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ffair : (Jack Reacher 16) (Paperback)
Child, Lee / Bantam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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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서를 읽고 싶다고 생각한 건, 거슬러 올라가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때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원서로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번역가가 옮긴이의 말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바꿨다고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 읽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읽어왔으므로 그 잘못된 이름으로 번역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아주 기분이 나빴다. 만약 번역가가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원서와 주인공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테니까. 이건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고, 일어를 모르는 독자로서 좀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수많은 책에서 번역가들이 몰라서든, 혹은 알고 부러 그런것이든, 원서와 다른 오류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것. 억울하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원서를 읽을 수 있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원서를 읽는 일이 바로 될 리도 없었고 실행에 옮겨질 리도 없었다. 그건 상당한 공부가 필요한 일이고, 그래서 언제나 뒤로 미뤄졌다.


그 후에는 영어 원서 읽기를 몇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포기했다. 시간이 너무 걸리는 일이었고, 원서 한 권 읽는 동안 번역서 열 권 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어 원서 읽기는 계속 마음에 남아, 몇해전에 친구들과 같이 읽기를 시도하면서, 비로소  몇 권의 원서를 완독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어 원서 읽기를 시도했는데, 원서를 읽는 일은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외국어로 써진 책을 읽었다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번역서와 주는 감동이 달랐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다시, 올리브] 원서를 읽다가 눈물이 고였던 일을. 분명 번역서로 먼저 읽었고, 내가 울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말이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가도 그랬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면에서, 분명 번역서를 읽어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원서를 읽으면서는 감정이 격해졌다. 원서로 읽을 때는 번역서로 읽을 때랑 받게 되는 느낌이 달랐다. 샐리 루니의 소설 [노멀 피플]의 경우에는, 번역서로 읽을 때는 '좋지 않다' 고 생각했다가, 영어 원서로 읽으면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 되었다. 원서와 번역서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는 나의 말에 한 친구는 그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같은 내용인데 그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냐고 했는데, 그런데 정말 그렇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가능하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은 원래 쓰여진 그 글자대로 읽어야 가장 좋을 것 같다. 물론, 이건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원서를 읽는 일은 계속 시도하게 되고 즐겁지만,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이번에 리 차일드의 [ The Affair] 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랬는데, 잭 리처가 군인 출신이고 펜타곤 얘기나 군대 얘기, 이번에는 여자 등장인물이 해군 출신이어서 해군 얘기까지 나오는 통에 모르는 단어가 정말이지 수두룩하게 나왔다. 이미 번역본을 읽었기 때문에 굳이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읽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특히 자주 나오는 단어들은 찾아서 책에 뜻을 적어두었다. 덕분에 외운 단어가 있다.


presumably 아마, 짐작건대 


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이 단어 정말 자주 나온다. 원서를 읽다 보면 작가가 정말 자주 쓰는 단어 한 두개쯤은 만나게 되는데,  리 차일드의 경우엔 presumably 가 그렇다. 브리저튼 시리즈 읽을 때는 그런 단어가 'grin' 이었다. 미소짓다, 라는 뜻. 브리저튼 시리즈는 로맨스 소설이라 주인공들이 자주 미소지었고, 잭 리처는 수사를 하고 응징을 하느 사람이라 추리를 하느라 짐작을 많이 했다. 짐작건대, 짐작건대. 



본격적인 책 얘기로 넘어가서,

잭 리처는 상사로부터 미시시피 주로 넘어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거기에 군부대가 있는데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그것이 군부대 소속한 자의 범죄인지 민간인의 범죄인지 밝혀내라는 것. 그렇게 잭 리처가 미시시피로 갔는데, 거기엔 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마을 보안관 '데버로'가 있고, 그녀는 해군 출신이라 금세 잭 리처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들은 함께 수사해가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살인사건 외에 드러나지 않은 살인사건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지금 사건이 드러난 이유는 살해당한 여성이 백인이라서였다는 것도 짐작해낸다. 잭 리처는 군인 출신으로 이에 저에 떠딜 닙다니.. 나보다 더 대단한 역마살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데, 이번 책 [더 어페어] 에서 어떻게 군대에서 나오게 되었는지가 밝혀진다. 


잭 리처는 누누이 얘기하지만, 정의로운 주인공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않긔! 어떻게든 응징해버린다. 굳이 특별한 웨이트를 하지 않아도 근육질이며, 어마어마한 훈련이 누적되어 머릿속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사람인 잭 리처는, 특히나 여성과 약자를 보호하는데 더듬이가 발달되어 있다. 물론 육체적 능력도 발달되어 있다. 게다가 유머 감각도 있다. 나는 잭 리처의 그런 지점이 너무나 좋다. 제발 치약을 써가며 양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하지만, 치약 없이 양치한 후에 껌 씹는거... 그거 하지 말고, 치약 쓰라고. 그러나 가방 없이 떠도는 남자가 치약까지 가지고 다니기는 번거로울 것이다. 나름..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모텔은 어메니티를 안주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잭 리처는 잘 먹고 잘 마신다! 그는 식당에 가면 엄청난 양의 식사를 주문하고 또 커피도 엄청 마신다. 게다가 디저트도 잘 먹는다. 이번 책에서는 그 레스토랑의 맛있는 복숭아파이를 매일 먹었다. 나는 사람들이,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먹는 걸 보는게 그렇게나 좋더라. 잭 리처는 잘 먹는 사람이다. 지금 쓰다가 생각난건데, 그러고보니 잭 리처는 술을 안마시네? 오 신기하다... 노알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 to the 신!

그리고 잭 리처 이야기 속에서 당연히 잭 리처가 주인공이지만, 언제나 잭 리처에 버금가는 여성 인물이 나온다. 가끔 조연으로 등장하는 잭 리처의 옛 동료 '니글리'도 엄청나게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이번 편에서 데버로가 그랬으며, 다른 책에서도 FBI 나, 동료, 군인으로 능력 쩌는 여성들이 등장해 잭 리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수사를 하고 악을 응징한다. 리 차일드의 인터뷰를 보니 자기가 백인이고 남자로 태어난 것이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잇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가진 생각이 은연중에 어떻게든 작품 속에 드러나는 법인것 같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재미와 상관없이, 그 안의 작가가 보여서 재수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고. 리 차일드의 경우에는 하여간 아직까지는 참 마음에 든다.


이번 책에서도 악은 응징되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잘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죄를 지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처벌할 수 없지!라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번 책에서도 악은 오만했다. 악은 오만하고 겸손을 모른다. 결국 악이 응징되는 것도 그것이 오만해서이다. 그 오만함은 결국 자기에게 벌로 돌아온다. 죄지은 자여, 순서를 기다려라. 네 응징의 차례가 곧 돌아올 것이니.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잭 리처를 영어로 읽는 기쁨은 매우 컸다. 심지어 책이 두껍기도 해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덧붙이자면, 간혹 찾아본 단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나와서 더 짜릿했다. 어떻게든 원서를 계속 읽고, 매번은 아니더라도 자주 나오는 단어 한두개쯤은 원서 한 권 읽기를 마칠 때쯤 기억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좋지 않은가. 공부하려고 읽는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공부가 되니 좋잖아? 그리고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원서를 읽는 즐거움은 번역서가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시도하게 될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원서를 번역서 읽듯 좀 빨리 읽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원서 한 권 읽는데 두 달이 꼬박 걸려.. 에휴..


아무튼 즐거운 읽기였다. 리 차일드도 좋고 잭 리처도 좋고 원서 읽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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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11-29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박! 벌써 다 읽으셨군요! 영어 공부와 함께 영어책 읽기라니. 너무 좋은 조합! 저도 12월까지 부지런히 읽어볼게요. 이거 읽고 다시 자주 성취감을 주는 얇은 책으로 읽어야겠어요 ㅎㅎ

독서괭 2025-11-2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텔은 어메니티를 안 주나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정말 리처는 술을 안 마시는군요! 아예 안 마시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거의 마시는 장면 못 본 것 같네요 (오호)
에쿠니 가오리 번역가 말은 좀 황당하네요. 아니 주인공 이름을 왜 바꿔..??

저도 얼마전 다 읽었는데요, 다음 책은 뭘로 할까요! ㅎㅎㅎ
 
이름 없는 주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6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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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우선 이 책은 모두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토머스 하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준다.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을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 그대로 다 보여준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하디는 '수 브라이드헤드'를 만들었고, 물론 '아라벨라'도 만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름없는 '주드' 이고, 당연히 처음 시작부터 주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드가 부모도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그렇게나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 혼자 독학하면서 그 삶을 이어가는 장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대학에 가겠지, 하고 무모한 희망을 품는 주드의 젊은 생애. 그러나 주드는 '아라벨라'를 만난다. 그녀의 얼굴과 육체에 정신을 잃고 그는 '공부를 포기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들고 그녀와 결혼하면서 불행한 삶을 시작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할 줄 알았으나 가난은 그들을 행복한 삶으로 가는걸 방해했고, 사랑은 곧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었을지도. 주드는 아라벨라와 헤어지고 다시 공부를 하다가, 사촌여동생인 '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수 브라이드헤드는 역시 혼자였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자였고 당당한 여자였다. 그녀 역시 주드를 사랑하지만 그건 '오빠'로서였고 처음부터 연애감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와 주드는 몹시도 비슷한 사람이었다. 영혼의 쌍둥이라고나 할까. 한예로, 주드는 어릴 적에 이웃집 농장에서 새들이 곡식을 쪼아먹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했지만, '저 새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먹고 가렴' 해서 쫓겨난 일이 있다. 주드는 키우던 비둘기를 처분해야 했는데, 그 비둘기를 사간 사람이 분명 그걸 식용으로 팔거란 생각에 괴로워해서 돈을 받았으면서도 구매자 몰래 비둘기의 새장 문을 열어준다.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드와 수였던 것이다. 주드는 그런 수를 사랑하지만 한 때 결혼한 적이 잇었던 자신의 처지와 또 사촌간이라는 것때문에 수와 결혼할 수가 없어 괴롭다. 한편 수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스무살 이상의 '필롯슨'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의 아내가 되면서 동시에 그가 인수한 학교의 선생이 된다. 만약 수가 필롯슨과 결혼생활을 이어갔다면, 먹고살 걱정 없이 오히려 사회적 명성을 얻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주드를 품은 채로 그러나 오빠로서 다정하게 지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고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수는 필롯슨을 선생으로서는 존경했고 친구로서도 좋아했지만 도저히 남편으로서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게다가 수는 자꾸만 주드가 그립다. 수는 이 삶을 이어갈 수가 없다. 필롯슨에게 날 보내줘, 난 너랑 못살겠어, 난 괴로워, 나는 주드에게 갈게, 만약 주드에게 가는게 싫다면 혼자여도 되니까 제발 날 보내줘, 나는 너를 친구로서 좋아하지만 너의 아내로 살 순 없어, 한다. 필롯슨은 수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나 괴롭지만, 그러나 그게 진정으로 수가 원하는 거라면, 그것이 수가 행복한 길이라면, 그런데 내가 뭐하러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하고 그녀를 보내준다. 그렇게 수는 주드에게로 간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다. 아내를 보내줬다고? 혼자라고? 그런 남자가 학교 선생을 해도 돼? 필롯슨은 그렇게 겨우 일궈둔 자신의 학교에서 쫓겨나고 가난해진다. 아내를 보낸 남자를 받아줄 학교가 더는 없어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했던 동네로 가 간신히 작은 학교의 선생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한다. 필롯슨의 친구도 한사코 수를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필롯슨은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비참해졌어도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자, 이제 둘이 그토록 원하는 함께하는 삶을 살게된 주드와 수는 행복해졌을까? 

수는 결혼식을 거부한다.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주드도 수도 이미 한 번씩 결혼에 실패했었고, 그것이 법적인 제약이며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묶인다는 것, 남편이 달라진다는 것, 구속력이 생긴다는 것 등등 굳이 그걸 해야할 이유가 무엇이냐 싶다. 그렇게 주드에게 끊임없이 설득해서 그들은 법적인 부부가 되지는 않는다. 오빠,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래야 해요? 우리만 사랑하며 살면 그만이지. 수의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 수는 주드와 행복했고 누가봐도 그 둘이 서로를 보는 눈에서는 애정이 흘러내렸다.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자리를 놓친게 샘이 날 정도로 그들은 사랑했단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뭐야, 너는 정식 아내가 아닌거야? 그것을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식 아내가 아닌데, 그런 부부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없지, 정식 부부가 아닌데 어떻게 방을 줄 수 있겠어? 그렇게 손가락질 당하고 일자리도 없어져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동해야 하는 삶을 주드와 수 부부가 산다. 수는 혼자서 충분히 공부를 많이 했고 똑똑하고 당당하고 당찬 여성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주드의 전처로부터 보내진 아이를 사랑으로 양욱하고 또 자신들의 아이도 낳으면서 열심히 살았단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도무지 그칠줄 모른다. 그리고 그들에게 비극적 일이 일어난다. 


이 슬픔은 도저히 극복가능한 것이 아니다. 주드와 수는 한없이 무너진다. 주드는 신앙을 가진자였으나 신앙에 회의적이 된다. 그런 한편 수는 이 비극을 맞이하고 가슴아파하다가 기존의 자신의 성향을 완전히 다 버린다. 바꿔버린다. 다 내탓이다, 내가 신을 믿지 않아서다, 내가 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야, 라고 자책하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자책한다. 다 내 탓이야. 내가 필롯슨과 결혼을 유지해야 했어, 나는 그의 아내로 살아야했어. 그녀는 잘못된 관습을 따르지 않으려고 했고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그렇게나 꼿꼿했는데, 비극앞에 무릎 꿇어버린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했어, 나도 남들처럼 결혼하고 그렇게 살아야 했어. 누군가의 아내로서, 그리고 법적 계약을 가진 부부로서 그렇게 살아야 했던거야. 그렇게 수는 다시 필롯슨에게 간다. 너의 아내로 살아갈게. 너와 부부가 될게. 수는 필롯슨의 자기 근처에만 와도 살 떨릴 정도로 싫지만, 그에게 이제 섹스도 허락한다. 싫은데, 그래야 하는거니까. 싫어서 안했더니 자기 앞에 고통과 비극이 찾아왔으니까. 그건 자기 잘못이니까. 남들 하는대로 해야 되는거였어.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아가는 걸, 세상이 그리고 사회가, 그리고 사람들이 못견뎌한다. 너도 이렇게 해야지, 너는 왜 다르게 살려고해? 사회에서 내동댕이 치려고 한다. 그 일은 결국 커다란 비극으로 그녀에게 돌아오고. 수가 '나는 그런 계약을 하고 싶지 않아' 라고 했더니 수의 전남편이 일자리를 잃고 현남편도 일자리를 잃고 자식들에게도 비극이 찾아온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한게 그렇게 큰죄인가? 그렇게나 당당하고 똑똑하게 맞서왔던 수이지만, 결국 무너진다. 사회적 압박에 무릎끓는다. 그녀는 미쳐버린다. 그녀가 사회적 관습에 남들처럼 들어가게 된건, 그녀가 이제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제정신으로 살아가면 세상이 똘똘 뭉쳐서 그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살겠다는게 그게 잘못이라고 자꾸 사람들이 숙덕거린다. 



나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이건 옳지 않으니 하지 않을테야, 라던 수에게도 결혼은 비극이었지만, 그러나 그 사회적 계약을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려던 아라벨라에게도 이것은 압박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라고 생각했던 아라벨라는 때가 되어 남편감을 찾아내고 결혼하지만, 결혼했더니 이게 영 맞지가않다. 남편이란 작자 꼴보기 싫고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그를 내팽개치고 다른 남자랑 결혼했는데, 얼라리여 그 남자는 수틀리면 아라벨라를 팬다. 아 이 남자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 그러나 아라벨라는 능력있는 여성이었다. 놀기를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고 지금처럼 BAR에서 일하면서 사실 충분히 혼자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건 지금 여기에 사는 내 생각이고, 아라벨라는 남편이 죽자 다시 결혼을 생각하고 이제 혼자가 된 주드를 노린다. 그렇게 꾀를 부려서 가까스로 싫다는 주드를 다시 남편으로 삼았건만, 하, 이 남자가 결혼하자마자 시름시름 앓아눕는다. 하아, 나는 왜이렇게 재수가 없지, 병든 남편 수발이나 해야 하다니, 하면서 다음 남편감을 물색한다. 누구보다 결혼이란은 것을 받아들이고 하려고 했던 아라벨라이지만, 나는 아라벨라야말로 자신이 결혼에 맞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앗는데, 아 나는 자꾸 불행하네? 남들 사는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 커다란 사회적 압박은, 수를 망치고 아라벨라를 망쳤다. 



주드도 수가 살았던, 아라벨라가 살았던 이 시대의 피해자이다. 왜냐하면 가난했으니까. 죽는날까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학으로의 꿈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그가, 대학에서의 축제를 비 맞으면서도 구경했던 그가, 그렇다면 이 사회의 피해자이기만 햇을까? 아니, 그는 남성이라는 성별로서 사회가 여성에게 압박을 가한 그 시대의 마찬가지 가해자이기도 하다. 함께 살지만 육체적 관계는 하고 싶지 않았던 수에게, 주드는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비가 오던 늦은밤 주드의 집을 찾아와 호텔까지 데려다달라던 전(前)아내 '아라벨라'를 늦은밤 위험하니 그걸 어떻게 거절하냐 며 가지 말라는 수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는거다. 그러면서 '너는 어차피 나한테 네 육체를 주지도 않잖아' 라고 하는거다. 냉정하게 따지면 내 아내는 아라벨라 아니야? 라면서. 그날밤 수는 주드를 거기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라벨라를 데려다주는 걸 막고 싶어서, 알았어 너랑 잘게, 잘게, 하는거다. 그랬더니 비오는 늦은 밤 위험해서 아라벨라 데려다주겠다던 주드가 갑자기 돌변해서 '그녀는 혼자 가라지' 하며 문 걸어잠그고 아라벨라가 가든 말든 신경 안쓰는거다. 이제 수랑 잘 수 있으니까! 하- 수랑 섹스할 수 있으면 밤길 갑자기 안전해지는 부분이냐..수랑 섹스를 하지 않으면 밤길은 위험해지고? 물론, 그것은 주드 개인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가난은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불행한 삶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러나 여자에게 그 불행은 더 컸다. 


그리고 하디는 이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압박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하는지, 사람들은 자신과 같아지라고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는지 말이다. '난 그렇게 살기 싫다니까?' 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기어코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버리고 마는 사회를 하디는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로렌스'가 쓴 평을 볼 수 있다.



수는 우리 문명이 빚어낸 최상의 산물로, 그녀는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D.H.로렌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주드'를 읽는데 '수' 얘기를 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이것은 사회의 압박에 저항하려고 했던, 그러나 끝내 무릎꿇고야 말았던 수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네가 이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러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끊임없는 압박속에 수는 결국 무릎 꿇는다. 무릎 꿇기까지 그녀에게 가해진 고통과 괴로움을 보노라면, 혹여라도 수처럼 생각햇던 사람들이 '아니야, 남들처럼 살아야해, 안그러면 저렇게 돼' 하지 않았겠는가. 사회적 압박이, 관습이, 그러니까 정상가족에 대한 판타지와 가부장제가 그토록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끊임없이 압박하고 괴롭히기. '그녀의 말이 맞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괴롭히기. 


하디가 이걸 보여줬다, 사회적 압박이, 특히 똑똑하고 당당한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이 어떠했는지를, 그런 여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하디가 너무나 잘 보여줬다. 감탄이 나오는 책이다. 하디가 정말 대단했구나.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뭔가 알 수 없는 외부적인 존재가 우리에게 말을 해요. '너희들 하지 말지어다!' 라고요. 처음에는 '너희들 배우지 말지어다! 라고 하더니 그다음에는 '너희들 일하지 말지어다!'라고 하고, 지금 와서는 '너희들 사랑하지 말지어다!'라고 해요." -P.253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주드가 질투를 느끼는 경우 금세 알아차렸다. 사실 지금처럼 두 사람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도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밖으로는 표현되지 않은 제2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상호교감이 그만큼 완전했기 때문이었다. - P17

내가 내 마음속의 충동에 얼마나 끌려다니는지를 오빠에게 말하면 오빠는 충격을 받을 거예요. 쓸 수도 없는 매력을 타고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느끼는 내 마음을 오빠가 안다면 놀랄 거라고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때로는 채울 수가 없어요. - P19

그는 편지를 부활절 전야에 띄웠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그것으로 최종적인 듯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들의 결정 외에 또 다른 힘과 법칙이 작용했다. - P25

"여자가 결혼 초기에 싫어하는 것은 오륙 년 지나면 무관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다 털어버린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나무 다리나 팔에 불편 없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사지를 절단하는게 아무 고통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 P34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使徒)가 되려는- 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됭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 - P43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하지? 수, 잘 알겠지만, 사랑해요."
"그 사실은 충분히 알아요. 하지만 난 지금 살고 있는것처럼 낮에만 만나면서 연인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쪽이 훨씬 더 달콤해요, 적어도 여자에게는요. 그쪽이 남자에 대해 더 확실한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린 지금처럼 남의 이목에 특별히 신경을 더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 P115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 P117

"어디로 가죠?" 시간 아범이 궁금해하면서 말했다.
"우린 가는 것을 알려서는 안 된다. 아무도 우리가 간 곳을 찾지 못하게……. 우린 알프레드스턴으로 가서는 안된다. 맬체스터도 안 되고 새스턴도 안 되며 또 그라이스트민스터도 안 되지. 이런 곳을 빼고는 우린 어디로 가도 좋단다."
"왜 그런 곳은 안 되지요, 아버지?"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란다. 비록 ‘우리가 아무에게도 불의를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해롭게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여 빼앗은 일이 없더라도!‘ 비록 ‘우리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더라도.‘" - P202

"글쎄, 나는 좋아하오. 이건 어쩔 수가 없소. 난 그곳을 사랑하오. 그곳은 나 같은 사람을 모두 미워하는 줄 알고 있소. 소위 말하는 독학자를 말이오. 그곳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지식을 경멸해요. 그런 것에 대한 존경심을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할 텐데 말이오. 크라이스트민스터는 우리의 라틴어에서 잘못된 음절의 장단과 발음을 비웃어요. 가엾은 친구, 도움이 필요한데요 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내 어린 시절의 꿈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되었으며, 그것은 누구도 바꿔놓을 수가 없어요. 곧 크라이스트민스터는 깨어나겠지요. 그리고 관대해지겠지요. 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요! …… 거기로 돌아가서 살고 싶소. 거기서 죽고 싶소! 이삼 주일 뒤면 나는 거기로 갈 수 있겠지요. 그땐 6월이 되는데, 어느 특정한 날 거기 가 있고 싶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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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2025-10-15 15:51   좋아요 0 | URL
저는 ‘하디 ‘하면 테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아닙니다. ‘하디‘ 하면 ‘주드‘인 것입니다!!

잠자냥 2025-10-15 16:12   좋아요 0 | URL
나도 빨랑 읽어야지........=3

다락방 2025-10-15 16:32   좋아요 1 | URL
얼른 읽고 리뷰 써주세요!! 저 잠자냥 님의 리뷰도 무척이나 읽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5-10-1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디의 작품으로 이걸 딱 픽해 주시니 저도 읽어야겠네요. 아, 2권짜리라서 🙄

다락방 2025-10-16 13:38   좋아요 1 | URL
두 권짜리지만 책장 잘 넘어가고 각 권이 두껍지는 않습니다!! 가보시죠!! ㅎㅎ

독서괭 2025-10-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강추하시니 꼭 읽어야겠군요…

다락방 2025-10-18 14:57   좋아요 1 | URL
꼭 읽어보십시오!!
 
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 -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도 다를까?
케일럽 에버렛 지음, 노승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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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왜이렇게 재미있는걸까. 

음, 어쩌면 재미있는 건 언어가 아니라 언어에 대한 말과 글인걸까. 언어에 대한 연구인걸까. 

이 책을 읽는 일이 정말 짜릿했다. 이런 구절을 보자.


어쨌거나 해당 환경에 사는 민족이 특정한 종류의 냄새를 한 번도 접하지 않는다면 그 냄새를 일컫는 낱말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낱말은 의사소통 면에서 쓸모없을 것이다. -p.174


언어들이 번역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떤 단어들은 없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러나 번역 가능하지 않은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냄새'에 대한 언어가, 그 지역에 있을 리가 없지, 하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정말 재미있는거다. 왜냐하면,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냄새'를 가진 그 지역에서 계속 쭉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존재하지 않은 냄새에 대해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고, 그리고 그 언어에 대해서도 알게 될 확률이 적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단어에 대해 모른다는 것 자체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계속 그곳에서 살아간다면 의사소통 면에서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 그게 그곳의 삶이니까! 그러나 다른 지역의 사람을 만나 그 언어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면,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이지?' 하게될테고, 그렇다면 그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 냄새를 찾아갈 것이고, 그 냄새를 맡으면, 아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다, 그것을 가리키는 언어는 이것이다, 하게될 것이다. 그동안 몰랐던 것의 냄새와 언어를 모두 습득하게 되는거다. 이게 순서는 바뀌어도 상관없다. 만약 다른 지역에 가서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냄새를 맡아보게 된다면,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하게 될테고, 이 때 다른 사람은 그 사람에게 이건 무슨 냄새야, 라면서 그 단어를 말해주지 않겠는가. 그렇게 언어와 세계가 동시에 확장되는데, 언어의 확장은 세계의 확장을 불러오고 세계의 확장은 언어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나 재미있지 않은가 말이다.


요가에는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 라는게 있다. '아사나'는 영어의 pose 로 우리말로는 '자세'라고 한다. '아르다'는 '절반'의 뜻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는 'half moon pose' 이며 '반달자세'이다. 이 단어를 한 번 듣고 기억하고 나면, 그 후에 나오는 아사나들에서 일단 '아사나'를 알것이고, '아르다'가 나오면 아, 반이라는 뜻이구나 하고 응용이 가능해질것이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언어가 재미있는건가? 언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재미있는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지구상에 누군가는 언어에 대해 연구한다는 사실이 무척 좋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들을 연구하고 그것을 글로 써내는 일을 누군가가 해서, 내가 지금 이곳에서 글로 읽고 있다는 사실,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 이런 일이 몹시 즐겁다.


그래서 2분 약간 넘기는 영상을 또 찍어보았다. ㅋㅋ 나 이제 구독자 27명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youtube.com/shorts/tl11OHx4LtY?si=gv8cd8qTofB9QUPS

10여 년 전 [행동과학과 뇌과학]에 발표된 또 한 편의 저명 논문에서 심리학자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 스티븐 하이네Steven Heine, 아라 노렌자안Ara Norenzayan은 인ㄷ간 인지에 대한 우리의 통념에서 중요한 대목을 꼬집었다. 그것은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되고 부유하고 민주적인 서구 사회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and democratic. WEIRD(이하 위어드‘) 구성원에 대한 연구가 거의 모든 지식의 토대라는 점이다. 이 사회들은 지금 존재하거나 지금껏 존재한 적 있는 수많은 인간 사회와 비교할 때 정말로 기이하다 weird. 헨릭과 동료들은 "아동을 비롯한 위어드 사회 구성원들은 인류를 일반화하고자 할 때 가장 대표성이 낮은 인구지반에 속한다"라고 주장했다. - P14

어쨌거나 과거, 현재, 미래는 막연한 개념이다. 몸을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지각하는 구체적 방식으로는 시간을 지각할 수 없다. 물리적 주변에 있는 물체는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지만 과거는 그런 식으로 다시 방문하거나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결코 미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현재는 포착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찰나는 인식하는 그 순간 이미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 P30

시제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는 시제가 네 개 이상인 언어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아마존 언어인 야과어Yagua로, 시제가 무려 여덟 개다. 다섯 가지 시제가 과거를 촘촘하게 나눈다. ‘먼 과거‘를 가리키는 시제가 있는가 하면, 한 달 전과 한 해 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 일주일 전과 한 달 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 일주일 전쯤에 일어난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 어제나 화자가 말하는 그날 일어난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도 있다. 현재 시제도 있는데, 지금 막 일어날 참인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와 더 먼 미래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을 가리키는 시제가 따로 있다. - P37

카리티아나족도 상당수가 이중 언어 구사자로, 포르투갈어에 유창하다. 경제적 헤게모니를 쥔 주변 단일어 집단과 교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집단이 모어를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이중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 P40

오스트레일리아늬 언어를 연구하는 한 언어학자는 시간을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시간의 이동을 표현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처럼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의 원래 방법은 ‘자기중심‘ 모형이라고 불린다. 시간 ‘이동‘의 공간 정위spatial orientation(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것-옮긴이)를 해석하는 사람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 진행의 모형이 반드시 자기중심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중심 모형도 있다. 이것은 자연의 지형지물을 근거로 삼는다. - P45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을 공간적 대상으로 지칭한다. - P49

시간을 이렇게 공강적으로 해석하는 데는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마음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손에 잡히는 것에 빗대어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공간에 놓인 물체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힌다. 그러니 과거 사건과 미래 사건을 우리가 접하는 각각의 물체로 생각하는 게 유리하다. - P50

우리가 뒤로 걸으도 미래의 ‘위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 P51

우리에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많은 것들이 실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지도 모른다. - P65

아동은 언어를 습득하는 동안 상호작용에서 이름표가 어떻게 쓰이는지 깨달으며 그 상호작용으로부터 의미를 구성해낸다. 자라면서 낱말의 핵심 개념이 주변의 산악 지형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는데, 이는 첼탈어 학습자가 ‘ta alan‘과 ‘ta ajk‘ 같은 이름표에 의해 지칭되는 개념을 점차 익혀야 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구사하는 아동은 자라면서 ‘왼쪽‘, ‘오른쪽‘, ‘산‘을 뜻하는 개념을 익히게 된다. - P99

흥미롭게도 언어들은 문화적으로 두드러지는 개념을 담을 때 서로 다른 체언뿐 아니라 서로 다른 용언을 쓸 수도 있다. 엘레드네어 동사 ‘paa‘는 ‘평평한 표면에서 걷는다‘라는 뜻이다. 이런 동사는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어쩌면 모든) 언어에 딱 떨어지는 번역어가 없다. - P102

당신의 언어가 언덕과 산, 또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번이 구분하도록 강제한다면 이 대상의 구분은 당신의 머릿속에 새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당신의 인지 습관에도 통밯될 것이다. - P106

당신이 상상하다시피 브라질 아마존 도시에 사는 원주민의 삶은 난관으로 가득하다. 전 세계 여느 소규모 인구집단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자신이 속한 포괄적 문화의 일부 사람들로부터 극심한 편견에 시달린다. 카리티아나족은 ‘인디오indios‘(인도 사람)로 불리는데, 이것은 콜럼버스가 자신이 실제로는 신대륙에 상륙했는데도 인도에 상륙한 줄 착각하고서 붙인 이름이다. 이 사람들은 그의 우연한 ‘발견‘에 앞서 2만 년 넘도록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 P112

‘자국민‘ 대 ‘외국인‘, ‘pyeso‘ 대 ‘opok‘등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 용어들은 폭넓은 효과를 발휘하며 결코 사소한 이름표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는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113

카리티아나족은 브라질 문화와 일상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관광객들에게 공예품을 팔아 소득을 보충하려면 포르투갈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류는 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아마존을 비롯하여 많은 언어가 절멸 위험을 겪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 P113

사람들은 타인을 언어적 관점에서 자기 문화(또는 외모를 근거로 삼았을 때 자신이 속하는 집단)의 구성원으로나 외국인으로 범주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언어는 문화들 사이에 존재하는 막강한 사회적 구분을 일관되게 반영하고 강화한다. 우리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는가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그 사람들이 음식 범주에 속하는지도 좌우한다. - P115

어쨌거나 해당 환경에 사는 민족이 특정한 종류의 냄새를 한 번도 접하지 않는다면 그 냄새를 일컫는 낱말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낱말은 의사소통 면에서 쓸모없을 것이다. - P174

세리어의 경우 수렵채집인으로서 자란 나이 든 구사자들은 특정 냄새를 묘사하라는 주문에 특정 용어를 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한때 세리족 일상생활에서 접하던 꽃과 식물에 덜 친숙한 젊은 구사자들은 그 냄새 용어들을 쓸 가능성이 낮다. 이 모든 관찰은 생활양식이 사람들의 냄새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경험이 대화에서의 냄새 개념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발상에 부합한다. - P177

일반적으로 낱말은 자주 쓰일수록 짧아진다. - P201

"상관관계는 인과 관계가 아니다"라는 격언은 누구나 잘 알지만 종종 상관관계는 다른 방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인과적 연관성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 연관성이 간접적일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유른 두 현상의 증가를 유도하는 간접적 관계를 통해 상관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란 더위다.) - - P222

가능한 무작위 행동 변이들 중에서 특정 행동이 선택되는 것은 문화가 특정한 틈새와 난관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결정적으로 선택은 사람들이 왜 자신의 행동이 그런 식으로 진화하는지 깨닫지 못하더라도 일어난다. 내가 이 장과 그 밖의 연구에서 몇몇 현대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주장한 것은 인간 행동에서 적응 과정이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영역에 언어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언어의 일부 특징은 인간 행동의 여느 측면처럼 특정 환경에서 조금 더 알맞다는 이유로 확률론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선택될 수 있다. 성공적 적응은 별개지만 서로 연관된 압력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 이를테면 특정 유형의 소리는 특정 환경에서 발음하는데 노력이 덜 들 수 있으며 특정 유형의 낱말은 특정 환경에서 소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P224

언어학자 크리스천 벤츠Christian Bentz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 주제에 대한 논문에서 언어 변화를 어떻게 모델링해야 하는지 논의하다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언어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물리적, 생태적, 사회적 요인이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언어 사용자에게 가하는 압력을 모델링해야만 한다." - P225

우리의 언어 지각은 고막을 때린 뒤 달팽이관과 일련의 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소리 주파수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언어 지각은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대뇌피질에서 통ㅇ합하는 총체적 과정이다. 이것은 문화를 막론하고 참이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만 살던 시절 이우로 언어 지각의 뚜렷한 특징이었다. 어쨌거나 대면 상호 작용은 언어의 기본 형식이므로 인간이 타인의 얼굴에 주목하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5장에서 보았듯 입술이 만들어내는 유형의 소리에 의존하는 정도는 언어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는 일부 언어의 구사자들이 타인의 입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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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0-11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란 참 신기하죠. 그래서 모국어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리 외국어를 능숙하게 해도, 사고 자체는 모국어를 기반으로 형성되니까.. 그래서 저는, 영어를 모국어로 삼을 게 아니라면 어린 시절 모국어를 더 정확히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영어유치원을 안 보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10-13 09:03   좋아요 1 | URL
제가 할 말 여기에 다 써 두신 분 ㅋㅋㅋㅋㅋ 독서괭님!! 그래서 저도 영유 안 보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3 16:09   좋아요 1 | URL
저도 독서괭 님과 똑같이 생각합니다. 일단 모국어로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어 익히기는 그 다음이고요.
처음 모국어를 알게 되는 것도 되게 재미있는거잖아요. 글자를 읽을 줄 알게 되면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잖아요. 저는 조카들 어릴 적에 책을 읽어주면서 ‘너네가 글을 읽을줄 알게 되면, 너네 스스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영어를 할 수 있게 되면 읽을 수 있는게 더 많아지겟지?‘ 라고 말하지만 조카들 귀에 닿지 않습니다. 이젠 꼰대의 잔소리.. 흠흠.

햇살과함께 2025-10-12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소리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25-10-13 16:09   좋아요 1 | URL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0-13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아직도 영상 보다는 활자가 좋기는 한데.... 눈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더 그러네요. 책 보면 좀 피곤해지고 ㅋㅋㅋ 어두운 곳에서는 훨씬 더 빨리 눈이 피곤해요. 언어가 정말 좋다, 인간이 언어의 동물이여서 좋다~~ 이런 말 쓰려했는데, 여기에서 노안 걱정만 잔뜩ㅋㅋㅋㅋㅋㅋㅋ

115쪽의 이야기는 노아 트레버의 <태어난 게 범죄/Born a Crime> 생각나게 해요. 아프리카 특정 부족을 만났을 때, 말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억양으로 말할 수 있었던 노아가 누렸던 삶의 즐거움,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지점... 그런 것들이요^^

다락방 2025-10-13 16:11   좋아요 0 | URL
저도 눈이 점점 더 침침해져서 미치겠어요. 일전에는 칠판의 글씨가 안보여서 아주 낭패스러웠어요. 그 땐 유독 눈이 건조했던건지 인공눈물 자주 넣어주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눈이 잘 안보여서 큰일입니다. 저는 활자가 압도적으로 좋은데 이 눈이 점점 더 안좋아지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에요. 내 눈아, 건강하자! ㅠㅠ

저도 노아책 읽었는데 왜 그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죠? ㅋㅋㅋㅋㅋ 아 언어에 대한 읽기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 언어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요!! >.<
 
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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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부야 밤거리를 걸으며 집에 돌아가는데 온갖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못하는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일까? -p.126



처음 싱가폴에 들어와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집을 구하면서, 발품을 팔아 집을 보러 다니고 또 집 주인들과 얘기를 하면서, 드디어 살고 싶은 집을 찾아 계약을 결정하면서,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했던 생각이 바로 김미소가 한 생각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못하는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일까?


김미소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나 아버지가 베트남 여성과 재혼하는 바람에 베트남어를 하는 새엄마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야 했고,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언니를 데리고 병원을 간다거나 복잡한 행정절차를 밟는데 통역하러 가면서 언니를 도왔다. 이 일화에서 나는 '수키 김'의 [통역사]가 떠올랐다. 이민 가족에서 어린 아이가 영어를 습득해 영어에 서투른 부모를 대신해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통역사가 되는 일. 아직 어려서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려워 잘 알지 못하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해야만 했던 상황들을, 수키 김이 자기 책에서 언급했더랬다. 그 때도 아 정말 그렇겠구나, 그런 일이 생기겠어, 했는데, 김미소 역시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미소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에 가 공부를 하면서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학위도 딴다. 그러나 취업하며 계속 거주하는 것이 어려워 일본으로 가 영어 교수가 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일본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김미소가 한다. 일본에 도착했을 당시의 김미소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러니 처음에 적응하기가 어려웠고, 그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못하는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일까' 라는 생각을 한거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못하는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일까?


계약을 마치고, 내가 계약하면서 들었던 것들이 뭐였더라 되새기고, 그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아서, 내가 도대체 왜 여기에 와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그 때마다 거듭 나는 내가 원해서 한 일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오고 싶어서 왔다. 내가 언젠가는 영어 공부를 하러 영어권 나라에 가고 싶다고, 언젠가는 외국 살이를 해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떠나온 길이었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은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쌀을 사러 나갔고 밥을 해먹었다.


김미소는 열심히 일어를 공부한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이고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숙하지만 일본어는 아직 서투른 사람이었다. 김미소는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그러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언어에 하나를 더함으로써 언어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언어는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 '다른 문화와 충돌하고 서로의 문화에 균열을 내며 세계를 넓혀가는 일(p,77)' 이라고 말한다. 당연하다. 그런데,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미소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 각 개인이 놓인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인지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그 사람은 한국에 일하러 왔는가, 공부하러 왔는가, 결혼하러 왔는가. 그 때마다 그들이 받아들게될 한국어 교재에 쓰여진 말들은 서로 다른 말들이다. 한국어라는 외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도 격차가 생기는거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채로 한국으로 결혼하러 와서 어린 아이에게 의지하며 병원을 다녀야 했던 그 젊은 베트남 여성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그러니까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외국어를 공부한다, 다른 나라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것과 알게 되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 혹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 

내가 영어를 공부하려는 까닭은 영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어로 더 말을 잘하기 위해서이다. 간단히 여행 다니는 것은 사실 더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어떤게 물이고 어떤게 밥인줄만 알면 여행다니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그 이상이다. 이곳에 공부하러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영어를 공부하길 원하냐고 물었고 그 때마다 내 대답은 같았다. 영어로 읽기 위해서 영어로 쓰기 위해서 였다. 내가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한국어 책을 읽는 것은 무척 나에게 중요하고 유용하며 또 즐거운 일인데, 만약 다른 언어 하나가 추가되어 내가 읽을 수 있는게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또 얼마나 확장될까. 게다가 내가 만나는 사람도 한국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해진다면, 또 내 시야는 얼마나 넒어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과 일상이 궁금하고 그에 대해서 듣고 싶다.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든 이유는 내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이다. 그래서 수단으로써 영어를 배우고 싶었다. 도구로써 영어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영어를 공부하려다 보니, 그렇게 영어로 소통하려다 보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나에게 외국어인 영어를 하기 위해서, 영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의 친절에 기대야 했다. 집을 계약할 때 내가 다소 어려워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집주인도 그리고 중개인도 천천히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만약 그들이 나의 느린 속도에 짜증을 냈다면 이 계약은 어떻게 됐을지 나도 알 수 없다. 나는 낯선 나라에 와서 서툴게 낯선 나라 말을 하면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나는 그들에게 친절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외국어로 말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집중해야 했다. 모국어는 내가 집중하지 않아도 들린다. 우리는 종종 까페에서,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 일이 있다. 그냥 그 말이 와서 들리는거다. 내게 도착한다. 내가 억지로 듣는게 아니어도 그게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영어에 서툰 나는, 내가 듣고자 마음 먹고 집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말이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영어사용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나는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했다. 상대의 눈을 계속 바라봐야 했고, 혹여라도 내가 놓치거나 오해하는 일이 있을까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이렇게 대화하다보니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품기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그 때 들었다. 사람은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않나. 내 말 잘 들어주는 사람, 이라면서 그 사람을 또 만나고 싶어하지 않나. 그런데 외국어로 대화할 때의 나는, 누구보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건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자 의도한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외국인과 얘기 하기 위해서 나는, 온 신경을 그에게 쏟아야 했다. 호감을 주고 또 받기가 굉장히 유리해지는 상황이 아닌가.


글쓰기 수업에서도 마찬가지. 외국어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아직 서툴기 때문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그대로 써낼 수가 없다. 자, 이런 문장을 쓰자, 라고 했다가도 막상 쓰려고 하면 단어나 문장을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몰라서 조합이 가능한 문장으로 바꾸곤 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내 문체나 혹은 문장은 한국어로 쓰는 것과 많이 달라져있다. 나는 이런 경험으로 인해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을 떠올렸다. 줌파 라히리는 여전히 줌파 라히리이고 그녀의 소설은 변함없이 좋지만, 그러나 영어로 썼던 소설이 더 좋았던 것은, 또 이탈리아어로 쓴 작품에 유독 외국인의 시선이 많이 들어간 것은, 아마도 이런 작용이 그녀에게도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거다.


이런 것들을 깨닫는 것이 즐거웠다. 단순히 외국어를 학습하고 익히는게 아니라 거기에 대해 부가적인 다른 사고까지 가능해지는 걸 깨달으니 외국어를 공부하는게 너무 좋다. 사방 천지 외국어가 가득한 곳에서 나만 혼자 한국어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사실 외롭다기 보다는 신난다.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이다. 한국 책을 꺼내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보면 외국인이 말을 건다. 나는 여전히 서툰 영어로 대답하지만, 그러나 상대방은 나의 말을 이해하고 나와 대화한다. 여기에도 역시 영어생활자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과 태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김미소의 책은 한마디로 이런 생각들의 기록이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하다가 베트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게 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 생활자가 되어 영어로 돈을 벌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를 배우면서 또  영어를 가르치는 일들을 겪으면서, 언어가, 외국어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에 따른 사색과 통찰들이 이 책 안에 있다. 거기에는 확장된 사고에 대한 긍정적인 열림이 있고 또 거기에는 결코 좁혀지지 않는 사회계층의 격차가 있다. 이런 기록을 읽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지! 외국에서 생활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외국어로 생활해보지 않았다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이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이런거 너무 즐겁지 않나. 내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경험해본 사람이 알려주는 통찰들. 이런거 책으로 알게 된다는거 너무 신나지 않나. 


언어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정말이지 도움이 될것이다. 내 세계가 확장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 책을 읽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렇게나 좋았다.




외국어 학습은 책속의 지식을 단순히 뇌 안으로 가져오는 작업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내는 과정이라는 걸요. 언어는 나와 세게를 관계 맺어줍니다. - P7

미국인)선배는 송도와 안산의 세계화를 극명히 대조해서 이야기했다. 국제 비즈니스 센터 및 여러 해외 대학교의 캠퍼스를 끌어당기는 송도, 세계 각지의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당기는 안산. 송도의 세계화는 해외 법인, 해외 대학교의 국내 캠퍼스, 유학생, 국제업무지구 등의 화려한 이름으로 대표된다. 반면 안산의 세계화는 외국인 노동자, 공장, 저임금 같은 단어와 연결된다. 세계화는 양극단에서 진행되고, 그 둘은 만나지 않는다. - P13

아이는 아이의 방식으로 자라야 하지만 가끔 성인의 생활 세계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이민자 가정의 경우 부모보다 아이가 현지 언어에 더 능숙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아이가 집의 통역사가 되는데, 이를 ‘언어 중개인(language broker)‘ 이라고 한다. 아이가 현지 언어를 더 잘할 수는 있어도 법, 보험, 계약, 의료 등의 분야에 쓰이는 어른의 언어는 잘 알지 못한다. 언어 중개인이 된 아이는 둘 다에 억지로라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겨우 중학생 정도의 아이가 가족의 명운을 건 통역사가 되는 셈이다. - P15

그러나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흑발 (베트남)언니는 어디가 내과고 어디가 약국인지도 알지 못했다. 언니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었다. 물론 나도 베트남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어디를 가야 하는지는 알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초등학생 아이 손에 의지해 병원에 가야 하는 이십 대 외국인의 심정은 어땠을지. - P16

양극단의 세계화는 언어 교육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결혼 이주여성은 다문화가정센터나 주민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실에 등록한다. 보통 무료로 수업을 듣거나 아주 적은 돈을 낸다. 여기서 쓰는 교재는 주로 "여보, 양말은 어디에 있어요?" "서랍 안에 있어요"처럼 남편을 내조하기 위한 내용을 다룬다(여성가족부, 2005). 반면 유학생들은 대학의 한국어학당을 다닌다. 등록금은 백만 원 내외다. 여기에서 쓰는 교재는 한국 젊은 세대의 연애, 케잍팝, ‘힙‘한 관광지 등을 다룬다. 이 둘의 간격은 쉬이 좁혀지지 않는다. 그나마 결혼이주여성은 비자 문제가 해결된 이들이지만, 체류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한국어 교실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세계화는 끝과 끝에서 일어나고, 언어 간의 간격도 어짜면 그렇게 계속 멀어지는지도 모른다. - P20

교육부는 2006년에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마련했고, 다문화가정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을 통칭"(교육인적자원부, 2006)한다고.
도대체 ‘우리‘가 누구지? - P21

국경 하나만 넘으면 이 친구가 경험할 수 있는게 정반대로 바뀔 수 있구나. 이 친구가 갖고 있는 정체성, 언어 자원, 문화 자본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 지구본에 그어진 선을 조금만 넘으면 존재했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한국의 틀에만 갇혀서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이주, 디아스포라, 코스모폴리타니즘 등 머릿속에만 둥둥 떠다니던 개념이 눈앞에 뚜벅뚜벅 살아나왔다. - P27

현재형 can 은 대화 시점과 가깝고, 과거형 could는 대화 시점과 멀다. 이 시간적 거리를 활용하여 can은 좀 더 친밀한 사람에게, could는 낯선 사람에게 정중하게 말할 때 쓰인다(Larsen-Freeman & Celce-Murcia, 2015). 조동사의 현재와 과거는 단순한 문법 형태가 아니라, 심리적 거리와 관련이 있다. - P58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불편함이 결코 계속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물색해 보며 성장하게 된다는 걸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배웠다. - P59

격의 없는 사이라면 이렇게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1년 365일중 363일은 아침을 챙겨먹고, 스타벅스에 앉아 하염없이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고, 어릴 적 천사소녀 네티가 긴 머리를 묶고 요술봉을 휘두르는 게 너무 멋져 보여서 두발 제한이 있던 중학생 이후로는 쭉 긴 머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주변 모든 것을 분홍색으로 깔맞춤하는 버릇이 있고, 최근에는 귀여운 접착 메모지를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 - P62

이중언어자는 언어에 따라서 성격이 바뀌는 게 아니라, 각 언어의 문화에 맞는 행동양식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Chen & Bond, 2010). 한국어로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한국인이라면 일, 생활, 가족, 여가 등 모든 관계가 한국어를 매개로 만들어져 있으니 자연스럽게 상황에 알맞은 언어를 구사한다.
성인이 된 이후 영어를 매개로 만들어가는 관계는 다르다. 일단 상대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을 테니 한국식 상하관계에 서 벗어날 수 있고, 좀 더 자유롭게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 P66

내가 갖고 있는 성격이 언어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언어와 함께 정체성을 빚어나가는 것이다. - P67

영어를 배운다는 건 전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익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문화와 충돌하고 서로의 문화에 균열을 내며 세계를 넓혀가는 일이기도 하다. - P77

"오늘 원래 3시에 보기로 했는데 못 봐서 잔넨(유감) ㅠㅠ" 해외에서 한국인과 대화하거나, 해외에 오래 산 한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언어 간의 경계를 몇 번 뛰어넘었는지 의식조차 못 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코드를 섞어 말하는 걸 ‘코드믹싱(code-mixing)‘이라고 부른다. - P82

혼자서 시부야 밤거리를 걸으며 집에 돌아가는데 온갖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말도 못하는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일까? - P126

아무도 나에게 일본어를 배우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학교에서 언제까지 일본어 능력 증명서를 내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었고, 일본어를 못한다고 비자가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 P127

되어야 하는 자신을 쫓다 보니 되고 싶은 자신을 탐색할 시간도 없었다. - P129

중간언어는 모국어도 제2언어도 아닌, 그 사이에서 발전하고 있는 언어다. 그러나 오래 쓰지 않거나, 공부를 멈추거나, 쓰고 있던 표현만 쓰게 되면 발전이 점점 둔화되어 멈춰버리는데, 이때 언어가 화석화되었다고 말한다. - P141

학습자는 언어 A에서 언어 B로 이행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와 의사소통 자원 간의 경계를 넘어서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확장시켜 가는 사람이다. - P143

언어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하나의 언어를 배운다고 단지 하나의 언어만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지금까지 갖고 있던 다른 언어 및 의사소통 자원과 엮어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초언어하기(translanguaging)‘ 라고 부른다. - P143

언어 학습의 경험은 학습자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 누군가가 자신처럼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자신처럼 하면 다언어자가 될 수 있다고 설파한다면,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와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한 번쯤은 비교해보는게 좋다. 그 사람은 어느 언어를 하든,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사람인가? 아니, 적어도 차별받지 않는 사람인가? 그 사람이 언어 학습에 쓸 수 있는 자원은 어떤 게 있나? 그렇다면 내 경우는 어떤가? 나는 이 언어를 배워서 생활할 때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 있는가? 나는 어느 정도의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가? 단순히 선진국 백인 비장애인 남성이 가장 언어를 배우기 쉽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상대와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차이를 인식해야 상대의 조언과 경험이 나에게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P149

내가 소수자의 위치에서 다수자의 언어를 말하며 다수자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면 자신을 계속 검열하게 되고 소심해진다. ‘마음을 고쳐먹어 봐야지!‘ 라고 다집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 P151

언어는 대상이 아니라 매개체라는 것, 이제 막 태어나는 내 외국어 자아에게 친절해지는 것, 언어는 스파르타로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새로운 세계 사이에서 관계를 이어주는 매게치다. 내 말랑말랑한 영어 자아는 채찍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따스한 양육이 필요하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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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9 0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27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9-27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어를,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이 책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람되게 잘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하나도 어려운데 두 개를...
외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흥미롭구요^^

다락방 2025-09-28 14:5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작가가 전혀 잘난척하지 않는데 되게 똑똑한 사람이구나 싶고요. 전 이런 글이 좋더라고요. 하나의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게 다르잖아요. 그 깊이나 폭도 다르고요. 이 작가는 누구보다 넓고 깊은 사색의 공간을 가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감은빛 2025-09-28 0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몇 달째 장바구니에 머물러 있네요. 소설들은 금방 장바구니에서 빠져나와 실제로 나에게 오곤 하는데, 이 책은 매번 주문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로 주문에 포함하지 못 했어요.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었으니 이제 장바구니를 비울 때가 된 것 같아요. 저도 곧 김미소 님의 글을 만나야겠어요.

다락방 2025-09-28 14:58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이 책 정말 좋아요. 안그래도 나중에 만나면 이 책 추천해드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외국어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읽어보세요!
 
[전자책] 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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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유전학 부교수이며 다른 사람들과는 '배선이 다르'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것이 힘들다. 그런 그가 연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데이트를 시도할 때마다 무언가 어긋나 첫 만남에서 바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는 공감능력도 부족할 뿐더러 사회성도 부족해서 자신의 파트너를 설문지를 통해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설문지로 골라내자, 는 거다. 이 설문지를 뿌려놓으니 대답하는 사람이 많고, 그 과정에서 돈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대에 백프로 부응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가장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서 데이트를 해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른바 아내 프로젝트.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도저히 예측불가능한 여성, 로지를 만난다.


이 책의 남자주인공이 모든걸 분단위로 계획하는 사람이고, 계획대로 되어야 인생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로맨스 조금 읽어봤다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다음 등장할 여주인공의 성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이라는 것을 전혀 세우지 않는 예측불가능한 여성. 


로지가 바로 그랬다. 로지는 심지어 그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도 아니었고, 나중에 돈이 이 설문지를 작성해 아내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는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 시켰다며 분노하기도 한다. 그녀는 채식주의자이지만 지속가능한 해산물은 먹을 수 있는 사람이고 약속시간에 언제나 늦는다.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인줄로만 알았더니 알고보니 심리학과 대학원생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싶어하고, 이 일을 알게된 '돈'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서 의심되는 사람을 DNA 검사를 해 로지의 아버지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이른바 아버지 프로젝트.


돈은 로지를 만나는 첫날부터 자꾸 자신의 시간표가 어긋남을 맞닥뜨려야 한다. 분단위로 계획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하나 어긋나버리면 그 다음 과정들까지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거짓말이 그 다음 거짓말을 부르듯이, 하나의 어긋남은 그 다음의 어긋남을 자연스레 불러낸다. 내가 오늘 오후 세 시에 집에서 나가기로 했고 네 시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면 두 시에 샤워를 해야 하는데, 만약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 샤워를 할 수 없었다면 나는 두 시에 샤워를 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세 시에 집에서 나갈 수 없었을 것이며 네 시에 친구를 만나는 일은 불가해진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나의 늦음을 사과하고 다섯시에 그 자리에 갔어야 했을것이다. 계획이라는 것은 지켜질 때는 안정적이지만 하나가 어긋나 다른 것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작동한다.


돈은 일주일의 식단까지도 다 미리 정해두는 사람이고 딱 그만큼의 재료를 챙겨두는 사람이다. 약속 장소에 몇시몇분에 도착할지도 다 정해두는 사람인데, 로지를 만난 후로는 자꾸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어긋나고 취소하고 수정하고.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돈은 로지를 만난다. '너 왜 내 아버지 찾는 일을 돕냐'는 말에 자기도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없지만, 하여간 로지를 돕는다. 그리고 로지를 만나는 동안 일정을 취소하고 수정하면서, '그런데 즐겁다'고 생각한다.



나는 빼앗긴 잠을 보충하기 위해장보기를 취소하면서 이미 오늘 스케줄을 수정했었다. 대신 저녁으로 조리 식품을 사 먹을 것이다. 때때로 나는 유연성이 없다고 비난받는데, 이 일은 아주 이상한 주변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내 능력을 보여 준다고 믿는다. -책속에서



"방금 테라스 쪽에 2인용 테이블이 났습니다. 그쪽으로 옮기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침에 오늘먹으려고 시장에서 산 식료품을 다음 토요일에 먹기 위해 냉동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영양분이 손실될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본능이 논리를 대신했다. -책속에서


한 여성이 내게 전화번호를 주며 연락하라고 했다. '재킷 사건', '발코니 식사, 심지어앞으로 수행할 '아버지 프로젝트'의 흥분보다이것이 내 세계를 더 망쳐놨다. 이런 일이 정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안다. 책, 영화, 텔레비전 속 사람들도 로지처럼 했다. 그러나내게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책속에서



어느날 돈은 자신이 받은 아내 프로젝트의 설문지 중에서 자신에게 너무나 잘 맞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만을 써낸 여성 '비앙카'를 만나게 된다. 어, 바로 이 여성이다. 모든게 나랑 딱 맞아! 그는 비앙카와 무도회에 함께 참석하기로 한다. 모든 대답이 내 기대와 일치하는 바로 그 여성! 그녀가 춤을 잘춘다고 해서 그녀를 만나기 전에 춤 연습도 이미 해둔 터다. 이 아내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참 이상하다.


"돈과 나는 마시지 않아요."

그녀가 내 잔도 뒤집으며 말했다. 진이 내게 활짝 미소 지었다. 내 쪽에서 짜증 억누르기 반응이 일어나다니, 이상했다. 비앙카는분명히 원래 설문지대로 반응했는데. -책속에서


춤을 연습한 것과 실전은 다른 문제여서 춤도 제대로 되지 않고, 비앙카는 모든 설문에서 돈에게 맞는 사람이었지만 실전에서 돈이 비앙카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모든게 내가 기대한 여성인데 짜증이나지? 비앙카가 돌아선 뒤 로지와 춤을 췄다. 예상하지 못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은 너무나 즐겁다. 이 예측 불가능한 여성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 즐거워! 돈은 이것이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돈은 이 불편하지 않음은, 스텝을 밟기 위해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정말, 스텝에 집중해서 일어난 일이었을까? 그것은 상대가 '로지'여서 일어난 일은 아닌걸까? 그러니까 상대가 로지여서 일어난 일인데, 돈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려는걸까? 아니면 정말로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걸까? 다른 사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기까지 어떤 사람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법이다.


바로 이 일을, 그러니까 '스텝에 집중하느라 이 시간이 즐거웠어' 라고 생각한 바로 이 일을 바로 얼마전에 내가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다가 비로소 나야말로 알아채지 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른 일들을 잊고 또 내가 그동안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잊을 수 있었던 것이, 내가 외국어로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놓치면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이 시간의 즐거움에 몰입하고 내가 그동안의 나를 잊었던 것은, 내가 외국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게, 그게 아닐 수도 있는걸까? 어쩌면 외국어로 얘기하는 다른 상황, 다른 사람에게서라면 이게 불가능했던걸까? 나야말로 돈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것을 보지 않으려고 돌아 앉아있는 것일까? 그것이 가능했던 건 내가 집중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인걸까?



돈은 자신이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지 못했다.

돈은 자신에게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랑이 찾아온 후에도 이게 사랑인 줄은 몰랐다. 돈이 자신에게 온 것이 사랑이라고 인지하기 까지는 자신이 한 일,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일에 대해서 몇 차례의 분석과 해석이 필요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나서야, 아 나는 로지를 사랑하는 것이구나, 깨닫게 된거다. 그래서 그는 로지에게 구애하기로 한다. 로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그리고 로지의 사랑을 얻기로 한다. 이른바 로지 프로젝트.



나는 규칙을 존중했다.

그러나 지난 구십구 일 동안 나는 법적, 윤리적, 개인적인 규칙을 많이 어겼다. 나는 그것이 언제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았다. 로지가 내 사무실로 걸어 들어오고 내가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르 가브로슈'의 예약 시스템을 해킹한 날이었다.

"한 여자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했다고?" 진이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완전히 비합리적이야."

나는 당황했다. 사회적 오류를 범하는 것과, 합리성이 내게서 떠났다고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책속에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러나 미래만 예측불허인 것이 아니라 사랑도 예측불허이다.

사랑이야말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이야말로 나 외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니까.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까지 우리는 예측할 수가 없다. 내 계획이 다른 물리적인 조건들로 인해 틀어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틀어질 확률이 더 높다. 하다못해 여행을 가더라도 동행이 있다면 가고 싶은 때, 가고 싶은 장소에 대해 계속 얘기해봐야 한다.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밥을 언제 먹을지 무얼 먹을지도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나 역시 결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


여행만 해도 그런데 사랑이야 오죽할까.

이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 사람의 표정을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사람의 말은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뜻일까? 무엇보다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아 이사람과 나는 사랑하게 되겠구나' 하는 것도 알 수가 없다. 그 사람은 그 때 바로 거기에 있었고, 우리가 그렇게 만났고, 그런데, 영문을 모르겠지만, 내게 최고의 시간들을 만들어준다.



지난 팔 주 동안 나는 성인이된 뒤 인생에서 누린 최고의 시간 세 번 중 두번을 경험했다. 자연사 박물관 방문을 전부하나의 사건으로 칠 때 말이다. 그 시간은 두번 다 로지와 함께 있을 때였다. 로지와 연관성이 있는 걸까? 이를 알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책속에서



물론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시간을 선물한 뒤 내 인생에서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한 순간의 인연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준 사람이라면 붙잡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어떻게해야 내 마음을 받아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그동안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까지 생각하면서, 조용히 내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그러면서 상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는 일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그래야 내 인생에 최고의 시간을 선물해준 사람과 함께할 수 있고, 그래야 인생 최고의 순간을 또 맞이하게 될 수 있는거 아닐까. 


사랑은 붕괴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에서 누구보다 유능했던 형사인 남자는,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로 인해 일에 철저했던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신념이 붕괴되었다고 느낀다. "나는 붕괴되었어요"라는 말은, 여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선언하는 셈이다. 

이 책속의 '돈'도 마찬가지. 


십오 분도 못 돼 내 스케줄은 전부 찢어지고, 부서지고, 쓸모없게 됐다. 로지가 접수했다. -책속에서



철저한 사람이 스케쥴이 찢어지고 부서지고 쓸모없게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드는 상대를 계속해서 만나는 일. 사랑은 그렇게 붕괴와 함께 온다. 


일반적인 신체 접촉을 불쾌하게 느끼는 돈은, 그러나 이제 섹스가 가능한 남자가 되었고, 섹스를 한 후에는 섹스없이도 단순히 포옹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사랑이 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사랑이 깨닫게 해주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로맨스 소설이 하는 일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은 그걸 잘 해내었다.



"자네는 그런 말로 표현하는군. 약간 낭만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싶다면, 나는 자네가 사랑에 빠졌다고 하겠어." -책속에서


나는 39세이고, 키가 크고, 몸매가 좋고,
지적이고, 부교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와 평균 이상의 수입을 가지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나는 광범위한 여성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 동물의 왕국에서라면 나는 재생산에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뭔가 여성들이 매력적이지않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 나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 쉽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결함이 내가 낭만적인 관계를 맺으려 시도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 P8

"VGA 케이블로 안내 부탁드립니다. 6시58분이에요."
"괜찮아요. 우리는 7시 15분 전에 시작한적이 없어요. 커피 한잔하실래요?" 줄리가 말했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이토록 낮게 평가할까? 이제 우리는 피할 수 없이 잡담을 하게 될 것이다. 십오분 동안 집에서 합기도 연습을 할 수도 있었는데. - P17

로지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학창 시절기억이 되살아났다. 좋은 기억이. - P121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 P204

왜 우리는 다른 일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떤 일에 집중할까? 우리는 목숨을 걸고 한 사람이 빠져 죽지 않게 구하려 하지만, 아이 수십 명을 굶어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기부는 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대량 생산과 설치까지 고려한다면 사실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는데더 효율적인 공공시설 프로젝트에 기부하기보다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다.
이런 영역에서 내 의사 결정이 사람들 대부분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나도 같은 종류의 실수를 범한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즉각적인 자극에 반응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돼 있다. 우리가 직접 인지할수 없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반응에는 이성을적용시킬 필요가 있고, 이성은 본능보다 약하다. - P217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서 AM 2:30에 알람을 맞춰 놓고 침대에 들었다. 한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다음 날 아침 진과 달리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다. 가라테도 건너뛸 것이다. - P226

"그럼 나는 필요 없겠네요." 로지가 말했이건 진짜 이상한 반응이었다. 지금까지도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로지가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 P289

나는 감정을 탐지하고 인지하고 분석하면서 완벽하게 행복했다. 그것은 유용한 기술이었고, 나는더 잘하고 싶었다. 때때로 감정을 즐길 수도있었다. 힘든 때에도 나를 방문했던 누나에게느낀 감사,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난 다음 느끼는 원초적인 행복감. 그러나 우리는 감정이 우리를 못쓰게 만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 P297

혼란스러운 이유는 내가 커다란 부정적 가치-가장 심각한 것은 엉망이 된 스케줄와 커다란 긍정적 가치-그 결과 겪은 즐거운 경험ㅡ 를 동시에 담은 방정식을 다루고있기 때문이었다. - P300

지난 팔 주 동안 나는 성인이된 뒤 인생에서 누린 최고의 시간 세 번 중 두 번을 경험했다. 자연사 박물관 방문을 전부하나의 사건으로 칠 때 말이다. 그 시간은 두번 다 로지와 함께 있을 때였다. 로지와 연관성이 있는 걸까? 이를 알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 P439

"성인이 된 뒤로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어요." 내가 말했다. - P452

"젠장, 돈, 자네는 규칙을 어겼어. 언제부터자네가 규칙을 어겼나?" - P529

내 스케줄을 소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스케줄 없이 여드레를 보냈고, 수많은 문제와 마주쳤지만 비효율이나 시간이 조직화되지 않은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 삶에 미친 엄청난 혼란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었다. 로지를 둘러싼 불확실성. - P544

굴 한 개를 전자렌지에 넣고 몇 포 데웠다. 그러자 쉽게 열렸다. 따뜻했지만 맛있었다. 이번에는 레몬즙을 조금 짜고 후추를 쳐봤다. 환상적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느낌이었다. 새로 익힌 기술을 로지에게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굴이 지속 가능했으면 하고 바랐다. - P547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예측하기 어렵지요." - P575

"난 오늘 밤 여기서 당신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여생을 누군가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걸 깨달으면 그 여생을 가능한 빨리 시작하고싶으니까요.
" - P586

"바로 지금인 것 같아요. 내가 살아오면서한 모든 일이 여기 있는 당신에게로 오는 길을 열어 줬어요." - P586

나는 로지를 껴안을 수 있다. 이것은 그녀가 나와 함께 살기로 동의한 이후 내가 가장큰 공포를 느꼈던 문제였다. 나는 일반적인 신체 접촉이 불쾌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섹스는 확실히 예외였다. 섹스는 신체 접촉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는 이제 섹스를 하지 않고도 껴안을 수 있고, 이것은 분명 때때로 편리하다. - P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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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30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쪽 말이에요. ‘나는 잘생겼고’ 그 말이 없어서 여성들에게 매력 어필 못한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니라고요? ㅋㅋㅋㅋㅋ

사랑에 빠지게 될때 다른 사람, 그러니깐 외부의 그 사람의 내면의 변화보다 나의 변화를 감지하기가 쉽잖아요. 저는 거기에서 오래 머문 사람이었거든요. 지금 저 사람을 좋아하는 내 마음… 이걸 확인하는데 오래 걸려요 ㅋㅋㅋㅋ돈이 저 같네요. 자신이 로지를 사랑하고 있는데도 깨닫는데 시간이 걸린…

소설 읽는 남자도 드문데 로맨스 읽는 남자라니ㅋㅋㅋㅋㅋ 이런순😘😍🥰

다락방 2025-08-30 22:31   좋아요 0 | URL
앗, 단발머리 님 덕에 ‘나는 잘생겼다‘ 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역시.. ㅋㅋㅋ

저도 그가 이 책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검색했을 때 그것이 로맨스 소설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한 생각은 ‘역시 로맨스 시장은 대한민국과 세상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역시 로맨스 소설을 영어로 써야한다‘ 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이 소설을 로맨스 적으로 저에게 얘기한건 아니었고, 어린 시절 자신이 돈하고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분단위로 계획하고 연애할 때 조차도 그걸 반영해야 했던 사람이요.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대요. 제가 항상 남자들이 로맨스 소설을 읽어야한다고 부르짖어 왔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세상에, 읽고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여간 저는 붕괴되었다가 회복되었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5-09-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에 한 권이라니 무슨 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1 23:36   좋아요 0 | URL
그나마 한 권이라도 읽었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진짜 역대급으로 독서 못한 몇개월이었어요 와.. 이제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5-09-0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다락방 초 경제독서 ㅋㅋㅋㅋㅋ 한 권 읽은 이걸로 리뷰/페이퍼 다 뽑힘!🤣🤣🤣 책 사~!!

다락방 2025-09-05 17: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나 말입니다. 로지 프로젝트가 큰일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