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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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위로하고 남편 말에 귀기울이며 이쓰미는 혼잣말 한다. 혹시 정말로 계속 목욕을 안 할 거야? 놀라웠다. 이 온화한 사람과 결혼하고 삼십대도 중반을 넘기면서 이제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일 따위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를 가지려는 것도 그만뒀고, 부부 둘이 그런대로 즐기면서 나이를 먹어가리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상상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몹시 빨라서 마치 징검다리 같았다. 서른다섯 살인 지금, 쉰 살 무렵, 일흔 살 무렵, 그리고 죽음. -p.22



다른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평생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타인에 대해서는 오죽할까. 나만해도 족발의 뼈까지 뜯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젠 뼈에 붙은 고기까지 먹는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샐러드 좋아해서 뷔페에 가면 샐러드 먼저 먹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야채가 싫어져 샐러드를 잘 먹지 않는다. 야채를 좋아하는 건 변함없지만 익힌 야채쪽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 그리고 좀 더 젊은 시절의 나는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 페미니즘 책을 읽고 강의를 부지런히 따라 다녔으며 2018년 부터는 숫제 페미니즘 책 읽기를 같이 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깨달을 때면 어김없이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하게 된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살아간다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따라와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대의 수많은 장점도 그렇지만 단점을 알면서도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은거. 사랑하지 않는다면 단점 하나에도 돌아설 수 있고 손을 놓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은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차 허락할 수 없는 치명적인 조건 혹은 한계가 있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결혼하기로 결심한 남자는 결혼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알고 지낸 남자다. 이런 남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함께할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이 남자와 나의 수입으로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떨지 예측할 수 있고 이 남자와 나의 식성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어떨지도 예측할 수 있다. 이 남자와 나의 성격으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그건, 지금까지의 나와 지금까지의 당신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고 지금의 이 남자가 다른 남자가 된다면 그 때의 나는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나랑 감자탕을 맛있게 먹던 남자였는데 결혼후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다면? 나와 함께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일회용품에 중독되어 버린다면? 나와 함께 여성의당을 지지하다가 결혼 후에 이준석을 지지하게 된다면? 이런 변화들 속에서 어떤 것들은 비록 '그럴 줄 몰랐지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랑 감자탕에 소주 먹는 시간 너무 좋아했지만 채식주의자가 된다니,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음식을 차려두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일회용품을 생각없이 사용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새끼랑 못살겠다 하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준석을 지지한다면..... 그만 두자, 이런 쓸데없는 상상은.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의 기준에서 남편(혹은 연인)의 어떤 변화들은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겟지만, 그러나 아무리 '당신이어도' 도저히 안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폭력일 수도 있고 포르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냄새도 그렇다. 나는 냄새 진짜 참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언제나 그런것처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대상을 넣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 누군가를 대입해놓고, 그 사람이 어느날 목욕을 거부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뭐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아니, 아니다. 나는 사랑할 수 없다.


이래서 어렵다. 만약 이 남자가 애초에 목욕을 싫어하는 남자고 냄새나는 남자였다면, 이 남자를 사랑하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나는 냄새 나는 사람 정말 싫어하니까. 연인들이 섹스하기 전에 손도 안씻고 덤벼들면 너무 짜증이 나서 손씻고 오라고 말을 해야 하는게 나다.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더 강박적이거나 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씻지 않은 손으로 나를 만지는 거 너무 끔찍하다. 너무 더럽다. 나는 요즘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곤 하는데, 그건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자들로부터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냄새들이 너무 힘들고 그래서 마스크를 쓴다. 더 강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냄새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기는 하다. 비온 후의 숲냄새를 좋아하고 값비싼 캔들의 향도 좋아한다. 요가센터의 인센스 스틱 향도 좋아하고 갓 내린 커피의 향도 좋아한다. 땀냄새보다 향수를 좋아하고 땀냄새보다 차라리 진한 향수를 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사랑해서 내가 선택한 사람,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함께 잠드는 사람이 어느 순간 목욕하기를 그만둔다?


와- 대환장...



책속 남편은 성실하게 직장생활 잘 하고 아내와도 사이가 좋았는데 어느날 목욕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한다. 어쩌면 얼마전에 회사 후배가 장난으로 물을 뿌린 뒤에 충격을 받고 그렇게된 건 아닐까, 어쩌면 우울증인걸까 추측해봐도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남편은 수돗물의 냄새를 견딜 수 없고 그래서 목욕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가끔 생수로 얼굴만 닦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냄새가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내는 남편이 회사에서는 괜찮은건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괜찮은지 걱정된다. 게다가 냄새가 점점 더 심해져서 생수를 잔뜩 사와 머리라도 감으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감으면서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로부터 냄새가 가실 일이 없다. 그의 냄새는 더 진해지고 더 지독해진다. 그런 그가 참을 수 있어하는 물 좋아하는 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비가 오면 그걸로 자신의 몸을 흠뻑 적시고 들어와 마른 수건으로 닦는다. 아내는 혹여라도 남편에게 상처를 줄까봐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제발 씻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울면서 애원하거나 하지도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랄까. 씻지 않는 남편도 짜증났지만 나는 이 아내는 뭐 이렇게 착해가지고 이런 남편을 받아들이려는걸까 수십번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고 나에게는 남편이 없는걸까? 그런데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보게 된다.



용서하고 싶어서 괴롭다. 유약한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미쳐가는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p.133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 목욕할 수 없다는 남편을 이해한다. 나는 종이컵에서 냄새 나서 종이컵의 음료는 마실 수 없다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다. 나의 경우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리고난 후에 나는 그 특유의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햇반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넘기지만 나는 도저히 넘겨버릴 수 없는 냄새가 누구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편은 그 수돗물의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내는 처음에 같이 목욕을 안해보기도 하면서 어쨌든 남편과 계속 함께하는 삶을 택했고. 남편은 회사에서 영업직이었는데 당연히 남편의 냄새는 회사에서도 문제가 된다. 대중교통 안에서는 남편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런 남편이 어느날 아내의 친정 근처에 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에 가 강가에 몸을 담그면서 기뻐한다. 그래, 남편과 함께 사는 삶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도시가 아니라면 가능해진다. 도시가 아니라면 한적한 시골에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매일 강물에 몸을 담그면서, 어쩐지 고독하지만 자유로우면서 둘이 함께하는 삶이 가능해질것이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들을 바꿔나간다. 



나는 목욕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기 싫다. 목욕을 거부하는 사람과 특히나 함께 살아가는 건 싫다.

책에서도 아주 오래전의 인간에겐 목욕이란 게 없었을 것이라고, 이렇게 가끔 강물에나 몸을 담갔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 오래전의 삶을 굳이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 삶을 선택한 사람을 '그래 그 땐 그랬겠지' 하면서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의 감정이 절실하지 않다. 사실 그런 감정이 별로 없고, 그게 왜 어떤 사람들에겐 이렇게나 절실한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감정,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상대의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만들것이다. 그런 감정이 결국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유지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이렇게 냄새를 풍기다니 나는 혼자인 편을 택하겠어! 쪽인 것이다. 인생이여..



나는 백화점에 들어섰을 때 백화점 특유의 1층 향수 냄새 화장품 냄새를 좋아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때면 그 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나는 세속적이야, 백화점 1층 냄새 너무 좋아!' 한다. 백화점 쇼핑하다가 나눠주는 캔들이나 향수 시향지는 받아서 향을 맡곤한다. 좋으면 그 매장에 찾아가 이거 뭐에요? 묻고 사들고 들어올 때도 여러번이다. 일전에 추운 겨울 나에게 자켓을 벗어주었던 남자에게 그 자켓을 돌려주었을 때, 그가 집에 가는 길에 '내 자켓에서 니 향수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순간 같은 것을 나는 좋아한다. 이런 나는 그래서 어떤 인간 본연의 체취가 싫다. 향수를 뿌리지 않거나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간혹 은은한 그 사람 고유의 체취가 난다. 싫어서 도망갈 정도는 아니지만 '아 체취난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술에 떡이 되어 들어가도 샤워를 하고 자는 이유는 하루만 안씻어도 몸의 구석구석에서 지독한 냄새들이 풍기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냄새역시 나에게는 상상 가능한 지점이기 때문에 그래서 씻지 않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미 지독한 냄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 갑자기 부츠 벗고 섹스하는 씬이 나온다거나, 하루종일 일하고 그대로 만났는데 상대의 다리 위에 앉아버린다든가 하는 씬이 나오면 증맬루 너무나 괴롭다. 아직 씻지 않았는데 겨드랑이와 똥꼬에서 얼마나 냄새가 날까 ㅠㅠ 이런 것 때문에 나는 너무나 괴롭다. 그런데,


지독한 외로움, 지독한 혼자 되기 싫음, 어쩌면 지독한 사랑, 어쩌면 지독한 받아들임은, 씻지 않은 채로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는 남자와 같이 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잠들게 한다. 어쩌면 책 속 아내에게 냄새는 그렇게까지 예민한 지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랑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 속 아내에게는 인류애가 더 크게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만 돌아서버리는 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틀린 사람 취급하는 건 인간에게 권장되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나와 다른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지지하지만, 그러면서 이게 뭐야, 아니 목욕하지 않는 사람은 못받아들여 하는 이 나는 뭐란 말인가... 바람직한 인간, 피씨한 사람은 나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아, 그렇지만 


안돼, 나는 안되겠다 정말 안되겠어.

갑자기 변해버린 게 목욕이라면, 아, 나는 안되겠어. 어떻게든 함께할 방법을 찾느니 나는 혼자를 선택하겠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책은 냄새 얘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냄새에 집중한 건 이 책을 읽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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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7-05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엄청 빨리 읽었네요?!
저 남편 그래서 대체 왜 안 씻게 된 건지 나오기는 나오나요? 전 이 책 소개 보면서 아내는 참는다고 쳐도, 회사 사람들은 뭔 죄냐... 싶더라고요. -_-;;

찌찌뽕! 저도 햇반 특유의 냄새 안 좋아해요! 그리고 감자탕... 일회용품... 그래 그래 하다가 ˝이준석 지지자˝에서 빵터졌습니다. 이준석 지지자는 절대 못 만날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다락방 님 요즘도 전철에서 마스크 쓰는군요? 마스크 써도 냄새는 다 들어오잖아요... 전 (사랑하는 사람 제외하고) 사람 체취도 그닥이지만 향수 냄새 진한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향수 진하게 뿌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자리 옮기기도 해요..;특히 약간 너무 과하게 달콤한 향 맡으면..... 꾸엑..... 하지만 다락방 님 만날 땐 향수를 좀 뿌리고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5 10:51   좋아요 3 | URL
남편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서 씻기 싫다고 해요. 그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인 것입니다.
당연히 회사 사람들에게도 민폐라 회사 상사가 남편의 엄마에게 -.-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요즘도 마스크를 계속 쓰지는 않고요, 가지고 다니다가 윽, 냄새가... 싶으면 마스크를 씁니다. 마스크를 쓰면 그래도 좀 나아지거든요. 휴.. 특히 요즘은 남자들 땀내가 ㅠㅠ 참 신기하지요? 모두에게 여름이고 모두에게 땀나는데 왜 유독 남자들에게선 지독한 냄새가 날까요 ㅠㅠ

잠자냥 님 향수 안뿌리고 오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거 아세요? 사람이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은 냄새 영향도 있대요. 내가 맡는다고 인지하지 못함에도 서로의 체취가 맞기 때문에 서로를 받아들이는 거래요. 저는 잠자냥 님이 향수 안뿌려도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4-07-05 10:53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되게 얇아서 후딱 읽어요 ㅎㅎ

잠자냥 2024-07-05 10:53   좋아요 3 | URL
아니 이놈아! 수돗물 냄새가 니놈 냄새보다 낫겠다!!!! 소리 지르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나 마지막 단락 심쿵..........

건수하 2024-07-05 11:58   좋아요 2 | URL
저는 진한 향수 냄새도 힘든데… 코가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아침마다 향수 뿌리는 사람이 있어서 아침엔 그 근처에 안갑니다.. 그 사람은 1층 말고 백화점 2층 (보통 명품관) 냄새를 좋아하더라고요.

아내가 만성 비염 환자면 읽는 사람이 좀 돌 괴로웠을까요?;;; 작가가 이 소설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다락방 2024-07-05 12:32   좋아요 2 | URL
제가 냄새에 좀 집착하는 사람이라 냄새에 대해 쓰긴 했지만 책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생각도 있었다고 보여지고요 도시와 시골 생활의 차이도 보여주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건 도시의 삶이어서가 아닌가 라는 것도 계속 얘기해줍니다. 실제로 목욕하지 않고 살아가는 남편이 도시에서는 지독한 냄새를 풍겼지만 시골로 옮기고 매일 강에 들어가면서 그 냄새가 약해지긴 하거든요. 이 책이 좋은 책이라서 추천을 하겠느냐 라고 하면 딱히 그럴것 같진 않은데요, 읽는 사람에 따라 저보다 더 많은 걸 가져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건수하 2024-07-05 13:38   좋아요 1 | URL
음음 그런 얘길 할 수 있겠군요. 소재가 좀 자극적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환경에 대해 자각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어필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안 읽겠지만…

독서괭 2024-07-05 13:52   좋아요 2 | URL
저도 언젠가 다락방님 만날 날이 오면 향수 뿌리고 가야겠다고 생각 ㅋㅋㅋ

건수하 2024-07-05 14:03   좋아요 2 | URL
전 제 코가 괴로워서 향수 뿌리는 거 안 좋아하는데 다락방님 만나러 가려면… 감수해야겠군요… 후… (만나준다고 하신 적도 없는데 미리 걱정)

다락방 2024-07-05 14:30   좋아요 4 | URL
여러분 향수 안 뿌려도 돼요 제가 만난 여자들중 향수 뿌린 여자들보다 안뿌린 여자들이 훨씬 많았는데요(뿌린 여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전혀 싫지 않았습니다. 일단 남자분들이 아니라면 향수 안뿌리셔도 정말 괜찮습니다. 걱정하지들 마셔요!!!

(특히 남자가 향수 뿌리는 걸 좋아함)

잠자냥 2024-07-05 15:11   좋아요 3 | URL
다사모 모임에 참석 건수하 ˝방 안 가득 채운 온갖 향수 냄새... 차마 못 들어가고 발길 돌려˝ 고통 호소

단발머리 2024-07-05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생리할 때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싫어서.... 고등학교 때 돈도 없는데 좋은 향수 아닌 독한 향수 사가지고 그 기간에만 뿌리고 그랬죠ㅋㅋㅋㅋ 독한 냄새로 이 냄새를 덮으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향수 세일하면 꼭 들여다 봅니다. 저번에 구입할 때는 직원이 30% 세일이라 면세점 보다 싸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은 패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5 12:39   좋아요 3 | URL
저는 생리할 때 냄새가 너무 싫어서 그 때만 향수 쓴다는 여자사람들을 그전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학생 때는 생리할 때 유독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그게 저한테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성인이 되고부터는 무조건 매일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생리중에도 향수 뿌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향수 뿌리는 거에 비해서 제 몸에서 딱히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진한 향수를 뿌려야(샤넬 라인) 그나마 좀 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샤넬 넘버파이브를 참 좋아하는데요, 제 친구중 하나는 향수는 다 좋은데 샤넬 넘버파이브는 싫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진해서. 전 진한 향수 좋아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님도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 전 항상 이런 제가 너무 자본주의에 찌들은 게 아닌가 가끔 반성하긴 하는데, 그래도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합니다. 흑흑 ㅠㅠ 단발머리 님도 좋아하신다니 너무 좋아요!!


아, 그리고 완전히 다른 얘긴데요,
일전에 제가 정희진 선생님이 ‘오바마와 애국의 계보학 저자가 사귀엇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 얘기를 어디 가면 내가 읽을 수 있나 궁금하다 한 적 있잖아요. 혹시 기억하실까요? 그거 미국에서 전기작가가 쓴 오바마 전기에 나온대요! 그런데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것 같고요. 전 그거 번역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으흐흐흐흐

단발머리 2024-07-05 12:45   좋아요 1 | URL
샤넬 넘버 5는.... 저는 좀 진하더라구요. 그러나 구입은 1번 해보았죠. 그 날이었죠.
내가 샤넬을 뿌리고 간 날, 다락방님이 내게 향수가 뭐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샤넬 넘버 5라고 답했죠.
삼겹살집의 막강 고기 냄새를 뛰어넘는 샤넬 넘버 파이브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오바마 전기‘라고 검색하니, 2017년에 그런 책이 나왔네요. 기사 보세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적 야망에 청혼까지 했던 백인 연인과 헤어지고 미셸 여사와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마틴 루서 킹 목사 전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가 쓴 오바마 전기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을 소개했다.

개로는 대통령을 목표로 오바마가 수십 년간 어떤 계산을 하며 살았는지 파헤쳤다. 그는 이 책에서 오바마가 미셸을 만나기 전 사랑했던 한 백인 여성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WP가 소개한 책 내용을 보면 오바마의 옛 여자친구는 네덜란드계와 일본계 후손으로 한반도 전문가인 실라 미요시 야거 미국 오벌린대 교수다.

기사 링크요~~ https://www.wikitree.co.kr/articles/300581

단발머리 2024-07-05 12:47   좋아요 1 | URL
아직도......... 번역 안 되었네요.

다락방 2024-07-05 14:25   좋아요 1 | URL
아 단발머리 님, 제가 그 이야기가 하도 궁금해서 오바마랑 실라 미요시 야거 이름 넣고 검색했었거든요. 그랬더니 링크 주신 그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알게 됐어요. 아 오바마 전기에 나온 내용이구나. 그래서 데이비드 개로가 썼다는 오바마 전기를 또 검색했더니 아직 번역이 안됐더라고요. 저는 왜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궁금할까요? 하하하하하. 얼른 사놓은 애국의 계보학이나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맞아요, 샤넬넘버파이브는 단발머리 님의 향수입니다. 제가 그날 삼겹살 집에서 여쭤봤었죠. 아, 이거 뭐더라, 뭐더라, 이거 내가 아는건데, 하다가 물었는데 그게 똭!! 제가 그 뒤로 샤넬넘버파이브를 또 샀습니다. 샤넬은 넘버파이브도 좋아하고 샹스도 좋아해요. 저는 그렇게 진한 향기도 좋습니다. 으하하하하.

독서괭 2024-07-05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마지막 줄이 반전인데요? 냄새 얘기가 아니었어요? ㅋㅋㅋ 다락방님이 어쩌다 이 소설을 읽게 되신 걸까 궁금했는데 .리뷰는 온통 냄새 얘기 ㅋㅋㅋ
어쩐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생각나는데.. 딱히 큰 계기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설정이요. 흠..
아무튼 이 책은 읽고 싶지 않군요 ㅋㅋ

잠자냥 2024-07-05 14:03   좋아요 2 | URL
다사모 달자 님이 읽어보시라고 해서...

다락방 2024-07-05 14:29   좋아요 1 | URL
냄새는 자기만 괜찮다면 사실 타인을 위해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잖아요. 그렇다면 목욕을 안하고 다른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간다면.. 그건 딱히 나쁘다고 볼 수 없지 않나 싶고요. 되게 이상하고 치료해야 할 것 같고-책 속에서도 병원은 가봤냐고 시어머니가 묻습니다- 그렇지만,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쁜건가? 그런 식으로 묻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그 뭐더라, 무슨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았었나요? 키우는 닭들 앞에서 닭을 잡아 먹는 장면이었던가, 개를 잡아 먹는 장면이었던가, 뭔가 하여간 되게 잔인한 장면을 보고 그랫던 것 같은데요. 아.. 이건 채식주의자 가 아니라 한강의 다른 소설이었던 것 같네요.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달자 님의 이 글 때문이었습니다.

https://blog.aladin.co.kr/pourkkahier/15663356

독서괭 2024-07-05 15:23   좋아요 1 | URL
달자님 추천이었군요!

다락방님, 채식주의자에 그거 나오는 거 맞아요. 마을 사람들이 개를 때려잡아서 먹는 장면이었을 거예요. 근데 어릴 때 본 그 장면 때문에 갑자기 채식주의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거든요. 특별히 꼬집을 이유가 없어서 더 묘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당.
혼자서 살아간다면야 안 씻어도.. 되겠지만.. 혼자 안 사는데.. 부인 있는데?? ㅠㅠ 아무튼 서울은 안 됩니다. 지하철, 버스, 어쩔 거예요. 아오..

다락방 2024-07-07 13:26   좋아요 1 | URL
특히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의 냄새는...저는 그런 사람과 같은 칸에 있다면 다른 칸으로 옮기거나 내릴겁니다. ㅠ 저 사람이 상처받겠지, 하면서 그걸 참아낼 사람이 저는 아닙니다. ㅠㅠ

자목련 2024-07-05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댓글과 별개로, 다락방 님 <우리가 본 것>도 분량 적은데..
근데 같이 밥 먹고 한 침대에서 계속 잔다고요? 대단한 아내...

다락방 2024-07-07 13:26   좋아요 0 | URL
네네, 우리가 본 것도 곧 읽을 예정입니다. 어휴 읽을 책 왜이렇게 많지요?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ㅎㅎ

망고 2024-07-0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편은 혼자 자연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4-07-07 13:24   좋아요 1 | URL
망고 님, 남편은 혼자 지낼 생각도 있지만 아내가 그와 함께 있길 원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직장을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오는걸 원한게 아니었는데, 아내는 그렇게 합니다. 이것을 찐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저 남편은 혼자 지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런 남자를 아내는 선택했습니다. 혼자이기보다는 냄새나는 남자랑 같이 하는 쪽을...

달자 2024-07-0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떨결에 다락방님께 지독한ㅋㅋㅋㅋㅋㅋ독서를 안겨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7 13:25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책은 번갈아 시골에서의 유년 생활 보여주며 더 많은 걸 말하려고 했다고 보여져요. 제가 냄새에 꽂혀버린 거지요. 달자 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셨어요? 달자 님의 감상도 들려주세요!!

달자 2024-07-07 17:01   좋아요 0 | URL
제 감상은 요기에 ! https://blog.aladin.co.kr/pourkkahier/15670994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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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런데이는 5분간 웜업을 한 뒤 5분간 달리고 3분간 휴식하며 걸은뒤 다시 20분을 달려내는 거였다. 그리고 다시 5분간의 걷기 쿨다운으로 마침. 

처음 런데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1분 달리기로 시작했는데 1분은 1분 30초가 되고 2분이 되더니 3분이 되었다. 3분을 다섯차례 달려야 했을 때는 입에서 피맛이 났다. 와, 3분 달리기 너무 힘드네!! 그렇게 힘겹게 3분 달리기를 마치고 시간은 점점 늘어났고, 어제는 급기야 쉬지 않고 20분 달리기에 이르렀던 거다.


어제 20분 달리기 전에 가장 오래 달린 시간은 연속 15분 이었다. 15분도 간신히 달렸던 터라 20분을 과연 달릴 수 있을까 두려워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실 10분을 그리고 15분을 달리는 것도 늘 두려웠지만 기어코 달려내긴 했으니까. 20분은 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하였지만 런데이 앱은 어떻게든 그 다음을 해낼 수 있게 준비시키는 것 같았다. 너무 힘들면 포기하자, 하면서 시작했다. 너무 힘들면 포기하자, 그러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끔 천천히 달리자, 천천히 달려도 페이스가 8분은 안넘어갔으면 좋겠네. 이런 다짐들을 하며 충실하게 런데이 앱을 따라갔다. 아마도 15분쯤 즈음이었던 것 같다. 호흡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앱에서는 1분 달리기 때부터 호흡의 중요성을 얘기해줬던 터다. 네가 편한대로 쉬어라, 꼭 코로 숨쉬지 않아도 된다, 그런 법칙은 없다, 입으로 쉬고 싶다면 입으로 쉬어라, 다만, 산소를 충분히 들이마셔라!


그간 나는 입으로 숨을 쉬어왔고 호흡때문에 고통스럽진 않았기 때문에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20분 달리기에서는 호흡이 흐트러지고 힘들어지는 때가 와버리고 말았다. 산소를 들이마시라고 했어, 그게 중요하다고 했어, 나는 의식적으로 힘껏 산소를 들이마시려고 했지만, 내뱉는 것보다 짧았고 그것이 반복되자 더 힘들어졌다. 들이마시자, 들이마시자, 들이마시자. 앱에서는 이제 3분이 남았다고 알려줬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들이마시자, 들이마시자. 이제 1분이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들이마시자 들이마시자. 그리고 곧 달리기를 종료하겠다고 알려왔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 가장 긴 연속 달리기를 해냈다. 


달리기를 마치고나자 바로 피로가 찾아왔다. 그리고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는 열심히 호흡에 신경쓴다고 썼지만, 아마도 산소는 부족했는가 보았다. 와, 다리나 엉덩이, 무릎 통증보다 먼저 잠이 쏟아지려 하다니. 나는 앱에서 시키는대로 쿨다운 걷기를 마친후, 양재천에 있는 계단에 앉아 잠시  쉬었다. 페이스는 간신히 8분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어쨌든 20분 달려냈다. 다음회차에서는 몇 분이려나, 확인했더니 25분 이었다. 와, 지금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여기서 5분이 더 늘어난다고? 내가 25분 달리기에 도전해야 한다고? 벌써 두려워졌지만, 그동안도 늘 두려움 속에 달려왔고, 아직까지 한 번도 중도에 달리기를 포기하거나 걷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자고 연신 되뇌이면서도 그러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있다. 그래, 일단 한 번 해보는거지, 뭐.


어제 그토록이나 긴 20분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안돼, 포기하지마, 하루키는 11시간을 달렸다고!' 였다.


맞다, 하루키는 100킬로미터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해 11시간 이상을 달리기도 했다. 그는 마라톤에서 걷지 않는 사람이었고 느려도 어떻게든 계속 뛰는 사람이었다. 열한시간 달릴 때조차도 앉아서 쉬지는 않았다. 앉아서 쉬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하루키가 달리는 사람인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아니, 100킬로미터 마라톤이라니, 이런게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네. 그러고보니 어떤 러너는 프랑스 와이너리 마라톤에 참여하면 와인도 마시고 스테이크도 먹고 그러면서 달린다고 했던 것 같네. 어쨌든 20분 달리기가 너무 힘들고 괴로웠는데, 나는 그래서 자꾸 나에게 '하루키는 열한시간도 달렸다!' 했다. 그게 나에게 힘이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흐음, 잘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젊은 시절 부터 매일 한시간씩 조깅을 해왔고 그렇게 성실한 러너로 20년 이상을 살면서 마라톤에도 매년 참가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달리기를 놓았던 공백기가 있고, 이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공백 후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쓴 책이다. 다시 하루 평균 10킬로미터를 뛰는 일을 하루키가 하고 있었다. 왜 굳이 그에게 달리기여야 했는가도 이 책에 잘 나와있다.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소설가가 되고 나서 만나야 할 사람도 생기고 해야 할 일도 생겼던 그에게 누가 말걸지도 않고 자신이 말걸지 않아도 되는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은 달리기가 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하는 운동도 하고 싶지 않고 도구를 사용하는 운동도 하고 싶지 않다는 데에서 나는 하루키랑 동질감을 느꼈다. 나는 도구나 기구가 필요한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 맨 몸으로 해내고 싶은데,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중에는 바로 그게 있었다.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나만 필요했다. 오로지 내 자신만. 그런데 달리기도 그랬다. 달리기는 그저 나 하나만 있으면 됐다. 아, 물론 이건 뛸 공간도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 내 달리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뛰는 공간이다. 주말에야 올림픽공원에 가서 뛰지만, 평일에는 집 근처에 뛸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회사 앞 양재천에서 뛰어야 하고, 그렇게 뛰고 나면 얼굴은 시뻘개진 상태, 땀 범벅된 상태로 집까지 가야 하는 커다란 임무가 남아있다. 물론, 순대국밥 먹기도... 땀 겁나 흘린 뒤에 순대국밥 흡입하기가 이즈음의 루틴..이랄까. 어제도 순대국밥 코박고 먹었네. 하아-


자, 다시 하루키의 달리기로 돌아가면, 그런데 하루키는 자신이 소설 특히나 장편 소설을 써내는데에도 달리기는 아주 중요했다고 말한다. 지금 자신이 써내는 소설이 자신의 마음에도 들지만 거기엔 필시 큰 지구력과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장거리 달리기가 아주 도움이 됐다는 거다. 그리고 덕분에 자신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음, 나는 장편 소설을 써내는 소설가는 아니지만, 그러나 달리기를 오래 지속해서 하루키 말대로 근육의 위치가 새로이 잡히고 또 체력이 빵빵해져서 뭐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바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하루키는 장거리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슬슬 붙기 시작한 뱃살이 빠졌다고 하는데, 쳇, 나는 왜 계속 배가 나오지? 하루키는 10키로 달리고 나는 5키로도 채 달리지 않기 때문인가? 하루키는 매일 달리고 나는 일주일에 많아야 세 번 달리기 때문인가? 런데이 앱에서도 달리기를 믿으라고, 분명 체중이 준다고 말했는데, 그 날은 과연 내게 언제 오는가. 왜 하루키에게는 금세 오는데 나에게는 올 생각을 안하는가. 물론, 체중 감량도 목표지만,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체력이 좋아지고 건강해지길 바란다. 내가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체력 때문에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내 달리기에는 그런 뜻이 있다. 



하루키는 달리기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경쟁하고 또 자신과 싸워야 하는 거라고.

런데이 앱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을 앞서가려고 하지 말고 경쟁하려고 하지말라고. 달리기는 그런게 아니라고. 그런데 나약한 자신과는 싸우라고. 자신과 싸우라고 자꾸 얘기한다.


하루키와 런데이 앱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자신과 싸우라'는 부분이 그런데 나는 너무 싫다. 나는 자신과 싸우는 걸 어릴 때부터 싫어했다. 아마도 그래서 뭐가 됐든 일등도 못하고 챔피언도 못하고 다이어트도 못하고 그러는 것 같지만, 아니, 왜 자꾸 싸움붙여? 난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부둥부둥해주며 살고 싶어. 저는 달리기를 열심히 해볼테지만, 자신과 싸우지는 않겠습니다. 살살 달래며 함께 가겠습니다. 맛있는 것도 사먹이면서... 먹임은 사랑. 나는 나를 사랑해. 먹이자.


하루키는 매년 마라톤에 나가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딱히 마라톤에 나갈 생각은 없다. 일전에 '김상민' 의 [아무튼, 달리기]를 읽고 '나도 언젠가 파리 마라톤에 나가야지!' 했지만, 사실 그걸 구체적으로 꿈꾼건 아니다. 20분 달리기 하고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 내가 4시간 이상을 과연 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 각지에서 뛰겠다고 온 러너들과 함께 달리는 건 퍽 즐거울 것 같긴 하다. 뭔가 짜릿할 것 같아! 하루키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나이가 50대였는데, 그리고 어떤 마라톤에서는 나이든 여성이 자신을 앞질러가는 걸 보기도 했는데, 사람 일 모르는거지, 어쩌면 나는 50대에 머리서기를 성공하고 60대에 파리 마라톤에 나가 젊은 남자들을 따돌리는 러너가 되어 있을지도?



만약 과거의 나에게 누군가가 '네 인생 그 시점에 너는 아마 달릴 것이다' 라고 했다면 '웃기시네!' 햇을 것이다. 달리는 일이야말로 나랑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아니 나랑 아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달리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달리고 싶다. 나는 그야말로 러너가 되고 싶다. 


하루키의 이 책은 나에게 재독이다.

아주 오래전에, 하루키를 좋아해서 하루키의 재미있는 문장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지금은,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러너 입문자로서 읽는 이 책에서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달려 달리기 능력 최대치에 이른 슈퍼 러너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감히 하루키만큼은 꿈꾸지 않지만, 그래도 러너가 되고 싶다. 누군가 묻는다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가를 하고 달립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많이 먹습니다'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나는 그야말로 러너가 되고 싶다.

나는 물론 대단한 마라톤 주자는 아니다. 주자로서는 극히 평범한-오히려 그저 평범한 주자라고 할 만한-그런 수준이다. 그러나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P27

달리는 거리가 늘어감에 따라서 체중도 줄어갔다. 2개월 반 만에 7파운드가 줄고, 배 둘레에 조금씩 붙기 시작한 군살도 빠졌다. 7파운드라고 하면 3킬로그램 정도 된다. 정육점에 가서 3킬로 그램의 고기를 사서 손에 들고 집까지 걸어 돌아오는 걸 상상해 보기 바란다. 아마도 그 무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의 무게를 몸에 붙이고 살아왔구나, 하고 생각하면 꽤 복잡한 기분이 든다. 보스턴에서의 생활에는 생맥주(사무엘 아담스의 서머에일Summer Ale)와 던킨 도너츠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래도 매일의 집요한 운동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 P34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 P35

어쨌든 나는 다시 한 번 ‘달리는 생활‘을 되찾았다. 꽤 ‘착실하게‘ 달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제법 ‘진지하게‘ 달리고 있다. 그것이 50대 후반을 맞이한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도 잘 알 수 없다. 아마도 뭔가를 의미하고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고, 대단한 분량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는 뭔지 모를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뭐가 어찌 됐든, 그저 한결같이 달리고 있다. - P43

8월 14일, 일요일. 앙침나절에 칼라 토머스Carla Thomas 와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음악을 MD로 들으면서 1시간 15분간 달렸다. 오후에는 체육관의 풀에서 1,300미터를 수영하고, 저녁에는 해변에 가서 수영을 했다. 그 뒤에 하나레이 거리의 입구 근처에 있는 돌핀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고, 생선 요리를 먹었다. - P49

내가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소정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든 마친 다음, 소위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효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번역 기술도 그렇게 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내 돈을 들여가면서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걸렸고 시행착오도 거듭했지만, 그런 만큼 배운 것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 P63

오랫동안 달리기를 계속하면 신체 근육의 배치가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 P69

만약 내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작정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내가 쓴 작품과는 적지 않게 다른 자굼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 투성이의 불분명한 인ㅅ냉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 P127

그리고 만약 매일 달리는 것이 그 같은 성취를 조금이라도 보주해주었다고 한다면, 나는 달리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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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6-05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너 다락방 응원합니다!

근데... 하루키는 달리기 이후 채소 곁들인 두부샐러드 정도 먹고 말았을 텐데, 다락방 님은 달리고 난 후 순대국밥 먹는 게 루틴이라 배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6-11 08:3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하루키는 한시간 이상 달리고나서 저녁엔 수영도 하거든요? 운동량도 엄청 많은데 소식하더라고요. 가벼운 음식으로 소식.. 나따위.. 배 나오는게 넘나 당연한 것인가.. 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두부샐러드 같은거, 나는 간식으로도 먹고 싶지 않다고욧! ㅠㅠ 땀 뺐으면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 해야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4-06-11 10:07   좋아요 0 | URL
국밥 먹으며 또 땀 빼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6-11 10:25   좋아요 1 | URL
냄새나는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6-05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명언: 먹임은 사랑. 나는 나를 사랑해. 먹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런데이 30분 달리기 8주 코스 막바지에 이르셨군요!! 마지막에 연속 뛰는 시간이 팍팍 늘어서 저도 당황했는데 그게 또 되더라고요?? 다락방님이라면 너끈히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전 트레이너 음성 처음 두어번 듣다가 꺼버려서 못 들었지만 ㅋㅋ 마지막 달리기 성공하면 멘트가 웅장하다고 하더라고요 ㅋ


다락방 2024-06-11 08:36   좋아요 2 | URL
저 마지막까지 달렸거든요? 잔뜩 기대했는데 뭐 그렇게 막 웅장하게 멘트해주진 않던데요? 아마 독서괭 님은 그간 안내멘트를 안들어보셔서 그런것 같아요. 항상 달릴 때마다 매번 잘했다 잘했다 우쭈쭈 해주거든요 ㅋㅋㅋ 그정도로 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멘트 끄고 달리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 경우에는 멘트가 있어서 달렸던 것 같아요. 2024년 저의 소울메이트는 런데이앱 안내자 입니다. 이게 바로 AI 와 사랑에 빠진건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청아 2024-06-0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나를 잘 먹이자! 저도 어제 런데이 했어요. 다락방님 저를 앞서 가셨네요. 저 한동안 런데이앱 쉬다가 어제 7분 달리기ㅋ 하루키의 저 책에서 런던마라톤?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런던 도심을 달리는기분. 저도 마라톤 가능할까 두렵지만 궁금해요! -평균 페이스 8분 동지 미미

다락방 2024-06-11 10:25   좋아요 1 | URL
저는 일요일에 드디어 8주 완료했습니다. 와 땀을 한바가지 흘렸어요. 뛰면서도 머리에서 뚝뚝 땀이 떨어지더라고요. 올림픽공원에게 감사했습니다. 미미 님, 기운내세요. 저는 앱의 안내방송 나오게 하는데 좋더라고요. 할 수 있다!! 이걸 자꾸 말해줘서 ㅋㅋㅋㅋㅋ 저는 8주완성했지만 흐음 마라톤은 너무 거대한 벽같네요 ㅋㅋㅋ 5킬로미터 마라톤 정도라면 좀 더 열심히 훈련한 뒤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런데 저는 음.. 모르겠어요. 일단 달리기 훈련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30분 하고 쓰러질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처음엔 3분 달려도 입에서 피맛이 났는데 30분이라니. 아무튼 달리기 꼬꼬마 열심히 해보렵니다. 미미 님,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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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진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책 뒤에는 부록으로 용어 설명이 실려있을만큼 그가 창조한 이 듄이라는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독자에게 매우 낯선 언어이고 그는 언어뿐만 아니라 모래벌레라는 새로운 생명체도 탄생시켰으며 이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조차도 기존의 인간 세계 인간들과는 다르다. 스파이스라는 새로운 식량은 사람의 눈동자를 변화시키고 베네 게세리트라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훈련을 읽힌 존재도 나오고, 하여간 읽으면서 와,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마어마하구나, 도대체 이런 걸 다 어떻게 만들어냈냐 싶어지는 거다. 새로운 이야기 자체를 만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아예 새로운 세계와 그에 따른 세계관을 만들어버렸으니. 이야,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라고 사실 새로운 세계에 별 관심 없는 나조차도 감탄하다가 이내 짜게 식어버린다. 왜냐하면, 프랭크 허버트는, 아주 수많은 것들을 새로 만들었으면서, 지구상에 없던 것들을 먹거리부터 옷, 도구, 언어, 문화, 세계까지 새롭게 만들어냈으면서, 그러나 그 모든걸 다 새로이 만들면서도 단 하나 단단하게 유지한게 있었니, 그 이름하여,



아이 세이 가부

유 세이 장제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가부장제란 무엇인가. 세상에. 그러니까 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 지금을 살고 있는 인간이 겪어본 적 없는 세계에서, 그러나 너무나 익숙한 가부장제는 펼쳐진다. 어머니가 아무리 오랜 시간 훈련 받아도 결코 아들을 이길 수 없으며, 심지어 아들이 두려워. 여자는 남편의 소유였다가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소유가 된다. 그뿐인가, 남자1과 남자2가 싸웠는데 남자2가 패배해 죽었다면, 네, 남자2의 아내와 자식들은 남자1의 소유가 됩니다. 여기에 아내와 자식의 의지나 뜻 같은 건 전혀 반영되지 않아요. 그런데 남자 1은 그 여자를 자기 소유로 하면서 아내로 삼을 수도 있고요 하녀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그렇게 차지한 여자를 아내가 아닌 하녀로 썼으니, 아하, 순진하고 착하구나, 감탄하라고 만든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우리의 남자주인공 다른 종족의 여자인간과 사랑하게 되어 아들을 하나 낳았으나, 그녀를 아내 삼은 건 아니라서요, 이 파벌 싸움에서 이기고 통합하여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공주랑 결혼하여야 하였으니, 이에 남주의 아들을 낳은 '챠니'가 슬퍼하는 건 불보듯 뻔한 일. 그러나 우리의 너무나 착한 남자, 자기 사랑은 아내에게 안주고 첩에게 줄거래. 쑈를 한다 아주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내가 어제 읽다가 육성으로 '지랄한다' 내뱉앴던 부분, 잠깐 같이 읽어보자.




"그럼 황제의 첩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난 어떤 칭호도 싫어. 아무것도. 부탁이야" 챠니가 속삭였다.

폴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언젠가 어린 레토를 품에 안고 서 있던 그녀의 모습을 갑자기 떠올렸다. 이번의 폭력 사태로 목숨을 잃은 그 아이, 레토를. "당신에게는 어떤 칭호도 필요하지 않게 될 거라고 내가 지금 맹세할게. 저기 있는 저 여자가 내 아내가 되고 당신은 첩에 지나지 않겠지. 이건 정치적인 일이고 우린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평화를 만들어내서 랜드스라드의 대가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우린 형식을 지켜야 해. 하지만 저 공주는 내 이름 외에 아무것도 갖지 못할거야.내 아이도, 내 손길도, 부드러운 누길도, 내 욕망의 순간도.

"내 아들에 대해 그렇게 모르는 거냐?" 제시카가 속삭였다. "저기 서 있는 공주를 봐라. 아주 오만하고 자신만만하지. 사람들 말이 공주 스스로 문학적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더구나. 공주가 거기서나마 위안을 찾기를 바라자. 그 밖에는 공주가 가질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테니까." 제시카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봐라, 챠니. 저 공주는 아내라는 이름을 갖겠지만 첩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결혼으로 자신과 묶여 있는 남자에게서 단 한 순간도 부드러움을 맛보지 못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말이다, 챠니. 첩의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는 역사가들에 의해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거다." -p.891~p.892



이 부분만 읽으면 이곳이 다른 새로운 세계라는 걸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냥 눈 돌리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세계랄까. 

챠니는 자신이 폴을 사랑하는데 폴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여자를 아내 삼는다니까 슬프고, 폴은 그런 그녀를 위로한답시고 그녀를 다정하게 대하지 않을 거래, ㅋ ㅑ 세상 다정한 남자 되시겠네요? 그리고 폴의 어머니는 우리는 첩이지만 세상은 우리를 기억할거래, 네 남편은 너를 사랑할거래, 네 땡큐 베리 머치요, 저는 팔자 폈네요 사랑받는 첩이라니 껄껄. 진짜 미친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저 아내는 뭐가 됨? 저 아내는 개똥임? 지가 뭔데 다른 한 명의 인간을 아내라는 자리에 세워두고 무시한대? 챠니를 위로한답시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응, 챠니 남자 굿 맨 이래야 되냐? 그러면 챠니는 나중에 친구 만나서 '응 나는 첩인데 남편이 아내보다 나를 더 사랑해' 이러는 부분? 그리고 아내는 나중에 친구들 만나서 '나는 아내지만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이러면서 울어야 되냐. 야, 결혼했는데 혼자 남겨져서 남편의 사랑을 못받는 여자라니. 이 여자는 이 여자대로 저 여자는 저 여자대로 괴로워야 하는데 그 중심에는 주인공 남자가 있었으니 두둥- 하여간 마리아 미즈 말대로 낭만적 이성애를 파괴해야 한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낭만적 이성애에 세뇌되어가지고 아주 그냥 못쓰게 되버렸어. 


그리고 저 892페이지의 인용문을 보면 말이지, 아주 중요한 문장이 나오는데, 이 세 명의 중심인물-폴, 챠니, 제시카-가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겠다는, 그러니까 결국 '사랑 받을 수 없는' 공주라는 인물의 큰 특징이 뭐냐, 바로 '문학적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서 그녀를 멸시하고, '거기서나마 위안을 찾기를 바라자' 면서 그녀가 가진 건 그게 전부라고 말한다. 와- 나 여기서 피해의식 돋았는데, 이거 너무 페미니스트 까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오버센스한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가 막혀서. 아니 그러니까 내가 몇해전 뉴욕에 갔는데 거기서 알게 된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남자가 나랑 얘기하다 그랬다니까.


"너 처럼 책 많이 읽는 여자 남자들이 싫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진짜 내 눈앞에서 들었다니까. 나한테 한 말이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화 하다가 그랬다고.


"와 이것봐 또 생각하네. 너처럼 생각 많으면 결혼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내가 진짜 들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문학적 재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저 여자는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할테니 거기서나마 위안을 얻도록 하자, 고. 명색이 주인공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눕니다. 



이렇게 내가 1권을 끝냈는데, 설마 2권에서 반전이 있나? 문학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름만 아내인 공주가 세상을 다 뒤집어 버리는건가? 프랭크 허버트 페미니스트인 부분? 그녀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해 졸라 가부장제에 찌든 사막 세계 보여준건가? 아니면, 챠니랑 공주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부분????????????????



마리아 미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가면 나을 줄 알았더니 그곳에서도 가부장제는 견고하며 여성들은 이중노동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했더랬다. 민주주의? 여성은 가부장제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회주의? 가부장제 확고합니다. 모래벌레가 기계도 잡아먹는 모래왕국? 가부장제 쩔어요. 프랭크 허버트는 세상 모든 걸 다 새로이 상상하고 만들어낼 순 있어도 가부장제는 건드릴 수 없었다. 여성은 남성을 '돕는' 존재이며-무릇 창세기의 이브가 아담을 '돕는' 존재였던 것처럼- 여성은 남성의 소유이다. 거기에 대해서 프랭크 허버트는 아무것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할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걸 굳이 바꿀 이유가 뭐람. 너무나 견고하며 남성들에게 너무나 편리한 가부장제를. 나한테 편한데 왜 다른 식으로 상상해 보겠습니까, 못하죠. 그런겁니다. 



듄, 니가 나를 하필 이 때에 만나 고생이 많다. 나, 마리아 미즈 읽었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첩과 아내를 만나게 되는 듄 1권을 다 읽었다. 2권에서 '문학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활약을 바란다. 


과연..


누가 이 공주의 입장에서 소설을 하나 써줬으면 좋겠다. 제인 에어 읽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썼던 진 리스처럼. 앗. 이미 최명희가 쓴 거 아닌가. 혼불로.. 결혼 첫날밤부터 남편이 건드리지 않았던 혼자 남겨진 여자. 그리고 그 남편은 어떤 남자가 되었지요? 그건 혼불을 읽어보면 압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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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6-04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세이 가부, 유 세이 장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 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깊은 빡침에 공감하며~~ 아마도 페미니즘은 새로운 생명체보다 새로운 식량보다 전복적인가 봅니다~ 상상력 거기까지?
뒤에 과연 반전이 있을까요? 없을 것 같은데..

다락방 2024-06-04 11:47   좋아요 1 | URL
상상력 뛰어난 남자 작가도 가부장제 그 너머를 상상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남자 작가의 한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읽으면서 마리아 미즈 님이 진짜 찐천재구나 생각했어요!! 저는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사람보다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찾는 사람들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 미즈 만세!!

잠자냥 2024-06-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 영화로만 봤는데, 보면서도 가부장제에 빡쳐서... 뭐가 새롭다는 것인가???!!! 했어요.
영화 보는 내내 ˝어이구 그놈의 아들아들...˝ 중얼거렸다능 ㅋㅋㅋㅋㅋ
스파이시인가 뭔가도 하 징짜.. 태양초 고춧가루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거 같고.................. ㅋㅋㅋㅋㅋ

챠니랑 공주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설정 좋지만... 왠지 안 그럴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6-04 11:48   좋아요 1 | URL
저는 책도 영화도 관심 전혀 없었는데 책에서 모래벌레 보고 오오, 어떻게 표현되려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모래 벌레 확인하게 볼까? 하다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젠다이아 왜 이런 영화에??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그 비리비리 남성에 대해서는 기대나 관심이 없으므로...)

그렇다면 공주랑 제시카가 사랑하며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6-0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1권만 읽고 말았습니다...

베네 게세리트가 그런 능력이 있는데 왜 퀴사츠 해더락만 기다리냐고요.

다락방 2024-06-04 11:46   좋아요 1 | URL
베네 게세리트 천 명 있어봤자 퀴사츠 헤더락 한 명으로 다 끝내더군요. -.-

건수하 2024-06-04 13:0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니까 그런 애 나오기 전에 능력을 발휘해야 될 거 아닙니까..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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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주의, 좌절, 절망이 찾아와 힘을 잃고 여성혐오에 떠내려 갈때 마리아 미즈의 이 책이 있다면 다시 불끈 헤엄쳐 살아낼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조차도 여성혐오를 하려고 할 때, 그거 아니라고, 돌아오라고 날카롭게 가르쳐준다.

그런 한편 자급자족의 강한 의지-그것이 결국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로부터 우리를 살려낼 것이라는-는 필연적으로 반다나 시바와 만나 [에코 페미니즘]을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에코 페미니즘 읽을 때도 진보가 선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으로 뒤통수 크게 한 방 맞은 것 같았는데, 마리아 미즈는 이 책에서 이미 정신차리라고 호되게 호통치고 있었어. 하- 페미니즘을 만나고 계속 들여다보면 결국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몸의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명징하게 그 점에 대해 재차 언급해준다. 


정신 바짝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명료하고 날카로운 여성주의 바이블. 이 책이 이렇게나 좋은 책이었나? 다시 읽기를 정말 잘했다. 처음 읽었던 2020년에 이미 몇 명이 이 책이 상반기 1위다, 올해 1위다는 평을 했었는데, 와,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닫네. 상반기에는 이 책이 1위다.


워너는 여기서 사용된 ‘잉여노동‘에 대한 규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개념은 이미 여성이 하고 있는 가사노동과 다른 노동들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들에게 하청된 노동은 그들이 이전에 집단 속에서 임금노동을 통해 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결국 워너는 가족경제와 계약노동은 게으른 시간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WERNER, 1984:54). - P399

사회주의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를 설명할 때 놀라운 것은 그것이 시장경제에서 여성의 문제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 P401

국가에 의해 축적된 잉여는 결국은 가장 ‘착취‘당한 농민과 여성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대개 정당화된다. 그러나 ‘잉여‘를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이들은 정치적 국각적 권력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큰 몫을 챙겨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들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생산적인‘ 노동을 통해서는 거의 ‘잉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승리 이후 이런 돈벌이가 되는 국가적-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특히 채열해졌다고 할 수 있다. - P409

제3세계 여성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생산하고, 제1세계 여성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소비한다. - P446

여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주부라는 이데올로기는 이 계급(중산층 여성)에 의해 유지되고 전파된다. 가정경제학은 이 계급의 소녀에게 이런 이데올로기를 과학적 시각이라고 전수한다. 모든 미디어, 특히 영화는 이런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여성의 이미지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런 이미지의 일부에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발상도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다른 어떤것보다 서구 여성을 감정적으로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남녀관계에 묶어 둔다! 이상적인 중산층 여성상은 부양자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있다. 이런 사실을 비롯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 중산층 여성 혹은 가정주부가 된다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결론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 - P423

남성-사냥꾼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패러다임이 우리 현실을구성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수준에서 이중적이고 서열로 구조화된 구분을 제시한다. 이 구분은 전체의 부분들을 착취적으로 양극화하는 것에 기초해 있다.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다양한 계급들, 다양한 국민들 사이에서 만이 아니라, ‘머리‘와 ‘그 나머지‘와 같은 인체의 다양한 부분 사이에서도 이런 구분이 나타난다. 사고의 수준에서보면,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자연과 문화, 마음과 물질, 진보와 퇴보, 여가와 노동 등 개념에 대한 서열적인 평가와 양극화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식민주의적 구분이라고 부른다. - P429 - P429

사치품에 대한 보이콧과는 별개로, 페미니스트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진실하기를 원한다면, 우리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이미지나 반여성적 경향을 강요하는 모든 품목에 대해 보이콧해야 한다. 의류와 화장품 산업이 만들어낸 ‘여성을 아름답게‘ 한다는 새로운흐름은,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성이라는 규격화된 모델에 맞추어 자신의 몸과 외모를 만드는 것을 거부한 페미니스트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이 화장품과 새로운 섹시한 패션 유행을 공개적으로 보이콧한다면 성공적으로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459

우리는 이 체제에 대한 우리의 충성과 공모를 당장 거부하기 시작해야 한다. 여성은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희생자일 뿐 아니라, 다양한 수준에서, 질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이 체제의 협력자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중산층 여성과 산업화된 국가의 백인 여성에게 특히 그러하다. 우리의 몸과 삶 전반에 대한 자율권을 다시 획득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가부장제에 대한 이런 공모를 거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P457

제3세계와 제1세계 여성 사이의 분열이 성공적으로 극복된 사례중 하나는 네덜란드와 서독의 서구 페미니스트와 태국과 필리핀의 페미니스트가 함께 힘을 합쳐 제3세계로 섹스와 성매매 관광을 가는 것에 반대한은 캠페인을 시작한 국제적 투쟁이다. 제3세계와 제1세계 여성으로 이루어진 한 단체가 조직한 연합 활동 중 하나는 1982년 (네덜란드의) 스키폴 공항과 방콕 공항에서 있었다. 스키폴 공항에서, 여성들은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여행객에게 태국에는 유럽 성관광사업으로 인해 어린 여성과 소녀들이 비인간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단은 이야기를 했다. 방콕 공항에서도 비슷한 단체가 성관광을 위해 날아온 유럽의 남성들을 맞아, 태국 여성이 그들의 창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이런 활동은 관광성 장관을 당황하게 했다. 장관은 성명을 발표하여, 정부는 관광객을 환영하지만 태국여성이 외국인에게 창녀로 이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했다.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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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5-31 22: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에는 여력이 안 되어 여성주의 책을 함께 읽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이 책은 나중에라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더불어 늘 이 곳에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다락방 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다음 달 책은 샀으니 꼭 함께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4-05-31 22:54   좋아요 4 | URL
거리의화가 님, 안그래도 화가님의 완독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기다리던 참이었는데요. 이번 달에 읽지 못하셨군요. 다음 달에는 꼭 같이 읽어요!
이 책 정말 좋더라고요. 안읽고 넘어가기 아쉬운 책입니다. 기회가 될 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 벌써 11시네요. 다음달 여성주의 책 읽기 페이퍼 쓰고 자야겠어요!! 거리의화가 님, 안녕히 주무세요!! >.<

햇살과함께 2024-05-31 22: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개멋짐!!!

다락방 2024-05-31 22:58   좋아요 4 | URL
호호호 뭘요~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아니라고 안한다)

햇살과함께 2024-05-31 22:59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역시 독서괭님은 더 배워야해.

다락방 2024-05-31 23:03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으쓱-)

건수하 2024-05-31 23:16   좋아요 2 | URL
햇살님도 개멋짐!!!

햇살과함께 2024-05-31 23:22   좋아요 2 | URL
호호호 뭘요~ (배운 여자)

다락방 2024-05-31 23:3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습능력 뛰어난 햇살과함께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6-01 08: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한수 배우고 갑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4-05-31 2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타의 모범이 되는 멋진 다락방님!

저도 이번달은 중순 이후 너무 바빠서 읽지 못했습니다 ㅠㅠ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읽고 싶었는데 말이죠...
6월 책은 일찍 시작해서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4-06-02 17:54   좋아요 1 | URL
다시읽기 할 때면 늘 깨닫지만 처음 독서에서 보지 못한 걸 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읽으면서 이게 이렇게 좋은 책이었나 감탄했습니다. 그건 책 읽기 자체가 읽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겠지만, 저라는 인간이 좀 늦되기도 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자, 6월엔 우리 함께합시다!

단발머리 2024-06-02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0년에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았던 사람이 보기에 ㅋㅋㅋㅋㅋ 이 책은 저의 상반기 1위 도서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다락방님!
항상 그 자리에 나무처럼 단단히 계셔 주셔서 이렇게 그늘에서 같이 쉬고 귀한 열매도 나눠 먹네요. 항상 고맙습니다!
저 지금 페이퍼 쓰려고 워드 열어놓고 과자 먹으면서 놀고 있거든요. 얼른 돌아올게요^^

다락방 2024-06-02 17:55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단발머리 님이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생각하면서, 아 단발머리님은 진작에 이걸 깨닫고 좋아하셨구나, 하고 정말 단발머리 님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만큼 감탄했고요. 제가 이렇게 늦게나마 단발머리 님의 이 책에 대한 감상에 동의하며 따라갑니다.
항상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님 댁에 제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2018년부터 지금껏 해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로상 드립니다. 빠샤!!

단발머리 2024-06-02 18:12   좋아요 0 | URL
알라딘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저, 공로상 받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충격실화> 다락방님의 원픽,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공로상은 단발머리로 밝혀져….
알라딘 이웃님들의 집단 항의 이어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6-01 08: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극찬하시는 걸 보니 이 책은 꼭 읽어야겠군요 ㅠㅠ

다락방 2024-06-02 17:56   좋아요 1 | URL
네, 너무 좋더라고요, 독서괭 님. 너무 좋아서 독서 만세!! 가 되었습니다. 인간은 책을 읽고 살아야해요!!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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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인스타그램을 훑다가 한 영상에서 멈췄다.

영상 속에서는 사람들이 등장하진 않고 그들의 목소리만 들렸는데, 애인사이의 여자와 남자가 통화하는 거였다. 늦은밤, 남자는 자다가 여자의 전화를 받은듯했고 일상적 대화를 하다가 여자는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래 생각했다고 말하는 거다. 이에 남자는 그 말이 무언가 짐작했는지 하지 말라며, 나 잘거야 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자는 자지말라고 이 말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준비한 말을 한다.


"우리 연애 그만 하자."


여자의 그 말에 그간 잘 대답해오던 남자는 침묵한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시간이 얼마간 이어지는데, 여자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그러자 그 남자는 그게 너의 생각이냐 물었던가, 기억이 희미한데, 그리고는 어쨌든 대답한다.


"그래, 그만 하자, 우리 결혼하자."



내가 본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그 뒤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다. 목소리의 다정함으로 봐서 여자가 하고자 한 말도 어쩌면 '우리 연애 그만 하자, 결혼하자' 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남자의 '결혼하자'는 말에 '나는 너랑 헤어지고 싶다니까' 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남자의 결혼하자는 말에 원래 헤어지고 싶었던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여자가 그렇게 말한 의도도 내가 알 수 없고 그 후의 반응 역시 내가 알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시간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므로 나에게 들리는 말들과 그 말들 사이의 침묵에 다른 말들 역시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상만 보고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영상은 나를 갑자기 과거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게도 꼭같은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아직 저녁을 먹기 전의 시간이었고, 나 역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일상적 얘기를 했지만, 나는 애초에 할 말을 준비하고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의 상대 역시 한동안 침묵했다. 그가 침묵하는 동안 나는 그를 기다렸다. 그는 침묵을 끝내고 내게 물었다.


"그게 당신의 생각이야?"


나는 그렇다고 했다. 이내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알겠노라 했다. 그후엔 우리 둘 모두에게 침묵이 찾아왔고, 사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덧붙일 많은 말들을 준비해두었었는데 아무 말도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 침묵후에 내가 가까스로 꺼낸 말이라곤


 "끊을게."


가 전부였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 뒤로 그 시간을, 그 통화를 아주 자주 생각했다. 아주 많이, 그 때 내가 꼭 그랬어야 했을까, 를 나에게 묻는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때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그랬을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런 한편, 내가 '그에게' 그랬어야 했을까 역시 번번이 묻는다. 그 말에 잠깐 침묵했던 그를, 떨리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받아들이는 그를 떠올리노라면, 내가 그에게 그러면 안됐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그런 사람의 손을 내가 놓으면 안되는거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그러다가도 다시, 그때 놓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놓았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몇 번을 묻고 또 물어도 내가 그 때 한 일은 그때 했어야 할 일이 맞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틀리지 않았다고해서 괴로움이 없는가? 아니, 나는 괴로웠다. 괴롭고 또 괴로웠다. 그런데 괴로웠다면, 틀린 거 아닌가?


영상속 남자가 '그래, 우리 연애 그만하자, 결혼하자' 라고 했을 때, 나는 또다시 이 때의 일을 떠올렸다. 아프게 떠올렸다. 만약 그가 그 때, 영상속 남자처럼 내게 '네가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 그거라면 받아들일게'가 아니라, 대신, 내게 결혼하자, 고 했다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됐을까. 왜 그는 내 말을 받아들였을까, 왜 영상속 남자처럼 결혼하자고 되받아치지 않았을까. 그는 언제나 내게 '너는 결혼하기 싫어하잖아' 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알면서도 그때 만약 내게 결혼하자고 했으면, 그러면 우리사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쨌든 결과는 지금에 이르렀을까? 그러나 손을 잡고 있던 시간이 길었을까? 왜 그는 나를 말리지 않았지, 왜 그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지, 왜 그는 알겠노라 답했지, 왜 그는 목소리를 떨었지, 그의 침묵은 무엇을 말한 것이었지, 왜 나는 그의 손을 놓았지, 그는 왜 내 손을 더 오래 잡고 있으려고 시도하지 않았지. 나는 다른 연인들의 짧은 대화를 듣고 오래전 내가 했던 그 대화를 곱씹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대화를 떠올리면 여전히 아프다.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을 읽다가 바로 며칠전에 있었던 이 일을 떠올렸다. SNS 를 통해 다른 연인의 대화를 들었던 일, 그 일로 인해 내 오래전 과거를 떠올리며 아팠던 일을.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이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다. 사라진 것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조리, 자신의 과거를 곱씹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금,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내 현재가 지금 행복하지 못해도 혹은 문제에 직면해있어도, 그 전에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떠올려보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을 후회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런 일이 내게 있었고 그리고 지금 내 삶은 이렇다는 이야기를 할 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한때 내가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어쩐지 베스트의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는 세컨드 베스트의 느낌. 그러고보면 앤드루 포터는 전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도 그랬다. 나에게 최선의, 최상의 사람은 단 한명으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보여준 바 있지 않던가. 


미셸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2> 에는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가 나온다. 수영장에 갔다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샤워하는 씬에서, 그 중 한 여자가 말한다. '새것도 언젠가 헌것이 된다'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남자와 새 삶을 살기 시작한 미셸은 처음의 그 기대와 설레임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앤드루 포터의 이야기는, 바로 그 새것이 헌것이 된 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새것이 헌것이 되었지만, 그런데 그것이 새것인 적이 있었잖아, 를 떠올린달까. 읽노라면 자꾸만 좋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좋았던 때를 떠올린다는 건, 그 때와는 다른 지금을 알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아프다. 


사는 일은, 특히나 다른 사람과 함꼐 사는 일은, 때론 즐겁지만 때론 힘들다. 

타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사실 나 조차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 그래서 기대했던 시간들은 다르게 흘러간다. 그것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많이 어긋나기도 한다. 그러나 앤드루 포터가 이 책에 등장시킨 인물들 모두에게 변함없는 사실은,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는 것. 십년후 이십년후에 또다시 이 시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떠올리면서 또 지금의 시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겠지. 그들의 회환을 따라가노라면 나의 회환이 겹친다. 그래서 한숨이 나고, 그게 앤드루 포터의 소설이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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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0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선택했던 것이 최선이었을까?
최선이 아니었으면 어쩌지?
최선이 아니었지만 나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나?
아 정말 이런 고민의 연속이 인생입니다. 이 책 책나무님이 별5개 준거 보고 아 나도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글 보니까 역시 읽고싶다네요. ^^

다락방 2024-05-10 07:51   좋아요 0 | URL
어휴 중년의 쓸쓸함이 물씬 풍기는 글이었어요. 특별할 건 없는데 쓸쓸함은 큰, 그런 글이었습니다. 휴우-

독서괭 2024-05-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딱입니다 딱이요~ 새것이 헌것으로.. 흑흑 후회는 아니지만 그런 때도 있었는데 잊고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그거~

다락방 2024-05-10 07:5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게 되고요, 그리고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moonnight 2024-05-0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제가 sns를 하지 않아서 @_@; 그 미지의 지역에선 저런 개인적인 영상(통화)을 공유한단 말입니꺄 @_@;;; 촌사람 깜놀@_@;;;

다락방 2024-05-10 07:54   좋아요 0 | URL
저도 인스타 하면서 깜짝 놀란게 ‘나는 이런 거 못올릴 것 같은데‘ 하는 걸 정말 잘 올린다는 겁니다. 아이들 영상부터 시작해서(그건 부모 욕심 같아요), 연애스타그램이라고 연애하는 일상하며, 몸과 돈의 자랑 까지.. 이야, 세상엔 능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 정말 많구나 싶습니다.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05-10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새거가 헌거 되는 이야기….
ㅋ ㅑ ~~|

다락방 2024-05-10 07:54   좋아요 1 | URL
ㅋ ㅑ ~ 소주 한 잔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