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읊는 책읽기



  ‘가해자’인 사람은 스스로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일쑤입니다. 아니, 스스로 ‘가해자’인 줄 모릅니다. 이러면서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네가 맞을 만하니 맞지.”라든지 “네가 멍청하니까 맞지.”라든지 “네가 하는 짓이 미우니 맞지.”처럼.


  ‘피해자’가 “맞을 만하니 맞는다”고 말하는 이들은, “때릴 만하니 때린다”고 하면서 이웃을 괴롭히는 ‘가해자’가 되지요. 이러면서, 이들 가해자는 “피해자도 똑같이 잘못했다”고 읊기 마련입니다. “맞을 만하니 맞는다”고 하는 “똑같이 잘못한 사람”이라는 굴레를 얼결에 뒤집어씁니다.


  피해자인 사람은 무엇을 했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혼자서 가해를 하고 핑계를 댈 뿐입니다. 피해자인 사람은 “때리지 마. 아파.” 하고 외치지만, ‘가해자’인 사람은 “난 안 아프게 때렸는데? 그게 뭐가 아파? 그건 때린 것도 아냐.” 하고 비아냥거립니다.


  가해자는 가해자 스스로 한 일이 ‘폭력’인 줄 하나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이기 때문에, 가해자는 언제나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이 폭력으로 피해자를 수없이 만들어서 괴롭히는데, 끝없는 폭력은 그야말로 끝없는 폭력일 뿐이라서, 이 가해자는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이가 되면, 그동안 가해자인 그대가 했듯이 다른 가해자한테서 학대를 받는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아무 말이나 함부로 안 하겠지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오직 사랑만 말하겠지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아닌 막말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다고 느낍니다. 쓸쓸합니다. 사랑을 모르니 폭력을 휘두릅니다. 데이트폭력이든 언어폭력이든 주먹이나 발길질이나 몽둥이 따위를 휘두르는 폭력이든, 모든 폭력은 언제나 폭력일 뿐입니다.


  사랑은 폭력을 쓰지 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으로 맞이하면서 흐를 뿐입니다. 폭력은 언제나 폭력을 씁니다. 오직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폭력은 폭력만 알기에 ‘가해자 스스로 휘두르는 폭력’이 가해자 스스로까지 망가뜨리는 줄 모르면서 끝없이 폭력으로 줄달음질을 칩니다.


  피해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피해자는 오직 하나 사랑을 해야 합니다. “내가 너한테 맞았으니, 나는 딴 힘없는 놈을 찾아서 때려서 이 성풀이를 해야지!” 하고 생각해서는 똑같은 가해자가 될 뿐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거의 아뭇소리를 안 하고서 그저 얻어맞기만 하는 까닭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 짓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해자는 나중에 법에 걸려서 옥살이를 하더라도 “가해자로 저지른 폭력”을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참으로 쓸쓸합니다.


  그러나, 오직 사랑을 가슴에 담으면서 사랑을 생각하려 합니다. 사랑을 생각할 때에 그저 사랑이 흐르면서, 언제나 사랑이 되는 삶으로 하루를 여니까요. 사랑을 생각하면 참말 환하고 맑은 꽃이 내 둘레에서 피어나서 방긋방긋 웃으며 노래를 불러 줍니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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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22 21:11   좋아요 0 | URL
이 글은 서재이웃님이 <7층>이라는 책을 읽으시고서,
그 책에서 나오는 ˝폭력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를 풀어놓으셨기에
나도 그 책과 글에 공감하면서
폭력이란 무엇이고,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는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돌아보면서 썼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엉뚱하게 퍼 가서 왜곡하는 분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