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알람을 부러 평소보다 이십분 더 빨리 맞춰놓고서는 '내일 아침엔 고메 짬뽕 끓여먹고 출근해야지' 라고 나름 다음날 아침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었더랬다. 퇴근후 집에 돌아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침대에 딱 자리 잡고 앉아서는 그렇게 알람을 맞춰두고 제2의 성을 펼치려다가 싫다!! 소설을 조금만 읽고싶다!! 해서는 며칠전부터 읽으려고 침대에 갖다 두었던 책(침대에 책이 좀 널브러져 있습니다. 퀸사이즈라 괜찮아욤), 버터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며칠전에 앞에 한두장 읽었었지만 내용 다 까먹어서 그냥 처음부터 읽었다. 처음엔 침대 탓인지 좀 졸렸는데 아니, 이거 미쳤어 진짜 ㅋㅋㅋ 내가 생각한 책이 아니라서 중간에는 억지로 책을 덮고 잠을 청해야 했다.


'리카'는 기자다. 키가 크지만 큰 키 때문에 덩치가 커 보일까봐 몸무게는 50킬로를 넘지 않게끔 유지한다. 리카가 레이코란 친구를 만나면서 레이코의 키가 166 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리카의 키가 크다고 하면 그보다 더 클 터. 그런데 몸무게가 50이 넘지 않는다니, 아주 마른편이라고 하겠다. 그런 리카는 기자라는 업무적 특성상 사람을 만날 일이 많고 저녁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곤 했다. 혼자 사는 집에서는 요리를 통 하지 않고 밥솥도 없는 형편. 게다가 리카는 자신이 초딩 입맛이라 편의점 도시락도 오케이라고 하는 사람이니 딱히 먹는거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좋겠다. 아마 먹는 것에 그토록 관심이 없으니 그런 마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인 레이코는 요리를 잘해 친구의 집에서 잘 차려진 식사를 대접받고 감탄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리카가 취재차 '가지이 마노코'에게 만남을 요청한다.


가지이 마노코는 현재 3년째 구치소에 갇혀있다. 결혼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 세 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구치소에 갇혀있기 전까지는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녀는 주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쇼핑하는 걸 좋아했다. 언론에서도 아직 가지이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터라 리카는 그녀를 취재해보고 싶은 거다. 가지이가 남자 세 명을 죽였다는 것 말고도 이 사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가지이가 날씬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는거였다. 사람들은 저런 외모의 여자가 어떻게 남자들을 잘도 꼬셔서 죽였네? 라며 신기하게 보던 터다. 리카는 그녀를 취재해 특종을 터뜨리고 싶었고 그렇게 만나자는 요청을 해두었는데, 답이 없던 터였다. 이에 친구 레이코는 '(마지막 피해자가 맛있게 먹었다던) 비프 스튜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말해봐' 라고 제안하고, 그 제안을 따랐더니 드디어 가지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나겠다고.


부푼 기대감을 안고 리카는 가지이를 만나러 갔는데 가지이는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고 음식, 요리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 아니, 아니다. 음식과 요리가 아니다. 버터에 대해서 말하는 거다.

마가린이 버터보다 칼로리도 낮고 콜레스테롤도 낮아서 몸에 좋지 않냐는 리카의 말에 가지이가 버럭 화를 내는거다.


"문제는 버터 맛도 잘 모르면서 버터는 좋지 않다고 단정 짓는 거예요. 마가린이 훨씬 몸에 안 좋은데. 그런 모조품 ……. 트랜스 지방산 덩어리라고요. 알겠어요?" -p.38



앗?! 나도 당연히 마가린이 더 좋은건줄 알았는데.. 아니야? 아무튼 계속 읽어보기로 하자. 가지이 이 사람, 버터에 진심이구나.


"버터간장밥을 만드세요." -p.38



리카의 집 냉장고에 딱히 요리할 재료가 있지 않다는 걸 알고서는 가지이가 버터간장밥을 만들어 먹으라고 제안하는 거다.


버터간장밥이라니, 말만 들어도 맛있겠는데? 조카들 아기 때 밥 잘 안먹으면 엄마가 간장에 참기름 넣어 비벼주셨던 생각이 난다. 조카들은 잘도 먹었었지. 한국엔 참기름간장밥이 있어! 아니, 그런데, 가지이 이 여자, 진짜로 버터에 진심에 진심을 얹으셨어!!


 

"갓 지은 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 먹는 거예요. 요리를하지 않는 당신도 그 정도는 하겠죠. 버터가 얼마나 훌륭한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음식이에요."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못할 만큼,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

"버터는 에쉬레Echiré라는 브랜드의 가염 타입을 써요. 마루노우치에 전문점이 있으니 거기에서 손에 들어보고 잘 확인해서 사면 돼요. 버터 품귀인 지금이 해외 고급 버터를 시험할 좋은 기회예요. 맛있는 버터를 먹으면, 난 뭔가 이렇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떨어져요?"

"그래요. 붕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떨어져요. 엘리베이터에서한 층 아래로 쑥 떨어지는 느낌. 혀끝에서 몸이 깊이 가라앉아요."

방금 타고 온 엘리베이터에서 느낀 중력을 떠올려보았다. 메모하는 것도 잊고, 리카는 몸이 절로 앞으로 쏠리는 상대의 말솜씨에 빨려들었다. 가지이의 눈과 입술이 촉촉해지기 시작해서 흠칫놀랐다. 그녀의 황홀한 듯 멍한 시선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향해 있다.

"버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차가운 채로 넣어요. 정말로 맛있는 버터는 차갑고 단단한 상태에서 식감과 향을 맛보아야 해요. 밥의 열기에 바로 녹으니까 반드시 녹기 전에 입으로 가져가야 해요. 차가운 버터와 따뜻한 밥. 일단 그 차이를 즐겨요. 그리고 당신입속에서 두 가지가 녹아서 섞이며 황금색 샘이 될 거예요. , 보이지 않아도 황금색이란 걸 아는, 그런 맛이죠. 버터가 엉킨 밥 한알 한 알이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마치 볶은 듯한 향기로움이 목에서 코로 빠져나가죠. 진한 우유의 달콤함이 혀에 감기고..."

입속에 침이 고인다. 삼키면 분명 목에서 꼴깍 소리가 날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가지이는 갑자기 자세를 바로잡더니가슴 앞에서 통통한 손가락을 깍지 꼈다. -p.39~40



아니, 이게 뭐야. 책 제목이 버터인 게 괜히 버터가 아니었어. 처음에 버터 품귀현상에 대한 언급 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버터가 잠깐 나오는 게 아니었어. 버터에 진심인 여성 살인 용의자가 나오는 거였어!


그런데 나를 어쩌면 좋담? 아니, 저 부분 읽고 와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버터간장밥을 원하게 된다. 지금 당장 해먹고 싶다! 나는 빵을 구웠던 사람이라(응?) 냉장고에 항시 버터가 있다. 가지이가 말하는 에쉬레 버터, 고급 버터가 아니라 서울우유 버터이지만, 내게는 버터가 있다. 게다가 밥통에 따뜻한 밥도 있고 간장도 있다. 요리 못하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갖출 수 있는-버터는 사러 가야겠지만- 모든것이 내게 있다. 아아, 당장 침대를 뛰쳐나가 부엌으로 가면 나는 가지이가 말한 버터간장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나는 이제 잘테니까. 그리고 계속 읽는다.


리카는 그 말대로 밥솥을 사고 쌀을 사고 버터를 산다. 혼자산지 오래되었지만 집에 밥솥도 쌀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 그리고 시키는대로 해먹어보고 완전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그 후에는 가지이의 블로그에서 간단히 소개된 요리를 해먹는다. 파스타 면을 삶고 버터와 명란을 넣어 먹는거다. 버터명란파스타. 그것도 엄청 맛있어서 한 번 해먹고 또하고 막 그래.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참을 수가 없다. 나는 내일 아침은 버터간장밥을 꼭 먹겠다!! 로 짬뽕에서 계획을 변경하고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큰 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내고 그 위에 버터를 올린 다음 밥 속으로 쏘옥 밀어 넣었다. 버터는 금세 녹았고 거기에 간장을 부어 밥을 비벼 먹었다.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짐작했지만 넘나 존맛탱인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 적에 마가린에 간장이나 고추장 넣어 비벼먹었었는데, 아아 그 기억들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 기억을 꺼내왔어. 버터는 언제 빵을 구울 지 모를 나를 위해 냉장고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버터간장밥을 위해 언제나 준비해두어야 겠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넘나 맛있어. 버터간장밥은 오늘 아침 내 마음에 스며든다. 아 좋은 식사였다.. 그렇게 마음에 버터가 녹아내려... 그렇지만,



사실 나는 버터를 그렇게나 먹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나는 버터를 넘나넘나 사랑해서 버터 향만 맡아도 기분이 풀어지는 사람이고 앙버터 먹으면서 으음~ 하고 눈감고 신음소리 내는 사람이지만, 그런데 내게는 쓸개가 없다. 하아. 담낭제거술을 받은 나는 사실 버터를 먹으면 안되는데 ㅠㅠ 버터가 너무 좋아서 안먹을 수가 없다. 그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삼겹살, 족발 등등-을 다 먹으면 안되지만 그냥 다 먹고 있다. 다만 수술 후에 내가 안먹는 건 앙버터다.. 그것만큼은 너무 버터버터해서 먹지 않고 있어. 오늘 마음에 버터가 녹아 내리면서 흑흑 맛있어 좋아 역시 버터가 짱이야 버터는 웬만한 남자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내 몸에는 안좋은데.. 하는 어떤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흑흑 ㅠㅠ 명란 안좋아하니까 버터명란파스타는 안해먹는 걸로.. 그렇지만 어느 의욕 없는 하루라면 버터간장밥을 먹자. 와. 가지이 이 사람 뭐지?



그렇게 집에서 밥을 해먹는 맛, 요리 해먹는 맛을 알게된 우리의 리카, 살이 찐다. 안 찔 수가 없다. 먹는거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가 집에서 맛있다고 버터간장밥 먹고 버터명란 파스타 해먹으니 어떻게 살이 안찌겠는가. 어느틈에 금세 5킬로가 늘었고 이것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잔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밤에 파스타 먹었는데 살이 찌지 않겠냐며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하는수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자제하라고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이에 리카는 빡이 친다 빡이 쳐.

<그렇지만 마코토도 남 얘기 할 때 아니잖아. 술을 전혀 줄이지 않아서 요즘 배가 장난 아니던걸. 코도 골고> -p.102


그러자 남자친구인 마코토는 이렇게 답을 보내온다.


<남자 뚱보와 여자 뚱보는 다르잖아? 리카를 위해 하는 말이야.> -p.102

<모진 마음으로 말하지만, 살찌는 것만은 정말 좋지 않아. 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 체형 따위는 별로 없지만, 주위에 노력이 부족한 걸로 보여서 신뢰를 잃어.> -p.102



와 진짜 개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도 술 안끊어서 배 뿔룩 나온 주제에 어디서 잔소리야. 게다가 50키로도 안넘었던 여자가 거기서 5키로 쪘어도 많아야 54-55 인데 이걸 가지고 살쪘다고 지랄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제 파악 좀 해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노력이 부족한 걸로 보여서 신뢰를 잃는다고? 하아 이것은 얼마나 여자 체형에 대한 미친 신화인가.




미용 관습은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순종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미용 관습이라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여자가 구현해내야 하는 성적 차이difference 가 바로 굴종deference인 것이다. - 《코르셋》, 쉴라 제프리스, P98










리카는 남자친구의 문자에 기분이 나쁘다.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기분 나쁨이 있다. 불쾌하다. 리카는 가지이를 만나러 가게 되기를 기다리고 자신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고 또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이 살이 쪘다는 얘기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마른 여자를 좀 더 예쁘게 생각하고 그게 건강에도 좋다고 여기고 있다고. 그러자 우리의 가지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 대체 무엇 때문에 살을 빼려는 거예요? 남자들 눈을 의식해서? 그렇다면 걱정 없어요. 남자는 원래 푸근하고 풍만한 여자를 좋아해요. 여기서 남자란 정신적으로 성인이고 유복하고 여유 있는 진짜 남자를 말하는 거지만, 어린아이처럼 마른 체형의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자기한테 자신이 없어서 예외 없이 비굴해요.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죠." -p.109


ㅎㅎㅎㅎ 나는 남자들이 원래 푸근하고 풍만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짜 남자는 그렇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나 가지이가 말한 저 뒷부분, 마른 체형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자기한테 자신이 없어서 예외없이 비굴하다,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유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앞에만 조금 읽었는데 이 책 버터는 나에게 버터간장밥을 남겨 버터를 마음에 스며들고 녹아내리게 했다. 이거 마저 읽고 싶어서 미치겠구먼. ㅋㅋㅋㅋㅋ


이제 리카의 배 나온 남자친구, 배 나온 주제에 여친한테 살 빼라고 하는 한심한 남자친구를 위해 몇 개의 인용문을 떨구고 가겠다. 당분간은 버터간장밥에 대한 사랑이 넘칠 것 같다. 버터 진짜 만세만세 만만세야. 버터는 언제나 마음에 녹아내려.





남자가 얻는 유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자가 미용 관습을 통해 남자를 ‘보완complement‘하는 존재인 동시에 ‘보상compliment‘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성‘이면서 종속된 성으로서 남자를 ‘보완‘한다. 또 남자의 성적 흥분을 위해 언제든 치장할 태세가 되어 있으므로 남자에게 ‘보상‘이 된다. 따라서 남자는 남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데다가, 여자가 노력을 들였다는 데에서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여자가 하이힐을 신기라도 하면 남자 자신의 기쁨을 위해 여자가 고통을 견딘다는 뿌듯함도 있다. 미용 관습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남자를 보완하지도, 남자의 보상이 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이런 저항은 지배성 계급의 일원들, 즉 남자들에게 깊은 반감을 살 수 있다. - 《코르쉣》, 쉴라 제프리스, P114









"하지만 오빠 말도 일리가 있어. 당신을 보면 자기가 도덕 개혁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살이 찌면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할 수는 있지. 재혼할 가능성도 낮아질 거고, 건강도 크게 영향을 받을 거야. 하지만 살찐 게 '악'은 아니잖아. 마찬가지로 당신이 운동하는 것도 '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런데 당신은 그게 선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 운동을 하면 기분은 좋겠지. '뿌듯'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사람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 거야. 하지만 그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빅 브러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p.168-169





당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당신의 몸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때론 낯선 사람들에게 공공 담론의 대상이 된다. 당신의 몸무게가 늘었을 때, 감량을 했을 때, 혹은 그대로 유지했을 때도 어느 누구나 당신 몸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코앞에 들이미는데 마치 당신은 뚱뚱할 뿐만 아니라 멍청해서 당신 몸의 실체에 대해, 그 몸을 최대한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비평들은 항상 ‘염려‘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다. 당신은 곧 당신의 몸이고 결코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의 몸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헝거》, 록산 게이, p.145-146






나는 왜 스스로를 굶기고 있었을까? 자기 자신에게 굶주림을 강요하는 것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신체에 대한 자기학대와 다름없다. 만약 내가 반년 동안 매일 1,000칼로리 이하만을 섭취한 것이-그래서 월경이 끊기고, 손발이 파래지고, 두피보다 학교 점퍼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이 더 많아진 것이- 우리 부모님 탓으로 보였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아마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명백히 학대이기 대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굶기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혐오나 자해와 동등하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여자다운 게 어딨어》. 에머 오툴, P15










여자인 나의 몸은 끝도 없이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되며, 시도 때도 없이 마치 진열대에 놓인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뚱뚱한 내 몸은 풍자당하고 공공연하게 매도당하며 도덕적, 지적 실패로까지 여겨진다. 내 몸은 내 직업적 가능성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약하고, 공정한 시험을 받을 기회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와 인터넷 악성댓글이 하나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 조처, 즉 나의 사랑받을 능력을 축소시킨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린디 웨스트, p.106











여성의 건강을 걱정하기 때문에 비만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여성의 건강을 향상시킬 다른 방법을 정중히 제안하려 한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자.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자.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법률 제정을 지원하자.
잔인함은 건강에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그저 자신의 자존감을 북돋아 주기 위한 독선적이고 그릇된 시도일 뿐이다. 왜 몸을 걱정하고 존중하는 대신 몸을 한탄하고 건강을 방해하는가. 왜 여성이 자신의 사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미워하기 바라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돌보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p.117-118






"어째서 세상 남자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으면 생활이 한없이 엉망이되는 걸까요. 그리고 그게 자기 관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로 세상에 관대하게 용서받는 걸까요……." - P66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여자는 누구에게나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러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 P38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10-14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버터 간장밥을 안 드셔봤어요? 오메... 을매나 좋은데요. 간장 대신에 된장찌개를 비벼도 죽입지요. 마지막 한 숟가락엔 배추 김치 한 쪽 추가! ㅋㅋㅋ

다락방 2021-10-14 09:49   좋아요 3 | URL
어릴적엔 마가린에 잘도 비벼먹었는데 그동안 완전 잊고 살았어요. 오늘 아침에 버터간장밥 해먹고 뒤로 쓰러질 뻔 했네요. 아 큰일이에요. 이렇게 먹다가는 진짜 슈퍼돼지가 될텐데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저도 김치랑 함께 먹었습니다. 아 너무 좋은 아침식사여서 시간을 되돌리고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10-14 10:17   좋아요 3 | URL
버터와 된장찌게 조합도 훌륭합니다~♡ 버터는 된장찌게에 넣어도 신비한 맛이나요👍

다락방 2021-10-14 11:39   좋아요 2 | URL
아아 망친 버터 야채볶음을 된장찌개에 넣고 제가 이것이 뭔 맛이여 하고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어쩐지 조합하고 싶지 않은 조합이지만 다음엔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입에 아직도 버터간장밥이 있네요. 독서란 해로운 것입니다..

공쟝쟝 2021-10-15 10:03   좋아요 0 | URL
된장...............이요????????????????? 헐............

잠자냥 2021-10-14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책 읽다 보면 먹고 싶은 음식 많아집니다. 특히 초반에 버터간장밥 정말 침 넘어가죠? 저도 와... 비벼먹을까 하다가 참았는데, 역시 다부장님은 다음 날 아침 실행!

그나저나 저 리카 남친 정말 짜증나죠. 읽다 보면 여러 부분에서 짜증나는 놈입니다...;

전 오늘 빵에 버터 발라 먹었음~ 헤헤.

다락방 2021-10-14 13:53   좋아요 1 | URL
버터간장밥을 어떻게 참으셨어요, 잠자냥 님? 이게 재료 준비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조리나 요리에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너무 그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해치울 수 있잖아요. 이걸 대체 어떻게 참으셨습니까? 너무 자제력 뛰어나신 거 아녜요? 저로 말씀드리자면, 아시겠지만, 책 읽다가 빵 굽는 삶 살겠다고 전기오븐 사는, 그런 사람이잖습니까. 버터간장밥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저 배나온 남자친구 진짜 너무 짜증나요. 왜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튼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넘나 궁금합니다. 후훗. 이것 때문에 제2의 성을 못읽고 있네요. -.-

저는 내일도 버터간장밥 도전... (이러면 안되는데.....)

단발머리 2021-10-14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구절구절 아주 주옥같네요. 특히 <코르셋>은 다시 읽고 싶고요.

저도 마가린에 밥 비벼먹었던 사람으로서 버터로의 상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심히 고민되는군요. 전 점심은 고구마랑 라떼인데 저녁은 어떻게 해서든지 버터 비빔밥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21-10-14 13:56   좋아요 2 | URL
코르셋 저도 인용문 읽다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이것도 조만간 같이읽기 한 번 해야할까요? 후훗.

저도 마가린에 밥 비벼먹었었는데 버터라니, 너무 사치스러워서 이거야 원 ㅋㅋㅋ 근데 타미 보니까 집에서 부대찌개 먹을 때는 버터에다 밥 비벼 먹더라고요? 밥에 버터넣고 부대찌개 이케이케 해가지고 먹더라고요. 세상에.. 이 아이는 이런 건 또 어케 알고 즐기는건지, 원 ㅋㅋㅋㅋㅋ(아마도 아이 아빠가 알려줬겠죠 ㅎㅎ)
전 점심에 회덮밥+냉모밀+유부초밥 먹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은 엔초비 파스타 생각중이고요 ㅋㅋㅋㅋ 내일 아침은 버터간장밥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님 오늘 버터간장밥 드신다면 감상 꼭 들려주세요! >.<

공쟝쟝 2021-10-15 10:04   좋아요 1 | URL
같이 읽기 찬성~ ㅋㅋㅋ (저 우와 넘 재밌다!! 이러면서 ... 읽다 만 코르셋!! ㅜ_ㅜ)
그리고 저도 오늘 버터 간장밥 꼭 해먹을래요~!!! 근데 그전에 짬뽕 먼저 먹을래요~ 점 짬 저 버간 ㅋㅋㅋ

프레이야 2021-10-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한 쌀밥으로 버터간장밥 진리죠. 간장게장 간장 따로 모아뒀다가 여기저기 재활용해도 좋아요. 버터간장밥에도. 쓰읍 넘나 맛나는. 전 방금도 버터 듬뿍 발라 구운 토스트 먹었어요. 버터사랑. ㅎㅎ 근데 쓸개 없으면 버터 별로에요? 옆지기도 2012년에 그거 제거했는데 버터 완전 좋아하거든요.

다락방 2021-10-14 14:32   좋아요 1 | URL
쓸개즙이 지방을 소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쓸개가 없으면 쓸개즙 분비가 안되거든요. 차츰 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주긴 하는데, 쓸개 있는거랑은 달라서 병원에서는 지방 들어간 음식을 가급적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은 조심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조심 안하게 되더라고요....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면 제가 지금보다 20kg 는 몸무게 덜 나갔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1-10-14 15:14   좋아요 0 | URL
ㅋㅋ 20킬로나요. 지방 분해가 문제였군요. 말해줘야겠어요. 그 의사는 왜 그런 말도 안 줬을까요. 듣고도 못 들은 척한걸까요. 지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요샌 그래도 배 나온다구 야식도 삼가고 독하더라구요. 그때 제거한 타조알만 한 담석을 여적 보관하던데. 왜 집착하는지 ㅎㅎ

수하 2021-10-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잊고있던 버터간장밥! 버터간장달걀볶음밥도 생각나네요.

<비거닝>에서 이라영씨가 버터를 포기하기가 힘들었다고 썼던 게 생각나요.
버터는 정말 포기할 수 없는것!

(이렇게 또 버터, 코르셋을 주섬주섬 담고...)

다락방 2021-10-18 09:3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아침에는 버터에 고추장, 콩나물 넣어 비벼 먹고 왔습니다. 아 버터에 홀릭해서 큰일이네요. 원래도 좋아했는데 더 좋아졌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이라영 작가의 비거닝 찾아봐야겠어요.
 

친구가 망상 해달라며 현빈 사진 보내왔다 ㅋㅋㅋ 개터졌네 ㅋㅋㅋㅋㅋ 사실 내 상황극 속에 가끔 등장하는 남자 연옌이 두 명있는데 현 빈이 그중 하나. 그 말인즉, 이미 상황극 몇 번 돌렸다는 거 ㅋㅋㅋ

1. 내 남친의 베프로 알게 되어 나랑 정신적 사랑을 나누다가 내가 남친과 헤어진 후에도 우리는 계속 플라토닉한데..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내가 베트남에 혼자 간다는 걸 알고 베트남에 갈테니 만나자고 한다.

2. 우리 회사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젊은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 그는 이 회사에서 이십년째 근무 중인 내게 자주 도움을 요청한다. 급기야 보쓰에게 나를 자기 밑으로 데려가겠다고 요구하기에 이르는데…..(건방진 자식..)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공쟝쟝 2021-10-13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2. 하지만 보쓰의 신임은 이미 다부장에게 더 가있는 상태. 자기 밑에있어야할 일잘러이기 때문에 현빈은 데려갈 수는 없다는 통보에 그의 억눌린 욕구(?) 는 점점 커져가고, 그는 아침마다 캐나다 뷰 앞에서 서성기기 시작하는 데.. 어느날 아침, 부장님? 혹시 이것좀 도와주시겠어요? 촤라락 ㅡ 다부장이 챙겨야할 리스트는 33가지로 꼼꼼하다…(본격 직장에서 일만 하는 드라마)

다락방 2021-10-13 10:34   좋아요 5 | URL
젊은 나이에 회사의 임원을 맡게된 그가 안쓰러워 최대한 도와주고 그렇게 현빈과 나는 가까워지는데 그는 내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다는 걸 알게 되고 일주일에 두 번은 지하철안에서 나를 만나기를 시도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 건 곤란해요, 지하철에서 책 읽는 걸 방해하지 마세요, 라고 매몰차게 말해서 현빈을 마음 상하게 한다. 나의 거리두기에 놀란 현빈은 상처받고 주춤하지만 어느날 보쓰로부터 미국 출장 명령을 받고 그 출장에 나를 동행하란 얘기를 듣고 다시 힘이 솟는데...

단발머리 2021-10-13 11:04   좋아요 4 | URL
2-3 미국의 상대 바이어는 회사 오너의 첫째딸. 단번에 현빈에게 반해 현빈의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말해 계약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다부장은 이유 모를 허전함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 비행기는 이상기류를 만나 급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데…

다락방 2021-10-13 12:00   좋아요 4 | URL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현빈과 헤어지고 집에 도착하지만 시차와 긴비행으로 인한 피곤에도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변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이를 어째야할지 모르고 그 후로 출근에서는 현빈을 보는 것이 이전처럼 편하지가 않고 이렇게 회사를 다니느니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여 퇴직금을 계산해보지만 이 퇴직금으로 나서면 얼마 안가 거지꼴을 못면할 것 같아 손톱만 잘근잘근 깨문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현빈과 단 둘만 있게 되고, 그는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안된다고 안된다고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지만 결국 알겠다고 하고, 함께 저녁을 먹는 내내 다정한 현빈 때문에 급기야 나는 무너지고 마는데.....

잠자냥 2021-10-13 13:26   좋아요 2 | URL
˝아침마다 캐나다 뷰 앞에서 서성기기 시작하는데˝ 여기에 뭔가 다부장의 욕망이 드러난 단어 있는데요???? 쟝쟝님한테 투영되었나보다...........

공쟝쟝 2021-10-13 14:45   좋아요 3 | URL
잠자냥: 맙소사 제가 제가 서성이기를 오타낸 것 같아요. 너무 직접적인 욕망인것 같은데요? 이것은 프로이트에 의하면….. 아무튼 실수 실수 단순 오타입니다!!

단발머리 2021-10-13 14:49   좋아요 2 | URL
말없이 다부장을 응시하는 현빈.. 현빈의 뜨거운 눈빛(위 사진 참조)에 다부장은 스테이크를 썰던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잠깐 실례할께요, 라며 급히 화장실로 도망친 다부장. 심장아 나대지마,를 10번 복창하고 있을 때…

다락방 2021-10-13 15:17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다부장의 욕망이라뇨? 제 욕망은 어디까지나 플라토닉 입니다. 엣헴-

공쟝쟝 2021-10-13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수트는 내가 회사 사주고 싶네

다락방 2021-10-13 10:50   좋아요 3 | URL
역시 남자는 수트빨!

공쟝쟝 2021-10-13 14:45   좋아요 1 | URL
회사를 부르는 수트 ㅋㅋㅋ

미미 2021-10-13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현빈 사진이 있어서 더 빠져듭니다ㅋㅋ😍

다락방 2021-10-13 12:01   좋아요 2 | URL
아침부터 저런 사진 보내주며 망상해달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빵터졌지 뭡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상을 기다리는 친구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13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현빈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남의 상황극인데도?????

다른 한 명은 누군가요???
저울질 해보려구요..ㅋㅋㅋ
설마 공유나 원빈은 아니죠???

다락방 2021-10-13 12:01   좋아요 2 | URL
다른 한명은 한국 남자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10-13 13:27   좋아요 1 | URL
그는 바로 손가락 양치질의 대명사 잭 리처

다락방 2021-10-13 13:3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아닙니다 잭 리처가 아니란 말입니다!!!!!!!!!!! 😡

책읽는나무 2021-10-13 13:34   좋아요 1 | URL
잭 리처가 소....손가...락 양치질요????
깨네요..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13 13:35   좋아요 1 | URL
누구에요??
그 한 명은????
더욱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1-10-13 15:20   좋아요 2 | URL
잭 리처 손가락 양치질은 오해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할지 난감하네요. 결론은 잭 리처는 칫솔을 항시 가지고 다닌다는 겁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요, 책나무 님.

또다른 한 명은 ‘재이슨 스태덤‘ 입니다. 그도 상황극에 자주 나오지만 그 때마다 제가 영어를 해야 해서 좀처럼 길게 나오지는 못합니다.....

독서괭 2021-10-13 21:58   좋아요 2 | URL
잭리처 제가 빨리 리뷰 하나 써야겠네요.. ㅜㅜ 근데 리처는 현빈에 대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10-13 22:04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얼른 써주세요^^
저 손가락 양치질이란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잭 리처 관련 어떤 제목의 책인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참고 있었어요.!!!

독서괭 2021-10-13 22:33   좋아요 2 | URL
나무님 그것은 아주 역사가 깊은 가짜뉴스 사건으로서…. (생략)

책읽는나무 2021-10-14 14:08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의 사건 얘기 생각하다 어젠 아주 그냥 막 가버렸네요~꿈나라로^^
누구한테 물어볼까?매니아 1위부터 찾아 보면 되겠다 싶어 찾아보니 하이드님 1위,다락방님? 2위? 단발머리님? 3위?(좀 헷갈립니다.2위,3위가??)
독서괭님 4위시더군요????
그래서 독서괭님의 역사 깊은 가짜뉴스를 믿기로 했어요.
적어도 넘버 5안에 드는 사람은 믿음이 가니까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10-14 14:30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간단 요약 해드리자면,

잭 리처를 그동안 읽어온 제가 ‘잭 리처는 손가락으로 양치한다‘ 는 잘못된 기억의 페이퍼를 써서 모두를 경악케 하였는데 → 최근 잭 리처 독서를 시작하신 독서괭 님께서 ‘아니다, 읽어보니 칫솔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고 정정하여 주셨습니다. 이에 제가→ 미안하다, 잭 리처에게 사과한다는 페이퍼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잠자냥 님은 여전히 ‘손가락 양치질하는 잭 리처‘로 저를 놀리고 계십니다. 저의 가짜 뉴스가 잭 리처에 대한 이미지를 추락 시켰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 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14 14:54   좋아요 1 | URL
아....그런 거였어요??ㅋㅋㅋㅋ
저는 가짜뉴스라고 해서 저건 또 무슨??? 의아했었네요^^
제가 한동안 다락방님 페이퍼를 잘안읽었었나 봅니다.거의 안놓치고 봤었는데 아닌가 봐요!! 이렇게 뒷북 치고 있었으니ㅜㅜ
근데 잭 리처 책 한 권 읽은 저로서도 손가락으로 양치질한다는 문구에 순간 헙~입틀막 되더라구요!!!!그렇게 젠틀한 잭 리처가???? 저도 믿어지지 않았어요.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도대체 어떤 제목의 책이길래??물어보고 그 책을 찾아 읽으려고 했었거든요.근데 왜 책제목을 얘길 안하시나??혼자 아리쏭 했었습니다.
헌데 매니아들에겐 더더 충격이었겠네요ㅋㅋㅋㅋ

의문 해결!!
다시 멋진 잭 리처로 제게 자리 잡았어요!!!
정신 똑띠 차리고 글을 써야 겠어요.^^

독서괭 2021-10-13 2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망상도 요청받으시는 다락방님 ㅋㅋㅋ 근데 망상도 늘 회사가 배경이네요. 회사가 아니면 만남의 기회도 시간도 없는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진다아.. ㅜㅜ

붕붕툐툐 2021-10-13 23:07   좋아요 1 | URL
우와~ 독서괭님 완전 예리하신데요? 다부장님 망상엔 회사가 나오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21-10-14 11:3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번 제가 자주 하는 상황극은 회사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 아무래도 제가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회사가 배경인 상황극도 종종 그리곤 합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공감에는 출근길 지하철 안 상황극도 나올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그게 아마 그 뭣이냐, 순례자의 책 부분일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직딩은 어쩔 수 없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붕붕툐툐 2021-10-13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사진 주고 망상 풀어주는 직업이 있으면 다부장님이 딱일 거예요!!ㅎㅎ 저도 다부장님의 상황극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분이 센스가 넘치시네요~ 현빈의 저 자태는 절로 이야기가 술술 나올 거 같아요!ㅎㅎ

다락방 2021-10-14 11:38   좋아요 1 | URL
상황극은 저보다 좀 더 길게 가야 되는데 어제는 바빠가지고 ㅋㅋㅋㅋㅋ 다음에는 좀 더 긴 상황극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양복 입은 현빈 진짜 넘나 멋지지 않습니까? 넘나 .. 넘나 잘생긴 것인데 저는 현실에서는 저런 남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네요? 하하하하하.
 
















며칠전에 채널을 돌리다가 <치즈인더트랩>이란 드라마를 잠깐 보게되었다. 그 잠깐동안 본거라 전체적인 내용파악은 어려웠지만 김고은은 박해진과 연인사이였고 서강준이 김고은을 좋아했지만 좋아해서는 안되는 사이인 것 같았다. 김고은을 위한다면 김고은의 곁을 떠나야 하는게 서강준의 역할인듯 했는데, 김고은이 서강준의 집앞에 나타난 것이다. 김고은의 엄마가 서강준에게 김치를 갖다주라 하셨기 땜시롱. 그래서 그걸 건네주고 가려는데 서강준이 쌀쌀맞기 그지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들어가버렸다. 김고은을 외면하고 집에 돌아온 채로 서강준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어 잠깐 멈칫하고 현관에 서있다가 눈에 띄는 목도리를 가지고 얼른 뛰어나가서는 김고은의 목에 둘러준다. 날이 춥다고, 이거 하고 가라고.


그 장면을 보는데 단번에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젊구나. 그 장면의 어떤 지점에서 젊다는 생각을 하게된건지 모르겠다. 바로 뒤쫓아 뛰어나가는 것 때문에? 목도리를 둘러주는 것 때문에? 사실 지금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바로 뒤쫓아 뛰어가는 일을 할까, 귀찮아서 안하지 않을까, 굼떠서 결국은 늦지 않을까, 무릎이 아파 뛸 수 없지 않을까, 하면서도 내가 놓치기 싫은 상대라면 뛸것 같기는 했다. 그러니까 서강준이 김고은을 향해 다시 뛰어가는 그 장면이 지금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 아닌데도 나는 그 장면에서 젊다, 그래서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된거다. 젊다, 부럽다, 좋겠다.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은 원서로는 무지하게 어렵고 번역서로는 재미가 별로 없다. 사실 어린 시절 책에 파묻혀 사는 얘기라든가 처음 미셸 오바마를 만나는 부분등은 재미있긴 했는데 분량이 지나치게 적다. 만약 그런 얘기들이 좀 더 길었다면 책이 더 재미있고 쉽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이렇게 어린 시절 이야기 여기서 나와버렸고 미셸 만나서 결혼도 이 앞에서 다 해버렸는데 대체 이렇게나 두꺼운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더 무슨 얘기를 한다는걸까. 어쩐지 재미없을 것 같은 확신이 강하게 든다.


아무튼 지금 읽는 부분에서는 버락 오바마가 미셸을 만났다. 직장의 상사로 만나서 미셸은 오바마에게 복사기의 위치를 알려주고 점심도 같이 먹어주고 그가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업무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나중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면서 친구이자 연인이 된다. 그들은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 오바마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를 뒤로 미룬 뒤, <프로젝트 보트Project Vote!>라는 유권자 등록활동을 한다. 미셸은 비영리 청년 리더십 프로그램을 이끌게 되었고 둘은 시민단체와 자선단체 사업에 관여한다. 오바마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계획에 대해 미셸에게 얘기했었다. 지역사회 조직 사업에 몸담을 것이고 법률회사도 다닐 것이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공직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미셸은 놀라지 않고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하라고 그를 격려해준다. 나는 이 부분에서 또 와 젊다, 라고 생각했다. 학업을 마치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계획하고 나는 앞으로 이걸 해볼까 해, 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 지금의 나라고 해서 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너무 젊게 느껴지는 거다. 미래가 앞으로 쭉 뻗어있고 그것을 앞으로 자기가 그려나갈 거라는 생각에 함께할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이 장면들이 너무나 젊게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부러웠다. 나야 시간을 돌린대도 어차피 대통령 할 사람은 아니지만, 거대한 꿈을 꿀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을 할까 해, 시민단체의 활동을 하고 싶어, 공직에도 나가고 싶어, 라는 생각들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그와 그 얘길 듣는 상대의 이 장면이 정말이지 너무나 젊게 느껴지는 거다.



그런 한편 미셸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몇 번이나 공직에 출마할 사람과는 연인관계가 되지 않을 것이고 또 나 역시 공직에 나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데 미셸은 완전히 나랑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나. 물론 그녀와 나는 태어난 곳부터, 환경부터가 달랐지만, 자신이 만날 사람이 대통령이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 만약 나였다면 내가 만나는 상대가 나는 기회가 된다면 공직에 나갈까 해, 라고 했을 때 상대에게 어떻게 말했을까. 아마도, 그렇다면 나랑은 헤어지는 게 너에게 좋아, 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털면 먼지가 나는 사람이야, 먼지가 제법 많이 나오는 사람이지, 그러니 너가 흠없는 사람이어도 나 땜에 시끄러워질지도 몰라, 그러니 니가 공직에 나간다면 나랑 헤어지는게 좋아, 멀리서 너의 행복을 빌어줄게 세이 굿바이, 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미셸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 거다. 내가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다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가 공직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했을 때 상대를 응원할 수 있으려면, 그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것들을 견딜 수 있을만큼 충분히 강한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오바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미셸은 이십대였는데, 나의 이십대와 비교해보니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도대체 뭐하고 살았나. 나는 내 미래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설계하지 못한 채로 살았었는데. 지금이라고 딱히 뭔가 더 하고 있는 건 없지만.



공직에 나가고 싶다, 그럴 것이다, 라고 상대가 말했을 때 응원하는 것까지는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데 그 사람이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와, 이건 또 어떻게 감당하나 싶다. 오바마가 처음 주상원의원 자리에 출마했을 때, 미셸은 자기 일을 하면서도 토요일아침이면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선거활동을 했다.



한번은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는 건 말이지,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보내려면 자기를 정말로 사랑해야 한다는 거야." -책속에서



주상원의원일 때 이랬다면 대통령 선거일 때는 미셸은 도대체 자신의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을까. 내가 내 꿈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위해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게 아니다. 마땅히 해야지,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게 아니니까. 공직에 나갈거야, 라는 말은 그 안에 '결국은 대통령까지 할거야'를 포함한 거였을까? 나는 아마도 스케일이 작은 사람이라 상대가 그 말을 했을 때 '오, 그러다 대통령?'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대통령은 너무나 커서, 나로서는 겁을 집어먹었을 것 같다. 미셸에게는 그 시간들이 어땠을까. 오바마의 책을 읽으면서 오바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고 그리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얘기하고 공직에 나가는 걸 얘기할 때, 나는 그의 젊은 시절에 만나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옆에 있어주었던 미셸이 너무 궁금해지는거다. 하는수없이 나는 어제부터 미셸 오바마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진작에 준비해둔 터였다. 나란 사람...




버락 오바마는 자신이 결국은 대통령이 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아직 오바마의 책 초반이라 오바마가 언제 대통령 꿈을 꾸게 되었는지, 될 거라고 짐작을 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걸 몰랐음이 틀림없다. 공직에 나가려고 해요, 라고 어머니에게 말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몸이 많이 아프셨고, 그리고 주상원의원에 당선되는 것도 보지 못하신채 돌아가셨다. 남편 없이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셨는데, 그렇게 키운 아들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야 마는데, 그런데 그걸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전자책으로 이 부분을 듣다가 눈물이 핑돌았다. 사람은 어차피 누구나 죽는다지만, 그래도 혼자 꼿꼿하게 자식들 키워왔으니 그렇게 키운 아들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걸 보고 가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자식으로서의 오바마를 보는 것도 안타까웠다.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을 그 누구보다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을까.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지금의 오바마가 될 수 있었으니 어머니 제가 이렇게 되었어요, 라는 걸 누구보다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을텐데.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다.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을텐데.



나는 예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오바마라면 그 누구보다 어머니께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을 것 같았다. 누군가 어머니께 당신의 아들은 미래에 미국의 대통령이 됩니다, 라고 말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그 당시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지. 아마 오바마 자신도 몰랐겠지만. 그게 너무나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은 사람. 그것은 대통령이 되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 때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옆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님은 돌아가셨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그 옆에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때때로 내가 잘 사는 것,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지켜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도 그만큼 줄지 않을까. 굳이 그런 꿈을 꾸지 않게 되는건 아닐까.


오바마도 미셸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내가 읽는게 지금 그들의 젊은 시절이니만큼 와 젊다, 하며 부러워하는데, 그 젊은 시절은 내게도 있었다. 다만, 나의 젊은 시절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젊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대학 때는 수업 안들어가고 만화방 갔던 것,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것 생각나고, 나쁜 연애를 했었고, 시간을 낭비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지금에 와서야 그런건데, 오바마나 미셸 처럼 자서전을 쓴다면 나는 아마 솔직하지 못할 것 같고, 그렇다면 이십대에 쓸 말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이십대의 나는 좋은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어리석었고 멍청했다. 젊음은 젊은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부럽지만, 내 젊은 시절은 유독 못났었기 때문에 이토록이나 잘난 사람들의 젊음이 부러운건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활짝 열려있는 삶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부러운지도 모르겠다. 왜 어떤 사람은 공직에 나갈까 해, 라고 말하는 사람과 연인이 되는데 나는 인생에서 털어내버리고 싶은 나쁜 연애를 했을까. 왜 어떤 사람은 공직에 나갈까 해, 라는 꿈을 꾸었을 때 나는 맨날 술이나 퍼마시고 살았나. 오바마 부부의 젊은 시절을 부러워하는만큼 내 젊은시절이 너무나 안타깝다. 더 공부하는 젊은 시절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런데 이렇게 이천번 말한들 무엇하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데.


젊은 사람들이여, 공부를 열심히 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살아요. 나처럼 살지 말고...



도대체가 끝나지 않는 긴 문장을 써서 읽기 힘들게 만든 오바마 책이지만, 그래도 읽는데까지 읽어보겠다. 미셸을 아마도 먼저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바마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건데 읽다보니 미셸이 더 궁금해졌다.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다니까?



보부아르 읽다가 버락 읽다가 미셸 읽다가 하다보니 도처에 잘난 이들 투성이라 조금 위축되는 것도 같지만 쫄지 않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이십대 내다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삼십대부터는 좀 괜찮았어. 지금도 좋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1-10-12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벌써 무릎 아픈 건 아니겠죠 ㅎㅎ
작년에 집 정리하다 진짜 난생처음 무릎 아파 봤거든요. 세 번 물 빼고 아이고 무슨 일인가 했어요. 요즘 60도 청춘이라고 막 진짜 60대가 그래요. 전 50, 60이 되는 건 생각도 안 해 봤는데 말이죠. 원서 읽으시는 것도 응원해요. 앞으로도 주욱 좋아질 거에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21-10-12 09:41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 님. 저는 무릎은 아프지 않은데 제 친구 중에는 무릎 아픈 친구가 있어요. 제 경우에는 무릎은 괜찮은데 족저근막염을 앓고 있답니다. ㅠㅠ 젊은 시절 하이힐 신고 다녔던 걸 지금에 와서 후회합니다. 젊은 여성들이여, 하이힐 신지 마세요! ㅠㅠ

저는 소박한 사람이라 인생에 무슨 큰 꿈은 없고 계속 책 읽고 글 쓰고 여행다니며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을 지켜야겠죠. 이 모든게 건강해야 할 수 있으니 말예요. 운동과 독서, 여행을 놓지 않고 삶을 즐기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우리 따로 또 같이 좋은 인생 살도록 해요! :)

책읽는나무 2021-10-12 0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의 부인 책이 먼저 나오다니?싶어 궁금해 읽어 봤었거든요...아!!! 미셸은 대통령의 부인이 아닌 그냥 미셸 그 자체였어요.너무 멋진 여성이었어요.미셸 덕에 오바마 대통령이 되었고 줄곧 오바마 대통령은 더 좋은 평판을 가지게 된 것 같은????
비커밍 책은 정말 재밌어요.^^
어린이 시절에 위인전 읽으면 막 희망이 샘솟고,그래 나도 저렇게 살리라!!주먹 불끈불끈 쥐었다면...성인이 되어 읽는 자서전은 좀 뭐랄까요?살짝 허탈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너무나 넘사벽인 사람들!!딴세계 사람들 이야기??? 나는 그 나이에 뭐 했었나??그래서 자기 모멸감도 들더라구요.
근데 저는 다락방님처럼 남들의 장점들을 찾아 내어 홀로 사유하고 그것을 결코 버리지 않고 가슴속에 집어 넣는다는 것!!!! 그점을 본받고 싶네요.차곡차곡 집어 넣고 살다 보면 대통령이 못되어도 더 훌륭한 인성을 소유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세상 사람이 전부 위인이 된다면 세상이?????
저는 그저 인성 훌륭하다는 소리 듣고 사는 것도 위인의 삶 못지 않다는 생각으로 결론 내리고 자서전 읽으니까 그랬구나?그랬었어?어휴~~멋지네!!!!
라는 심정으로 읽히더라구요ㅋㅋㅋ
아...갑자기 위인들에게 좀 죄송하네요??ㅋㅋㅋ
앞으로 50대 이후의 다락방님의 삶도 기대가 됩니다^^

다락방 2021-10-12 09:47   좋아요 3 | URL
원서 읽기를 비커밍으로 했어야 했다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글로된 비커밍 읽고 있는데 문장이 길지 않아서 원서도 이게 훨씬 쉽겠더라고요. 그리고 미셸의 이야기를 읽는게 재미도 있고요. 아직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학을 다니거나 커리어를 쌓을 때 그리고 오바마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들도 기대하고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고, 그 사람이 그 과정에서 매번 어떤 생각들을 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게 참 즐겁네요. 그러다 저랑 비교하면 큰일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거리를 두고 그 사람으로서만 바라보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안그러면 나는 뭐했나, 나는 왜그랬나 이런 생각만 할테니까요. ㅋㅋㅋㅋㅋ

책나무님, 알라딘에서 오래 책읽고 글 쓰면서 서로의 삶을 기대하도록 합시다. 훗.

유부만두 2021-10-12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셸 오바마 책 재밌어요. 어린시절과 가족 이야기 또 연애 이야기를 참 잘 풀었어요. 그 책도 후반부 미국 이야기에선 이질감이 들지만 즐거운 독서였어요.

다락방 2021-10-12 09:48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읽기 전에 유부만두 님의 감상 읽었었어요. 남의 이야기라는.
오바마 책 보다 미셸 책이 훨씬 재미있는 것 같아요. 버락은 너무 정말이지 ㅠㅠ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책이 한 권 더 나올거라니. 너무한 사람입니다. ㅠㅠ

공쟝쟝 2021-10-12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털어서 먼지나는 사람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다부장님 처럼 깨끗한 사람을 제가 본적이 없는데욬ㅋㅋㅋㅋㅋ 말하면 지키는 투명한 사람 ㅋㅋㅋ

다락방 2021-10-12 09:50   좋아요 2 | URL
아니야 나는 먼지 투성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쟝님이 오해하는 겁니다. 내 안에는 어둠의 다크니스가 있어...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0-12 09:55   좋아요 1 | URL
털면 먼지가 많은 책장을 가진 사람…… 그안의 다크니스….

다락방 2021-10-12 09:57   좋아요 1 | URL
내 책장 어뜨카죠... 하아-

독서괭 2021-10-12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즈인더트랩>! 이거 웹툰은 진짜 재밌었는데, 드라마 1회 보고 실망해서 접으며 매우 슬퍼했었습니다..
<치즈인더트랩>과 오바마, 미셸을 ‘젊음‘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내시다니, 다락방님 글은 진짜 재밌어요^^ 오바마 책은 두꺼운데 재미도 없습니까.. 미셸 <비커밍>은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중반 이후도 재밌습니다.
근데, 그들도 아마 밝히고 싶지 않은 찌질한 젊은 시절이 있지 않겠어요..? 설마 인간인데 그렇게 늘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하게만 살았겠어요..? 아니라고 저는 믿겠습니다. 정신승리 ㅋ 나만 10-20대 찌질했던 거 아니야 ㅋ 30대 이후에도 부끄러운 사람 많은데, 다락방님은 아주 좋은 길로 가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홧팅입니다^^

다락방 2021-10-12 13:45   좋아요 1 | URL
드라마 검색하다가 웹툰이 원작이란 거 알게됐는데 독서괭 님은 이미 보셨군요. 드라마 안에서 저는 여주인공 성격이 진짜 별로더라고요. 캐릭터 상으로는 박해진 보다 서강준이 더 낫던데 결말은 누구랑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독서괭 님. 아마도 자서전에 쓰지 않은 찌질한 그런 일들이.. 있었겠죠? 저는 지금도 가끔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어느 때가 불쑥 떠오르면 스스로에게 바보 멍충이 똥개 이러면서 제가 저를 막 때리는데, 그런 일들이.. 그들이라고 없지는 않았겠죠? 휴..

독서괭 님, 우리 같이 화이팅 입니다!

독서괭 2021-10-12 14:31   좋아요 1 | URL
웹툰 여주 성격은 안 그렇거든요 ㅜㅜ 드라마 진짜 캐붕이었어요.. ㅜㅜ

잠자냥 2021-10-12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다락방 님! 무릎 아파서 못 뛰는 거 아니고 족저근막염 땜에 못 뛰는 거 아님? ㅋㅋㅋㅋ 족저근막염이 잘못했네 다락방 님 슬프게 만들고 말이야!

다락방 2021-10-12 13:40   좋아요 1 | URL
발이 불편해야 마음이 편하다며 미친듯이 힐을 신고 다녔던 젊은 시절의 저를 제가 원망합니다. 곧죽어도 하이힐 신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제가 ㅠㅠ 그것이 오늘날 족저근막염을 가져온것 같아요. 흑흑. ㅠㅠ 무릎은 괜찮지만 발바닥이..발바닥이 ㅠㅠ 젊은이들이여, 힐 신지 마세요! ㅠㅠ

아무튼 이래저래 뛰기는 힘든 나이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뛰기 싫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adygrey 2021-10-12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바마는 안 읽었지만 비커밍은 출간되었을 때 바로 읽었습니다^^
비커밍에 미셸 오바마의 개인적인 면모들이 드러나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뛰어난 여자도 이런 굴레에 얽매이는구나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엄청나게 고민하는 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문장도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로펌 근무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ㅎㅎㅎㅎ 영문판 읽을 생각은 안해봤는데 다락방님 말씀을 읽으니 영문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 2021-10-12 15:05   좋아요 2 | URL
레이디그레이 님, 이제 비커밍 원서 도전하시렵니까? ㅋㅋㅋㅋ
저도 버락 읽다가 미셸 읽으니 미셸이 훨씬 더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빨리 읽고 싶어서 좀이 쑤셔요. 나는 왜 회사에 다니는가, 왜 나는 책읽기에 몰두할 수 없는가. 흑흑 ㅠㅠ
저는 미셸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버락이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셸이 고등학생 됐는데 얼른 대학생되고 취업하고 그러는 거 보고 싶어요. 후훗.

붕붕툐툐 2021-10-1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힐을 전혀 못 신은 저도 족저근막염이 가끔 찾아온답니다!!ㅎㅎ 저는 무릎이 아픈 상태가 세팅 되어 있는데, 그래도 요즘 허벅지 운동 좀 하고, 하산할 따 완전 무릎 아끼는 모드로 내려오니 훨씬 좋아졌어요. 족저근막염은 진짜 발편한 신발 신는게 최고인 거 같아요!!

잠자냥 2021-10-13 08:26   좋아요 1 | URL
쌤 설마…. 하산할 때 박수치면서 뒤로 내려오시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0-13 08:30   좋아요 1 | URL
그거슨 기본적인 하산의 스텝! 당연히 그렇게 내려왔지!!!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10-13 08:32   좋아요 0 | URL
저는 몇년전부터 스케쳐스 단화만 내내 신고 다니는데 정말 그전까지는 하이힐신고 뛰어댕겼어요. 미쳤어 정말 왜그랬지. 하아- 발바닥 아프면서도 예쁘다는 이유로 신고 다녔습니다. 말도 마요.. ㅠㅠ
하산할 때 완전 무릎 아끼는 모드라면 흐음, 옆으로 내려오는 건가요? 저도 가끔 계단 내려갈 때 어쩐지 두려워 옆으로 내려올 때가 있거든요. 옆으로 조심조심..

족저근막염은 저는 한 번 시작된 후로 사라지고 있질 않아서 그냥 이것이 나와 계속 함께갈 통증이구나, 하고 있습니다. ㅠㅠ

아...잠자냥 님.. 툐툐님 박수치면서 등산하는 거 상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제가 이날까지 살아보니, 저보다 오래산 분들의 행동을 따라하게 되더라고요? 이를테면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 라든가.. 조만간 저도 박수치며 산을 다닐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10-13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릎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
가식적인 것과 몸에 배인것은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미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죠.

다락방 2021-10-13 08:33   좋아요 1 | URL
아오 어제는 버락 읽느라고 미셸을 못읽었네요. 버락 책이 재미가 없는게 하원의원 출마하고 상원의원 출마하고 누구를 선거운동에 끌어들이고 유세를 어떻게 하고 이런것만 자꾸 나오더라고요. ㅠㅠ 오늘은 집에 가면 미셸 읽어야겠어요. ㅜㅜ
 

오늘 아침 회사는 너무나 짜증난다.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나에게 뭘 물어보고 내가 가르쳐주거나 대답해야 하는데 너무 사소한 거였고 내가 왜 이런것까지 답해주고 있어야 되나 싶어서 짜증이 너무 샘솟아버려. 진정하자고 릴렉스 하자고 내가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알라딘에 매달 초 새로 나오는 커피를 기다리는데 어제 새로나왔다는 걸 알고는 얼른 주문 넣었다. 어제 주문 넣었는데 배송은 내일 될거라 하고 내가 가진 커피는 떨어져서 출근길에 부러 스타벅스에 들러 가지고 있는 리저브 쿠폰을 사용해 커피를 샀다.



나는 일곱시 전에 회사에 도착하는 사람인데 스타벅스는 일곱시에 문을 열어서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렸다가 주문했다. 다른 커피점은 여는 데가 없어. 이 동네 까페촌이라고 하는데 죄다 내가 한참 근무하고 있으면 오픈해버려. 어쨌든 그나마 일곱시에 열어주는 스벅 있어서 오늘은 기다렸다 샀다. 보통은 기다리기 싫어서 사무실에 와 알라딘 커피를 내려마시곤 한다.


오늘 커피를 사가지고 우산을 들고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는데 제법 걷는지라 머릿속 상황극 갑자기 또 폭발해버려.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 커피 냄새 좋네, 비가 오네, 하다가 상황극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가는 거다. 내 상황극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들에 의해 펼쳐질 때가 많은데, 오늘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회사를 다니다보니 회사 안에서의 상황극이 펼쳐질 때가 많다. 뜻밖의 사람이 갑자기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그래서 나는 당황하며 아니 니가 거기서 왜... 하고는 애써 모른척 하려고 한다. 계속되는 나의 냉담함에 상처받은 상대는 어떻게든 내 마음을 녹이려하고 얼어붙은 나의 마음 얼음공주가 되어 늘 쌀쌀하기만 한데, 그런데 어느 일찍 출근한 아침 상대는 내가 일찍 출근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뒤로 자기도 일찍 출근해 부러 자꾸 나를 마주치며 얼음공주의 마음 돌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은 전화를 걸어와 차갑게 여보세요 하는 나에게 지금 스벅인데 커피 사다줄게, 하고 나는 그렇다면 에스프레소, 라고 답한다. 아니 그렇게 진한걸 마셔? 아니, 너가 들고 오려면 아메리카노는 조심스럽고 흘릴 수도 있잖아, 에스프레소는 컵의 반도 안차니까 샷 하나 추가해서 가져와도 세상 부담없고 네가 그렇게 들고 오면 나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된다, 라고 답하고 상대는 나의 이 넓고도 넓은 배려심에 엉엉 울며 감동한다. 역시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당연하지 장난하냐. 내가 너에게 잘 못대한다면 그건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라고 나는 상대에게 말한다. 상대는 내게 알아, 네가 누군가에게 다정하지 않다면 그건 상대의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라고 상대는 말하고 그 날 아침부터 매일 커피를 사가지고 오는데.. 나는 상대에게 아니, 너 이렇게 맨날 내 커피까지 사다가 돈은 언제 모으려고 그래, 너도 집 사야 될 거 아니야, 매일 아침 내 커피까지 사오지 말고 일찍 출근해서 내 자리로 와, 내가 내 커피 내리면서 네 것도 내려줄게, 내가 너보다 연봉 높으니까 알라딘 커피 내려주는 것쯤은 늘 할 수 있어, 라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상대는 매일 아침 내 자리로 커피 마시러 오고, 우리는 다른이들이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정원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새소리를 듣고 어느 날은 늦게 뜨는 해를 바라보고 그러다 깔깔 웃고, 그렇게 얼음공주의 마음은 사르르 녹아버리고 그렇게 녹아버리던 어느 날, 나는 상대에게 사실은 내가 이미 아파트를 갖고 있으니 내 집에 들어와 살지 않으련? 묻게 되는데...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그만두자, 상황극 따위.

식어버린 커피를 마신다..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감 2021-10-06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음은 에스프레소로 녹인다... 끄적끄적...

다락방 2021-10-06 09:2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뜬금결론이네요? 근데 맞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1-10-06 09:47   좋아요 3 | URL
근데 저같은 얼죽아들은 어떡하죠?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09:5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물감님이 사올 때는 물감님 꺼는 얼죽아, 제 꺼는 에스프레소 사오면 되고요,
제가 내려줄 때는 제꺼는 원두 내리고 물감님꺼는 콜드브루에 얼음 넣어줄게요.

콜?

물감 2021-10-06 10:07   좋아요 3 | URL
콜콜

다락방님하고는 치킨도 먹어야 되고 커피도 마셔야 되고, 일정이 빡빡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0:11   좋아요 4 | URL
봐봐, 이것도 한큐에 가능해요. 1차는 치킨 두당 한마리씩 2차는 커피. 오케?

공쟝쟝 2021-10-06 16:22   좋아요 1 | URL
물감님 얼죽아 먹고 냉녹차마셔요. 하루에 두번씩 나흘 반복하면 위가 깎여요… 얼죽아 그립다 ㅠㅠㅠㅠㅠㅠ 아이스아메리카노 먹고 싶다 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16:34   좋아요 1 | URL
여러분 위 다치지마... 다치지말고 건강하게 지내서 나랑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자. 흑흑 ㅠㅠ

미미 2021-10-06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빠져들어요ㅋㅋㅋㅋㅋ왜 여기서 끝나는거죠? 다락방님 다음에 2탄도 해주세요!!

다락방 2021-10-06 09:49   좋아요 2 | URL
상황극은 계속됩니다. 투 비 컨티뉴드… 샤라라랑~

그레이스 2021-10-06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21-10-06 09:51   좋아요 2 | URL
^_________^

그레이스 2021-10-06 10:00   좋아요 1 | URL
헤이즈 👍

다락방 2021-10-06 10:11   좋아요 2 | URL
노래 좋죠. 크-

책읽는나무 2021-10-06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2탄 기대 되네요.
얼음을 녹여 버린 에스프레소남...아니 알라딘 드립 커피남은 과연 제안을 받아 들일 것인가?.....ㅋㅋㅋ
저는 것도 기대 되지만...물감님과의 대화가 더 웃겨요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6 10:12   좋아요 3 | URL
알라딘 드립 커피남은 과연 제 아파트에 들어온다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아파트에 들어오면 책도 많고 술도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06 10:39   좋아요 2 | URL
와아....나 같음 들어간다.
몸만 들어갔는데도 다 있네 다 있어!!!
더군다나 연봉 더 높은 다락방님이 똭!!!! 있어.....ㅋㅋㅋㅋ
음악도 깔아 놓고,술도 마시면서,둘이서 알콩달콩 10월의 도서 제2의 성을 한 사람이 원서로 읽으면 누군가는 번역본을 읽어 주면서 둘이서 토론하다 서로 공감된다며 어깨도 막 치고 그러다....아...나 지금 뭐하고 있죠???? 지금 제2의 성 읽어야 해요!!!!!!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야 살아 남는다.
잡생각 금물..불끈!!!!!!

다락방 2021-10-06 11:55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됩니다. 얼른! 속히! 제2의 성을 읽으러 돌아가세욧! 얼른!! 잡생각은 금물입니다!!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0-06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7시 전에 출근하신다구요..?? 완전 조근하시네요! 일찍 일어나는 다락방이 책을 많이 읽는다..
아 근데 이 상황극의 전제는 다락방님에게 아파트가 있다는 것?? 역시 40평대 아파트 장만이 시급하군요. 하지만 제가 에스프레소남이라면 40평대 아니라 20평대라도 기꺼이 들어가고 싶네요ㅎㅎ

다락방 2021-10-06 11:50   좋아요 3 | URL
네! 일찍 출근합니다. 아주 일찍 출근합니다. 그런데 일찍 출근해서 혼자 있는 시간 제가 좀 좋아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너무 괴롭지만 그래도 사람 없는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거 너무 좋고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사무실에서 정원에 나갔다가 커피 내리는 시간도 좋아하고요. 일찍 출근하는 장점들이 여러개 있어서 일어날 때는 괴롭지만 할만합니다. 후훗.
책은 많이 읽지 못해요. 어제도 제2의 성 펼쳤다가 두 장 읽고 자서 지금 너무나 초조합니다. 그거 진짜 너무 두꺼워서 이번달 안에 가능할지 ㅠㅠ 그런데 자꾸 다른 책 읽고 싶고요. 엉엉 ㅠㅠ

그나저나 이렇게 일찍 출근하며 열심히 회사생활해도 40평대 아파트는... 힘들것 같습니다 ㅠㅠ 세상은 똥이에요 진짜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1-10-06 13:19   좋아요 2 | URL
저도 예전에 한동안 일찍 출근했는데 그 고요한 시간이 좋더라구요^^ 제2의성 저도 받았는데 판형은 귀여운데 두께는 참 안 귀엽네요 ㅋㅋ
회사월급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ㅜㅜ 화천대유 입사했다 퇴직했어야 하는 건데.. 으윽

다락방 2021-10-06 16:32   좋아요 0 | URL
이게 세상입니까? 열심히 일해도 40평 아파트를 꿈도 못꾸는 이게 세상이에요? 이게 삶입니까? 제가 이 세상 다 불질러버리겠어요! 으르렁-

붕붕툐툐 2021-10-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이건 상황극이 아니라 명작입니다. 락방님 시나리오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1-10-06 16:33   좋아요 1 | URL
머릿속에 상황극 이천개도 넘어요. 아니 무한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생각할지 저도 몰라요. 조만간 다른 상황극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샤라라랑~

공쟝쟝 2021-10-06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내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ㅋㅋㅋㅋㅋ 이런 대사 치고 싶은데….. 아쓰바….. 열심히 벌어서 운좋아서 그 대사 치게될 때쯤에는 틀니끼고 있을 거 같아서 나는 … 운다… 사랑을 포기해서 부동산을 가질 수 있다면…. 백번 포기할텐데 포기해도 갖기가… 또 처운다ㅠ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16:34   좋아요 1 | URL
아 너무 현실적이라 나도 같이 운다 쟝님아... 나 20년 일해도 안되는데 앞으로 20년 더해도 안될텐데, 틀니 낄 때쯤이면 모든게 다 준비될 수 있을까요? 이 미친 세상... ㅠㅠ
우리 서로 끌어안고 울자, 엉엉 울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1-10-06 16:38   좋아요 1 | URL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ㅠㅠㅠㅠㅠㅠㅠㅠ 푸엉엉 ㅠㅠㅠ (bgm.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다락방 2021-10-06 17:01   좋아요 1 | URL
나도 그 노래 알아요. 우리 술 마시면서 울면서 젓가락으로 테이블 두드리면서 노래부르자.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오늘 퇴근길에 들어야겠어요. 으흐흐흐흐흐흐흐흐흐

그렇게혜윰 2021-10-0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벅이 문을 일찍 연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죠... 이벤트는 좀 적당히...

다락방 2021-10-07 08:14   좋아요 1 | URL
네 그나마 일찍 문을 열어주는 까페가 있다는 게 좋아요. 오늘은 그보다 더 일찍 여는, 사실 문을 닫지 않는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왔습니다.
 














'리사 할리데이'의 《비대칭》을 읽고 있다. 이십대의 작가를 희망하는 여성과 칠십대의 이미 너무나 유명한 남자 작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이 정말이지 즐겁지 않다. 차라리 필립 로스인 걸 모르고 보는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꾸 머릿속에 실제 남자 노작가가 그려져서 불쾌하다. 필립 로스와 내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고 게다가 나는 필립 로스의 책 《네메시스》가 너무 좋아서 선물 하기도 하고 며칠전 친구에게 추천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필립 로스의 프라이빗한 사랑과 섹스까지 알고 싶은 마음은 전혀, 전혀 없다. 물론 이 책은 리사 할리데이의 장편 '소설'이니만큼 이 책 속의 남자노작가와의 사랑이 실제를 그대로 반영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머릿속에서 누군지 뻔히 아는 사람의 섹스 이야기를 보는게 너무 괴롭다. 필립 로스가 그 대상이었다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연애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볼 줄은 몰랐다. 아직 절반도 읽지 않긴 했지만 내내 그들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만 나온다. 나는 일전에 늙은 남자 작가와 연애한 적 있어, 라고 하는 여성의 그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가 너무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다. 책속 등장인물1과 책속 등장인물2의 섹스라면 야한 이야기라고 좋다고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구체적 인물들의 섹스 이야기를 읽는 것은 너무 곶통.. 싫다 ㅠㅠ



어쩌면 그것은 필립 로스라는 내가 알고 있는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얘기이기때문만이 아니라 몸 여기저기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고 먹는 약도 많고 조심할 것도 많은 늙은 남자가 굳이 한참 젊은 여자에게 다가가 그 여자와 연애-섹스-를 하는 것 자체가 징그러워서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늙고 지명도있는 남자가 가진 것들이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려는, 그래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소름돋게 싫다. 최근에 읽는 샐리 루니 책에서도 유부남 이자 삼십대의  '닉'은 잘생겼고 영화배우이고 인기 많고 돈도 많은 남자였고 프랜시스는 어떤 날은 굶어야할 정도로 가난하며 아직 이렇다할 어떤 성취도 해놓은 것이 없는 아주 젊은 여자였다. 최근에 읽었던 책 《스위트 투스》에는 젊은 여자가 역시 노교수를 만나 연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노교수 역시 이미 한 자리 차지한 능력 있는 남성이었고. 이 한참 젊은 여성을 사귀는 늙은 남자들에게는(닉은 늙은 건 아니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이렇게 유명하고 잘나고 가진 것도 많은 그들은 모두 집 외에도 별장도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그들은 애인들과 별장에서 만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혹은 아직 취업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젊은 여성들에게 풍경 좋은 곳의 별장이 웬말이며, 좋은 라벨의 와인이 웬말이냐. 그들이 딱히 상대에게 폭력적이 아니었고 다정했다 한들, 자신이 가진걸로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잘해주려 했다 한들, 상대는 가지고 나는 가지지 못했을 때 상대가 가진 것들에 대한 어떤 동경과 또 어떤 뿌듯함이 왜 없었을까.


실제로 닉은 가난해서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프랜시스에게 '너에게 돈을 주는 것은 어쩐지 안되는 것 같다'는 감각을 갖고 있지만 나중에 갚으라며 생활비를 빌려주고, 《비대칭》에서의 늙은 남자 작가는 젊은 여자 앨리스에게 '너처럼 능력 많은 여자가 학자금 대출에 매어 있어서는 안된다'며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다. 너 그렇게 쪄죽을 정도로 더위에 갇혀 살면 안된다고 에어컨 살 돈을 주기도 한다. 나는 가난한 집에 살고 여름에 에어컨도 없이 덥고 먹을 식량도 넉넉하지 못한데 내 늙은 애인의 집에 가면 향기 좋은 커피가 있고 좋은 와인이 있고 넓은 침대가 있고 쾌적한 공간이 있으며 심지어 휴가 기간에는 풍경 좋은 곳에 별장이 있다니, 이것은 충분히 매혹될만하지 않은가. 내가 갖지 못한 자원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심지어 그 자원은 내가 노력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라면, 이미 가진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게 잘못인가? 나는 상대의 자원에 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달에 이백만원 벌어서 먹고 사는것에 항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이 사람을 만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선택하는게 뭐가 잘못인가? 그런데,



그런데 불편하다. 어딘가 불편하다. 유명하고 늙은 남자교수가 너는 사랑스러워 라고 젊은 애인의 귓가에 속삭여주고, 너같이 똑똑한 여자가 돈 때문에 못하는게 있어서는 안돼, 라고 지원해주는 것도 좋은데, 그런데 왜이렇게 불편할까.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충분히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고 후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관계가 너무 불편하다. 날 만나면 항상 라면 끓여 거기에 밥만 말아먹게 하는 나처럼 가난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이 겨울에 추우니 따뜻한 코트를 사 입혀주는 사람이 훨씬 좋겠지만, 그런데 이 관계가 너무 찜찜하고 불편하다. 이 남자를 만나는 게 생활에 더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마땅한 선택이라고 보여지지만 그런데 불편하다. 이 모든 일에 젊은 여성의 육체가, 섹스가 담보된 것 같아 너무 불편하다. 이 늙은 남자가 마음껏 사랑해주고 아껴주며 후원해주는 이 젊은 여성에게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올래? 라고 물으면 갈게요, 라고 말하는 그 여성의 육체와 섹스가 있어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나는 그녀에게 얼른 빠져나오라고 말할 순 없다. 그것이 어딘가 찜찜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나오라고 할 수가 없다, 그만두라 할 수가 없다. 내가 그녀의 학자금을 대신 갚아줄 것도 아니므로. 물론, 그녀가 학자금 갚아줄 남자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건 아니다. 그 남자네 집에 침대가 좋을 것이라서 그 남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 남자가 별장을 따로 갖고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그의 접근에 그녀는 예스를 했고 만나다보니 그의 집이 크고, 그가 언제나 좋은 술을 주고, 그가 별장을 갖고 있고, 학자금도 갚아주는 일들이 차츰 진행된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경제적 편안함이 그 안에 있다. 와 그 침대 정말 좋았지, 그 집은 정말 쾌적해, 그 집은 언제나 좋은 커피 향이 가득해, 그 별장은 너무 안락하지, 하는 걸 이미 느꼈다면, 게다가 이미 나를 옭아매는 빚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면, 내가 그 안에서 불만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불만을 찾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다면 이 관계는 사랑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관계인가, 라고 생각하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게 되는거다. 이건 불편하고 찜찜한거다. 후..



그는 왜 온 몸이 고장난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틀니를 뺐다 껴야 하는 나이든 여성에게 접근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이미 유명하고 돈이 많은 늙은 남자가 아니라, 단칸방에 살고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늙은 남자였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만났을까?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한가지가 아니다. 나는 항상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내면을 본다고 말하고 또 그래왔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 내면을 구성하는 그 사람에게는 또한 그 사람의 취미와, 성향과, 직업과, 육체가 있다. 만남에도 그리고 헤어짐에도 그것들 중 어느 것이 달랐다면 상황 자체가 달라졌을 것들이 사소하게 나를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저 늙은 남자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젊은 여성에게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비대칭' 이라는 것이 떠오른다. 나는 책 뒷표지의 '입국을 거부당하고 공항에 억류된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과 미국의 청년(이자 여성) 이야기의 비대칭을 생각했는데, 그래서 처음에 왜 이 늙은 남자와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할까 힘들게 읽고 있는데, 그런데 이 비대칭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게 아닌가. 이 젊은 여성은 미국인으로 공항에서 입국 거부될 일이 없고 이라크계 미국인 청년은 공항에 억류될 수 있다는 것만 비대칭인게 아니라,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진 늙은 남성과 가진 자원이 없는 젋은 여성이 만나는 것부터가 비대칭을 몸소 겪고 있는게 아닌가. 그 비대칭을 경험한 여성이 또다른 식으로 자신과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될까.


나는 이 찜찜함, 이 불쾌함에 이름을 붙이지 못해서, 아아 독서를 더 해야 된다, 나는 아직 언어가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리사 할리데이가 이미 비대칭 이라고 말해줬네. 맙소사, 책 속 제목을 이제야 떠올리다니. 이미 말하고 시작했잖아, 비대칭이라고!! 아무튼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소설 중에 뜬금 노먼 메일리가 등장한다. 늙은 남자의 몸에서 여러개의 상처를 보았고 그래서 앨리스가 그에게 누가 이랬냐고 묻는 거다. 그 때 늙은 남자가 말한다.


"노먼 메일러."


앗? 노먼 메일러? 노먼 메일러의 책을 읽은 건 없지만, 아아, 그러나 《미친 사랑의 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노먼 메일러 미친 놈인거 다 알지 않나? 자신의 아내에게 칼까지 휘둘렀던 남자, 그러나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계속 용서 받았던 남자. 그 노먼 메일러가.. 필립 로스랑도 뭔가 사건이 있었던걸까? 실제 이름이 나온다니 어쩐지 실제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네이버 검색창에 노먼 메일러 필립 로스 넣어도 뭐 딱히 나오는 게 없다. 그래서 구글 검색했는데 영어라서 읽기를 포기했지만 번역기 돌려보니 그들이 법정에서도 싸우고 그랬나보다. 그러니 만약 리사 할리데이의 소설이 발표되면서 필립 로스의 이야기인 것은, 노먼 메일러의 등장 때문에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는 내 삶에서 어떤 일들은 정말 없었으면 좋았을거라고, 어떤 사람은 정말이지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이 내게 없었으면, 그 사람이 내게 없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좋든 싫든 그 사람들이 그리고 그 일들이 나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들을 또 겪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일어난 그 일들을 내가 없앨 수 없는만큼 나는 그 일들과 그 사람들을 반면교사 삼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데 쓰도록 할것이다.


리사 할리데이와 늙은 노작가에게 일어난 일은 내가 다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없다. 아직 절반도 읽어내지 못했지만, 작가가 '비대칭'이란 글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그녀의 삶에 어떤 부분, 그러니까 그 늙고 돈 많은 작가를 만났던 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은 사망했다 해도 실존하는 인물을 책에 등장시키는 것은 나로서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출간당시 상도 받았던 작품이라면 아마 다 합의된 얘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어서 빨리 늙은 남자 작가 부분은 지나갔으면 좋겠다. 싫어..




참고한 기사 ☞ “중동 현실과 삶의 비대칭… 우리는 포용할 수 있을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1-10-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을 때 이런 사랑 관계 나올 때면 좀 고민 많이 되더라구요.쿨하게~~받아들이며 읽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왜 못받아 들이는 것인가??? 그래서 내가 많이 보수적이구나!!더 깨닫는 시간들이 되는 셈이죠.ㅜㅜ
특히 외국소설이 그런 내용들이 많아 잘 안읽혀 지더라구요.그래서 맨날 한국소설만 읽고 있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제부터는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왜 문제시 되는지 뭐든 읽어봐야 결론이 나는 것일테고....해석은 각자의 몫일테고.....
필립 로스의 소설도 읽다 포기한 책들 다시 읽어봐야 겠군요^^

다락방 2021-10-05 15:32   좋아요 1 | URL
소설에 나오는 모든 관계를 우리가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또 비판하기도 하면서 읽는게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극적 공감이 되지 않을 때면,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이런 마음이 있구나, 이런 관계가 있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당사자 각자의 몫일 테니까요. 아, 저는 어서 빨리 이 늙은 남자와의 연애 얘기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싫어요 할아버지랑 젊은 여자 이야기 ㅠㅠ

수하 2021-10-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엮이고 엮여서 궁금한 책이 더더더 많아집니다.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저도 괜히 불편해요...

그나저나, <비대칭>과 <친구들과의 대화> 번역자가 같은 분이네요?

다락방 2021-10-05 15:33   좋아요 0 | URL
나이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는 사실 로맨스로는 보이지를 않는 것 같아요. 리사 할리데이가 짚어준것처럼 비대칭의 전형적인 모습 아닐까요?

그나저나 역자가 같다니, 저 지금 알았네요. 대박... 저는 무심히 넘긴 것을 짚어주셨어요!

blanca 2021-10-05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구도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많아서... 그래도 노교수와 젊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중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었던 건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었어요. 여학생이 그 교수를 더 사랑했고 그 교수는 물질적 편의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었고 그 여학생에게서 거리를 지킨 이야기. 생각해 보니 그건 앤드루 포터 자체가 30대의 젊은 남자 작가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여전히 젊은 여자를 원하는 나이 든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에게서 기대하는 물질적 편의들, 이 구도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구도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에서뿐 아니라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니까요.

다락방 2021-10-05 15:36   좋아요 0 | URL
성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갖는 것은 그동안 자연스러웠고 또 지금도 그러하잖아요. 고연봉의 직업은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고요. 저희 회사만하더라도 임원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어요. 그러니 늙은 남자가 가진 자원을 젊은 여자가 똑같이 가진다는 것은 젊은 여자가 애초에 어마어마한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힘든 일일 것이고, 상대의 자원에 끌린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요. 그런데 불편한 것은, 상대의 자원의 끌렸다고 했을 때 내가 가진 자원은 무엇이냐, 라고 하면 젊은 육체라는 거죠. 그게 미치겠어요. 그것이 자원이 된다는 게, 그것을 자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요. 그 지점에서 환장할 노릇인것 같아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좋았던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노교수의 거리감도 있지만, 제가 그 이야기를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모든 것을 충족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었어요. 모든걸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드니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가 보여주고 있고, 사실 저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망고 2021-10-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20대 그 예쁘고 파릇한 나이에 어떻게 할아버지를 사겨요ㅠㅠ 아무리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였다고 해도 거기에 어떻게 넘어갈수가 있나요ㅜㅜ 너무너무 거부감이...

다락방 2021-10-05 15:38   좋아요 0 | URL
망고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로움은 가난하게 태어난 자가 가지기 힘든 것이잖아요. 열심히 일하면서 산다고 해도 풍요로움이 찾아들진 않고, 그러니까 이 이야기 속에서 여자가 풍요로움 때문에 남자를 바로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풍요로움은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런 이야기가 돌아버릴 만큼 싫은 이유에요. ㅠㅠ

꼬마요정 2021-10-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게 그렇게 없나 싶어요. 남자들은 온통 육체적인 행위에만 집착하는 걸까요. 노교수가 자신의 지식을 젊고 똑똑한 여제자에게 물려주면 좀 좋나요. 학문적 성취를 같이 하는 관계. 진정한 스승과 제자 아닌가요ㅠㅠ 하지만 학문이든 예술이든 여자가 더 재능을 발휘하면 어느 순간 남자의 성취로 바뀌죠… 아 이런 기득권 모순쟁이들 ㅠㅠㅠㅠ

다락방 2021-10-06 07:43   좋아요 1 | URL
실제로 상황에 맞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기도 해서 여자는 늙은 남자에게 네가 가르쳐준 게 많다고 하기도 해요. 육체적 행위도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는 돌봄을 위해 젊은 육체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든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다고 합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너네들이 한 거 사랑 아니야!‘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가 제목처럼 비대칭인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드디어,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어요. 글의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