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데일리 서프라이즈>에서 "홍세화 ‘나는 더 이상 한국 택시운전사와 얘기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이 기사로 홍세화는 택시운전사들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후에 <한겨레 21>의 홍세화 칼럼을 보니 홍세화는 자신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맥락과 절박한 문제의식을 뒤로 한채, '택시운전사와 얘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발췌해 제목으로 쓴 <데일리 서프라이즈>의 기사를  '어느 진보매체의 조선일보스러움’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며칠 전, 회식을 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데 택시 아저씨가 계속 말을 시켰다. 선거 전날이었기에 당연히 화제는 선거 얘기였다. 나한테 누구를 뽑을 거냐고 물어 보기에 난 "잘 모르겠어요."하며 대답을 피했다. 한밤의 택시에서 운전사의 의견에 반대되는, 또는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아저씨는요?" 하고 물었더니 "당연히 오세훈을 뽑아야지." 하며 강금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말투도 '반말'로 바껴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자기 보다 어려 보이는 여자들에게 은근히 말을 놓는 건 친절한 택시 기사를 만나는 것 보다 흔한 일이다. 그 아저씨는 강금실을 '씨족사회를 붕괴하는 나쁜 여자'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했다. 난 어이가 없어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 아저씨의 길고 긴 연설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강금실은 이혼녀다. 가정 하나 못 지키는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냐? 요즘 여자들 잘났다고 이혼하는 거 정말 재수 없다.
둘째, 강금실은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다. 호주제가 폐지돼서 이제 씨족사회가 붕괴될 판이다. 이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아냐? 친남매들끼리 결혼할 수도 있다. 인간이 짐승처럼 살게 생겼다.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애써 심호흡까지 하며 가만히 듣고 있다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그런데 왜 친남매들끼리 결혼을 해요? 그게...호주제 폐지하고 상관이 있나요? "
아저씨는 나의 질문에 열과 성을 다해서 설명했다. 교단에 선 후로 처음 질문을 받아 본 비인기 과목 교사처럼.
" 호주제가 폐지되면 어떻게 돼? 여자들이 이혼하고 애를 데리고 다른 남자랑 재혼하면 성이 바뀌쟎아. 이혼한 남편이 아들을 키우고, 여자가 딸을 키운다고 생각해봐. 보통 아들은 여자한테 안주지. 그럼 남매끼리 성이 다르쟎아. 그 남매가 어른이 되서 만난다고 쳐봐. 성이 다르니까 지들이 남매라는 것도 모르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도대체 짐승하고 다른 게 뭐가 있어?"

    난 회사생활 10년차의 숙련된 '인내심'을 발휘하여 가만히 듣고 있다가 질문을 하나 더했다. 아주아주 공손하게.
" 저....그런데요. 부모가 이혼을 해도 남매들끼리는 계속 만날텐데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 아가씨, 참...세상 물정 모르는구만. 여자들이 남자 생기고 재혼해봐. 옛날 남편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지 알아? 자식 새끼도 다 까먹고 산다고."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침묵모드로 일관했다. 만약 내가 술 취해서 그 아저씨가 하는 말에 반박이라도 했다면 위험할 뻔 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건 정말이지 멍청한 일이다. 우발적 범죄의 대부분이 상대방의 '말'에 열 받아서 일어난다고 한다.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 만큼 쓸데 없고 미련한 짓도 없다. 홍세화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을 했는지 절절히 공감했다.

    인간은 잘못된 믿음일지라도, 한 번 믿은 건 계속 믿고 우기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평생 그렇게 믿을 꺼다. 그 아저씨를 페미니스트 100명이 날마다 찾아가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그 아저씨의 믿음은 달라지지 않을 꺼다. <올드 보이>처럼 최면이라도 걸지 않는 한 그 아저씨는 달라지지 않을 꺼다. 참...씁쓸하고 또 슬펐다. 대한민국에 그 아저씨처럼 생각하는 중년 남자들이 어디 한둘일까?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리스 2006-06-0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에는 중년 남성.. 이 아니라 중년 여성.. 심지어는 그보다 어린 여성중에도 저와 유사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 그게 더 답답해. --;;

kleinsusun 2006-06-0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러게, 정말 답답해. 그들의 생각은 거의 바뀌지 않을텐데 말이얌.
오늘 혹시.......출근했어?

nada 2006-06-0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 아주 드라마를 쓰시네요, 어디서 씨족사회라는 말은 주워들어가지고는..흥!

kleinsusun 2006-06-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이예요. 아마도 호주제 옹호에 앞장서는 불어터진 짬뽕 같은 단체 회원이 승객으로 타서 한 얘기들 듣고 듬성듬성 외운게 아닐까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6-06-0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아자씨가 너무 많아서 무서운 세상이에요.
꼭 뭐 아자씨들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강금실 씨 얼굴이 반쪽이 됐더군요.
마음이 좀 아팠어요.

kleinsusun 2006-06-0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 하루 전날 강금실이 삼성본관 앞에서 유세를 했어요.
패배할께 확실한데도, 승리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하더군요. 제가 다 가슴이 뛰더라구요. 동시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구요.
세상에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넘 많아요.ㅠㅠ

BRINY 2006-06-03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이 청동기 시대랍니까?

kleinsusun 2006-06-0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말이예요.ㅎㅎㅎㅎㅎ 정말 어디서 "씨족사회"란 말을 주워 들었는지 몰라요.

이리스 2006-06-0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출근 안했어.. 이런데다 나쁜말 쓰면 곤란한데 문득.. 씨족사회는 커녕 저런 사람들 때문에 씨x 사회가 되가는거 같아. -_-;;

kleinsusun 2006-06-03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항상 내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낡은구두,쵝~오! ^^

플레져 2006-06-0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선거 전날 한밤중에 택시 타고 왔는데,
아저씨가 2번 찍으라고 난리더군요. 저역시...위험해질까봐
공손모드로 앉아 있느라 죽을뻔했어요. 택시에서 내린다음에야 쳇, 겨우 한마디 뱉어냈답니다. 무셔워요...덜덜...

kleinsusun 2006-06-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잘하셨어요. 택시에서 권력은 기사에게 있쟎아요. 괜히 심기를 건드리는 대답을 하면 위험해요.ㅠ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게 최곤 것 같아요.

세벌식자판 2006-06-0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생활을 하면 할수록... 정치 이야기, 종교 이야기는 조심히 또 조심히 해야 제일 좋은거 같아요. 제가 지금 대구 사는데... 헐헐헐 분위기는 안봐도 비주얼이겠지요?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침묵모드로 일관합니다. 그래도 묵묵히 그런 이야기를 듣는게 쉽지는 않더라구요.

kleinsusun 2006-06-0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판님! 맞아요, 침묵모드가 최고예요. 특히 윗사람들하고 얘기할 때는...회사 생활 팍팍해져요.ㅎㅎㅎ

2006-06-0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가 결혼하려는 이유는 사회적인 거예요.독신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더 이상 독신 여성으로 살기 불편해서죠.세 걸음에 한 번씩은 독신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편견들과 제도적 불합리함에 발이 걸리죠.그것이 사실이든 제 과민 반응이든 간에, 제가 사는 데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개선하려고요."

김형경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주인공 세진의 대사다. 결혼을 하려는 이유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어서도 아니고,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불편"해서란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사랑하니까 결혼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다. 외롭거나 또는 불편해서. 반만년 역사에 빛나는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30대 싱글, 그것도 여자로 살아 가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결코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화~금, 3박 4일간 신임과장 교육을 받고 어제 왔다. 교육 차수별로 인원이 다른데 이번 차수는 127명, 그 중 여자는 7명이었다. 10개 조로 나누어 분임토의를 했다. 한 조에 12~13명.

첫 날, 조별로 분임토의장에 모여 자기소개를 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고, 한 명이 소개를 마칠 때 마다 박수를 치고 하는 전형적인 시간이었다.내가 속한 10조는 모두 12명. 12명의 구성은?
"11명의 남자 + 1명의 여자" , " 11명의 기혼자 + 1명의 미혼자".
난...이래도 저래도, 어떻게 구분해도 완벽하게 혼자였다. 이런걸 "마이너리티", "소수자 집단" 이라고 하나?

"결혼을 안한 30대 여자"는 소수자 집단에 속한다.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 또는 "더 늦기 전에 좋은 사람 만나야죠." 하는 말을 "오랜만이네요.잘 지냈어요?"하는 인사처럼 자주 들어야 한다.더 심한 경우엔 "애를 낳을 생각이면 결혼을 서둘러야죠,더 이상 늦장 부릴 여유가 없어요." 하는 주제 넘은 말까지 들어야 한다.

김형경의 소설 속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듣는 건 정말이지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다.

분임토의장에서 옆에,앞에 앉은 남자들의 넷째 손가락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눈부신 결혼반지들을 보면서 내가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생김새도 다르고, 처음 지구에 와서 매 순간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외계인.가만히 있어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튈 수 밖에 없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 가끔은 아줌마가 되고 싶을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아직 결혼 안 하셨어요?" 같은 귀찮은 질문에 "했죠."하며 허접한 대화를 단칼에 끝내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 난 지금의 내가 좋다.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함과 외로움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내가 꼭 궤도를 벗어나 떠돌고 있는 인공위성처럼 느껴져 두려울 때도 있지만, 난 지금의 내가 좋다. 가끔 주위에서 들이대는 "평균의 잣대"에 기가 죽어 가라앉기도 하지만, "의무" 보다 "꿈"에 설레여 하는 나만의 일상이 소중하다.

"소수자 집단"에 속한 다는 건 분명 불편한 일이다.스스로가 외계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한 쪽 다리가 흔들리는 테이블처럼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불편함을 개선(?)하려고 결혼하는 것도 미친 짓이다.결혼 자체가 미친 짓이라지만, 결혼을 "식스 시그마"로 착각하고 개선 활동을 하려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짓이 아닐까? 결혼은 개선활동이 아니니까.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06-05-2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담이지만 결혼을 식스 시그마에 접목한다면 김형경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define단계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씀같기도 합니다.ㅎㅎ
근데, 개선활동, 식스 시그마에서 느껴지는 이 동질감이란...

hnine 2006-05-2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으로 자기 인생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결정, 개선 될 것으로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을 가끔 볼 때가 있어요. 개선이라기보다 나 자신의 '개조'를 요구할 때가 많은 것이 결혼 생활인데 말이지요.

2006-05-28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5-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맞아요."Define"부터 다시 해야 해요.음하하하.
잉크님도 시그마 땜에 스트레스 받으세요? 전 6월말까지 완료해야 하는데, 아직 M까지 밖에 안했어요.ㅠㅠ

hnine님,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어요. 결혼을 하면 인생이 정리되어 굴러갈 것 같은....ㅎㅎㅎ 제가 아직 철이 없어요. 인생 선배로서 hnine님의 조언과 지도편달이 필요해요.^^

잉크냄새 2006-05-2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작년에 시그마 프로젝트를 수행했어요. 제가 리더였는데 리더뿐 아니라 팀원들도 웃기는 인간들이라 지도위원으로부터 시그마팀이 아니라 시트콤팀이라는 불명예를 받았죠. 막판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효과금액 부문에서는 팀원들의 교육비를 겨우 만회하는 허접한 효과를 달성해서 전사발표때 진땀 꽤나 흘렸답니다. 이제 M 단계시라면 아직도 가시밭길일텐데...힘내세요.^^

nada 2006-05-2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명의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당당한 수선님이 멋져 보입니다.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반대였죠. 여자들만 바글바글, 남자 한두명. 것도 그리 좋진 않더라구요. 뭐든지 균형이 제일 좋은 듯해요.^^

다락방 2006-05-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시간이 흐를수록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불편한건 사실이예요. 정말 싫어요.

kleinsusun 2006-05-2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저희는 1년에 인당 하나씩 해야 해요.ㅠㅠ
이번주 목표는 "A" 완료! 안하면 디따 볶이거든요. 6월에는 2주간 BB교육도 받는답니다. 아....시그마, 시그마!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어요.ㅎㅎㅎ

꽃양배추님, 전 항상 남자들만 있는 조직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힘든 일도 많았고, 문화적 충격도 있었고...그랬죠.^^ "홍일점" 이런 말 참 듣기 싫었는데, 요즘엔 여자 후배들이 많이 들어온답니다. 주말이 끝나가는 소리가 들리네요. 월욜이 오기 전에 실컷 놀자구요. 마지막 순간까지, 아자!

다락방님, 네....뭐 "불편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예요. 주위에서 우리들의 평화를 자꾸만 깨뜨리죠. 그래도...결혼에는 결혼의 불편함이 있을꺼예요.이렇게 위로하자구요.ㅎㅎ

2006-05-28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6-05-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반 회사 다닐 때 '최초의 여자**'라는 수식어가 너무 싫었다...기 보다는 부담스러웠어요. 결국 그걸 이겨내지 못했지만...

kleinsusun 2006-05-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Briny님, 그러셨군요. 저는 아직도 "최초의 여자**"를 쭈~욱 듣고 있어요.이게 사람 엄청 부담스럽게 하는건데...그죠?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moonnight 2006-05-2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삼십대의 독신여성. 살기 힘들죠. ^^;;;; 이런 '불편함' 때문에 결혼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 또 문제겠지만요. -_-; 흐흐. 지금의 수선님이 저도 좋아용. ^^

DJ뽀스 2006-06-0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 독신여성으로서 100%공감합니다. 오죽하면 30대후반의 독신녀인 지인은 "대한민국사회에선 독신녀보다 이혼녀가 살기편하다"라고 하더군요. 결혼을 실패할 순 있지만 결혼을 안한건 용납하지 않는 이상한 사회, 정말 웃기네요. (스트레스 만땅입니다. ㅠ.ㅠ)

kleinsusun 2006-06-0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네...아직은 "불편함" 때문에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지가 만땅! ㅎㅎㅎ

DJ뽀스님, 아.....맞아요. 결혼을 안하면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저도 스트레스 많이 받는답니다. ㅠㅠ

2006-06-0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5월의 토요일.날씨 참 좋다.이 좋은 날, 난 서울시내 한 복판에 있는 호텔방에 혼자 있다. 집에서는 글이 안 써진다는 핑계로.진짜 이유는 혼자 있고 싶어서.

내 나이 한국나이로 34살. 엄마 뱃 속에서 한 살, 생일이 1월 1일이건 12월 31일이건 새해 첫날 일괄적,무차별적으로 다함께 나이를 먹는 비합리성, 또는 억울함으로 언젠가 부터 나이를 말할 때는 "73년생"이라고 대답하거나, 앞에 "한국나이"라고 친절한(?) 부연을 붙힌다.

30대 중반이 되었는데 부모님께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 건 쩍 팔리는 일이다.그리고 불편한 일이다.유럽 거래선들이랑 농담 따먹기 및 신변잡담을 주고 받다 보면 꼭 이런 질문이 나온다. " 혼자 사니? 아님 남자친구랑?" (유럽에선 결혼 안하고 동거만 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결혼을 해도 몇 년 동거하다가 한다.)

이럴 때, 정말 대답하기가 뻘쭘하다.
"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
" 뭐.라.구? 부모님이랑? "
난 쩍 팔림을 모면하려 부연설명을 한다.
" 한국에선 결혼하기 전엔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일반적이야. "
이렇게 대답하면 유럽 애들은 어이 없다는 듯이 놀라며 묻는다.
" 그럼 40살까지 결혼 안 하면 그 때까지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 Non sense! "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있다.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마약 판매상들은 엄청나게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집도 없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이 부분을 읽다가 경기를 일으킬 뻔 했다.
아....뜨끔! 결국 나이 들어서 부모와 함께 산다는 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거다.

작년에 독립을 하려고 오피스텔을 알아 봤다.헉 소리 나게 비쌌다. 한 달에 50~60만원은 기본.관리비도 10만원이 가볍게 넘는다.이렇게 월세를 내고 저축을 하면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미친 척 하고 전세를 얻을까, 하나 살까도 생각해 봤지만 전 재산을 전세금으로 맡겨 놓거나 부동산 시세도 불안정한 마당에 대출까지 받아 집을 사는 건 차마 간 떨려서 포기했다.

또, 주변에서 이구동성으로 뜯어 말렸다.
" 야, 너 독립까지 하면 진짜 결혼 못해.장기전으로 간다니까. 쓸 데 없는 생각 말고
결혼을 해! "
" 월세 낼 돈이 있으면 저축을 해! 현금 보유가 최고라니까. "
" 혼자 살면 생활 진짜 문란해 진다. 사람 폐인되는 거 금방이야."
" 나 혼자 몇 달 살다가 다시 집에 들어 갔쟎냐. 혼자 사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진짜 외롭더라구."
" 혼자 살면 뭐 하나 하는 게 다 돈이야. 치약 하나, 생수 하나도 다 니 돈으로 사야 한다니까."
" 야...그러다 결혼하면 또 이사하고 골치 아프쟎아.결혼하면 집은 남자가 구하는데 뭐하려고 사서 고생을 하냐?" 등등 별의 별 충고와 잔소리를 다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난 독립을 하고 싶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절.실.히.
02년에 난 첫번 째 차를 샀었다.중고차를 한대 현금 주고 사 버렸다. 사실 서울에서 출퇴근하면서 차를 몰고 다니면 더 피곤하다.잠시 눈을 붙히지도 못하고,책을 읽지도 못하고, 차는 막히고, 주차하면서 스트레스 받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 좋았다. 크게 음악도 듣고, 때론 미친 듯이 혼잣말도 하고.하루 종일 완벽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 운전할 때 밖에 없었다.

미친 척 하고 오피스텔을 얻을까? 연립주택 반지하라도 얻을까? 생각이 많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절.실.히!

p.s) 요즘 책을 쓰고 있다. 마음 잡고. 작년에 책을 쓰겠다고 선언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심적 여유가 없다는 변명으로 꼬랑지를 내렸다.지금은...간절한 마음으로 쓴다.
왜?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절.실.히. 뭔가 집중하지 않으면, 뭔가 목숨 걸지 않으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집에서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아니 "잘"이 아니라 아예 안 쓰게 된다.튕자튕자,뒹굴뒹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호텔에 있으면 호텔비가 아까워서라도 글을 쓴다.

영화 <디 아워스>에서 니콜 키드만이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바람 하나에 혼자 호텔에 가는 장면이 마음에 사무친다. 돌봐야 할 애도 없고, 가사의 부담도 없지만 영화 속 니콜 키드만의 심정을 약간은 알 것 같다.가끔은  정말.... 혼자 있고 싶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6-05-21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과 살다, 남편과 사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혼자 살아보는 게 삶의 꼭 필요한 과정이라 여겨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온전히 나 혼자의 힘으로 살아보는 경험이 중요한 거죠. 단, 반지하! 위험합니다. 절대 반대! 차라리 옥탑이 훨씬 안전해요!!!

BRINY 2006-05-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 보면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여요. 30대 미혼여성, 직장에서 한 몫하고 수입도 괜찮은데 내집 마련 못하고 부모님과 동거중. 저도 처음 집 나올 때 엄마가 울고 악쓰고 난리난리였지만, 10년가까이 지난 지금은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네요. 그래도 여전히 '자취'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요^^ 한 2주 청소다운 청소를 못했더니, 어제 오후 내내 청소하고 세탁소가고 구둣방가고 장보고...지금은 손목,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쑤십니다^^

마늘빵 2006-05-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안나가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혼자 살기엔 너무 집값이 장난 아닌걸요? 결혼한 부부가 내집이 아닌 살만한 전세집 하나 구하는것도 힘들잖아요. 어떻게 혼자살 수 있겠어요. 원래부터 돈이 좀 있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하면서 돈 벌며 혼자 살려면 정말 돈을 왕창 벌어야 할거에요. 쩝. 저도 혼자 살고픈데.

클리오 2006-05-2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은 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단 대학때 집을 나오고나니 도저히 이제는 집으로 들어가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직장이 늘 집과 멀었어요. 삶이 엉망이 된다는건 그 사람 성격나름 아닌가요? 서울은 집값이 높아서 좀 힘드시긴 하겠지만요..

비로그인 2006-05-2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가면 혼자살려구요.
혼자살면 내 패턴대로 살 수 있으니깐요.
폐인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리스 2006-05-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친 월세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가 낫지 않아요?
아프군 / 외국집값이라고 뭐 다른감. 대도시는 서울보다 훨씬더 비싸다오.

2006-05-2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5-21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애들은 진짜 이해 못하잖아요. 얼마 전에 사라 제시카 파커랑 매튜 머시기 나온 영화도 그런 내용이었죠? 거래선에게는 그냥 적당히 둘러 대심이 어떨지... 암턴 어려운 문제예요. 저도 아직도 고민하는 중...

moonnight 2006-05-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의 공간은 반드시 필요해요. 저도 절대 공감이에요. ㅜㅜ 엄마가 그렇게 같이 살기 싫으냐 -_-; 라고 하시며 섭섭해하실 땐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그래도 (버둥버둥;;).. 근데, 흑. 역시 경제적인 문제는 넘 힘들어요.

외로운 발바닥 2006-05-2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은 혼자사는 것이 익숙해진지 오래라 결혼해서 같이 살면 어떨지 조금 걱정도 되네요. 그나저나 수선님은 정말 글이 맛깔스러워요.~^^

마태우스 2006-05-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님은 멋진 분이십니다. 외국 애들과 우리는 문화가 다르잖아요. 개네들 눈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혼자 사는 건 또 그만큼의 불편함을 수반하는 게 아닐까요.
-빈대붙어 사는 마태 드림-

icaru 2006-05-2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걸복이라고 해야 하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부모님이랑 살면, 확실히.. 돈은 모아진다는~ 독립하는 그 순간부터... 숨쉬는 거 빼고 다 ... 돈이 들어서 원,
그나저나 .. 몰두하실 꺼리를 찾으셨으니!! 박차게 매진허시길 바랄께요~

다락방 2006-05-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저히 밤에 혼자 잘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독립은 아예 꿈도 꾸질 않아요. 부모님께서 나가살라고 하시는데 전 제발 같이 살게만 해달라고 하지요. :)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든 아니든, 수선님이 일단 독립에 대해 생각해보셨고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한번 혼자 살아보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좋은선택이든 아니든 일단 경험을 하고 몸소 느껴보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락방 2006-05-2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또 비가와요, 수선님. (이게 무슨 의미인줄 기억하시려나 ㅋ)
이런 비오는 날씨 앞에선 전 인질이나 다름없어요.(요 문장은 [아홉가지 이야기]의 샐린저의 문장을 표절)

드팀전 2006-05-2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삼.허락해주면.돈 모아다 남편 옷해줄 것도 아니면서...항상 핵심은 단순명쾌합니다.나의 독립된 삶이 중요하냐 아니면 부모님과 있으면서 몸편안하게 사는게 나으냐.... 전자가 중요하다고 믿으면 나오시면 됩니다.허락을 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 직장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10년간 꿈이 그리던 독립생활을 했습니다.처음에는 친구 집에 두달.눈치 주고 방은 못구하고...어쩔 수 없이 한달 30만원 하는 여관 장기방 한 1년쯤-그래도 방 청소도 해주고 좋았음.그 다음은 대학가 잠만 자는 방.전세 500에 월세 조금.주인집 아들이 좀 똘아이여서 오래있지 않고 나왔음.그 다음에는 허름한 개인 주택의 뒷방 전세 700만원.화장실도 외부에 같이 쓰고 세면대도 집밖에 있었음.겨울에는 수도가 툭하면 얼고 여름에는 벽에 1미터 가량 곰팡이와 습기가 올라왔습니다.거기서 한 1년넘게.그다음에는 모은 돈 팍팍털어서 11평 원룸생활 5-6년...-두 번 다 경매에 넘어가서 법률공부 많이 했습니다.다행이 뜯긴 돈은 그다지 없어서 운이 좋았지요.
약 10년간의 독립생활이었는데요...폐인...그거 좀 되어도 괜찮아요.스스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치고 오랜 시간 폐인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때에 따라 그래보는 것도 배우는게 얼마나 많은데요..... 곰팡이 1m씩 올라오는 방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슬픈 마음이 들었을까요...아니었어요.그 집 살 때는 일부러 TV로 안샀지요.물론 컴퓨터는 언감생심이구요.그래서 TV없는 삶을 실험해 보기도 했구요.별로 할게 없으니까 앉아서 불꺼놓고 3시간 동안 바흐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지요.ㅅㅅ 나 원 ....뭘 그리 걱정하시오.걱정 하다 평생 그런 시간을 못가져 볼 수도 있는데.지금 당장 집 알아보고 부모님을 잘 설득할 생각이나 하시오.
서울이 집값이 비싸면 좀 멀어도 지하철되는 위성도시로 나갈 수도 있는 것이구..좀 못사는 동네로 가던가 아니면 대학가로 갈 수도 있는 것이구....
나를 키운 것은 12년의 학교 교육이 아니라 10년간의 혼자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06-05-22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23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2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대체 79년생인지, 79학번인지 헛갈리는 남자 후배 C가 있다.정말 79년생 맞나 궁금해서 민증까지 봤다. 확실하다. 79년생 98학번. 그런데 C의 사고방식은 79학번 남자에 더 가깝다.남자로 태어난 게 무슨 벼슬인지 안다.

한 번은 C가 꿈꾸는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얘기를 듣다가 한대 칠뻔 했다. 차 한대에 다섯 명이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라 내릴 수도 없고, 귀를 막을 수도 없었다. C의 입을 막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심호흡을 하며 성질을 죽였다. C의 확신에 찬 표정으로 봐서 C는 자기가 얼마나 지독한 '모순'에 빠져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심호흡까지 하며 힘들게 들은 C의 이상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매일 아침 미니스커트를 입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며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는
여자.
- 생활력 있고, 너무 곱게 자라지 않은 여자.
- 자기 부모님을 모실 여자(부모님하고 같이 사는 게 결혼 제 1조건이다.)
- 결혼하면 전업주부 할 여자(바쁜 여자 싫단다.)
- 애교있고 섹시한 여자
이런 여자가 세상에 있긴 있는지 모르겠다.만약 있다면 '다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지 않을까?

C는 말한다. 여자가 시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한 거라고.시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는 여자는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거라고. 오빠나 남동생은 자기 부모를 모시기 바라면서, 자기는 시부모를 모시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기적인 거라고.

C의 얘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79년생 C의 몸에는 조선시대에 장가 한 번 못 가보고 죽은 몰락한 양반의 혼이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영화처럼.

C는 입사한지 몇 달도 안돼 회사를 옮겼다.돈 많이 주고 편한 데로 간다기에 축하해 줬다. 오늘 이상하게 C생각이 났다. C가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선배님 같이 바쁜 여자랑 결혼하면 밥이나 얻어 묵겠습니까?"

그래.많은 사람들의 눈에 나는 그렇게 보일 꺼다. 바쁜 여자. 서른 훌쩍 넘었는데 결혼도 안한 여자.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여자.남자 보다 자기 일에 욕심이 많은 여자.

어제 처음 만난 회사선배의 친구와 셋이서 저녁을 먹었다. 나를 처음 본 그 남자의 눈에 나는 "쿨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인생을 즐기고, 대범하고,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말 그대로 "쿨한" 여자.

남들한테 "쿨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솔직히 당황스럽다. 난 쿨하기는커녕 내 정서는 차라리 신파에 가깝다. 울고,짜고,미련 많고,약지 못하고,여려 터진 신파.

"쿨하다"는 오해(?)를 받으면 쿨한 척 해야 할까?
아니면 "전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잘 받는답니다." 하고 커밍 아웃을 해야 할까?

오늘 나는....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5-19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C앞에서 막 웃었을 것 같아요.
계속...말 할.때.마.다.

비로그인 2006-05-1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쳐먹으려고 결혼하나?
결혼하는게 아니라 식모를 하나 구하려고 하나봐요.

이리스 2006-05-1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다른건 생각이 구닥다리인가보다 하겠는데 대체 미니 스커트에 된장 찌개는 뭐에요? 변태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본 포르노를 너무 본건가 싶기도. ㅎㅎ 아예 올 누드에 앞치마 하나만 두르고 하라고 하지 왜?

비로그인 2006-05-1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푸후후 저도 거기서 굉장히 변태스러운 느낌을 받았는데 제대로 표현해주셨어요... 올 누드에 앞치마 ㅎㅎㅎ

mannerist 2006-05-1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머슴살이의 쾌락을 세계만방에 전파해야겠어요. =)

2006-05-19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ni 2006-05-19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은 자유고 구닥다리 사고를 갖고 있는 것도 자기 인생 망치는 거라고 생각하니 맘대로 하라고 해도, 그 후배는 때와 장소를 못 가리는 무례함만큼은 고쳐야 사회생활이 편할 텐데요. 그런 헛소리를 떠들면서 상대방이 불쾌할 거란 생각도 못하는 건지... 쯧쯧.

플레져 2006-05-19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그런 여자 만나기 힘들텐데... 모든 조건과 생각이 준비된 남자일수록 사랑에 빠질 확률은 낮고... -.-
커밍 아웃하지 마세요, 쿨함과 온화함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거 다 보여요 ^^

마늘빵 2006-05-19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79인 저는 다른데. -_-;;;

프레이야 2006-05-1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커밍아웃해야하려나... 보이는 것과 실제에는 차이가 있죠. 오늘아침 비가 내리고 있어요^^

클리오 2006-05-1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똑같은 말씀 드리지만, 그런 놈이랑은 말섞지 마세요.. 스트레스 받아요. 세상에 괜찮은 사람도 많은데, 그런 놈만 보면 삶이 우울해지니까요.^^

BRINY 2006-05-1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 보면 제 남동생과 사촌동생들은 참 건전하게 잘 자란 편입니다. 다행.

nada 2006-05-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들 보고 웃고 갑니다~~ 정말 만정 떨어지는 x네요.

2006-05-1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5-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찾아서님, 걔 말할 때 넘 짜증나서 웃음이 안 나왔어요. 비웃음조차....ㅠㅠ

낡은 구두님, 아침 7시 30분에 님의 댓글을 보고 넘 웃겨서 뒤집어지게 웃었어요.올누드에 앞치마!!! 아.....정말 압권이야.ㅎㅎㅎ 걔는 올누드에 앞치마를 상상하고 말로는 미니스커트 얘기를 했는지도 몰라요.ㅋㅋ

나를 찾아서님, 그죠? 변태 같어...아침 일찍 립스틱을 바르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밥을 하는 여자라니...

매너야, 그래 아무래도 니가 선봉에 나서야 겠다.ㅎㅎㅎ

kleinsusun 2006-05-1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님, 그죠? 시부모님 앞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ㅠㅠ
그 후배는 1년도 안되서 회사를 2번이나 옮겼어요.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직장에서도 느끼는 것 같아요.

냐오님, 걔는 다른 사람이 불쾌한지 몰라요. 왜냐면....자기 생각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ㅎㅎㅎ

플레져님, 아....감사합니다. 어제는 좀 우울했었거든요. 커밍 아웃이라도 할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언제나 힘이 되는 님! Thanks!^^

아프락사스님,.......님이랑 동갑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아요.ㅎㅎ

혜경님,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여긴 아직 비가 안 오네요. 날씨가 꾸물꾸물...좋은 주말 보내세요!^^

kleinsusun 2006-05-1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걔 회사 그만둘 때 은근.....기뻤어요. ㅎㅎㅎ 맞아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BRINY님, 아...남자 동생이 있으시군요. 전 여자 동생만 2명이예요.
79년생이 그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는게 진정....신기해요.

꽃양배추님, 걔가 어떤 여자랑 결혼할지 궁금하다는....ㅎㅎㅎ

숨어계신님, 감사합니다. 점선으로 된 책을 사야 겠군요. 이쁜 글씨를 쓰고 시퍼요!^^

2006-05-2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 번도 화내본 적 없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화까지는 아니라도 짜증 한 번 내본 적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러 명이서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꼬이고 열 받는 상황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혼자서 온갖 교통법규 다 지켜 가며 운전을 해도,
뒤에서 비틀비틀 불안하게 따라오던 차가 쿵~하고 박아 버리면 그만이다.

회사 일도 그렇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은 계란을 세 개나 먹었는데 마실 물도 사이다도 없는 것 같은
황당하고 암담하고 목이 멜 것 같은 상황들이 발생한다.

운전하다 욕 안 해본 사람 없는 것처럼,
회사 다니면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항상 실천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목소리 한 번 높히지 않는 사람,
궂은 일 혼자 다해도 미련하다 싶을 만큼 생색내지 않는 사람,
자기 잘못 아니라도 시비를 따지지 않고 일 처리 먼저 하는 사람,
자기한테 어이 없이 소리지르는 사람한테도 끝까지 예의 바른 사람.

회사 선배인 천사표 K과장 얘기다.
정말....이런 사람 없다.
한 겨울의 주머니 난로처럼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람이다.

K과장은 41살 말띠.
예쁜 아내와 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애들이 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둘 다 초등학생이다.

천사표 K과장이 회사에 나오지 못한지 벌써 한 달.
K과장은 지금 간암으로 투병중이다.

한 달 전,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가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입원을 했다.
조직검사를 하고 며칠 결과를 기다릴 때만 해도
"급성간염" 이겠지...했다.
그런데....암이란다.
무슨....이런 일이 다 있지?

병문안을 갔다가 마음이 내려 앉는지 알았다.
부인은 눈이 튕튕 부어 있었는데,
그 힘든 와중에도 애써 웃으며 음료수를 권했다.
마음이 저릿저릿했다.

잠깐 앉아 있다 나오는데 부인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손을 잡고 "언니, 힘내세요!" 말했더니
깡마른 K과장의 부인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나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살면서 남을 위해 기도해본 적이 많지 않다.
참....이기적으로 살았다.

나를 위해서는 열심히 기도했다.
끝까지는 못했지만, 삼천배도 해본 적 있다.
그 때 난 백조였다.
실업자 올드미스가 되면 어쩌지...하는 조바심과 두려움에
밤을 새워 간절히 절을 했다. 다리 아파 죽는지 알았다.

삼천배하고 며칠 후, 지금 회사 포함 세 군데 회사에서 한꺼번에 연락이 왔다.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은 건지,
면접했던 회사들이 한꺼번에 발표를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실업자 올드미스 될까 봐 가슴 졸이던 나는
세 회사 중 어디를 갈지 주판을 튕기며 고민했다.

요즘 K과장을 위해 기도한다.
내 어설픈 기도가,
남을 위해 기도해본 적 거의 없는 내 어설프고 서투른 기도가,
아주 조금이나마,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K과장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K과장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천사표 K과장.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6-05-1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스크롤 내리는데... 눈물 나 죽겠어요.
저도 간절히 쾌유를 빕니다. 힘내세요, K과장님.

kleinsusun 2006-05-1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감사합니다. 천사표 K과장님의 쾌유를 간절히 바래요.

hnine 2006-05-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K과장님, 저랑 동갑이신데...
꼭 쾌차하시길 저도 빌어봅니다. 기도드릴께요.

다락방 2006-05-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빨리 나으셔서 천사표 K과장님께서 수선님께 활짝 웃어보이셨으면 좋겠네요. 정말 가슴 아픈일이예요 ㅜㅜ

혜덕화 2006-05-1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저도 그 기도에 동참합니다._()()()_

비로그인 2006-05-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식으로 감정표출하지 않고 안으로 묻어둔 것이 암됐나봐요.

잉크냄새 2006-05-1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 믿어요.

마늘빵 2006-05-1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나으시기를... 그런 분이 암이라니.

글샘 2006-05-1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천사표들은, 맨날 먼저 데리고 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41세, 말띠... 화 안 내는... 저도 요즘 몸이 좀 피곤한데요...
건강검진이 늘 두려운 건, 저만이 아니겠지요. 수선님의 마음과 그분이 쌓으신 공덕이 암정도 충분히 이겨내고 함께 사실 수 있을 겁니다.

moonnight 2006-05-1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랜만이에요. 하며 뛰어왔는데.. 맘이 많이 아픕니다. 수선님의 간절한 기도가 꼭 힘이 될 거라 믿어요. 최근, 제가 아는 어떤 분도 사십대 초반의 나이에 간암으로 투병중이세요. 두 분 다 쾌차하셔야지요. 저도 함께 기도할께요.

Mephistopheles 2006-05-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매피스토입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저런 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선님과 그 과장님의 만남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건강한 모습으로요...

nada 2006-05-1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 과장님은 병상에 누워서도 난 괜찮아, 하며 부인께 미소지으시지 않을런지.. 또 그 미소를 보는 사모님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까요. 말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희망이 없을까요? 아 얼릉 황우석이든 누구든 줄기세포 만들어 주셈...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게 슬퍼서 줄기세포가 필요해요..

마태우스 2006-05-1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K과장님을 위해 빌어드릴께요. 본 적은 없지만 님이 좋은 분이라면 필경 그럴 거니깐요. 글구...님은 올드미스가 아니라 올드미스코리아,랍니다.

BRINY 2006-05-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신임 선생님과 수선님 글과 비슷한 주제로 한참 얘기했는데...저도 K 과장님을 위해 빌어드릴께요.

kleinsusun 2006-05-1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네...천사표 K과장님의 환한 미소가 그리워요.

혜덕화님, 감사합니다.저도 간절히 기도할래요.

나를 찾아서님, 마음이 아파요....

kleinsusun 2006-05-1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감사합니다.^^

아프락사스님, 그죠??? 왜 그런 시련을....

글샘 선생님, 요새 많이 피곤하세요? 건강 잘 챙기세요. 정말 건강이 최고예요.^^

달밤님, 넘넘 오랜만이예요. 41살에 암은 넘 잔인해요. 체육대회에서 만났던 K과장님 애들이 자꾸 생각나요. 제발.....나으시길....

kleinsusun 2006-05-1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처음 인사하네요. 물론 다른 서재에서 만난 적은 많지만요.^^
네...건강한 K과장님을 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메피스토님.

꽃양배추님, 줄기세포에 희망을 걸었던 환자들이 생각나네요. 마음 아파요....
병문안 때, K과장님이 자기 책상 안 빠지게 잘 묶어 두라고 농담을 했는데 정말 마음이 저릿저릿했어요.

마태우스님, 감사합니다.근데....코리아건, 유니버스건, "올드" 미스인건 어쩔 수 없네요.ㅎㅎㅎ

BRINY님, 감사합니다.^^

2006-05-18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