미술가연맹Kunstlerhausgenossenschaft은 빈의 유일한 전시공간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전시위원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진보적인 젊은 미술가들은 그 전시공간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클림트는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1868-1918),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1870-1956) 등과 함께 1897년 4월 3일에 빈 분리파Secession(또는 Sezession)를 창설하고 회장에 선출되었다.
‘제체시온슈틸’이란 명칭은 빈 분리파전을 위해 올브리히가 설계한 분리파 건물에서 따온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