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수선님이 실제의 수선님과 같은지 확신이 없지만, 그렇다는 전제 하에 님의 사랑을 촉구하는 편지를 써봅니다.


1) 가을에 사랑을 합시다

사랑을 시작하는 건 가을이 좋습니다. 거리에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둘이 걸어가는 것도 운치가 있구요, 추운 겨울을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할 겁니다. 남자란 사귀고 나면 골치덩어리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소설가 크리스 카펜터는 이런 말도 했어요. “아무리 골칫덩이인 남자도 없는 것보단 낫다”구요.


2) 수선님은요

여자 분들을 보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저같이 소심한 사람을 제외하면-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을 합니다. 반면 여자들은,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남자가 자기에게 프로포즈를 해주기를 기다립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을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아드레날린만 소모하며 마음만 태우는 안타까운 시간이지 결코 행복한 나날은 아닙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수선님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면 매우 쿨하게, “난 니가 좋아. 너도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 같습니다.


3) 게다가 수선님은요

금도끼를 가지셨어요.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믿는 남자들, 사실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은 두세번 찍으면 스토커라는 낙인이 찍혀 이미지만 안좋아지죠. 중요한 건 찍는 횟수가 아니라, 어떤 도끼로 찍는가가 중요합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멋진 수선님은 금도끼를 가진 분이시니, 아무리 튼튼한 참나무도 단번에 넘어뜨릴 수 있을 거예요.


4) 이왕이면

수선님이 점찍은 남자가 님처럼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어, 클래식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수선님이 “이게 무슨 곡이죠?”라고 물었을 때 “돼지고기 돈까스죠 음하하핫”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배려가 깊어서 수선님이 뀐 방귀를 자기가 뀌었다고 대답해 주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유머감각을 갖춰 수선님이 우울할 때 멋지구리한 농담으로 님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면 좋겠습니다. 남녀평등 사상에 물들어 있어 여성을 존중하며, 가사는 분담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남자가 어디 있냐구요? 만사마라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왜 없어?”


5) 주위를 보세요

수선님이 알게 모르게 지나쳤던 수많은 남자들 중에는 틀림없이 놓치기 아까운 보석이 있었을 거예요. 지금 님 주위를 배회하는 남자 중에도 사파이어나 루비가 아마 있지 않을까요. 남자가 작업을 걸기를 기다리지 말고, 님의 눈에 맞는 남자에게 다가가 쿨하게 말하세요.

 

내 금도끼로 한번 찍혀 볼래?”라구요. 이 가을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수서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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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모든 싱글들이여 이 글을 필독하세!!!

울보 2005-10-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부리님도 이가을 사랑을 하실건가요,,

날개 2005-10-1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흡~ 그러게요, 울보님..^^ 아무래도 부리님이 더 급하신 듯...

kleinsusun 2005-10-1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은 정말....넘 재미있어요.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소설가 크리스 카펜터" .....? 누구지? 하고 찾아 봤어요.음하하....

" 님처럼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
이 부분도.....넘...재미있어요. 부리님은 정말....넘....재미있어요!!!

근데...기부스한 손으로 도끼질 잘 할 수 있을까요?
한번에 콱 찍어야 하는거죠? 근데..."어떻게" 찍는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무식하게 휘둘렀다가 남자까지 기부스하면 어째요.ㅎㅎ




마태우스 2005-10-1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부리가 재미있다면 이 세상 사람이 다 재미있을 겁니다. 조금만 띄워주면 부웅 뜨는 녀석이니 칭찬해주면 안되구요... '어떻게'에 대해서 부리에게 묻는 건 불가하다고 판단됩니다. 그걸 알면 녀석이 저 모양으로 있겠습니까^^
날개님/아닙니다. 부리 녀석은 이미 포기한 모양이더군요
울보님/부리의 사랑은 다른 데 가 있는 모양이어요. 책이나 테니스, 술, 그런 것들에..
만두님/님 명령대로 열심히 읽었습니다....^^

야클 2005-10-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은도끼라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전기톱이면 더 좋겠지만. ^ㅛ^

플레져 2005-10-1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넘 낭만적이세요 ^^
 

안녕하세요? 글로써는 처음으로 인사드려요...하지만 이미 수선님은 알고 있었답니다. 인사만 못했을 뿐. 리뷰를 통해서 수선님을 뵜었거든요. 이벤트 참여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소심한 A형이라) 한번 올려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하는 사람보다

어깨에 손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 까봐
차라리 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을 건네주어야 하는 사람보다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차마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잔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주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쩜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 주는 친구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탓이겠지요...

바라보고만 있어도..생각만으로도 가슴 뛰게 만드는 사랑도 좋지만...






계산 없이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의 사랑도 꿈꿔봅니다.
금새 식어버리는 사라져버리는 그것보다는 쉽게 변하지 않는 그런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처음의 그 따뜻함과 사람 편함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런 사람과...
깊은 사랑하게 되시길...
좋은친구 같은 편안함을 가진 분과 처음 그대로 사랑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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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친구에서 연인으로군요^^

거친아이 2005-10-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에 올려진 글들을 보고 있으니, 더 "사랑"이라는 것에 꿈꾸게 되는 것 같아요~


울보 2005-10-1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거친아이님 말씀에 동감, 그러나 젊을때 정열적인 사랑도 한번해보면 어떨까요,,가슴시리도록 호호호

kleinsusun 2005-10-1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새껏 주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아....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당.
빨리 기부스를 풀고 밤새 주정을 해봤으면....ㅎㅎ

거친아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당. 오늘 아침 8시...즐찾 한명 느셨죠? 접니다.ㅎㅎ
앞으로 자주 만나요, 거친아이님!^^
 

수선님 언젠가는 사랑이 와요  

수선님 그때에는 꼭 잡으세요 

그것이 수선님의 사랑이랍니다 

사랑도 짝이 있다 말을 하지요 

좋은짝 만날려고 애태운거죠 

그것이 수선님의 사랑이랍니다 

세상에 사랑들이 많다고 해도 

내사랑 아니라면 소용없지요 

사랑이 수선님을 기다립니다

이제는 그 사랑이 올꺼랍니다

- 김현식 사랑사랑사랑 (노가바) -

노가바 물만두가 수선님께 노가바를 안드려 한곡 드리고 갑니다.

야결모도 있으니 조만간 수결모도 결성합지요.

수선님 결혼 추진위원회...

아님 저기 야클님은 어떠신지요=3=3=3=3 

헉... 이거 쓰다가 알라딘 서버에 문제가...

잽싸게 복사하고 기다렸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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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켁~~~ -_-;

물만두 2005-10-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요?

거친아이 2005-10-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이 부끄러우신가봐요~ㅎㅎ

mong 2005-10-1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목메이시겠네 켁켁 거리시고~

물만두 2005-10-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수선님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구요~ㅋㅋ

날개 2005-10-1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밀어드리죠! ^^

kleinsusun 2005-10-19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댓글이 모두 "야클님"으로 시작되네요.ㅎㅎ
물만두님, 러브쏭.....정말...의욕이 넘치는 노래입니당. 기분 좋은 하루 시작.^^

물만두 2005-10-1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그래서 옆지기와 전 어제 휴가를 내서 참으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그런데 저녁까지 잘 먹고, 산책으로 비디오 대여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주 어이없는 일로 말다툼이 시작되었답니다. 둘 다 업무상 무리하게 휴가를 쓴 터라, 둘 다 화요일에 야근을 해야 하고, 둘 다 목-금 출장이 걸린 거에요. 둘 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진작부터 마련해야 했는데, 지금 당장 놀고 싶어 애써 외면했던 문제였죠. 그런데 막상 휴가가 몇 시간 안 남자 초조해진 제가 어떻게 할까를 그에게 닥달하기 시작했고, 그의 무심해 보이는 한 마디에 골을 내고 말았죠. 내가 계속 골을 내자, 그도 덩달아 신경질을 내고. 이러다 싸우겠다 싶어 거기서 일단 상황중단은 했죠.

하지만 마로를 재우고서 설겆이를 하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눈시울이 뜨끈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안방에서 태연히 TV보는 줄 알았는데, 그가 어느새 나와서 슬그머니 수세미를 뺏더라구요. 옆지기가 묵묵히 설겆이를 해주고 빨래를 널어주는 동안 나는 비빔툰을 봤어요. 그리곤 출장기간 동안 시어머니께 봐달라고 부탁전화는 했냐, 아직까지 통화를 안 했으면 어쩌냐, 내가 친정 큰새언니께 부탁해볼까, 아니면 좀 멀더라도 형님네 다시 부탁해볼까, 나는 수요일 새벽에 떠나야 하는데 옆지기도 일찍 떠나면 아예 전날에 맡겨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내가 쫑알댈 때,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그만(말해)!"이라고 딱 잘라 한 마디 했던 그의 속마음을 읽게 되었죠.

어쨌든 기껏 빌려온 비디오는 데크에 꽂아보지도 못하고 식탁 위에 널부러놓은 채, 우리 둘은 딱히 화해도 안 하고 피곤에 절어 그대로 잠자리에 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저를 깨운 건 모닝벨이 아니라 옆지기였어요. 아침 잠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인데, 졸려서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도 절 깨우더라구요. "생일 축하해" 그리곤 아침 밥만 올려놓은 뒤 둘이서 비디오를 봤어요. 물론 일어나자마자 재밌는 거 보여달라고 떼쓰는 딸래미에게 곧 TV를 뺐겼지만, EBS를 보며 세 식구가 아침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그리고 이 소소함이 바로 사랑이구나 생각했지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수선님이 어떤 분을 만날 지는 몰라요. 그 누군가가 불같은 연애를 할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 속의 토닥거림과 굳이 화해하지 않아도 되는 화해, 그리고 함께 아침을 먹는 행복을 함께 할 사람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굳이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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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툰만 없었더라도^^ 수선님 참고하세요^^

urblue 2005-10-1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보면 꼭 결혼해야할 것 같잖아요.

chika 2005-10-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페이지라 아무말 없이 가려고 했지만 그래도.. 생일축하 인사로 추천하고 가요~!! ^^

stella.K 2005-10-1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조선인님, 생일 축하해요. 오늘 좋은 일 많이 만드셔야죠? 생일빵으로다 추천합니다.^^

국경을넘어 2005-10-1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제가 나쁜 남편이라 별로 드릴 말씀이 없군요 -.-;;

야클 2005-10-1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잘 읽고 갑니다. ^^

숨은아이 2005-10-1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이벤트 하시는군요. ^^ 조선인님 생일 축하해요~!!

토토랑 2005-10-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두 생일축하드려요~~

플레져 2005-10-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두 결혼하고 싶어져요... (앗, 결혼했지..^^:;)
조선인님, 생일 축하해요. 정말 알콩달콩한 러브레터.

마태우스 2005-10-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부부세요... 추천을 안할 수가 없네요

마태우스 2005-10-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생일 축하드립니다

mong 2005-10-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생일 축하드려요!!!!!
페이퍼 내용도 너무 좋아요 흑~

paviana 2005-10-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로드무비 2005-10-1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 부럽부럽!!!!

조선인 2005-10-1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뭡니까. 수선님을 위한 페이퍼가 제 생일축하 페이퍼로 둔갑한 듯.
어머낫, 행복하여라. ㅋㅋㅋ

sandcat 2005-10-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 잘하는 아내가 되고 싶어요.
생일날이면 휴가를 내시는구나.
생일, 축하한다구요.
(여기다 남겨서 미안합니다)

얼룩말 2005-10-1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좋은 분 같아요. 옆지기님이요..

kleinsusun 2005-10-1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생일 축하드려요!
와....정말 멋져요. 생일날 같이 휴가를 내시고...
저희 회사엔 정말 단 한명도...그런 남자가 없어요.
아내 생일이라고 휴가를 낸다 하면.....아....상상이 안되네요.ㅎㅎ

정말 부러워요. 글쿠...정말 행복해 보여요.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그 누군가가 불같은 연애를 할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 속의 토닥거림과 굳이 화해하지 않아도 되는 화해, 그리고 함께 아침을 먹는 행복을 함께 할 사람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굳이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요. *^^*"

네....아침을 함께 먹는 사람.....또 일상 속의 토닥거림...
참...이뻐요.

생일 축하드리구요, 행복 바이러스를 마구 퍼뜨려 주세요!

▶◀소굼 2005-10-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이벤트 페이지?;;생일 축하드려요 조선인님~ 정말 멋져요. 그리고 저도 말 잘하고 싶어요.ㅠㅠ;

panda78 2005-10-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도 생일 축하드려요-
페이퍼 읽으면서 이런 게 진정한 부부 생활이지! 나는 언제쯤 이런 경지에... 하고 생각했어요. ;;;

날개 2005-10-1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애로점이 같이 야근할 때 애를 어떡하냐는거죠..ㅠ.ㅠ
제가 맞벌이할 때도 울 옆지기.. 그 문제 때문에 은근히 제가 회사 그만두기를 종용하더군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저는 회식때마다 효주 데리고 다녔었어요.. 밤에는 애들 받아주는데가 없으니...
조선인님 옆지기분 참 좋으시네요.. 자상하기도 하시고..^^
뭐.. 옆지기님을 그렇게 만든건 조선인님이시겠지만...ㅎㅎ
오늘 행복한 생일 되셨나요? 저녁까지 즐거운 시간 되시길...
그리고, 수선님도 조선인님 옆지기분 같은 사람 만나 예쁜 사랑 하시길~ ^^

passy 2005-10-19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정말 재미있네요..
재미있고 느낌있는 그런.. ^ ^... 작품이다..

설박사 2005-10-19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아내가 저한테 종종 하는 말이 있죠.. 제가 전에 어머니한테 들던 말인데..
"입에 곰팡이 피겠어..." 하도 말을 안해서..

조선인 2005-10-19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하 이렇게 생일축하를 잔뜩 받으니 제가 이벤트를 한 기분이에요.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넙죽.
에, 또, 수선님이 크리스마스에 만날 그 분, 행운남일 거에요. *^^*

비로그인 2005-10-19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도 좋은 분 만나시길 바라구요, 조선인님, 다시 한 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하..아침에 일어나서 비빔툰 보는 가족..^^*

kleinsusun 2005-10-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감사합니당.크리스마스에....만나긴 만나겠죠?^^
생일은 즐겁게 보내셨죠? 저도 생일에 휴가 한번 내봤으면...ㅎㅎ

복돌이님, 감사합니당.ㅎㅎ
 

 

  William Bouguereau,  <The Abduction of Psyche>

  에로스와 프쉬케가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프쉬케의 표정이 제목과는 좀 걸맞지 않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정이란 저런 황홀경이겠지요. 저는 이 장면을 제목을 모른 상태에서 먼저 보게 되었는데 프쉬케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시험을 통과하고 드디어 어른이 된 에로스와 함께 둘만의 보금자리로 가는 풍경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려나 사랑은 저리 아름답고, 인연이라는 건 저렇게 갖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성취해내는 것,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거라는 건 믿습니다.

  인연이 풋, 설익었는데 연서(戀書)를 보내니 픽, 웃음은 나오고 핏줄이 도드라지고 피부가 속내처럼 붉어집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가수 김윤아의 노래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그녀의 노래나 몸짓과 말을 모두 사랑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건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였습니다. 97년 자우림이 로 갓 데뷔했을 때 스물일곱의 남자친구는 아무런 병도 없이 조용히 잠자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군요. 김윤아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름답고 사무치는 꽃잎이 떠오릅니다. 꽃 진 자리에서 열매는 돋는 것처럼, 사람은 죽음처럼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야만 사랑이 피어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랑을 기원하는 엽서에 죽음을 말하는 건 생뚱맞지만, 사랑에는 죽음이 깃들어야 더 성스러운 의미를 얻는 게 아닐까요.


  이 노래의 제목은 <17171771>입니다. 뒤집으면 ‘ILLILILI’ 이걸 영어로 바꾸면 ‘I LUV U’라는 의미가 된다고 합니다. 예전 삐삐 메시지를 이렇게 보냈다고 하는군요. 목소리의 상큼함과 앙증맞음도 좋지만 가사도 곱씹을수록 맛깔스럽고 정겹네요.


        <17171771>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 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 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 걸요


세상에 단 한 사람, 당신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알고 있나요


어쩌면 우린 예전부터 이름 모를 저 먼 별에서

이미 사랑해왔었는지도 몰라요


오월의 햇살처럼 시월의 하늘처럼

그렇게 못 견디게 당신이 좋은 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느끼고 있잖아요

어느새 슬픔이 사라져버린 걸


때로 폭풍우 거센 밤에

별에서 찾자 온 악마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할 때면


조용히 서로 마주 앉아

가만히 서로의 손을 잡고

향긋한 낙원을 떠올리지요


바람은 잦아들고 먹구름 사라지고

햇살이 따스하게 미소 짓고 있네요

우리 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은 걸요

악마도 지옥도 검은 운명도


아가의 살결처럼 소녀의 향기처럼

그렇게 못 견디게 당신이 좋은 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다 알고 있는 걸요

서로를 위해 우리 태어났잖아요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 걸요


  혓바늘이 돋을 때마다 계속해서 혓바늘을 치아 끝에 문지르게 됩니다. 알싸한 고통을 통해 존재를 어루만집니다. 그러고보면 사람은 가끔씩 아픔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느끼게 됩니다. 부디 오는 인연과 잘 만나서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맞춤한 시 하나 보내드립니다.

          수선화에게 묻다


                                          복효근


말라비틀어진 수선화 알뿌리를 다듬어

다시 묻고 나니

비 내리고 어김없이 촉을 틔운다


한 생의 매듭 뒤에도 또 시작은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잎사귀 몇 개로

저 계절을 건너겠다는 것인지

이 무모한 여행 다음에

기어이 다다를 그 어디 마련이나 있는지


귀 기울이면

알뿌리, 겹겹 상처가 서로를 끌어안는 소리

다시 실뿌리 내려 먼 강물을 끌어오르는 소리

어머니 자궁에서 듣던 그 모음 같은 것 자음 같은 것


살아야 함에 이유를 찾는 것은 사치라는 듯

말없이 꽃몽오리는 맺히고

또 한 세상 도모하며

잎은 잎대로 꽃대궁은 또 꽃대궁대로 일어서는데


이제 피어날 수선화는 뿌리가 입은 상처의 총화라면

오늘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내 생이,

내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꽃, 다음 생을 엿듣기 위한 귀는 아닐까


  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백석 시인의 시 한 편도 보내드립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사무치게 아름다운 꿈 속을 부유하는 느낌입니다. 올 겨울 사랑하는 인연과 함께 읽으시라고요.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http://mfiles.naver.net/518264bdaaf29c29055a/data1/2004/10/19/278/17171771-1.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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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10-1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윤아 좋아하는데 노래 가사만 보니까 그것도 좋군요. 그런데 제목을 보고 전 프쉬케를 사이코로 읽고 선 "사이코 유괴"인 줄 알았습니다.

로드무비 2005-10-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 거의 천착하는 가수더군요. 김윤아.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언제 어디서 읽어도 좋고.
그런데 노래가 나오나 해서 저 주소로 가보니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kleinsusun 2005-10-1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詩我一合雲貧賢 님, 넘넘 감사합니다.
특히...맞춤시....감동적이예요.

"내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슴이 짜~안해요. 제 이름이...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진심이 느껴지는 좋은 글, 행복한 오후입니다.^^


인간아 2005-10-1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네, 가사도 직접 김윤아가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사 몇몇은 굉장히 깊은 의미를 담고 있더군요. 재능도 많고 깊이도 있는 가수라서 더 애정이 갑니다. 프쉬케(Psyche)는 '나비'라는 의미도 있고, '영혼'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폐인촌님 말씀대로 '사이코 유괴'도 맞는 말이네요. 사랑이란 영혼이나 정신을 빼앗아버리니까요. 헤헤. 유괴당하는데도 프쉬케의 얼굴은 그득한 황홀경이네요.
로드무비님, <새>같은 노래는 정말로 귀기와 죽음의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너에게 죽은 나를 선물할게' 이런 가사도 있지요. 클릭하시면 노래는 잘 나오는데 이상하네요. 제가 해보니 잘 되는데요, 갸우뚱.
수선님, 네, 시 찾느라고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앞으로도 좀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