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9단
양순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주 전, 토요일.
12시 조금 넘어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마드리드에 있는 사랑하는 L언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자,
또 나를 제일 잘 알고 이해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수선 : 언니, 근데 지금 몇시야?
L 언니 : 새벽 4시야...잠이 안와.
계속 뒤척이다가 아예 자는거 포기하고 책 읽고 있었어.
수선 : 우째...피곤하겠당. 근데 무슨 책 읽어?
L 언니 : 인생 9단.
수선 : 뭐? 인생 9단? 음하하. 그런 책도 있어? 누가 쓴건데?
L 언니 : 양순자. 할머니가 쓴 에세인데, 읽을만해.
배울만한 점이 많아.너도 한번 읽어봐.

이렇게 해서....
나는 <인생 9단>이라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책을 알게 되었고,
온라인 서점에서 저자 설명도 기사도 읽지 않고 덜컥 주문을 했다.

사실...책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사랑하는 L언니와 공감대 하나, 이야기 거리 하나 더 만든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주문했다.

언제나처럼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하고,
살짝꿍 설레이는 마음으로 상자를 뜯고,
책의 첫장을 폈을 때,
난 좀...당황했다.

책이....반말로 써있었다.
" 곰곰히 생각해 보라구."
" 이 할머니한테 얘기 한번 들어 볼테야?"
" 잘 듣고 그대로 해봐."
뭐 이런 식으로....

이 책의 concept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인생 9단이 들려주는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인생 공식".

저자는 스스로를 "할머니"라 칭한다.
" 얼마나 좋아? 이 할머니가 미리 겪어 보고 말해주쟎아....."

내 머릿속에 "할머니"라는 개념은 적어도 여든은 된,
영화 <집으로>의 그런 연로한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포근하게 "할머니!" 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스스로 "할머니"라 자칭하는 저자 양순자 할머니.
잠시 저자 소개를 보자.

1940년생.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 동안 사형수 상담을 담당했다. 법무부 교정대상(박애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등 수상한 바 있으며, 2005년 현재는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양순자심리상담소 소장으로 있다.

40년생이 꼭 할머니로 불려야 하나?
그것도 스스로를 "할머니"라 불러야 하나?

책의 내용을 떠나
계속 되풀이 되는 " 이 할머니가 하는 말 잘 들어봐." 가
무진장 불편하고 거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40년생은 절대 할머니가 아니다.

새로운 사랑에 빠져 설레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일에서 그 빛을 발휘하며,
여자로도 여전히 매력적인 그런 나이다.

훌륭한 연기자로도 모자라 재테크 강사로 이름을 떨치는
전원주 - 1939년생

그녀의 연기를 보고 도대체 몇번을 울었던가?
여전히...너무도...아름다운,
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저자
김혜자 - 1941년생

에너지가 넘치는, 그러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하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주인공, 최고의 연극배우
박정자 - 1942년생

여전히 아름다운, 늘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여행 다큐멘터리에 열광하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 1947년생

나이가 들수록 중후한 매력이 넘치는 신사복 모델들 처럼,
여자도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걸 증명한,
너무도 아름답고 세련된,
우리 이모 - 1948년생.

누가 전원주나 김혜자, 박정자를 "할머니"라고 부를까?
몇년 후, 우리 엄마나 이모가 스스로를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훈화 말씀"을 하시려 할까?

어제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면서 이 책을 다 읽었다.
( 워낙 행간 간격이 크고, 거기에 삽화도 아닌 소도구 사진컷 까지 대량 들어가 있어서
금~방 읽는다.)

어시스트 언니가(어려 보이는데, 아들이 고등학생이라고 함)
책에 관심을 보이기에, 다 읽은 책을 그 언니께 드렸다.

"이거 정말 저 가져요?"
뜻밖에도....그 언니는 너무도 좋아라하며
책을 안고 다니며 디자이너들과 다른 스텝들한테
" 저 책 선물 받았어요!" 하며 자랑을 했다.

그 순간 난...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안볼 책이라 드린건데....양심에 찔렸다.
언젠가 내 책이 나온다면 꼭 한권 선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삐딱한걸까?
인생 지혜롭게 살라고 인생 9단 할머니가
구구절절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감동을 하기는 커녕 불편하고 거북해 하다니....

인생 9단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식모나 머슴 될 자신 없으면 결혼하지 마"
"당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
"팔자 바꾸고 싶다고? 생각부터 바꿔" 등등....

처세술 책은 기본적으로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이 책을 읽으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와 같은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삐딱한 나는 불편했지만,
기쁘게 책을 선물 받은 그 언니가 행복하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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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2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를 사드리나 어쩌나 나왔을 때 잠시 고민했던 책인데.
자신을 할머니라 칭하면서 말끝마다 한 수 가르쳐 주려는
책이라고요?
좀 거시기하네.ㅎㅎ
그리고 40년생이 할머니가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수선님,
덕분에 저도 할머니가 되려면 엄청난 세월을 벌었군요.ㅎㅎㅎ

2005-11-26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11-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36년생인 우리 어무이도 아직 할머니가 아닌가베??? ^^
그나저나 수선낭자, 책 언제 나와요? 진행은 하고 있는건가요?

바람돌이 2005-11-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정 어머니가 40년생인데 우리집 아이들은 할머니라는데....^^
근데 진짜 수선님 책은 작업하고 있는건가요. 기대돼요. ^^

kleinsusun 2005-11-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엄마께 선물하기는....좀 아닌 책 같아요.
로드무비님 어머님은 인생 10단이 아니실까요?^^
참고로, 이 책은 인생 9단 할머니가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랍니당.

야클님, 그럼요.할머니가 아니죠!!! 누가 만약 할머니라고 부르면 제게 일러 주세요.ㅎㅎ 참....책은.....내년으로 연기했어요.ㅠㅠ

바람돌이님, 아...바람돌이님 어머님이 인생 9단 할머니와 동갑이시군요.
바람돌이님 아이들은 할머니라고 부를 수 밖에 없죠.ㅎㅎ
근데...책은요....내년으로 넘어갔어요.ㅠㅠ

글샘 2005-11-2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책 한번 딱 펴보고 도서관에서 쳐다도 안보고 있습니다만...
음... 내년에 살 책이 한 권 생겼군요. ㅎㅎㅎ 집필중이신가요?
저도 태어나서 첨이자 마지막으로 책을 남긴 적이 있었죠.(이러면 속을 듯... 제 이름 석자가 떡하니 박힌... 석사학위 논문이라고..ㅠ.ㅠ)
리뷰를 읽어 보니 안읽긴 잘 한 거 같네요.
우리도 슬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요? 절대적 시간으로...

kleinsusun 2005-11-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헉...."우리도" 란 우리 모두, 알라디너 모두를 말씀하시는거죠? ㅎㅎ
저 아직...아줌마도 안 되었는데 벌써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으면 우째요??? 흑흑.

moonnight 2005-11-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40년생은 저얼대 할머니가 아니죠. 이십년생이신 환자분께서 치료받으러 오시는데 분명 할아버님인 그 분도 얼마나 멋쟁이에 젊게 사시는데요 ^^ 처세술에 관한 책은 왠지 읽기가 싫어요. -_-; 호호. 저도 수선님 책 기다리고 있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

kleinsusun 2005-11-2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좋은 아침입니당. 어제 푸~욱 잤더니 과음 후 쓰린 속을 잡고 맞이했던 지난주 월욜 대비 컨디션 최상입니당.ㅎㅎ
그죠? 40년생은 할머니가 아니죠? 계속 "이 할머니가..." 하는데 상당히 거북하더라구요. ^^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용!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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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동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100만번이나 죽고서도 100만번이나 다시 살아났던 것입니다.
멋진 호랑이 같은 얼룩고양이었습니다.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사랑하고,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기부스를 푼지 1주일이 조금 지났다.
머리를 두 손으로 시원하게 감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응급실로 달리던 10분이 남긴 무서움과 외로움.
기부스를 하고 있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부스를 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까불고 다녔지만
사실....그 무서움과 외로움이란 놈의 후유증이 상당히 컸다.

난 아이스크림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들처럼
"사랑이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알라딘에서 이벤트도 해보았다."Love Letter".

보고 있으면 활짝 미소짓게 되는,
보고 보고 또 보게 되는,
또 "사랑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고 충고를 해 주는
따뜻한 편지들을 많이 받았다.

그 편지들 중 하나.
mong님이 <수선님께 드리는 그림동화>라는 제목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얘기를 들려 주셨다.

그 얘기를 읽으면서
어찌나 그 고양이가 나 같던지....
죽었다 살아났다를 100만번이나 되풀이해도
뭐 하나 달라지는게 없는 고양이...
그 고양이에게서 내 모습을 느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사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암고양이이건 그 고양이의 짝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선물로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찐 쥐를 갖다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호랑이 무뉘의 털을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런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난,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이제 와서 뭐 새삼스럽게 그래.나 원 참!"

고양이는,누구 보다도 자기 자신이 좋았던 것입니다.


이런 고양이의 모습이
자꾸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아무것도 새롭지가 않은,
퉁퉁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고양이의 모습.

이런 고양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100만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자신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흰고양이에게 고양이는 거들먹거리며 자랑하기를 그만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100만번이나..."하고 말을 잇다가
"네 옆에 있어도 돼?"라고 흰털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흰털 고양이는 "그렇게 하렴."하고 가볍게 대답했습니다.


편지 끝에 mong님은 이렇게 썼다.

"네 옆에 있어도 돼?"
"그러렴"
이런 대화가 스스럼 없이 이뤄지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

mong님의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정말....그런 날이 올까?
뭘하든 잘해 보려는 전투적인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
그냥 한 사람 옆에 풍경화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있을 수 있을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흰털 고양이 옆에만 있었고,
흰털 고양이를 자기자신 보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고,
둘은 함께 늙어 갔고,
흰털 고양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100만 번을 울었고,
흰털 고양이 옆에서 죽었다. 그리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

동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이 저릿저릿 아프다니....

서른살이 되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었는데,
29살 때는 그렇게 서른살이 된다는 걸 두려워 했었다.
서른살이 되어도 지구는 그저 말없이 빙빙 도는데,
29살 때는 서른살이 되면 지구에 커다란 변화라도 일어나는지 알았다.
잔뜩 겁을 먹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과속을 하고 다녔었다.

그런데....막상 서른살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어서
서운한 기분까지 들었다.

어쩌면....어쩌면....어~쩌면....
산다는건 내가 생각하고 미리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은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것도
그저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오래오래 있는것 만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게....아닐까?

난 참....전투적이었다.
경마장에서 날뛰는 경주마처럼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왜 달리는지도 모르면서
남보다 빨리 가려고 헉헉 거렸다.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으며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 따윈....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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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1-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야 생물학적으로 감정적으로 조금 외로운거지요.뭐.
근데 결혼 해보니 외로운 것은 늘 같더이다. (너무 한 댓글 같아요. 미안해요)

울보 2005-11-1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표현이네요,,
저도 그랬는데 ,,,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는 20대30대초 그런데 저도 그때 누군가의 옆에 잇고 싶다는생각을 해서 결혼이란것을 햇는지요,,그런데 반딧불님 말씀처럼 결혼을 해도 외로울때 많아요,,

mong 2005-11-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동화라고 하기엔 좀 많이 슬프고
또 아프고 그런 책이죠...
흰털 고양이가 어서 나타나길~ ^^
(특별히 행운의 추천으로 날립니다~)

2005-11-13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3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1-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게....너무 오래살면 안된다니깐.탱실하게 한번 꽉 살아줘요.ㅋㅋ
거..뭐...저두 한때 세상사람들의 시각이 마치 저의 것인양 믿고 어떤 짓들을 이루기 위해 전투를 했었지요.나름대로 성공도했었지요.계속하고 있었으면 더 잘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근데 그럼 잃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지금 제가 얻은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어깨,목,눈에 힘을 빼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을 채우시면 건강하고 오래삽니다....업계 유일의 이런 기사본적 있는데...그거이 몇달동안의 프라이드는 되어도 평생가는 내면의 프라이드가 되기엔 좀 얇죠.부드러운 곡선의 힘으로 님의 외로움을 넘어서시길....

코마개 2005-11-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제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저희 과의 특성상 30대 신입생이 무지 많았거든요, 어느날 "서른이 되면 정말 끔찍하겠다. 어떻게 사냐.."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듣던 30대 초반의 동기오빠가 하는말 "야, 서른은 인간도 아니냐? 이것들이!" ㅋㅋ
이제 30대 중반을 넘기실때,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에는을 추천합니다.

moonnight 2005-11-1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는 생각이 자꾸만.. ;; 그렇지만, 또 산다는 게 뭐 별 거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_@;; 좌우지간 추천입니다. ^^

혜덕화 2005-11-1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외로움은 이 세상의 누구도 풀어줄 수 없어요. 내면을 깊이 응시해서 내 마음의 응달을 햇살로 녹일 수 밖에.....둘이 되면 외롭지 않을 것 같지만, 남이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면 더 외로워질 수 밖에 없어요. 양적으론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외로움의 무게는 조금도 덜어진 것 같지 않으니. 기대감때문에 더 외롭죠.
처음 인사드리죠? 좋은 글 늘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말 건냅니다. 흰털 고양이가 나타나든 말든, 가만가만 늙어가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랍니다. _()_

천리향 2005-11-1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지만 수선님 홈피는 꽤 오랜 애독자랍니다.
그냥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어서요. 헤헤
근데 저도 막 외로워하다가 이게 사랑인가 싶어 결혼 했는데
결혼해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인 거 같아요.
암튼 기부수 푸신 거 축하드려요.

kleinsusun 2005-11-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네...결혼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반이 될 것이다....이런 낭만적(?)인 생각은 안한답니다. 단지....누군가 좀 천천히,오래오래,편하게 만나보고 싶다...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울보님, 아....울보님도 그런 때가 있었네요.ㅎㅎ 외로움 질량 보존의 법칙 이런게 있나봐요. 누구나 외로운걸 보면....^^

mong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에게 강한 identity를 느꼈다는.... 이 책 벌써 선물도 했답니다.ㅎㅎ

속삭이신님, 님의 고운 바람에 감사드려요. 아마도...그럴 것 같아요.^^


kleinsusun 2005-11-1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감사합니당. 수정했어용.ㅎㅎ

속산이신님, 대환영입니당!!!! 기대만빵!

드팀전님, 기사를 보셨군요. 뭐 기사야...미화 또는 과장되는거구요.
드팀전님 말에 110% 공감, 힘 빼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을 채워야죠.
요즘 제가 바라는게...그런거예요.^^


kleinsusun 2005-11-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서른 중반 넘기려면 아직 한참 남았답니다.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에는>은 좀 이른...추천이네요. 살짝꿍 얄미운 강쥐님!!!! ㅎㅎ

moonnight님, 님도 그런 생각 해보셨군요. 근데...평범하게 산다는건 어떤걸까요?
그것도 아릿까릿할 때가 있어요.ㅎㅎ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주인공님 서재에서 님의 글을 자주 만났답니다.
이렇게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당. 제 마음의 응달을 도닥도닥 잘 녹여 볼께요. 따.뜻.하.게...

지노님, 제 홈피 애독자라 말씀하시니...부끄러우면서도 넘 기뻐용. ㅎㅎ
결혼해도 외롭다는거....인생 선배님들께 확실히 배우는군요.
체험할 날도 있겠죠? ㅎㅎ

장난스런kiss 2007-08-12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읽으면서 맘이 뭉클.ㅠㅠ 꼭 사서 함 읽어봐야겠어요. ㅠㅠ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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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로드무비님의 엽서

기부스를 하고 외롭다고 난리를 치며 사랑 타령을 했던 나.
로드무비님의 엽서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상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순간, 그 사랑은 끝납니다.그리고 길고 지루한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지죠.
사랑이 없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제목처럼.그냥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 날 또 짠~~하고 사랑이 나타나는 거지요.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참....부끄러웠다.
난 그만큼 애들이 장난감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듯이
사랑 타령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 때....이 말이 정곡을 찔렀다.
그래, 당연하쥐.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만화가 있었나?
그것도 요시나가 후미의?
필 받았다. 읽.어.보.자!

2. 바람돌이님의 선물

난 "부럽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바람돌이님의 글을 읽고 넘넘 부러워서 죽을 뻔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바람돌이님은 선망의 대상이다.
도대체 왜 그러냐구?

자....그럼 내 맘에 "바람"을 일으켰던 바람돌이님의 글을 보자.

나 다시 태어나도 이 인간이랑 결혼할거다. 연애질 초창기 얘기가 아니고 만나지 18년됐고 그 중에 연애 7년했고, 결혼생활 8년 됐다. 그래도 한번도 이 인간이랑 연애하고 결혼한걸 후회해본적이 없다. 나만 이러냐고... 당연히 아니지! 우리집 서방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단다. 오늘도 "내가 너 아니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거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장면에서 대패를 찾는 사람들이 무지 많을 것 같군....) 옛적에 그 남자들 다 정리하고 이 인간을 선택한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뭐가 그리 최고냐고? 음~~~ 일단 나랑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비슷하고 둘의 취미 거의 같아서 같이 할 수 있는 일 무궁무진하고 , 남자라는 권위의식 같은거 하나 없고, 내 말 잘 듣고, 집안일 잘하고, 아이들한텐 엄청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고 여성관 페미니스트 뺨치게 건전하고 등등....

아..... 이 강한 확신, 이 넘치는 행복, 이 주체할 수 없는 희열....
정말....부.럽.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왜 그랬을까? 하면서...

" 나 다시 태어나도 이 인간이랑 결혼할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 내 친구 하나는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겠다고 한다.ㅎㅎ)

아...부러운 바람돌이님.
내가 모범상을 탄 날,
바람돌이님에게서 "저도 상을 받았어요!" 하며 연락이 왔다.
알라딘 우수서평에 당첨되셨단다. 야~ 기분으로 2만원 상당의 책을 선물하시겠단다.야~
난 냉큼 책을 골랐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책 2권.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며칠 후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했다.
한낮의 사무실에서 만화책을 들고 애들처럼 행복해 하는 고참 대리를 보며
신입사원들이 살짝꿍 놀랐다.

3. 어라? 맛집 가이드였어?

제목에 필 받아서 내용도 보지 않고 선택한 책.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근 사랑에 관한 내용인지 알았는데....

Tokyo 맛집 기행이었다. 요시나가 후미가 좋아하는 Tokyo 레스토랑들을 만화로 소개했다.

역시....선물은 포장이 번듯해야 하고
책은 제목이 화끈해야 한다!!!

4. 후리터 - 네가 번 돈으로 만능파를 사 먹으면 더 맛있을 꺼야.

이 만화 처음부터 끝까지
후리터인 S하라가 등장한다.

일본애들은 참...말도 잘 지어낸다.
후리터(Freeter)가 영어라고 철썩 같이 믿는 애들도 있다.

후리터.
파트타임 일자리로 살아가는데 최소한 필요한 돈만 벌며
자신만의 시간, 인생을 즐기며 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선택한 경우일 수도 있고,
살벌한 취업경쟁에서 밀려난 경우일 수도 있다.

후리터 S하라가 잡지사에 일자리를 얻었을 때,
(결국 성질을 부리다 입사전에 채용이 취소되지만...)
축하 술자리에서 Y나가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번 돈으로 만능파를 사 먹으면 더 맛있을 꺼야."

그렇다.
이 만화 제목은 내용과 상관 없이 번듯한 그런 제목이 아니었다.

이 만화는 맛집 기행기지만 교묘하게도
"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그럴 수 없다."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감이 임박해서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하라는 잡지사의 만행 앞에
정작 만화가인 Y나가는 참는데,
어시스트인 S하라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해서 불같이 화를 낸다.
그 잡지사가 자기를 채용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S하라는 말한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할 말은 하기 위해서, 매이는 일은 안 하는 거야."
S하라의 여자 동기(이름이 생각 안남)는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자존심을 지키기도 하는데...."

요시나가 후미. 참 대단한 만화가다.
맛집 가이드를 그리면서도 자기가 할 말은 다하고 있다.
이러니...요시나가 후미를 사랑할 수 밖에...

무라카미 류 아저씨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연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연애를 안 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없으면 못 사는 사람, 연애에 목매는 사람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다고...

맞다.정말 맞는 말이다.
일을 한다는 것, 그것도 열심히 한다는 것, 금상첨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한다는 것. 생활인으로 살기 위한 기본 중 기본이다.

사랑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열심히 살면서 사랑을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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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11-0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에 목매는 사람은 눈도 멀고 귀도 멀어 단 한가지만 보기 때문에 아마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한가롭게 푸른 초원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듯한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연애를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이제 손은 건강하신거죠?)

2005-11-09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마개 2005-11-0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후리터가 뭔가 했습니다..-.,-

바람돌이 2005-11-0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얘기 전에 제가 한 번 써먹은 것만으로도 부끄럽건만 뭘하러 이걸 재탕하셨대요. 미치겠다. 단점 싫은 점 결혼해서 손해본점도 많은데 그 때는 자랑페이퍼라 안 썼을 뿐이라구요. 에구 에구~~~
그래도 마지막 말이 맘에 듭니다. 열심히 살고 사랑도 하고... 그러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추천은 할려다가 제 얘기 땜시 안할래요. ^^

로드무비 2005-11-0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당하게 추천할랍니다.ㅎㅎ^^

플레져 2005-11-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1일 3회 식후 복용하셔야 합니다.
너무 많이 너무 조금 먹으면 안되요. 적당히 ^^

mong 2005-11-0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리뷰를 이토록 새콤달콤하게 써주시다니
즐겁게 추천할랍니다 ^^

거친아이 2005-11-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좋은 만화책인 것 같아요.^^리뷰 잘 봤어요~~추천을 아니 누를 수가 없는 글 솜씨셔~~ㅎㅎ

moonnight 2005-11-0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수선님 예쁜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는 리뷰네요. 저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감사하니깐 추천! ^^

야클 2005-11-0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이 긴 리뷰를 다 읽다니. ^^

kleinsusun 2005-11-1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넵!!! 기부스 풀고 그동안 굶었던 술을 신나게 마시고 있답니다.호홋

속삭이신님, 속산이신님 글을 보면 왠지 박민규가 생각난다니깐요...ㅎㅎ
음...근데... 왜 가을엔 실패했다고 단정지으실까나?^^

강쥐님, 영어도 아닌데 일본애들 발음으로 해야죠. 후리터.ㅎㅎ

바람돌이님, 제가 재탕해서 삐지셨어용? 에잉~ 넘 부러워서 그런건데.....
바람돌이님, 다시 한번 책 선물 감사드려용!

로드무비님, 로드무비님 엽서 받고 많이 부끄러웠어요.ㅎㅎ
로드무비님 덕분에 읽게 된 책이네요. 감사감사!

kleinsusun 2005-11-1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빙고!!!! 반드시 식후 복용해야 해요. 배고플 때 급하게 찾으면 안된다니깐요.플레져님의 비유는 항상 최고예요.^^

mong님, 추천 감사합니당.^^

거친아이님, 요시나가 후미 책을 아직 읽으신 적이 없다면 이 책 보다는
<사랑해야 하는 딸들>을 적극 추천합니당. 추천 감사드려요.^^

kleinsusun 2005-11-1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칭찬해 주시니깐 기분은 좋은데....ㅎㅎ
근데 "예쁜 마음"이 어데 나타나요? 음하하하.

야클님, 바쁘신 와중에 끝까지 읽으셨다니...담 부턴 짧게 쓸께요.ㅋㅋ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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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었다.
정말....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몸은... 아무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 것도 그냥 흘려 보내지 않는다.
외면하려 했지만, 잊은 척 했지만,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알고 있는, 몸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많은 소소한 것들....

요시모토 바나나. 참...잘~쓴다.
제목만큼이나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단편들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귀여운 책이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 얘기 하나?

어렸을 때,
그러니까 5살 정도된 꼬마였을 때 부터,
난 핫도그를 참 좋아했다.

동네 골목에서 파는 그 노~란 핫도그.
핫도그 아저씨가 케챂을 뿌려줄 때 난...마냥 행복했다.
아...혀 끝에 닿는 그 케챂의 새콤한 맛이란...

핫도그를 하도 좋아하니까
한번은 엄마가 집에서 핫도그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핫도그 색깔이 하얗게 되었다.
하얀 밀가루라서? 튀김가루를 안썼나? 아님 기름이 깨끗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만든 핫도그는 골목에서 파는 노~란 핫도그와 다르게 하얀 색깔이었고, 난 계속 길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먹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의 핫도그 사랑은 계속되었다.

칠리 핫도그 같은 피클 들고 그런거 말고,
프렌차이즈에서 파는 럭셔리한 핫도그 말고,
길에서 팔아도 감자튀김 붙고 그런 커다란거 말고,
녹차 핫도그 같은 웰빙 어쩌구 하는거 말고,
어렸을 때 먹던 그 초라하기까지 한 노~란 핫도그.

언젠가....내 핫도그에 케챂을 뿌리는 핫도그 아저씨를 바라보며
서 있을 때, 그가 말했다.

" 너...그거 알아? 핫도그를 기다릴 때 니가 얼마나 활짝 웃는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야."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사랑한 사람이었다.

궁금했다.
난 핫도그를 기다릴 때 어떤 표정일까?
그런 소소한 표정, 몸짓 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고,또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게...가슴 뻐근하게 행복했다.

언제부터일까...
나는 핫도그를 먹지 않는다.
그래...한번도 먹지 않았다.

이상하게...그렇게 좋아했던 핫도그를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
길에서 핫도그 파는 포장마차를 보면
이상하게 걸음이 빨라지거나 딴 생각을 한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걸음이 빨라지거나 딴 생각을 한다.

몸은 정말...모든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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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5-10-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님 어떤 소설에..'몸이 사랑이 아닐까'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사랑과 몸...이 두가지는 절대 떨어지는 게 아닌가봐요. 리뷰 훌륭하옵니다.^^

깍두기 2005-10-2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다면...정말 두려운 일이군요. 언제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플레져 2005-10-2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로비 자동문을 고쳤어요. 전에는 버튼을 눌러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문이 절로 열리지요. 그런데도 제 손은 언제나 버튼을 향해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 화들짝 놀라지요.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데, 몸은 그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어쩐지 짠한 리뷰에요.

바람돌이 2005-10-2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역시 플레져님 같은 경험을.... 게다가 요즘은 가끔 운전하다가 습관적으로 자주 가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저를 발견할때가 있어요. 그날은 다른 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을 들어서고 난 이후에서 문득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고 인간의 습관이란 몸의 습관이란 참 대단한 거구나 생각한다죠.... (이건 혹시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요?)
수선님이 다시 핫도그를 드실 그날을 위해 추천을!!!

조선인 2005-10-25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도그 대신 100배 맛있는 군것질을 찾아내실 거에요.
핫도그는 핫도그로 추억하구요.

kleinsusun 2005-10-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감사합니다.
은희경님의 소설에 그런 구절이 있었군요....어떤 소설일까? 궁금...^^

깍두기님, 아마....더 강렬한 기억이 있으면 잊을 수 있겠죠? ㅎㅎ

플레져님, 몸이 버리지 못하는 습관...정말 많죠?
몸은 넘...정직하다고나 할까? ^^

바람돌이님, 한참을 웃었어요. (이건 혹시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요?) 음하하하.
핫도그...다시 먹을 수 있을까요? 바람돌이님의 이쁜 바람에 짠해져요.감사합니당.

조선인임, 그죠? 세상엔 맛있는게 넘 많쟎아요. 따뜻한 댓글...힘이 됩니당. 감사!

로드무비 2005-10-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핫도그 좋아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무지 뚱뚱한 핫도그요.
백설표 이런 거 말고......
쓸쓸함이 묻어나지만 미소 짓게 되는 글이네요.^^

kleinsusun 2005-10-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드무비님도 핫도그를 좋아하시는군요.
근데 왜...엄마가 만든 핫도그는 하얀색이었을까요? 미스테리...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 김영하의 일촌이다.
김영하의 일촌은 몇명이나 될까?
김영하는 가끔씩 일촌 파도타기를 할까?

작년에 우연히 김영하에게 cy 미니홈피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호기심의 대마왕인 나는 냉큼 cy에 접속,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미니홈피를 발견했다.
일촌이 되면 더 보이는 폴더가 있을까 하는 욕심에
일촌을 신청, 다음 날 접속해 보니 일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더 보이는 폴더는....없었다.

작년엔 가끔 점심시간에 cy에 들어가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cy접속이 차단되었다.
뭐...그런 기사가 신문에도 나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썰렁했던 내 미니홈피는
"최근 2주간 게시물이 없습니다" 가 항상 떴고,
덩달아 김영하 미니홈피에도 안가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김영하가 미니홈피에 있는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낸다는 말을 들었다. 낭독회도 하고....
평일 저녁에 강남 교보에서 하는 낭독회에는 가지 못했지만,
책은 주문했다.

누군가 말했다.
김영하를 좋아하지만,
이 책만큼은 사지 않고 서점에서 서서 읽겠다고....

사실 잡지 연재를 모아서 거기에 살포시 삽화만 곁들여
책을 내는 작가들을 보면 얄미울 때가 있다.
뭐....리메이크 앨범을 자주 내는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소설가가 책을 내면 일단은 지갑을 연다.
이런 희망도 가져본다.
안정된 수입으로 자질구레한 청탁을 쿨하게 거절하고
소설에 집중할 수 있기를....

김영하 산문집 <포스트 잇>을 읽으면서 가벼운 질투를 느꼈다.
어떻게 이 남자는 "캉가루표 구두약"(말푠가??) 같은
아무 것도 아닌 얘기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 <랄랄라 하우스>도 마찬가지다.
한가한 주말에 쇼파나 침대에서 만고 편한 자세로 뒹굴거리며
가끔씩은 낄낄거리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고양이, 소년중앙, 때밀이, 말풍선, 스타벅스, 민방위, 예비군 훈련...
이런 일상적인 소재들을 가볍게, 또 짧게 썼는데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구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소제목은 <소설의 엔진>.

예전에 소설의 동력은 주로 "연애"였다.
<안나 카레리나>나 <마담 보바리>처럼...
이제 그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소설의 동력은 무엇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이것은 어쩌면 작가들의 착시현상은 아닐까.로라는 말한다.많은 작가들이 부업(혹은 본업)을 따로 가지고 있다.그들에게 있어 진짜 일은 글쓰기이며 다른 일은 글쓰기를 위한 하찮은 생계수단일 뿐이다.그렇게 살다 보면 글쓰기(혹은 예술)는 휘황한 아우라에 둘러싸인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직장은 그저 단순한 업무만 반복하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의 꿈은 글만으로 먹고 사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우리 작가들은 그곳을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주인공들은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직장을 나오는 것이다.이제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대신 작가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p206)

아하하하.
미래의 소설 동력은 "직장"이 될꺼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 작가들은 직장을 잘 모른다.안 다녀봤으니까...
그래서 한국 소설의, 특히 여자 소설가들의 주인공은
하나 같이 출판사 직원, 방송 작가, 잡지사 직원....다 이런거다.
자기들 직업이었으니까...

이제 소설의 새로운 동력이 "직장"이 된다면,
나의 숨가빴던, 또 힘들었던 회사생활도 싱싱한 에너지가 될 수 있겠지.....(물론 내가 소설을 쓴다면...)

한 선배가 아멜리 노통의 <두려움과 떨림>을 읽고 내게 말했다.
"너도 회사 생활 얘기를 이렇게 한번 써봐. 생생하게..."

아...이런 생각을 하니 저물어 가는 일요일 밤이 두렵지 않다.
내일도 씩씩하게 회사에 나가볼까?
리얼한 소설의 엔진 만땅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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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9-0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수선님, 멋진 리뷰십니다. 사실 전 이렇게 사랑방에서 얘기듣는 것같은 리뷰가 좋습니다...

야클 2005-09-0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영하씨 책은 나오자마자 늘 사서 본답니다.
그리고 수선님은 소설 보다는 수선도서관에 있는 글 같이 짤막한 신변잡기성 글이 더 어울릴듯.(혹시 습작하신 소설이라도 있으면 공개 좀 하시죠. ^^)

로즈마리 2005-09-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괜히 땡겨서, 오빠가 돌아왔다, 사 놓고 아직 안 보고 있어요. 이 책이 저의 김영하에 대한 편견을 제거해주길 기대합니다만...^^;;;

끼사스 2005-09-0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회사 다닐 맛이 나는군요. ^^: 전해 들은 얘기인데 김영하씨는 실제로도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요?" 하며 시작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수도 없이 갖고 있다는군요.

플레져 2005-09-0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인용하신 부분...제가 밑줄 쫙쫙, 틈 나는대로 읽는부분이에요!
랄랄라~ ♪

2005-09-06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