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삭줄꽃 책읽기
마삭줄이 넝쿨을 이루어 잎이 돋을 때부터 ‘그래, 너는 마삭줄이네.’ 하고 알아본다. 마삭줄을 보면 참말 넌 마삭줄이네 하고 알아본다. 왜 그럴까. 왜 나는 마삭줄을 쉬 알아볼 수 있을까.
바람개비와 같이 생긴 하얀 꽃이 피어나는 마삭줄이다. 마삭줄꽃이 피면 꽃내음이 확 퍼진다. 꽤 먼 데까지 맑은 꽃내음이 퍼져, 코를 큼큼거리면서 ‘어디에 이렇게 고운 내음 퍼뜨리는 꽃이 있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며 살피기 일쑤이다.
찔레꽃이 흐드러진 곳을 지나갈 적에는 찔레꽃내음이 짙고, 아까시꽃이 그득한 곳을 지나갈 적에는 아까시꽃내음이 짙다. 마삭줄꽃이 잔치를 이루는 데에 있으면 마삭줄꽃내음이 짙은데, 참말 꽃마다 내음이 다르다. 찔레꽃은 보드라운 결이라면, 아까시꽃은 달근한 결이고, 마삭줄꽃은 포근한 결이다.
탱자나무와 찔레나무가 우거진 울타리에 마삭줄이 나란히 어우러지면 얼마나 고우면서 환한 꽃잔치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참말 옛날에는 집집마다 마을마다 봄부터 가을까지 쉬잖고 꽃내음과 풀내음이 넘실거리면서 모두 아름다운 넋과 숨결을 가꾸었으리라 느낀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