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 말이 좋아 데이트지 우리는 그저 '둘이' 만나는 것 뿐이었다. 또, 사실, 말이 좋아 '둘이 만나는 것' 이지 정확하게는 내가 속한 모임에서 오늘따라 아무도 나오지 않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를 빼고는. 그리고 나를 빼고는. 뭐 특별할 주제랄 것도 없고 공통적인 취미도 없는 그저 맛있는거나 함께 먹자는 모임이었을 뿐인데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고 몇명 남지 않았을 때 조차 제대로 그 인원들이 다 모인적도 없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번 모임에는 그와 나, 둘 뿐이었다. 그러면 이번 달 모임은 취소할까요, 하고 묻는 내게 그는 그냥 만나죠, 둘이서, 라고 했던거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요,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뛸 듯이 기뻤다. 단 둘이 만난다는 건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일이고 그러나 용기를 내지 못해 한번도 말을 꺼내보지 못했던 일이다.  

낮에 볼까요, 하는 그에게 아니요 저녁에 봐요, 라고 나는 대답했다. 낮에 만나면 분주할 것 같았다. 나는 충분히 공을 들여 샤워를 하고 싶었고, 충분히 공을 들여 화장을 하고 싶었고, 충분히 공을 들여 옷을 입고 싶었고, 여유롭게 도착하고 싶었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가 유독 내게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유독 나에게 더 많이 시선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가끔 그는 모임이 있지 않을 때도 내게 전화했다. 우리는 모임에 관련된 사람들 얘기며 또 일상적인 얘기들을 했지만, 그러니까 그는 뭔가 내게 은밀한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가 우리 관계를 은밀하게 만들고 싶은건 아닐까, 라고 종종 생각해왔던 터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보려고 하는건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만약 그가 우리 은밀해져요, 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네, 라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약속시간이 됐다. 나는 우리가 만나서 무얼 할지 모르겠다.  평소에 모임에서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형태였는데 사람이 줄고 나서는 사실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해서 갔던 맛집중 그날 상황에 따라 가고 싶은 곳을 가곤 했다. 친구를 따라 그 모임에 참석했긴 했지만 사실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질색팔색이었다. 왜 줄까지 서가며 그것들을 먹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걸까 싶었던거다. 두번째 참석하고 나서, 그날 따라 유독 기다리는게 신물이 나서, 이런 모임은 하지 않겠다고 나는 그만 두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를 봤다. 그 뒤로는 그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임에 나갔다.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면서 그리고 음식점 밖에서 먹기 위해 기다리면서, 이 모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행위들' 은 모두 그를 보는 것 하나로 상쇄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면 그를 보지 못하니까. 그런데 그와 단 둘이 만나는거다. 그가 어떤 새로운 맛집을 찾아가자고 한들 나는 좋다고 할 것이고 갔던곳에 가자고 해도 좋다고 할 것이지만, 부디 그가 나에게 은밀해지자는 말을 해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내 기대였다.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나는 일어나서 눈꼽을 떼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둔한 몸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조금쯤 유연해진 상태로 나가고 싶었다. 한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서는 샤워를 했다. 향이 좋은 바디클렌저였다. 그리고 피부를 진정시켜준다는 아주 비싼 석고팩을 얼굴에 발랐다. 십오분쯤 지나 다시 세수를 했다. 피부가 하얗게 된 것 같았다.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리고는 화장을 시작했다. 톡톡톡, 나는 아주 경쾌하게 화장품들을 얼굴에 펴바른뒤에 두드리기 시작했다. 골고루 스며들어라, 골고루. 핑크빛 볼터치를 볼에 톡톡 두드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화장을 마치고 나는 옷을 갈아 입었다.  

오늘은 속옷을 셋트로 입을거야. 

나는 결심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며칠전 우리가 둘이 만난다는게 결정되자마자 백화점에 가서 셋트 가격이 10만원에 다다르는 팬티와 브라셋트를 구입해두었다. 새것인게 너무 티나면 안되니까 한번 빨아 입어야지, 싶어 빨아두기까지 했다. 자꾸만 콧노래가 나왔다. 위 아래가 셋트인 팬티와 브라를 입고 거울을 봤다. 잠깐 한숨이 나왔다. 셋트인 속옷을 입었다고 해서 빛나는 몸매가 될 순 없었다. 셋트인 속옷을 입었다고 해서 예뻐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괜찮다. 나는 만약 내가 속옷을 그에게 보이게 되는 기회가 온다면, 그러니까 오늘 밤 혹시라도 그와 내가 옷을 벗고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렇게 말할 참이었다. 

나 위 아래 셋트로 처음 입어봐요.  

 

그를 만났다. 나는 여유롭게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활짝 웃으며 걸어오는 그를 보았다. 쿵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의 손을 잡고 내 심장위에 손을 대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거, 당신 때문에 그래요, 라고. 그러나 나는 그저 마주 웃어줄 뿐이었다. 어디 갈래요? 뭐할까요? 하고 묻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맛집 찾아 다니지 말고 갔던 맛집에 가지도 말아요. 사실 나, 맛집 찾아다니는 거 싫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먹는 거 싫어해요. 

그는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그럼 우리 근처에 가서 맥주나 한잔 할까요, 라고 하면서 그러면 그동안 그렇게 싫은데 왜 이 모임에 있었느냐고 했다. 아 어쩌지 말을 할까 말까. 당신이 있어서요, 라고 할까 말까.  

당신이 있어서요. 

해버렸다. 결국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나도요. 나도 음식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거 싫어해요.  

아 또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런데 나도요, 는 뭐지? 음식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게 싫다는 거에 대한 나도요, 인가? 아니면 당신이 있어서요 에 대한 나도요, 인가? 물어볼까? 나는 내가 듣고 싶어하지 않는 대답을 듣게 될까 두려워 묻지 못한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가까운 호프집에 들어갔고 즐겁게 대화를 했다. 나는 대화를 하는 동안 눈을 마주치는 그가 좋았고, 내 말을 듣고 있을 때 움직이지 않는 그의 입술이 좋았으며, 웃을 때 드러나는 못생긴 이빨이 좋았다. 병맥주의 물기를 냅킨으로 닦아내는 손짓도 유혹적이었고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서서 나갈 때 보이는 그의 등도 좋았다. 머리통은 왜 저렇게 예쁘지? 애기때 짱구베개 베고 잔건가?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러나 그는 은밀해지자는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초조하다. 나 오늘 속옷 셋트로 입었는데. 밤이 자꾸 깊어간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그런데 그는 나에게 어떤 다른말도 하지 않는다.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 그는 내 셋트 속옷을 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셋트 속옷이 다 뭐람. 그는 내 머리털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는 내 손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는 그냥, 그냥, 모임이어서 나온 것 뿐인가. 버스정류장까지는 좀 멀었다. 우리는 십분 정도를 함께 걸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는 내 옆에 바싹 서지도 않았고 나는 그에게 팔짱 한번 껴보질 못했다. 아, 이대로 집으로 가는건가. 또 언제 볼지 모르는데. 단 둘이 만나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나를 그저 모임의 여자회원쯤으로 보는걸까. 버스정류장에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즐거웠다고 그는 작별 인사를 한다. 아 제기랄. 말 해볼까? 나 오늘 속옷을 셋트로 입었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 해볼까? 자꾸만 손톱을 깨물고 싶다. 도저히 말이 되어 입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의 집으로 가는 버스가 먼저 도착한다. 타고 가세요, 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보내고 가겠다고 한다. 아뇨 됐어요 타고 가세요, 라고 나는 다시 말한다. 그러자 그는 그럼, 이라고 말하고 버스를 탄다. 나는 그를 태운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본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갑자기 버스가 멈추어 서고 그는 내려서 내게로 뛰어 오지 않을까? 뛰어 와서는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해주지 않을까?  

그러나 버스는 자꾸만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지더니 끝끝내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후에 내 버스가 온다. 탔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속옷과 내가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나는 집을 몇정거장 남겨두고 중간에 버스에서 내린다. 그리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길래 우산을 챙겨왔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어 펼쳐들었다. 그러나 우산을 들고 있을 힘도 없다. 내가 비를 맞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나는 우산을 접어 손에 들고 간다. 비오는 늦은 밤에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나는 이때다 싶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얼굴에서 마구 흐르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거세어졌고 나는 이때다 싶어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젖어 버려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나의 비싼 셋트 속옷도 흠뻑 젖어버린다. 울면서 비를 맞았더니 지친다. 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싶지만 이렇게 젖어버린 사람을 태워줄 리 없겠지. 나는 그저 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아 집에 도착한다.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고 속옷만 남긴채 욕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본다. 오늘 낮에 비춰보았을 때는 그토록 신이 났었는데, 같은 차림으로 밤에 비춰보았을 때는 한없이 슬프기만 하다. 속옷을 벗어서 빤다. 빨면서 내내 서운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내가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보여주지 못했던 건,  

셋트로 된 속옷을 입은 내가 아니라, 셋트로 된 속옷을 입고 나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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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선택 2011-01-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찮게 들어왔다가 단편들 읽으면서 온 몸으로 웃다가 지금, 배고파요.ㅋㅋ
정말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글들이네요~
락방님의 다음 단편도 넘넘 기다려져요~~

다락방 2011-01-27 09:27   좋아요 0 | URL
오와, 반갑습니다, 나의선택님. ㅎㅎ
다음 단편은 언제 쓸지 기약없지만, 계획도 없지만, 사실 소설 쓰기는 나와 거리가 먼 일이었구나, 싶어지고 있지만, 나의선택님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한번 구상해 보도록 해야겠어요. 헤헷.

2011-05-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자는 선수로군요.
선수는 뭐든 처음이란 말을 그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인지 확정형의 말투입니다만.

다락방 2011-05-04 11:56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말하지 않는게 나았군요.

나비종 2014-01-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묘사가 치밀하시군요. 마지막 결론이 참 깔끔합니다^^
속편으로, '보여준 것- 남자편'은 어떠신지요? ㅎㅎ

다락방 2014-01-14 09:38   좋아요 0 | URL
에로틱한 단편이 되겠네요. ㅎㅎㅎ

책읽어주는 여자 2014-12-1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가슴설레며 읽었어요... 일상을 적으신건가? 하다가 읽어내려갔더니 단편 소설인가보네요..
오랜만에 가슴설렌 글을 읽었어요~^^

다락방 2016-08-25 07:5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가슴 설레게 해드렸다니 제가 다 기쁩니다. 그런데... 무려 2년이나.. 후에 제가 댓글을 다네요. 이제야 봤어요. ㅠㅠ

2016-08-24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8-25 07:5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책도 읽어주시고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하신 것처럼 책 많이 읽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책, 재미있는 책 많이 많이 읽으세요! 같은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할 수 있는 대화도 많아질 겁니다. 히힛 :)

태주랑은수랑 2016-08-29 22: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답글 주시다니 ㅠㅠ 애타게 기다리던 가을!! 올해는 유독 더웠던 것 같아요... 하루 사이에 달라진 기온에 당황스럽기도 해요.. 이렇게 더울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고 , 갑자기 가을이 올 줄도 몰랐는데..
변덕스런 병신년의 날씨..ㅎㅎ
감기 조심하세요..다락방님!! 여름옷으로 다니시면 감기 걸리기 좋을 날씨예요 ㅠㅠ
여름엔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고 , 뜨거워서 가리기 급급했는데 가을이 되니 길을 걷다가도 문득 올려다 보는 하늘.. ㅎㅎㅎ 소제목 책으로 엮은 인연에서 쓰신 소설 표현 하나하나에 감탄했어요
저는 아직 일부만 본 건데 다락방님의 블로그에 더 많은 책과 쓰신 글들을 볼 생각에 행복해요ㅎㅎㅎ

저 정말 글 못 쓰죠? ..순서를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어요..ㅎㅎㅎ
답글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ㅠㅠ !!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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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출근길이었다. 삼성역에서야 비로소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 나는 핸드백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어 조금 더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 선다. 책날개를 꽂아둔 곳을 펼쳐 책을 읽으려는데 내가 선 자리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하얀 와이셔츠가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그의 손도. 정확히 말하자면 책장을 넘기려고 잡고 있는 손. 그는 책장을 넘기기 위해 책장의 윗부분을 붙잡고 있었다. 그 손이 눈이 부셔 눈길이 머물렀다. 앉아있는 다리 위로 가방을 올려두고, 그 가방위로 책이 올려져 있다.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무얼까?

책과 손을 본 뒤에 그의 얼굴을 본다. 그는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침착한 얼굴이다. 이 지하철, 이 코스로 출퇴근한게 몇년인데 저 남자를 왜 처음보는걸까? 출근시간이니 저 남자는 이제야 갓 입사한 사람인걸까? 아니면 외근인걸까? 출장?

선릉역에 도착하고 출입문이 열리자 그는 고개를 들어 두리번 거린다. 아마 내릴때가 다 되었나 보다. 그는 읽던 책을 닫는다. 조지 오웰의 『1984』다. 가방을 열고 책을 넣는다. 어어, 내리려나 봐, 역삼에서 내리려는 건가봐.

짧은시간동안 나는 결심한다. 그래 어차피 쪽팔림은 순간이다. 한번 해보자. 나는 급한 마음에 지갑을 연다. 지갑에 명함 몇 개쯤은 넣어다니니까. 아, 명함이 없다. 그러자 어제 패밀리 레스토랑에 식사권 당첨이벤트에 마지막 명함을 넣었던 것이 생각난다. 아, 나란 애는 도대체 왜 이모양이지? 어째 명함은 죄다 패밀리레스토랑에 뿌리는거야?

이제 정말 마음이 급하다, 문이 열릴때가 다가온다. 나는 핸드백 안에 손을 넣어 펜을 찾는다. 핸드백 안은 정말이지 지저분하다. 아, 평소에 정리를 잘 해둘걸. 가까스로 펜을 찾아 들고 있던 책에 헐레벌떡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벌써 출입문 앞에 가 있다. 나는 얼른 그의 옆자리로 가서 아주 조그맣게 "저기요~" 한다. 그를 포함해 몇명이 나를 쳐다본다. 부끄럽다. 이왕 팔린 쪽이다. 나는 그에게 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내민다. 김이경의 『순례자의 책』. 열차의 속도가 느려진다. 이제 정차한다.

"이거 읽어보시라구요. 괜찮을 거에요."

그는 처음에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나를 본다. 출입문이 열린다. 그는 열린 문을 보고 다시 나를 보더니 책을 받아 들고 내린다.

아, 얼굴이 빨개진다. 심하게 부끄럽다.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 왜 내가 한정거장 더 가야 된단 말이냐, 대체 왜. 왜 그가 나보다 한정거장 전에 내리는 것이냐.

강남역에서 내린다. 아직도 부끄러운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그리고 퇴근무렵까지 내 책을 가져간 남자,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책을 준 그 남자는 내게 연락하지 않는다. 미친년이라고 생각했을까? 완전 또라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에게선 연락이 없다. 아, 연락이 있을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지. 게다가 지하철 에서도 그를 만나지 못한다. 어쩌면 그는 이 코스로 출근하는게 아닐지도 몰라. 아, 아직 다 안 읽은 책인데..뒤에 조금 남았는데..괜한짓을 했나.

잊자, 잊자, 잊어버리자.

또다시 월요일 출근길이다. 역시나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는 지하철 안. 가랑비까지 내린 뒤라 기분도 꿉꿉하다. 그리고 종합운동장역에서 나는 그를 본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으윽. 알아보겠지? 아, 심히 쪽팔린다. 그러나 꼼짝도 할 수 없다. 삼성역쯤 되면 좀 여유가 생긴다. 그때 옆칸으로 이동하자.

삼성역이다. 사람들이 내렸다. 나는 최대한 속도를 내서 옆칸으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인다. 아, 그러려면 옆칸으로 이동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밀쳐내야 한다. 번거롭다. 번거로움이냐 쪽팔림이냐 아 대체 뭐가 먼저란 말이냐. 나는 갈팡질팡 한다. 그리고 그가 있는 쪽을 돌아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두근두근. 그러나 그는 내게 다가 오지 않는다.

선릉역이다. 그래 조금만, 그래 한 4분정도만 견디면 된다. 저사람은 어차피 역삼에서 내린다. 아, 그런데 이 두려운 느낌은 뭐지? 왜 초조하지? 살짝 고개를 돌려 보니 그가 사람들을 조금씩 밀치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간간이 섞어 가면서 내게로 온다. 아, 설마 나한테 오려는 건 아니자? 정말 아니지? 이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있으면 역삼이야.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저기요."

으윽, 나한테 하는 말인가? 나는 한쪽눈만 살짝 뜨고 그를 본다. 역시 내게 하는 말이다.

"네"

그는 들고 있던 걸 내게 건네며

"잘 읽었어요."

한다.

받아들고 보니 내가 그에게 줬던 『순례자의 책』이다. 아, 이거 다 읽었다고 돌려주는거야? 순식간에 나는 지하철안에서 책 빌려준 순수또라이가 된건가? 네,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 책을 받아든다. 아 또 심히 쪽팔린다. 분명 어딘가에 앉은 누군가는 지난주의 나도, 지금의 나도 봤겠지.

문이 열리고 그는 내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내린다. 아, 뭐 이제 쪽팔림도 없다. 그저 기운이 빠질 뿐. 강남역에 내려 시간을 확인해보니 07:45. 천천히 걸어도 사무실에 도착하기엔 여유로운 시간이다. 가는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한다. 오른쪽에서 음료 준비해드릴게요, 하는 점원의 말을 듣고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책장을 연다. 거기엔 파랑색으로 이름과 전화번호가....어? 파랑색? 나는 검정색으로 썼는데? 그랬다. 거기에 써진 이름과 전화번호는 내것이 아니었다. 내가 쓴게 아니었다. 아 맙소사. 그는 내가 준 책을 다시 준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번호를 쓴 책을 내게 새로 준 것이다. 게다가 밑에는 메모도 있었다.

「다음에 책 주실때는 전화하세요.」

"손님.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나는 아직도 축축한 우산을 마구 가방에 쑤셔 넣은 후, 한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고, 한 손에는 『순례자의 책』을 든 채, 나는듯이 걷는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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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인거야 그런거야 ㅠ.ㅠ

다락방 2009-11-18 09:16   좋아요 0 | URL
같은 코스로 같은 시간대에 출퇴근한게 벌써 몇년째인데, 어쩜 이리 아무일도 없을까요? "저 이번에 내려요."는 정말이지 CF에서나 존재하는 스토리에요. 제게는 매력이 부재하는가봐요. 이런 글이나 써대고 있고. ㅡ,.ㅡ

습관 2009-11-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어요..다락방님.

저 회사 삼성역 근처인데..ㅎ

근데, 저런 일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없을수는 없지만, 저런 행동 하실 수 있는분은 강심장. 멋져요.)
저야, 뭐 바래서도 안 되긴 하지만. ㅎ

날씨가 많이 춥네요.

다락방 2009-11-18 12:40   좋아요 0 | URL
저런일이 저에게는 일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단편소설이라지요. 허접한 상상력으로 orz

2009-11-1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8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11-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울 버전으로 2탄 써주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말고 따뜻한 캬라멜 마키아또나 카페 모카로요.^^ㅎㅎ

다락방 2009-11-18 12:46   좋아요 0 | URL
올려놓고나서 아, 추운데..했었어요. 비를 눈으로 바꾸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캬라멜마끼아또로 바꿀걸 그랬나봐요. ㅎㅎ
아니면, 음.....캬라멜 마끼아또를 소재로 겨울용 단편을 준비해보든지 말이죠. 후훗.

기억의집 2009-12-05 12:1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전 카페모카가 좋아요. 카페모카쪽으로.....써 주세요, 네!

2009-11-18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9-11-1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깔끔한 단편인데요.
저 이번에 내려요 까지는 아니지만, 버스 안에서 말을 걸고 쫓아오고 그런 일들이 예전엔 꽤 많았죠. 요즘은 다들 디엠비나 핸펀에 코 박고 있느라 잘 못봐서 아무 일도 없어지나봐요.

다락방 2009-11-18 12:50   좋아요 0 | URL
이게 말이죠, 꼭 지하철이나 버스가 아니더라도 예쁜 여자들한테는 아직까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인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 막내비서는 사무실에서 요 앞 제과점에 빵 사러 나갔는데 그 사이에 남자가 쫓아왔다더라구요. 반했다고....
저는 창경궁길을 따라 한시간을 걸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예요. -.-

2009-11-18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9-11-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흣, 이건 뭡니까. 계속 사실로 알고 읽었잖아요. 창작이었어.

다락방 2009-11-18 22:00   좋아요 0 | URL
사실이면 좀 좋아요! ㅎㅎㅎㅎㅎ
아 너무 불쌍하다, 나 ㅠㅠ

비로그인 2009-11-25 13:01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 님의 댓글에 동감 백만 개!

다락방 2009-11-25 13:08   좋아요 0 | URL
아 글쎄 왜들 그러실까요. ㅎㅎ

머큐리 2009-11-1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분이 다락방님이었던 겁니까? 정말 감사했습니다...책 잘읽었어요...ㅋㅋ

다락방 2009-11-18 22:0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저 역시 메모 써진 책 잘 받았습니다. 하하하하 (아~ 너무 낭만적이야!)

람혼 2009-11-19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 이런 '용맹한' 면모가 있구나, 하면서
저 역시나 하나의 사실로서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이런 '반전'이~~~!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이야기의 '형식' 그 자체로 반전이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너무나 '메타적'입니다.^^

이에 몇 가지 반전을 덧붙이고 싶은 '짓궂은' 욕망이 용솟음치는군요:

반전 1)
거기에 써진 이름과 전화번호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쓴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쓴 것도 아니었다...
('공포' 버전?)

반전 2)
'다음에 책 주실 때는 전화하세요.'
나는 다음날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성이 흘러나왔다.
"네, 알라딘 중고샵입니다."
('낭만파괴' 버전?)

다락방 2009-11-19 08:41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람혼님. 낭만파괴 버전이 특히 마음에 드는데요. 아- 완전 울트라 반전이에요. 하하하

제게는 저런 용맹한 면모는 전혀,전혀 없어요. 하하하하

메르헨 2009-11-19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 댓글 보다가 아침부터 뒤로 넘어 갑니다.^^유쾌한 버젼이군요. 오호호호

다락방님...아흐...갑자기 연애하고 싶어지는 그런 글인걸요. 흠...
매일아침 버스에서 기절한듯 졸고 있는데 ... 이미 유부녀인데...흠...ㅋㅋ

다락방 2009-11-19 08:39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 하세요. 호호. 연애하고 싶다면 메르헨님은 도와달라 말할 남편이 있잖아요. 매일아침 버스에서 기절한듯 졸고 있다는건 메르헨님만의 얘기만은 아니에요. 저 역시.. ㅎㅎ
게다가 워낙에 버스 안에서는 아무것도 못읽기도 하구요. ㅎㅎ

헤스티아 2009-11-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엔 실화 인줄 알았어요. 완전 푹 빠져서 읽었는데 실화가 아니라니 슬퍼요 ㅠㅠ
그래도 멋진단편 재미있게 읽었어요^0^

다락방님 글솜씨가 있으시다~ 책 내실 생각은 없으세요?
전 많이 사드릴 생각은 있는데 ^^ ㅎㅎㅎ


다락방 2009-11-23 08:2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와- 엄청난 칭찬인데요, 헤스티아님.
책을 낸다는건...와-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제가 하기엔 벅찬일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

많이 사주신다니 내고 싶긴 한데 말이죠. 하핫

무스탕 2009-11-2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지금쯤 다음에 건넬 책은 골라 놓으셨겠죠? 응?!
그렇다고 그래요, 빨리!!

다락방 2009-11-24 08:45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글쎄 오늘 들고 나온 책이 [요절]이란 제목 아니겠어요? 이걸 건네 주기는 좀 그렇잖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실 2009-11-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다락방님 스토리인줄 알고...제가 다 떨렸습니다.
흥미진진한걸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다락방 2009-11-25 09:55   좋아요 0 | URL
어므낫, 세실님! 다음편은 없어요. 이게 끝이라구요, 끝!! 우째요 ㅎㅎ
그러나 기대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헤헷.

비로그인 2009-11-26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저 이 아침에 읽고 또 읽었어요. 아, 정말 북 러버의 로망이에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꿈꿀 만한 일이에요. 그저 이 작은 로맨스가 너무 좋아서, 잘 읽었다는 표를 다시 한 번 더 내고 싶었어요.

다락방 2009-11-26 08:24   좋아요 0 | URL
오와- 그렇게 이른 아침에 대체 어디에서 이 글을 읽으신거에요? 벌써 출근하신거에요?
안그래도 어젯밤부터 Jude님이 매우 많이 보고싶어서 문자 한통 넣을까 하던 참이였는데 아침부터 댓글로 만나니 무척 반가워요. 헤헷 :)

실제로 내가 재미있다고 선물한 책을 상대 역시 재미있게 읽기란 쉽지가 않죠. 받자마자 읽는 것도 역시 잘 되지 않는 일이고 말예요. 그러고보니 로망이로군요, 로망.

비로그인 2009-11-26 21:02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제 출근 시간은 7시 50분까지여요ㅠㅠ 그리고 참고로 지금도 회사여요 제가 오너도 아니건만 이게 뭡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이 이모티콘 안쓰려 했는데 으흐흑)

다락방 2009-11-27 08:18   좋아요 0 | URL
앗 제 출근 시간은 8시 까지여요. 저 같은(?) 사람은 또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Jude님은 저보다 빠르기까지 하시군요!
아니 대체, 그시간까지 회사에서 뭘 하신겁니까, 네!!
그렇게 야근까지 하고 나면 정말로 집에 있는 시간은 몇시간 안되지요. 넥스트의 노래 [도시인]중에 이런 가사가 있잖습니까. 집이란 잠자는 곳.....정말 집이란 잠자는 곳이 되어 버렸군요. orz

새초롬너구리 2009-12-0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의 로그인인데 님의 단편을 읽어서 보람있었어요. 아~ 님의 실화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요..

다락방 2009-12-01 16:47   좋아요 0 | URL
보...보....보람이라니! 저야말로 쓴 보람이 생기게 하는 댓글이네요, 새초롬너구리님. 히죽히죽 :)
저도 제 실화였기를 바란답니다. 므흣 :)

음. 2011-05-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에서도 결국 여성이 먼저 용기를 냈기에 이벤트가 시작되는군요.
초식화된 남성이 만연한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이랄까.

다락방 2011-07-07 15:22   좋아요 0 | URL
앗, 이걸 이제야 봤네요.
하하하하. 초식화된 남성.. 세태 풍자.... 오, 너무 거창한데요. 하하

나비종 2014-01-15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 . > 책 안에서 봤을 때도 좋았는데요, 다시 한 번 읽어보니 더 좋습니다^^
두번 째 만남에서 역이름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긴박함에 따른 심리를 묘사한 부분이 특히 맘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 부분도 아.이.스. 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네요.
다만 그를 다시 만났을 때의 상황 묘사에는 문장 두어 개 더 보태졌으면 더 극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도 '. . 보고 있.다'로, 그 다음 문단의 '사람들이 내렸다'도 '. .내린다' 로. .(감히^^;)
저는 다락방님의 간결한 문장이 특히 맘에 듭니다. 적절한 문단 구성과 문장의 간결함이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바탕이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락방님 글의 매력은 톡톡 튀는 심리묘사에서 배어나오는 귀염성?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책읽어주는 여자 2014-12-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너무 재밌어요~~ 설렘가득. 이런내용 너무 좋은데....
2009년도에 쓴 글이시네요......지금은 2014
과거로 타임머신 타고간 기분이 순간 들었어요..
다음편.. 기대되는데...............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였다. 아니 나른할 수 있었던 토요일 오후였다.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그가 쳐들어왔다. 느즈막히 일어나 적당히 밥을 먹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막 양치와 세수를 끝낸 참이었다. 세수 후에 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도대체 그는 갑자기 왜 온걸까.

「뭐야, 갑자기.」
「너 피곤해서 쉰다고 했던건 알고, 나도 쉰다고 했고, 그러니까 우리 그냥 같이 쉬자고. 너네 집에서.」

아 정말 싫다. 이번 한주는 정말 고되었고, 그래서 나는 드라이브 가자는 그의 제안에 노,라고 말했었다. 이번 주말은 푹 쉬고 싶다고. 그런데 이렇게 집으로 쳐들어오다니, 달가울리가 없다. 억지로 조금이나마 웃어보이려던 표정을 그는 읽은걸까. 이내 들고온 검정색 봉지를 들어올리며 말한다.

「너 좋아하는 청포도 사왔어. 같이 TV 보면서 청포도 먹자.」

윽- 청포도, 청포도라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돌기 시작한다. 청포도만 받고 그를 그냥 보내면 안될까? 그러면 나는 그에게 너무 가혹한걸까? 그는 내가 청포도를 거부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다. 니가 졌지, 하는듯한 저 눈빛. 윽, 재수없다.

「들어와요.」

문을 잡아주고 있는 내 앞을 지나 그가 내 공간속으로 들어온다. 신발을 벗으며 그는 부엌을 향해 간다.

「청포도 씻어올까?」

어, 라고 나는 말하고 문을 닫는다. 티비를 켜고 거실 소파에 앉으려다가 잠깐 나의 옷차림을 본다. 다 늘어난 트레이닝복 바지, 커다란 박스티. 그리고 아직 감지 않은 머리. 아, 진짜.

나는 내 공간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 싫다. 게다가 그것이 남자라면 말할것도 없다. 나는 남자친구와 두시간동안 침대에서 뒹굴며 섹스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내 공간안에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옷을 벗든 입든, 그리고 그와 무엇을 하든, 내 공간이 아닌 곳이어야 편하다. 내 공간안에서 나는 오롯이 나 혼자였으면 좋겠다. 저기에 그가 앉아있고, 간혹 내가 거실에서 부엌으로, 부엌에서 화장실로 이동하는 동선을 다 드러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오르고 나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된다. 내가 나를 가장 편안하게 풀어놓았을 때, 나를 챙기지 않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것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게 아무리 내 남자친구라고 해도 나는 그것이 영 편하지만은 않다.

그도 알고 있다. 그는 몇번이고 내 집에서 편하고 싶어했고, 나는 그때마다 그를 내몰기에 바빴다. 저녁은 나가서 먹자, 영화는 밖에서 보자 하면서. 어느날 그는 내게 말하는 듯, 아니면 혼자서 다짐하는 듯 이렇게 얘기한적이 있다. 너가 나랑 오랜시간 니 공간에서 같이있는 걸 좀 편하게 생각하면, 그때 청혼해야겠어.

그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았지만 지금 그가 이러는 것이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다고 괜찮아질까? 그가 청혼한다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공간에만 오면 살짝 어색해지는 분위기. 우리는 둘이 청포도를 먹으며 티비를 보았고 간혹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다 되어갈때쯤, 그는 불쑥 계란후라이를 해주겠다고 한다. 계란후라이? 왜 갑자기 계란후라이를?

「계란후라이?」
「어. 저녁 먹어야 되잖아. 그런데 또 바깥에서 먹으면 넌 분명 먹고 바로 가라고 할거고. 그러면 나는 너네 집에서 겨우 두시간쯤 있었던 거라고. 그러니까 니가 좋아하는 계란후라이 해줄게. 저녁 여기서 먹자. 계란후라이 다섯개 할게. 너 세개 먹어.」
「......」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이 남자, 작정하고 왔구나 싶어졌다. 내가 당황한채로 멍청하게 앉아있는 사이 그는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씽크대를 열고 후라이팬을 꺼내고 가스렌지 위에 올린다. 가스렌지 불을 켜고 다시 씽크대를 열어 포도씨유도 꺼내 후라이팬에 두른다. 그는 포도씨유를 씽크대에 넣어 놓더니 냉장고를 열어 계란을 꺼낸다. 그의 두 손이 계란 다섯개를 다 감당할 수는 없다. 그는 처음에 세개를 꺼내 가스렌지 옆에 굴러가지 않게 놓아두고 다시 두개를 더 꺼내 그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후라이팬 위에 손을 살짝 가져가 보더니 계란을 하나씩 깨기 시작했다. 계란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씽크대 여기저기를 열어 소금을 찾아내더니 계란위에 소금을 뿌린다. 그리고는 또다시 두리번 두리번 한다. 뭘 찾는거지?

「계란 뒤집어야 되는데, 뒤집개 어디있어? 국자는 보이는데 뒤집개는 안보이네?」

아 씨. 우리집엔 뒤집개가 없는데.

「없어. 밥주걱으로 해.」

그는 뒤를 돌아 나를 본다.

「밥주걱으로 뒤집으라고?」
「어. 난 계란후라이 밥주걱으로 뒤집어. 다른것도 그렇고. 」

그는 숟가락통에서 밥주걱을 꺼내 계란을 뒤집는다. 저게 죄다 반숙이어야 할텐데. 가스렌지 불을 끈다. 그리고 뒤를 돌아 나를 본다.

「당신을 위해 스튜를 만들고 싶은데
내게는 냄비가 없어

당신을 위해 머플러를 뜨고 싶은데
내게는 털실이 없어

당신을 위해 시를 쓰고 싶은데
내게는 펜이 없어」

어엇, 이건 미도리의? 그는 이 노래를 달달 외워 내뱉더니 내 눈을 보고는 씨익 웃는다. 씨익 웃는 그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그의 입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면, 반드시 그 다음엔 내가 웃게 되는데. 이 남자 눈동자가 왜, 왜, 반짝이지?

「당신에게 계란후라이를 해주고 싶은데
내게는 뒤집개가 없어」

풋- 이거였어? 하하하하하 눈물나게 웃는 나를 뒤로 하고 그는 계란후라이를 담은 접시를 포크와 함께 가져온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별거 아닌게 되어버린다. 이 공간만큼은 안돼, 하던것도 이런건 싫어, 하던것도 다 뭐 그쯤이야 하게 되어버린다. 그럴수도 있지 뭐, 하게 된다. 아 맙소사.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눈앞에 계란후라이가 있는데도 먹지는 않고 그를 보기만 한다.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이 어째 사라지질 않는다. 그도 계란후라이를 먹지 않는다.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 어째 내려오질 않는다. 그의 눈빛은 어쩐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것도 같다.

맙소사, 지금 청혼하면, 나는 끝장이야, 예스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겠잖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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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2009-09-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은 완숙~
둘이 먹기에 5개는 많지 않아요? 계란을 좋아하시나봐요~
전 계란을 싫어해서 ^^
그래도 요리해주는 남자는 진짜 좋아요, 캡멋져~~

다락방 2009-09-11 15:27   좋아요 0 | URL
전 계란후라이가 좋아요, 미키님. 특히 반숙이요!!

레와 2009-09-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 남주와 여주, 사랑스러워 미치겠어요!!!! ♥0♥

미치도록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내 무식이 한스럽긴,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무튼 어째든, 미치도록 좋은 단편이예요.


다락방을 알라딘의 하루키라고 부르면 돌 맞을라나??
에이~ 그 돌 내가 다 맞아버릴께요! 다락방 하루키! ㅋ


다락방 2009-09-11 15:28   좋아요 0 | URL
레와님, 돌맞으면 얼마나 아프다구요. 이런 엄청난 칭찬은 우리둘이 있을때만 살짝해요, 살짝.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ㅎㅎㅎㅎ

레와 2009-09-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베소랑 여기 소설이랑 모아서 책 하나 냅시닷!
응?? 응???

다락방 2009-09-11 15:28   좋아요 0 | URL
그랬다가 나 쫄딱 망할것 같은데요, 레와님? ㅜㅜ

유상진 2009-09-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부분의 '그' 가 '남자친구' 였군요.

다락방 2009-09-11 15:28   좋아요 0 | URL
네.

무해한모리군 2009-09-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분이셨어..다락방님은.. 좋아요 따끈하고 미끈하고 보들한 계란후라이 같아.

다락방 2009-09-11 15:29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왕란후라이에요. ㅎㅎ

무스탕 2009-09-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하면 다락방님 확-! 휘어잡을수 있는거에요? 응?

다락방 2009-09-11 15:29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어디까지나 지어낸 얘기인걸요. 그렇지만, 뭐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하하하하

치니 2009-09-1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재미있는데요, 이거!

다락방 2009-09-11 15:29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마노아 2009-09-1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좋아요. 나는 다락방님이 더 사랑스러워졌어요! 그제였던가, 울 언니가 화재의 글에서 다락방님 쌀~ 페이퍼를 보고는 너무 사랑스럽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다락방님을 전혀 모르는 울 언니도 그 사랑스러움의 정체를 알아버렸어요.
뒤집개 없다고 주걱으로 뒤집으란 소리에는 제가 뒤집어질 뻔했어요.^^ㅎㅎㅎ
다락방님의 글을 모아서 제가 소장본 책을 만들고 싶네요. ^^

다락방 2009-09-11 15:30   좋아요 0 | URL
음..그럼 소장본 책을 딱 두권만 만들어서 레와님과 마노아님께 드릴까봐요. 하하하하

2009-09-14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09-09-14 12:33   좋아요 0 | URL
앗, 실수! 왜 님자를 빼 먹었을까요. 다락방님, 죄송해요.^^ 왜 오늘은 소식이 없으실까!

다락방 2009-09-14 12:47   좋아요 0 | URL
하하 오늘도 알라딘에 있기는 있어요. 헤헷.
:)

Arch 2009-09-1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데요. 당신에게 후라이를 해주고 싶은데, 내게는 뒤집개가 없어~ 아!

다락방 2009-09-11 16:48   좋아요 0 | URL
멜로디 붙이기 공모라도 할까봐요, Arch님. ㅎㅎ

... 2009-09-1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위해 밥을 지어주고 싶은데, 내게는 뜸부기 쌀이 없어.
다락방님을 위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내게는 할인쿠폰이 없어.

드뎌 제 간곡한 제안을 받아들여 창작블로그로 가셨군요!

다락방 2009-09-12 21:4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브론테님. 네, 왔어요 왔어요. 계속 귓가에 브론테님 속삭임이 들려서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창작블로그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하하하핫

Jade 2009-09-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다락방님 너무 좋아요! >.<

다락방 2009-09-12 21:4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 날 대체 왜 이렇게 좋아하는거에요? 으흐흐흐흐흐흐흐

비로그인 2009-09-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남자라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실은, 엊그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갤러리의 카페에 들렸더랬어요. 늘 사람이 없어 당연히 없겠지 생각했는데 어느 여인 둘이서 기차 화통을 통째로 삶아먹은 듯한 커다란 성량으로 이야기 중이더군요. 이야기인즉슨 `a는 그 날 그 날 나에게 미리 물어봐. 너 뭐 먹고 싶어? 응 그래서 내가 저녁은 간단히 먹을까? 하면 그때부터 걔는 레스토런트 찾아 보고, 파킹 어디 하는지, 메뉴는 뭐가 있는지 다 찾아보는 거야. 그런데 b는 계획이 없다고. 11월 런던에서 스커트 입고 힐 신었는데 파킹은 저 멀리 해놓고 이제부터 찾아보자 하는데'

아 이런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자니 `헤어져요 헤어져'이 소리가 절로 나오지 뭡니까. 실은 `헤어져요 헤어져 그리고 입 좀 다물어요 제발'이러고 싶었지만 제가 소심해서.

헤어지지 말아요, 같이 계란 후라이 먹어요, 라고 말하고픈 커플이어요!

다락방 2009-09-14 09:13   좋아요 0 | URL
음, 일단 주변에서 시끄럽게 얘기해서 나로 하여금 듣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을 듣게 하는건 딱 질색이지요. 그런데 그 여자분의 경우에는 a도 b도 둘다 흡족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비교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어느 한쪽이 확 마음에 차는 상대였다면 굳이 둘을 비교해가며 만날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는거죠. 무계획에 이제부터 같이 찾아보자, 하는 것도 그를 좋아했다면 나와 같이 찾으려는 것 때문에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말이죠.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사귀고 헤어지는 것이 어디 주변의 충고대로 되는 일입니까!! 휴..

비로그인 2009-09-14 10:09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남자와 여자가 사귀고 헤어지는 건 주변의 충고와는 정말 무관한, 별개의 일이 맞습니다.

다락방 2009-09-14 10:39   좋아요 0 | URL
저는 헤어지라고 엄청나게 잔소리하고(이미 청첩장 나왔는데!) 다음날 내가 미쳤지 하고 후회한 적 있어요. 제가 그렇게 말할 권리가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거였는데! 친구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미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기낳고 잘 살아요. 어차피 사랑도 당사자들이 하는거고, 사는 것도 당사자들이 하는거니 제가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요. 휴..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그 친구의 신랑이 마음에 들질 않아요. 물론, 친구 신랑이 제 마음에 들어 무얼하겠습니까마는.)

비로그인 2009-09-1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전 서른두번째 추천입니다 헤헷

다락방 2009-09-14 09:13   좋아요 0 | URL
:) 고맙습니다.

Jade 2009-09-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쌀 받는 여자라니, 저도 갑자기 쌀 받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냉큼 주문했어요! ㅜㅠ 엉엉

다락방 2009-09-14 09:18   좋아요 0 | URL
Jade님.
방금 Jade님이 요즘 관심있어하는 도서 리스트를 보고 왔는데요, 으윽, 저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죄다 모르겠어요.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ㅎㅎ 그 책들 주문하셔서 쌀 받으셨군요! 그 쌀로 밥하니 맛나더군요. 다른 쌀보다 유독 더 맛있어 하는건 아니지만 먹을만해요, Jade님!
쌀받는여자 화이팅!!

순오기 2009-09-1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이걸 처음 보는 전 다락방님 이야기인줄 알고, 어 집까지 찾아오는 남친이 있었어~ 막 흥분했잖아요.
이거 재밌는데요~~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을까? 관심집중~

다락방 2009-09-14 09:19   좋아요 0 | URL
아이쿠, 순오기님.
저 아빠,엄마,남동생과 함께 살아요.(여동생은 결혼해서 따로 살고요-)
집에 남자 들어오게 한 적 한번도 없어요, 순오기님. 하하하핫.

okmliebe 2009-09-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짧은 글이지만 공감과 동요나...살짝 기분좋게 웃음주는 글.. 감사합니다^^

다락방 2009-09-16 14:3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okmliebe님.
:)

코코죠 2009-09-1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천수를 40으로 맞췄어요. 궁뎅 두들겨 주세요.

다락방 2009-09-17 17:34   좋아요 0 | URL
ㄲ ㅑ ~ 오즈마님이닷!! >.<

오즈마님, 궁뎅 두들겨 주는 대신, 궁뎅 깨물어 주면 안될까요? 네? 네?

nada 2009-09-1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역시 창작자의 기질이 있었어요. 걸핏하면 시를 지어대시더니. 아, 너무 맘에 들어요. 이 소설. ㅎㅎ

다락방 2009-09-18 08:03   좋아요 0 | URL
오우오우오우오우오웃 너무 좋아서 막 신음소리 나와요 꽃양배추님.
꽃양배추님이 꽃양배추님이어서, 꽃양배추님으로 돌아와서, 꽃양배추님으로 돌아와서는 나한테 칭찬을 해주어서, 꽃양배추님으로 돌아와서 나한테 칭찬을 해주고서는 내가 쓴 글도 맘에 든다고 해서. ㅎㅎ

어디 가지 말아요, 응?

메르헨 2009-11-19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수....오십에 맞춥니다.
상당히....유쾌하고 신선하고 잼난 글인걸요.
다락방님, 일 났습니다.^^
앞으로 자꾸 글 달라고 조를거에요. 책임지세요.^^

다락방 2009-11-19 08:3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조른다고 해도 제가 조를때마다 드릴 수 있을지는 ㅎㅎ
유쾌하고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헤헷 :)

나비종 2014-01-2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악의 무리들도
다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은. . ㅎㅎ 이성이든 다른 어떤 관계이든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봄햇살같은 단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