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에는 그가 나왔다.

그는 나의 옆집에 살았고 그 집은 아주 큰 집이었다. 그도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집을 비웠고 그의 부모님과 그의 할아버지도 공교롭게 모두 집을 비워 며칠간 그 집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와 다정한 사이였고 그에 대한 애정이 매우 컸다. 그를 사랑했다. 그는 나만큼의 크기는 아니어도, 그 역시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부모님들도 나를 좋아하셨고 특히나 그의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했다. 그 집이 며칠 비워지는 동안, 그 집 부모님은 내게 연락해 집을 좀 들여다봐달라 부탁했고, 나는 기꺼이 그러겠노라 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그의 텅 비고 큰 집을 나는 가끔 들여다봐주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곧 집에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돌아올거라 했으니 그렇다면 이 큰 집에 그 혼자 있을테구나, 나는 빈 집을 한 번 돌아보고 나가려는데, 대문에 그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여자가 있었고 나는 그가 왜 나에게 말도 없이 돌아왔을까, 그가 왜 여자랑 함께 있을까 갸웃하며 보는데 그는 함께 있는 여자를 보느라 아직 나를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암수 서로 정다웠고, 그리고 커플 티를 입고 있었다. 커플티와 커플 바지. 가만있자, 저건 커플티인데.. 왜 다른 여자랑 커플티를 입고 있을까? 그리고 왜 저렇게 다정할까? 그는 며칠간 집에 없었는데, 그렇다면... 하다가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신혼여행을 다녀왔구나,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야. 나랑 다정하게 지내는 내내, 나의 연인으로 살갑게 굴어놓고서는, 결국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한거였고, 그렇게 몰래 신혼여행을 다녀온거였어. 나는 경악하며 그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맞춰보는 동안,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돌려 내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울면 안된다고,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이를 악물고 걷고 있는데, 그는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는 나를 돌려 자신을 마주보게 하고는 말했다. 그런게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잖아, 너 저 여자랑 겁나 정답던데, 아니긴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그러자 그는 내게 그게 아니라고, 자꾸만 그게 아니라고 했다. 너 신혼여행 다녀온거 아니야? 그건 맞아. 그런데 뭐가 아니라는거야? 그는 내게 어쩔 수 없는 결혼이었다고,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고, 집에서 정략결혼을 하도록 강요했고 자신은 피할 수 없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을 좀 이해해달라며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설사 네 말대로 그게 정략결혼이고 어쩔 수 없이 결혼했어도, 너 그 여자 금방 사랑하게 될거야, 너 이미 사랑하고 있어, 너 그 여자랑 있는거 내가 봤는데, 라고 대꾸했더니, 그는 아니라고 했다. 나를 놓지 않을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나를 마주보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현빈의 얼굴이 되어있었고, 그렇게 현빈의 얼굴로 그런 말을 하노라니 나는 그에 대한 내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가 기억났고, 그러니까 .. 나는 그가 어쩔 수 없이 그의 아내랑 사는 동안, 그냥 예전처럼, 지금처럼, 그와 다정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내적 갈등이 찾아왔고, 이게 다 이새끼 얼굴을 보니까 그런거야, 하면서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생각해볼게' 하고 돌아서 내 집으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그의 말을 듣고 믿고 그를 계속 사랑하려는 내 마음이 튀어올라와서, 안돼, 얼굴에 현혹되지마, 내 사랑에 현혹되지마, 저 새끼는 개새끼가 맞아, 개새끼야, 안돼, 끊어버려,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 너무 가슴이 아파..

집에 돌아와 창밖을 보면서 나는 계속 고민했다.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그의 부모님도 뻔히 우리 사이 알면서 어떻게 저 결혼을 강제하나. 모두가 나를 속인 것인가. 무엇보다 이런 개같은 배신을 당하고서도 왜 나의 마음이 이렇게나 그를 버리는 걸 어려워하나, 


떠나자, 떠나는 거다. 떠나는 게 답이다. 뭐가 됐든 그는 결혼을 했다. 끝이다. 끝이어야 한다. 내가 여기에 계속 있다면 그러나 나는 질척거릴 것이다. 나를 이런 상태로 둘 수 없다. 나를 이런 개같은 경우에 놓고 수시로 자존감 박살나게 할 순 없다. 옆집에 살면서 수시로 그를 마주치게 된다면, 그 얼굴을 본다면 나는 냉정하게 돌아서기 힘들것이다.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자.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자. 이건 돌이킬 수가 없다. 신혼여행 갔다온 그 사람을 내가 대체 무슨 수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떠나자. 어디로든 떠나는거야. 어디로든 가자. 어디로든 가고 또 어디로든 이동하면서 그렇게 살자. 한동안 그를 보지 않는다면 마음도 조용해질 것이다. 떠나자. 그렇게 나는 짐을 쌌고,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을 하는 중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서는 꿈속에서 느낀 슬픔이 그대로 내 안에 있어 당황했다. 어휴, 꿈이잖아, 왜 이런 꿈을 꾼담? 하다가, 이것은 엊그제 읽은 에바 일루즈의 책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념하면서 결국 받아들이는 것,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그런 모순에 대해서 나는 그 책에서 읽었던 터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었구나, 하였지만, 바로 이런 내용의 책이 있었다, 앨리스 먼로다! 하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 그대로의 내용을 앨리스 먼로가 한참전에 이미 단편으로 써주었지!!

















이 책에 실린 단편 <그림엽서>에서 여자는 남자와 연애중이다. 그와 결혼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가문으로 자신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자를 안고,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여자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니까.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했고 그래서 여자는 언젠가는 그와 결혼하게 되겠구나, 생각했던 거다. 그녀가 온마음으로 그와 결혼하고 싶어한 건 아니었지만 그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에게 닥칠 미래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여동생 부부와 여행을 떠난 그가, 여행지에서 그녀에게 그림엽서까지 보냈던 그가, 여행지에서 다른 여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신문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그 결혼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여자가 있는 마을, 그가 살던 마을로 아내와 함께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남자는 여자를 찾아오지도 않고 어떤 변명의 말도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남자와 여자는 연인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녀는 이 마을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무엇보다 이 남자가 나에게 행한 일의 이 배신감은! 기가 차다. 도대체 여자는, 나는, 뭐가 된것이란 말인가.


여자는 배신감에 치가 떨려 참으려고 하다가, 결국 한밤중에 차를 끌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가 이제 아내와 함께 사는 집. 그의 집 앞에 멈추어서 경적을 울리고 소리친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 그런 뒤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숙이고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길고 크게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나는 마음이 푹 놓여 한껏 소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이봐, 클레어 맥쿼리. 할 얘기가 있어!"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클레어 맥쿼리! 클레어 나와!" 나는 깜깜한 집에다 대고 고래고래 악을 썼다.

나는 또다시 경적을 울렸다. 한 번, 두 번...... 몇 번인지 모르게 수도 없이. 경적을 울리는 사이사이에 고함도 계속 질러댔다. 나 자신이 저쪽에 몇 발짝 비켜서서, 주먹으로 꽝꽝 내리치는지, 고함을 질러대는지, 경적을 눌러대는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리굿을 벌이는지,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째깍째깍 하는지, 보기에 따라서는 신 나는 놀이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러고 있는지도 거의 잊었다. 나는 리듬을 살려 경적을 울리는 동시에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림엽서>, pp. 262-263



결국 경찰이 찾아오고 그녀를 진정시킨다. 아마 이 일은 다음날 마을에 소문이 날 것이다. 그녀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했고, 한밤중에 남자의 집 앞에 가 행패를 부렸노라고. 여기에서 여자의 잘못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쑥덕임은 여자를 향할 것이다. 어휴, 남자가 자기 사랑하는 줄 알았나봐, 남자한테 이용당했네, 가서 행패부렸대, 하고. 


이 단편을 읽었던 2012년에는 내가 통쾌하다고, 한반중에 찾아가 경적을 울린거 잘했다고 페이퍼 써놨는데, 지금은 딱히 통쾌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나였다면 그 집앞으로 찾아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치는 일을 하지도 못했을 거지만, 그 일은 그가 당하는 벌로써 너무나 약하다. 그게 뭐야. 그 배신감을 어떻게 한밤중의 경적울리는 걸로 퉁칠 수 있어? 안돼, 저것 가지고는 안된다. 저건 통쾌하지 않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뭐가 되는걸까. 분명 아내는 물어볼 것이다. 저여자가 한밤중에 여기서 왜 자기 이름을 부르는거야? 그렇다면 남편은 결혼 전에 나 따라다니던 여자인데 결혼한거 알고 집착하는 거야, 신경쓰지마, 미친 여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아내라면, 나는 그에게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다. 단순히 경적을 울린 여자가 미친 여자구나, 라고 돌아서는게 아니라, 왜 울렸을까? 어떤 여자일까? 나는 그 여자의 사정을 알고 싶다. 그러나 그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 다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아, 이게 다 에바 일루즈 때문이여 ㅠㅠ 

아침부터 꿈에 잠식당하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잊나 생각중이다. 일기를 쓰는게 답이다. 일기를 쓰고 풀어버려야 돼.

이게 일요일 낮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꿈에서 느꼈던 아픔과 배신감이 아직도 배꼽에 남아있어.

암수 서로 정다웠던 너와 다른 여자... 휴.....




어제는 이모가 왔었다. 외할머니 댁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건데, 나는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구웠다. 이모가 도착하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었다. 점심으로는 장칼구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그걸 맛있게 먹은 이모는 울엄마를 모시고 외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오늘 울엄마를 우리집에 다시 데려다줄거라서 나는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었다.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었다. 이모는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모가 오면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 터였다. 고르곤졸라 치즈도 사두었었고. 그렇게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줬더니 이모는 맛있다고,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먹더니, 한조각 남은 것은 본인 싸달라고 했다. 집에 가서 데워먹고 싶다고. 그렇게 이모는 내가 구워준 파운드케익과 피자를 가지고 돌아갔다.



지난 주에는 여동생이 조카들을 맡기고 갔었다. 나는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었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었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었고, 쭈꾸미를 볶아 주었고, 장칼국수를 끓여주었고, 소고기를 구워주었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었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었다. 내가 내주는 음식들을 잘 먹는 조카들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음식 만드는 내내 부엌에 서있어야 해서 고단했지만 내가 차려둔 음식을 맛있게 또 배부르게 먹는 조카들을 보는게 너무 행복이었어서, 아, 나는 진짜 이런게 너무 좋다,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


조카들은 오랜만에 보는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었고, 서로의 집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으며 5인이상 모이면 안된다는 말에 만날 생각도 못하고 마냥 미루기만 하고 있었는데, 조카들이 할머니 보고 싶다고 울어버리자 여동생이 안되겠다 싶어 조카들만 우리 집에 두고 돌아간거다. 그렇게 주말 내내 조카들과 있었는데, 조카들은 내 생각보다 우리 집에 일찍 도착했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샤워를 하던 중에 조카들이 온 것이다. 밖에서 웅성웅성 조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초조해졌다. 으앗 왔구나! 나는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다. 안방 욕실에서 샤워를 했었는데 문을 열자 큰조카가 안방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그렇게 나를 보더니 이모!!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 역시 조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소리 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었다. 보고싶었어, 나도. 이러면서. 아... 이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게.. 이게... 내가 살면서 이렇게 나 보고 싶었다고 진심으로 나를 끌어안는 이런 경험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누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갑다고 나를 안아줄까. 내가 너를 안고 너가 나를 안는 그 순간이 진심만으로 꽉 차는 순간들이 살면서 나에게 앞으로 몇 번이나 오게 될까. 내가 무슨 복을 받았다고 이런 마음을, 이런 그리움을, 이런 사랑을 받나. 어떻게 나에게 이런 순간이 오나. 내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다고 신은 내게 이런 사랑을 경험하게 하신걸까.



2주 전에 새로운 조카가 태어났다. 나는 고모가 되었다. 새로운 조카에게는 젊은 이모가 셋이나 있다. 그 이모들에게 첫조카이니만큼 아마 크게 사랑받겠지. 이 아가의 사진을 받거나 영상을 보게 될 때마다 내 눈은 하트가 되는데, 그런 나를 보며 엄마가 '그런데 이 아가는 이모가 셋이나 되어서 너는 뒤로 쳐질거야, 얘는 아마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고 너에게 무심할 수도 있어' 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에게 안다고, 아마도 그렇게 될거라고, 아이에게는 아마도 가끔 보는 고모보다 자주 보는 이모가 더 친하고 다정하며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나는 아이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하는게 아니라고, 내가 사랑해서 사랑하는거라고, 내 안에 사랑이 너무도 크고 충만하게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고 아무리 사랑을 퍼주어도 나는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내 안에는 이미 사랑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그것을 주는 일은 받는 것과 꼭 같은 크기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나는 정말이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가 잘 드는 집이라서 나는 이 시간의 이 장소, 해가 잘드는 여기를 좋아한다.




이 시간에 매트 깔고 요가 하는 거 너무 좋아한다. 오랜만에 요가를 해야겠다. 요즘 통 안했는데 이런 환한 낮에 요가하는 건 궁극의 행복이다. 샤라라랑~


요가를 하고나면 이것저것 또 해먹어야겠다. 삼겹살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와인도 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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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7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얼 다락방님 얘긴가하고 너무 놀라서 조마조마 두근두근하고 읽다가 몇 프로쯤 유사한 추억하나 떠올랐어요. 좀 웃긴데 나중에 올려볼까말까 이러고 있음. 고르곤졸라는 사랑이네요^^♡

다락방 2021-01-17 15:49   좋아요 1 | URL
고르곤졸라 치즈 냄새나 진짜 꾸리꾸리 하잖아요. 너무 싫은데 ㅋㅋㅋㅋ 저희 엄마도 이거 하면 냄새가 싫다고 막 그러시는데 이모랑 조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고르곤졸라 피자를 좋아하는건지 꿀...을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핫. 해줬는데 잘 먹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미미님, 유사한 추억하나 꼭 언젠가 적어주세요. 읽어보고 싶어요. 기다립니다. 제 꿈 너무 슬퍼서 저는 지금 혼술 중입니다. 흑흑 ㅠㅠ

테레사 2021-01-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븐은 어떤 기종으로 사신건지요? 전기요금은 감당할 만한지요? 푸하핫..저는 이런 좀 현실적인게 긍금 궁금..

다락방 2021-01-17 15:48   좋아요 1 | URL
테레사님, 안그래도 전기 오븐이 전기료 엄청 잡아먹는다고 해서 쫄았는데요, 제가 주말에만 빵을 구워서인지 전기료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요. 그래서 마음 놓고 오늘도 또 빵을 만들었어요. 아하하하하.
제가 구매한 모델은 이것입니다.

https://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slitmCd=2114539868§Id=141253&searchTerm=sk%EB%A7%A4%EC%A7%81%20%EA%B4%91%ED%8C%8C%EC%98%A4%EB%B8%90

blanca 2021-01-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이... 감동적이에요. 애들한테 밥 해주며 귀찮음을 느꼈던 내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그리고 다락방님의 조카는 평생 잊지 못할 이모와의 추억을 가져갈 거예요. 저도 그런 이모의 추억이 있어서....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던 이모. 내 숙제를 도와줬던 이모. 이런 순간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요. 그런데 장칼국수는 뭐죠? 어떻게 해 먹는 건가요? 혹시 내가 레시피를 놓쳤나요? 다락방님 레시피좀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01-17 15:45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장칼구수는 밀키트고요. 이게 파는데가 별로 없어서 좀처럼 먹어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강릉에 장칼국수 맛집이 있다 하더라고요), 밀키트가 나와서 아주 제대로 요즘 자주 해먹고 있어요. 여동생네 보내줬었는데 제부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http://www.hyundaihmall.com/front/pda/itemPtc.do?ReferCode=429&slitmCd=2106060026&utm_source=naver&utm_medium=cps_pcs&utm_campaign=sale&NaPm=ct%3Dkk0ru67k%7Cci%3D26f04b0c46ecf56201880e7f7f4872d4eadb5e08%7Ctr%3Dslsc%7Csn%3D14%7Chk%3D160bd6ce7861e950959f16d96d2b4afc122a4089

이건 프레시지 장칼국수 밀키트 인데요, 이게 제일 맛있고요, 풀무원에서 나온 장칼국수 밀키트도 맛있어요. 인터넷으로 주문할 땐 프레시지 주문하고 마트가면 풀무원꺼 사서 해먹고 있어요. 저는 들어있는 것 그대로 넣고 물은 언제나 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넣고요, 거기에 만두와 각종 야채를 취향껏 추가합니다. 한 번 해서 드셔보세요!

조카들은 이런 일들을 나중까지 기억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이모가 자기들을 사랑했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가 나에게 애정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알 수 있잖아요. 후훗.
저는 그나마 어쩌다가 이박삼일 함께 하는 거였으니,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정성껏, 힘들어도, 고단해도 기쁨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해야 하는 가사노동이라면 저는 아마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ㅠㅠ

2021-01-1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1-01-17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과 책과 소소한 깨달음의 억지스럽지 않은 연결은 다락방님의 강점 같아요.
무겁고 진지하지 않게, 유쾌하게 글을 맺는 것도.

난티나무 2021-01-17 17:43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1-01-18 09:5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인님. ㅠㅠ
읽어주시고 이렇듯 좋은 말씀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누군가 강점이다 혹은 장점이다 말해주기 전까지는 사실 잊고 살게 되잖아요. 그러다 이렇게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는 의욕도 다지게 되는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정말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가 봅니다. 훗.
한 주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21-01-18 10:17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난티나무님 ㅠㅠ

난티나무 2021-01-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
전혀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가 짐작되지 않는 꿈은 왜 꾸는 걸까요???
장칼!!! 저는 그 유명하다는 강릉의 장칼국수 먹어봤습니다!! 하하. 먹을 때는 음 맛있군 하고 마는데 나중에 자꾸 생각나요. ㅠㅠ
앨리스 먼로의 저 책은 제게도 있어 반갑고요.
고모와 이모의 차이, 남자쪽 가족과 여자쪽 가족의 차이에 관한 글을 어느 책에서 봤는데 기억 안나 답답하고요.ㅎㅎㅎㅎ (다락방님의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이 부러워지는 순간)
위 댓글에도 쓰셨지만 매일매일 먹이는 일을 하게 되면 아마... 라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8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꿈을 아주 자주 꾸는데요, 깨고 나면 항상 ‘이걸 왜 꿨을까?‘ 생각해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것도요. 꿈에서의 기분에 잠식당할 때가 더러 있는데, 어제 이 꿈이 그랬어요. 하루종일 그리움과 서운함에 허덕였어요. 휴.. 털어내자고 글 썼지만 그 기분은 좀처럼 제게서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저도 고모와 이모의 차이에 대해서 어디선가 본것같은데 ㅋㅋㅋㅋㅋㅋ그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기억과 경험과 끌어오기 스킬을 가진게 아니라, 각자가 기억하는 부분들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분명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지금 전혀 안나거든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난티나무님! 제가 힘들어하면서도 조카들의 식사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뭐해줄까 고민하며 즐거워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가사노동에 끝이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요일이면 제부모가 와서 데려간다! 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이걸 매일 겪는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요. 아마 저는 중간중간 수시로 가출을 했을지도 몰라요. 몇해전에는 집에서 설거지 하다가 뛰쳐나간 적도 있거든요. 왜그렇게 답답하던지.

매일매일 한다면 아마도 저는 가사노동의 부당함과 고단함과 기타등등에 대해서 매일매일 분노의 글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핫.

scott 2021-01-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가 온다는 소식에 빵을 굽고 이모가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내려주고 파운드 케익을 구워 잘라주고 점심으로 장칼국수를 야채 듬뿍 넣어 끓여 주었고 이모 가져가라고 파운드케익을 새로 하나 또 만들고 점심 전에 출발하려고 한 이모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를 구워주고 조카들에게 오븐에 치킨을 구워주고, 우유를 뜨겁게 데워 핫쵸코도 만들어주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고, 쭈꾸미를 볶아 주고, 장칼국수를 끓여주고, 소고기를 구워주고,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고, 함께 머핀을 만들어 먹고
다락방님 거의 스무시간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싸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내어주는 일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다락방님
조카들이 나중에 크면 이모? 고모?에게 빵을 구워주고 피자를 만들어주고 쿠키를 함께 만들어주고 파운드 케익을 만들어 싸줄것 같아요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ㅋㅋㅋ ♥๑♥
저라면 밀키트 제품 사서 모셔놓은 비싼 그릇에 플레이팅만 멋지게 하는뎅 ㅋㅋㅋ
다락방님 조카 탄생 축하합니다. 사랑할 대상이 한명 더 늘었네요.^0^


다락방 2021-01-18 10:02   좋아요 0 | URL
스콧님, 저도 밀키트 제품 사서 후딱 해치우는 것들이 많아요. 위에 언급된 것들 중 장칼국수도 쭈꾸미볶음도 다 밀키트였어요. 밀키트 없이 저런걸 어떻게 다 준비하나요?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하하핫. 그런데 제가 워낙 요리를 못하는지라 밀키트를 가지고도 좀 헤매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래요.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될 날도 오겠지요. 아직 먼 것 같지만...

조카들이 훗날 제게 무언가를 해주게 될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제 사랑을 받아주고 저랑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 족할 것 같아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저는 조카들 덕에 깨닫고 있거든요. 조카들과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며 살게 된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할것 같습니다. 훗.

유부만두 2021-01-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춘기에 이십대 아이들은 매일매일 해먹이는데 덜 이쁜 이유는 매일 봐서 일까,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 안의 사랑이 말라버린 걸까요. 아 슬프네요. 새로 태어난 조카 아이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길요! 그럴거에요. 광파 오븐을 가진 고모님이 계시니까요. 그 고모님 사랑 광산 부자님이시니까요.
눈이 걱정 보단 덜 쌓인 월요일입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멋지게 보내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1-01-18 10:09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제 여동생도 간혹(사실은 자주) 가사에 치여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어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부르짖곤 한답니다. 여동생은 그래서 종종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해요. 저도 기간이 정해져있었고 그 끝이 언제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만한 사랑으로 이 모든걸 해냈지, 만약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채로 하염없이 매일, 매끼니를 준비해야 했다면 저는 수차례 가출했을것 같아요 ㅠㅠ
저 때도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에 뻗어서 기절했답니다. 조카들 돌아가고 난 뒤의 고요함과 평안함을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깨달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 연달아 부엌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 노동이 고단해서 ‘역시 나는 직장 체질이야, 회사원 해야 해‘ 했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하고 여태까지 사고 수습하면서 ‘나는 직장 체질이 아니야, 직장 힘들어‘ 이러고 있네요. 제가 과연 어떤 체질인지 좀 더 파악해봐야겠어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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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불안한가》의 저자 '에바 일루즈'는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10대학교에서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문학을 공부하고 히브리대학교 석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스쿨 박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 엄청 많이 했네.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한 에바 일루즈는 역시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베를린 지식연구소 교수를 지냈다'고도 한다. 대단하다.


이렇게 공부를 많이한, 그러니까 엄청난 지식인인 '에바 일루즈'가 '엄마들의 포르노'라 불린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고 그것으로 현 상황과 인기를 끈 이유를 분석해 책을 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짜릿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 좋았다. 기존 지식인들이라면 B급이라 칭하며 읽지도 않고 까거나 무시할게 뻔할 책을, 에바 일루즈는 3부까지 모두 읽고 사람들이(사실은 여자들이) 이 책을 왜그리 많이 읽었나, 들여다보고 그걸 책으로 써낸거다.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책으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책이 문학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문학적으로 뛰어나야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이 책이 왜 인기인지 알고 싶어 나도 출간 당시 사서 읽었더랬다. 1부만 읽고 더이상 읽기를 그만둔것은, 이 책을 읽는 내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2012년에 써둔 리뷰를 덕분에 오늘 찾아 읽었는데, 오, 제대로 정확히 잘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1부만 보고 내가 판단한 것은, 링크된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젊은 여성 아나스타샤가 세계적인 대부자 그레이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놈은 SM..으로 주인과 종관계를 맺고 계약서를 쓰며 '사랑'이나 '연애'가 '아닌' 그저 섹스만을 추구하는 놈이라는 거다. 그러나 1부의 끝에서 그레이가 자신의 방식대로 아나스타샤를 섹스 도중 '때리고' 이에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러워 하며 그의 곁을 떠나는 거다. 2,3부를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 다음 내용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방식대로 변화하게 되고 진실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며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다... 는 것.

















책은 1부만 보고 말았지만, 영화는 다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것도 극장 가서 봤어. 나랑 이 영화의 1부를 같이 본 친구는 결국 나랑 이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같이 보았는데, 마지막에, 누구나 추측할 수 있었던 뻔한 결말 그대로, 아나스타샤가 그레이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을 보면서, 그러면서 뭔가 친구와 나는 극장을 나서면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아아, 이 기분 무엇????????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아나스타샤 나 같다... 생각하곤 했는데 도대체 왜그랬냐면, 생김새가 닮았기 때문이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나 혼자 생각한다. 생긴게 꼭 나같네? 라고 늘 나는 생각하는 것..(사실이 아님)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여튼,

아나스타샤는 영화 1부에서 그레이한테 푹 빠져서 그레이가 원하는대로 해주고자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섹스 도중 자신을 때리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그녀는 아파하면서 울고, 그렇게 울면서 그에게 말한다. "이게 진짜 당신이 원하는거에요?" 그렇게 떠나가버리는 것.. 그렇게 사랑하지만, 그러나 사랑한다고 해서 나를 때리는 것까지, 그것이 섹스의 이름을 달고 있다해도, 용납되진 않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자신의 책에서 한 여성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마조히즘에 대해 언급한다.




우리 자아는 고통을 피하려는 성향을 가진다. 그러나 마조히스트는 외려 고통을 찾아다닌다. 우리 자아는 모든 일을 통제하려 애쓰는 반면, 마조히스트는 통제를 당하려 한다. 우리 자아는 최고의 자존감을 세우려 노력하지만, 마조히스트는 자청해서 굴욕을 뒤집어 쓴다. -P.93, 재인용



위의 인용문을 가져온 뒤, 에바 일루즈는 마조히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마조히즘은 일종의 자발적 형태의 굴종이며 제 스스로 아픔을 감당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자존감과 자율성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의 향락적 주체와 극단의 대비를 이룬다. -P.93



내가 아나스타샤와 같다고 했던 지점은 그녀가 고통을 박차고 그를 떠났다는 데에 있다. 아나스타샤는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는 사랑 대신 섹스만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도 그레이가 너무 좋다. 그레이를 사랑한다. 가급적 그에게 맞춰주려고도 했다. 그러나 나를 때리는데에 그 고통을, 그것은 맞아서 내 피부에 상처가 나는 육체적 아픔이 주는 고통보다는, 맞았다는 것에서 오는 자존감 하락에서 오는 아픔이 더 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어 한다.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그런데 나를 이렇게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행위를 감당하면서까지 당신 옆에 있지는 않겠다는 선택. 바로 그 지점.


그 지점은 나의 사랑보다 나의 자아를 선택한 것일테다. 당신보다 내 자아, 사랑보다 내 자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면서 내 자아가 박살나? 그렇다면 떠나겠다. 세이 굿바이. 안녕-


그레이가 만약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그러니까 그레이의 가슴 속에 사랑이 없었다면, 그레이는 아 이번 여자(아나스타샤)는 내 성적 취향과 맞지 않군, 아쉽지만 보내줄 수밖에...라고 했을 것이다. 마주 세이 굿바이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나스타샤와 그레이의 이야기는 더는 진행될 수도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이의 가슴속에 샤라라랑 사랑은 생겨나버렸고,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을 알고부터 그대만을 느끼다보면, 어느 정도 상대에게 맞춰지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가려던 것들 중에 포기하는 것들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트라우마와 상처로 똘똘 뭉쳐져 있어서 사랑이나 연애를 할 수 없었던 우리의 (안잘생긴)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다시 찾고! 아나스타샤의 바람대로 사랑이라는 것을, 연애라는 것을 하게 되며, 심지어 아이까지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지점들을 보고 분석해서 베스트셀러 원인중의 하나로 꼽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바라는 바가 있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내용이 여기 들어가 있었다는 것.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영화를 다 보았던 사람으로서 나는 이 부분에서 에바 일리즈가 휘두른 삼지창에 찔려버렸다. 나라는 인간의 모순됨을 나 역시 수시로 깨닫는 바, 에바 일루즈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똑똑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



로이피(미국의 여성 작가로 뉴욕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뉴요커』The New Yorker 지에 실린 대프니 머킨의 말을 인용한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 심지어 겉보기뿐인 평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지만, 언제나 섹스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로이피가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더더욱 흘려들을 수 없는 노골적인 불평, 곧 평등이 섹스 욕구를 퇴색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남녀의 평등은 그다지 섹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평등을 존중하는 섹스는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반면교사로 삼은 남자는 적극적이며 직접적으로 섹스를 주도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여성은 자신감에 넘치며 게임이라도 벌이듯 유려하게 접근하는 남성성을 갈망한다. -p.81-82



평등은 원래부터 혼란스럽다. 평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불거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등이 불안함과 애매함을 낳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불평등을 편안하게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측면은 권력관계를 보호관계로 바꿔주며, '자연스러운' 상호의존성과 강한 감정적 접착성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등은 어떤 의무감도 낳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권리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방과 갈등을 빚도록 조장한다. 불평등이 지닌 세 번째 편안한 측면은 역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이로써 관계 당사자들은 좀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골치 썩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그려내는 사회적 역할을 보라. 고민하고 자시고 할것 없이 그저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지 않은가. -p.82-83



그러니까 바로 엊그제도 나는 이런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요즘은 책읽기보다 영화 보기를 하고 있는데, 액션 영화를 보노라면 걍 세상 시름 잊고 화면만 볼 수 있어서 넘나 좋은 거다. 그렇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찾아 보게 됐는데, 예전에도 보고 인상 깊게 기억하던 장면이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아내와 헤어진 이유가 나온다. 정부 비밀 요원으로 살아가며 위험한 일들을 하다보니 아내까지 위험에 처하게도 했던 것. 이에 이단은 아내와 헤어짐을 결심하고 가끔 아내로부터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는 걸로 족하다. 멀리서 아내를 지켜보면서 아내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것, 그게 이단의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역할인 것이다. 내가 오래전에도 이 영화 보면서 이 장면 너무 좋다고 썼을텐데, 이번에 보는데도 너무 좋은 거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게 진짜 자지러지게 좋은 거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나에게 나는 물었다. 그렇게 독립적이길 원하면서도 저런 거 보고 좋아하다니, 나라는 인간의 모순은 무엇? 자율적이길 원하면서 보호를 원하는것인가? 막 이런 내적 갈등이 찾아왔던 것이다. 하여간, 액션 영화를 봐도 이렇게 맨날 내적갈등 하고 그래? 세상이 주는 시름 잊자고 액션 영화 보면서 내 안에 시름 쌓아가는 나 무엇? 아아, 나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민하는 동물인가.. 인생 무엇, 사랑 무엇, 보호 무엇, 자유 무엇..


아무튼 그런 감정을 느끼던 차에 에바 일루즈를 읽었고 에바 일루즈가 이렇게 평등을 바라지만 섹스에 있어서 불평등한 점을 바라기도 하는 모순에 대해 똭- 얘기를 해줘버린 것이야.. 인간이여...





그래서 나는 이런 놈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부장제를 갈망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의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런 갈망은 여성이 지배당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감정적 결합을 갈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물론 감정적 결합에는 피치 못하게 남성의 지배가 뒤따르기는 한다. 혹은 이런 지배를 드러나지 않게 숨기거나 교묘하게 정당화 하기도 한다. 마치 남성의 보호자 역할을 봉건체계로부터 떼어내 보호만 보장해주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어쨌거나 그 본질은 남성의 지배다. 다시 말해 오늘날 여성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영역에서 남성의 지배와 직면해야만 한다. 물론 여성에게 낮은 신분을 강요하며 남자에게 보호의 의무를 안기는 봉건적 규칙이 사라지기는 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여성은 감정을 나눌 짝 혹은 배우자를 갈망하는 탓에 여전히 남성에게 휘둘리고 만다. -p.84




소설을 읽을 때 해묵은 페미니즘 물은 하나가 끈질기게 우리의 뇌를 파고들 정도로 그레이는 철저하게 보호 역할을 감당하려 노력한다. 작품 자체도 명시하고 있듯, 그가 보이는 '보호'라는 강박관념 뒤에는 혹시 일종의 통제 욕구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비록 아나는 그레이를 거듭 '통제광'이라 표현하지만 정작 그가 보호자처럼 구는 것은 물론, 자신이ㅡ 소유임을 과시하는 ㅔ스처를 갈망하는 쪽 역시 아나 자신이다. 그리고 점차 아나는 자신이 지배닿아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지배받으려는 갈망은 아나가 자율성을 열망하는 것과 나란히 가는 여성성의 또 다른 측면이다. 물론 남성이 지배해주며 이끄는 섹스를 바라는 여성의 태도가 곧 사회적으로도 남성이 지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역할 문제를 협상하지 않아도 좋은,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함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섹스를 하고 싶은 것일 따름이다. -p.86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에바 일루즈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바라고 좋아하면서 읽는 사람이 그토록이나 많다는 것을 보니, 아, 세상에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이성애에 뭔가 다들 미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이성애자이면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주고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상대를 고대하다보니, 그것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인 이 소설이 잘 팔려나가버리게 된것이다.


에바 일루즈는 이 책에서 사디즘과 마조히즘에 대한 언급도 하는데, 나는 에바 일루즈가 이 책을 쓴 것도 너무 좋고 이 책을 읽으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지만, 에바 일루즈가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결이 다르다는 것은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내 역할은 분노..인 것이구나, 싶은 거다. 만약 내가 《여자는 인질이다》, 《포르노랜드》,《포르노그래피》,《포르노에 도전한다》등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에바 일루즈의 이 책을 내 성서처럼 받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여자는 인질이다, 라는 책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큼 팔리거나 읽혔다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토록 흥행할 순 없었을 것 같다. 사랑에 미치고 연애에 미치고 완벽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원하는 게 아닌, 그래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우리는 어떤 남자가 멋있는지 그리고 어떤 여자가 남자들로부터 사랑받는지 보아 오지 않았던가. 내 환상의 어느 지점들, 아니 대부분의 지점들은 바로 그런것들로부터 생겨났을 것이며 또 고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에바 일루즈가 분석한대로의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만든 것 역시 그동안의 세상이, 우리가, 대중매체가 한 일이라는 거다.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p.190



위의 문장을 가져오고 나니, 어제 보았던 영화 <스노우맨>이 생각난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하도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연쇄살인범이 불륜을 저지른 여성들만 살해한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레베카 퍼거슨' 나오는 영화 보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스노우맨이 이미 몇해전에 개봉했다는 걸 알고서는 부랴부랴 다운 받아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보고 싶었떤 것은 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었던 바, 그런데 해리 홀레 말고 여자가 액션을 보였던가? 아니지 않았나? 하면서 보게되었고, 내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아, 그전에 내용을 다시 언급하자면,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이 보여진다.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어머니는 유부남과 불륜관계인데, 이 유부남은 이 아이에게 결코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심지어 이 여자랑 아들을 버리고 가버린다. 이에 엄마는 상심해 자살을 하고, 이 자살을 아이가 목격한 것. 이 때부터 아버지없이 살게 만드는 엄마들, 아이를 내팽개치는 엄마들 혹은 여자들에 대한 증오감이 이 아이 안에 폭발해서, 그런 여자들만 골라 살해해버리는 거다. 이에 해리 홀레는 그 범인과 격투를 하면서 말한다.


"널 버린 건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아버지지."


그렇다.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다면, 친아버지가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면,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애초에 홀어머니랑 살게 둔 그 아버지, 그 아버지는 어디에 있냔 말이다.



가끔 우리의 원망과 분노는 가야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데, 제대로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분노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스노우맨이 복수하는 대상은 잘못되었다. 그런데 책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었나? 그걸 모르겠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책이 워낙 두꺼운터라 엄두가 안난다. 패쓰.




그래, 레베카 퍼거슨에 대해 얘기하자, 레베카 퍼거슨.

그러니까 미션 임파서블 연달아 두 편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대단한 액션을 보여주는 거다. 와, 너무 좋아. 공중에서 막 사람 목을 다리로 휘감아 쓰러뜨리고 그러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여배우의 장기인가 보았다. 그런 장면이 두 편 다 나오는데 진짜 세상 멋져. 아아, 나는 이 여자의 액션을 좀 더 보고싶다? 하고 검색해보니 스노우맨이 나왔고 스노우맨이여...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밖에 쓸 수 없습니까? 이게 전부야, 이렇게 써야 해, 이 배우를? 이 엄청난 액션 파워 가지고 있는 배우를 고작.. 하아- 슬프다 슬픔의 새드니스..


그렇지만 레베카 퍼거슨의 영화가 더 있으므로 더 보기로 하자. 세상의 감독들아 레베카 퍼거슨 이대로 두지말고 액션에 데려가라, 액션에!! 레베카 퍼거슨을 이렇게 두지 말란 말이닷!!


















미션 임파서블에서 이단은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자주 업무 때문에 마주치면서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게 된다. 이에 이단의 동료인 '루터'는 일사에게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단은 당신을 아껴요' 라고 말하면서 '그러니 이 작전에서 빠져요'라는 거다. 이단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 소중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일사는 스스로 강한 사람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인지라 그런 말 때문에 오 날 아낀다니 땡큐, 난 그렇다면 조용히 빠질게, 라고 하지 않고 임무에 뛰어든다. 일사, 액션 계속 보여주세요.


저 대사를 보고나서부터 '아낀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아낀다, 아낀다라.. 나는 누구를 아끼나, 나는 무엇을 아끼나. 아낀다는 말을 들어본 게 너무 오래된 것 같은 거다. 누가 나를 아끼나, 아낀다라는 감정 너무 좋고 소중하네. 혹여라도 감정이 몽글몽글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렇게 만드는 상대에게 물어봐야겠다. "날 아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간질거리는구먼 간질간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에바 일루즈 덕에 나는 사랑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보기로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뭔가 공부할 게 생기면 관심가는 게 생기면 일단 책부터 보게 되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사람1이다. 그렇게 나는 에바 일루즈의 책을 사러 간다. 슝-

















이 페이퍼는 오늘 아침 들은 노래로 끝맺겠다. 완벽하다.







되도록 여성에게 거리를 두고 감정을 희롱하며 상처를 안기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디스트는 결국 상처를 입힐 대상, 곧 여성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게 바로 사디즘 패러독스다. "우리는 우리 욕구의 대상이 곧 우리 의지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대상은 곧 주체여야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와 똑같은 자율적 의지와 욕구를 갖는 주체만이 욕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인간은 오로지 독립적 인격을 갖는 주체만을 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에 우리는 이렇게 덧붙일 수 있다. 오로지 자율적 주체만이 욕구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직 그런 주체만 우리에게 ‘아, 저 사람 정말 갖고 싶구나!‘ 하는 감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65

그레이의 숱한 사랑 고백에 아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당신 말을 안 들어도?" 그레이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아나스타샤."(3부 1권 71쪽) 여자를 지배하고 ‘서브‘, 곧 노예로 만들려는 시도로 시작된 관계는 ‘인정을 얻어내려는 투쟁‘으로 발전한다. 끝없이 말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돔‘은 ‘서브‘의 의지에 굴복한다. 약자가 결국에는 진짜 강자로 입증된다는 속담이 떠올려지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돔‘은 자신의 권력의지를 포기하고, 그 대신 ‘서브‘의 인정에 목을 맨다. "참 다루기 힘든 사람이군, 스틸 양."(1부 2권 75쪽) 그레이가 여러 차례 사랑을 듬뿍 담아 하는 말이다. 우리의 욕구와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이다. 우리는 자율성을 자랑하는 사람을 욕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욕구는 다시금 타인의 욕구를 이끌어낸다.- P67

많음 여성 학자가 보기에 통속소설 가운데 마조히즘을 미화한 작품은 결코 적지 않다(『O 이야기』는 물론이고 히치콕이 영화화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작품은 여성으로 하여금 희생자 역할을 긍정하고 내면에 새기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미셸 마세(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0는 여성이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장차 남성과 맺게 될 섹스와 감정 관계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아픔을 미리 연습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소설문학은 여성 독자에게 남녀 사이의 관계가 갖는 아픈 요소를 허구 세계의 쾌락적 요소로 바꿔버림으로써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준비하게끔 돕는 게 된다. 그렇다면 마조히즘은 사랑의 조건이나 변태적 섹스가 아니라 사회가 지어낸 일종의 장치다. 이 장치는 여성으로 하여금 회피해야만 하거나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면서 생겨나는 아픔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를 감내하는 법을 배우게 만든다.- P94

이 소설(『O 이야기』)이 페미니즘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더욱 직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 작품은 여성이 처한 불편한 사정을 가감 없이 폭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곧 여성들이 사랑과는 무관하게 거침없는 성적 쾌락과 욕구를 오로지 굴종과 복종이라는 상태에서만 체험하게 될 수 있다는 고발로도 읽을 수 있다. 마조히즘을 그 논리적 귀결, 곧 ‘O의 죽음‘까지 몰아가면서, 이 작품은 욕구의 주체인 여성을 파괴하는 것이 이성애 사랑의 핵심이라는 점을 무의식중에 폭로한다. 아무튼 『O 이야기』에서는 자기의식 말살, 마조히즘, 사랑이 하나의 유일한 연속적 연결고리를 이룬다.- P97

‘그레이 시리즈‘는 조악한 문학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구분‘을 넘나들면서 오늘날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생활이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P113

소설이 아나를 보호하고 소유하겠다는 그레이의 희망에서 촉발된 수많은 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그만큼 여성이 보호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호받고 싶다는 희망과 안정적인 감정 결속을 이루고 싶다는 갈망은 오늘날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갖는 반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페미니즘은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허물고자 노력하면서 양성관계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수혜자여야 할 여성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이중적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페미니즘 혁명이 미완의 것으로 남았다는 반증이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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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15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5년에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떄는 페미니즘을 탑재하기 전이더군요. 두 사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썼더라구요.
이성애만을 답으로 상정하는 이 세계에 대해 의문이 많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마지막 지점은 진실하고 충직한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절망을 주는 것은 사람이지만 결국 위로해주는 것도 사람이다....

항상 좋지만 근래 다락방님 페이퍼 더 좋은 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뭔가 파이팅!이 더 느껴진달까요?
전 <육식의 성정치>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저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을테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절망을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위로를 주는 것도 사람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정하고 또 사랑하면 그야말로 천국 아니겠습니까. 다만, 사랑을 찾아 헤매이느라 우리가 꼭 봐야 할 것을 지나쳐버리는 것, 참지 않아야 할 것을 참는 경우가 생기지요. 그럴 때를 더 잘 인지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사랑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랑을 공부할거고요, 그러므로 에바 일루즈의 책을 또!! 살겁니다. 이건 잘하는 거잖아요. 이럴 때 책 사도 되는거잖아요. 이런건 현명한 소비 아닙니까? 네? 맞잖아요?!


단발머리님, 육식의 성정치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저는 읽는게 너무 신나요. 똑똑한 여자들이 똑똑한 생각을 써낸게 진짜 너무너무 짜릿해요. 덩달아 신나서 읽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기쁨과 짜릿함을 주기 위해서라도 단발머리님은 계속 읽고 쓰셔야 합니다. 멈추지 마시고요. 아셨죠? 움화화핫.

2021-01-1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5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연 2021-01-15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우 이번 페이퍼는 어디 실려야 하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하는데 알라디너들만 보기엔 너무 저릿저릿한 글입니다.

다락방 2021-01-15 13:35   좋아요 2 | URL
아이 수연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뭘 또 그렇게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서 정신줄을 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1-1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라라라라랑 이런 표현들이 다락방님 글의 매력중 하나예요~!!ㅋㅋ읽다가 덩달아 동요되게만드는? 저도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동대문역에서 핸드폰(슬라이드)두개로 부순뒤 휴지통에 버렸는데 그것이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죠.(R.프로스트)ㅋㅇㅋ;

다락방 2021-01-15 14:00   좋아요 2 | URL
제가 이 페이퍼에도 또 샤라라랑 썼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미님 댓글 읽으니까 왜이렇게 웃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폰을 부숴버리셨단 말입니까? 폰을 부순건 너무나 아깝지만 그것이 나쁜 사랑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었다면 그래야만 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랑에서는 벗어나야지요.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은 혹은 그 이상으로 나쁜 사랑 혹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결국은 거기서부터 벗어나야 하고 박차고 나와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더 나은 상대, 더 나은 사랑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혼자 건강할 수도 있고요. 앞으로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미미님. 힘내서 열심히 살아봐요. 좋은 책 잔뜩 읽고 또 글도 쓰면서요!

공쟝쟝 2021-01-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읽고 있길 읽게되길 참 잘했다!
이 페이퍼도 읽고 있고 읽게 되길 너모 잘했다! (나자신 쓰담쓰담)
사회자체가 거대한 스톡홀롬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아니 세상의 사랑은 그것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모-자녀 의 관계까지도. (아니 그 관계야 말로) 저 역시 사실은 평등을 싫어하는 피곤해 하는 어떤 느낌을 느껴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그레이도 봐야께씀 ㅋㅋㅋ 전 영화로 먼저 ㅋㅋ

다락방 2021-01-17 16:00   좋아요 1 | URL
쟝님 이 책은 다 읽었나요? 그레이는 봤어요? 주말을 그레이 영화로 불살라 버려욧!! ㅋㅋㅋ 궁금하다. 그레이 보고 쟝님은 어떤 감상을 남길지. 꼭 보고 글 써줘요, 알았죠?

공쟝쟝 2021-01-18 06:24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예요 다락방님... 눈이... 눈길이... 빠샤빠샤! 전 그레이가 하나도 섹시하지 않아서 2편을 보다가 졸기까지 했답니다... 3편은 안보기로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0:11   좋아요 1 | URL
그레이 진짜 너무 별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에서 겁나 치명적으로 써놨는데 영화에서 너무 안치명적이라서 미치겠어요. 게다가 2편인가 3편에서 아나스타샤 옆에 있는데도 여자 건축설계사가 그레이를 노골적으로 유혹하거든요. 그 장면은 제가 지금도 기억하는 미친 장면이에요. 아니, 저 남자 뭐가 좋다고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유혹하냐 싶었고 또 세상 어느 여자가 옆에 아내 있는데도 그녀의 남편을 유혹하냐 똥같네.. 했었답니다? 하하하하하. 섹시함이라는 것은 저마다의 몫이니,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겐.. 섹시했는가 봅니다. 저랑 쟝님은 아닌 걸로.. ㅋㅋ

공쟝쟝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인용된 소설이 훨씬 야했어요 ㅋㅋㅋ 정말 안치명적이어서 하품, 야하긴 한데 너무 기대했던지 안야하게 느껴져서 또 하품...

공쟝쟝 2021-01-18 11:51   좋아요 0 | URL
365 남주 생긴게 더 좋아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8 11:53   좋아요 0 | URL
꺅 >.<
맞아요! 그 영화 진짜 쓰레기같은데 남주 겁나 잘생겨버림.. 휴... 너무해 ...... 그 얼굴로 그 영화에밖에 나올 수 없었니? ㅜㅜ

공쟝쟝 2021-01-18 12:10   좋아요 0 | URL
그 얼굴로 바로 그 영화에 나왔기 때무네 글로발 대스타가 된 겁니다... 왜 그레이가 칠천만부가 팔렸겠습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
 















'줄리아 퀸'의 대화가 재미있다고 기억했던 나는 마침 전자책으로 나와있는 <공작의 여인>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브리저튼 가의 남매들 중 첫째딸인(그러나 위로 오빠가 셋) '다프네'의 얘기이고 상대 남자는 '사이먼'으로 공작이다. 사이먼은 태어났을 당시 아들이라 아버지로부터 엄청나게 사랑받았지만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더듬는 바람에 아버지는 그 사랑을 거두어들이고, 사이먼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기로 한다. 그중 하나가 '난봉꾼'이 되는 거였다. 그러나 책에서는 그런 사이먼에게 '진정으로' 난봉꾼이 될 자질은 없었다고 한다.


비록 사교계의 반항아로 명성을 날리고 있기는 했지만, 사이먼은 진정한 난봉꾼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 런던의 밤을 즐기기는 했지만, 옥스퍼드에서 3년, 런던에서 1년, 끝없는 파티와 매춘부들의 행렬이 지긋지긋해지고 있었다. -책속에서



여자주인공 '다프네'는 사교계에 데뷔하고 2년이 지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해 속을 끓인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때는 1813년이고 명문가의 딸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며 유일한 과제는 신부가 되는 거니까. 게다가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남자랑 둘이서만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도 안되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해. 이렇게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정숙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남자랑 실제로 어떤 짓을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되는데, 대체 남자들은 어떻게 난봉꾼이 될 수 있었던걸까?



"그 여자는 단지 공작님이 끔찍한 난봉꾼이라고 썼을 뿐이에요. 그 사실은 공작님께서도 부인하시지 않겠죠?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자기를 난봉꾼이라고 불러 주었으면 하니까요." -책속에서



여자는 결혼 전에 남자와 둘이 있어서는 안되는데 남자는 난봉꾼이 되는게 희망이라면, 그 남자로 하여금 난봉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그녀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입니까?


한쪽에서는 남자랑 있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여자랑 많이 만나 난봉꾼이 되는게 희망이라니. 이 불균형과 부조리가 어떻게 공존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사이에서 난봉꾼이 되게 하는, 난봉꾼의 희망을 이루게 하는,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사이먼은 난봉꾼으로 사는게 자기에게 잘 맞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또 지루하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자신을 어릴적부터 거두어준 어른에 대한 예의로 무도회에 참가하고, 그가 공작의 지위를 가진만큼 많은 여성들과 또 어머니들로부터 최고의 신랑감 후보가 된다. 사이먼은 그게 너무 지겹다.



미혼 여성들은 지극히 지루했고, 어머니들은 짜증스러운 정도로 귀찮게 굴었으며, 누이들은 너무도 노골적으로 사이먼의 관심을 끌려고 했으므로 자신이 혹시 매음굴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책속에서



교양있는 여자는 남자와 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데, 그로 하여금 '매음굴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그가 생각하기에는 욕할만한 장소, 매음굴에 있는 여성, 대체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입니까?





첫째로 성착취(성매매)는 남자가 여자를 보고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둘째로 여자 전반의 성생활과 건강을 침해하며, 셋째로 ‘당해도 싼‘ 여자 집단을 만들어 모든 여자의 행동을 통제한다.-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P25











저 여자는 남자랑 둘이 있었다고 교양 없다고 욕하는 것은 누구인가, 매음굴에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매음굴을 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순결을 요구하는 이는 누구인가, 그건 남자들이 만들고 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1의 1화의 오프닝부터 나는 다시 이 물음에 부딪치고야 만다. 프리저튼 가의 장남 '앤서니'는 잠시 후에 여동생이 사교계에 데뷔하는 무도회에 여동생을 에스코트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되기에 앞서 한 공원의 커다란 나무 앞에서 열심히 섹스를 한다. 사교계 데뷔에 오빠가 필요한 그 시대에, 나무에 기대어 바깥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자랑 섹스를 하는, 그녀는 누구인가?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들키는 것만으로도 흠이 되는 이 때에 이렇게 드러나게 남자랑 섹스를 하는,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1813년이 배경인데 드라마 속에서는 공작이나 귀부인에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켰다. 아마도 드라마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지금 시대에서 바꿀 건 바꿔가면서 보여주려는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인종을 귀족으로 분하게 한 것이 아마 그들이 의미를 둔 가장 큰 시도가 아닐까.


브리저튼 남매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러니 여동생 다프네의 신랑감을 찾아주는 일, 그녀를 보호하고 잘 살도록 돕는 일은 오빠인 앤서니에게 달렸다. 그는 실제로 다프네의 옆에서 다프네에게 관심 갖는 남자들이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접근할 수 없도록 다 막아낸다. 그게 오빠의 역할이고, 가장의 역할이며, 남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가 그렇게 믿는 것은, 그 시대가 그런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충실한 책임감에, 나무 기둥에서 섹스 했던, 그리고 지금 그로부터 그의 책임감에 대해 듣기 바로 전까지 섹스했던, 그녀는 말한다. 다프네가 부럽다고, 지켜주고 돌봐주고 누군가가 있어서 부럽다고. 그 때 앤서니는 그녀에게 말한다. '나는 너도 돌봐줄거야.'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추문에 휘둘리게 되는 여성들이 살던 시대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 섹스를 한 여성에게, 그는 '내가 돌봐준다'고 말한다. 그녀는 누구인가. 그는 소프라노 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와 나무에 기대어 섹스하고, 집을 얻어 주고, 그러나 그녀와의 관계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긴 채로 그녀를 정부 삼는다. 그러더니 이제 자신이 한 가정의 충실한 가장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그녀에게 이 마을을 떠나라고 한다. 한 남자의 정부로 살면서 버려지고나면 그 마을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녀는 그와 섹스했고, 그의 정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일하고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한다.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저기 있는 저 남자 분은 여성은 마차에 탈 때 도움을 받아야 하며 구덩이에서 나올 때도 남자가 들어 올려 주어야 하고 모든 곳에서 가장 좋은 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가 마차를 타거나 진창을 지나야 할 때 도와주지 않으며 아무도 내게 가장 좋은 곳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를 보십시오! 이 팔을 보십시오! 나는 어느 남자보다도 더 많이 쟁기를 끌었고 씨를 뿌렸으며 곡물을 거두어 곳간에 넣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남성과 똑같이 일할 수 있고, 충분한 음식이 있다면 남자만큼이나 많이 먹고, 채찍질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열세 명의 아이를 낳았으며 이 아이들 모두가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습니다. 내가 어머니로서 슬픔에 겨워 울 때 주님 말고는 아무도 제 슬픈 울음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성이 아니란 말입니까?(Loewenberg and Bogin 1976, 253) -p.44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심지어 남자랑 섹스를 했으니, 그렇다면 그녀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매음굴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내 여동생은 조금의 흠이 있는 남자를 만나서도 안되고 남자랑 둘이 있는 모습을 들켜서도 안되지만, 그러나 나는 난봉꾼이 되어 매음굴도 가고 정부도 두고 산다면, 그렇다면 그 여자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누구란 말인가. 남자가 난봉꾼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가 필요한데, 그런데 내 여동생은 결혼전에 남자랑 둘이 있어서는 결코 안되는 거라면, 그 남자로 하여금 난봉꾼이 되도록 하는, 그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누구인가. 대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고 또 유지해오고 있단 말인가. 내가 결혼할 여성은 정숙하고 순결해야 하지만 나는 난봉꾼으로 살아야지. 어떻게 '나는 난봉꾼'이 되면서 '너는 순결한' 사람일 수 있단 말인가. 난봉꾼의 상대인 그녀는 누구인가. 결혼이라는 한순간을 평생 기다리며 산다는(영화속 대사다) 그녀는 또 누구란 말인가. 한쪽에는 결혼이 싫으니 즐기며 살겠다는 난봉꾼과 섹스하는 여자가 있고 한쪽에는 결혼 전에 남자와 있는 모습을 들켜서는 안되는 여자가 있다. 대체, 그녀들은 누구란 말인가. 무도회에서 좋은 신붓감으로 보이기 위해 단장한 그녀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섹스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인가.




이것은 <브리저튼> 드라마가 한 일도 아니고 '줄리아 퀸'이 한 일도 아니다. 그 시대가 배경이라면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 작가며 감독의 일일 것이다. 드라마 브리저튼은 그러나 그 시대적 배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아직 얼마 보지도 않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주체적인 여자들을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그 당시에 남자들처럼 대학에 가고 싶은 여자, 부당한 조건들에 맞서 따지려는 여자들에 대해서. 내가 답답할 수 밖에 없는건, 나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책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보면 될텐데,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나는 자꾸만 그 뒤의 여성들, 차마 교양 있는 여성들이라 불리지 못하고 남자들로부터 이용당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멸시당하는 여성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대체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왜 어떤 여자들은 남자들의 보호와 돌봄을 받고 어떤 여자들은 이용과 멸시를 당하는가.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P43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대체로 그렇듯이, 이것은 소녀의 감정이 고려되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이다. 계획된 결합에 순종하면서 소녀는 그 교환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거나 촉진시키지만, 그녀는 그 교환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P84




남성이 가구와 혈통에 '속해 있었다면', 여성은 그들에 대한 권리를 취득한 남성에게 '속해 있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 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 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 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직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p.139)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의 협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단에 의해 확보된다. 그 수단들은, 성별교의의 주입(gender indoctrination), 교육기회의 박탈, 여성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의 성적 행동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음‘(respectability)일탈‘(diviance)을 규정함에 의해, 제재와 노골적 강압에 의해,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권력에의 접근 차별에 의해, 그리고 동조하는 여성들에게 포상으로 계급적 특전을 줌으로써 여성들을 분리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다.- P380



'남성이 없는' 그녀는 누구인가. '남성에게 속하지 않는' 그녀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도대체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녀는 여성이 아니란 말인가, 를 되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줄리아 퀸의 잘못도 드라마의 잘못도 아니다. 애초에 구분짓고 압박하고 낙인찍었던 세상이 한 일이다.

가부장제가 한 일이다.

여성혐오가 한 일이다.

성차별이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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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6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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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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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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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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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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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1 0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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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영화 <차인표>를 보았다. 색다를 거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중간에 소리내서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차인표의 성격이었다. 나는 뭔가.. 날 보는 줄 알았어. 사람이 참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고 뽀대에 살고 뽀대에 죽고 꼿꼿해.. 쉽게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도 사람이 너무 고집스러워서 더 어려운 길을 택한다. 바부팅.. 나도 내가 너무 고지식해서 항상 융통성 융통성 융통성을 잊지말자, 라고 생각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고지식한 사람이되는데, 아아, 차인표는 나중에 달라졌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고지식과 꼿꼿함은.. 쉽게 버릴 수 있거나 바뀔 수 있는 특성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전혀 슬픈 영화가 아닌데 나는 너무 공감해버려서 아아, 고지식한 차인표여, 나입니까? 했다.



뭔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넷플에 검색해보면 항상 내가 찾는 영화는 없지만, 괜히 들어가봤다가 뜻밖의 영화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아 여러분, 인비저블맨은 추천합니다!!) 오늘은 들어갔다가 새로 올라온 미드 <브리저튼>의 제목을 보게 됐다. 영화인가? 보니 드라마였고, 썸네일에 드레스..같은 거 보니 내가 안좋아하는 배경이야. 사교계 데뷔, 파티 이런 배경. 나는 이런 시대의 얘기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사교계 데뷔 어쩌고도 너무 싫고 파티, 무도회, 댄스 파트너 너무 싫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게 고등학교 졸업파티 때문이여. 나는 월플라워 대장 되어있을 것이여. 대장 월플라워... 나는 세상 모든 월플라워들과 연대한다. 아자! 나는 이 세상의 아웃사이더. 둠칫두둠칫~




아무튼 그런 배경인게 너무 딱 보여서 넘기려다가 영화 설명 봤는데, 사실 '브리저튼' 이라는 제목도 완전히 낯설지 않았지만, 8남매, 으응, 아, 뭔가 이 어렴풋 아련아련 뭐지, 하다가 '줄리아 퀸'의 원작이라는 구절을 보게됩니다. 네? 줄리아 퀸? 내가 아는 그 줄리아 퀸? 신사와 유리구두의 그 줄리아 퀸 말입니까?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넷플릭스 소개 중>



오오, 그래, 그 줄리아 퀸이 남매들로 연작 소설들을 썼었지. 그 줄리아 퀸, 신사와 유리구두의 그 줄리아 퀸!



















아마도 <시즌1>은 <공작의 여인>을 만든 것 같은데, 아닌가?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인가? 내가 이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않아서 공작의 여인.. 잘 모르겠네? 어쨌든 기대가 되는거다. <신사와 유리구두>는 내가 읽어본 줄리아 퀸의 작품중 가장 재미있었는데, 줄리아 퀸은 남녀가 주고받는 대사를 너무 잘 치기 때문이었다. 서로 얼마나 대화를 재미있게 하던지 읽다보면 막 웃게 되어서.. 그런데 그게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지금 만약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네? 어차피 다 품절되어 읽을 수도 없겠지만...이라고 생각하다 혹시 몰라 전자책 검색하니,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야, 딱 기다려...


내 기억이 맞다면 '줄리아 퀸'은 하버드대를 나왔더랬다. 내가 신사와 유리구두 읽으면서 작가소개 다시 보고 아이고, 하버드 나와서 이렇게 재미있게 쓰나, 했던 기억이 나버린 것이지요..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화에서도 남녀의 핑퐁같은 대화를 잘 살렸을까? 궁금하다. 대화는 핑퐁같은 것이라고 누가 그랬지요? 아무튼 누가 그랬다. 제가 안그랬어요............

<런> 있나 들어가봤다가 이게 무슨 낭패람?!




아무튼, 여러분 2021년 여러분의 첫 책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첫 책으로 골라 시작하셨나요? 저는 육식의 성정치를 하려다가 일단 소설 한 권 읽고 가자, 하고는 바로 이 책을 골랐답니다?
















고작 77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와, 잘 골랐어. 그 다음 읽고 싶어서 몸이 막 꼬인다. 그럼 이만 나는 전자책 사러 간다.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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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0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 딱기다려 ㅋㅋㅋㅋ다락방님 이런 표현들 재밌어서 글이 더 뭔가 풍성함! 저도 ‘육식‘독서대에 세워놓고 다른애들한테 한눈파는중예요.ㅎㅎ

다락방 2021-01-05 11:24   좋아요 2 | URL
육식의 성정치 서문이 두 개나 되더라고요. 제일 처음 나온게 20주년 기념 서문인데 잘 안읽혔어요.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고 해야할지. 어떤 문장은 ‘이게 뭔말이야?‘ 싶어서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ㅠㅠ
아무튼 얼른 레이첼 읽고 육식으로 가야겠어요. 육식의 성정치 두번째 서문 읽다가 어제 잠들었어요. ㅋㅋㅋㅋㅋ

미미 2021-01-05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마르크스 자본론 서문 떠올랐어요 러시아판,영국판,독일판..막 이래요. 원서라니 👍

다락방 2021-01-05 11:57   좋아요 2 | URL
원서는 못읽습니다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꿈도 못꿔요. 구매할 수는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1-05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차인표 신애라 가족과 함께 크루즈 했었어요!! 신애라랑은 사진도 찍었더랬어요. 벌써 5년 전인가?? 암튼 실물이나 같더군요. 암튼 쓰레빠 신은 차인표였어요. ㅎㅎㅎㅎ
암튼 저는 <코스모스>요!!! <나의 사촌 레이첼>을 다락방님이 이제 읽으신다니 믿을 수 없어!!!ㅎㅎㅎㅎ 저는 작년에 읽었걸랑요~~~!!😂😂😂

다락방 2021-01-05 11:59   좋아요 1 | URL
저는 [코스모스]가 항상 되게 저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읽어봤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질 생각을 안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라로님 거기에 흠뻑 빠지신 걸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답니다. 페넬로페 님 서재에서 심지어 철학적이기까지 하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2021년은 성경 완독이 목표이니, 2022년은 코스모스 완독의 해로 정해야겠어요. 저는 아마도 그 책을 좀 느리게 읽을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쪽 이야기라서... 그러니 일년여에 걸쳐서 천천히 읽어보겠어요. 불끈.

저 <레베카>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후딱 <나의 사촌 레이첼>사뒀었는데 여태 미뤄두다가 올해 첫책으로 결정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blanca 2021-01-05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차인표를 좋아해요. 한창 잘 나갈 때 신문사에 인터뷰하러 왔는데 마침 거기 와 있던 소년소녀 가장들이 사인해 달라 했는데 일일이 다 사인해 주고 말 건네고 하는 모습을 누가 보고 기사를 썼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그런 모습은 굉장히 낯설고 드물었다고 해요. 그래서 <차인표>를 보고 싶고 차인표의 성격을 닮았다는 다락방님이 기대됩니다. ^^

<나의 사촌 레이첼>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아주. 최고라고요. 지금 읽고 있는 다락방님이 부럽네요.

다락방 2021-01-06 08:4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방송할 때요, 방송에 인터뷰 하러 나왔는데 덜덜 떨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이면 누구나 떨기는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드러나는 걸 보니 그 순간에 참 겸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블랑카님, 나의 사촌 레이첼 너무 재미있어요. 그러나 방해가 되는 것은 아직 보지 않은 영화속 레이첼이 ‘레이첼 와이즈‘라는 것인데요, 자꾸 책 속에서 레이첼 묘사 나올 때마다, 아니야 레이첼 와이즈는 안그래..이러면서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흑흑 ㅠㅠ 이거 책 다 읽으면 영화도 보려고요. 아, 너무 재미있어요. 대프니 듀 모리에 천재입니까? 이십대 초반 풋풋하고 아직은 어린 청년의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요. 아아, 소설 읽는 재미를 주는 작가입니다.

붕붕툐툐 2021-01-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도 보시면서 책도 이리 많이 읽으시면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집에 티비도 없는 저는 왜 책을 이리 못 읽는 걸까요? 올해는 락방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리라 다짐합니다앗!ㅎㅎ

다락방 2021-01-06 08:48   좋아요 0 | URL
하하 붕붕툐툐님, 넷플릭스 거의 안봐요, 저!! ㅋㅋㅋㅋㅋ 넷플릭스를 보면 자연적으로 그 시간에는 책을 못읽잖아요. 넷플릭스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이 많거나 책에 집중 안될 때만 보기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유행하는 작품 이런 거 저 본 거 거의 없답니다? 위에 올려둔 드라마도 아직 보기 전에 올려둔 거거요. 어제 점심 먹으면서 30분 봤어요. 하하핫. 그렇지만 그 사이에 이미 드라마 보다가 빡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에 대해서도 분노의 페이퍼를 쓸 예정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보거나 많이 읽지는 않는데요, 다른 사람보다 분노가 많은 것 같아요.. 네, 그러한 것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1-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도서관인데 나의사촌레이첼 외서는.대출중 한국어판 있는데...빌려야겠네요^^

다락방 2021-01-06 08:49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나의 사촌 레이첼 진짜 재미있네요. 저 회사라서 미치겠어요. 읽고 싶은데 말이죠. 여자 작가가 치기 어린 젊은 청년의 모습을 너무 잘 그려내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 천재 ㅠㅠ

바람돌이 2021-01-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사촌 레이첼도 레베카도 알라딘 님네들이 하도 재밌대서 관심책으로 살짝 올려놓습니다. 1월은 볼 책 줄세워놨으니 이제 2월 책 줄세울때 살짝 올려야겠네요. ^^

다락방 2021-01-06 09:24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나의 사촌 레이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제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슬픕니다. 영화도 찾아서 보려고 해요. 히히. 레베카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대프니 듀 모리에는 실망시키지 않는 천재 작가구나 싶습니다. 언젠가 꼭 도전해보세요! >.<
 















<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라니, 내가 얼마나 끌릴만한 주제인가. 이 책 출간되지마자 사뒀다가 이제야 읽었는데, 어쩌면 그 당시에 읽었다면 달랐을까. 지금 읽는 이 책는 그렇게까지 좋진 않았다. 이 책속의 인터뷰이들, 여성 지성들의 대화들에도 전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저자인 안희경의 생각들이 어느 부분에서는 나랑 어긋나는 지점들이 있어서 좀 불편하기도 했다. 생각이 다른거야 어쩔 수 없다. 나는 당신이 아니고 당신도 내가 아니니.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이나 관점, 기준이 나랑 다르다고 해도 만약 내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하면 나는 아마 그 친구를 '이런식으로 나랑 관점이 다르다니 절교하겠어' 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모르는 사람의 책으로 보는 것은 좀 불편한 지점이 있더라.



'케이트 피킷'의 얘기를 좀 더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국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는데, 일전에도 어딘가에서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감기에 덜걸린다는 연구결과를 보았던 터라, 아주 흥미롭게 읽힐 것 같은거다. 케이트 피킷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궁금해졌다. <오늘부터의 세계> 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야 할 때가 왔는가.. 무엇보다 <불평등 트라우마> 궁금하다.

















'에바 일루즈'야 말로 이 책에서 보고 오오 궁금해 궁금해 하고는 얼른 책들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넣었다. 자본주의와 사랑에 관해 많은 책을 쓴 것 같은데, 아아 너무 궁금하다. 이스라엘 헤브루대학 사회학과 교수이자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연구책임자, 모로코 태생. 아아 이 다양함은 무엇인가. 모로코, 이스라엘, 프랑스.. 검색해보니 다 읽고싶게 생긴 책들만 있다.


















'심상정'이 정당에 대해 가진 생각을 읽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얻은 커다란 수확이다. 멋져.. 만약 여성의당이 없었다면, 그런데 내가 당원이 되기를 선택했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의 심상정 때문에 정의당을 선택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정당은 시민혁명을 통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시민이 한 번도 왕의 목을 쳐보지 못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을 처음 만든 주체는 바로 국가예요. 이승만 정권 시절에 민주주의를 하려면 정당정치가 되어야 하니까 정당을 만든 거죠. 국가 파생 정당으로 탄생한 겁니다. 그런데, 당이 하나만 있으면 독재가 되니까 그 반대당도 만들었어요. 대한민국 양당 정치의 기원입니다. 유럽처럼 그 사회의 가치나 국가 비전을 놓고, 이념과 노선 논쟁을 해가면서 지지를 획득해온 현대적인 정당 체제가 아니죠. 그래서 우리 정치는 늘 반대 정치였습니다. 여야만 존재했지, 서로 다른 이념과 노선이 제시되지 못했어요. 결국 지금 보수와 진보라는 구도도 냉전 체제 이념 대결의 지형을 따라 나뉜 거라고 봅니다. 친북이냐 반북이냐, 친미냐 반미냐 하는. -심상정, p.174-175



주권자의 삶을 이해하고, 비전을 제시함을써 지지 기반을 갖추고, 이념과 노선을 갖춘 정당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국가가 만든 정당과 그 반대당으로 출발해서, 오히려 시대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포획하는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심상정, p.175



많은 국민이 정권이 바뀌어도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액면가 정책으로 보면 많이 비슷한데 왜 정의당은 정의당대로 따로 정치를 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국가 비전이 다르다고. 우리는 개별적인 낱개의 복지 정책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공동체의 선택으로 복지국가 모델을 우리의 미래로서 선택하고자 하는 정당입니다. -심상정, p.177



유럽 사람들은 노동당이나 시민당이 집권했을 때 어떤 정치가 펼쳐지리라 예상합니다. 이들의 가치나 비전이 무엇이고, 현안에 대해서 어떤 정책이 나올지를 짐작할 수 있죠. 물론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정책이 더 구체화될 수는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방향성을 알기에 유권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당 체제는 이념과 지지 기반을 갖춘 정당 체제가 아니라, 한마디로 말하면 캠프 정당 체제예요. 예측이 불가능하죠.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 국가에 대통령 후보 한 사람 때문에 쪼개졌다 붙었다 하는 정당이 있습니까? 없어요. 물론 최근 프랑스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했지만, 유권자들이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건 맥락적으로 사회·정치적 변화과정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국민의당이 왜 존재할까요?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만든 겁니다. 민주당과 어떤 이념적 차이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거 아니겠습니까? 안철수 씨가 대통령이 되려면 보수 주자가 되어야 하는데, 자기 기반은 호남이고 이 지점에서 문제가 어그러지니까 정권을 잡는 데 실패한 겁니다. -심상정, p.179



정치학자들은 정당을 일러 민주주의의 한 요소가 아닌 민주주의의 엔진이라고 부릅니다. 민주주의의 동력이죠. 그런데, 대한민국은 국가 파생 정당으로 출발해서 아직까지 캠프 정당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우리나라 정치가 불신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정당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엔진이 고장 나서 민주주의가 힘 있게 못 가는 거죠. 핵심은 정당입니다. 저는 정당에 대한 매력 때문에 정치를 합니다. -심상정, p.180



심상정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면, 놀랍게도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게된 건 '반다나 시바' 였다. 이 책을 내가 살 때만 해도 나는 리베카 솔닛과 마사 누스바움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장 기대했었고, 그 둘을 읽기 위해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금 펼친 이 책에서 리베카 솔닛과 마사 누스바움은 내게 큰 인상을 주지도 못했고, 이제 그들에 대한 애정도 예전에 비하면 좀 작아진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변하고 나도 변하니까.



'반다나 시바'는 내가 2020년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에코 페미니즘》으로 한 번 만났던 여성 지성이다. 그 책을 읽을 당시에도 그랬다. 그 책이 내가 평소 관심있어 하는 분야도 아니었고 읽으면서도 다른 책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책이 너무 가슴에 남는 거다. 나는 아마도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것이 더 나은 환경이라는 보장이 없다', '왜 개발을 절대선이라 생각하냐'는 그 책이 말하는 바가 인상깊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반다나 시바를 읽는데 자꾸만 내 앞에 푸른 자연이 보이는 거다.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이 일궈가며 살아가는 삶. 누군가가 드러내는 혹은 보여주는 삶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소비를 하게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몸을 위해 그리고 그 몸이 살아갈 건강한 환경을 위해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이, 이렇게나 나랑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이 이상하게 마음을 끄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면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꿈꾼다는 데 나의 아버지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몰락이라 여기시는 분이시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보면서도 그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본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저기에서 혼자 행복할 리 없다, 는 것이 나의 아버지 생각. 아빠,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 저 사람은 괴로운 삶을 살다가 저렇게 혼자 살면 행복할 수 있지, 라면 아니라고 우기시는 거다. 나는 그런 아빠를 닮아서인지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여행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광활한 자연이 나오면 우와, 멋있다, 하고 타자화 할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도시다. 윽, 저런데 멋있지만 보면 웅장하겠지만 나는 도시로 갈래, 하는 것이다. 내가 편리성에 길들여져서 그런건지, 방광이 유독 약해서 그런건지... (응?)

그러니까 나는 도시러버인데, 어째서 반다나 시바의 말은 들을 때마다 나를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눈앞에 풍경을 그리게 하는걸까?



과학은 올바로 아는 것입니다. 영어 단어 science 는 '안다'는 뜻을 가진 scio라는 말에서 왔어요. 제게 있어 앎의 의미는 열정이에요. 저는 무지한 채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구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고 싶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싶고, 사람들이 권리를 더 잘 행사할 길을 알고 싶어요. 그래서 지구를 파괴하고, 삶을 파괴하고, 1995년부터 30만 명의 인도 농부를 자살로 몰아간 그 사람들의 실체를 드러내려는 겁니다. -반다나 시바, p.199



모든 경제가 디지털화되면서 거대 자본은 공공재인 화폐 사용을 막고 카드를 쓰게 함으로써 거래마다 금융회사로 이윤이 가도록 만들고 있죠. 이는 공유경제가 아니에요. 정보만 공유하는 것뿐입니다. 우버 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에다 택시를 예약하는 플랫폼이죠. 자동차를 나눠 쓰는 게 아니라, 예약 정보만 재화가 되어 공유되는 겁니다. 자동차가 재화가 되어 우리가 사용자로서 공동의 풀을 갖고 공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대료를 걷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까요? 금융과 디지털 회사를 소유한 사람들이 왜 새로운 억만장자로 등장할까요? 모든 디지털 거래에서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차를 운전하지도 않은 사람이, 예약이 발생할 때마다 따박따박 돈을 거둡니다. 그들에게 고용된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로부터. -반다나 시바, p.216



반다나 시바는 1952년 인도 북부 데라둔에서 태어났고, 캐나다 궬프대학에서 과학철학으로 석사학위를, 웨스턴온타리오대학에서 양자이론 연구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핵물리학자였으나 물이 풍부했던 고향 마을이 불모지로 변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생태주의에 입각한 환경운동에 헌신해왔다. <반다나 시바 소개, p.237)



양자이론 연구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핵물리학자였던 사람이 유기농 농업에 힘을 쏟고 있다. 농부들의 편이 되어서 세상과 싸운다. 그리고 그 먼곳에서 자신의 말을 통해 이곳에 있는 나를 자꾸 멈추게 한다. 왜 공부한 것과 다른 삶을 선택했을까, 그녀를 움직인 동력, 그녀가 보는 세상에 대한 가장 우선순위는 뭘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나 도시를 사랑하면서 왜 그녀가 그려내는 농업에 대해 자꾸 눈앞에 그려보는가. 반다나 시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올해, 반다나 시바를 더 읽어봐야겠다.



















자연스레 2021년에 접근할 여성 지성의 목록이 채워졌다. 내가 작년부터 관심을 갖던 한나 아렌트에 대한 책도 계속 읽을 것이고, 2021년에는 새로이 반다나 시바, 에바 일루즈, 케이트 피킷을 추가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아, 얼마나 멋진 말들을 해댈까. 2021년에는 책을 좀 사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역시 .. 그럴 순 없을 것 같아.




성경읽기는 오늘로 8일차가 되었고 완료했다.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어서 매우 괴로웠다. 나는 평소에도 드라마를 잘 보지 않고 게다가 막장 드라마라면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경을 읽는 것이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간 피해왔던 막장 드라마를 성경 안에서 다 만나는 것 같은 거다. 도대체 왜이래, 왜이래, 조금씩 읽어도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욕을 이천번씩 하고 싶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 성경이라더니 이야기 다 왜 이모양이야, 하다가, 어느 순간 그러나 성경 속의 등장인물들이 인간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성경 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완벽한 인간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성경에서도 그걸 드러내는 것이다, 라는 마음을 먹고 읽으려고 한다. 그래, 자세를 그렇게 가다듬자. 불완전한 인간들을 보면서 신이 어떤 것들을 말하고 행동하는지, 그래서 인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마 성경은 그런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읽기가 넘나 괴로워..


그러다가도 오늘 읽는 부분에서 이삭이 자신의 아내 리브가를 혹여 그녀의 미모 때문에 자기에게 어떤 해를 입힐까 두려워해 누이라고 속이고 다닌 일을 보는데 또 딥빡이 왔다. 누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여자로 접근하게 하는 일은 그들을 죄인으로 만드는데, 와, 지 아비가 했던 일을 이리 또 하나.. 하면서 또 가슴을 쳤다. 성경에 적힌 것들은 우리 엄마 얘기로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거기에 대한 해석을 해주는데 그러다보면 다 이해가 된다는 거다. 나는 신앙인이나 종교인으로 교회 안에서 해석을 읽는게 아닌, 내가 읽고 내 스스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아마도 괴로움이 더한거겠지만, 오늘도 그렇게 가슴을 치면서 아아, 불완전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성경 바깥인 지금 여기도 불완전한 인간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하고 있다. 그렇게 여전히 창세기인데 요한계시록까지 어떻게 가나.. 잘 갈 수 있겠지... 그래.....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 먹고 싶은 것이나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반다나 시바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일들이 내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일중의 하나이기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반다나 시바를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반다나 시바 부분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살자, 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살아, 라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지만, '들어봐, 반다나 시바는 이런 행동을 하고 있어, 이렇게 생각한대' 하면서 읽어주고 싶어졌다. 내가 읽어주고 상대가 들었을 때, 그 후에 우리의 삶이 극적으로 아니 조금이라도 변화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고 상대와 반다나 시바의 생각과 행동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다.




알고 싶은 것이 자꾸 많아지는 것, 관심을 갖는 것이 늘어나는 것은 삶을 지속하는데 번번이 마땅한 이유가 되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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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상정에게 꽂혀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사진도 막 찍어보고요 ㅎㅎㅎㅎ 저도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다나 시바를 몰랐던 것 같아요. 모르던 사람을 알게 되는 이런 과정이 신기하고 즐겁네요^^
올해 첫 페이퍼부터 화이팅이 넘쳐서 다락방님 올해의 읽기와 쓰기도 기대됩니다.
크흐... 다락방님 글을 읽는 월요일 아침이 올해만 52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05 08:24   좋아요 0 | URL
반다나 시바 짧은글부터 시작해야지 싶어 [오늘부터의 세계] 주문했어요. 참..책 살 이유가 막 생기네요? 안사겠다고 다짐을 해도 살 이유가 너무 많이 쉽게 금방 생겨버려서 .. 올해도 안사긴 다 틀렸어요. 하하하하.
올해의 읽기 쓰기 화이팅 넘치는 거 우리 같이 넘쳐요. 함께 좋은 책 읽으면서 좋은 글 잔뜩 써냅시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과 함께라면 나는 무엇도 두렵지 않아! 빠샤!!

syo 2021-01-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1년에는 더한층 딴딴한 독서가 되겠네요!! 아뽜이팅!!!

다락방 2021-01-05 08:25   좋아요 0 | URL
그중에 어떤 책들은 쇼님과 함께 읽을테지요. 함께 뽜이팅 합시다. 뽜이팅!!

2021-01-04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1-0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여성주의 책들 독서 화이팅, 응원합니다. 저는 여기저기 관심을 흘리고 다니는지라 한 분야를 진득하게 읽는게 안되는데 - 심지어 전공조차 그러합니다. - 다락방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책읽기와 리뷰로 늘 감사하게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1-01-05 08:2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은 저랑 완전히 다른 성향의 분이시군요. 저는 두루두루 관심두는 게 안되고 하나만 파는 타입이라서요. 사람이 엄청 고지식하고 융통성도 없어요 ㅠㅠ 그리고 세상에 모르는 게 너무 많답니다. 최대한 많이 알아가면서 지내자고 다짐을 해도 관심을 쏟는 분야가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 잘 안돼요 흑흑 ㅠㅠ
2021년에도 자주 만나요, 바람돌이님!

공쟝쟝 2021-01-06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쫌만 참고 기다렸다가 저랑 3월에 에바일루즈 같이 읽어요! 저 두권 이미 갖춰져 있어요 ㅋㅋ (왜지?)

다락방 2021-01-07 09:54   좋아요 0 | URL
에바 일루즈 어떤 책 갖고 있어요?

공쟝쟝 2021-01-07 12:55   좋아요 0 | URL
저 낭만적 유토피아랑 감정자본주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