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러분.

3월 도서 안내합니다.


3월은 '조앤 스콧'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입니다.

뭔가 표지부터.. 살짝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막상 펼쳐보면 대박 어려울지도..

하여간 힘을 내서 함께 읽어봅시다. 

읽는 중에는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우리의 몸 어딘가에 남아있을거라 생각합니다.

















4월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2025년 5월 까지 진행하겠습니다.

2018년부터 쉼없이 달려왔네요.

자, 남은 시간들도 힘내봅시다. 함께 읽으면 읽히더라고요.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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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팅~~~
전 이미 책 구입했습니다.
빨리 시작해 보겠습니다!^^

관찰자 2025-02-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어려울거 같은데.....ㅠㅠ

건수하 2025-02-2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책 얼른 구해야겠네요. 어려워도 파이팅입니다 ^^

바람돌이 2025-02-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018년부터였군요. 진짜 대단해요. 하나의 주제로 5년이 넘도록 같이 책읽기를 주도하시는 다락방님 그리고 회원님들 모두 존경해요. 읽다 말다 하는 저는 부끄러워서.... ㅠ.ㅠ

단발머리 2025-03-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내일 중으로 땡투할 예정입니다. 그 사람이 저인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월읽기도 화이팅이요!! 어렵지만 재미있을 예정, 아님 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3-05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번달 책 흥미로워 보입니다. 잠자냥님은 이미 갖고 있네요? ㅋㅋ
 















어제 젠더와 역사의 정치 에 대한 페이퍼를 쓰면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에서 가져온 인용문이 있다.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p.152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 여성의 노동이 가치폄하 되는 부분을 읽었고 그러다 페데리치 글에서 결국 성매매가 활성화되는 흐름에 대해 가져왔던 것. 그런데 어제 퇴근후 젠더와 역사의 정치를 읽다보니, 조앤 스콧도 결국 여성의 노동에 대한 가치 폄하가 결국 성매매를 불러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더라. 여성의 노동, 임금 노동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성매매는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임금 계산의 비대칭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남성의 임금에는 최저 생계비용과 재생산 비용이 포함되었지만, 여성의 임금은 자신을 부양하기에도 부족해 가족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했다. 남녀 모두 가족 구성원으로 상정(그리고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장려)되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남성은 미혼이건 기혼이건 자신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남성은 정치경제학자들이 제기한 개인 자유의 가능성을 체현하고 있었지만, 여성은 그 이론이 상정한 대로 타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닌 의존적인 사회적 존재가 되었다.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p.258


산업적으로 보면 여성은 불완전한 노동자다. 만약 남성이 자신의 벌이를 파트너의 충분치 못한 임금에 보태 주지 않는다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만으로 빈곤에 빠지게 된다. -p.258, 외젠 뷔레 재인용


일하는 독립 여성을 표현하는 용어는 모호했다. 성매매 감시 제도 아래서 '독신 여성femmes isolees은 성매매 허가 업소에 등록하지 않고 비밀리에 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여겨졌다. 1848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산업통계] 와 같은 노동자 실태 조사에서 '독신 여성'은 기성복 산업 내에서 생산 건수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으며 가구가 딸린 셋방에 혼자 사는 임노동(보통 여성 봉제사나 여성복 재봉사를 하는) 여성을 의미했다. 여기서 '독신 여성'이라는 같은 용어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36년 성매매에 대한 파랑-뒤샤틀레의 대규모 조사 이래로 노동하는 소녀들 가운데 비정기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p.252


성매매를 초래한 여러 원인 가운데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의 불가피한 결과인 빈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없다. 이는 특히 파리와 기타 대도시에서 그러하다. 우리의 여성복 재봉사, 여성 봉제사, 수선사, 그리고 바늘을 갖고 일하는 모든 이들은 보통 얼마를 버는가? ..... 그들이 노동해서 받는 대가와 불명예스러운 일을 해서 받는 대가를 비교해 보면,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무질서에 빠져드는 것은 놀랍지 않다. -p.252, A Parent 의 글 재인용


사회주의자들이 노동력을 파는 것이 여성이 몸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고 경제적 착취와 성적 착취가 같다고 지적했다면, 정치경제학자들은 "근력"의 생산적이고 규율된 사용과 성적 활동의 낭비적이고 방종한 측면을 신중하게 구분한 것이다. 게다가 섹슈얼리티를 여성의 몸에 둠으로써, 그들은 노동과 섹스, 생산성과 낭비성, 규율과 방종, 남성과 여성 등의 젠더화된 대조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성매매를 성립시키는 교환에서 남성의 역할을 부정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래서 겉보기에 성매매로 더렵혀지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경제적 생산성과 도덕적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면 남성적 원칙이 널리 퍼져야 했다. 이것은 가부장적 가족 -위계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독립체- 이 질서를 위한 학교가 되고 이 질서를 체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빈곤과 섹슈얼리티를 연결함으로써 만들어진 독신 여성의 양가적 형상은, 규제된 상황의 외부에서 살아가는 모든 삶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p.259-260



성매매하는 여성을 창녀라고 비하하지만 성구매를 하는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없다. 자기들은 돈을 주고 성을 사면서 그런데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욕한다.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그런데 자기가 성을 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랑스레 내보이고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왜 구매자와 판매자가 있는 거래에서 한 쪽은 욕을 먹고 한 쪽은 자랑스러워할까?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성매매가 빈곤한 여성들이 이를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말에는, 그건 자기 선택이지 다른데에서 알바를 하면 되지, 라면서 역시 그런 '선택'을 한 여성들을 욕한다. 


언제나 말해왔지만 무지는 죄다. 무지는 악이다. 무지하기 때문에 비난과 혐오가 쉽다. 알면, 그렇게 못한다. 

지금 당장, 한달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어서,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굶어죽지 않을 수 있어서, 성매매 여성들은 일단 선불금을 받고 그걸 갚는 방식으로 일한다. 물론, 그 빚은 일하고 또 일해도 갚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빈곤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된 일인데, 그 일은 더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가난한 자에게 악은 쉽게 찾아오지만 가난한 자에게 구원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일단 현금이 당장 필요할 정도로 빈곤한 여성이 성매매를 자신의 돈벌이로 선택했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을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로 비하할 수 있을까. 



여성은 일해야만 하는데 기존의 직업과 임금 규모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사실과 관련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끼치는 영향은 물질적이면서 도덕적이었다. 독신 여성에게 그와 같은 영향의 결과는 "빈곤이냐 수치냐"였고, 이 둘은 모두 방탕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p.284



나는 이것이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방법이 되는게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가능성이 되는게 싫다.

이미 먹고살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직업의 하나로 염두에 두지 않을 일이,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먹고 살 방법이 되는게 싫다. 그렇게 먹고 산다고 비하하고 혐오하는게 싫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아예 가능성 자체가 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남성에게 그랬듯이 여성도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우리가 그것을 교육으로 가르친다면,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올 것이고, 성적대상화 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과연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성매매가 최종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여성들이 하지 않기 위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다. 

빈곤과 수치를 선택지로 받아들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백혈병이나 무슨 병에 걸려서 막 되게 아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업소 생활이나 이런 생활을 모르면 그런 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만 내가 이미 이런 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분명히 그쪽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럼 '나, 참 내가 몰라도 될 거는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다혜> -p.282


평등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차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며, 실제로 이런 인식에 의존하고 있다. 평등에 대한 요구는 그 안에 내포돼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차이에서 비롯된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개인들이나 집단들이 단일하거나 서로 똑같다면 평등을 요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등을 특정한 차이에 대한 의도적 무관심으로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 P300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원주민을 제거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P335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소수자로 지칭해 온 것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차이 때문이었다. 내가 덧붙이고자 하는 핵심은, 소수자를 소수자로 고정하는 사건들은 소수자의 지위를 소수자 집단의 본질적 특성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런 특성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불평등을 초래한 이유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예를 들어, 모성은 종종 여성의 정치적 배제에 대한 설명으로 주어졌고, 인종은 흑인의 노예화나 종속의 이유로 제시되었지만, 사실 인과관계는 그 반대다. 즉, 사회적 차이화의 과정이 배제와 노예화를 낳고, 그런 다음 생물학이나 인종을 통해 정당화된다. - P353

"나는 여성이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국가에 봉사한다." 요점은 여성에게는 시민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으며, 성별은 차이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구주는 차이로 규정된 바로 그 여성으로서 주장해야만 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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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25-03-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도 되는 걸 모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저도.

저희 둘째는 축구선수를 꿈꾸고 있는데, 개인의 능력 외에도 필요한 부모의 뒷바라지(이른바 정치질)라는 게 있다고들 해서 아주 정신이 아찔한 요즘입니다. 정말 모르고 싶어요. 이런 세상.

다락방 2025-03-28 10:59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진로로 정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는 힘드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도 해야 하고요 ㅠㅠ 그게 너무 치사한 것 같아요. 왜 굳이 그래야 하는걸까요. ㅠㅠ

어제였나 sns 에서 에전 드라마의 짧은 릴스를 보게 됐는데 룸쌀롱에서 아가씨들 옆에 앉히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국내 정규방송 드라마였는데, 아..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남자들이 술집 가서 아가씨 불러 논다는 거 미리 다 학습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유해한 문화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5-03-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 다락방님의 제일 중요한 주장과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요. 매춘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 방식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비난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니깐요. 결국 국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읽기 어려운 부분을 자주 만나게 되지만 다락방님 글 올라오는 거 보면서 힘내서 따라 읽게 되네요. 찬찬히 가고 계세요, 곧 따라갑니다^^

다락방 2025-03-28 11:03   좋아요 1 | URL
우리가 함께 읽었던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에는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이 몸의 주인이 나고 이 몸을 파는 것도 나인데 나에겐 여전히 빈곤이 남고 다른 남자가 대신 돈을 벌죠. 아주 치사스런 그리고 수치스런 상황입니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너무 어려웠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 나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차이‘와 ‘평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한 번 더 읽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남아 있으니 열심히 마저 읽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3월의 책을 생각보다 어려워서 힘들게 읽고 있다. 이제 3월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절반도 못읽어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이번 주중에는 술 마시지 말고 책이나 읽어야할 것!!

계속 언급되는 차티스트 운동 뭔지 한 번 찾아봤고. 차티스트 운동은 러다이트 뒤에 왔다.



그리고 노동에 관한 이야기.


사실 남성복 재봉사의 아내가 처한 딱한 상황은 그녀가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관습적인 배치들이 무지막지하게 디바뀌면서 남편은 아내의 착취자가 되었다. 남편은 아내를 부양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가 가족 임금에서 자기 몫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정 기반 생산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 근거는, 그것이 남성과 여성 활동의 분리된 양식들을 침범하고 가족 구성원들에게서 각자가 지고 있는 고유한 책임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p.187


데지레 게의 동료들은 사회적 공화국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사회주의 페미니즘 경향의 신문 [여성의 목소리]에 공유했다. 그들은 여성이 이혼할 수 있고 자신의 임금을 통제하며, "이기적인 남편"의 지배를 거부할 수 있고, "노동할 권리"를 누리면서 아이들과 가정을 돌볼 수 잇는 새로운 사회를 요구했다. 자율적 개인이 된 여성은 사회적 존재로서 완전하게 이바지할 수 있다. "가족과 국가에서 해방되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될 때,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애쓰게 될 것이다." -p.194



이 노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캘리번과 마녀]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p.152



여성들의 노동은 가치 폄하되고 돈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남자들과 똑같이 임금노동을 바깥에서 하려고 하면 또 가사 노동까지 같이하래. 이래저래 빡치는 와중에, 이 부분 읽다가 며칠전에 읽었던 중국 여행기 책에서 마오쩌둥 얘기했던게 생각났다. 여자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란 사회주의 세상인가.

















엄마가 해준 음식이 그리운 한국인, 아빠가 해준 음식이 그리운 중국인,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문화적으로 보면, 한국 남자나 중국 남자나 다 공자의 후예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남자다. 그런데 어디서 차이가 난 것일까? 중국 남자도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여자를 무시하고, 부엌일은 여성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통 시대는 물론이고 근대 시기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남자와 같았다. 그런데 사회주의 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달라졌다.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를 두고 긍정적·부정적 차원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남녀관계 차원에서 보자면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는 가부장 문화를 단절하고, 남녀관계를 새롭게 세운 시대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사회적 노동을 제공하는 한편, 가사노동, 육아노동 부담을 줄였다. 밥도 공동 식당에서 먹거나 사다 먹어서 집에서 밥할 일이 없어졌다. 마오쩌둥 시대에 지은 아파트의 주방이 손바닥만 한 것은 이런 때문이다. 탁아소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출근할때 아이를 직장 탁아소에 맡기고, 퇴근할 때 찾았다. 심지어 아이를 일주일 동안 맡기는 시스템도 있었다. 여성이 사회적 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보장되어 있지만, 밥하고 아이 키우는 부담이 여전하다면 여성은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오쩌둥 시대 중국은 여성의 가사와 육아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확연히 달라지는 계기를 맞았다. -102~103



처음부터 이 얘기를 하려던건 아닌데, 이런 저런 인용문 읽다보니 얼마전에 미성년자 그루밍으로 언급되던 남자연예인에 대해 sns 에서 본 댓글들이 생각났다. 이 범죄에 대해 무슨 실드가 가능하단 말인가 했는데, 여전히 그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팬들의 댓글도 많더라.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내가 도대체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 그리고 그들은 공개된 사진에서 그가 설거지를 한 것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다. 설거지까지 해주다니 너무 다정한 남친이라는거다. 아니, 다들.. 어떤 남자랑 연애하셨던 혹은 연애하시는 거에요? 설거지에 그렇게 감탄할만한가요? 나원참.. 49년생 저희 아버지, 가부장제에 찌든 아버지도 설거지는 하십니다. 물론 그것은 엄마와 나의 훈련으로 가능한 것이었지만. 남자로 살기 참 쉽네, 자기가 먹은거 설거지만 해도 졸 멋지고 나이스하고 스위트한 가이 되어있어.. 여자들은 늘상 하는 일인데. 집 밖에서 일하고 와도 해야 되고 애기를 보다가도 해야되고 주말에도 해야 되고 주중에도 해야되는데, 어쩌다 남자가 설거지하면 졸 멋진 남자가 되다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거에 반하는 거, 좀 후지지 않아요? 남자의 설거지에 반하는 여자라는 거, 그거 좀 자기 자신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설거지하는 남자에 반하는 여자, 같은거, 하지 맙시다. 설거지는 남자의 기본값!! 내 남동생네 가면 삼시 세끼 주중이나 주말이나 설거지도 남동생이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가사노동 다 남동생이 함 ㅋㅋㅋㅋㅋㅋㅋ나 주말에 놀러가면 분리수거 할 때마다 나 데리고 다닌다. 이놈이 ㅋㅋㅋㅋㅋ 이왕 이성애를 할 거라면 누나 밑에서 자란 남자를 적극 추천합니다. 훈련이 잘 되어있음. 하여간 나는 세상 용서 못할 범죄가 누군가에겐 커버칠 수 있는 일이라는게 혼란스럽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혁명을 부르짖는 남자, 나를 따르라!! 막 이러는 남자가, 얌전히 앉아서 차려주는 밥을 받아 먹는 것에 대해 썼던, 줌파 라히리의 소설도 생각났다.




우다얀은 혁명을 원했지만 집에서는 남들이 해주기만을 기대했다. 식사 시간에 그가 하는 거라곤 자리에 앉아서 가우리나 어머니가 그 앞에 접시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저지대], 줌파 라히리, 203쪽










줌파 라히리, 역시 좋아. 



뭔가 자꾸 쓰면 쓸수록 옆으로 새버렸는데, 그러니까 3월의 책 넘나 어렵다는 거고 이걸 완독할 일이 부담이라는 거다. 히융-

아무튼 힘을 내보자. 빠샤!!



이번 페이퍼는 주제를 모르겠네.

이해하십쇼. 책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흠흠.

메이슨식으로 말하자면, "비행위자"들도 정치적 영역 안에서 확립된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사적 영역은 공적 창조물이다. 공식적 기록에서 빠진 사람들이라 해도 역사 형성에 한몫을 담당했다.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도 권력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정치적 권위의 활용에 대해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 P57

17-18세기 자유주의 정치 논쟁의 초점이 되었던, 권리를 가진 추상적 개인은 어쨌든 남성의 형상으로 체현되었고, 역사학자들은 대체로 그 남성의 이야기his-story를 해왔다. 페미니스트들의 연구는 여성을 이 보편적인 재현 속에 포함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난관에 봉착했다.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들의 연구가 잘 보여주었듯이, 남성적 재현은 여성적 특수성과의 대조를 통해서 그 보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 P58

가정에서 수행되는 노동은 가내노동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비숙련이었다. 경제 상황의 악화와 탈숙련화는 남성 공간에서 여성 공간으로의 이동과 동일시되었다. 영역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가정과 노동 모두의 오염을 가져왔다. 가정에서 노동하는 남성은 암묵적으로 여성성과 연관되면서 비하의 대상이 되었다. 이처럼 전통적인 수공업 작업장atelier에 대한 방어는 숙련의 남성성, 그리고 숙련노동자로서 남성복 재봉사의 정치적 정체성을 보장했다. - P186

사실 남성복 재봉사의 아내가 처한 딱한 상황은 그녀가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관습적인 배치들이 무지막지하게 디바뀌면서 남편은 아내의 착취자가 되었다. 남편은 아내를 부양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가 가족 임금에서 자기 몫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가정 기반 생산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 근거는, 그것이 남성과 여성 활동의 분리된 양식들을 침범하고 가족 구성원들에게서 각자가 지고 있는 고유한 책임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 P187

데지레 게의 동료들은 사회적 공화국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사회주의 페미니즘 경향의 신문 [여성의 목소리]에 공유했다. 그들은 여성이 이혼할 수 있고 자신의 임금을 통제하며, "이기적인 남편"의 지배를 거부할 수 있고, "노동할 권리"를 누리면서 아이들과 가정을 돌볼 수 잇는 새로운 사회를 요구했다. 자율적 개인이 된 여성은 사회적 존재로서 완전하게 이바지할 수 있다. "가족과 국가에서 해방되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될 때,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애쓰게 될 것이다." - P194

젠더는 성차의 사회적 구성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젠더가 여성과 남성의 고정적이고 자연적인 신체적 차이를 반영하거나 실행한 결과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젠더는 신체적 차이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의미는 문화에 따라, 사회집단에 따라, 그리고 시기별로 다양하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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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에 반하는 거, 좀 후지지 않아요?˝ 2222222222222
요리를 뚝딱뚝딱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설거지가 어떻게 스윗한 건지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 배우가 그 사진 때문에 성적 수치심 느낀다고 죽은 그 배우 부모 고소한 게 더 어치구니 없더라고요...성적수치심 느낄 정도면 미성년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지....-_-)

그나저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이 책이 어렵군요. 제목이나 책 만들어진 형태만 보면 안 어려울 것 같은데....;; (작년에 사두고 여태 펼쳐보지 않음 ㅋㅋㅋㅋ)

다락방 2025-03-25 15:41   좋아요 0 | URL
지가 어떻게 감히 성적 수치심을 운운합니까. 제정신이 아니죠. 무지는 악입니다. 무지는 죄입니다. 뻔뻔하기도 정도가 있지. 오늘은 그 범죄자의 미래의 통로가 막힐 것 같아 걱정이라는 여성 유튜버의 글을 보게됐는데요, 이미 이야기가 끝나버린 피해자가 있는데 또 그건 무슨 말이란 말입니까. 진짜 답답하네요. 휴..

젠더와 역사의 정치, 저도 제가 읽을만하겠지 싶었는데 너무 안읽혀서 미치겠어요. 이게 안읽히는 바람에 독서 자체의 속도가 훅 줄어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멈춰버린 내 독서여.. ㅠㅠ

단발머리 2025-03-2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거에 반하는 거는 전체적으로 올려쳐져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손에 물 안 묻히는 남자가 대세였던터라 대충 시늉만 해도 큰 칭찬 받는거.... 정말 뭔 일입니까. 여자들은 평생 한다고요. 혹 자주, 아내보다 자주 설거지 하는 남편 있다면 그 사람은 좀 칭찬해 주고 싶고요.

저도 진도 잘 안 나가서 읽고는 있는데 지지부진합니다. 페이퍼도 반 정도 써두었는데, 이 책은 페이퍼 쓰는데도 시간이 ㅋㅋㅋㅋㅋ차티스트 운동은 저도 찾아보았어요, 찌찌뽕!

그리고, 이 페이퍼 읽는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피씨로 읽으면 더 쏙쏙 들어옵니다. 정리가 한 눈에 쫙!!!

다락방 2025-03-26 10:03   좋아요 1 | URL
따지고보면 이 책 어려운 책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어렵고 ㅋㅋ 왜 진도 안나가죠? 아주 미치겠네요. 이 책 진도가 안나가서 독서 자체가 제자리상태인듯 합니다. 어휴. 얼른 읽고 다른책 읽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매달 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러면서 이걸 왜 하는가... 인생..... ㅋㅋㅋㅋㅋ

저는 오늘 페이퍼를 또 쓸 예정입니다. 만세!

햇살과함께 2025-03-2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차티스트 운동 찾아봤어요.
이 책 어려워요. 저의 집중력도 점점 떨어지고 ㅠㅠ

다락방 2025-03-26 10:02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도 페이퍼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만 회사 본업무를 좀 하다보니 자꾸 쓰다 멈추게 되네요. 아놔. 나 페이퍼 쓰는데 방해하지 마라!! ㅋㅋㅋㅋㅋ
저도 계속 집중력 떨어져서 이 책 어려운거 내가 너무 스맛폰을 봐서인가, 하다가 지금 읽는 7장은 또 그런대로 잘 읽히고 있습니다. 에휴. 얼른 다 읽고 다른 책 읽고 싶어요 ㅠㅠ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보았던 영화들중 일부가 떠올랐다.


먼저 미셸 윌리엄스 주연의 <블루 발렌타인> 인데, 영화속에서 대학생인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남자친구와 콘돔 없이 섹스를 하고 바로 임신이 되어버린다. 그 섹스를 원한건 신디가 아니었는데 아마도 빈 강의실이었던가, 남자친구는 잠깐만  이라고 하면서 거의 일방적으로 아주 짧게 남들의 눈을 피해 콘돔도 없이 신디에게 정액을 쏟아부은 거다. 신디는 이 섹스를 자신이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했다해도 그런 남자가 좋은 아빠가 될 리는 없었겠지만, 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신디 혼자만의 몫이었다. 여자가 싫다고 하는데도 자기가 남자친구라고 콘돔도 없이 찍 싸버리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거, 너무 별로다. 욕망하고 배설하고 간단하게 자리를 피한 남자가 있고, 원하지 않았는데 임신을 하고 아이를 품고 낳고 기르는 건 여자의 몫이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영화보다 더 자주 떠올린 영화는 <러브, 로지> 이다. 영화 속에서 호텔리어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던 이제 막 대학생활을 앞둔 '로지(릴리 콜린스)'는 졸업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잠깐 섹스를 한 뒤 임신을 한다. 아직 어리고 꿈이 있었던 로지는 아이를 입양보내기로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서는 그 아이를 키우기로 한다. 그녀가 대학에 가지 못한건 뻔한 일이다. 그녀의 단짝 친구인 알렉스는 함께 대학에 가기로 했던 로지가 대학을 포기하자 아쉬워하는데, 그 날 졸업파티에서 각자 파트너와 즐거운 시간을 가진건 릴리와 알렉스가 마찬가지지만, 왜 어느 한 명은 대학을 포기해야 하고 어느 한 명은 아무런 지장없이 대학에 갈 수 있었는가.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캐런 윌슨 부터바우'의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젊은 여자들이 임신과 미혼모라는 낙인 그리고 입양에 대한 고민과 갈등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아, 그간 봐왔던 영화들에서 젊은 여자들이 아이 아빠 없이 아이를 낳고 그 때 누군가 기다렸다 그 아이를 데려가 입양하고.. 했던 것들, 그것이 다 그 시대상을 반영한것이었구나. 이게, 그러니까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임신하고 출산하면 입양으로 이어지는 것이, 어느 시대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어. 소위 아기 퍼가기 시대로 말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1973년까지는 낙태는 불법이었고 피임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아이 아빠 없이 아이를 낳으려면 입양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시대를 말한다. 학생의 경우 임신하면 그 학교에 더이상 다닐 수가 없었고 미혼보로 교육을 받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결혼하지 않은 채로 임신하면 인생이 좆되는 거였다. 교육도 못받고 나라의 지원도 못받았다. 그녀에게는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낙인이 찍히고 설사 입양이 아닌 양육을 선택해 나라의 지원이라도 받을라치면, 많은 사람들이 왜 우리의 세금을 미혼모에게 줘야 하느냐고 화를 냈다. 오, 신이시여..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사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고 임신하면 혼자 키우기 힘든건 사실이고 그렇다면 입양시키는 게 제일 나은 답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생각한 바로 그 형태가 사회복지사들이 미혼모를 설득하는 이유라는 걸 알았다. 단지 그들에겐 나와는 다른 더 원대한 목표가 있었으니, 입양을 주선하면 돈을 받는다는 것. 특히나 백인 아이들은 수요가 많았고 백인 부모들이 줄 서서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 입양할 수 있기를 기다렸다. 그러니 입양에 대해 점점 더 커다란 금액의 돈이 오고갔고. 미혼모에게 아기를 포기하라는 설득은 더이상 미혼모의 앞으로의 삶을 위한게 아니었다. 이 입양을 성공해야 돈을 번다! 아기는 상품이 되었고 아이 엄마는 상품 제공자가 된것이다. 혹여라도 아기 엄마가 아기를 낳고 마음을 바꿀까봐 낳자마자 아이를 보여주지 않기, 아기 엄마의 부모도 설득하기 등등의 방법이 그들에게 시행되었다. 나는 비로소 젊은 여자가 혼자 아이를 낳았을 때의 최선은 입양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만약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지만 정부에서 혼자 아이를 낳아도 잘 키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아기를 낳고 바로 보내지 않아도 되는거였다. 참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여기나 거기나 여자들 죽이기에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자보겠다고 덤벼드는 새끼들이 있고 그렇게 임신하고나면 몸 함부로 굴렸다고 손가락질하고 아기 지우려고 하면 낙태는 불법이고 그래서 아이 낳아 키우려고 하면 지원해줄 수 없다고 하고.. 뭘 여자 미워하는데 이렇게 진심이냐. 그녀들에게 찍힌 낙인과 미래에 대한 고민, 그들에게 가해진 압박의 숱한 사례들을 앞에 두고 나는 이 여자들을 이런 상황으로 몰아 넣은 남자들은 어디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임신한 순간 가졌을 두려움과, 이 임신으로 인해 내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암담함, 이 아이를 입양보내야겠지 라는 고민과, 막상 낳고 나니 아기랑 헤어지는게 힘들었던 그 모든 순간들과 입양 보낸 후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품고 살아야 했던 그 오랜 시간들을 겪어가는 이 여자들, 이 여자들 옆에 이 아기의 아빠들은 없었다. 아마 그 아빠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아기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할 것이다. 블루 발렌타인의 잠깐 스쳐간 장면처럼 '에이 잠깐만' 하고 배설한 뒤 자리를 뜨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볼 일도 없이 그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 돈을 벌고 그리고 결혼을 해 자신이 아는 자신의 자식들을 낳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이사이 자기도 모르는 아이들이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십만명의 미혼모가 몸을 함부로 굴린다는 낙인이 찍혔다면, 십만명의 그 상대 남자들이 있지 않겠나. 물론, 십만명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어떤 남자들은 한 번만 그리고 한 명에게만 그러진 않았을테니까. 코피노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우리는 종종 접할 수 있는데 그 코피노에 있어서도 그렇다. 필리핀에서 아이를 낳게 만들어놓고 한국으로 도망쳐온 많은 남자들중 또 얼마만큼은 그렇게 필리핀에 낳아둔 아이가 자기가 아는 아이 말고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세상에 숨쉬는 남자들 중의 아주 많은 수는, 언젠가 누군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을지도 모를 일을 벌이고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겠지.



사생아 출산에 절반의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와 미혼부에 관한 연구 건수의 비율은 30:1 정도이다. ...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만으로는 사생아에 대한 이해는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미혼모에 대한 연구와 동등한 수준으로 미혼부를 연구하고, 관찰하고, 질책한다면 딜레마를 초래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남녀의 성적 행위를 판단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전통적인 이중잣대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몸을 버린 여자'에 상응하는 남성을 묘사하는 표현은 없다. 우리는 미혼부보다 미혼모를 더 비난하고 낙인화한다. ... 무죄 추정의 관행에 있어서도 미혼모는 불리하다. ... 왜냐하면, 배가 불러오며 그 죄를 스스로 입증하게 되니까... 반면, 미혼부에게는 어떤 증거도 남지 않는다. ... 미혼모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성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 미혼모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눈에 띄는 문제들을 제기하지만, 미혼부는 그렇지 않다. 산전 돌봄, 산모를 위한 시설, 그리고 양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미혼모이다. ... 미혼부에게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쓰게 된다는 증거도, 관습에서 벗어난 성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 (Vinvent 1962) -p.107 재인용



1960년, 미국에서 250,000면의 아기들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이 중 91,700명의 "아버지 없는" 신생아가 십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p.188



역사적으로 임신한 학령기 소녀들은 사회로부터 거의 또는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처벌을 받았다. ... 가족과 학교의 태도는 가혹하거나 무대응이 대부분이었다. ... 임신한 여학생은 학교를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았으나... 임신의 원인을 제공한 남학생은 학교를 계속 다녀도 되었다. ... 사람들은 이것을 '사내들은 다 그렇지 뭐'라는 식으로 말해, 마치 남학생의 성적 방탕을 칭찬하는 듯했다. ... 하지만 여학생은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럽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여겼다. (Zackler & Brandstadt 1974) -p.105~106 재인용



이 책의 저자 캐런 윌슨 부터바우가 이 사생아를 낳고 입양시킨 미혼모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로 고통받았고 또 많은 여자들이 같은 고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수많은 자료를 읽고 이 책을 써냈다. 그녀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책을 읽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을까, 를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에 직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그런데 왜?' ,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 를 끊임없이 생각해본다. 고통과 상처의 당사자인 것도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하며 원인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는 그 후에 올 다른 고통들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찾아올 고통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 캐런 윌슨 부터바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결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레이첼 모랜 의 [페이드 포]도 생각났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보고 그리고 글로 써내는 일. 그런 여자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스톤 미혼모 시설 원장은 아기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느낀 한 미혼모가 한 말을 인용했다. "K 원장님이 정확히 말한 건 아니에요 내가 베스를 키우겠다고 했을 땐 안 그랬는데, 입양 이야기를 꺼내니 그냥 얼굴이 밝아졌어요." (Issac & Spencer 1965: 54)


따라서 만약 입양 수요가 줄면 미혼모는 ‘정상‘(기혼 부부)가정에 아이를 보내라는 압력 대신 아기를 키우라는 격려를 받았을 것이다. - P131

사회학자인 윌리엄 라이언은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요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는 원인을 가난한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경향에 대한 선구적 연구를 했는데, 그에 따르면 미혼모는 타락하거나 일탈적 존재가 아니라 가난의 피해자이고, 자원의 분비와 접근에 있어 "불평등의 패턴"을 보여주는 가시적 증거다. 이 패턴에는 사회의 지배적 다수가 "가난한 자들을 제자리에 두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반대로 불법의 산물, 즉 혼외 출산아기는 전반적으로 높은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사생아를 없애면, 입양에 필요한 원자재를 없애는 것이다". 특히 입양 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라이언은 "입양되지 않은 라이언은 "입양되지 않은 엄청난 잉여 사생아들은... 입양 시스템이 만든 추잡한 산물이며, 형편없고 부적절한 아동복지와 공공부조 시스템의 자원안으로 던져질 기준 미달의 물건과 같았다"(Ryan 2000[1971]: 114-115)고 일갈했다. - P145

우리 자신의 직업 정신과 (대부분) 미혼인 우리의 신분이 우리의 철학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닌지 자문한다. ... 매우 중요한 질문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가 불임 부부의 심리적 고통과 그들의 욕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면, 우리는 그들을 우리와 같은 계층의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가 낸 세금으로 그들을 지원할 수 있을까, 모든 아이들은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과 또 어떤 아이는 인위적인 입양을 통ㅇ해 아버지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생부가 ...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상황에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Bye 1959. 1.1.) - P181

에모리 대학 정신과 의사인 아이린 프라이더스는 어니스트 존슨 박사의 자유에 대한 정의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유의 본질은 선택권을 의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어떤 사람에게 가능한 선택이 하나밖에 없다면 그는 자유롭지 않다. ... 자유는 부분적을 일련의 행돌으로 들어가기 전 멈추고 생각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것은 처한 환경에서 주어진 것 외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나 행동 경로를 제안함을 의미한다...". 프라이더스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과 지역 사회를 돕는 사회복지사는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을 찾고, "최상의 자유와 해방은 선택 자체에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이며, 억압이 가장 최소화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hrydas 1964. 10.26.).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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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2-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심한 욕도 하고 싶었지만 쪼~~~큼 속이 시원하네요^^
책임을 다하지 않은 미혼부는 감옥 가야 합니다!!!
아니면 거기를 거세하든가요. 화학적 거세라도요!

다락방 2025-02-21 09:21   좋아요 1 | URL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르기도 할 것 같아서 속이 터져요. 섹스는 둘이 했는데 한 쪽은 모른채로 지나갈 수도 있고 한 쪽은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다니.. 진짜로 임신이 랜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너와 내가 오늘 섹스를 한다면 너와 나 둘 중 누구든 임신할 수 있어! 라면, 남자들도 좀 더 신중해질텐데요.. 하아-

단발머리 2025-02-2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 로지>에 제가 좋아하는 알렉스가 나옵니다. 로지가 씩씩해서 좋았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던…
미혼모가 충분히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죠. 꼬시는 그 순간부터 아기의 출생때까지 그 이후에도 고통이 여성만의 것이어서 너무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는 책인 듯 해요.
전, 20여쪽 남았어요. 페이퍼 제목도 이미 정해놓았음요 ㅋㅋㅋㅋ 얼른 갈게요!

다락방 2025-02-21 09:20   좋아요 1 | URL
러브, 로지 다시 보고싶은데 제가 구독하는 ott 에 없더라고요. 지금 다른 ott 구독을 해야하나 갈등중입니다. 어휴 이놈들 그냥 다같이 좀 하지 왜자꾸 돈쓰게 하는건지 ㅠㅠ
제목도 이미 정해두셨다니, 단발머리 님의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빠샤!
 

한편, 1940년대에는 심리적 결함이 있는 미혼 여성이 사생아"를 임신한다는 관점이 등장한다. 당시는 매우 성애화된 사회였으나 피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 피임 도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시대 미혼 임신은 더 증가했다. 심리학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혼모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출산후 바로 그 아기를 입양 보내는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되었다.
젤(Kunzel 1993)에 따르면, 이때가 사회복지 전문가들의미혼모에 대한 관점이 "유혹당하고 버려진" 불쌍한 여자에서
"정신박약"이거나 "성적으로 방종한" 여자로 전환된 때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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