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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1. 로드무비님의 엽서
기부스를 하고 외롭다고 난리를 치며 사랑 타령을 했던 나.
로드무비님의 엽서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상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순간, 그 사랑은 끝납니다.그리고 길고 지루한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지죠.
사랑이 없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제목처럼.그냥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 날 또 짠~~하고 사랑이 나타나는 거지요.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참....부끄러웠다.
난 그만큼 애들이 장난감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듯이
사랑 타령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 때....이 말이 정곡을 찔렀다.
그래, 당연하쥐. 사랑이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만화가 있었나?
그것도 요시나가 후미의?
필 받았다. 읽.어.보.자!
2. 바람돌이님의 선물
난 "부럽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바람돌이님의 글을 읽고 넘넘 부러워서 죽을 뻔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바람돌이님은 선망의 대상이다.
도대체 왜 그러냐구?
자....그럼 내 맘에 "바람"을 일으켰던 바람돌이님의 글을 보자.
나 다시 태어나도 이 인간이랑 결혼할거다. 연애질 초창기 얘기가 아니고 만나지 18년됐고 그 중에 연애 7년했고, 결혼생활 8년 됐다. 그래도 한번도 이 인간이랑 연애하고 결혼한걸 후회해본적이 없다. 나만 이러냐고... 당연히 아니지! 우리집 서방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단다. 오늘도 "내가 너 아니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거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장면에서 대패를 찾는 사람들이 무지 많을 것 같군....) 옛적에 그 남자들 다 정리하고 이 인간을 선택한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뭐가 그리 최고냐고? 음~~~ 일단 나랑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비슷하고 둘의 취미 거의 같아서 같이 할 수 있는 일 무궁무진하고 , 남자라는 권위의식 같은거 하나 없고, 내 말 잘 듣고, 집안일 잘하고, 아이들한텐 엄청 잘 놀아주는 좋은 아빠고 여성관 페미니스트 뺨치게 건전하고 등등....
아..... 이 강한 확신, 이 넘치는 행복, 이 주체할 수 없는 희열....
정말....부.럽.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왜 그랬을까? 하면서...
" 나 다시 태어나도 이 인간이랑 결혼할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 내 친구 하나는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겠다고 한다.ㅎㅎ)
아...부러운 바람돌이님.
내가 모범상을 탄 날,
바람돌이님에게서 "저도 상을 받았어요!" 하며 연락이 왔다.
알라딘 우수서평에 당첨되셨단다. 야~ 기분으로 2만원 상당의 책을 선물하시겠단다.야~
난 냉큼 책을 골랐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책 2권.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며칠 후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했다.
한낮의 사무실에서 만화책을 들고 애들처럼 행복해 하는 고참 대리를 보며
신입사원들이 살짝꿍 놀랐다.
3. 어라? 맛집 가이드였어?
제목에 필 받아서 내용도 보지 않고 선택한 책.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근 사랑에 관한 내용인지 알았는데....
Tokyo 맛집 기행이었다. 요시나가 후미가 좋아하는 Tokyo 레스토랑들을 만화로 소개했다.
역시....선물은 포장이 번듯해야 하고
책은 제목이 화끈해야 한다!!!
4. 후리터 - 네가 번 돈으로 만능파를 사 먹으면 더 맛있을 꺼야.
이 만화 처음부터 끝까지
후리터인 S하라가 등장한다.
일본애들은 참...말도 잘 지어낸다.
후리터(Freeter)가 영어라고 철썩 같이 믿는 애들도 있다.
후리터.
파트타임 일자리로 살아가는데 최소한 필요한 돈만 벌며
자신만의 시간, 인생을 즐기며 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선택한 경우일 수도 있고,
살벌한 취업경쟁에서 밀려난 경우일 수도 있다.
후리터 S하라가 잡지사에 일자리를 얻었을 때,
(결국 성질을 부리다 입사전에 채용이 취소되지만...)
축하 술자리에서 Y나가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번 돈으로 만능파를 사 먹으면 더 맛있을 꺼야."
그렇다.
이 만화 제목은 내용과 상관 없이 번듯한 그런 제목이 아니었다.
이 만화는 맛집 기행기지만 교묘하게도
"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그럴 수 없다."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감이 임박해서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하라는 잡지사의 만행 앞에
정작 만화가인 Y나가는 참는데,
어시스트인 S하라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해서 불같이 화를 낸다.
그 잡지사가 자기를 채용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S하라는 말한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할 말은 하기 위해서, 매이는 일은 안 하는 거야."
S하라의 여자 동기(이름이 생각 안남)는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자존심을 지키기도 하는데...."
요시나가 후미. 참 대단한 만화가다.
맛집 가이드를 그리면서도 자기가 할 말은 다하고 있다.
이러니...요시나가 후미를 사랑할 수 밖에...
무라카미 류 아저씨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연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연애를 안 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누군가가 없으면 못 사는 사람, 연애에 목매는 사람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다고...
맞다.정말 맞는 말이다.
일을 한다는 것, 그것도 열심히 한다는 것, 금상첨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한다는 것. 생활인으로 살기 위한 기본 중 기본이다.
사랑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열심히 살면서 사랑을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