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시집을 살 예정은 아니었으나.

제목이 마음 한구석을 찌르고 있는 어느 날, 이 시집을 사야겠구나 싶은 생각에 다른 책들을 제끼고 덜컥 구입을 했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시편들을 낯섦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 아니었다면 책을 펼쳐들고 참았던 눈물이 또 베개를 적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띄엄띄엄 글자들을 읽었다. 꿈은... 무엇일까.

 

아플 때, 가끔 아픔이 오는 곳을 생각한다. 바닥을 구르던 가시덤불이 어느 웅덩이에 처박히듯이, 고통은 어디로부터 날아와 내 몸속에 뛰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 폐가의 전선들처럼 치렁치렁 늘어진 고통의 핏줄을 찾아 누가 두꺼비집을 올리는 것일까?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면 들을 만큼 들었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다. 그러나 고통은 아는 것이 아니라 현전하는 감각이기에, 영원히 젋다. 고통은 몸으로부터 분리되고자 하는 마음의 열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그 끝에 죽음이라는 거울을 맑게 세워놓음으로써 삶 건너편을 사유하게 만든다. 다시말해 '고통'은 개체(나)가 개체 바깥으로 열어놓은 통로이자 그 바깥과의 대화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이미 '나'로 가득차 있어서 고통으로밖에 연결되지 않으며 고통을 통해서만 확인되는 '나 아닌 것'에 대한 감각을, 우리는 시로 쓴다.

 

인생의 고통은 늘 은유적으로 이야기되어 왔지만, 고통을 은유적으로 생각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고통은 인간의 삶 속에 있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며, 오히려 인간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비인간적인 지렛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인간의 것임을 자각하는 일은 이 가혹한 삶의 굴레에서는 쉽지 않기에 우리는 그 자각에 필요한 재료로써 시를 사용해왔는지도 모른다.(용목, 발문. 시작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스물다섯 번의 행운과 스물일곱 살의 불행. 행운이었을까?

 불행이긴 할까.

 신체를 잘라내고 타낸 보험금.

 천만다행을 믿어?

 날개도 다리도 믿지 않아, 시간을 공평하게 자르지 못하는 것처럼, 삐뚤빼뚤하게 잘린 신체 절단 마술처럼, 어느순간부터 실험이고 시험인지. 칭찬과 비난과.

 비가 오고 개는 순간이 나뉘고 있어. 표구사가 입술을 찢으며 웃을 때, 박수가 태어나네. 변태해 날아가는 비둘기? 종과 종 사이. 몸이 잘리는 기쁨과 멀쩡히 살아날 거라는 실망 사이.

 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

 매초 다른 사람으로 분리되고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강렬한 긍정 속에서 다시

 태어나. 언니의 냉담에 동참하며. 엄마의 믿음에 부응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세례의 끝. 미개한 신앙인 타고난 모으로

 입술을 찌으며 웃을 수 있어. (플라나리아 순간 일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종양의 맛, 을 읽는 순간 처녀의 몸으로 잉태라는 걸 모르고 뱃속에 커다란 종양을 키워내고 있었음을 새삼 떠올렸고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배를 가르며 내 몸속의 장기를 잘라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서도 그중 다행인것은 실손보험도 없는 상태에서 중증환자로 수술을 하면 수술비는 적게 들겠다는 안도감. 이런것이 천만다행인건가?

그래서 권민경의 시를 꾹꾹 누르며 읽어내려갔다. 비행기를 타려고 할때마다 가방도 내려놓으세요,라는 말에 의료기기를 담은거예요,라고 말하지만 굳이 다가와서 손으로 훑고 뭐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주머니 풀고 소변줄을 보여준다. 이제 그 기능을 상실한 신장을 떼어내면 한밤중에 갑자기 온몸에 촉수처럼 관을 꽂은 외계 생물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도 사라지게 될까. 과연 이런 것이 천만다행일까?

 

 

 

 

지난 봄에 시집을 사고 남긴 글을 찾았다. 쉽고 간단할 줄 알았던 시술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참담한 마음을 보여주기는 싫어서 아무렇지 않은척했지만 결국 식욕을 잃고 돌아누워 베개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문득 권민경시인의 시집 제목이 떠올라 책을 주문하고 읽은 기억이 있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감정을 억제하고 있다가 시인의 시를 읽으며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다시 밥맛을 찾았고 웃음도 찾았고 현실적으로 병원비 걱정도 하면서.

 

더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 라는 말은 내게 절망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3차병원을 찾아가면 된다는 뜻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고 주위분들의 도움으로 그리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나중에야, 이미 절망을 할만큼 한 이후에야 찾아온 안정이어서 그 시간동안 어찌 지냈었는지 기억에 없다.

다행히도 나는 지금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살아가고 있다. 등허리에 매달렸던 외계인의 촉수같던 줄을 빼내고 그 자리에는 수술자국이 남아있듯 온전히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찬가지로 미련하게 아쉬워하며 하고자 했던 일들을 실행하는 것들은 잊은채 그냥 살아가고 있다.

 

 

 

죽음과 상관없다는 듯 살아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바로 내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내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이 먼저 떠올랐었다. 아, 이것이 삶에 대한 집착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또 그 시간이 지나고 다시 조금씩 일상으로 되돌아갈즈음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책을 읽었다.

비겁하게 버거운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던 내게 다시 한번 죽음과 마주해보라는 압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글을 읽으며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침을 맞이하면 저녁의 시간이 오는 것처럼 우리에게 죽음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여전히 조그만 빵 조각을 집어드는 요한네스처럼 나 역시 그러하겠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아침도 다른 날처럼 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빵 한 조각은 먹어야겠지, 오늘 아침에도, 요한네스는 담배를 재떨이에 얹어두고, 찬장으로 가서는 빵이 든 서랍을 열고 조그만 빵 조각을 집어든다."(39,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그 평범한 일상과 달리 요한네스의 딸 싱네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의 모습이 교차되고, 요한네스의 시선과 싱네의 시선이 괴리감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어서 한 사람의 일생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또 어쩌면 그것은 죽음과 삶의 교차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다르면서도 공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삶과 죽음이 함께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러움속에서 죽음을 떠올렸었고 죽을것만 같던 고통이 사라지자 이제 또다시 죽음이라는 것은 멀리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두려움이나 그로인한 외면도 없이 우리 삶의 한 부분임을 비로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겠지. 죽음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듯 하고 먼 얘기같지만 곧 머잖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나의 삶은 어떠한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커튼 뒤에서 잃어버린 어제를 찾았죠.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나는 잠들기 전에 내가 가진 모든 하루를 생각해요.(안락사 일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그리고 나는 잃어버린 봄의 기억을 찾았다. 그저 고통과 절망만을 견뎌냈다고 생각했던 그 싸늘한 봄날에 나를 위로해주었던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을 기억해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짐을 싸던 그 순간에, 집에 쌓여있던 수많은 책들 중에 그 책이 눈에 띄었었다. 내 인생은 결코 빛난적이 없다고, 앞으로도 그럴꺼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좌절과 상처와 굴욕이 상존하는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광채를 발화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그렇게 나는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광채를 발화하는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순간'이 있기를, 나의 반짝이는 순간,을 꿈꿔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살아가고 있어, 라는 건 날아오르는 꿈을 가진 희망인걸까.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넥스트. The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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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 1 : 전근대편
최태성 지음, 김연규 그림 / 메가스터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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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엇지,가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다음은 어찌될까'라는 만화를 일컫는 순우리말이라니 참말로 표현이 좋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는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한국사 이야기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사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에 배운 것 말고 특별히 배울일이 없어서 그때의 지식이 전부인 듯 하여 알기 쉽게 정리된 한국사인 듯 하여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특별히 다음엇지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글과 그림의 간결함이 오히려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아 좋았는데 역시 한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사실 나는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어 하는 편이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유물이나 기록의 발견으로 역사가 바뀌기도 하니 항상 역사적 사실과 의미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선화공주와 서동, 그러니까 백제 무왕의 이야기에서 선화공주의 청으로 미륵사가 지어졌다고 알려졌지만 미륵사지석탑을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사리 봉안기가 나오면서 사택적덕의 딸이 미륵사 창건에 기여했다는 기록이 나오면서 유물발굴로 인해 역사가 바뀌기도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새삼 필요성이 더 커진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을 초등학생들도 본다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수능을 보는 학생들과 취업준비를 하는 취준생과 일반적인 교양을 쌓기 위한 일반인의 교양서로 읽는 이 책은 다 다르게 느껴질 듯 하다.

나의 경우는 임나일본부설의 어이없는 주장을 무너뜨릴 근거를 더 중요하게 여기거나 삼국시대에 백제가 일본에 끼친 문화적인 영향같은 내용에 더 관심이 많다. 얼마전 티비에서 총균쇠의 저자 재레미 다이아몬드가 나와 강의를 하는 내용중에 한국인의 유전자와 일본인의 유전자가 같아서 일본인의 조상은 한국인이다, 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기하네, 하고 있었는데 그런 강의를 들으면 일본 학생들이 반발하고 화를 내는데 시험을 보게 되면 다들 그걸 인정한다는 말을 해서 엄청 웃었는데 내게 있어 역사를 배우는 것은 그런 것이다. 비극적인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얻는것, 서로 반목하며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교류를 하며 서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 같은 것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고대에서 시작하여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설명을 먼저 하고 뒤이어 정치제도, 사회 문화 예술분야에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를 걷기 위해 제도를 바꾸기도 하고 천민을 양인으로 신분상승시키기도 하고 그 옛날에도 군역을 피하기 위해 양반들이 거짓으로 직을 만들기도 했고 백정이 과거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사실 놀랍지만 잘사는 노비가 가난한 주인 가족을 살해하고 양민으로 살아갔다는 이야기들은 역사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책의 마무리에서 저자 역시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그린이의 에필로그에서 최태성 작가님의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그림을 그릴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부분은 정말 자랑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중간에 원피스의 루피가 나와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ㅋ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는 역사에 대해 접근하기 어렵다면 역사에 대한 흥미와 역사를 배워야하는 의이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이 책으로 한국사를 이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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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귤 10킬로그램에 3만원,

무농약 귤로 만든 귤칩 80그램 세팩 한 묶음으로 2만원, 에 판매합니다.

귤칩은 간식으로 그냥 먹어도 되고, 따뜻한 물에 넣어 귤피차로 마셔도 됩니다. ^^

 

귤이 당도가 높고 맛있어서 그런지 귤칩으로 만드니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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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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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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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2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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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2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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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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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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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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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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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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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괌 (투몬 & 타무닝, 하갓냐, 남부, 북부) - 2019-2020 최신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김수정.김승남 지음 / 길벗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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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이라는 곳, 아니 휴양지라고 불리는 곳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는데 조금씩 나이를 먹으니 두발로 걸어다니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한껏 늘어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몇년 전이었다면 전혀 관심이 없었을 '괌'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언젠가 가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 여행책을 살펴보게 된다. 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인지 역시 무작정 따라하기의 분책 중 1권인 테마가 새삼스럽게 아주 유용하게 느껴진다.

 

괌의 유래와 역사, 상징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괌 여행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역시 휴양지 섬의 첫째가는 관광지는 해안이다.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은 제주도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마 괌의 바다도 정말 아름답다. 휴양지 괌의 관광은 해변에서 시작해서 해변에서 끝나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물로 그렇다고 해변에 대한 소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축제일정은 꽤 도움이 되는데 10월에는 괌 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 하니 그 시기를 전후로 여행일정을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안이 좋으니 바닷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것은 필수가 아닐까 싶은데 30일 이상의 운전을 하려면 국제면허증이 있어야하지만 단기여행자인 경우 국내면허증만 있어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뜻밖의 팁이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다 잘 정리되어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 휴양지인만큼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많다. 처음 괌을 떠올렸을 때는 그저 바닷가의 전망 좋은 숙소에서 늘어지게 자고 먹고 멍때리며 늘어진 하루하루를 보내다 돌아오는 휴식여행만 생각했는데 나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액티비티는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마라톤대회가 있는 시기에 가서 마라톤 참가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니, 이런 저런 것을 하지 않고 경치좋은 바닷가길을 걷고 전망 좋은 곳에서 인생샷을 찍고 기념품을 쇼핑하며 여유를 즐기다 돌아오는 짧은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서 휴양을 즐길 이유가 있냐고 묻는다면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대답하겠지만 그래도 가끔 색다른 곳에서 여행의 기분을 느껴보기에 괌 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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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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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국제정세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어서 잠시만 관심을 끊으면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지경이다. 일본의 경제도발에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로 맞서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의 로비를 받았는지 은근히 돌려말하지만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또 그 와중에 주한미군의 부담금을 높이려고 한다. - 삼십여년전에도 주한미군이 차지하고 있는 땅의 대여비용은커녕 비용부담과 온갖 범죄사건의 조사권조차 가질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그 옛날 우리보다 더 약소국이라고 여겨졌던 필리핀도 미군기지가 사용하고 있는 토지비용을 받아내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를 압박하려 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만만치않다. 이런 주위의 정치경제적인 압박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나가야 할까.

 

왜 왜란 다음에 호란을 다시 맞았을까?

책을 펼쳤을 때 첫장의 물음이 이것이었다. 역사적 사건인 왜란과 호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당시 임금의 무능함과 정세파악을 하지 못하는 양반들의 무능함과 또한 자신들의 권력다툼과 이권에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부분적으로 승리를 거둔 전투가 있다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전쟁의 상황에 놓인 백성들의 삶은 파탄날수밖에 없는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의 내용은 역사속으로 깊이 있게 빠져들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너무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왜란과 호란사이의 38년의 기록을 이 책은 홍한수전이라는 소설 형식의 글과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점의 역사적 기록을 설명하고 해설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홍한수라는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지만 실존 인물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하니 그 옛날 기구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김영철, 안단 같은 민초들의 삶을 떠올리면 애통할뿐이다. 거기에 더하여 한때 욕으로 쓰였던 환향녀, 우리의 어린 소녀, 여인들을 지켜내지도 못했으면서 그들이 죽지않고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부끄럽게 살아돌아왔다는 사관의 붓놀림속에 흔적만 남겼다고 하는 글은 더욱더 그렇게한다.

왜란때는 그나마 자진해서 의병을 일으키고 참여하는 백성이 많았지만 호란때는 관군을 동원해서야 겨우 의병모집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호란의 시기가 짧았던 이유라기 보다는 그만큼 백성의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7년이나 지속된 왜란으로 고아가 되어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을 모아 아동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홍한수전의 시작은 바로 그 아동대에서 조총을 배우는 장면이다. 조총사격술을 배운 홍한수는 왜란을 넘기고 명과 후금의 전쟁에 징집되어 압록강너머로 갔다가 후금의 포로가 되어 죽을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하지만 또다시 조선을 침략하는 후금의 군사로 조선으로 들어오지만...

이 소설로 각색된 이야기가 허구같지만 실제 이보다 더한 삶을 살아간 수많은 민초들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병자호란에 만주로 잡혀가 청나라에서 노예로 살다가 수십년만에 도망쳐 조선으로 왔는데 조선의 국경에서 조선인에게 잡혀 다시 청으로 되돌아간 안단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중국과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구경꾼처럼 방관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5.18을 이야기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홍콩시민들의 마음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지...

 

이 책은 소설은 소설로서 엄청난 흡입력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왜란과 호란을 대하는 왕조사 중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 온 왜군의 전쟁방식과 성을 점령할필요없이 속전속결로 약탈을 일삼는 유목민의 특징을 가진 청군의 전쟁방식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잘 알수있도록 하게 해주고 있지만 조금 더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밖에 없는 것은 단 한줄로 표현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비극적 상황을 알수있게 하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성벽에 돌담이 쌓여있는것처럼 보이는 것이 무엇이지 몰랐는데, 붙잡혀 온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을 필요없어 죽인 후 성밖으로 던져버린 시신이 그렇게 쌓여있던 것이다, 라는 한마디로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살아가야 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된 역사는 비극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난과 난 사이 흘려보낸 38년과 명과 청 사이에 낀 조선을 역사로만 박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345)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의미는 많지만 반복된 역사는 비극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문장 하나에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와 역사를 배우는 까닭을 전해본다.

"마르크스는 헤겔의 입을 빌려 역사가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두 번 반복된다고 했다. 우리가 지루하고 따분한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지나온 아픈 과거가 비극으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리고 희극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조금 더 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과연 홍한수와 김영철들의 삶을 반복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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