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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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과 이미 사라진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와 그들이 생각나는 책. 이십대를 그리워하며 굳이 계모임을 만들고 만나려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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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런저런 도시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갖고, 이런저런 가정에 산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사실은어떤 장소가 아니다. 우리가 정말로 살고 있는 곳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곳이 아니라, 무얼 희망하는지도모르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그곳이며, 무엇이 노래하게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노래하는 그곳이다. - P58

13세기는 십자군의 세기이다. 여우와 늑대가,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가 맞선다. 성서 아래 묻힌 같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후손인 그들은 그의 유해를 차지하기 위해 물어뜯고 싸운다. 종교는 사람들을 하나 되게만드는 것인데, 증오만큼 종교적인 게 없다. 사랑은 여린 얼굴이나 목소리로 사람들을 하나씩 해방시키는반면, 증오는 어떤 강력한 이념이나 이름 아래 사람들이 대거 모이도록 한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팔레스타인으로 가서, 군중이 겁을 주고 교회가 성가시게하는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참새들에게 하는 똑같은 말을 전사戰士들에게 한다. 설득하려 들지않는다. 설득 또한 정복이니까. 그는 철갑도 언어의 갑옷도 없이, 희미한 노래의 승리만을 구한다. - P145

이며, 사랑은 그런 피로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선그렇게 달구어진 모습도, 지친 모습도 볼 수 없죠. 당신들은 사랑이 당신들을 가득 채워 주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아무것도 - 당신들 머릿속에 뚫린 구멍도, 마음속 심연도 - 채워 주지 않아요. 사랑은 충만한 상태라기보다 우선 결핍이니까요. 사랑은 결핍의 충만함입니다. 맞아요, 이해하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이해 불가능한 일도 그 실천은 참으로 단순합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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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자기만의 방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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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분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애들이 잘 커줬어요. 그 보람 없었으면 못 살았지. (정애 씨의 딸은 상담 교사로 일하고, 아들은 결혼 후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살고 있다.) 나는 딸도 살림만 하게끔 안키웠어요. 우리 딸네 갔는데 딸이 저녁때 자기 먹고 싶다고 맥주를 사러 나가는데 보기 좋더라고요. 우리 며느리도직장 다니면서 자기 길 가는 게 좋고요.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그게 재능이 되고 다른 걸 불러오니까 일은 손에 놓지 말고 가능하면 하는 게 좋다고 봐요.
한국 전쟁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셨잖아요. 단시간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나라에서 70년을 넘게 사셨는데 세상 많이 변했구나 하고 느끼시나요.
많이 변했죠. 옛날엔 여자들이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했잖아요. 극장 구경을 가도 오빠한테 허락을 받았잖아요. 하고 싶은 대로 일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 P36

그 공백은 사회를 멈춰 세우고도 남을 만큼 크지만, 그만큼 중요한 그 노동은 너무도 값싼 비용으로 유지돼왔다.
모두가 꺼리는 적은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불안정한 일자리, 감염 위험, 직업을 낮잡아 보는 인식을 고령층 여성들이 감수해온 덕에 이 사회가 유지됐다. ‘반찬값이라도벌어야 하니까‘, ‘애들한테 폐 끼치기 싫으니까‘, - P108

...
"재밌게 살고, 힘들게 살지 마. 살아보니까 인생이 그렇게 길지가 않아." - P128

누구나 삶의 관찰자, 기록자가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이기획을 시작했다. 평생 자신의 이름 대신 누군가의 엄마나아내로 불린 여성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었다. 우리는 글에서 그들의 이름을 열심히 불렀다.
명함을 화두로 시작했지만 명함 따위 필요 없는, 인생 자체가 멋진 명함인 분들이 삶의 가치를 발견해가는 여정을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고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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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원자폭탄으로 그 많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자 한 마음과 그 마음을실행으로 옮긴 힘은 모두 인간에게서 나왔다.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별의 먼지가 어떻게 배열되었기에 인간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언젠가 별이었을, 그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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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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