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결심 중 하나가 '기록'이었는데.

일기는 커녕 가계부조차 미루며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설을 기점으로 새로운 결심을 한다해도 하지 않던 습관이 바로 이루어질리도 없을테고. 이젠 되는대로 살아가봐야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가고 있다.

아니 무엇보다도.

기록도 없고, 늘상 되풀이되는 수입,지출의 항목을 기억하지 않고 적어놓지 않는 것 따위(!)와는 견줄수도 없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책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


어제는 저녁에 성당에 갔다오고 나니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셔서 마루에 앉아 티비를 보며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가 깨서 부시럭대는 것 같아 가봤더니... 앉아서 울고 있는 듯 보였다. 뭐가 문젠가, 싶었는데. 아마. 9시가 다되어가도록 이놈의 딸내미가 늦는다는 말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저녁도 안챙겨주고 뭔 일이 났다 싶은 여러 생각에 서글펐나보다..싶다.


이제 나도 이 생활에 적응을 해야하는데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늘 시간에 쫓기고 그러다 정신차리고 보니 책이 멀어져가고 있다. 

읽으려고 산 책들에 먼지가 쌓여가고 읽지않고 쌓아둔 책들의 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요즘 더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건 스트레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아니지만 말하기 부끄러운 것들로 스트레스가 한가득 쌓여가고 있다. 정년 전까지만 잘 버티고 싶은데. 퇴사전까지 급여가 많이 오르기를 바라고. 퇴직 후 1년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다니며 한량처럼 살아가보고 싶었는데. 못이룰 꿈은 아니지만 쌓여가는 스트레스가 내 명을 재촉하는 것 같아 그 또한 스트레스.....


주말이면 집안정리를 하고 주중에 먹을 반찬거리 만들어놓고... 이제 집 정리를 해야하는데. 늘 넘기고마는 집정리다. 

읽지 않을 책들은 모두. 미련없이 버려야하는데 아직 그러지를 못하고 있어서.

아무튼. 저녁이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새로운 책 한 권을 집어들어봐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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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제인 그리고 인어 - 2025 아이스너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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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바다가 무섭습니다.
얼마간은 내가 수영을 잘 못해서 그렇습니다. 언제든 벽을 붙잡을 수 있는 수영장이 좋아요. 하지만 볼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지요. 파도치는 바다를 내려다보면, 저 깊은 물속에 눈이 없고 촉수가 달린 무시무시한 생물이 숨어 있다.
가제 발목을 휘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용솟음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니에요.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직 알아내지 못한 부분을 무서운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물속에서 어른대는 저 이상한 그림자는 무엇일까? 바다 괴물이겠지. 올해는 왜 이리 고기가 안 잡힐까? 바다 악마 때문일 거야. 며칠 전에 떠난 배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지? 언어가 데려갔구나. 분명해.
나는 바다에 대한 나만의 옛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하나의 모험담에 제가 좋아하는모든 것을 듬뿍 담아서요. (셀키! 악당 인어! 마법 할머니! 장식 가발을 쓴 바다 악마!)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전 세계의 옛이야기 책을 두루 읽어 보니, 아름다움이라는 주제가꾸준히 등장하더군요. (하하) 인어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을 유혹하고, 심해어는 찬란한 빛으로 순진한 물고기들을 입속으로 유인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도 외모에집착하고 있으며, 우린 어려서부터 그것을 몸과 마음에 익힙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이요.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남자 형제들보다 훨씬 더중요하다는 것도요. 잡지, 영화, 심지어 우리 어머니까지 모두가 젊음과 미모가 최고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늙음과 추함은 나쁜 것이고요. 이는 내가 숨 쉬는 공기였고 내가 헤엄치는 물이었어요.
제인도 그 물에서 헤엄칩니다. 그가 사는 세상에서 그는 결혼을 할 수 있을 만큼 예쁘지않고, 그렇기에 가치가 없어요. 당연히 그가 사랑에 빠지는 상대도 마을에서 가장 곱상한 피터입니다. 두 사람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관없어요. 제인에게 수많은 장점이있다는 사실도 상관없고요. 그는 다른 길을 알지 못합니다. 로렐라이와 그 자매들도 같은 함정에 빠져 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젊음을 유지하는 데에만 온 생을 바칩니다.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늘 주의해야 합니다. 영웅은 잘생기고 악당은 못생긴 그 모든 동화들을 되돌아봐요. 너무나 많은 불행이 아름다움처럼 덧없고 주관적인 것에 매달리다 찾아오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선과 악을 단순히 아름다움과 추함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작가들은 종종 자신이 어렸을 때 읽고 싶었던 책을 쓴다지요. 어린 시절의 나는 아마 이책을 아주 좋아했을 거예요. 평범한 외모의 소녀가 특별한 모힘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특성 모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법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그동안 봐 왔던 온갖아름다운 디즈니 공주로부터 해방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거라 믿습니다.
물론 완전히 해방되려면 멀었어요. 거울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분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무섭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지요.
일단은 수영강습부터 시작해 봐야겠어요!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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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기세 -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용기
서울라이터 박윤진 지음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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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시간, 일이 많아도 집에서 내가 챙겨주는 저녁을 기다리실 어머니때문에라도 늦게 남아있을 수 없어 퇴근을 서두른다. 피곤해서 저녁을 챙길일이 걱정인데 요즘 식사를 잘 못하시는 어머니가 김밥을 드시겠다고 해서 늦은 퇴근길에 김밥을 사들고 와서 어머니를 챙긴 후 밀린 설거지까지 끝내고 티비를 보며 남은 김밥을 먹었다. 그나마 오늘 저녁은 김밥을 먹어서 저녁 열시에 모든걸 정리하고 티비앞에 앉았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다정한 기세,는 나의 일상과 딱히 연관이 있지 않다. 그런데 왠지 나는 자꾸만 나의 일상을 늘어놓고 싶어진다.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용기'라는 부제 때문일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과감히 회사를 나와 자신의 업장(!)을 차렸다. 그리고 오랜세월 카피라이터로 살아가고 있다. 일은 좋아하지만 회사는 싫어 1인 사업자 대표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맘껏(!)하고 있는 것 같다. 


다정한 기세는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성공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소하게 자신의 일과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와 통찰을 배우게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한가지를 꼽는다면 '하루를 바꾸는 친절의 마법'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 역시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며 무뚝뚝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마트 직원이 내 앞에 선 할머니가 뭔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작업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일이 익숙해서 그런지 능숙하게 처리를 하고 일을 계속하는데, 내가 물건들을 담으면서 전에도 봤지만 오늘도 보니 역시 능숙하게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 해주신다며 인사를 건넸더니 놀랍게도 멋쩍어하면서도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대답해준다. 나오면서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그 직원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고 내 뒷사람은 친절한 직원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던 기억이다. 하루를 바꾸는 친절의 마법은 바로 그런것이다.


다정한 기세는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성찰뿐만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끝에 카피를 하나씩 담고 있어서 그 글을 읽는 재미, 아니 한줄의 촌철살인 같은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맞는 말이지만 긴 설명 필요없이 강렬하게 와 닿는 문구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을만큼 좋은 카피가 많다. 뭐, 거창하게 하나를 끄집어 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작은 행복은 여기저기에 굴러다니고 있다. 작은 행복을 모은다. 적당한 행복이면 충분하다." (205)

문득 적당히 행복하다면 적당히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라고 말해도 되려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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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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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술관 관람을 하게 되어 급하게 미술관련 서적을 읽었었다. 그 이후로 나와는 거리가 멀기만 한 것 같았던 전시회도 가보고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고 화가의 생애나 미술서적을 찾아 읽게 되었는데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이라는 주제의 글은 처음이다. 

유명한 화가의 경우 그 화가의 삶과 철학에 대한 설명과 그림도판을 많이 볼수는 있지만 한두권의 책으로 한 사람의 모든 작품을 보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대부분 유명한 그림이나 화가의 생애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그림들 외의 그림들은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은 그림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 아니, 그림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한번쯤은 들어봤고 한번쯤은 봤었던 그림의 화가들이다. 그런데 솔직히 앙리 루소나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처음 본 그림도판이 많았다. 심지어 고흐의 그림조차 봤던 기억이 없다. 고흐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알려져있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통해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뜻밖의 느낌이었고, 앙리 루소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상상도만 봤었기에 그 외의 그림은 없는 줄 알았는데 인물화를 보게 되는 것도 새로웠다. 

프리다 칼로의 정물화도 새롭게 느껴졌던 그림이다.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정물화에 담겨있는 그녀의 생명에 대한 희망은 수많은 시련과 고통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갔던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것 같아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모든 이야기와 그림이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익숙한 그림,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은 관점을 달리해서 화가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부분이 좋았고, 케테 콜비츠처럼 익숙한 도판과 오히려 그녀의 한 단면이 강조된 것 같은 이야기는 조금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다 좋았다. 

그래서인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든 전혀 문외한이든 상관없이 화가들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추천해보고 싶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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