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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씨름하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완벽한번역이라는게 존재하긴 하는걸까? 번역이라는 직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언젠가 룽형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은절대로 번역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고 해도 좋은 번역을 해내는 일은쉽지않다. 예로부터 동서양의 일부 번역가들은 단정하듯 말해 왔다.
번역은 불가능하다고. 빌헬름 폰 훔볼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모든 번역은 결국 완수할 수 없는 과업을 완수하려고 시도하는것에 불과하다. 어떤 번역가든 두 개의 걸림돌 중 반드시 하나에 걸려 넘어지게 되어 있다. 원작에 너무 가까이 가서 모국의품격과 언어를 희생시키거나, 모국에 너무 가까이 가서 원작의품격을 희생시키거나, 둘 사이에 중간노선을 찾기 어려운 것이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에 찾을 수 없다. - P427

그럼에도 누군가는 만 길 낭떠러지 위에 걸려 있는 줄을 타고, 그불가능해 보이는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원문 그대로, 품격도 속됨도 그대로, 깊이도 얕음도 그대로 어투도 문체도 그대로그런 번역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원문 속의 거대한 문자 장력과 그림같이 펼쳐지는 시적 정취가 문화의 간극을 뛰어넘어 독자 앞에 고스란히 펼쳐지던 그 생생한 감각을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 같았다. 두 언어에 대한 깊은 문화적 배경을 갖춘 번역가가 먼저 원작자의 세계로 들어가 문자가 전하려는 모든 것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헤아린다. 그런 다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스스로 원작자가 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른 문화적 토양으로 들어가도록 자신을 몰아붙인다. 번역가와 원작자는 하나가 되어 원래의 사상과 감정 속으로 깊이 침잠해 그를 다른 언어로 다시써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번역가는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오직 번역문만을 남긴다. 더 많은 독자의 시선이 번역가의 몸을 넘어 원작까지막힘없이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번역문은 너무나 적다. 번역가로서 필요한 자질 외에 끊임없는 사유와 저울질, 반복적인 다듬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빛나는 번역의 마지막 한 조각은 약간의 영감과운이 채워 넣는다.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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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각의 단어들이 하나의 독자적인 별이 되었다.
이 모델은 내게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정확히 동일한 개념을 가리키는 두 단어는 없다고. 바꿔 말하면 세상에 동의어는 없다는것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구상에는 각기 독특한 언어를 갖고있는 나라들이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 왔다. 간단해 보이는언어 뒤에는 강렬한 민족 정체성과 깊고 단단한 문화가 축적되어 있다. ‘‘紅과 ‘red‘는 같은 색깔을 가리키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전자는혼례와 관련된 즐거움과 희열을 암시하고, 후자는 프랑스 대혁명이불러온 피로 물든 강의 이미지를 은근히 내포하고 있다.
그대로 한번 더 정밀도를 조정하자, 별들은 이제 몇 배로 늘어나실험실 전체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각 단어가 또다시 여러 개의 자신으로 분열해 나간 것이다.

이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같은 언어 속의 같은 단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언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그 의미는완전히 달라진다.
그 누구도 각자가 보는 빨간색이 모두 다 같은 빨간색이라고 중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근거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그모든 단어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서 똑같은 의미로 이해될 거라고확신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생명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말한 ‘빨강‘은 ‘강산을 비추는 아침 해‘의 붉은빛이고, 내가 생각하는 ‘빨강‘은 ‘온통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봉황꽃‘의 붉은빛이다.
멍하니 서서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던 내 머릿속에는 단 한문장이 남았다.
‘번역은 불가능하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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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자기 거야. 왜 남의 시선을 신경 써? 내가 원하는 걸 좇으면 그만이지.


옌한은 잘익은 떡을 집어 들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런 말 못 들어봤어? 노력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반드시 악인으로 남는다는 말."
"뒤에서 험담하는거, 신경안쓰여? 그러니까 내 말은......
"인생은 자기 거야. 왜 남의 시선을 신경 써? 내가 원하는 걸 좇으면 그만이지. 넌 무슨 생각이 그리 많니?"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문제하나를 처음으로 떠올렸다. 내가 지금까지 쫓아온 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을까?
이렇게 얻기 힘든 장학금을 두고서도 누군가는 명예를 보고, 누군가는 돈을 본다. 하지만 옌한에게는 그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위한 디딤돌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의미도 없는 대회와 활동을 전전하며 점수를모으고 있는 걸까? 부모님을 기쁘게 하려고? 아니면 다들 하는 경쟁속에 습관처럼 뛰어들어 세속적인 기준으로 ‘우수‘라는 메달을 따기위해?
내가 원하는 미래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이 떠오른 순간, 어둡고 몽매했던 영혼이 처음으로 눈을뜬 것만 같았다.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과거를 들여다보았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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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 수집 가이드 - 도쿄부터 낯선 소도시까지, 하나씩 발견하는 도시 여행
박설희 지음 / 트래블라이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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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시 수집,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어느 특정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마주쳤던 도쿄의 뒷골몰 풍경이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조금은 외곽지역에 있는 지브리미술관을 찾아 가는 길에 함께 했던 친구가 전철에서 내려 뜬금없이 지도를 보다가 자그마한 골목으로 들어서며, 이곳으로 가도 길이 있을 것 같아요! 하길래 무심코 따라가다가 생각보다 더 길어지는 길에 짜증을 내려고 할즈음 - 당시 한여름의 도쿄는 그냥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워!라는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날씨였고, 지브리에 예약된 시간도 다가오고 있어서 원래 표시된 큰 길,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한다는 곳이 10분을 넘게 걸어도 나오지 않았을 때 여행 첫날이 아니었다면 화를 냈겠지만 그래도 화를 꾸욱 눌러 참고 있을 그 즈음에 - 골목 귀퉁이를 돌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그 모든 화가 사그라들었다. 


자그마한 골목길에 경차 한 대 주차할 수 있을 만큼의 마당에 꽃화분을 갖다놓고 담쟁이를 올린 집들이 보이고 자그마한 골목길에 딱 맞는 아주 작은 음료 자판기까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도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골목길의 매력이 이런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도시 수집 가이드는 그처럼 소도시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내가 알만한, 물론 가본곳은 아니지만 들어봤던 도시들의 안내서였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에 대한 설명은 오래전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가 본 곳이었기에 친숙한 느낌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고, 시코쿠와 다카마쓰, 특히 나오시마 섬은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반가웠고 홋카이도는 언젠가 꼭 가 볼 것이라는 생각이어서 먹거리를 위한 봄가을 여행이 의외로 더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여행계획을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오키나와는 그곳의 역사와 제주의 역사가 너무나 닮아 있기에 또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곳이어서 그런지 책을 한번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니 중간에 끊을수가 없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요즘 왠만한 정보는 AI를 통해 얻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이드북이 유용하게 읽힐까 싶었는데, 이 책은 그런 짱짱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순간, 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매력이 담겨있는 책이다. 나오시마 섬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에 그곳은 아예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과는 또 다르게 교통편이 좋아지고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편의도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에 나 역시 새로운 일본 여행을 계획해보게 된다. 지브리파크가 생겼다는 것은 알았는데, 2022년에 나고야에 생겼고 놀이동산 개념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으로 조성되어 각 테마마다 입장과 인기도에 따라 예약이 안될수도 있다는 정보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여행정보를 얻는다는 것보다 가보고 싶은 곳이 더 많이 생기고, 먹어보고 싶은 음식도 많고 일어를 모르지만 츠타야 서점도 가보고 싶어지게 만들고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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