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가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된 것이 ‘그녀였는데도‘인 것과 동시에 ‘그녀 덕분에‘라는 점을 잘 안다. 내 정신 속에서는 ‘그녀였는데도‘가 ‘그녀 덕분에‘를 능가해왔다. 물론 오래전부터 내 이기심과 배은망덕이 부끄럽다. 이기심과 배은망덕이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 고통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내 어머니의 책]의 알베르 코엔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죄책감은 ˝조금 늦었다˝라고. 254-255

이젠 내가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된 것이 ‘그녀였는데도‘인 것과 동시에 ‘그녀 덕분에‘라는 점을 잘 안다. 내 정신 속에서는 ‘그녀였는데도‘가 ‘그녀 덕분에‘를 능가해왔다. 물론 오래전부터 내 이기심과 배은망덕이 부끄럽다. 이기심과 배은망덕이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 고통때문에 고통스럽다. 하지만 [내 어머니의 책]의 알베르 코엔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죄책감은 "조금 늦었다"라고. 255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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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처럼 생각하기 - 기후 위기의 지구에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벤 롤런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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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같은 생태계는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종들의 공동체입니다. ...... 한 명의 인간으로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의 종으로서 생각하는 방식, 즉 '숲처럼 생각하기'를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어느새 잃어버렸던, 세상을 바라보고 관게 맺는 방식입니다. '숲처럼 생각하기'는 모순과 불확실성의 현시대가 지나가고, 우리의 생존이 다른 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 다르게 살아갈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14-15)


숲처럼 생각하기는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후기에 나오는 숲처럼 생각하기에는 '그리고 행동하자!'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는데 이 책을 굳이 지구 생태 환경을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만 한정짓지 말고 좀 더 현실적으로 우리가 어떠한 삶의 지침을 가져야 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지금까지 지구 환경을 떠올리면 가장 단순하게 실생활에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언급하거나 사라져가는 종의 보호를 위한 행동 지침이라거나 정책적인 방향을 바꾸기 위한 노력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거나 재활용을 잘한다거나 하는 행동 지침에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깊이있는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한 이야기에는 아이들을 제외시키곤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심각한 지구 환경에 대해서는 잘 모를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더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현실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열살밖에 안된 아이가 기후변화를 대륙만한 악어에 비유하며 몸 안쪽부터 썩어가는 악어가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도 모르며 온지구를 돌아다니며 끝없이 먹어대서 결국은 사람이나 동물이 먹을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154)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나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다가 프랑스의 한 동물원에서 자연부화된 악어 새끼 열마리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아프리카 태생의 악어는 3개월 이상 28도에서 32도 정도를 유지해야 자연부화가 되는데 프랑스에 더운 여름이 지속되면서 인큐베이터없이 새끼 악어가 태어났다는 것은, 생명탄생의 기쁨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지구 생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 역시 아이들에게 악어탄생의 이면을 제대로 알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우리의 의무감으로서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지금 우리가 실천해나가야하는 부분들, 아이들에게 어떤 진실을 전해줘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기후행동을 위한 시위에 참석하지 않고 가족과 휴식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그래도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며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 것이 좀 더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나 역시 지구의 환경을 위해,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현재 나 자신의 삶의 만족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숲처럼 생각하기 그리고 행동하기!의 지침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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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직업 - 잔잔하고 자유롭게, 문구 작가로 삽니다
조재성 지음 / 몽스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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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직업'이라니, 직업이 작고 귀여울 수 있는건가? 라는 의심에서 시작했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은. 그런데 뜻밖에도 그 작고 귀여운 직업이라는 것이 문구작가라니.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구작가'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책과 문구는 늘 함께 다니는 친구같은 느낌이니까.


짧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문구작가로 창업(!)한 저자의 노하우가 담겨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문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밍키트'라는 브랜드는 잘 알지 못한다. 동네가 관광지이다 보니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북까페에서 파는 마스킹테이프는 동네의 풍경만으로도 이쁘고, 다이어리를 꾸며야 할만큼 많은 양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가끔 돌아다니다 발견하는 문구를 사는 것이 전부였으니 그럴만하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문구에 대한 활용이나 설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1인 사업자로, 좋아하는 문구를 만들면서 돈도 버는 그런 행복한(?) 꿈을 꾸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진솔한 체험형 조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수익이 좋으면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버는 삶에 대한 질투어린 비아냥의 부러움을 사지만 또 매출이 안되어 힘들다고 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어리석음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밍키트는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당시의 다꾸열풍이 한몫을 해 준 것도 있겠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저절로 잘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벼운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문구작가로 살아가는 저자의 수많은 노하우가 담겨있어서 혹시 문구작가를 꿈꾼다면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입점매장의 수수료라거나 한정판 판매의 매출 같은 부분은 특히 더 그랬다. 온라인으로 정신없이 주문을 받았는데 재고가 없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고민하다가 근처 매장에 가서 주문받은 물건을 구입해 배송해줬다는 에피소드는 고객에 대한 신뢰와 책임이 그만큼 중요한 것임을 알려준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저자의 대응은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어린 편지라거나 잘못배송된 물품에 대한 보상을 등가교환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잠깐의 손해처럼 보이는 순간이 사실은 저자가 운영하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니 말이다. 


문구작가로 살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역시 저자가 자랑할만했던 윤슬 스티커는 조만간 구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슬그머니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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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는 가장 친한 친구였어" 네가 거듭 말했다.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클로버한테 다 이야기했어. 클로버는 사람들처럼 날 판단하지 않았어"
네 침대 주변은 동물 사진이 가득하지만 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실제 동물은 클로버였어. 클로버는 너를 동물의 세계로데려다주는 통로였지. 너는 클로버와 함께 자랐고 클로버와의 관계에서 정체성을 형성했다. 친구들은 너를‘고양이를 좋아하는아이‘로 알고 생일마다 고양이와 관련된 장난감과 옷을 선물했지. 네가 다시 혼자 잠들 수 있게 되고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오기까지 걸린 그 길고 긴 2주 동안 너는 반려동물이아닌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
이 시기에 우리는 슬픔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슬픔은 밀려왔다가잦아들기를 반복하며 결국, 우리는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였지.
"처음 겪는 상실이 가장 힘든 거야" 네가 놀라울 정도로현명하게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절대 잊지 못할거야"
나는 캐럴라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줬다.
"슬픔은 사랑이에요" 캐럴라인이 답했다.
이 말을 전하자, 대프니, 너는 그 의미를 곧장 이해했다. 슬픔이란 외면하거나 어떻게든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그 곁에 멈춰 서서 가만히 품으며 꼭 즐겁지는 않더라도 소중히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클로버에 대한 기억처럼.
이번 일은 네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 끔찍해서 굳이 겪지 않았어도 되었을 경험이다. 하지만 슬픔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은모든 사람이 배워야하는 교훈이야.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너도슬픔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것 같아. 너는 기억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만을 원하지는 않으니까. 캐럴라인은 공동 편집한 책의 한 구절을 내게 보여줬는데, 주디스 앤더슨 Judith Anderson과 리베카 네스터 Rebecca Nestor가 쓴 내용이었다.

우리 중 대다수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사라져가는 현상에서 비롯하는 기후/생태슬픔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 기후 슬픔은 단 한 번의 상실에서 오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기에 남아 있는 삶 내내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 슬픔은 일상적인 삶의 결 안으로받아들여져야 하며, 어쩌면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206-207

클로버를 잃은 일을 계기로 나는 슬픔을 오래 품고 살아가는 법을 너에게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대프니. 사람들은기후 슬픔을 직접 마주하기보다 덜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반응하려 한다. 이를테면 현실을 부정하거나,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세상이 반드시 파멸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거나, 실제 감정을 느끼는 대신 감정에 관한 책을 쓰는 거야. 슬픔은 사랑의 또 다른얼굴로, 우리에게 누가 소중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기억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게 하지. 이 감정은 우리를 세상과 타인에게 연결해 주기도해. 캐럴라인은 네게 이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했어.

"슬픔은 사랑이야. 정말 깊이 사랑했다면 슬픔도 평생 함께하게 되지. 사랑했기 때문에 슬퍼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자기쁨이란다. 고양이를 잃었다는 상실감보다 고양이에게 향했던 사랑을 생각하렴. 네 슬픔의 크기는 네가 그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척도야. 그토록 깊고 온전하게 사랑할수 있었다는걸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그 사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거야"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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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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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문장에 담겨진 의미와 소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해보며 읽어야 하는 소설을 숙제를 해 치우듯이 읽었다. 사실 비현실이 현실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더 열심히 읽었다는 말이 맞을것이다. 나의 얼굴을 누군가의 얼굴로 바꿔넣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이후 타인의 얼굴을 뒤집어 쓴 채 이웃을 속이고 아내마저 속이며 그 모든 것을 기록해나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 모든 행동은 실체가 아닌 허상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타인의 얼굴'이라는 것은 '상징적 은유를 통한 본질의 탐구'라는 생각에서 바뀌어 그 행위 자체의 범죄가 어떻게 드러나게 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페이스오프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오래전에 이 소설을 먼저 접했다면 '타인의 얼굴'이라는 소재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단지 타인의 얼굴로 바뀐 가면을 썼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리라는 설정 자체가 좀 허술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현대사회에서 얼굴 성형으로 인해 자기만족에 따른 자존감의 상승으로 기본적인 태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또한 아주 허술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책을 읽는 동안에는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얼굴 인식을 못하는 사람과 비정기적으로 계속 얼굴이 바뀌는 사람의 만남에서 얼굴이 바뀌더라도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본질이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텐데, 소설 '타인의 얼굴'은 그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장르소설의 느낌으로 소설 속 화자인 남편이 어떤 살인 행각을 벌일까 기대하고 있다가, 화자의 심리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하고 마지막에 그 모든 것이 허무하게도 남편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좀 충격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타인의 얼굴'이라는 소설에 담겨있는 문장들과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게 된다. 

이웃의 어린아이조차 알아챌 수 있는 가면의 모습을 소설 속 화자 스스로만 모두를 완벽하게 속이고 타인으로 변신했다고 믿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때, 당연한 결과인 줄 알면서도 당황스러워 했던 나를 떠올려보면 나 역시 가면을 쓰고 세상 밖으로 나가볼까 라는 마음이 어느 한구석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인의 얼굴'을 갖는다는 것은 내 안에 타인의 존재와 나의 부재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걸 갖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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