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꼬인건지 모르겠는데 나의 SNS 에 요즘 부쩍 제니 가 나온다. 나는 제니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언제 무슨 얘기를 한건지 요즘 제니를 막 보여주네. 그런데 보다 보니까 제니 너무 예쁘고 멋지고 대단하다! 블랙핑크가 외국에서도 엄청 인기 많은 그룹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찾아보니 멤버들이 전부 아주 대단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제니도 이번 신곡을 따라서 부르고 또 춤추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로제의 아파트야 말해 뭐해. 아니, 이 젊은 여성 가수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팬들을 불러모으는거지? 로제의 경우 브루노 마스에게 같이 노래하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훨씬 선배인 브루노 마스랑 같이 노래하고 인기를 끌고 이러는게 진짜 와 대단하다 하는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리사? 리사라는 멤버도 최근에 영화도 촬영한 것 같다. 하여간 대단들하다. 진짜.. 대단해.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다들 해내다니. 그들은 어떤 중년이 될까?


그런데 내가 블랙 핑크나 제니 얘기 하려는건 아니었고, 트윗에서였나 이영자와 황동주 에 대한 숏츠들을 보게됐는데, 황동주가 이영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오래 좋아한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찾아보니 그들은 <오래된 만남 추구>라는 예능 프로에서 만났는데 그전부터 황동주가 이영자를 아주 오래 좋아했다는 것. 오.. 이게 뭔데? 하고 나는 OTT 로 오래된 만남 추구를 틀어서 보게 됐다. 세상에.. 예능은 안보고 살 줄 알았는데 샬라샬라에 이어 오래된 만남 추구까지. 난리났네 난리났어.


일단 <오래된 만남 추구>는 여전히 싱글인 50대 이상의 남녀가 만나서 우리 어디 한 번 서로를 이성으로 볼 수 있는지 보자, 데이트 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보자,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애프터도 신청하자, 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짝 찾아주는 예능이 엄청 많고 또 인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프로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대체 왜 연애할 상대 고르는 걸 사람들 앞에서 하는건지.. 그렇게까지 다들 연애를 하고 싶어? 하여간 노관심이었는데, 내가 이영자와 황동주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이 예능을 보게된 것. 그런데 이 예능 너무 재미있다. 일단 이영자가 너무 웃긴거다. 개그우먼의 끼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그래서 육성으로 빵빵 터져가면서 웃는 일이 생긴다. 게다가 이들이 어느만큼 나이가 있어서일까, 불편한 장면들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비슷한 연령대이며 한 쪽이 오빠이다가 또 한 쪽이 누나이기도 한 조건들이라는 게 좋다. 



황동주 는 배우라는데 나는 이 프로를 통해 처음 존재를 알게 됐다. 아무리 내가 드라마를 안봐도 그렇지 어쩌면 그렇게 내가 모를 수 있나요? 이 황동주는 데뷔전부터 이영자를 엄청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다 8년전 <안녕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됐고 그 때도 좋아한다고 말했었다고. 뭐가 좋냐는 말에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너무 예쁘다는거다. 오.. 황동주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한 번도 다른 파트너에게 눈을 돌린 적이 없다. 오직 이영자만 향해 직진하고 이영자 앞에서 긴장하고 웃고 그랬다. 이영자도 자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니 시선 한 번 더 주게 되고 신경 쓰게 되고 그러는데,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 진행중일 때 오픈톡방에서 이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하여간 재미있게 봤다. 자,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부터인데,


매력이라는 건 무엇인가.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누가 봐도 잘생기고 키도 큰 사람을 보면 누구나 다 좋아하고 끌릴 것 같지만,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미모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매력적인 사람이 있고. 내 주변에서도 그렇고 또 알라딘에서 다른 분과도 대화하다가 서로 깨달은건데 '못생긴 사람한테 끌리면 약도 없다'는 거였다. 그게 진짜 매력이라고.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끌리면 그건 그냥 게임 끝이라고.

이 매력 포인트라는게 저마다에게 다르게 다가가는 거라서, 이영자는 처음 자기 소개에서 이재황에게 매력을 느꼇었다. 고깃집을 한다는 게 직업적으로 참 호감이 간다고.. 그래, 그럴 수 있다!!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이런거..


일단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내가 나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나도 누군가를 선택해야 겠지만, 사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매력을 느낀 이성은 없다. 누가 봐도 잘생긴 이재황에 대해서도 나는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더라. 황동주도 마찬가지. 딱히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낀건 아닌데, 한 번, 어? 하고 살짝 호감이 생겼던 순간이 있다. 이영자가 황동주 옆에 앉아서 자꾸 자기 손으로 황동주 팔을 쳤는데, 다른 멤버가 그걸 보고 '황동주 팔 부러지겠다'고 하자, 이영자가 '동주씨가 운동을 해서 내가 손으로 칠 때마다 팔에 힘을 줘'라고 말했을 때였다. 오, '운동을 해서', '팔에 힘을 준다'고? 오.. 나는 왜 이런거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셔츠 입었을 때 등근육 실루엣 나오기도 하더라. 후훗.



우희진은 지상렬을 처음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굉장히 깔끔하게 옷을 잘입는 것 같더라. 여하튼 나는 이 멤버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 부분 참여자들도 어떤 설정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자1 이 남자2 에게 매력을 느끼고 남자3이 여자 4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 자체는 참 재미있었다. 이런거 너무 신기하지 않나. 각자에게 매력으로 다가가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짚신도 제 짝이 있는것인가 보다. 


구본승과 김숙이 만나 애프터 데이트를 하면서 황동주를 불렀던 적이 있다. 김숙은 황동주에게 물었다. 이영자에게 애프터를 신청해 따로 만난 적이 있냐고. 황동주는 가끔 안부 문자는 주고받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너무 조심스럽다면서. 이때 김숙은 만나자고 하라면서 구본승이 보냈던 문자메세지를 보여준다. 구본승은 김숙과 애프터 데이트를 하기로 하면서 자기 스케쥴을 공유해준거다. 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서울에 있고 그 다음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제주에 있고  그 다음에는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서울에 있을거다, 하는. 그 문자를 보고 김숙이 너무 좋았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랬다. 이건 정말 만나자는 거니까. 언제 밥 한 번 먹자, 가 아니라 구체적은 일정을 잡자는 거고 만나자는 의욕이 정말로 있음을 보여주는 거니까. 무엇보다 계획을 잡을 수 있는게 아닌가. 이런 구체적인 실행력이 진짜 너무 좋은거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면 나 역시 내 스케쥴을 보면서, 흐음, 그러면 내가 이때 제주에 가서 만날까? 라는 일정 같은거 조율해볼 수 있지 않나. 구본승이란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스케쥴을 공유하고 일정을 잡으려는게 참 좋더라. 그에 반해 황동주는 이영자를 좋아하는 마음'만 터질 것 같더라.



아주 오래전에 방송했던 시트콤이 있다. 제목이 잘 생각 안나는데, 시트콤 속에서 '첫째 사위'는 장모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생일 선물로 안마의자를 드리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장모님이 피곤해하셨고 저걸 쇼핑몰에서 테스트해보고 좋아했던 걸 기억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백수였던 그는 그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다. 반면 둘째 딸은 돈은 가지고 있었지만 엄마가 무얼 좋아하는지를 몰라 그 안마의자를 사지 못했고 엄마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른 선물을 샀다. 결국 그 시트콤에서 '장모이자 엄마'인 여성이 원했던 것은 안마 의자였지만, 생일에 안마의자를 받지 못했다. 한 명은 마음은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한 명은 돈은 있었지만 마음이 없어서. 아무리 마음이 있었다한들 돈이 없으면 결과적으로 마음이 없었던 사람과 같을 수밖에 없다. 돈이든 마음이든 하나만 가지고는 안마 의자를 살 수가 없다. 상대에게 좋은 걸 선물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에 대한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할 돈이 함께 있어야 하는 거다. '나는 네가 안마의자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는 소용이 없다. 그래봤자 나는 안마의자를 갖지 못했으니까.


나는 황동주가 그런 면에서 저 시트콤의 사위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안타까웠다. 물론 그들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좋아해요 좋아해요 이십년전부터 좋아했어요 라고 이천번 삼천번 말하고 식사하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문자 사천번 보내도, 언제 만나자고 정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 그냥 앞으로도 오천번 좋아한다고 말만 하는 사람이 된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감히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 조심스러운것 같은데, 조심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이십년간 짝사랑했던 거, 사십년간 짝사랑 하고 오십년간 짝사랑 하는 사람이 된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요리도 하고 빨래도 잘 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장점이 아주 많은 사람이지만, 조심스러워요 조심스러워요 칠천번 외치다가 받아들일 마음 있는 여자를 놓치게 된다고. 이영자 앞에만 서면 긴장해서 덜덜 떠는 사람인데, 그렇게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면 만나지 않는 상태가 더 나은걸까. 마음의 평온을 위해 만나지 않는게 더 나은걸까. 그런 마음도 뭔지는 알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상대를 만나기 전과 만나고 있을 때 긴장이 너무 커서 한 번은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더랬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너랑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 라고. 내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전화가 오면 너무 좋아서 꺄울 소리지르고 빨간색 힐을 꺼내 신고 향수를 뿌리고 달려가는 일이 피곤해서 ..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 먹는 일이 조심스러워서, 아 그만 만나야지, 모르고 지내야지, 생각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그 편지는 보내지 못했다. 그와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는데, 그런데 그러기는 싫어서. 그 편지를 어느 책에 끼워뒀던가, 문서 세단기에 갈아버렸던가 잘 모르겠다. 뭐 그 때 그렇게 요동치는 마음이었다한들, 그는 결혼해서 살고 있다. 물론, 다른 여자랑. 그 전에 나랑 안보는 사이가 된게 먼저였고. 그것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가 아니라, 나를 빡치게 했다는 다른 이유로.. 



지상렬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희진만 봤지만, 그러나 최종선택에서는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했다. 자신이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나는 그것이 무슨 마음인지도 알겠더라. 그것은 내가 부족하다,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 등등 여러가지 다른 말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혼자인 쪽이 더 편한게 아닐까. 우희진 역시 '선택하지 않는'걸 선택했는데, 우희진은 사실 딱히 연애의 마음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우희진은 저 사람도 이런 면이 좋고 저 사람은 또 이런 면이 좋다고 말했지만, 그건 결국 사실 그들중 누구에게도 특별한 매력은 느끼지 않았다는 말인것 같고, 그게 지금 내 상태인 것 같다. ㅎㅎ 내가 최근에 매력을 느낀 사람은 제니.. 정도? 흠흠.




중년 싱글들의 이성연애 프로그램 뜻밖에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이재황이 한다는 고깃집 너무 가보고 싶다. 고기 정말 맛있게 생겼어.. 검색해보니 인천이네. 가브리살 정말 맛있겠던데.. 인천이라.. 1박 2일로 가서 고기 먹고 하룻밤 자고 와야되는거 아닌가. 앗. 김포에도 있네. 그렇다면 김포로 한 번.. 삼겹살도 맛있겠더라. 그런데 김포까지도 지하철 두 시간... 히융-





그런데 로제는 아파트보다 이 노래가 더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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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8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야 오만추라고 해서 다락방 누구 만나는 사람 생겼나 했음요! “오래 먹는 만남 추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생긴 사람한테 끌리면 약도 없다‘에서 빵 터졌습니다.... 그런 거 같기도. 솔직히 저는 상대 외모 보는 편인데요......(이것참 어쩔 수 없지만 인정 ㅋㅋ) 그 상대들은 대부분 못난 저를 그냥 만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예전에 만난 사람이 “귀여움”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매력이라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로 저를 만난 사람들은 저의 이 귀여움에서 못 헤어나는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오늘 너무 부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런 프로그램에서 정말 좋아한다는 건,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설정??? 암튼 황동주인가 저 사람은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다락방 님 말처럼 좋아한다는 말 천만번 하는 것보다 “좋아해요” 한두 번만 말하더라도 행동으로 약속으로 실천으로 옮기는 게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데는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다락방 2025-03-28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에게 끌릴 때 외모에 끌리지는 않더라고요. 못생긴 남자 여럿 만났습니다. 돈 없는 남자도 여럿 만났.. 아니 백프로 다 돈 없었다. 몸매도 제멋대로인 남자들도 수두룩했고요. 아니, 몸 관리 하는 남자는 딱 한 명이었네요. 그렇다면 저는 도대체 그들의 어떤 것에 끌려서 만나걸까요? 잠자냥 님은 귀여움을 언급하셨지만 그들은 귀엽지도 않았는데... (먼 산) 그러고보니 저는 귀여운 남자는 만나본 적 없는것 같네요. 그런데 귀여움은 그런 말 있잖습니까. 상대가 갖춘게 아니라 나의 감정에 찾아오는 거라고. 그러니까 잠자냥 님을 귀엽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그들이 잠자냥 님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 이런 거죠. (그렇다고 잠자냥 님의 귀여움을 부정하는게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강조하고 싶은겁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귀여워본 적이 있는가... 역시 없는것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제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기는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나는 뭣이냐. 나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냐.....

그만둡시다, 이런 얘기는. 저는 어쩐지 나이들수록 더 싸가지가 없어지고 있는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프로 보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설정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황동주가 정말 좋아한다고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영자는 그가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해줘서 자신이 자신감이 생기고 그래서 다른 남자들한테도 (프로그램에서)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의 좋아하는 마음을 이영자가 알고(정말 많이 언급하고 또 태도에서도 티가 나니까요) 그래서 이영자도 황동주를 신경쓰는데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얼굴 보고 만나고 만지고 그래야 합니다. 육체적으로도 다가가라, 실체로 다가가라!! 물론 이건 저의 오지랖입니다. 알아서 잘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잘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3-28 11:18   좋아요 0 | URL
*만나고 만지고*

이 인간 역시 육체를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28 11:47   좋아요 0 | URL
모름지기 만나서 만지기도 좀 해야 더 무르익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흠.

망고 2025-03-28 13:17   좋아요 0 | URL
귀여운 잠자냥님, 야한 다락방님...서재 횐님들에 대한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5-03-2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페이퍼 쓰러 알라딘 들어왔다가 오래된 만남 추구에 헤~~ 되어버린 나... 어쩌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귀여운 스타일이시구나, 제가 기억해 둘게요!
다락방님의 ‘만나고 만지고‘도 기억해 둘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나서 써먹야겠어요!

Forgettable. 2025-03-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모 봅니다. 후후.. 20년 짝사랑 보니까 콜레라시대의 사랑이 생각나네요. 50년 짝사랑하면서 자기 연애(?)할 거 다 하던 남자 ㅎㅎㅎ
 

루쉰 생가에서 내 발길이 오래 머무는 또다른 방은 루쉰의 첫 부인이 살던 곳이다. 루쉰 어머니 방 위층에 있다. 공개하지 않아서 올라가 볼 수는 없다. 루쉰이 도쿄에서 유학할 때, 어느날 어머니가 위중하니 얼른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는다. 급히 집에 왔더니 붉은 등이 온 집을 밝히고 있었다.

결혼식 준비가 한창인 거였다. 루쉰 나이 스물여섯살 때였다. 혼기가 찬 장남을 하루빨리 결혼시켜 후손을 보려는 홀어머니 마음에 거짓 전보를 친 것이다. 루쉰은 혼례를 거절하지 않았다. 혼례를 치르고 신부와 하룻밤을 지낸 뒤, 다시는 그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흘째 되는 날에 루쉰은 동생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루쉰의 부인은 루쉰이 나중에 베이징에 살 때도 루쉰 어머니와 함께 베이징으로 따라간다. 하지만 루쉰과 한집에서 살 뿐 두 사람은 같은 방을 쓴 적은 없다. 루쉰은 친구에게 그녀에 관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내게 준 선물이다. 나는 그저 잘 보살필 따름이다. 사랑은 나는 모른다." 루쉰의 첫 부인은 전통적인 여성이었다. 전족을 한데다 글도 배우지 못했다. 루쉰은 그런 첫 부인과 이혼하지도, 그렇다고 부인으로 인정하지도 않은 채 살았다. 왜 그랬을까? 같이 살기에는 애정이 없었고, 그렇다고 돌려보내면 소박맞고 쫓겨온 비참한 여인으로 살아야 했다. 글도 모르고 생계를 꾸릴 능력도 없는 그녀였다. 그래서 그녀는 루쉰이 베이징에서 다른곳으로 이사할 때 친정으로 돌아가길 원하느냐고 묻자 그냥 남겠다고 했다. 그녀는 루쉰 아내이기보다는 루쉰 어머니의 동반자로서 살았다.

교육부 공무원이자 대학 강사로서 베이징에서 어머니, 아내와 같이 살던 루쉰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다. 그녀 이름은 쉬광핑(廣平). 루쉰은 베이징 여자사범대학에서 강의했는데, 그때 강의를 듣던 학생이었다. 학생회 리더이자, 루쉰의 집을 드나들면서 루쉰의 원고 정리를 돕기도 했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인생과 세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둘 사이에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넘는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 그녀는 루쉰에게 ‘안면‘ ‘와유臥‘ 글자를 자수로 새긴 베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베개를 베고서 편히 잘 잘고, 자면서 좋은 꿈을 꾸길 기원한 것이다. 이 베개는 베이징 루쉰 생가의 루쉰 침실에 지금도 보존되어있다. 첫째 부인과 한집에 살면서 동시에 제자와 사랑의 감정이 싹튼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루쉰은 결국 1926년 8월 베이징을 떠난다. 한편으로는 진보 인사를 탄압하는 정부의 감시와 체포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을 위해서였다. 루쉰은 샤먼, 광저우를 거쳐 1년 뒤인 1927년에 상하이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1936년 죽을 때까지 루쉰은 쉬광핑과 함께 상하이에서 새 삶을 살았다. 둘사이에서 아들도 하나 태어났다. 루쉰이 이렇게 상하이에서 새 부인과 같이 살 때, 첫 부인은 베이징에서 루쉰이 상하이에서 보내준 생활비로 그의 어머니를 모시면서 살았다. -p.183~185



















중국에는 청도에 며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고 베이징에서 환승을 해 영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그 때마다 공항에서 좋지 않았던 인상을 받았었고 또 청도를 여행할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중국어에 당황하기도 해서 앞으로 중국으로 여행할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중국이란 나라에 그다지 관심도 없기도 했고. 그런 참에 '이욱연'의 [홀로 중국을 걷다]는 책이 나온걸 알고 사게 됐는데, 이건 순전히 표지 때문이다. 표지가 너무 좋아서 오오~ 하고 더 들여다보게 됐고, 그러다보니 '흐음, 나는 중국에 가고 싶지도 않은데 왜 어떤 사람은 중국을 홀로 걷는걸까?' 하는 생각에 사게된거다. 왜 어떤 사람은 중국을 걷기로 여행하는지 궁금해진거다. 


저자 이욱연은 나같은 일반인 여행객은 아니었고,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도 받은 중국 유학 1세대이다. 그러니 중국의 도시들을 걸을 때 그 도시에 관한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책 그리고 인물들에 대해서도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기록이다. 이 도시에 갔으니 이런 음식을 먹어보고 그런데 그 음식은 이런 역사가 있고, 이 도시에는 누구의 생가가 있는데 거기엔 또 이런 역사가 있고, 하고 풀어주는데 그게 참 재미있다. 덕분에 딩링, 마오쩌둥, 모옌, 루쉰 등에 대해서 그전보다 조금 더 알게 되었는데, 딩링의 책을 검색했다가 이미 내가 읽고 리뷰쎴던 책도 있어서 아아, 나란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감탄하기도 했다. (네? 갑자기요?)


위의 인용문은 루쉰에 대한 거다. 

그러니까 루쉰은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결혼을 했고 그녀를 한 번도 사랑한 적도 없고 동침한 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쫓겨난 여자를 만들 수 없어 그대로 함께 산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채 살면서 루쉰의 어머니를 모신다. 그리고 루쉰은 하아.. 자신의 제자와 연애를 한다. 하아. 인생..도대체 왜 강제 결혼같은거 시키고 도대체 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손주를 원하고, 왜 그래서 모두를 불행하게 하나요, 왜, 왜.


그런데 이 루쉰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기시감이 든다.

어? 그런데 나 이런 이야기 아는데? 분명히 내가 읽었는데? 이거.. 나는 소설로 읽었는데? 그런데 그 소설도 중국소설 이었는데? 전족을 한 아내, 그러나 직장의 여자와 바람을 피고 아내와 이혼도 못하고... 그런거 오래전에 읽었는데 그게 뭐였지? 그거.. 모델이 루쉰이었나?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내가 아는 중국 작가들을 검색해보려고 하는데, 내가 사실 중국 소설을 막 많이 읽진 않았어가지고, 그런데 완전 중국 사람이 아니라 영어중국.. 막 이렇게 되어서 떠올린 이름이 이윤 리 였다. 그렇게 이윤 리의 작품들 중 내가 읽은 것들에 대해 페이퍼를 읽어보는데 아니야, 아니야, 게다가 이윤 리 .. 여자 작가잖아? 아니야, 남자 작가였다. 남자 작가였고, 이윤 리와 비슷하게 작품이 나왔다, 하다가 하진 이란 이름을 어느 페이퍼인가 리뷰에서 보게 되었고, 그래 맞아, 하진이다, 하진이야! 하고 또 하진 검색했는데 어, 그런데 이런 책들이 아닌 것 같은데, 하다가 기어코 찾아냈다. 품절되어서 하진을 검색하면 나오지 않았었지만, 제목과 함께 넣으면 나오는 그 책, '하진'의 [기다림] 이었다. 2011년에 읽고 페이퍼를 썼더라. 세상에, 벌써 15년 전이네요...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 이거다, 바로 이 책이야! 이게 완전 루쉰의 삶이다!!



군의관 '쿵린'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수위'와 결혼을 한다. 어머니가 시킨 강제결혼으로 수위의 아내는 글도 모르고 전족을 한 여성이다. 그러니까 소설이 금서로 지정된 시대 연애가 자유롭지 못한 시대였는데, 쿵린은 수위와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그녀와 동침한 적이 없다. 수위는 남편 쿵린이 자신을 좀 다정하게 봐주기를 내내 바라지만, 그러나 쿵린은 같은 직장에서 만난 동료 '만나'와 불륜 관계가 된다. '만나'는 쿵린을 좋아했고, 그와 자유롭게 연애하기 위해 쿵린이 그의 아내와 이혼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올해는 꼭 이혼할거야, 라고 집으로 돌아가 수위를 만나고와서는, 이번에도 이혼을 못했어... 하면서 만나에게 여전히 불륜 상대일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그렇게 18년, 만나는 18년이나 쿵린의 불륜여성으로 숨겨진채 살아왔고, 게다가 쿵린은 만나와 동침하지도 않는다. 아직 부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만나가 진작에 포기했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동침도 할 수 있었을텐데 만나는 그런게 유부남의 숨겨진 여자로 늙어가버리게 된 것. 이제 다른 선택도 없고 어차피 이렇게 된거 또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쿵린은 그렇게 아내를 기다리게 하면서 애인도 기다리게 한다. 인생... 연애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첫문장이다.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p.7) 



루쉰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애인까지의 이야기가 너무 이 소설과 같아서 이 소설의 모델은 루쉰인가, 하다가 그 시대에 사실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 어디 루쉰 뿐이겠는가, 다들 그런식의 삶으로 빗겨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결혼, 어머니를 무시할 순 없어서 하긴 했지만 사랑 안해, 그런데 저기 저 다른 여성이 너무 좋아서 연애해, 그렇다고 아내를 내칠 수도 없어, 그렇게 아내는 남편과 서로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하, 쉬바, 남편의 어머니는 모시고 살아...............



인생 너무.. ㅠㅠ 

그래도 루쉰도 그렇고 쿵린도 그렇고 다른 여자를 만나 감정이나 욕망을 품기라도 했지, 나를 보지도 않을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 여자들 인생은 대체 뭔가요.. 걍 평생 시어머니나 모시고 살아야 하는 여자 인생 어쩌라고요.....



'최명희'의 [혼불] 도 생각났다.

내가 혼불 읽다가 대체 여자들 삶이 왜 이랬던거야, 왜이렇게 부당하고, 왜이렇게 모욕적이야, 하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이 이유를 알 수 있나? 답을 찾을 수 있나?' 해서 그 때부터 페미니즘 책들을 읽기 시작했더랬다. 최명희의 혼불에서도 집에서 정해준 혼례가 나오고 여자도 남자도 서로 모르는채로 식을 올리고 한 방에서 밤을 보내야하는 상황이 된거나. 그런데 남자는 이미 마음에 품었던 다른 여자가 있어 이 덩치 큰 신부를 안을 마음이 없고, 그렇게 그녀를 건드리지도 않은 채로 집을 떠나고, 그런데 그녀는 ㅠㅠ 그게 너무 모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집 며느리로 살면서 살림을 꾸려야 되는거다. 그렇다면, 그 신랑 강모.. 는 그 뒤로 어떻게 됐느냐, 세상 개새끼가 되었는데, 세상에 그런 시대에, 여자가 남자의 재산이며 소유물이며 여성의 정절이 너무나 당연시되던 그 때, 자신이 흠모하던 여성을 강간해버리는거다. 강간당한 여성은 아무리 누구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미 동네에 소문이 다 나서 혼처 자리가 들어오질 않고, 동네 노비가 그걸 알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는거다. 강모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개새끼.. 



하여간 이욱연의 책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샀다.



















모옌과 장애령의 책은 이욱연의 책 읽다가 급박하게 샀다. ㅎㅎ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이 좋아서 책을 읽으면 또 책을 사게 됩니다.. 히융

[오래된 빛]은 왜 샀는지 모르겠다. 뭔가 내가 살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을텐데..

[오염된 정의]는 잠자냥 님 서재에서 보고 땡투 꾹 누르고 샀다. 오래된 빛도 누군가에게 눌렀을텐데, 그게 누구?

















스웨덴은 대학 학비가 무상인데 외국인이 가서 공부해도 대학 등록금을 안내는걸까? 그게 궁금해서 이래저래 검색해봤지만 필요한 답은 찾지 못했고 저 책의 존재만 알게 되어서 [딱 10일만 스웨덴 걷기]를 샀다. 인생이여, 책이여, 독서인이여..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는 시집인데 평소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딱히 시집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집은 트윗에서 시 한 편을 보게 되어 급박하게 샀다. 그 시는 이것이다.



<산타의 세계>



영화를 보다가 싱크대 앞으로 왔다

개수대 속에 빈 그릇이 쌓여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와 내가 머물러 있는 세계는 서로 달랐다

나의 질병은 이 둘 사이의 거리에서 비롯됐지만

오랫동안 갈 곳이 정해져 있다고 믿고 훈련해왔다

날마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그렇고

전화 한 통 없이 은하와 헤어진 것도 그렇고

중앙분리대 옆에서 신발을 갈아신은 것도 그렇고

바닥 안무 뒤에 연결 동작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간식을 먹으며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 헤어지는데

나는 어떤 사내의 집에 오래전부터 얹혀살면서

언제 시작됐는지 모를 춤을 멈추지 못하고

모든 것은 그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다가 어느 날은 그런 곳이 없다는 게

산타의 부재를 알아챘을 때처럼 순간 깨달아지면서

이렇게 참고 견뎌도 갈 수 있는 세계가 없다는 게

이렇게 모아둔 의문을 해결해줄 세계가 없다는 게




ㅋ ㅑ ~

너무 좋지 않나.

내가 좋아하는 세계와 내가 머물러 있는 세계는 서로 달랐다, 나의 질병은 이 둘 사이의 거리에서 비롯됐지만, 이라니.

ㅋ ㅑ ~


좋다.


내려둔 캡슐커피와 동료가 사다준 마늘빵을 먹어야겠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그리운 한국인, 아빠가 해준 음식이 그리운 중국인,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문화적으로 보면, 한국 남자나 중국 남자나 다 공자의 후예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남자다. 그런데 어디서 차이가 난 것일까? 중국 남자도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여자를 무시하고, 부엌일은 여성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통 시대는 물론이고 근대 시기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남자와 같았다. 그런데 사회주의 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달라졌다.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를 두고 긍정적·부정적 차원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녀관계 차원에서 보자면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는 가부장 문화를 단절하고, 남녀관계를 새롭게 세운 시대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사회적 노동을 제공하는 한편, 가사노동, 육아노동 부담을 줄였다. - P102

밥도 공동 식당에서 먹거나 사다 먹어서 집에서 밥할 일이 없어졌다. 마오쩌둥 시대에 지은 아파트의 주방이 손바닥만 한 것은 이런 때문이다. 탁아소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출근할때 아이를 직장 탁아소에 맡기고, 퇴근할 때 찾았다. 심지어 아이를 일주일 동안 맡기는 시스템도 있었다. 여성이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보장되어 있지만, 밥하고 아이 키우는 부담이 여전하다면 여성은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오쩌둥 시대 중국은 여성의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확연히 달라지는 계기를 맞았다. - P103

마오쩌둥이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옌안에 지도부를 꾸릴때는 옌안에도 여느 도시처럼 성곽이 있었다. 지금은 유적으로 그 흔적만 있을 따름이다. 어느날 마오쩌둥이 옌안 성곽을 지나다가 성벽에 붙은 표어를 보고는 기분이 상한다. ‘노동자 농민 단결하여 항일 승리 쟁취하자‘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는 안으로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싸우고, 밖으로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해서 중일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항일 선전구호로서 그 내용은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마오쩌둥은 노동자를 뜻하는 ‘공인‘이라는 한자 두 글자가 못마땅했다. 그냥 ‘ㅅ이라고 쓴게 아니라 ‘공‘ 자는 중간을 한 번굽혀서 ‘도‘으로, ‘인‘ 자는 오른쪽 삐침에 두번 표시를 한‘‘으로 쓴 것이다. 마오쩌둥은 왜 이걸 못마땅하게 생각했는가? - P125

마오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공인이라는 글자를 저렇게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많이 배운 사람일 터인데, 옌안 성벽에 하필 왜 저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것일까. 어떤 내용을 선전하려면 이 선전이 누구를대상으로 하는지, 누가 이 선전 문구를 볼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글자를 쓴 사람은 그런 생각 없이 자기 지식만 보여주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마오는 ‘쇠귀에 경읽기‘라는 속담을 예로 들면서, 경을 읽어주어도 알아듣지못하는 소를 비판하는 건 잘못이고, 소에게 경을 읽어주려면 소가 알아듣는 언어를 익혀서 그 언어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지식인이나 작가가 글을 쓰고 말할 때는 먼저 그 글을 읽는 대상, 말을 듣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보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다. 마오가 당내 형식주의를 비판한「당팔고에 반대한다」(1942)란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 P126

그런데 차츰 옌안 생활에 익숙해지자 옌안의 빛만 아니라 어둠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더없이 선진적인 옌안이지만 가부장 의식은 여전하여 중국의 다른 곳이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여성주의 차원에서는 여기도 어둠이 많다는 걸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딩링은 1941년부터 특유의 여성주의 시각에서 옌안의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쓴다. 딩링은 작가로서 출발할 무렵, 한 출판사에서 여작가라는 이름으로 책 출판을 제안하자, "나는 원고는 팔지만 ‘여‘를 팔지는 않는다"면서 거절했다. 여성의 이름으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 이런 딩링의 개성이 옌안에서도 발휘된 것이다. - P130

딩링의 눈에 옌안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혁명의 성지였지만, 여성에게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여성의 성지는 아니었다. 여전히 남성 중심의 세상이었다. 그래서 딩링은 이른바 진보적인 남자들에 대해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일지 모르지만, 문화적으로나 남녀평등 차원에서는 여전히 다른 남자와 다를 게 없이 보수적이라고 일갈하는 것이다. 딩링이 옌안에서 가졌던 의문의 핵심은 이것이다. 민족국가 수립이든 혁명이든 그 과정에서 혁명이나 민족, 국가의 이름으로 새로운 형식의 남권 중심의 문화 질서가 다시 세워지는 게 아닐까? 딩링은 이 의문 속에서 옌안의 어둠을 고발하는 글을 쓰고 소설을 썼다. 딩링이 비판한 이런 현실, 이런 남성이 당시 옌안에만 있었을까?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기도 어렵지만, 문화적으로 진보적이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남녀평등의식은 더욱 그렇다. 딩링이 비판한 옌안의 진보적인 남자들이 한국에도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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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4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빛> 왠지 폴스타프 님 아닌가요??? ㅎ

은하수 2025-03-24 10:40   좋아요 0 | URL
저도 폴스타프님 리뷰 봤어요~~~~~~

다락방 2025-03-24 11:01   좋아요 0 | URL
음.. 제 생각엔 아마도 시사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검색해보니 제가 구매한 책에는 폴스타프 님 리뷰가 없는데 말이지요. 아 도대체 어디서 본거지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5-03-24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욱연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읽은 책 이야기라 반갑네요.
루쉰 이야기에 더해 20-30년대 중국의 호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다락방 2025-03-24 11:01   좋아요 0 | URL
저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실 이 책도 호기심에 읽긴 하면서 재미를 기대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굉장히 유익한 책이었어요. 저는 무엇보다 홍콩반점이 음식점이 아니라 호텔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5-03-24 11:04   좋아요 2 | URL
이욱연 교수의 전작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도 재미있어요. 중국 역사를 영화와 연결시키며 짚어가요. 영화 좋아하시는 다락방님께도 흥미로울거 같아요.

은하수 2025-03-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중국이 여행가보고 싶은 나라로 인식개선을 했달까~~
인상이 좋아져서 가보고 싶지만
전 작가처럼 중국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가서 또 수박겉핥기식 여행을 하고 오겠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5-03-24 11:02   좋아요 1 | URL
저도 상하이는 가봐도 좋겠다 싶어져서 상하이는 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야 당연히 중국어도 모르니 수박 겉핥기 조차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건수하 2025-03-24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 읽고 있는데 그 ㄱㅅㄲ 때문에 화가 나더라고요...

이욱연 책은 재미있을 것 같고, 또 옆지기 취향일 거 같아 담아둬야겠습니다 ^^

다락방 2025-03-25 07:57   좋아요 0 | URL
그 자식은 두고두고 사람 화나게 합니다. 어디까지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신세 비관만 하고 여러 사람 빡치게 하는 놈이죠. 으..

이욱연의 저 책은 중국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갖게 해줘서 참 좋은 책이었어요. 덕분에 중국 작가들 책을 샀네요. 하하.

그레이스 2025-03-2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옌의 <개구리> 인상적이었습니다.
<혼불>에서 큼지막한 버선을 빨래줄에 걸어놓은 장면! 저는 너무 기분 좋았었어요 ㅋㅋ

다락방 2025-03-25 07:59   좋아요 1 | URL
모옌의 개구리를 사두고 읽지 않았다는 것을 방금 이 댓글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하하
그건 또 언제 읽죠? 아휴 책 읽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합니다!!

단발머리 2025-03-25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너무 좋네요. 루쉰의 삶이 좋은게 아니라, 아.... 소설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살아내는 사람들 이야기가 참...
남자들도 애로사항 있었을 거에요, 그죠? 이혼하기 위해 가고, 이혼 못 하고 돌아오고. 하지만 기다리는 여자들의 삶이란 건. 양쪽 다 기다려야 하는 거잖아요. 자신의 삶이, 인생이 그렇게 되리라는 걸 모르고 말이지요. 어쩜 평생 기다리는 삶....

저는 요즘 제 독서생활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이 페이퍼 읽고 깨달았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는 책이 한 권도 없고 처음 보는 작가들도 수두룩. 독서 생활에 정진해야겠다! 마구마구 다짐을 하게됩니다. 충성!!
 

지난번 친구들을 만났을 때 친구들은 내게 듀오링고 얼마주고 구입했냐 물었고 나는 5만원대로 기억한다고 했다. 6만원 다 되는 돈이었던것 같은데 그 돈 내면 1년간 듀오링고를 할 수 있는거다. 물론 무료로도 할 수 있지만 무료로는 좀 짜증이나고 한계가 있어서 돈을 지불한게 2년차.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본인들은 만원정도로 구독한다고 했다. 아마도 네이버스토어에서 검색해서 패밀리 요금제 가입한다고 했던것 같은데... 아 그래? 몇 만원 차이라니 너무 크지만, 그런데 알아보기 넘나 귀찮다... 게다가 난 이미 구입해서 사용중이고.... 아 나는 왜 책 쇼핑이 아니면 다른 쇼핑은 왜 다 귀찮을까? 쩝.. 


아무튼 듀오링고 464일차인데 최근에는 '너 듀오링고 맥스 경험해봐' 라면서 무료로 3일을 주더라. 듀오링고 맥스는 듀오링고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나랑 간단한 대화를 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이 직접 거는건 아니고 듀오링고 캐릭터가 에이아이 뭐 그런걸로 거는 것 같다. 그런걸 뭐라고 하지. 하여간 나에게 전화를 걸면 나랑 대화를 1분 정도 하는것 같은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영어 레벨이 27 이니까 그에 맞게 정말 쉬운 것을 말한단 말이지.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겠거든?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대답을 못하고 버벅댄다 ㅋㅋㅋㅋㅋㅋㅋ계속 음, 음, 이러고만 있음. 그래서 너무 한심하다. 아니, 이거 왜 대답을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 맛보기 했을땐 더했다. 그 때는 하이, 예스, 바이.. 이것만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듀오링고 일 년넘게 하면서 대체 뭘 배운거임? 게다가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닌데 왜 말을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대화를 마치고 나면 우리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본문으로도 보여주는데 아주 그냥 엉망진창이다. 부끄럽기 짝이없네. 왜 듀오링고 1년 넘게 해도 예스 노 음.. 밖에 못하지요?

어차피 사흘간 무료 준거고 어제가 마침 사흘차. 어디 한 번 계속 해보자 하고 대화를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했다.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그나마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고 볼 수 있는게 바로 이것.



하아. 영어란 무엇인가. 영어공부란 무엇인가. 듀오링고란 무엇인가.

어제로 사흘 무료 끝나버려서 이제 저런 대화를 할 수가 없네. 껄껄. 돈 내고 듀오링고 맥스 구입할까.. 하하하하하.



듀오링고에게 말한대로 어제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만나서는 처음부터 외국어에 대한 수다를 엄청 떨었다. ㅋㅋ 둘다 듀오링고를 하고 있고 나는 듀오링고만 하지만 그 친구는 다른 방법으로도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친구는 현재 일어랑 중국어를 하고 있다고 했고 나는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하면서 이탈리아어도 해볼까 생각중이다. 내 친구 누구는 4개국어를 하는데 정말 미친듯이 공부한대, 유퀴즈에 22개국어 하는 교수 나왔는데 진짜 미친듯이 해야 한대, 막 이런 얘기하면서 내가 그랬다.


"살면서 5개국어는 해야하지 않겠냐, 5개국어를 마스터해야겠다. 그래서 나는 선택한게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이렇게 네 개인데 이러면 4개 국어라 나머지 한 개를 어떤 외국어를 할까 아직 정하지 못해 고민이다" 라고 말했고 또 이렇게 덧붙였다.


"프랑스어 듀오링고로 1회 해봤는데 이건 내가 접근할 수 없는 너무나 어려운 언어라서 포기하고, 제2외국어 일어였고 학창시절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좀 흥미가 안생기고, 베트남어를 해보고 싶었지만 이것도 너무 어려워서 안되겠어서, 대체 다른 하나의 외국어는 뭘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 고.


그러자 친구는 인도네이사어 를 추천해줬다. 영어를 하는 사람은 인도네시아어에 접근하기가 쉽다는 거였다. 듣자마자 바로 그거다! 하는 생각이 든건 아니었는데 왜냐하면 사실 그간 인도네시아와 나는 어떤 접점도 없었고 그 문화에 흥미를 느끼거나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흐음 그래? 정도의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런데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인도네시아 영화를 보고 있던 터라 친구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 친구를 만날 때만 해도 뒷부분 조금 남겨둔 인도네시아 영화였는데, 그 영화 보다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언어로 막 얘기하는 중에 굉장히 간단한 영어들이 툭, 툭 나오는거다. 오오.. 그렇다면 이걸 해볼까...


내가 본 영화는, 제목도 말하기 부끄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이다. ㅋㅋ 친구에게도 말했더니 친구가 '너는 참 남들 알지도 못하는 영화를 잘도 찾아본다'고 했는데, 친구야 그건 내가 주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보는데 성인 영화를 볼 순 없기 때문이야... 흠흠. 전체관람가나 12세 혹은 15세 관람가를 본다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기껏해야 뽀뽀만 나오기 땜시롱..



하.. 진짜 이거 본다고 말하기도 어쩐지 부끄럽네. 특히 저 줄거리를 본다면 세상에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중학생도 안보는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에 이렇게 한 편을 더 추가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국 소유자 '루벤(라자 라히디안)'은 어릴 적 엄마가 외도로 집을 나간 뒤에 사랑을 믿지 않는 바람둥이로 세상을 살고 있고 그런 루벤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랑 결혼해야 내 재산을 상속한다'고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얼라리여~ 그래서 루벤은 하는수없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경쟁프로그램을 열어서 자기의 아내가 될 여자를 선택한다.


인도네시아 영화는 그간 본 적이 없어서 언어도 생소햇지만, 저런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기획에서 아아 여성인권은 거리가 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여성혐오적인지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영화가 페미니즘을 어느 정도 장착하고 있었던 것. 그래봤자 이성애 로맨스이긴 하지만, 오오 인도네시아도 영화에 기본적 페미니즘 장착하고 있구나, 싶어서 세상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어떤지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여자 '키아라(셰일라 다라 아이샤)'는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고 또 그걸 잘해내는 방송국의 보조 피디이다. 


이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좀 호감이 생기게 되지만 어쨌든 이 경쟁 프로그램에서 루벤은 한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선택한다. 그리고 이 방송 자체가 시청률도 높게 나왔기 때문에 루벤은 스텝들에게 선상 파티를 열어준다. 키아라와 앞으로 루벤과 결혼하게 될 여성까지 모두 배에 타서 바다 위에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아아 무슨 운명의 신이 껴들어가지고 루벤과 키아라가 바다에 빠졌고 그렇게 둘은 무인도에 도착한겁니다. 

.

.

.

.

네? 갑자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좀 너무하지 않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가지고 사람들이 구하러 올 때까지 이들이 살아남야아 하니까 나뭇가지 꺾어서 임시 거주공간 만들고 물고기 잡아서 구워먹고 민물 찾아서 마시고 이렇게 며칠간 지내면서 이들은 '지금 여기선 우리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 아니라 동등하다' 이래가지고 친구가 되어서 반말 트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게 되는데 그렇게 그들이 점점 더 친해지면서 막 입을 맞추려던 그 순간!! 그들을 구하러 배가 도착합니다. 네... 이 영화는 뽀뽀조차 허락하지 않아...... 


물론 우리는 이쯤에서 결론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경쟁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약혼녀에게 노, 를 말하고 키아라를 선택하겠지, 하는. 

무사히 그들이 구출되고 약혼녀가 반갑게 루벤을 끌어안고 이 모습에 키아라는 내가 괜한 꿈을 꾸었네, 꿈에서 깨니까 아프다, 라고 한다. 흑흑. 그런데 루벤은 루벤대로 이것이 괴롭고 그래서 생각하다가 프로그램 보고 하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키아라에게 나랑 결혼해줄래? 이러는데 키아라는 아니라고 말한다. 너는 니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너 지금 아버지 재산 받으려고 이러는거 아니냐, 이러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그에게서 돌아서는 거다. 오오~ 여기서 울면서 예스를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고? 


그 후부터가 좋았다. 그 후라고 해봤자 영화의 마지막이 되는데, 이 영화 볼 사람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을 것 같아서 걱정 없이 스포를 하겠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키아라는 방송국을 나와 다른 곳에 취업을 했고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루벤은 아버지의 유산을 받는걸 뒤로 미루고 결혼을 포기했다. 워낙 셀럽이었던 만큼 '약혼녀와 저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건 결코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녀에게도 너무나 미안합니다' 라고 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작은 회사를 차린다.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는게 아니라. 그리고 키아라를 찾아가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다정해진다. 결국 물어보는 건 "손 잡아도 돼?" 이고 키아라는 된다고 하면서 영화는 끝났다. 충동적으로 사랑 폭발해 예스 예스 이러는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선택하는거야 노노해, 하고 돌아서는 것도 좋았고 그 후에 자기들의 일을 하면서 충실하게 살아왔던게 좋았다. 아, 마지막이 참 좋네, 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는것 같다. 자기 삶 충실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샤라라랑~~



하여간 이 영화를 보느데 중간중간 짧은 영어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왔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섯번째 언어를.. 인도네시아어로 할까? 이건 생각해볼 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주 내내 흥얼거린 노래가 있다. 






ㅋ ㅑ ~ 노래는 역시 엣날 노래야.
그리고 이 노래랑.







그리고 시사인을 읽었다.












뒤에서부터 읽는 나는 <'살리는 사람'의 뭉클한 한마디> 라는 기사를 읽는다. 시사인 취재팀이 중증외상센터를 실제로 지켜보고 의료인과 인터뷰를 했다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취재를 진행한)김다은 기자의 마음에 오래 남은 모습은?

-장면은 아니고 인터뷰 내용이었는데, 권다은 PA간호사가 <오징어 게임>같은 드라마는 못 본다고 하더라. 사람 한 명 살리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데 저렇게 쉽게 죽이냐는 거다. '살리는 사람'다운 말이었다. -p.71



안그래도 이번에 새로 공개된 잭 리처 보면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다 막 죽이는거 아니냐' 했는데.... 

표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명태균하고 김건희하고 주고 받은 메시지도 몇 장면 캡쳐되어있다. 명태규는 김건희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에 대해서 미리 학습하는게 필요하다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더라. 이걸 스스로 깨닫지 못해 말 실수하는 대통령도 어이없고 그래서 이렇게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참....

그만 말하자.

아무튼 어제 술 취해서 책 사려고 했다가 그냥 잠들었는데 그래서 결국 취중 책구매를 하진 않았다.
오늘 맨정신 구매를 하겠다. 흠흠.



(그나저나 알라딘 시스템 에러가 상당한 것 같다. 어제는 피씨로 접속이 안되더니 최근 며칠간 매일 방문자가 천 명이 넘어...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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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0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여......... 사실 알라딘 접속이 불안정해서 내가 새로고침 열라게 하는 바람에 며칠간 매일 방문자가 천 명이 넘은 거라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슷한 컨텐츠로 떠 있는 저 영화들도 곧 볼 거죠? ㅋㅋㅋㅋ

다락방 2025-03-20 11:20   좋아요 1 | URL
아아 나의 천명은 그러니까 모두 잠자냥 님이었습니까.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것이었다가...

모두 너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슷한 컨텐츠들은 볼까 말까 .. 두고봐야합니다. 일단 다른거 뭐 볼 거 없나 좀 보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3-20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듀오링고 무료로만 했는데 섹션8까지 하니까 아예 과정이 다 끝나버려서 이제 더 할 게 없더라고요ㅋㅋㅋ무료라 이렇게 끝나는건가🤣 다락방님 ebs오디오 어학당 들으세요 강사님들이 설명도 잘 해주시고 재밌고 좋아요😀

다락방 2025-03-20 11:37   좋아요 1 | URL
망고 님, 제가 무료로는 계속 안해봐서 어느 지점에서 끝나는지 모르겠지만 유료로 사용하는 저는 하여간 400일 넘게 하고 있고요 2년 넘게 계속 하고 계신 분들 보면 유료일 경우에만 계속 진행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bs 오디오 어학당은 참고할게요!!

단발머리 2025-03-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영화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중학생도 안 볼 영화라지만 페이퍼 읽고 나면 나도 보고 싶어지는 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이 참신하고 좋네요. 손 잡을 때 허락 받아야죠, 암요!!

저는 외국어라면 영어-프랑스어까지만 생각해 두었는데(고등학교 때 배운 구텐탁!은 저리 멀리 치우구요) 다락방님 주위에는 다른 외국어에 진심인 분들 많네요. 서로 외국어 공부 권하는 아름다운 풍경!!

다락방 2025-03-20 17: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요? 좀 둘러봐야겠습니다. NCSI 하와이 편이 재미나다고 해서 유플러스도 앱 설치해두었는데 과연..
아무튼 넷플릭스는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들을 만드는데, 그걸 누가 보느냐, 제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어 듀오링고로 1회차 접해보고 ‘아 이것은 내가 감히 접근할 수 없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엄청 어렵던데요. 베트남어가 더 어렵냐 프랑스어가 더 어렵냐 내기내기 해보자.. 하여간 두 언어 다 저는 포기 ㅋㅋㅋㅋㅋ 세상의 모든 언어를 다 알고 산다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현실은 중고등학교에서 내내 배운 영어조차 못해 버벅거리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서곡 2025-03-20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전에 악스트에서 한유주 작가님이 듀오링고로 인도네시아어 학습한다는 내용을 읽었거든요 배우신 분들...아무쪼록 즐거운 외국어 공부 되시길요~

다락방 2025-03-20 17:35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인도네시아어를.. 한 번 도전해볼까요... 하여간 외국어를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그런 삶을 살아오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런 삶을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서곡 님, 좋은 저녁과 밤 보내세요!!
 













학창 시절에 그는 지구과학을 좋아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지구과학 과목을 공부할 정도로. 대학에서도 지질학을 전공했다. -시사인 제911호, <빟아 속에 깃든 옛 기후의 비밀>, p.60


시사인 911호에는 빙하학자 신진화 박사에 대한 글이 실렸다. 빙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는 신진화 박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사실이 물론 놀랍기는 하지만, 나는 저 인용문에 있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구과학을 공부할 정도로 지구과학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그러니까 좋아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구과학을 공부한다는 사실 말이다. 얼마나 좋아하면, 어떻게 좋아하면 스트레스르 받을때 지구과학을 공부할까? 이건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푼다는 것만큼 놀랍다. 아니, 그보다 좀 더 놀라운것 같다. 


주말에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나는 달리기도 요가도 좋아하는데 잘 못한다고 하면서 나는 짝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 한 명이 너는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열심히 하지는 않는것 같다고 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요가도 달리기도 매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막 하고 싶어서 미치지도 않고. 친구의 말을 듣고 그러면 나는 덜 좋아하는건가? 라고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니까 매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달리기가 너무 좋아서 막 달리고 싶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요가가 좋아서 막 맨날맨날 요가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만족감을 느끼고 충족감을 느낄 때에는 그러고보면 그 모든걸 하는 중에 그리고 하고난 뒤에 왔다. 하기 전에 하고싶어지는 마음은 크지 않았고 저절로 생기지도 않았지만, 하는 중에도 매 동작마다 감탄하고 하고난 뒤에도 역시 요가 좋아 너무 좋아 짱좋아 하게 되는 거였다. 달리기도 마찬가지. 되게 달리러 나가기 싫지만, 그래도 달리고나면 그 성취감과 흘린 땀에서 오는 쾌감이 컸다. 그걸 알기 때문에 그 다음이 또 그 다음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나는 좋아하지 않나? 아니, 좋아한다. 다만, 내 식대로 좋아하는 것이었고, 그러고보니 어쩌면 나는 모든걸 좋아할 때 그렇게까지 열심히 혹은 맹목적으로, 친구의 말대로 그것만 생각하고 막 그러는 것 같진 않았다. 그건 사람을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구나. 뭔가 음.. 미치지는 않는건가? 나, 운동에도 사람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리두기 하는거니?


그런 내게 '너무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지구 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로 놀랍고 신기했다. 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역시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거야. 대단하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지구과학을..


나는 요가도 달리기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지 않는데. 여동생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요가를 하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기는 하다. 음. 그런데 나는 아니란 말이야? 그것들을 그만큼 안좋아하나? 하다가 '그렇다면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뭘 하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그 때의 내 방법은 책읽기였다.


그렇다. 나는 책을, 그리고 문장을 읽는 일에서 많은 순간 위로 받곤 한다. 

엄청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하거나 할 때, 나는 문장을 찾곤 했다. 아주 잘 쓴 문장을 읽으면 마음이 좀 나아지는 경험을 자주 했고, 그래서 속이 시끄러울 때면 좋은 문장을 읽자, 하게 되는거다. 그림이나 음악에서 위로 받아보고자 시도를 해보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오래전에 너무 힘들었을 때 정미경의 소설을 꺼내 읽었던 일을 기억한다. 문장들을 따라 읽어내려가며 마음이 조금씩 다듬어지던 일을 기억한다. 아, 역시 책을 읽어야 해, 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요가를, 달리기를 매일 하진 않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늘 항상 하던게 있었으니, 그건 책읽기였네.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좋아해서 열심히 해'라고 생각도 못할 정도로 내겐 익숙한 것이었고 습관이었고 루틴이었고 내 곁에 있었네. 지구과학.. 같은걸 공부하는게 취미였다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힘들때 책을 읽는다. 이게 책읽기를 '너무 좋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세상에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구과학을 공부하기도 한다는 거다. 너무 대단하지 않나? 너무 신기하지 않나? 읽으면서 그런 새로운 다짐을 해보게 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되자, 고. 이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그 순간의 충동과 바람으로 행동이 이어지는게 아닌가.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다'를 한 번 더 인식시켜줘야 하지만, 그러나 그런 생각이 중간에 끼어들 틈이 없이 나는 책을 꺼내들지 않을까? 너무 멋진거 같다, 스트레스 받으면 지구과학을 공부한다는 것.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빙하학의 박사라는 사실. 너무 근사하고 너무 멋있다.















신진화 박사는 [빙하 곁에 머물기]라는 책을 썼다는데, 나에겐 너무 낯설고 너무나 생소해서 한 번 읽어볼까 싶어진다.  과연..




주말에는 창녕 부곡 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 생애 첫 마라톤이었다. 나는 10km 에 도전했고 컷오프는 1시간 30분. 최근 달리기 경험으로 추측하자면 내 예상 시간은 1시간 20분 이고 목표는 1시간 10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힘들게 그리고 느리게 달렸던 거리가 5km, 6km 였는데, 10km .. 가 될까? 느리더라도 완주만 하자, 컷오프에 걸리지는 말자, 라고 다짐하고 출발선 앞에 섰다. 제발 완주만, 제발 중도포기는 안하는 걸로, 제발 중간에 걷지도 않는걸로.. 그렇게 첫 마라톤 대회의 출발선 앞에 서서 드디어 출발 소리가 들리고 출발선 앞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 무리중 하나였다. 대회뽕이라는게 있다는데, 와 진짜 그랬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는게 온 몸으로 느껴지면서 울컥 하는 기분이 되었고, 와, 내가 인생의 이 시점에 여기 와서 이걸 하고 있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하면서 막 흥분이 되고 신났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다보니 평소보다 속도가 좀 빨라진 것 같았다. 런데이 아저씨랑 함께 달렸는데 1km 를 통과하는 지점에서 아저씨가 내 페이스가 0659 라고 말해주었다. 안돼.. 나 그렇게 빨리 달리는 사람 아니야. 최근에 0740-0750 나왔다고. 이렇게 초반부터 빨리 달리면 중간에 속도 잃고 완주 못한다고, 천천히, 천천히 달려! 라고 내가 나에게 반복해 이야기했다. 처음 빠른 속도는 내 의지가 아니었고 저절로 그렇게 된 흐름이었다. 아 이것이 대회뽕 이라는 것이구나! 






나는 속도가 많이 느린 사람이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내 앞으로 내 앞으로 나아갔다. 동요하지 말자, 여기에서 동요하고 속도를 빠르게 내면 무너진다. 괜찮아, 내 페이스 지켜, 라고 수시로 다짐해야 했다. 나는 아직 반환점까지 가지도 못했는데 이미 대다수가 반환점을 돌고 있었고, 내가 반환점을 돌 무렵에는 내 뒤에 남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하하하하. 6km 지점까지 달리기가 힘도 들지 않고 속도도 일정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오 좋은데?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들어가겠는데? 괜찮은데? 했는데, 웬걸 7km 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8km 부터는 아아.. 나 이거 되나, 완주할 수 있을까,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수시로 들었다. 그 즈음에는 걷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걷다가 뛰다가 하는 사람들이 자꾸 보였고, 그 때마다 나에게도 걷고 싶다는 욕망이 찾아들었다. 그런데 그간의 달리기 경험으로 보자면, 걷는 순간 다시 달리기가 나는 힘들어지는 사람이었다. 걷지 말자, 느려도 계속 뛰어, 그러나 어느 순간 코호흡도 흐트러지고 그러면서 과호흡이 왔고 아 힘들다, 내가 과연 갈 수 있을까, 하는 순간 오르막길이 나왔고, 아아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호흡도 너무나 힘들다, 하고 간신히 오르막길을 오르고 그리고 1km 남았다는 안내가 보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완주하자 하면서 헉헉대며 달리고 저어어어어어이기, 결승선을 향해 나는 계속 달린다. 느리지만 계속 달린다. 멈추지말자, 걷지 말자, 하면서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을 때, 그런데 호흡이 미치려고 할 때, 안돼, 이 호흡 때문에 저기에 닿지 못하면 안돼, 하면서 막판에 우다다다다다다다닥 얼른 들어가버리자, 하고 힘을 냈고, 그걸 본 내 친구는 나에게 이를 악물고 달렸다고 했다. 와, 그리고 드디으 결승선에 도착!! 나를 반겨주는 친구를 보고 또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고 기분이 정말 끝내줬다! 나는 물과 메달과 간식을 받아들고 두부김치를 주는 장소로 옮긴다. 가는 중에 미숫가루도 받아 마시고 막걸리도 받아서 두부김치와 함께 길바닥에서 먹는다.




날이 너무 추웠다. 달리기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와 이 비는 대체 무슨일이야. 그런데 그 비가 오는데 사람들은 비옷을 입고 뛰었다. 대회장에서 나눠준 비닐을 쓰고 달렸다. 나는 달리기 전에 이미 비닐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후였다. 달리는 중에 벗으면 손에 들고 달려야할 것 같아서, 에라이, 우중런!! 하고 그냥 달리기를 선택한거다. 어떤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달리기도 하더라. 달리는 중에는 몸에 열이나서 괜찮았는데 반환점을 돌았을 때는 바람이 나를 강하게 때려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두부김치가 차가운게 싫었어 ㅠㅠ 추웠어요 ㅠㅠ 막걸리도 차갑고 미숫가루도 차갑고 ㅠㅠ


아무튼 나는 10km 완주자가 되었습니다. 만세!






나는 10km, 친구1은 5km, 친구2는 하프를 뛰었다. 

우리 모두 완주가 목표였고 해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친구네 집으로 돌아와 다들 씻고 낮잠을 잤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다.



소주는 처음처럼 사려고 했는데 우리가 간 편의점에 처음처럼이 없더라고요. 하는수없이 참이슬 샀네.

하여간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술을 안마시는 친구들은 레몬수를 따라두고 나는 소주를 따라서 함께 건배를 했다.

우리가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은것 같은데, 이렇게 오래 함께해오다 보니 마라톤을 함께 뛰었네 와. 


나라는 인간은 내 인생에 달리기가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놀라웠다. 내가 달리기를 한다고? 내가 마라톤을 나간다고? 사실 마라톤 대회가 속도를 위한 거라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거였다. 나는 아주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완주를 기어코 해내는 것,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그대로의 의미가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또 마라톤을 하겠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그런데 오늘도 인스타그램으로 각종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니, 아, 나도 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순간에 나의 오랜 친구들이 함께라니, 이 점이 너무나 놀랍고 감사했다. 와,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내다보니 함께 달리기도 해! 이런 날이 올 줄은 그 누구도 몰랐는데, 그런데 이런 날이 왔어! 우리는 계속해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그런 우리에게 앞으로 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알고지내자고 얘기했다. 친구1이 혹시라도 우리가 싸우게 되면, 그래도 오래 가자고 했는데, 나는 말했다.


"우린 싸우지 않을거야. 내가 넓은 마음으로 다 이해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얘들아, 나 10km 마라톤 완주했다. 흑흑 ㅠㅠ 가족들 톡방에서도 내가 마라톤 시작하고 알린 뒤에 시간 좀 지나서 큰누나 아직 안들어왓나 들어왔을 텐데, 하고 여동생은 들어왓을거야, 라고 했다. 나는 완주한 사진과 메달 사진을 보내주었고 엄마를 비롯해서 다들 장하다고 말해주었다. 여동생은 


<언니가 저보다 더 우직해요. 곧고 융통성이 없음 ㅋ>


이라고 보냈고, 그러자 남동생이 이렇게 보냈다.


<먹성은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녕하세요, 융통성 없는 다락방 입니다. 맞음. 융통성이 없다 내가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릴 때 걷뛰를 안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을 샀다.

















[친밀한 착취]는 출간을 알고 있었지만 사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던 책이다. 돌봄노동이 얼마나 빡센지 얘기할것 같은데 진짜 그런거 이제 듣기 싫은거다. 내가 남편 때문에 얼마나 빡치는지에 대한 에세이 읽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이다. 그거 제목이 뭐였더라... 내가 그런걸 왜 읽어야 하지?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친밀한 착취 역시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 그러다 단발머리 님의 글을 읽고 내 생각보다 더 매운맛일 것 같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왓 이즈 섹스]는 너무나 노골적인 제목이라서 크게 살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그러니까 어쩐지 내용이 딱히 궁금해지진 않는 책이었단 말이야

? 그래서 중고알림 해두었다가 이번에 중고알림 떠서 구입했다. 부제가 <성과 충동의 존재론, 그리고 무의식>이라니, 재미없음을 넘어 어려울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제목부터 너무 기대가 된다. 사실 '개자식'이 들어가는 책 제목을 내가 또 하나 알고 있지. 그건 바로 [잘생긴 개자식] 이다. 내가 읽은 잘생긴 개자식 에서의 개자식에는 애정어린 욕망이 담겨 있었다면, 지금 구입한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의 개자식은 정말 개같은 자식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내가 읽었던 개자식과 앞으로 읽을 개자식은 극과 극에 있는 개자식인것 같은데, 이 개자식 얼마나 개같나 궁금해서 한 번 읽어보겠다. 어떤 프랑스 개자식일지 모르지만 한국에 개자식 개많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아직 반품 환불되지 않았는데 참지 못하고 새 책으로 구입했다. 



좀전에 메달 걸고 다른 부서 가서 자랑하고 왔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원래 마라톤 메달 따면 그러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직원들 다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특별히 어떤 직원에게 가서는 "한 번 만져봐~"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인생 꿀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덧붙이자면, 꿈에 칠봉이가 갑자기 오만년만에 나와서 "너 몇킬로야?" 물었고, 나는 개빡쳤는데, 꿈에서 깨가지고 체중계 위에 올라가니 10km 마라톤을 뛰었는데도 전혀 체중이 감량되지 않은걸 알게 됐다. 엿같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체중은 뭐야, 돌덩이야?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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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5-03-17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대단해요. 대단해요. 수고했어요. 저는 다음달 산달리기 10키로인데, 이건 컷오프 2시간 반이에요. 아직도 2-3키로 훈련중이에요. 12월에 6키로까지 달려본게 최고 많이 달린거고, 페이스는 10분-11분이다가, 요즘은 8-9분대이고요.

컷오프 완주가 목표인데, 코스가 어떨지 몰라서 잘 모르겠네요. 저는 20대때 10키로 두 세번 달려본 적 있는데, 그 때야 연습 없이, 전 날 술 잔뜩 마시고도 완주야 했지만, 운동 안 한 세월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조금만 달려도 숨 깔딱깔딱 하는 중이고요. ㅎㅎ 얼른 러너의 심장, 러너의 다리를 가지고 싶습니다!

무쇠소녀단 보셨어요? 어제 이 동네 강풍주의보 떠서 안 나갈까 하다가 무쇠소녀단 보고 나가서 뛰고 왔습니다. 무쇠소녀단 안 보셨으면 강추!



다락방 2025-03-17 12:03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친구들과 하이드 님 산악달리기 신청했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지 막 이런 이야기 했었는데 다음달이로군요. 산악달리기는 2키로 달리는게 로드 달리기 10키로 정도의 힘듦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쪼록 힘내서 훈련하시고 힘내서 완주도 하시길 바랍니다. 뽜이팅!!
저 무쇠소녀단 다 봤습니다! 어휴 정말 재미있게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그들은 원래 운동을 계속 하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잘 달리더라고요? 달리기 처음이라는데 저보다 훨씬 잘달려서 우와 대단하다 감탄했었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다정한 알라디너들 ㅠㅠ 달리기 대단하다고 다들 우쭈쭈 해주고 ㅠㅠ 너무 좋네요 ㅠㅠㅠ

단발머리 2025-03-17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벌써 10키로 마라톤을 완주한 거에요? 진짜 너무 멋진 거 아닙니까? 10키로를 감히 가늠하지도 못하는 저는, 그러니까 1시간 16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는데 충격을 받습니다. 아.... 10분이 아니라 1시간을 달린다는 건 어떤 것인가!
오래오래 자랑할 만한 일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ㅋㅋㅋㅋㅋㅋ 저도 그 메달 한 번 만져보고 싶어요. 인생 꿀잼은 자기 메달 아니어도 친구 메달 만져만 봐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완주 축하드려요! 맨날 완독하시더니 완주까지! 빵빠레!! 👏🙌🎉🎊🥳

다락방 2025-03-17 12:05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10km 마라톤을 나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10km 가 이렇게 기쁘고 벅차고 울컥하는데 하프는 어떨까,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금은 10km 도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숨 헐떡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하프 뛰는 친구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 했습니다. 세상에 잘 달리는 사람들 왜이렇게 많은가요.
친구도 들어오고 준비된 간식도 다 먹고 집에 가려는데 그제야 하프 마지막 주자가 도착지를 향해 달려오는걸 보았어요. 우리 모두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마라톤에 나가니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흥분되고 신났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의 이 시점에 이런 경험잉라니 ㅠㅠ 하여간 인생 꿀잼입니다. 흑흑 ㅠㅠ

완주 축하해주는 알라디너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다들 우쭈쭈 해줘서 너무 감동이에요 ㅠㅠㅠ

잠자냥 2025-03-17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인간 메달까지 땄네!!!!
다음에 만날 때 걸고 나오시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메달 같은 거 은근 탐나고 다 모으고 싶다니까요. 제가 그래서 자전거 국토 종주하면서 수첩에 메달 스티커 모으고 다니는 거랍니다. ㅋㅋㅋ 그거 다 모으면 진짜 메달 주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테니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맨날 맨날 치지는 않고요, 지난 주말에도 낮술 마시느라 저녁에 코트 예약해놓은 것 날려버렸습니다...; 자전거도 날씨 좋을 때만 타고 싶어요. ㅋㅋㅋㅋ 근데!!! 찌찌뽕! 스트레스받을 땐 저도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을 땐 책, 책 못 읽어서 생긴 스트레스도 책 읽으면 풀림.

저 개자식 출간 소식 보고 다락방이 사겠구만 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18 07:5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제가 메달까지 따버린 인간입니다. 만세!! ㅋㅋ 저도 제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세상에... 달리다가 메달까지 따버리다니. 앞으로 일년후 십년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하여간 우리 서로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ㅎㅎ

개자식.. 을 보면 다락방을 떠올리시다니. ㅋㅋ 그것은 잘생긴 개자식의 영향입니까? ㅋㅋ 하여간 프랑스 개자식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가능하면 후기까지 고고씽!!

자목련 2025-03-1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정말 대단하고 멋져요!
마라톤 완주라니. 전국 마라톤 대회를 섭렵하는 다락방 님이 보입니다^^

다락방 2025-03-18 08:00   좋아요 0 | URL
고작 10km 완주했는데 다들 오구오구 우쭈쭈 해주셔서 참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10km 도 너무 힘든데 계속 달리다보면 언젠가는 저도 하프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요? 하여간 건강하게 지냅시다, 자목련 님!

햇살과함께 2025-03-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창녕 보고 설마 마라톤 대회? 했는데(제가 요즘 마라톤 대회를 맨날 찾아봐서 ㅎㅎ) 진짜 창녕까지 가서 뛰었네요!
첫 마라톤 완주 축하 드립니다! 비 오는데 고생하셨어요.

다락방 2025-03-18 08:01   좋아요 1 | URL
비가 오고 너무 추웠어요. ㅠㅠ 달리는 동안에는 괜찮았는데 달리기 전과 달리고난 후에 어찌나 춥던지요. 감기 걸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마라톤 나가시게 되면 경험 공유해주세요!! 정말 대회뽕이라는게 있더라고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후훗.

책읽는나무 2025-03-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올림픽 메달처럼 보여요.
러너 생활 글 읽은지가 얼마 안된 것같은데 마라톤 완주라니?! 대단하십니다.
날씨까지 궂어 힘드셨을텐데…
메달 걸고 사무실에서 자랑하실만 하세요.ㅋㅋ
다음엔 어느 지역 메달을 볼 수 있으려나요?^^

다락방 2025-03-18 08:02   좋아요 1 | URL
어휴 그래봤자 10km 인데 여러분의 반응을 보면 제가 풀코스 뛰고온 것 같네요. ㅋㅋ 풀코스는 엄두가 안나고 하프를 목표로 달려볼까,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야 그건 나에게 무리다, 하고 또 뒤로 물러납니다. ㅎㅎ
다음엔 어느 지역 메달.. 이라는 말씀에 역시 다른 마라톤도 나가봐야 하나 싶어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5-03-1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마라톤 대회 나가셔서 완주까지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하셨네요. 메달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어디 가도 꼭꼭 자랑하세요.
스트레스를 책 읽기로 해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 읽기를 통해 제 인생이 과거보다는 더 나아졌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나저나 비 맞으며 달리셨는데 몸은 괜찮으신지요? 여독 잘 푸시고 이번 한주도 힘내서 으쌰으쌰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5-03-18 08:0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제가 할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그런 경험이었어요. 정말이지 수차례 와, 인생의 이 시점에 이런 경험이라니! 하며 스스로도 놀라고 뿌듯했습니다. 인생은 정말 꿀잼이구나 싶었고요.
일요일 밤에 푹 자서인지 월요일 컨디션은 최상이었는데, 월요일 저녁에 제가 술을 마시고 잠을 잘 못자는 바람에 지금은 컨디션이 엉망이 되었네요? 아이참. 오늘은 좀 많이 자야겠습니다. ㅎㅎ

blanca 2025-03-1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 저는 심지어 쉬면서 4킬로 달리니까 그냥 죽겠다 싶던데 10킬로를 완주하고 메달까지 받았다고요? 와...진짜 리스펙트요.

다락방 2025-03-18 08:04   좋아요 0 | URL
제가 한 때 5km 를 뛰지 못해서 막 애가 탔었어요. 나는 왜 5km 연속달리기가 안될까, 왤까,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했었는데 어느 순간 5km 를 달리더니 지금은 10km 완주를 하게 되었네요. 블랑카 님, 천천히 달리세요, 천천히요. 천천히 달리면 조금씩 늘기는 하는 것 같아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달립시다!

hnine 2025-03-1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10년만 젊었어도…무릎만 짱짱했어도…

다락방 2025-03-18 08:04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젊었을 때 시작했다면 더 좋았을거라고 수차례 생각하는데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 지금이라도 시작한게 어디야, 앞으로도 달리는 노인이 되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지냅시다, 나인 님.

감은빛 2025-03-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립니다! 추운 날에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얼마나 힘들었을지 절실히 공감합니다.

사진만 보고 두부 김치에 막걸리 진짜 맛있었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너무 추웠겠네요.

책을 매일 읽는다는 것이 매일 달리기 하고 매일 요가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은 다락방님은 훌륭한 분이라는 것! ㅎㅎㅎㅎ

다락방 2025-03-18 08:06   좋아요 0 | URL
너무 추워서 힘들었어요. 비가 오니까 시야도 좀 가려져서 여러가지로 불편했지만, 와, 아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는 건 정말 흥분을 주더라고요.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는 평소 달리기를 할 때 목표를 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간은 거리로 5, 6, 7 늘려갔는데 이제는 한시간 달리기를 해보자 싶어졌습니다. 어쨌든 달리게 된다면 한 시간은 달리자, 하고 말이지요. 정작 달리기 시작하면 힘들어서 달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제 잠깐 어떤 작가님과 예기치않게 대화할 일이 있었다. 그 분은 나에 대해 글쓰는 걸 들었다며 브런치에 연재하시냐 물으셨다. 아니라고, 알라딘에 쓴다고 했더니 알라딘에 글 쓰는 폼이 생겼냐고 하시는거다. 아뇨, 알라딘에 원래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국내 작가라면 어쩐지 알라딘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모르시는 분들도 있는거구나 하면서 어쩐지 좀 서운했달까. 내가 알라딘을 하니까 다른 사람도 알라딘을 알 것 같은, 그런 자기중심적 느낌적 느낌, 뭔지알쥬?


그리고 어제, 김기태의 단편집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만났다.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넣어둔, 아직 읽지는 못한 이름들을 떠올렸다. 스피박, 버틀러, 아감벤, 랑시에르, 라투르, 브라이도티, 차크라바르티, 마사타케, 흰테게르키, 량밍쉬고우, 음뚜아스부아 …… 하지만 자신이 뷔페식 속류 인문학을 좇는게 아닌지도 의심했다. -p.177



'나는 『자본론』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수업을 했다.'

그러므로 『자본론』의 서문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교실에 앉아 대표적인 석학이 몇 해전 내놓은 전면 개역판 세트를 검색했다.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고 쌓아둔 포인트가 넉넉했으며 '지금 주문하면 오후 여덟시까지 배송'이었다. 귀가하면 서재부터 정돈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곽은 교실 전등을 끄고 문단속을 했다. -p.177



김기태의 단편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단편 <보편 교양>의 화자는 국어 교사이다. 고등학교 3학년의 선택과목으로 '고전읽기'를 만들었는데, 그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밀린 잠을 보충하며 그 수업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수업을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은 고작해야 두세명이다. 그 중에 한 명이 수업중 언급된 마르크스에 흥미를 느껴 마르크스 전작읽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고, 그 아이는 결국 서울대에 합격을 하게 된다. 졸업식날, 화자 곽에게 와서 선물을 주었는데 그 안에는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수업시간은 고전읽기 시간이었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런 곽이 다음 학기의 고전읽기 수업을 준비하다가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을 생각하고, 자본론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으니 다시 읽어보자 생각하며 책을 검색해보기도 하는거다.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 어떤 인터넷 서점일까? 설마.. 알라딘?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다가 그 다음 인용문에서 '포인트가 넉넉했'다는 구절을 보고 흐음, 알라딘은 포인트가 아닌데.. 했다. 포인트는 예스랑 교보 아닌가. 그런데 예스랑 교보를 다시 들어가니 둘다 '지금 주문하면 오후 여덟시까지 배송' 같은 구절은 .. 안나오지 않았나? 이 배송 부분은 작가의 창작인걸까? 그러니까 특정 인터넷 서점을 떠올리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둔 설정인걸까? 지금 주문하면 몇 시까지 배송, 이거는 쿠팡 멤버십 아닌가? 내가 저런 구절을 어딘가에서 보긴 했었는데, 지금은 쿠팡 불매로 멤버십 해지해가지고 확인이 안되네? 설마 책을.. 쿠팡에서 사는걸까? 얼마전에 누군가로부터 쿠팡에서 책 샀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김기태 님, 알라딘.. 안하세요? 작가들도 독자들의 리뷰를 찾아볼텐데.. 네이버에서만 찾아보나요? 책은.. 예스나 교보에서 사나요? 김혜수 는 알라딘에서 산다고 했는데.....


인터넷 서점 얘기 나오면 알라딘일까? 자꾸 생각하는 나는.. 알라딘을 사랑하는걸까..


다락방은 알라딘에서 책을 삽니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두고요. 가끔 교보에서도 사고 예스에서도 사고 그러지만, 그것도 확 줄었습니다.  


하여간 자본론 얘기가 책에서도 나와서 말인데,


며칠전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저명한 교수가 함께 책을 읽어 보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저명한 교수라고 광고를 해서 그렇지 나는 그 교수를 모른다. 하여간 일년동안 다양한 분야의 필독서를 완독하자는 취지인 것 같았는데, 한 달에 9만원씩 지불하는거였다. 한 달에 9만원씩 내면 이 교수와 함께 다양한 필독서를 완독하게 된다는 것. 대충 기억나는 책으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있었고 존 롤스의 정의론, 그리고 한강의 채식주의자,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 이것 말고도 하여간 책들의 리스트는 다양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하진 않았지만 한달에 9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니, 아마도 책값을 포함한게 아닐까. 그러다가 아, 돈은 이렇게 버는거구나 싶었다. 야... 책 같이 읽어 완독하자는 거, 나는 2018년 부터 해왔는데... 그렇게 벽돌책 뽀갠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걸로 돈을 벌지 않는데...... 이거, 돈벌기가..가능한거였어? 이걸 돈받고 해? 책 같이 읽는걸 돈받고 한다고? 오, 자본주의여.....별걸로 다 돈 벌 수 있는 것이었구나....그러니까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이걸로 돈벌어야지!' 생각한게 아니라 '이런 걸로도 돈을 벌어보겠다고?' 이런 마음이었달까. 그건 아마도 내가 평소에 책을 읽는 사람이고, 내 주변(이라기 보다는 알라딘)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채워져서이겠지. 그게..가능한건가요.. 그 프로그램의 매출과 이익에 대해 궁금해지네.....그런게 생겨났다는 건 그런 수요가 있을거라고 짐작해서가 아닌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것이겠지...그렇겠지.....그게 돈을 버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데 오백원 건다. 그러고보면 자본주의, 없어선 안될 것을 시장에 내놓는게 아니라,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너네 이거 필요하게 될거야!' 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전에는 필요성에 대해 전혀 인지 못하다가 갑자기 이런 프로그램 마주하는 순간 '오, 이거 나 필요하네!' 이렇게 되어버린달까. 일단 공급한다, 그러면 수요가 따라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놈의 인스타그램, 이거에 혹하면 안되는데.

엊그제 자기 전에 인스타그래 봤다가 빅사이즈 가슴을 안정적으로 모아주고 단단하게 받쳐주고 어쩌고..하는 브라 광고를 보게 되었고, '나는 이걸 사면 분명 나한테 안맞아 후회한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주문을 해버렸다. 영상 속 모델이 너무 예뻤던거다. 그게 이 브라를 해서 예쁜게 아니라 원래 예쁘기 때문에 이 브라의 광고 모델이 되었을텐데, 어쩐지 이 브라를 하면 내 가슴도 이렇게 되고 내 모습도 이렇게 될 것 같은 미친 느낌적 느낌.. 으로 브라를 주문했고, 한 후에도 '나는 그렇게 안될거야' 하면서 드디어 배송되어 받아본 순간, 그리고 착용해본 순간... 내가 주문한 브라는 꼭지 가리개가 되어서 내 가슴을 아무것도 받쳐주지 못하였고.... 나는 바로 반품을 접수했다. 하.. 쉬바 택배비만 날렸네... 어리석은 나여, 안될줄 알면서도 대체 왜 산 것이냐. 나는 사던 데에서 사던 거만 사자.. 가서 직접 착용해보고 사자. 모델들이 입는 브라 같은거, 나한테 안맞는다는 거, 십수년간 경험해보지 않았니? 그런데 대체 왜... 이게 다 모델한테 반해서다. 너무 화딱지가 나서 브라 반품 접수한 뒤에 그 광고 계정주 차단했다. 연달아 나오는 다른 빅사이즈 브라 광고주들도 차단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봤자 또 보여지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놈의 자본주의는 항상 나를 노려. 나는 자꾸 거기에 당해버리고 만다. 안돼, 꿋꿋하게 버텨, 쓰러지지마!! 내 가슴, 아무 브라나 막 할 수 있는 그런 가슴 아니야. 정신 차렷!!




김기태 책을 요즘 자기 전에 읽는데 한두장도 제대로 못읽고 자꾸 잠이 쏟아져. 그건 책이 하는 일인가요, 내 육체가 하는 일인가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꿀같은 출근길에, 정말 귀중한 출근길에, 정치와 역사의 젠더였나.. 젠더와 역사의 정치였나 하여간 그 책을 읽는 대신 김기태 책을 읽었는데, 와 너무 잘 넘어가고 단편 하나 후딱 끝내서, 역시 독서는 출근길이 짱이다 했다. 그렇지만 정말 귀한 출근길 독서... 여성주의 책 읽어야 되는데........ 흠흠. 아직 다 안읽었지만 김기태 책의 별은 이미 정해졌다. 그것은.. 몇개일까요?



이만 총총.



아, 요즘 퇴근길에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잭 리처 시즌3 보고 있는데, 너무 꿀잼이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 시작 전에 원작이 persuader 라고 되어있어서 오, 하고 찾아봤더니 내가 급박하게 사두고 안읽은 책, 『처단』이었다. 

아 잭 리처 진짜 너무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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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3-1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글 쓰는 거 모르는 사람 많을 것 같아요. 100자평 정도만 생각할 듯요.
저는 오늘 출근길에 젠더와 역사의 정치 가져왔는데 당최 뭔 말인지 ㅠㅠ
태그의 새벽세시는 무슨 맥락이죠? 궁금!

다락방 2025-03-14 09:03   좋아요 1 | URL
태그에 새벽세시 들어간 거 몰랐어요! 왜 들어갔지? ㅋㅋ 제가 뭘 잘 못 눌렀나봐요. 방금 삭제했습니다. ㅋㅋ
저는 책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라딘을 알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알라딘 서재는 이제 사람들이 많이 줄었죠 ㅠㅠ
저는 젠더와 역사의 정치 2장 읽기 시작했어요!!

잠자냥 2025-03-14 09:36   좋아요 1 | URL
저도 알라딘 서재 존재 모르다가 2016년에야 알았습니다요~ ㅎㅎ

독서괭 2025-03-14 23:01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2장 읽는 중!!

잠자냥 2025-03-14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번엔 브라 다른 데로 배송 안 시킨 게 어디인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14 10:16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기억력 너무 천재 되시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3-14 10:42   좋아요 1 | URL
이 글 읽는 내내 아, 이 인간 또 다른 데로 배송시킨 거 아니야.... 조마조마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14 11:38   좋아요 0 | URL
제가 번번이 그러지는 않습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5-03-14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김기태 작가 이야기하니까 너무 신기한 게 어디선가 김기태 작가가 지금 다락방님이 쓴 이 글과 결이 비슷한 자본주의 안에서 쓰는 사람의 내적 갈등 같은 걸 읽은 기억이 나요. 이제 작가도 막 행사 가고 홍보해야 하는 시대가 됐는데 그게 본인과 맞지 않아 괴롭다는 내용이요. 그리고 실제 그런 홍보가 도움이 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 뭐 이런 비슷한 글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브라 ㅋㅋ 요새 진짜 검색 한번 하면 맨날 알고리즘으로 그 비슷한 영상, 광고가 쫘악 떠서 너무너무 거부감 들어요. 무서워서 검색도 못하겠다니까요.

다락방 2025-03-14 10:19   좋아요 2 | URL
저도 책을 낼 때 제일 두려운게 행사 와 홍보거든요. 막 작가와의 대화 같은거 하고 그럴까봐 그게 너무 두려워요. 그런거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한편 그런거 안해서 책이 안팔리면.. 그건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자본주의 안에서 읽고 쓰는 일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내적 갈등 심하게 오는 일이네요. 어디서나 언제나 내적 갈등 불러일으키는 자본주의.. 하아-
이게 핸드폰이 음성도 수집한다고 하잖아요. 제가 딱히 검색을 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대화만 해도 바로 광고 연관돼서 뜨더라고요. 우리 회사 근처에는 곤드레밥 먹을 곳이 없다, 나는 곤드레밥 먹고 싶은데.. 라고 회사 동료랑 얘기했더니 ㅋㅋ 밥에 넣어 비벼먹는 곤드레나물 인스타그램에 떠서 ㅋㅋ 그거 사서 밥 먹고 있습니다. 하아- 무서운 세상...

하이드 2025-03-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중에 하는 유료 독서모임들, 습관 만들기(보통 2-3만원)/단어랑 이디엄, 배경 지식 제공(보통 10만원, 책 미포함!) 은 저는 좀 부족하게 느껴지고, 다른 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뭐, 저도 책 읽히고 돈 받거나, 책 읽고 돈 받는 사람이긴 하고요. ‘어린이의 세계‘ 김소영 작가님, 이슬아 작가님도 독서 교실 하잖아요. 독서 교실 생긴지 오래 되었고, 이게 책 읽히고 돈 버는 거죠.

다락방 2025-03-14 11:29   좋아요 0 | URL
저는 저 프로그램이 그런 독서교실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광고만 봤을 때는 사람 혹하게 만들어놓고 결국 프로그램 만든 자들만 돈 벌어가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광고를 보자마자 그래서 확 거부감 들었는데, 하이드 님의 이 글도 그렇고 단발머리 님의 밑의 댓글도 읽어보면 그것이 독서교실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분명 책 읽기에 서투른 혹은 어색한 사람들에겐 방향을 이끌어주는게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런데.. 유료 독서모임들이 .. 많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말입니다. 하하. 배경 지식 제공에 책 미포함이 10만원.. 그런게 있었군요. 제가 몰라도 너무 몰랐네요. 저는 9만원이란 얘기 보고 당연히 책값 포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2025-03-14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14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3-14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료 독서모임이 뭐랄까. 학원 수업이나 팀플과 비슷한 의미에서 ‘도와 주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카톡방을 이용하면, 그 방에서 공부한 것들 인증해서 올리고 그러더라구요. 저는 유료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프랑스어 책 지인들과 같이 읽을 때 그런 모임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성주의 책도 ‘유료 모임‘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세계가 존재한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본주의에 순진한 그대여! 알라딘 밖에 모르는 그대여!


근데 1825명 무슨 일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14 11:31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여러분의 댓글로 누군가에게는 그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운동을 다 잘못해가지고 선생님이 필요하거든요. 달리기 시작하면서 달리기 통 실력이 늘지 않고 언제나 느려서 이 달리기에도 코치가 있으면 확실히 낫겠구나 싶었는데, 독서에도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 광고는 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하겠다는 생각보다 이놈의 자본주의.. 하는 생각으로 거부감이 먼저 들었는지... 흠흠.
위에 하이드님 댓글도 그렇고 유료 독서모임이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고 갑니다. 저는 정말 알라딘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오늘 아침에 1천명 조회수 보고 무슨일이냐 싶었는데 딱히 어떤 글이든 반응이 더 있는건 아닌걸 보면 뭔가 오작동.. 같습니다. -.-

독서괭 2025-03-14 23:19   좋아요 1 | URL
이런 세상에서 땡투만으로 몇년이나 독서모임을 이끌어나가는 그대.. 다락방님. 고마워요 ㅜㅜㅜㅜ

관찰자 2025-03-1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아무 브라나 막 할 수 없는 그런 가슴..... 부럽습니.......다. >.<

다락방 2025-03-14 11:29   좋아요 0 | URL
전혀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늘 어깨가 아픈 고질병을 갖고 있습니다 ㅠㅠ

숲노래 2025-03-1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서재’가 생기고서 ‘예스24 블로그’하고 ‘교보 북로그’도 생기고, ‘반디 블로그’도 생겼지만, 교보와 반디는 사라졌고, 예스24는 아주 보기 나쁘게 바뀌었습니다. 여러모로 보면 ‘알라딘서재’는 ‘네이버블로그’하고 나란하다고 할 만큼 오랜 글틀을 그대로 두는 곳입니다.

저는 1993년에 ‘하이텔’과 ‘천리안’부터 드나들었고, 1994년에 ‘인디텔(인천 피시통신)’과 ‘나우누리’에 들어가면서 글판을 두루 보았는데, 그동안 거친 ‘프리챌’이나 ‘다음카페’나 ‘싸이월드’나 여러 곳을 보면 껍데기를 ‘바람(유행)’에 맞추어 자꾸자꾸 바꾸면서 스스로 무너졌다고 느낍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도 껍데기(옷·디자인)를 아예 안 쳐다보지는 않으나, 글을 쓰는 틀을 함부로 섣불리 바꾸면 대단히 거북하게 여기면서 아예 끊기도 하는 줄, 그들 ‘플랫폼 관리자’는 조금도 살피지 못 하더군요.

여러모로 보면, ‘알라딘서재’는 처음 서재를 열던 해부터 2025년에 이르도록 바탕을 그대로 지킵니다. 네이버블로그하고 비금비금할 만큼 ‘오랜 틀’인데, 네이버블로그는 그동안 이래저래 자질구레하게 함부로 바꾼 대목이 있지만, 알라딘서재는 ‘예스럽다’고까지 할 만큼 껍데기(옷·디자인)를 그대로 잇습니다. 그리고 이 껍데기야말로 “글을 쓰고 읽는 가장 즐겁고 나은 틀”인 줄 알아본다고 느껴요.

요사이는 누리책(전자책)도 있지만, 모름지기 모든 책과 글은, 손으로 쓰고서 손으로 건네고, 손으로 받아서, 한손으로 받치고 다른손으로 넘기면서 읽게 마련입니다. 바탕은 늘 고스란합니다. 이러한 바탕을 읽고 아는 눈이라면, 책을 다루는 판(인터넷 플랫폼)을 어떻게 다루어야 어울리고 알맞을는지 느낄 테지요.

저는 마을책집이 없다고 할 시골(전남 고흥)에서 살기에 누리책집을 안 쓸 수 없는 터이기도 하고, 알라딘서재에 첫 글을 쓰던 2005년에도 멧골(충북 충주)에서 살았기는데, 여러모로 보면 ‘시골에서 지내는 나날 그대로 알라딘서재하고 함께 지냈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이제는 무척 ‘시골스러운 옷(디자인)’이라고 여길 만한 알라딘서재가 앞으로도 시골스러운 빛으로 이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알고 보면, 서울은 시골에서 거두는 밥옷집 살림을 바탕으로 굴러갑니다. 시골이 바탕이자 뼈대이기에 서울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마을책집이 곳곳에서 북적북적 사랑스레 살아나는 둘레에, 누리책집도 좀 조그마한 몸집으로 어깨동무하는 길로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뭔가 적고 보니 너무 긴 덧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봄이라서 봄빛을 받았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다락방 2025-03-14 11:37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알라딘 서재는 그대로인데, 그런데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었죠. 예전엔 아침에 최신서재글 보면 주루루룩 많이도 올라왔는데 이제는 활동하는 사람도, 글도 확 줄어들어서 안타까워요. 이곳에서 오래 여전히 활동중인 저는 이곳이 예전처럼 사람이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게된건 짧은 글 위주의 SNS 로 갔기 때문인 것인지.. 긴 글 읽기에 지친 것인지.. 아니면 영상으로 대체된 것인지. 하여간 저로서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은 이곳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좀 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쨌든 별 일 없다면 이곳에서 오래오래 활동할 계획입니다.

봄빛 언급하셔서 바깥을 내다보니 날이 참 화창하고 좋아 보이네요. 나가야겠습니다.

감은빛 2025-03-14 18:12   좋아요 0 | URL
제 알라딘 서재 껍데기는 2004년에 처음 만들었던 그대로예요. 한번도 바꾼 적이 없네요. 아, 중간에 그게 이름이 뭐였더라 책장 같은 것을 광고처럼 넣을 수 있어서, 그걸 쓰다가 알라딘이 자체적으로 폐기해서 저절로 없어진 적이 있었네요.

yamoo 2025-03-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뭐랄까...아마도 유튜브나 다른 돈이 되는 곳으로 이사갔다고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건수하 2025-03-1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ㅁ 가리개……

(부러워서 이것만 기억에 남은 것은 아닙니다)

감은빛 2025-03-1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돈 받고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책을 본인이 사서 직접 손글씨 편지도 포함해 예쁘게 포장해서 여러 사람에게 보내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그냥 각자 사서 읽으면 될 것을 왜 저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독자들에게는 책값을 그대로 다 받고, 출판사에 연락해 할인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닐수도 있겠지만. 출판사에 일할 때 가끔 교수라면서 본인이 이번 학기에 이 책을 언급했으니 할인해 달라고 하면서 그리 많지 않은 부수를 입에 올린 경험이 있었어요. 물론 저는 그냥 서점에서 제 값 주고 사시라고 거절했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