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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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었다.
정말....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몸은... 아무 것도 잊지 않는다.
아무 것도 그냥 흘려 보내지 않는다.
외면하려 했지만, 잊은 척 했지만,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알고 있는, 몸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많은 소소한 것들....

요시모토 바나나. 참...잘~쓴다.
제목만큼이나 가슴을 툭툭 두드리는 단편들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귀여운 책이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 얘기 하나?

어렸을 때,
그러니까 5살 정도된 꼬마였을 때 부터,
난 핫도그를 참 좋아했다.

동네 골목에서 파는 그 노~란 핫도그.
핫도그 아저씨가 케챂을 뿌려줄 때 난...마냥 행복했다.
아...혀 끝에 닿는 그 케챂의 새콤한 맛이란...

핫도그를 하도 좋아하니까
한번은 엄마가 집에서 핫도그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핫도그 색깔이 하얗게 되었다.
하얀 밀가루라서? 튀김가루를 안썼나? 아님 기름이 깨끗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에서 만든 핫도그는 골목에서 파는 노~란 핫도그와 다르게 하얀 색깔이었고, 난 계속 길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먹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의 핫도그 사랑은 계속되었다.

칠리 핫도그 같은 피클 들고 그런거 말고,
프렌차이즈에서 파는 럭셔리한 핫도그 말고,
길에서 팔아도 감자튀김 붙고 그런 커다란거 말고,
녹차 핫도그 같은 웰빙 어쩌구 하는거 말고,
어렸을 때 먹던 그 초라하기까지 한 노~란 핫도그.

언젠가....내 핫도그에 케챂을 뿌리는 핫도그 아저씨를 바라보며
서 있을 때, 그가 말했다.

" 너...그거 알아? 핫도그를 기다릴 때 니가 얼마나 활짝 웃는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야."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사랑한 사람이었다.

궁금했다.
난 핫도그를 기다릴 때 어떤 표정일까?
그런 소소한 표정, 몸짓 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 주고,또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게...가슴 뻐근하게 행복했다.

언제부터일까...
나는 핫도그를 먹지 않는다.
그래...한번도 먹지 않았다.

이상하게...그렇게 좋아했던 핫도그를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
길에서 핫도그 파는 포장마차를 보면
이상하게 걸음이 빨라지거나 딴 생각을 한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걸음이 빨라지거나 딴 생각을 한다.

몸은 정말...모든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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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5-10-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님 어떤 소설에..'몸이 사랑이 아닐까'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사랑과 몸...이 두가지는 절대 떨어지는 게 아닌가봐요. 리뷰 훌륭하옵니다.^^

깍두기 2005-10-2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렇다면...정말 두려운 일이군요. 언제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플레져 2005-10-2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로비 자동문을 고쳤어요. 전에는 버튼을 눌러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앞에 서기만 해도 문이 절로 열리지요. 그런데도 제 손은 언제나 버튼을 향해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 화들짝 놀라지요.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데, 몸은 그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어쩐지 짠한 리뷰에요.

바람돌이 2005-10-2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역시 플레져님 같은 경험을.... 게다가 요즘은 가끔 운전하다가 습관적으로 자주 가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저를 발견할때가 있어요. 그날은 다른 쪽으로 가야 하는데... 길을 들어서고 난 이후에서 문득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고 인간의 습관이란 몸의 습관이란 참 대단한 거구나 생각한다죠.... (이건 혹시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요?)
수선님이 다시 핫도그를 드실 그날을 위해 추천을!!!

조선인 2005-10-25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도그 대신 100배 맛있는 군것질을 찾아내실 거에요.
핫도그는 핫도그로 추억하구요.

kleinsusun 2005-10-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감사합니다.
은희경님의 소설에 그런 구절이 있었군요....어떤 소설일까? 궁금...^^

깍두기님, 아마....더 강렬한 기억이 있으면 잊을 수 있겠죠? ㅎㅎ

플레져님, 몸이 버리지 못하는 습관...정말 많죠?
몸은 넘...정직하다고나 할까? ^^

바람돌이님, 한참을 웃었어요. (이건 혹시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요?) 음하하하.
핫도그...다시 먹을 수 있을까요? 바람돌이님의 이쁜 바람에 짠해져요.감사합니당.

조선인임, 그죠? 세상엔 맛있는게 넘 많쟎아요. 따뜻한 댓글...힘이 됩니당. 감사!

로드무비 2005-10-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핫도그 좋아하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무지 뚱뚱한 핫도그요.
백설표 이런 거 말고......
쓸쓸함이 묻어나지만 미소 짓게 되는 글이네요.^^

kleinsusun 2005-10-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드무비님도 핫도그를 좋아하시는군요.
근데 왜...엄마가 만든 핫도그는 하얀색이었을까요? 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