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수선님이 실제의 수선님과 같은지 확신이 없지만, 그렇다는 전제 하에 님의 사랑을 촉구하는 편지를 써봅니다.


1) 가을에 사랑을 합시다

사랑을 시작하는 건 가을이 좋습니다. 거리에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둘이 걸어가는 것도 운치가 있구요, 추운 겨울을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할 겁니다. 남자란 사귀고 나면 골치덩어리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소설가 크리스 카펜터는 이런 말도 했어요. “아무리 골칫덩이인 남자도 없는 것보단 낫다”구요.


2) 수선님은요

여자 분들을 보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저같이 소심한 사람을 제외하면-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을 합니다. 반면 여자들은,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남자가 자기에게 프로포즈를 해주기를 기다립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을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아드레날린만 소모하며 마음만 태우는 안타까운 시간이지 결코 행복한 나날은 아닙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수선님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면 매우 쿨하게, “난 니가 좋아. 너도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 같습니다.


3) 게다가 수선님은요

금도끼를 가지셨어요.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믿는 남자들, 사실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은 두세번 찍으면 스토커라는 낙인이 찍혀 이미지만 안좋아지죠. 중요한 건 찍는 횟수가 아니라, 어떤 도끼로 찍는가가 중요합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멋진 수선님은 금도끼를 가진 분이시니, 아무리 튼튼한 참나무도 단번에 넘어뜨릴 수 있을 거예요.


4) 이왕이면

수선님이 점찍은 남자가 님처럼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어, 클래식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수선님이 “이게 무슨 곡이죠?”라고 물었을 때 “돼지고기 돈까스죠 음하하핫”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습니다. 배려가 깊어서 수선님이 뀐 방귀를 자기가 뀌었다고 대답해 주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유머감각을 갖춰 수선님이 우울할 때 멋지구리한 농담으로 님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면 좋겠습니다. 남녀평등 사상에 물들어 있어 여성을 존중하며, 가사는 분담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남자가 어디 있냐구요? 만사마라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왜 없어?”


5) 주위를 보세요

수선님이 알게 모르게 지나쳤던 수많은 남자들 중에는 틀림없이 놓치기 아까운 보석이 있었을 거예요. 지금 님 주위를 배회하는 남자 중에도 사파이어나 루비가 아마 있지 않을까요. 남자가 작업을 걸기를 기다리지 말고, 님의 눈에 맞는 남자에게 다가가 쿨하게 말하세요.

 

내 금도끼로 한번 찍혀 볼래?”라구요. 이 가을이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수서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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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모든 싱글들이여 이 글을 필독하세!!!

울보 2005-10-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부리님도 이가을 사랑을 하실건가요,,

날개 2005-10-18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흡~ 그러게요, 울보님..^^ 아무래도 부리님이 더 급하신 듯...

kleinsusun 2005-10-1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은 정말....넘 재미있어요.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소설가 크리스 카펜터" .....? 누구지? 하고 찾아 봤어요.음하하....

" 님처럼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고 사회의 진보를 믿는 사람"
이 부분도.....넘...재미있어요. 부리님은 정말....넘....재미있어요!!!

근데...기부스한 손으로 도끼질 잘 할 수 있을까요?
한번에 콱 찍어야 하는거죠? 근데..."어떻게" 찍는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무식하게 휘둘렀다가 남자까지 기부스하면 어째요.ㅎㅎ




마태우스 2005-10-1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부리가 재미있다면 이 세상 사람이 다 재미있을 겁니다. 조금만 띄워주면 부웅 뜨는 녀석이니 칭찬해주면 안되구요... '어떻게'에 대해서 부리에게 묻는 건 불가하다고 판단됩니다. 그걸 알면 녀석이 저 모양으로 있겠습니까^^
날개님/아닙니다. 부리 녀석은 이미 포기한 모양이더군요
울보님/부리의 사랑은 다른 데 가 있는 모양이어요. 책이나 테니스, 술, 그런 것들에..
만두님/님 명령대로 열심히 읽었습니다....^^

야클 2005-10-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은도끼라도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전기톱이면 더 좋겠지만. ^ㅛ^

플레져 2005-10-1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넘 낭만적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