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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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해서 중국을 제대로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구나. 그나저나 자식새끼들이란 부모앞에 강자일 수밖에 없는걸까. 자신의 뜻대로 살고자하는 의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엄마 속을 너무 썩이는구나, 이노믄시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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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10-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이에요. ^^
저역시 중국에 대해서는 안좋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_- 애써 무시했달까 그런데, 제대로 봐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책 여기저기서 난리인데 별로 읽고 싶어지지 않아요. ㅠ_ㅠ 다락방님이 리뷰 써 주시는 읽어보고 결정할께요. 히히 ^^

다락방 2013-10-29 17: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고싶지 않아서 관심도 안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믿을만한 지인이 재미있다고 해서 흐음, 그럼 나도 읽어볼까 하고 시작했어요. 읽다보니 엄청 빨리 책장이 넘어가고 재미는 있지만, 문나잇님, 뭐 꼭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에 대해 잘 모르던 걸 알게 됐다는 건 좋지만, 역시 제가 좋아할만한 책은 아니에요. ㅎㅎ

에르고숨 2013-10-30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속독하십니까 네? 를 돌려드립니다.
이노믄시키->이노므시키. 평소 욕을 얼마나 안 하시면!ㅋㅋ

다락방 2013-10-30 10:16   좋아요 0 | URL
이 책 한 페이지에 글자수가 얼마 없어요. 활자도 크고...대화체도 많고 팍팍팍 넘어가네요. ㅎㅎ

아, 이노므시키!! 이노므시키군요. 히히.
 


포르노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야한 영화를 본 적은 많다. 내가 말하는 야한 영화란 극장에서 개봉하는 류의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가게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가만있자, 제목이 뭐였더라, <동물적 본능>도 있었고..또...

<동물적 본능>도 친구의 집에서 봤고, 그 친구가 한 번은 포르노를 보자고 불렀는데 가지 않았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그 친구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었다. 어쨌든, 내가 야한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상이란 게 별 게 없었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야하다'고 느껴지고 '재미있다'고 느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옷을 벗고 끌어안아서만 되는 건 아니었다. 옷을 벗기 전, 끌어 안기 전의 남자와 여자(혹은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라도)의 긴장과 설레임이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 영화는 영화로서 재미를 더했고 그래야 내가 그 영화속의 누군가가 될 수 있었다. 어릴적(고등학생)에 봐도 별로 재미가 없었으니 어른이 된다한들 취미가 붙을 리 없었다. 나는 재미있는 영화가 야하기까지 하면 완전 좋아했지만 그냥 벗는 영화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러니 포르노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포르노란 내게 그저 남자들이 혼자 보면서 연구하는 영화,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포르노 산업의 폭력적인 면에 대해 갑자기 확 와닿고 말았다. 포르노 배우들과 감독들 관계자들이 폭력적이란 얘기가 아니다. 돈이 없는 집에서 태어난 여자들이라면 폭력에 노출되기 쉬웠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딸들은 얼마나 많이 돈에 팔려가게 되는가. 그들이 파는건 성이다. 성을 팔아도 되는가 안되는가 그것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어도, 그들이 일단 돈에 '팔려가게 된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어떤 행위이든, 내 의지에 반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영화 [러브레이스]의 주인공인 '러브레이스'는 스무살에 사랑에 빠졌고, 그남자와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다. 그러나 남자는 마약에 중독됐고 섹스에 중독됐으며 돈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물론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가르쳐서 오랄섹스를 아주 기막히게 잘하는 자신의 아내 러브레이스를 포르노 영화에 주연으로 내보낸다. 그녀가 얼마나 잘하는지 오디션장에서는 그녀와 자신의 섹스장면 비디오테입을 틀어주고. 영화는 이때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러브레이스는 그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틈틈이 남편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자신이 찍은 포르노가 극장에서 개봉하고 대박을 터뜨리지만 그녀는 거기에 대해 자신의 몫을 받지 못하고 또다시 폭력에 노출된다. 남편은 그녀를 포르노 배우로도 모자라 매춘으로도 팔아넘긴다. 남자들 여러명이 있는 호텔에 남편이 여자를 몰아넣었을 때,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그 떼거지의 남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음이 분명할 때, 그 때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은 얼마만큼일까. 이 모든것들이 싫다고, 그만두겠다고 하면 남편은 총을 들고 협박한다. 내 말을 들어.



아직 그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때, 그녀는 남편을 피해 친정으로 도망을 왔었다. 엄마, 며칠만 여기 있게 해주세요. 엄마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너의 남편에게 돌아가라고 한다. 그녀는 울면서 엄마에게 말한다. 그가 나를 때려요.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가 너를 때리니, 라고 오히려 그녀를 나무란다. 착한 아내가 되라, 남편의 말을 잘 들어야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맞으면서도 순종적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받았을까.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장소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런 삶을 살아온걸까.


결국,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이 포르노를 찍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서전으로 풀어낸다. 세상에 그 일을 고발해낸 그녀는 그 뒤로 죽을때까지 포르노영화를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서며 살다가 53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 후에 또다른 포르노스타와 결혼했다는 데, 그 자막을 보는 순간 그 여자 역시 폭력적으로 그 앞에 서게 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영화를 보고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러브레이스 주연의 영화 [목구멍 깊숙이]는 실제로 있는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더니 저 영화 역시 진짜였다. 그러나 러브레이스에 대한 의견은 좀 갈리는 듯했다. 그녀가 남편의 폭력 때문에 포르노를 찍은 게 아니라 스타가 되고 싶어 찍었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남편이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긴 했지만 그건 남자배우와의 사이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그녀가 폭력을 당했다는 자서전을 쓴 건 자신이 헐리우드의 스타가 되겠다는 야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1. 남편은 그녀에게 어쨌든 폭력을 휘둘렀고

2. 포르노 산업은 폭력앞에 아주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가진 게 없고 그래서 힘 없는 여자들을 간혹 가족들이 매춘으로 내몬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 더 많은 돈을 벌어다줄 포르노는 그들을 착취하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이 되지 않겠는가. 예고편을 보았을 때도, 그리고 이 영화 [러브레이스]의 포스터만 봐도 유쾌발랄상큼 코미디로 보이지 않는가. 젠장. 그런 영화인줄 알고 룰루랄라 극장을 찾았다가 결국엔 눈물을 흘렸다. 아..이런 영화인 줄 몰랐어 진짜. 

















아놔...이건 뭐.....참............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다. 내가 본 우디 앨런의 영화중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인 듯.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아무 생각도 안들어. 참...아! 페넬로페 크루즈는 참 이쁘다. 끝.




나의 엄마는 입병이 자주 생긴다. 간혹 병원에 갔을 때 물어보면 그때마다 '피곤해서' 생기는 거라고 해서 그래, 그렇겠지, 하고 말았는데, 그래도 너무 자주 생기는 게 아닌가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베체트병'이라는 증상이 입병이 자주 생기다가 실명의 위기에 처하고 한다더라. 무서워서 엄마한테 병원에 다시 한 번 가서 물어보라고, 그건 안과에 가서 물어봐도 되고 한의원을 찾아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며칠전 엄마가 눈이 아파서 안과를 찾은 김에 물어봤더니, 그건 피곤해서 생기는 거고, 이 눈의 염증은 늙어서 생기는 거라고, 나이들면서 점점 눈꺼풀이 쳐져서 그런다고 했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단다. 흐음. 그리고 입병도 다 나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입병이 아주 오랜 시간 낫지 않는다는 데, 그건 아니고, 또 눈이 안보이거나 성기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 베체트병이 아니긴 아닌것 같다 싶으면서도 좀 신경이 쓰인다. 여동생이 엄마 드시라고 이것저것 비타민을 챙겨드려서 그거면 괜찮겠거니 하고 난 무심했는데, 며칠전에 검색해보니 입 병에 좋은건 비타민 B 군 이라더라. 앗, C가 아니고? 그래서 또 검색해보니 비타민 B군은 토마토 등푸른 생선에 있고 그리고, 돼지고기에 아주 풍부하단다. 돼지고기 먹으면 비타민 B군을 섭취할 수 있다고. 오! 좋았어!! 나는 당장 엄마한테 문자를 보내 돼지고기를 많이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여동생 집에 가 있는 엄마와 통화.



입병은 다 나았어?

응 다 나았어.

돼지고기 먹어.

응. 나 집에가면 너랑 돼지고기 먹으러 다녀야겠다. 갈비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그래. 나 봐, 돼지고기를 맨날 먹으니까 입병따위 안생기잖아.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자 엄마가 내게 이러는거다.



대신에 넌 뚱뚱하잖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난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얘기를 친구에게 하자 친구가 물었다. 뭘 선택할 거에요? 입병 생기는 거랑 뚱뚱한 것 중에? 하아- 둘 다....싫은데? 우짜지. 쩝. 


오늘 아침 동료가 아이유식단 아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아침 사과 한 개, 점심 고구마 두개, 저녁 단백질 쉐이크 란다. 헐. 그거 다 합쳐도 한 끼로는 스트레스 받는 식단인데, 그걸 하루에 나눠서 먹는다고? 얼라리여. 너무한거 아니야? 그런 대화를 하다가 문득, 아, 나도 이제, 단백질 쉐이크로 저녁을 먹을까.........하는 생각에 도달하고 만 것이다. 생각부터 우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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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10-2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타민B는 돼지고기가 아닌 정제로 섭취해도 됩니다. 삐콤정 같은거 말이죠. 문제 해결.

다락방 2013-10-29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돼지고기로 섭취할겁니다. 불끈!! ㅎㅎ

야클 2013-10-2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 중 이토록 첫문장이 와닿지 않는 글은 처음이네요. ㅋㅋㅋ

농담이고, 간만에 알라딘 왔는데 왕성한 글쓰기는 여전하시군요. ^^

다락방 2013-10-29 10: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계속 기억을 더듬고 있어요. 포르노 본 적 있나? 하고요. 그런데 있다면 생각이 나겠죠? ㅎㅎㅎㅎㅎ<동물적 본능>, <터보레이터>이런건 포르노가 아니죠? ㅎㅎㅎㅎ(왜 야클님에게 묻는걸까요, 전..)

아무개 2013-10-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푸하하하핫
터보레이터!!!!! 비됴방에서 보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나요.
만나는 여자마다 응응하던 영화 맞죠? 크흐흐흐흐

2.역시 고기는 돼지고기죠. 하지만 돼지고기로 단백질 B군 섭취를 끝까지 고집하시니....
그럼 뭐 돼지고기 단백질 쉐이크로 저녁을 드심이........(생각만해도 토 쏠림 ㅜ..ㅜ)

3.가난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력적이게 만들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게 만들죠.
그래서 무서운거에요.가난이.......
벗어날수도 없으니까요. 이젠.

다락방 2013-10-29 11:16   좋아요 0 | URL
1. 아..아...아니! 아무개님도 <터보레이터>를 보셨단 말입니까! 꺅 >.<
비됴방에서 보다가 친구가 토할것 같다고 나가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ㅎㅎ
남자주인공의 등장이 인상적이었죠.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알몸으로... ㅎㅎㅎㅎㅎ

3. 네, 가난이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가면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라고 다 똑같이 행동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해서는 안될 생각도 하게 되곤 하니까요. 가난에는 폭력이 따라오고, 그래서 가난이 무서운 것 같아요. 어떻게해야 할까요, 어떻게해야 벗어나게 될까요? 가난에서도 폭력에서도 말입니다.

아무개 2013-10-29 12:34   좋아요 0 | URL
엥? 2번 댓글은 아예 없는겁니까? 돼지고기 쉐이크~쉐키~쉐키~

그런데 우리 이런거 봤다고 이렇게 막 쓰고 이래도 되는걸까요?
ㅡ..ㅡ::::::::::::::::::::::::::::::::::::::::::::
그런데 또? 혹시? <원초적 본능>의 아류작인 <원죄적 본능>은 안보셨어요? ㅋㅋㅋ

다락방 2013-10-29 12:58   좋아요 0 | URL
돼지고기 쉐이크는 상상도 하기 싫으므로 패쓰.......

<원죄적본능>이라고요? 제가 <플레이 게임>이란 영화는 봤는데 ㅋㅋㅋㅋㅋ지금 <원죄적 본능> 검색해봤는데 포스터 보니까 보고싶어요! 재미있어요? 다운 받아 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10-29 13:23   좋아요 0 | URL
헛뜨 뭘 검색까지 ㅋㅋㅋㅋ
영화는 완.전. 재미없습니다!!!!!!이것도 보다가 중간에 졸았나 뭐 그랬던거 같아요.
차라리 터보레이터가 낫습니다요~

다락방 2013-10-29 13:26   좋아요 0 | URL
터보레이터는 중간 넘어가면서부터 아예 자막도 안나오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죄적본능 이라니 뭔가 잼날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터보레이터보다 재미 없다면 패쓰.(이러고 몰래 보기)

아무개 2013-10-29 13:32   좋아요 0 | URL
아...끝났어....
다락방님 서재 방문자 수도 많은데
아무개의 이미지는 아마도 터보레이터나 원죄적 본능으로 굳어지겠지...
끝.났,어. 흐흑.........ㅠ..ㅠ


다락방 2013-10-29 13:3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터보레이터를 모를것 같은데요. ㅎㅎㅎㅎ 무슨 얘기 하는지도 모를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무개 2013-10-30 08:13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것봐 아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네.
터보레이터가 이렇게나 유명한 영화였네~~ 하.하.하.핫

다락방 2013-10-30 08:22   좋아요 0 | URL
저도 놀랐어요. 많이들...아시네요. 전..저만 아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작나무 2013-10-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보레이터를 알고 계시다니 70년대생이시군요. 터보레이터 포르노 맞아요. 국내 들여오면서 상당 부분 삭제했죠. 근데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다락방 2013-10-29 14:04   좋아요 0 | URL
오, 자작나무님은 어떻게 그런것까지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시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0-2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터보레이터 포르노 맞습니다. 70년대생이 아니더라도 80년대 생들도 터보'를 모를 리 없습니다.

터보레이터'는 포르노의 금자탑입죠.
제가 명색이 포르노 박사 아닙니까 ( 자랑자랑자랑 ~ )
터보레이터'는 원래 포르노인데 국내 비디오'로는 전부 삭제했습니다. 예를 들면 미디엄 샷이나 풀샷을 불로우업 작업을 해서
부분만 엄청나게 확대해서 실제 장면은 안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린다 러브레이스의 < 목구멍 깊숙이 > 는 미국 영화 걸작 100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포르노'입니다.
이 영화 한 편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러브레이스는 자서전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포르노 반대 운동을 펼쳤지만
사실은 그녀는 포르노 스타'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라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어요.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던 것 또한 사실이고, 남편 때문에 포르노를 찍기 시작했지만
포르노가 돈과 명예를 준다는 사실에 매혹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후에도 꾸준히 포르노를 찍었지만 다 실패했고 결국은 포르노 반대'로 돌아섰다고 하더군요.


다락방 2013-10-29 17:43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것이 음지의 영화인지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옥보단>같은 류의 영화와는 또 다르니까요. 포르노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딱히 뭐랄까, 거부감있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디오방에서 떡하니 빌려주는 영화이기도 해서였거든요. 물론 내용이 완전 허접해서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터져나오지만, 그래도 비디오방에 있는건데...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들은것도 같네요. 원래 포르노로 만들어진건데 우리나라에서 비디오방에 들여 놓을라고 많이 삭제했다는 식의 말이요.


영화속에서 그녀가 반대 운동을 펼친건, 포르노산업이 폭력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서인걸로 보였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검색해보니, 그녀가 그걸 계기로 헐리우드의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에, 또 그 다음 포르노를 찍으려고 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포르노반대 운동을 하면서 이슈를 일으켰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포르노는 폭력에 아주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목구멍 깊숙이>는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영화에요. -_-

2013-10-29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9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3-10-2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아주 좋아해요. >.< 너무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예요. 특히 그 긴 금발은.. ㅠ_ㅠ 이 영화에서는 실화의 이미지를 살리려고 갈색 머리에 주근깨도 그리고 나왔다더군요. 그래도 예쁘네요. 헤블레. +_+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영화 찾아봐야겠어요. ^^

터보레이터라니. 제목 굉장하네요. ㅎㅎ

다락방 2013-10-29 17:49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서 주근깨가 되게 매력포인트로 나오거든요. 전 그래서 원래 주근깨가 있는 줄 알았지 뭐에요. 그리고 나온거구나...아직 극장에서 상영중일것 같긴한데 상영하는 극장이 얼마 없더라고요. ㅠㅠ

터보레이터는, 문나잇님, 보시지 않기를 권합니다. 네, 그럼요.

단발머리 2013-10-3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분위기에서 돼지고기 애기 좀.... ㅋㅎㅎㅎ
충격고백!
입병이 자주 나서 이것저것 안 해 본 것 없는 사람입니다.
돼지고기보다는 비타민 B 정제가 효과있고요(ㅋㅎㅎㅎ), 비타민 B 보다는 홍삼이 효과있어요.
전 "ㅈ관장 홍삼정환" 먹는데 이것 때문인지 근 일년간 괜찮았구요.
그리고.......
입병이 날려고 할때, 따뜻한 맹물로 입을 자주자주 행구시는것도 효과있어요.
이상, 입병 전문가의 소박한 조언... 휘리릭~~

다락방 2013-10-30 10:17   좋아요 0 | URL
아, 홍삼이 괜찮아요? 집에 홍삼 있는데..엄마한테 홍삼도 부지런히 드시라고 해야겠네요. 비타민 B 정제라니, 약국가서 또 상의해봐야겠고요. 드시는 비타민이 너무 많아서.. 히잉.
따뜻한 맹물, 오케이 알았어요. 그것도 꼭 전할게요.

입병 전문가라니..그런거 하지마요, 단발머리님 ㅠㅠ

아무개 2013-10-30 11:33   좋아요 0 | URL
정관장 제품에 홍삼이 아닌 수삼 세뿌린가...것도 완전 연식 딸리는...
그딴거 들어있다고 얼마전에 기사난거 봤어요.
저도 홍삼하면 정관장이라고 생각했는데 흠...흠....
울 엄마도 이거 먹으니까 안피곤하다며 열씨미 드시는데 흠흠.........

다락방 2013-10-30 12:08   좋아요 0 | URL
헐..이 나쁜것들. [정글만리] 읽으니까 중국에 짝퉁이 판치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관장도 별 수 없나보군요. ㅠㅠ

레와 2013-10-31 13:34   좋아요 0 | URL
저기, 쓰시는 치약도 한번 체크해봐요. 불소 함유된거 말고 되도록 자연 성분으로 된 순한 치약 쓰시고 양치할 때 깨끗하게 헹구는 것도 중요하더라구요. ^^

프레이야 2013-11-0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어머니도 참 ㅎㅎ
돼지고기엔 비타민 B가 많아서 입병 안 걸리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맞을 거에요 ㅎㅎ
페넬로페 크루즈는 정말 예쁘죠. 동감^^ 로마위드러브,에서 귀엽지 않던가요?
지난 주 서울 간 김에 마리오 테스티노 전을 봤는데요, 페넬로페가 있지 뭐에요^^
매혹적이었어요. 기네스 펠트로우의 다른 모습들도 좋았고요.

다락방 2013-11-03 22:31   좋아요 0 | URL
페넬로페 크루즈는 [귀향]에서도 생각했지만, 참 가슴이 이쁜 배우인 것 같아요. 언제나 옷을 입으면 가슴이 돋보여요. 예뻐요. ㅎㅎ
앞으로 엄마 모시고 돼지고기 좀 많이 먹으러 가야겠어요. 불끈!
 
화가가 사랑한 그림 - 현대미술가들이 꼽은 영감의 원천 152점
사이먼 그랜트 엮음, 유정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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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미술가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속의 현대미술가들이 '그림'에 꽂혀 그들의 감상을 풀어냈듯이 글을 쓰는 작가들은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자신만의 감상으로 자신만의 감동에 이르기도 할 것이다. 비단 예술가들만 그런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도, 예술이란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음에도 하나의 그림에, 음악에, 글에 깊은 감동을 받아 아, 나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품을수도 있고 앞으로 내 삶에 자꾸만 그것들이 파고들어 말과 태도와 행동과 사고방식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감상은 오롯이 '나만의 것' 이다. 하나의 작품이 평론가들로부터 어떻게 평하여진들, 내가 보고 내가 느끼는 것, 그것이 내게로 오고 내게로 스며든다. 그러니 그것이 세상으로부터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것이든 혹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든, 내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나로 말하자면,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에서 여자주인공이 보았던 그림 '에밀프리앙'의 「고통」이 꽤 인상깊었고, 줌파 라히리나 코맥 매카시의 글들을 만났을 때는 위에 빨간 줄을 그은것처럼 '순수한 기쁨과 흥분'을 느꼈다. 그 우아함과 세심함에 넋이나가 이렇게 되고 싶지만 결코 내가 이를 수 없는 곳에 그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문학을 읽는데 그들은 항상 기준이 되곤했다. 그 기준은 누가 만들어준게 아니라, 역시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이었다. 아무도 이렇게는 할 수 없고,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하는.



각설하고, 나는 이제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며 현대미술가들이 누구의 어떤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당황스럽다. '토마 압츠' 와 '에이야 리사 아틸라'가 영향을 받았다는 '이토 자쿠추'의 병풍 그림과 '피카소'의 추상화는, 하아- 내가 이해하기도 감상하기도 멀게만 느껴지는 곳에 있다.







나는 이 작품들에서 무엇을 느껴야할지, 대체 뭘 느꼈다는건지 책의 본문을 읽으면서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니 감상과 감동은 오로지 자기몫이란 것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어느 한 순간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꿨을지도 모를 작품들을 보면서 아무런 느낌을 받지도 못한다는 것은, 답답하면서도 동시에 짜릿함을 가지고 온다. 모두에게 같은 작품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있고 개성이 넘친단 말인가. 나는 뚫어지게 쳐다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라니.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대의 작가들이 자신이 영향을 받았다는 작품들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냈느냐에 있을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깊은 미술가는 '그레고리 크루드슨' 이었다. 그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데, 그런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 정말이지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위가 에드워드 호퍼의 [오전11시], 아래는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무제]. 아, 밑의 작품이 너무 좋다. 쓸쓸하고 처연하고 홀로 앉아있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준다. 호퍼의 그림이 쓸쓸함과 외로움을 전해준다면 그레고리 크루드슨은 거기에 두려움을 더한듯하다. 이 그림이 무척 인상적이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위는 '조르주 쇠라'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아래는 '빌헬름 사스날'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빌헬름 사스날의 이 그림은 이 책의 표지로도 사용된 그림인데, 고백하자면, 나는 이 그림인 이 책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게는 그다지 아름답게도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인상적이지도 못해서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없이 이 책을 봤다면, 전혀 관심을 줄만하지 않은 그런 표지였다. 








위는 '김정희'의 [겨울 풍경], 아래는 '서도호'의 [서울집/로스앤젤레스 집/뉴욕 집/ 볼티모어 집/런던 집/시애틀 집/로스앤젤레스 집]. 


김정희는 몇 가닥 선으로 집을 그려 고독과 적막을 표현했다. 그런 점이 내 가슴을 언제나 울린다. 집은 복잡한 공간이 아니다. 지극히 단순하면서 절제된 공간인 것이다. (p.161)


작품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이 어떻게 저 작품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듯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린다. 우리가 어느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했을 때, 그건 그 작품의 전체가 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어떤 특징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 특징 역시, 내가 찾아내고 내가 잡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져가는 것.








위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아래는 '에드 루샤'의 [불타는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의아했다. 아니, 저 오필리아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오지? 저 초록빛, 저 빛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걸까? 설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멘붕에 휩싸였을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역시 예술가, 내가 보는것과는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



나는 오필리아의 몸이 물에 대각선으로 떠 있는 구도를 작업에 차용하기도 했다. 사실 이 구도는 내가 미술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구도, 즉 탁자의 윗면을 보듯이 사물을 바라보라는 관점과 연관을 맺는다. 나는 <오필리아>에서 직잡적인 영향을 받아 몇몇 그림이나 사진을(예를 들어 1967년 사진인 <34개의 주차장>)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나는 <불타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을 그리면서 <오필리아>에서처럼 위에서 건물을 내려다보는 각도를 사용했다. (pp.140-141)



오필리아로부터 비롯된 미술관이라니, 예술엔 한계란 없는게 아닌가!



<오필리아>를 보면 여러 면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런던을 갈 때마다 이 그림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다. (p.141)



나는 가끔 줌파 라히리의 글을 생각한다. 「지옥 천국」을 아주 많이 생각하고 때때로는 「섹시」를 생각한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떠올리고 다니엘 글라타우어 생각을 하기도 한다. 「컷글라스 보울」생각도 많이 하고, 이런 작품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이런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을 읽다 알게 된 뜻밖의 사실. 우리가 알고있는 위대한 문인들이 위대한 화가이기도 했다는 것.





위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병든 장미], 아래는, 오, 믿을 수 없게도,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머릿글자가 V. H. 인 문어]. 블레이크의 작품은, 마치 그의 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처음 목차에서 '빅토르 위고'를 보았을 때, 아, 이 위고가 내가 아는 그 위고가 맞단 말인가, 하고 헐레벌떡 찾아 읽었다. 



빅토르 위고가 없는 19세기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위고는 당시 문학계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레 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었지만 지금은 위고의 문학보다는 그의 그림이 더 친숙하다. 위고가 그린 스케치와 수채화를 1998년 뉴욕 드로잉 센터(Drawing Center)에서 처음 접한 이래로 그의 다른 그림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p.134)



나로서는 위고의 그림을 보는 것 보다는 그의 책을 읽는 쪽을 택할것이고, 확실히 저 그림보다는 그의 소설들이 내게 더 강한 감동을 주었지만(솔직히 저 그림은 내게 아무 느낌도 주지 않는다), 누구나 저마다의 감동받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로 여겨진다. 그 작품들은 단지 그 순간의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까지 제시하기도 한다.




우선 분명한 점은 미술가가 작품에서 느낌 감정은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p.8)



다시 말하지만, 비단 그림 뿐만이 아니다. 음악이, 그리고 글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나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상황들을 접해보았고, 그렇게 감탄하다가, 세상을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조금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그것이 문학 작품이 내게 한 일이다. 나에게 문학작품이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미술가들에겐 그림이 그러했다. 재미있게도 어떤 미술가가 영향을 받은 그림의 작가가 내게는 글로 다가오기도 했다. 세상에 예술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건 바로 이때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예술을, 감상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감동한다. 


천천히 두고볼 책이다. 틈나는대로 펼쳐 이 사람은 이 작품의 어디에서 그토록 감탄한 것일까, 하는 걸 읽어보는 재미도 있고 그와는 별개로 실린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한껏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무엇보다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감동했던, 그러나 내가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작품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나는 언제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대로 감동할 줄 아는 사람들을 보는 게 퍽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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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민하고 지르기
    from 마지막 키스 2014-03-17 13:17 
    《화가가 사랑한 그림》이란 책에서 '빅토르 위고'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단 사실을 알게됐는데, 엊그제 신문에서 이 책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오늘 목차를 훑으며 '빅토르 위고'를 찾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가 거기에 있었다. 빅토르 위고 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관심책으로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아하하하 존 업다이크와 존 버거, 잭 케루악, 커트 보네거트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니,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그림까지 잘 그리기도 했다
 
 
네꼬 2013-10-28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까지 사란 말입니까! (최근 그림 관련 책들을 쓸어 담았는데.. ㅠㅠ )
그나저나 저는 다락님이 떠올리는 문학 작품들도 모르는 처지라, 다락님도 위대한 예술가 같아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논리가 이상한 것 같지만, 어쨌든 다락님이 대단해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다락방 2013-10-28 18:13   좋아요 0 | URL
나는 그림을 전혀 모르는데 말이죠 네꼬님, 이런 책이 책장에 딱 꽂혀있으면 그냥 막 신나요. 내가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기분에 따라서 그날그날 꽂히는 그림이 다를거에요. 그쵸? 그림책을 책장에 꽂아두다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그림, 위로받는 그림이란 것도 생기겠죠?

저 역시 네꼬님이 엄청 읽는 어린이책에 대해 하나도 모르잖아요. 우리는 우리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글 잘쓰는 네꼬님이야말로 더 대단!!

페이퍼 내놓으시오, 그도 아니면 리뷰라도!!

heima 2013-10-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다락방님 :) 다락방님의 책(지름)권유는 정말 대단해요.
어제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찡-하더라고요. 읽으면서 다락방님을 잠시 떠올렸답니다.

다락방 2013-10-29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헤이마님 덕에 [다시, 그림이다]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그 책 엄청 좋아보여요. 희희.

올리브 키터리지도 줌파 라히리도, 가끔 꺼내서 아무데나 펼쳐서 다시 읽곤 해요. 좋죠.

자작나무 2013-10-2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 님의 포스팅은 미술책에서 절정을 이루는 것 같네요. 감탄.

다락방 2013-10-29 10:33   좋아요 0 | URL
아, 자작나무님. 저는 그림을 잘 볼 줄도 모르고 그림을 외우지도 못해서 미술책에 대한 포스팅은 정말이지 자신이 없고 써놓고도 메롱메롱인대 절정이라뇨 ㅠㅠ 오해십니다 ㅠㅠ

자작나무 2013-10-30 08:46   좋아요 0 | URL
락방 님. 미술감상책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 구입할 거예요.

다락방 2013-10-30 10:17   좋아요 0 | URL
무슨 그런 말씀을. 말도 안돼요 ㅠㅠ

dreamout 2013-10-2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빌헬름 사스날의 저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었더랬죠. ^^

다락방 2013-10-30 10:1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저는 이렇게 좋은 그림들이 많은데 왜 이 그림으로 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약간 으시시 하긴 하지만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저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호퍼의 영향을 받았다는 미술가요. 뭔가 환상적이기도 하고..:)
 

 

 

 

 

"계속 여기 있을 것 같아 다시 문을 열었네."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네루다는 마리오의 팔꿈치를 움켜쥐고 자전거를 대놓은 외등 쪽으로 단호하게 끌고 갔다.

"생각을 하려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 시인이 되고 싶으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혹시 존 웨인처럼 걷는 것과 껌 씹는 걸 동시에는 못하는거야?" (p.29)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는 언덕이라 불러도 좋을 산이 있다. 그러니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코스인데, 나는 주말이면 곧잘 그 산에 오르곤 한다. 산의 정상에 올라 '정상에 올랐다'고 하면, 그 때마다 식구들은 그게 무슨 산이냐며 퉁을 놓지만, 어쨌든 산에 오르락 내리락 산책을 하고나면 두 다리도 뻐근하니 운동을 한 기분이다. 식구들과 함께 산책을 할 때도 있지만 나는 혼자 다녀오는 걸 즐긴다. 걷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멈춰 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걷기도 한다. 아주 많이, 산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사실은 그 시간동안 생각하는 걸 즐긴다. 숙취를 해소하고 싶을 때도 산책을 택하지만 생각을 하고 싶을 때도 산책을 택한다.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두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을 걸으면서, 그 시간동안은 충분히 머릿속으로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을 한다. 생각을, 상상을 머릿속에서 마음껏 펼쳐나간다.

 

오늘은 그 시간의 대부분을 현빈과 소울메이트라면 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보냈다. 그가 너무 잘나서(!) 내가 힘겹겠지, 우리는 그저 소울메이트로만 지내야지 결코 바디메이트가 될 수는 없을것이다, 바디메이트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로 내가 지쳐버릴 것이고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겠지. 그러나 이별한다한들 그를 생각하는 시간들, 그와의 추억을 곱씹는 시간들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소울메이트로 그를 영원히 내 곁에 두고 싶지만. 현빈과 소울메이트가 된다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가 나의 소울메이트란 사실을 비밀에 부칠 수도 있다. 끝내주는 의리로 우리의 소울을 안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단 말이다. 

 

 

그런 생각들을 거듭하다보니, 나는, 나란 사람은, 대상 보다는 그 대상을 생각하는 시간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고 웃고 술을 마시고 손을 잡고 안는 그 모든 행위들을 사랑하지만, 그 상대를 만나기 전에 그를 생각하는 시간, 그를 만나고 난 후에 그를 생각하는 그 시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혼자' 있으면서 한 대상에 대해, 그 대상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에서 이런 부분에 아주 크게 공감을 한 것이다.

 

 

 

 

"방해해서 미안해요. 외출 준비하고 있는 줄은 알아요. 이 파일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았더라면 금요일 밤에 당신을 귀찮게 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월요일에는 심각한 인터뷰가 두 개나 있고, 그 중 하나는 주제가 낙태 문제거든요. 당신도 그게 얼마나 논쟁거리인지 잘 알죠? 그래서 꼭 필요한 관련 자료를 담은 파일을 ‥‥‥."

"사랑해, 브린."

브린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심지어는 미소조차 짓지 못했다. 그가 자기 몸에서 흘러내린 물이 괴인 한가운데서 서 있는 모양이 우습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 담긴 진실함에 넋이 나가, 그저 멀거니 서서 듣기만 했다.

"외출 준비하고 있던 거 아냐. 집에서 혼자 조용히 당신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 참이었지. 매일 매 순간마다 그래 왔던 것처럼." (pp.115-116)

 

 

 

 

혼자 조용히 당신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 참, 이라는 그의 말이 백프로 이해가 됐다. 나 역시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상대를 생각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혼자 있는 조용한 집에서라면 가만히 앉아 자, 이제 그를 생각해야지, 한 적 있었고,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남겨졌을 때 좀 있다 나가자 잠시만 그를 혼자서 가만히 생각하고, 한 적도 있었다. 나는 강한 사람이라 어디에서든 잘 적응하며 잘 지내고 살아남을 사람이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외로움과 그리움에의 상태에서도 잘 견뎌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걸 좋아하는지, 어떻게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할지, 어떻게 버텨내고 어떻게 견뎌내야 할 지를 점점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 자신한테 아주 관심이 많고 내 자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강하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줄 수 있다. 나 때문에 염려하고 걱정하고 신경 쓰이게 하는 일들을 없도록,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들에게 돈을 주고 보석을 주고 고기를 사 주는게 아니라, 나로 인해 염려하고 걱정하고 고민하게 하는 일들이 없도록 하는 일이다. 나는 그걸 아주 잘 해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고기를 사주는 건 좀.. 좋지만.

 

 

 

아, 그런데 내가 처음에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인용할 때는, 역시 생각은 걸으면서 하는게 짱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는데, 그렇게 해서 나 역시 '생각하는 순간'을 좋아한다는 말로 끝맺고 싶었던 건데, 왜 결국 내가 강하다는 잘난척으로 끝맺게 된걸까.

 

어쨌든 지금은 일요일 밤 아홉시가 다 되어가고 있고, 나는 이제 곧 맥주를 마실 것이다. 아니면 우울하니까. 이 우울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맥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세탁기가 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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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7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8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10-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아치 만나서 한 대화랑 비슷. 상대방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or 상대방을 사랑하는 내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ㅎㅎ

다락방 2013-10-28 09:28   좋아요 0 | URL
난 나이들면서 확실히 깨달아요. 그 누구보다 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내가 이런 사람인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는데 말예요. ㅎㅎ

아무개 2013-10-2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첫사랑 이후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그 감정에 사랑에 빠지는거라고들 합디다....

2.정말 강한 여자는 외로워도 술 안마시는겁니다요....

3.저는 어제 소주 한병반 마셨어요........흠....

4.참 그리고 요새 "아름답다"라는 게
내가 아름답다 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아름답다 라고 '느끼는'건지...
본능인지 교육인지...헷갈려요..

다락방 2013-10-28 09:36   좋아요 0 | URL
1. 저는 '사랑에 빠졌'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었던 적이 되게 오래전인것 같아요. 사랑에 빠졌다는 건, 뭔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느껴져요 이제는.

2. 저는 외로워서 마시는 게 아니라 취하는 게 좋아서 마셔요. 하하하하하

3. 저는 어제 500짜리 맥주 세 캔..

4. 아, 저도 헷갈려요. 아름답다라는 게 교육인지 본능인지. 성형 미인들을 보면 확실히 교육인 것 같아요. 다 똑같잖아요. 쌍커풀 오똑한 코 같은거 말예요. 그렇지만 음악이나 그림 영화 소설들을 접하고 아름답다고 감동하는 건 본능적인 것 같기도 하고..

단발머리 2013-10-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 시간의 대부분을 현빈과 소울메이트라면 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보냈다."

저는 어제, 그리고 오늘, 내가 소지섭과 소울메이트라면 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난, 너무 세속적인가봐요. 자꾸 그의 어깨가, 튼튼하고 단단한 그의 어깨가, 어깨가 생각나요.
난 소지섭이랑 소울메이트는 어려울것 같고. 그 어깨만, 잠깐 빌리고 싶어요. 백만원이던가요? *^^*

"혼자 조용히 당신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 참, 이라는 그의 말이 백프로 이해가 됐다. 나 역시 가끔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상대를 생각해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난 이 단락이 너무 좋아서요, 내가 다락방님 책을 가졌다면 좋았을걸, 이게 다락방님 책이라면 여기에 보라색 색연필로 밑줄을 쫙쫙 그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책이 없으니 (책을 내세요~~) 마음에다가 밑줄을 쫙쫙 그어요~~~

다락방 2013-10-28 10:07   좋아요 0 | URL
오늘 누군가 식당에서 현빈을 봤다고 말을 해줘서 저 지금 멘붕이에요. 왜 그 식당에 내가 없었는가..회사 그만두고 그 식당에 취직할까..하고 말이지요. 아놔. 식당 주인 아저씨는 현빈인 줄 모르고 그냥 키크고 인물 훤한 청년으로 생각했다고.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미춰버리겠네요. ㅠㅠ

2013-10-28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8 13:54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8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0-29 10:33   좋아요 0 | URL
비밀....이야기니까요.... ( ")

2013-10-2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이 지진이라면



여보세요, 떠나겠다는 나의 결정이 나는 두려워요. 당신으로부터 먼 곳에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당신이 지진이라면 먼 곳에서 지진이란 무엇일까요? 호숫가의 오리들도 놀라지 않아요. 나는 낮잠을 깨지 않아요. 네 시간 다섯 시간이 흘러가요. 나의 낮잠은 비뚤어진 입을 틀어막고 한량없이 귀가 커져요. 펄럭이는 귀는 검은 밤에 젖어요. 귀가 커다래지니까 이곳이 얼마나 조용한 곳인지 알겠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가 옛날 전화기를 들고 있다면 검은 전화선을 따라 수억 개의 지붕 위를 건너 텔레파시의 화신처럼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옛날 연인들은 전화선을 손가락에 감거나 목에 감았어요. 주술 같은 것이었어요. 허공을 만지는 일도 그런 걸까요? 허공에 대해 공부했다는 한의사는 내게 생활 습관을 고치라고 말했어요.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밥을 먹고 그리고 허공을 자꾸 만지지 말라고 했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귀를 막은 채 비명을 지르지 말라고 했어요. 침을 맞으라고 했어요.



나의 아침에 당신은 저녁 8시예요. 당신의 새벽에 나는 오후 2시예요. 먼 곳, 먼 곳, 먼 곳을 향해서 당신이라고 부르는 오후 2시에 나는 또 손이 저려요. 오후 3시에 침을 맞아요. 식전 30분에 나는 한약을 먹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는 먼 곳의 지진을 느끼지 못해요. 먼 곳에서 당신이 죽을까 봐 두려워요. 당신이 죽은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나는 슬퍼하지도 못했을까 봐 진짜 두려워요.




지난 주말에 에피톤프로젝트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가 「시차」란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김행숙의 위 시가 생각났다. 김행숙이었던것 같은데, 내가 산 시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시차가 꽤 크게 느껴지는 곳의 사람을 사랑했던 시가 분명 있었는데. 시집을 꽂아둔 책장 앞으로 가서 차례대로 시집들의 제목을 읽었다. 역시 김행숙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꺼내들고 한 장 한 장 다시 넘겼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문장들로 가득한 시들 속에서 당신이 지진이라면, 이란 제목을 본 순간 앗! 이걸거야, 이걸거야! 했다. 



지금쯤 그대는 몇 시를 사는지?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
가벼워진 나의 마음이 꽤 좋아 보여
느긋한 트램을 타고서 달리면 
옆 자리의 꼬마 아이도,
좁은 골목길의 모습도 꼭 그림 같아
아직은 멀기 만한 나의 시간이
졸린 눈을 비비게 해도
스쳐가는 많은 것들을 다 끌어안고
지금쯤 그대는 몇 시를 사는지?
오랜만에 먹는 아침이
가벼워진 나의 마음이 꽤 좋아 보여
지금쯤 그대가 몇 시를 살던지
누구와도 같지 않으니
누구라도 다른 거니까, 큰 걱정 말고          -에피톤프로젝트, 시차









내가 사는 시간과 다른 시간을 사는 곳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걸까. 거기엔 어떤 낭만이 있을까.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보는 달을 그는 지금 볼 수 없다는 것. 달 봤어요? 아주 커요, 소원을 빌어도 좋겠어요, 같은 말을 내가 지금 전화기를 붙들고 말해보았자, 혹은 문자메세지로 딩동- 하고 보내봤자 그곳에서는 아직 달이 뜨기 전이거나 이미 달이 사라지고 난 뒤일텐데. 그래서 시무룩해질 즈음, 이런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그러나 만약 내가 오늘 밤하늘엔 별이 무척 많았어요, 쏟아질듯이. 라고 말했다면 그는 그렇다면 나도 오늘 밤엔 고개를 들고 별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해볼게요, 라고 대답할 수 있을테고, 그렇게 자신의 시간에서 밤이 오기까지 내내 밤이 오면 별을 봐야지, 하고 나를 생각하고 염두에 두는 시간이 더 길 수 도 있으리란 생각. 


베가본드란 만화에서 주인공이(이름이 생각안나..) 안보이면 잊혀질 줄 알았더니 가슴에 더 선명하게 새겨진다고 했다던 말이 생각났다. 멀리 살기 때문에, 열세시간쯤을 날아가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열세시간을 날아가기 위해서 비행기표를 할부로 긁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를 자주 볼 순 없겠지만, 한 번 보게 되면 그만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겠지, 볼 날만 내내 기다리며 지내겠지.



그렇지만 김행숙의 시, 당신이 지진이라면, 저 시의 마지막 연 때문에 다시 슬퍼진다. 나는 먼 곳의 지진을 느끼지 못해요. 먼 곳에서 당신이 죽을까 봐 두려워요. 당신이 죽은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나는 슬퍼하지도 못했을까 봐 진짜 두려워요. 먼 곳에 그가 있는데, 먼 곳에 있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면, 그의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그와의 연락 뿐이라면, 그런데 그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그가 아프다면, 그가 이 세상에서 존재를 감췄다면, 나는 이 곳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지 않을까. 그게 슬프다. 아무도 내게 그의 소식을 대신 전할 수 없으니 그의 안부를 내 머릿속에서 썼다지웠다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 슬퍼해야 할 때, 제 때 슬퍼하지 못할거란 사실이 더 슬프다.





















남자는 파리를 사랑하고 파리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남자의 약혼녀는 남자가 헐리우드에서 일하면서 말리부에서 살기를 원한다. 여자는 남자가 돈벌이도 안되는 소설을 쓴다는 게 못마땅하고, 친구의 애인처럼 모든것에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남자는 파리 거리를 산책하기 원하고 여자는 온갖 관광명소를 다니며 설명을 듣길 원한다. 그런 남자에게 1920년대에 만난 매력적인 여자가 묻는다.


그녀를 사랑하죠?


남자는 대답한다.


사랑해요.

사랑하는 것 같아요.

결혼하면 사랑해야겠죠.



남자는 자신의 사랑에, 자신의 결혼 상대에 대해 확신이 없다. 대답의 강도는 점점 약해진다. 여자는 다시 묻는다. 그래도 그녀와 중요한 것에 있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지 않나요? 남자는 대답한다. 


사소한 것에서는 잘 맞죠. 인도음식을 둘다 좋아해요.

아니 사실 인도음식을 둘다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 난 이라는 빵, 그건 둘 다 좋아해요.


생각해보니 둘에게는 사소한 것조차 공통된 게 거의 없다.



남자가 바라보는 세계, 남자가 꿈꾸는 세계가 여자가 바라보는 방향과는 완전 틀어져있다. 남자는 길을 가다가 콜 포터의 음악이 들려오면 멈춰야하지만 여자의 귀에는 콜 포터의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남자는 헤밍웨이와 피카소를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을 해서 그 기쁨을 전하고 싶지만 여자는 내일 관광을 위해 오늘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런 둘이, 과연 사랑을,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영화의 초반, 남자가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1920년대의 파리로 돌아가 헤밍웨이를 만났을 때, 내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읽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알어, 알어, 저랬지, 저랬어!! 중간에 남자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란 말도 있잖아' 라며 영어로 Moveable Feast 라고 하는데, 아우, 이건 내가 저 책을 읽었으니까 아는거야, 하면서 막 으쓱으쓱. 움화화화핫. 



사랑에 있어서는 거리가 큰 방해물이 되진 않는다. 열세시간을 날아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반면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도 사랑이 완성되진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지 않다면 함께 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게 바로 사랑의 가장 큰 위대함일지도 모르겠다. 거리와는 상관 없다는 것. 아울러 이 영화속처럼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 2000년대의 남자가 1920년대의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하다니, 사랑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이 시대를 뛰어넘어 가능하겠는가. 내가 이 시대를 살고, 여기에 살고, 이 나이를 살고 있으면서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 그래서 사랑이 다른 무엇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뜬금없는 영화속 남자에 대한 불만 한 가지. 아니, 길, 대체 왜! 핏츠제럴드가 아니라 헤밍웨이한테 더 흥분하는거죠? 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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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이순간도 난 널 기다리고 있어.
    from 마지막 키스 2015-07-12 22:19 
    센트럴 파크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홀든과 피비를 생각하고 싶었고 할과 로라를 떠올리고 싶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가면, 그 위에서 첫키스를 나누고 뉴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던 노래를 떠올리며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센트럴 파크를 갔고, 역시나 할과 로라를 또 홀든과 피비를 생각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가서는 이 위에서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겠지, 이 위에서 누군가와 키스를 했다면, 하고 생각을 했다.
 
 
Forgettable. 2013-10-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관계는 시차를 통해 더욱 로맨틱해지기보단 멀어지더라구요; 친구 관계가 오히려 더 돈독해졌던듯. 저 같은 경우엔 말이죠. 밤에 센치해져서 문자보내면 일하는 중이거나, 걔가 취해서 연락오면 나는 자고있거나 일하는 중. 뭐.. 저는 지금도 남들과는 시차있게 일하고 중인데, 연애할 때 플러스 요소는 제로....... 백수를 만나야 할듯. ㅠㅠ

다락방 2013-10-25 16:44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제 친구 하나가 그러더라고요. 외국에 있을 때 여자친구가 자꾸 전화를 하는데, 그 때 자기는 일끝내고 너무 피곤해서 자고 있을 때라고. 그런데 번번이 자지 말고 자기랑 통화하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정이 떨어져 버렸다고...서로 다른 시간을 살면 그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흐음.

백수 보다는, 음, 뽀님이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뽀님이 노는 시간에 노는 사람을 사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니면 먼 데 있는 남자 사귀어요. 여자친구와 짧게짧게 연애하던 내 남자사람 친구가 지금 여자친구와는 3년째 사귀고 있는데, 그게 먼 데 살기 때문이래요. 가끔 보니까 싸울 일도 없고 가끔 보니까 서로에게 질리지도 않고 오래 간다고...아, 그러니까 외국같은 먼 데 말고 음...강원도 정도? 강원도 유지라든가....강원도 땅부자라서 농사 짓는 남자....라면 한달에 한두번쯤 뽀가 금요일에 일 끝내고 내려가서 전원을 배경삼아 편하게 술을 마시고..................아니면 제주도에서 말 이천마리 키우는 남자 만나서 금요일 밤에 제주도 내려가서 주말에 같이 말타고 제주도를 달리고.................(상상이 안끝나네 -_-)

Forgettable. 2013-10-2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ㅋㅋㅋ 저도 장거리 연애할 때 가장 오래 만났어요. ㅋㅋ
다락방은 참 말을 좋아해......... ㅋㅋㅋㅋㅋ 여기서 또 한번 달콤쌉싸름 생각 해주고;
여튼 그런 장거리 연애라면 아주 좋네요. 하지만 난 연애는 당분간 금지라. 멘탈파괴상태 ㅋㅋ

다락방 2013-10-25 17:01   좋아요 0 | URL
그치. 말이 나오면 달콤쌉싸름 나와줘야지. ㅋㅋㅋㅋㅋ 무려 발가벗은 여자를 앞에 태우잖아!
파괴된 멘탈이 얼른 제자리를 찾길 바랍니다 뽀 ㅠㅠ

배고프네요 ( ")

자작나무 2013-10-2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면 결혼해야 하나요?

다락방 2013-10-27 23:23   좋아요 0 | URL
사랑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제가 썼나요? 그렇다면 잘못 썼네요. 전 방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것은 제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