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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화공부>를 읽고 삘 받은 김에 올해는 과학책의 한 해로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것저것 전에 사놓고 읽지 않았던 과학책을 꺼내오기 시작했다. 내가 "올해는 과학책의 한 해로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했다고 하면 그 이면에 떠오르는 생각은(사실 망상은) 이런 것들이다. 


과학책의 리뷰를 1년에 한 권씩 해보는 건 어떨까? 혹시 알아?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처럼 <문과 여자의 과학 공부> 라는 책을 낼 수도 있는 거잖아. 혹은 과학책을 가지고 리뷰를 꾸준히 써서 그것을 가지고 팟캐스트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리뷰를 쓰는 것만으로는 좀 아쉽잖아. 그리고 무언가 다른 활동을 병행하면 강제로라도 그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하는 김에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같이 해? 그럼 나 혼자 하기는 애매한 것 아닌가? 나는 영상도 촬영할 줄 모르는데, 하긴 요즘엔 팟캐스트를 영상 없이 그대로 올리기도 하던데, 그럼 누군가랑 같이 해야 하나? 그런데 누구랑 같이 해? 내 주변에는 과학책을 읽는 사람도 없는데, 잠깐 누군가랑 같이 한다면 마음대로 마구잡이로 막 녹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도 대본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아, 너무 일이 커지는데... 무엇보다 나는 팟캐스트를 들어본적도, 책관련 유튜브를 본 적도 없잖아. 아니 그보다 먼저 내가 그 정도로 읽은 과학책이 많던가. 아니, 앞으로 그렇게 많은 과학책을 읽을까?


.... 이렇게 생각이 미친듯이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을 차렸다. 잠깐,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과학책을 읽어야겠다, 는 생각이 리뷰와 유튜브와 팟캐스트까지 갔구나. 여기서 내가 발견하는 것은 3가지. 1) 가능성으로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구나. 2) 무언가 독서 관련 확산할 수 있는 채널을 하고 싶어하는구나. 3) 그런데 방법을 모른다/ 과학책만으로 한계짓지는 말자. 이 생각이 몇 달 안에 부스팅되어 결실을 맺기를 바라면서 이 생각은 잠시 접고... 


왜 이렇게 구구절절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냐면 박문호 박사의 <생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으면서 공부법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노화 공부>를 통해 호흡과 광합성이 우리 몸의 작용에 결정적 기틀이 됨을 깨닫고 고등 때 주기율표를 떠올리다가 우리의 생겸잉 궁극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박문호 박사의 이 책은 1장을 읽는 것만으로 너무나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1장을 통째로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었음을 고백한다. 박문호 박사님은 천재가 아닐까? 1장의 제목은 생물학을 공부하는 방법인데, 사실, 생물학 뿐 아니라 과학 공부, 아니 공부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라는 통찰을 주었다!! 박사님, 과학책 말고 공부법 책 내주시면 안될까요?


우선 박사님이 말하는 과학 공부의 지름길은 1) 과학 용어에 익숙해져서 과학 용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을 겪어보는 것이다. 과학 용어만 사용하여 스스로 전자와 양성자, 광자가 되면 분자의 세계와 생명의 세계가 설명할 필요없이 익숙하고 당연한 세계가 된다. 과학 용어에 익숙해지면 그 익숙함을 바타응로 새로운 과학 세게를 탐색할 수 있다고 말한다. 


2) 결정적 지식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지식은 평등하지 않다. 하나만 알면 그 분야가 분명해지는 지식이 있고 그것을 '결정적 지식'이라고 말한다. 과학의 각 분야마다 결정적 지식이 있는데 그것은 많은 세부 지식과 연결되어 그 분야의 구성 원리가 있다. 예를 들면 그런거다. 화학에서는 원자 그 자체보다는 원자와 원자 사이의 전기적 상호작용이 결정적 지식ㅇ이다. 생물학에서는 원자보다 이온이 더 활용성이 높은 지식의 대상이다. 그리고 알파글루코스인 포도당의 분자구조다. (포도당의 분자구조는 어제 읽은 <노화 공부>에도 비중있게 나온다.) 박사는 과학의 각 분야마다 결정적 지식은 3가지를 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물학과 암석학의 결정적 지식은 분자식이고, 천문학의 결정적 지식은 베타붕괴다. 자연과학 전체의 결정적 지식은 전자와 양성자 그리고 광자에 대한 지식이다. 중력을 제외한 우주의 모든 현상은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공부법을 알 수 있게 된다. 공부의 지름길으 결정적 지식을 발견하고 그 지식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3)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의견을 말한다. 

박사는 사실은 스스로 많은 말을 한다고 한다. 사건과 사실을 시간 순서로 나열하면 인가관계가 드러나고 그새서 사실은 그 자체로 설명이다. 있는 그대로 있지 않은 그대로의 사실, 팩트를 알고 말하는 것, 그것이 과학적 사고방식의 기본일 것이다. 


4) 생각은 꺼내 보아야 하고 학습은 훈련이다. 

그래, 여기에서부터 나는 리뷰와 팟캐스트, 유튜브를 생각했다, 생각은 몸을 움직이게 하고 반복된 몸의 움직임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결과를 낳는다. 생각은 행동으로 출력되어야만 구체적인 결물을 만든다고 한다. 생각은 신체적 감각, 정서적 느낌, 짧은 추론의 혼합물인데 이는 생각의 배경정서가 되고, 논리적 생가고가 추론은 행동 선택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학습은 새로운 분야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며 훈련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반복 운동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부의 핵심이 이해가 아니고 익숙해지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이해는 그저 기분만 좋게 할 뿐이다 하지만 훈련은 은 습관을 만든다. 바로 형상화하는 과정의 훈련 구체적으로 형사화된 이미지를 출력하는 능력이다. 


5) 학습은 용어 단계, 구조 단계, 작용 단계로 구분된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의 학습은 3단계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용어에 익숙해지는 단계와 핵심구조를 익히는 단계, 그리고 구조와 구조를 연결하여 작용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용어에 익숙해지고 핵심구조를 익힌다면, 그 다음은 구조와 구조를 연결하여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출이 필수적이다.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팟캐스트를 하든, 유튜브를 하든. 


이 책의 1장만 읽었을 뿐인데,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그리고 올 한해는 구조와 구조를 연결하여 작용을 이해하는 공부의 3단계를 마스터하는 훈련을 해보고자 한다. 훈련은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거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무언가 한 방으로 큰 것을 하고 싶은 그 모든 마음을 내려놓는다. 올해는 공부 아웃풋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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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이 되면서 한국나이로 50이 되었다. 물론 만나이로는 아직 48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노화의 징후가 여기저기 보인다. 머리카락에 숱이 눈에 띄게 줄었고, 금세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기운이 빠지고 힘이 들고 피곤한 것이 에너지와 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듬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전단계, 당뇨 전단계가 나왔고,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만난 친구 중 2명이 폐경 증상과 함께 갱년기 증상을 호소했으니, 이제 빈말로도 청춘이라는 말을 꺼내면 허언증 환자 취급 받게 생겼고, 이팔청춘이라고 말하면 치매라는 말을 듣게 생겼다. 최근에 여러 곳에서 노화는 시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겪게되는 현상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나도 이제 노화공부를 해야 할 시기가 된거다. 



<노화공부>에서는 대개 사람들은 몸이 보내는 노화의 신호를 인지한다고 말한다. 50대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과 체구성의 변화'라고 말한다. (p.19) 체중은 여성의 경우 60대까지 증가한후 느린 속도로 감소하지만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높아져 65~70세에 정점에 이른다. 특히 지방의 분포가 달라져 내장 장기의 지방이 축적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노화 관련 질환들, 즉 당뇨병, 고혈압, 도액경화 등 순환기계 질환, 기타 대사성 질환드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쩐지 내 배가 나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더라) 


반면 지방을 제외한 체중, 즉 체지방은 감소하는데 주로 상지와 하지의 근육 감소에 의해 나타난다. 즉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이 빠지면서 지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체형 변화는 에너지 대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신체 활동량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 노화의 보편적 현상이지만 또다시 노화를 증폭하는 원인이 된다.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노화 과정을 진화론적 관점과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우선 진화론적 관점은 일회가용신체설이다. 이제까지 자연 세계에서 사망 원인 대부분은 노화라는 재넉 요인이 아니었다. 약육강식, 전염병, 기아, 사고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조기 사망이었다. 따라서 진화의학적 관점에서는 사망하는 연령 이후까지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 에너질 ㄹ쓸 이유가 없다. 


대신 자원을 발육과 생식에 집중시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려 종을 유지하려 한다. 이럴 때 먹거리가 풍성하고 환경이 좋으면 우리 신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장하고 생식하는 엔진을 최대한 동시킨다. 손상이 발생해도 보수에 이너지를 쓰지 않아 손상이 축적되고 노화가 촉진된다. 이런 진화의학적 관점에 따르면 우리 몸 안에 신체의 유지와 보수에 관여하는 내재된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늑 칼로리와 영샹소의 섭취를 적절히 절제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던 것은 우리 세포가 가진 트레이드오프 적인 성격이다. 우리는 몸의 어떤 작용이 부족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세포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 몸에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은 배제하려 한다. 물론 담배나 술은 몸에 나쁜 것이 너무나 자명하고, 채소와 견과류 등이 몸에 좋은 것도 맞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세포의 트레이드오프 적인 성격이다. 


영양소가 활성화되는 m-TOR은 대표적인 성장 세포이다. 이는 성장과 생식을 촉진시켜 활력을 불어넣고 개체수를 늘리지만, 이로 말미암아 신체 기고나의 손상이 축적되고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 반대로 영양소가 부족할 때는 서투인과 일인산아데노신키나아제가 활성화되는데, 그러면 성장과 생식은 억제되지만 개체 유지와 보수에 자원을 배분하여 수명이 증가하고 손상이 적어져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이 줄어든다는 거다. 


이런 트레이드오프 적인 면은 면역과 염증 반응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보통 면역은 좋고 염증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면역과 염증은 동전의 야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염증은 우리 몸을 방어학 위해 면역 체계가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생체반응이기 때문에 염증이 잘 생긴다는 것은 면역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염증 반응이 조절되지 않고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병원균이 침입이 없어도 지속된다면 우리 건강을 위협하게 되고 조직을 손상시킨다.


노화는 기본적으로 세포가 늙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 몸은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포는 정해진 횟수 이상 분열할 수 없다.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이런 헤이플릭 한계가 나타나는 이유는 DNA가 복제될 때마다 염새게의 끝부분에 유전정보가 없는 염기서열 DNA인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길이가 짧아지고 세포분열이 거듭되어 텔로미어 길이가 임계치에 도달하면 세포가 더이상 분열하수 없어지면 이것을 복제 노쇠라고 한다. 이때 나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활성산소나 만성염증 등은 텔로미어 길이의 단축을 가속시켜 복제 노쇠를 빠르게 한다. 반면 선천적으로 텔로미어 길이가 긴 사람들은 이 과정이 늦추어진다고 말한다.(P.61)


다양한 노화의 원인과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모두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노화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책에서는 다양한 원인과 그에 따른 방안을 이야기하지만 아직 인과론을 정확히 확증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노화 방지를 위한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영양소와 관련되 신호과 활성화되지 않은 종이 오래 산다는 것이다.(P.140) 


즉 영양소 섭취가 적은 종이 장수하는 겅ㅅ이다. 즉 견딜 만한 배고픔,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에 유리한 이유다. 지금까지 지구상 모든 종은 영양소가 넘칠 때를 대비할 필요가 없었다.(넘친 적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비만은 현대인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적이 되엇고, 칼로리 제한이 장수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결국 건강하게 늙기 위해서는 제시하는 건 이런 것들이다. 건강한 생체리듬을 회복하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소식을 하고, 곡물위주의 식물성 영양소와 심유질이 풍성한 식단으로 먹으라는 것이다. 쓰고 보니 너무나 건강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갑자기 비아냥거리고 싶어진다. 그렇게 옳은 말 좋은 말을 누가 못하냐고, 나도 하겠다고. 비아냥거리고 싶어진다. 결국 귀에 딱지가 앉힐 정도로 들어온 몸에 좋은 것들은 정말 진실이었던 거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이 원칙들이 아직도 유효한 이유는 우리 인간이 선사 시대 진화한 상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건강한 것, 올바른 것, 제대로 된 것에 먼저 반항부터 하고 싶어하는 나의 중학생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는다. JYP 박진영은 열심히 올바르게 살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정확한 생체리듬을 지키며 소식하고 열심히 운동하는 거다. 열심히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나도 열심히 올바르게 살고 싶다. 그럼으로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루고 싶다. 활기있고 멋지게 말이다. 그러기 위해 식습관과 운동 또한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2026년은 건강하게 보내야겠다. 


참, 생명과학 관련해서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엇다. 30년도 더 지난 고등학교 때 화학시간이 가물가물 떠오를랑 말랑 하기도 하고, 우리 몸의 구조와 움직임, 생로병사가 원자의 구조와 분자 화학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그럼에도 잘 이해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도 했다. 올해는 과학 관련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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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에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차례대로 <불안 세대><부서지는 아이들> <편안함의 습격> <경험의 멸종><도둑맞은 집중력>. 이 책들은 작년과 올해를 휩쓴 인문교양서들인데 신기하게도 모두 같은 세계관 위에서 쓰여졌 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그리고 심리학의 일상화와 과잉 정서 진단,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에 회오리처럼 빨려들어간 우리의 진짜 모습,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들 말이다.



이 책들은 묻는다.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냐고. 그렇게 편리하고 재미있게 가짜 결핍 속에 사는 동안 우리의 우울증과 불안증은 높아졌고, 아이들은 자신을 깨지기 쉬운 존재처럼 여기고, 불편함과 지루함을 못 견디게 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의 삶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지금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책들을 읽으며 줄을 죽죽 그으며 그래, 맞아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잠시. <편안함의 습격>을 읽는 내내 내가 이러고 있는 거다. 도대체 순록은 언제 잡는다는 말이야?!



<편안함의 습격>은 주제면에서는 위에서 나열한 책들과 비슷하지만 글쓰는 방식에서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과 비슷했다. 빌 브라이슨이 지금 시대에 알래스카 오지 순록 사냥을 떠난다면 바로 이런 책을 쓰지 않을까? 빌 브라이슨만큼 정신없으면서도 본인의 알콜 중독 이야기부터 시작해 우울증, 불안, 자살, 비만, 번아웃, 지루함, 운반본능까지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작 나는 ‘그래서 순록은 언제 잡는거야?’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이 편안함의 습격에서 이야기하는, 편안함과 효율과 멸균에 푹 파묻혀 기다림과 지루함을 미친 듯이 못 견뎌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다못해 책에서 순록을 잡으러 떠났으면 순록을 잡아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불과 10~20년 전 빌 브라이슨의 다양한 기행기를 보면서 킥킥댔던 내가 말이다. 세월은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는단 말인가. 아님 내 안에 있는 통제강박과 극강의 효율추구가 시대와 더불어 더 강화되고 빛나게 발현된 것일지도.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몇 십년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 모든 책들에서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경험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가치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자신을 깨어지기 쉬운 존재로 여긴다면 인간의 고통은 왜 필요한가? 우리의 상처와 번뇌와 깊은 슬픔이 그저 정신과의 하나의 병명일 뿐이라면 그 심연을 지나온 후의 성숙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손해보기 싫어하는 세상에서 기꺼이 사랑하고 상처받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그저 호구인 것일까? 터치 몇 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한 듯 느껴지는 지금 우리에게 진짜 경험이라는 것이, 진짜 몸으로 경험을 경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왜 요즘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 빠져있는지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 원시적 감각, 그냥 몸뚱이 하나로 지면을 박차면서 느껴지는 터질듯한 심장박동, 후둑 떨어지는 땀, 손끝의 저릿함, 그 원시적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렇게 관계도 사라지고, 경험도 사라지고, 불편함과 지루함도 사라지는 이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우리 몸의 경험. 그 자체가 아닐까.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몰입의 시간,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달리기나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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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8살인 우리 아들은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태어났다. 나는 아들이 1살 때부터 아이폰을 사용했는데 내 핸드폰을 가져가려는 아들에게 못 이기는 척 뺏긴 적이 많았다. 식당에서는 적극적으로 핸드폰을 보여준 적도 많고, 나아가 놀이공원 같이 꽤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는 아이의 시선을 일부러 핸드폰에 가둬두려고 노력한 적도 많았다


아이가 3살 정도 되어 tv 화면에 다가가 두 손으로 확대하려고 시도하거나 손글씨를 쓰는데 꽤 오랫동안 애를 먹은것도 어찌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이 아이들이 십대가 되었고, 이 아이들은 기존의 현실 세계의 상호 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성장한 셈이 되었다. 조너선 하이트는 이 새로운 십대의 출현을 화성에서 성장하는 첫 세대가 된 것과 비슷한 세대의 출현이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사회를 만든 아동기 대재편이다.

 

아동기 대재편의 배경은 이렇다. 첫째, 아동의 일상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즉 스마트폰의 발전이 있었다. 두 번재 아이를 과잉보고하고 현실에세계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제약하려는 추세(이것은 어제 내가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에 나오는 바로 그 추세이다.) 기존의 아동기가 놀이 기반이었다면 이제 스마트폰 기반으로 명백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 명백하게 달라진 아동기의 결과는 이와 같다. 십대 우울증이 2.5배 증가했고 여자 청소년 자살율이 167% 증가했으며, 이제 아이들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며 사회적으로 박탈되었고, 수면 박탈로 인한 건강 악화와 주의력 분산, 그리고 중독 문제가 심해졌다,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 발 딪지 못하고 화면에 빠져 살면서 점점 불안과 우울 속에 허우적대며 취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어제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과 이 책을 보며 정말 이제 우리 아이들은 다른 세대가 되었구나 실감했다. 전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mz세대의 등장을 알렸는데 이제 내추럴 본 디지털로 무장한 불안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건강하거나 행복해보이질 않는다. 내가 좀더 간편하기 위해 아이 손에 쥐어주었던 스마트폰, 잠깐의 만족을 위해 무신경하게 보냈던 날들이 후회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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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몇 달전 나에게 ADHD검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자기가 너무 산만하고 정신 없고 무언가를 자주 까먹는 것 

같다고. 그럼 산만하고 정신없고 자주 까먹는 행동을 바꾸기 위한 무언가의 행동을 해본적이 있냐고 물어보자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먼저 우리 행동을 바꿔보자고 하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다 하나씩 문제가 있는데...” 


다 하나씩 문제가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트라우마가 없는 친구가 없다고 했다. 한 명은 은따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증, 한명은 전학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 한 명은 선생님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고, 자기는 수줍음이 많고 사회성이 많은 사회불안장애인데, 거기에 내향적 ADHD인 것 같다고 한다.

우리 딸은 중2이다. 딸은 사춘기 특유의 아이답게 다 하나씩 문제가 있는 아이들 틈에서 자신의 문제거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따를 당한 적이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할 거다. 전학을 가면 적응하기 전에 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수줍음이 많은 것은 장애가 아니며, 산만하고 정신없고 무언가를 자주 까먹는 것은 네가 덤벙거리기 때문이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ADHD라는 병명과 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딸은 무언가 서운한(?) 눈치였는데, 오늘 <부서지는 아이들> 책을 보면서 딸과 똑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것이 그냥 우리 딸만의 중2병스러운 대사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책은 심리상담이 일반화되고, 다정한 양육이 대세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이 증폭되고, 정신 건강 산업이 블루 오션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네 기분에 집중해볼까?”“너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야”“네가 불편하다면 없애줄게.” 이런 말들이 우리 아이를 부서지기 쉽고 안전한 상자 속에 가둬있어야 하는 약한 아이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다정한 양육이 일반화되면서 아이들은 의지할 수 있는 부모를 잃었고, 부모들은 권위를 잃었다. 더불어 양육의 기쁨까지. 아이들은 아이라는 이유로 권리 의식에 빠졌고 부모의 권위와 책임은 외주화되었다.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훈육하지 않고 온갖 상담치료실과 소아정신과를 돌면서 병명을 모으고 약을 먹이고 아이들을 더 약한 존재로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책에서는 허용적인 부모도, 권위적인 부모도 아닌, 권위있는 부모가 될 것을 주문한다. 권위있는 부모는 사랑과 규칙을 양육의 토대로 삼는다. 합리적 방식으로 자녀의 활동을 지도하고 대화를 통해 자녀와 의견을 교환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의견이 크게 다를 때는 확실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부모다.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규칙을 가르침으로써 말이다.


다정한 양육을 하고자 십년이 넘는 기간동안 말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고, 육아서를 읽고 낮에는 화내고 밤에는 울면서 반성하면서 어떻게든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던 1인으로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이 송두리째 아이를 약하게 만들었나 생각도 들면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 아무리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더라고, 이건 아닌데,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 결과가 지금 처참하게 부서지는 아이들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우리 시대는 권위적인 부모 아래에서 울고 싶어도 화내고 싶어도 할 말을 꾹 삼키고 함구하며 살았다. 어쩌면 나는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아이를 키우면서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일지도, 우리 부모 또한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방법을 잘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정과 반을 지나 이제 합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양육은 어때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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